제 465화
23권
바람가 중에서 가장 차원의 권능에 정통하여 주우주의 정신체조차 익힐 수 있게 정립한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다.
결계를 만들어 세계를 창조하고 적을 격멸한다.
그 위력은 신족의 오리진이신 유일신황님과 4명의 오리진조차 곤란하게 했다.
그런 최강의 결계를 가진 차원의 오리진이 이렇게 말한다면 바람가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 권능의 운영이라니 정말 10중심들이 대단하기는 하네요.
확실히 10중심들이 저희보다 앞서 있어요.”
아예 확인사실까지 하는데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차원의 삼위일체가 나온 순간부터 아무리 생각을 해도 혼자서는 이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원의 삼위일체를 맞상대하기 위해서 흑염의 절대자가 뇌음 파호톤을 난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저 정도의 힘은 바람가에서도 거의 보지 못했다.
직격도 아닌 전투의 여파를 막는 것도 서서히 부담이 갈 정도였다.
대부분의 충격파를 결계로 막아낸 차원의 오리진이 손바닥이 얼얼하다는 듯이 손을 털면서 말한다.
“화아? 어떻게 단일개체가 이 정도의 파괴력을 순간에 만들어낼 수 있지요?
그런데 10중심들이 정말 동료나 동맹이 맞아요?
정말 말소시킬 작정인데요.
원수도 저런 원수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진리 할아버님께 10중심들이 몰래 반역을 계획한다고 하셨는데 왜 파멸유혼검에 망설이지 않고 서명을 하지요?
반역의 의사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절대로 진리 할아버님의 영원성에 상처를 입혀서 경계를 살 리가 없지요.
바람가의 기본교육과는 너무 달라요.
저도 오리진이 되었으니 설명 좀 해주세요.
유일신황 할아버님과 다른 할아버님.”
“…….”
차원의 오리진의 물음에 할 말을 잃은 유일신황과 바람가의 오리진들이었다.
자신들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를 잘 못했는데 설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이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을 10중심을 지켜 본 유일신황은 진중한 탄식을 내뱉었다.
“허어…….”
10중심들은 진리 할아버님이 500억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선발하고 교육시킨 제자들과 같았다.
‘그것만이라면 결코 진리 할아버님의 적이 될 리가 없지.’
그러나 모든 교육을 마치고 부과한, ‘영원한 행복을 위한 절대계의 발전 유지’라는 바람가조차 기겁할 업무가 문제였다.
그리고 10중심들은 이를 악물고 해내었다.
하나 과중한 의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리대항동맹이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겁을 했다.
절대계 서열 1위에서 10위를 지키는 10중심들의 힘은 바람가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아이들을 모으고 전쟁을 준비했다.
당연하게 진리 할아버님에게 10중심들이 반역을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서 보고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이제야 힘을 합칠 줄을 알다니 철들었구나.
상으로 바람성이나 하나 더 주어야 하나?”
“!!!”
혼자서만 놀던 어린애가 친구들과 같이 사이좋게 잘 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다급하게 보고하러간 자신들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모든 주우주의 영원체들과 절대계의 지배층들이 모인 자리에서 진리대항동맹을 만든 것을 잘했다고 10중심에게 칭찬까지 하셨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장 반란이라도 벌일 것 같아서 철저하게 준비를 한 자신들이 바보 같았다.
‘아니 언제나 고고한 표정으로 바람가조차 아래로 보던 황금의 절대자가 완전히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으니 자신들만 어리석지 않았지.’
그 후 모처럼 기분이 너무 좋아지셔서 10중심에게 직접 술을 따라주면서 칭찬하는 모습으로 진리대항동맹이란 희대의 반역사건은 우습게 끝났다.
반역의 목표인 진리 할아버님이 오히려 기뻐하시니 현장에 있던 당사자인 자신조차 뭐가 뭔지도 모르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더구나 진리의 직속세력의 일이라고 영원체들은 신경도 안 쓰고 나중에는 10중심들조차 그런 가보다고 넘어가는 꼴에 속이 터질 뻔했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 수는 없으니 10중심의 위험을 대비하여 전쟁준비를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10중심들과 진리 할아버님의 예측불허의 반응은 정말 이해할 수 없기에 결국 똑같은 소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족의 인식으로서는 진리 상태의 할아버님을 이해하기는 힘들지.
아니 오래 고민을 하면 손해지.’
“10중심들은 절대계를 지지하는 기둥이자 심장을 노리는 창이다.”
“예?”
“우리들 바람가는 절대계의 벽이며 팔과 다리이다.”
“맞지요.”
“어떤 작은 위험이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라.”
“…….”
뭔가 의문과 불만이 잔뜩 끼인 차원의 오리진을 애써 외면하고 흑염과 회색의 절대자가 결판을 내려는 장면을 보았다.
서로 급소가 박살이 나고 최후의 일격을 교환하려 했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가 자신의 머리위에 코아를 크게 확대한 것 같은 검은 공을 만드는 상황까지 보았다.
“응? 회색의 절대기 ‘이데아’라고?
1대 회색의 절대자의 정보행성과는 다른 형태군.”
“어라? 저……, 저것 설마요?
아무리 회색의 절대자라고 하지만 바람가의 오리진도 아닌데 저기까지 파악을 했을 리가 없는데요?
그런데 저것을 발동하려면 보통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데요?
적어도 진리 할아버님이 아니면 만들어보았자 헛일인데?
아니 지금 보이는 흑염의 힘이라면 가능할지도?
막아야 해요. 지금 당장-!”
차원의 오리진의 당황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여유가 완전히 사라진 긴박한 어조였다.
다른 10중심들은 드디어 결착을 보려는 흑염과 회색을 보면서 한가로이 말을 나누었다.
“폭혈(爆血)의 무음(無音)이라?
10억 년 전의 서열전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흑염의 최상위의 권능인가?
정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그리고 회색의 이데아도 만만치 않겠어.”
순수한 각자의 계열의 정점에 위치한 10중심들이라 여러 가지 권능이 혼합된 회색의 권능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세와 힘을 뿜어내는 것을 보고 승부를 짐작을 했다.
“무승부?”
“아니 흑염의 미세한 우세로군.”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막 10중심이 된 현자계열의 회색의 절대자가 근접전에서 최강이라는 흑염의 절대자를 상대로 정면대결에서 막상막하의 승부를 보여주다니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하나 자신들조차 파악이 안 되는 회색의 권능에 일말의 불안감이 생겨났다.
“그런데 저런 정체모를 힘에 충돌하면 위험하지 않나?
흑염이야 결국 물리계열이니 상관없지만 마도를 쓰는 회색의 권능은 어떤가? 소마(笑魔)?
절대계에 별 피해는 없겠지?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아까 전투 때 주우주의 경계로 흘려보내는 것을 보니 한계인 것 같던데?”
대신(大神)이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침중한 어조로 마도를 쓰는 소마에게 물었다.
소마의 웃는 표정의 은빛 가면 속의 눈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고 바로 대답이 나왔다.
“피해야 해.
아니 막는 것이 좋겠어.
서로의 우열을 가리는 전투에 끼어드는 것은 금지지만 이건 어쩔 수 없겠어.”
“?”
다른 10중심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소마의 말을 기다렸다.
소마는 본인의 무장을 이미 챙겨들고서 흑염과 회색의 절대자에게 이미 이동을 하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처럼 변하여 사라진 장소에 소마의 음성이 남았다.
“이계(異界)를 강제로 여기에 구현하려 하고 있다.
저 이데아가 구현한 이계는 절대계조차 침범한다.
그럼 말소정도가 문제가 아니야.
완전히 주우주와 절대계의 구조 전체가 박살이 나서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어.
이러면 힘의 우위 문제가 아니야.
회색의 마도는 내가 먼저 막겠다.
나머지는 각자 와해시켜.
저 이데아를 지금 흑염의 권능과 충돌시키면 절대 안 돼.”
“!!!”
10중심들의 표정이 완전히 변해서 그 자리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다.
이제 보니 피해예방 결계만 유지하던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기겁을 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엄청난 비상사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데아를 형성하고 있던 회색의 절대자는 흑염의 절대자의 끝도 없이 오르는 힘에 만족한 듯 웃었다.
이계를 구현한 이데아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전부 발동시킬 힘이 부족했다.
절대계의 지배자로서 14써클의 한계에 도달한 10중심조차 아득히 초월하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와 상황에서 열쇠를 찾은 것이다.
“킬킬킬-! 과연 흑염이로군.
상식을 초월한 힘이야.
그 정도면 나의 이데아의 껍질을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어차피 영원한 행복을 구현도 하지 못할 바에는 시간낭비하지 말고 이렇게 모두 깔끔하게 가는 거야.
완전히 무너진 절대계와 주우주는 진리께서 본인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만드실 것이다.
그럼 영원한 행복도 완성된다.
이것이 나의 충성이다.
절대계와 주우주와 함께 모두 뒈져라-!
발동 ‘이계(異界)와 허계(虛界)’.”
이데아가 검은 구체에서 찬란한 태양의 빛으로 변해서 흑염의 절대자 뿐 아니라 주변전체를 잠식하듯이 커져갔다.
그리고 그 태양의 빛은 곧 네모란 직사각형이 되고 안에서 어떤 모습들이 비치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이데아가 바뀐 모습에 흑염의 절대자가 무음(無音)의 발동을 늦추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게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위기감이 밀려온 것이다.
권능이 해결할 수 있는 처리영역을 넘어갔는지 흐릿한 미래였지만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회색의 절대자에게 달려들어오는 10중심과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보였다.
“멈춰라-! 흑염-!”
“파괴해서는 안 되는 권능이다.
피해-!”
흑염의 권능을 제어하느라 대부분의 연산력을 소모하고 있던 ‘진실의 침묵’이 갑자기 깨어나서 무음(無音)의 발동을 풀어간다.
하나 이미 발동된 권능은 어쩔 수가 없이 이제 은색의 거울로 변한 이데아에게 느리게 향하고 있었다.
마치 거울을 깨려는 도끼와 같았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소마가 본인의 마력으로 은색의 거울을 해제하려고 한다.
하나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닌 듯 발동속도만이 늦어지고 있었다.
몇 명의 10중심들이 추가로 바로 달라붙었지만 완전히 취소가 되지 않는다.
가능하면 해보라는 득의만만한 얼굴이 된 회색의 절대자의 귀에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 들려왔다.
“멈춰요!
그만두지 않으면 진리 할아버님에게 당장 다 이를 거예요.”
“!!?”
뚝-!
거의 동시에 은빛거울 같은 화면이 사라진다.
그리고 회색빛으로 변한 이데아가 분해되어서 검은 점들이 되어서 회색의 절대자의 이마로 사라진다.
이데아가 사라진 공간을 통과한 흑염의 무음(無音)의 공세도 대신과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들의 합세로 완전히 억눌렀다.
겨우 마무리된 사태에 한숨을 쉬는 대신의 눈에 아직도 서로 으르렁거리듯이 상대를 향해 살기를 내뿜고 있는 회색과 흑염의 절대자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 싸워서 우열이 가려지면 좋은데 그러다가 절대계가 무너질 판국이라니?
이런 일은 서열 3위인 나의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중재를 해야 하겠군.’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고 속이 쓰려오는 것이 어서 서열전이 끝나고 황금이나 유일용신제가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나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황금의 절대자의 에반젤리의 깃발은 펴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일용신제의 태극천검도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거의 전력이다.
‘황금의 권능은 최강의 불멸로서 모든 공격을 견디어내고 공격에 나선다.
그리고 바람가의 권능은 조화를 통한 방어와 반격에 있지.
서로 방어 쪽에 치중되어 있어서 선제공격으로는 이기기가 어렵다.
단기간에 우열을 가리려면 결코 쉽지가 않지.’
더구나 드물게 황금의 불멸이 회색의 절대자의 자폭에 상처입어서 틈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태극천검의 일격이 아니더라도 황금의 불멸을 훼손할 수 있는 지금은 유일용신제의 입장으로서는 쉽게 이길 수 있는 기회였다.
‘먼저 공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니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럼 일단 이 둘을 떼어놓아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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