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4화
23권
이제 약간이라도 머뭇거리면 상체가 완전히 갈려나간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끝장을 낼 수 있는 파호톤을 그대로 놓고서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의 이마 안쪽에서 코아가 터져 나오며 파호톤을 말 그대로 갈아버리면서 전면에 검은 선들을 그어대었다.
그리고 세계가 수없이 갈라졌다.
파카카카카카카카카카강-!
이마에서 발사된 검은 선들은 절대계 최강의 위력을 가진 파호톤이든 뭐든 가리지 않았다.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조차 스치는 순간 증발하듯이 사라진다.
“크어어어억-!”
그리고 그렇게 발사된 검은 색들은 회색의 절대자조차 집어 삼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마 앞에 모여 갔다.
검은 선들을 마도사의 지팡이 모양으로 모양을 갖추어갔으나 곧 불명확한 형태로 무너지려 한다.
그러나 그 중간을 오른손으로 잡아챈 회색의 절대자에 의해 완벽한 지팡이의 형태를 갖추었다.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가졌지만 왼손이 누르고 있는 이마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치솟으려 하고 있었다.
그걸 막은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방울져서 바닥을 적신다.
뚜뚝-! 뚝-!
그 모습은 현재의 차원의 마도신이 근원의 길잡이를 결정적인 암기로서 사용한 대가로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로 겨우 서있는 것과 너무나 같았다.
다만 다른 점은 더없이 창백해져서 겨우 서있는 차원의 마도신과 달리 살기를 뿌리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 ‘코아’로 만들고 있던 회색의 절대기 ‘이데아’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흑염의 육체정도야 쉽게 박살을 내지.
마음에 드는가?
그럼 대접을 계속하지.
‘절대거리 코아’의 연속공격을 받아보아라.”
파가가가가가가가강-!
회색의 손아귀에 잡힌 ‘이데아’라고 불린 절대기에서 절대거리 코아의 무리를 방출하자 다시 형태를 잃어간다.
그러나 대신 주변을 검은 선들로 변해서 난도질 하면서 가르고 바꾸어 갔다.
흑염의 절대자는 점점 피해영역을 넓히며 자신을 사방에서 덮치려는 검은 선의 무리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위력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만드는 방식이 너무나 끔찍했다.
폭탄을 머릿속에서 만들어서 절대기로 융합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계 자체를 파괴하는 폭탄을 넘어서 변질시키는 시공간 폭탄인 코아를 뇌 속에서 모아 본인의 절대기를 연성하고 있었다고?
위력이야 당연히 오르겠지만 아차의 실수만으로도 자멸할 것인데 이런 미친 짓을 하는 놈이 있다니?’
하나 경악할 시간도 없었다.
저 이데아라는 절대기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만들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절대계 최강이라는 흑염의 신체를 쉽게 관통하고 완전히 파괴했다.
하나로도 상체가 날아갔는데 수십 개에 적중되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먼지가 되어 소멸할 것이다.
“크아아아아압-! 울려라-! 멸음-!
저 미친 회색 자식을 박살내 버린다.”
두두두둥-! 두두두둥-!
근육에서 울리는 전장의 북소리는 이제 격돌직전처럼 빨라진다.
어느새 다시 만들어낸 파호톤의 크기는 이제까지와는 다를 정도의 크기와 예기를 품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휘둘러지면서 접근하는 모든 코아의 선들을 박살을 내기 시작했다.
꽈가가가가가강-! 파가가가각-!
회색의 절대자의 이데아에서 끝없이 뿜어져 나온 검은 선들은 흑염의 절대자를 노리고 파호톤은 남김없이 분쇄한다.
그리고 서로 조금씩 가까이 접근을 시작한다.
당연히 접근을 할수록 충돌횟수는 증가하고 위험도 급증하지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걸어간다.
그것은 현자로서 권능의 발동속도와 투사로서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를 겨루는 것과 같았다.
본래는 연산이 필요한 현자에 비해 근육만을 움직이는 투사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여 상대도 안 될 겨룸인데 대등했다.
뇌 속에서 만들어져 완전히 신체와 일체화된 코아의 집합체들은 의지만으로도 끝없이 생성되어 흑염의 절대자의 육체와 파호톤을 후려치는 것이다.
아무리 투기와 살기로 유형화한 파호톤이지만 세계를 파괴하고 재성성하는 코아를 상대하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날이 빠지듯이 파괴되고 흩어지는 것을 복구하느라 멸음을 발동한 상태에서도 여유가 없을 정도였다.
“크으으으으-!”
“흐으으으으-!”
서로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흑염의 절대자는 심장을 당하고 회색의 절대자는 머리를 다쳤다.
뇌 속에서 융합 중이던 코아들을 강제로 발출했는데 멀쩡할 리가 없다.
고도의 연산력이 필요한 현자계열의 특성상 뇌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그 피해는 이제까지 무리를 거듭한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비교할 수 없었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 이데아에서 방출되는 검은 선들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방어만을 하면서 접근하던 흑염의 절대자의 몸이 여유를 되찾으면서 서서히 치명적인 공격을 노리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은 전력인데 아직도 여유가 있다는 점에 이가 부득 갈려졌다.
‘으득-! 미완성의 이데아를 꺼내는 것이 아니었어.
하나 이제 더 이상의 수단이 없다.’
전투는 이제 절망적이다.
근접전 능력을 바라고 불러온 8써클의 자신은 회피와 속도에 집중한 덕에 14써클로 승급시키자 잠시나마 흑염의 절대자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공격력은 뛰어났다.
그러나 지구력과 방어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흑염의 절대자와 일시적인 우세로 단기전은 가능하나 전투가 길어지자 바로 무너져버린 것이다.
‘평범한 재능이란 저런 것이지.
하나를 집중하면 다른 것이 떨어진다.
다수의 하이엘프 퀸들과 싸우기 위해 극단적으로 회피를 강화한 대가가 만지면 깨지는 유리 같은 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현재의 자신은 흑염의 절대자의 심장을 날린 전과를 세운 대신 움직일 힘도 없어 보인다.
여기에 미완성의 절대기조차 꺼낸 보람도 없이 흑염의 절대자는 아직 여력이 남았다.
심장을 날렸더니 근육을 조작해서 심장대용으로 삼고 더 막강한 힘을 뿜어낸다.
물론 정상적인 몸의 운용이 아니니 유지할 시간도 짧고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지만 자신을 끝장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더 무서운 점은 저것이 끝이 아닐 것이란 점이다.
‘폭혈의 영창이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었던가?
저 위의 단계도 있다는 뜻이군.
정말 괴물이로군.’
무음(無音)이니 아마도 신령과 연결된 오의라고 예상되지만 멸음(滅音)조차 지금 상태로는 감당이 안 된다.
거듭된 함정에 빠져 화가 머리끝까지 솟을 정도로 분노한 흑염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봐줄 리가 없으니 모두 끝장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보았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주신장이 되어 행복을 찾으려는 현재의 차원의 마도신이 걸렸다.
뭔가를 해보려고 필사적으로 변화를 하는 도중인데 너무 끌어들였다.
‘아주 조금 미안한데.’
그래서 이데아에서 거의 고갈되어가는 코아를 느끼고 마지막으로 현재의 자신을 보았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떨리는 손으로 무엇인가를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회색의 절대자를 번갈아 보면서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절박한 고민을 하는 표정을 한다.
‘응? 뭐지? 무슨 수단이 남았나?
신력과 마력이 완전 고갈되어서 공격할 힘은 없는데?
그보다 왜 아직 안 도망을 안가고?’
비록 자신이 이데아를 꺼냈지만 거의 마지막 발악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이런 불리한 상황이라면 이미 도망치고도 남았는데 아직도 전장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잠시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고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래 처먹어라-! 미래의 나-!”
손아귀에 결코 놓칠 수 없다고 꽉 잡고 있던 구슬이 일순간 신력과 마력을 내뿜으면서 폭발한다.
꽈아아아아앙-!
검은 마력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력과 만나서 회색의 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흡수된다.
몸 안에 스며드는 신력과 마력의 융합권능은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것이다.
어떤 현실이라도 완전히 부정하는 완전한 생명이었다.
“……정말 변하기는 했구나. 현재의 나.”
단숨에 모든 부상이 사라지고 신력과 마력조차 완전히 회복이 된다.
죽음과 소멸, 말소조차 무효화하는 이 권능 앞에 부상정도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차원의 마도신이 수없이 죽을 고생을 해가면서 사수해낸 3개 중의 하나였다.
어차피 미래인 자신은 죽기를 바라고 있고 복수만을 위해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본인은 패배가 확실한 이 전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차원의 오리진에게 받은 서명을 받는 의뢰라면 나중에 유일용신제를 통해서 받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도망을 안치고 지금 완전한 생명 중 하나를 사용을 한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어지러운 자신에게 차원의 마도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겨라.”
“……킥-! 당연하지.”
미래인 자신도 현재인 차원의 마도신도 지금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감정은 알았다.
차원의 마도신이 막상 사용하고도 얼마나 아까워하는지 눈물까지 보일 정도니 모르면 바보였다.
파카카카카카카카카카칵-!
이데아에서 발출되던 코아의 검은 선들이 이제 화산처럼 분출이 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완전히 회복한 회색의 절대자의 공세에 일순 흑염의 절대자가 뒤로 튕겨졌다.
그리고 이데아가 변화를 보였다.
연속적인 발출 공세를 멈추고 마도사의 지팡이 형태를 유지하던 코아들이 일순간에 흩어지면서 검은 구의 형태로 확장되면서 머리 위로 치솟은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에 흑염의 절대자의 파호톤의 휘두름이 멈추었다.
“완벽한 ‘코아’와 나의 ‘이데아’를 보여주지.
말소되기 싫으면 폭혈의 무음(無音)을 보여 봐라.”
회색의 절대자의 도발과 같은 선언과 같은 영창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아니라고 해도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지금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파괴나 창조와는 다른 이질적인 힘, 그 자체라는 점을 말이다.
틈도 없었다.
‘접근을 하려는 순간 갈기갈기 찢겨져서 사라진다.’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무음(無音)…….”
회색과 흑염의 절대자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광경을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모두 보고 있었다.
아직도 황금의 절대자와 유일용신제가 서열전 중이었고 흑염과 회색의 결판은 미루어진 셈이기에 대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피해방지용 결계를 몇 겹이나 치고서 서열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회색의 절대자가 현재인 차원의 마도신과 몇 마디 말을 하더니 바로 흑염의 절대자와 전투에 돌입을 하려한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의 차원의 삼위일체가 나오자 모두 놀라고 말았다.
과거의 자신을 불러서 영향을 주는 것은 현재를 뒤흔드는 행위이기에 거의 금기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종족권능을 동원해서 흑염의 절대자와의 전투에 투입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 저런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다행히 설명해줄 차원의 오리진이 있어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입을 딱 벌리고 놀라고만 있었다.
잠시 후에야 말을 하기 시작했다.
“헤에? 차원의 권능을 왜 저렇게 사용하죠?
현실강화의 권능을 강제로 거꾸로 현실부정으로 바꾸어 위험성을 감수하고 위력을 높이려고 하다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가 봐요?
아니 그런데 마도를 혼합하면 저런 방식이 가능한가요?
마도신 할아버지?
아-! 수련 가셨지.
그래서 순수한 위력만으로는 저보다 위예요.
못 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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