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53화 (364/2,000)

제 453화

23권

대답을 들어보니 차원신의 오리진이 되기 위해 어떤 고난과 시련이라도 감수할 각오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명령대신 정식 의뢰라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었다.

바람가에서도 최고의 재능을 인정받고 능력까지 가진 차원의 오리진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차원의 오리진이 내민 파멸유혼검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은 차원의 마도신이 씩씩하게 답변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를 칠까요?

파멸유혼검을 주시는 것을 보니 죽여서는 안 되는 것 같은데 철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물론 누가 그렇게 했는지 철저하게 인식시키면서 처리를 잘 하겠습니다.

누군지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분하겠습니다.”

척하면 척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죽여서도 안 된다면 바람가의 하위조직의 내분일 것이다.

그리고 외부인인 자신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맡긴다면 직접 벌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할 상대일 것이다.

‘보나마나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해 날뛰는 골치가 아픈 후손중의 하나겠지.

정식 혈족이 아닌 이상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히지는 못했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처리를 한다.’

바람가의 피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창조신장과 동급이라는 절대계 하급전사이겠지만 지금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창조신으로서 성공을 위해 정식으로 등재시킬 수 있는 신족은 꼭 필요했다.

그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뛰어난 창조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최고의 명문의 자리가 예약된 차원신족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의뢰의 내용에 잠시 멍해졌다.

“야만스런 전투행위는 가장 마지막의 수단입니다.

세상은 서로 대화하면 소통할 수 있고 이해도 가능합니다.

그것은 가는 길이 다른 바람가와 10중심이지만 진리 할아버님을 같이 모시기에 뜻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거기에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오십시오.”

“…….”

차원의 마도신의 귀로 처음 듣는 단어로 구성되어 이해하기 힘든 의뢰의 내용이 들려왔다.

‘대화? 소통? 이해?

영원한 행복이라는 황당한 목적달성에 지쳐서 진리를 넘어서려는 10중심이다.

그런데 진리를 맹종하여 대립하는 바람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뜻을 어떻게 모아?

둘 중 하나는 입 닥치고 사라지는 것이 빠를 것인데?’

강자와의 전투가 아닌데 흑염의 절대자를 꼬이기 위한 미끼역할 보다 더한 위기감이 든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경고대로 무엇인가 엄청나게 잘못 걸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의뢰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의 손에 쥔 차원의 오리진의 목검의 검면을 잘 살펴보았다.

‘여기에 10중심들의 서명을 받아오란 말이지.

그래 서명이라면 회색의 절대자인 내 미래에게 부탁하면 어찌 될지도 몰라.

아니 되게 한다.’

목검의 검면의 공간이 충분하니 10중심들의 서명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전부가 비어있지 않았다.

손잡이 부근의 검면에 내용이 써져있었다.

거기에 상상을 초월한 내용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푸풋-! 친애(親愛)하는 나의 혈족인 차호(次湖)에게?’

다급하게 목검을 뒤집어 반대편을 보았다.

휙-!

역시 반대쪽의 검면에도 글이 있었다.

‘바람가의 영광이 되어라. 109대 한진안(韓眞眼).’

검면에 새겨진 내용을 보니 머리가 멍해져간다.

‘진리의 바람가로서의 이름이 왜 여기에?

그럼 이거 진짜 바람가의 가주로서 혈족에게 주기위해 만드신 파멸유혼검이야?

내용은 이게 뭐야?

결국 친애하는 바람가잖아?

여기에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이걸 어떻게?

잘도 해주겠다.

말만 꺼내도 죽이려고 들 것인데?

아니 내 미래인 회색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도 그냥은 안 넘어간다.

어처구니가 없네.

하. 하. 하. 하. 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뚝뚝 끊어지는 웃음소리가 마음속에서 메아리를 치듯이 울렸다.

그런데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쯧-! 요즘 젊은 것들은 강하기만 하면 다 좋다고 하지.

하여간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

“헤헤헤헤.

제 아들에게 자랑하려고요.

그 아이도 10중심들의 열성적인 팬이랍니다.

저의 하위의 후손들도 가급적 친분을 쌓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전면에 나서고 싶습니다.”

“흐음? 네가 직접 나서겠다면 상관없다.

하여간 알아서 잘 해라.

아직 때가 아니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

우리는 본가로 돌아가서 수련에 들어간다.”

“맡겨주세요.

여기 차원의 마도신에게 의뢰를 시작으로 잘 조정해 보이겠습니다.

진리 할아버님이 바라시는 ‘영원한 행복’에는 평화가 전쟁보다 먼저지요.”

차원의 마도신은 잔뜩 기대가 된다는 차원의 오리진의 표정을 보니 대충 어떤 성향인지 알 것 같았다.

바람가와 10중심의 중재는 핑계고 이건 순수하게 유명인에게 사인을 받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진리가 축복한 자신의 파멸유혼검에 10중심의 서명까지 받을 생각인 것이다.

그걸 후손들에게 자랑할 생각이다.

‘완전히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거침없는 행동이다.

이런 바람가의 오리진님도 있나?’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험악한 강제 수련을 당하면서 바람가의 오리진을 전원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하게 자신과 비슷하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과격한 성격으로 판단한 착오였다.

이렇게 긍정적인 존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치기어린 행동을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주변의 바람가의 오리진님들까지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아예 모두 맡기고 있다.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 이런 신뢰를 보이지.’

주변과 상대의 사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것을 관철할 정도로 친인의 무조건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다.

끝없이 낙관적인 생각을 보충할 정도의 강력한 능력까지 있다는 소리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철없는 생각과 그것을 보완하고 남을 정도의 능력이 합하면 하위자들에게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

진리에게 휘둘리는 10중심들의 끝없는 고난이 그것이다.

‘진짜 도련님이었구나.

정말 잘못 걸렸다.’

차원의 오리진의 ‘세상은 아름다워.’ 라고 하는 것 같은 밝은 얼굴을 보니 위가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오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차원신족의 오리진이 되는 것이 아무리 절박해도 자신이 이런 진짜 도련님에게 가까이 갔다가는 정말 그대로 갈려나갈 것 같았다.

험하게 혼자 자란 자신이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차라리 다짜고짜 패시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백배 낫지.

이건 도저히 못해먹겠다.’

거절한 결심을 굳히고 말하려는데 막 떠나시려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무엇인가 차원의 오리진님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무엇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음 들려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제가 나선 이상 극한의 대립의 시기는 갔습니다.

이제 세상은 소통과 화해의 시대입니다.

당신은 10중심과 바람가의 평화와 화합의 가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의뢰가 잘 마무리가 되면 원하시는 대가로 잘 챙겨드리죠.

마도신의 할아버님께서 방금 언질을 주셨는데 주우주의 차원신족의 오리진의 자격을 원하신다고요?

주우주의 차원신족만이 아니라 차원마신족의 오리진까지 인정해드리지요.

권능도 차원일족뿐 아니라 특별히 마도신 전용으로 조정해서 더 챙겨드리겠습니다.

이번 의뢰를 잘 부탁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차원의 오리진님.

신명을 다해서 이루어내겠습니다.”

보상에 눈이 어두워 결국 저질렀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승낙의 말과 함께 바로 차원의 오리진님이 본인의 파멸유혼검을 쥐어준 채 그대로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신 것이다.

추가적으로 협상할 여지조차 없었다.

“허허. 빌어먹을 차원의 권능.

정말 가차 없구나.”

털썩-!

자신의 권능의 절반을 부정하는 말이 맥없이 입에서 흘러나오고 차원신전 접견실의 주인의 자리에 쓰러지듯이 앉아간다.

‘과연 바람가의 차원의 오리진답게 권능의 거리나 발동속도가 거의 회색의 절대자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바로 원위치로 공간이동을 당했으니 말이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 소환되기 전의 차원의 신전에서 혼자 앉아있으니 그제야 자신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차츰 깨달았다.

흑염의 절대자의 ‘진실의 침묵’이라는 숨겨진 힘을 보니 이건 상종 못할 괴물들이다.

그래서 10중심과 얽히기는 이제 죽기보다 싫지만 결국 또 이렇게 되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로 저절로 양손이 간다.

그리고 머리를 붙잡은 채 통곡하고 싶은 심정에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오오오오-!”

짐승의 울음과 같은 목소리가 나오면서 빠르게 의뢰를 다시 확인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친애하는 차호에게 바람가의 영광이 되어라. 110대 한진안.’ 이라고 적힌 차원의 오리진님의 파멸유혼검에 10중심의 서명을 받아가는 어처구니가 없는 의뢰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 내용이 없으면 속이기라도 할 것인데 이건 안 되잖아?

이걸 어쩌지?

회색이야 서명을 해주는 대신 험하게 부려먹겠지만 해주기는 할 것인데 다른 10중심들은 찾아갈 수도 없을 것인데?

아니 흑염의 절대자나 황금의 절대자에게 가까이 가려고 했다가는 말소될 확률이 크다.

처음부터 잘 나신 분들이라 평범한 약자를 용납을 하지 않아.’

주우주의 주신장이 창조신과 동격인 높은 직위지만 결국 서열 1만 위의 하위다.

전체 주우주로 따지면 아마 5백만 위까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창조신장님이 겨우 중급 전사로 판단되는 절대계의 수준에 들어서면 정말 끔찍한 등수가 나온다.

그런 하위의 존재가 절대계의 서열 1위에서 10위를 점유하는 10중심에게 가까이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회색의 절대자의 과거라는 신분인데 이것도 믿을 것이 절대로 못 된다.

‘이번에 나를 불러들여서 진리에게 도전하는 방식을 짜내게 하는 것을 보니 다른 10중심들과 사이가 좋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던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회색의 절대자의 과거라고 다짜고짜 죽이지는 않겠지만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 불허다.

‘힘으로 서열을 지키는 10중심들이 인격과는 거리가 멀지.’

자신의 대리인이 죽임을 당한 황금의 절대자나 지금 999주우주의 최외각으로 날려져버린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당연히 좋은 꼴을 못 본다.

게다가 이번 의뢰는 자신의 독단으로 혼자서 받은 것이라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도움도 못 받는다.

주우주의 주신장 주제에 절대계 10중심과 관련된 의뢰를 혼자서 하려다 보니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해결방안이 없다.

그리고 역할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차라리 최악의 전쟁에 동원되는 것이 낫지.

내가 무슨 화해의 사자냐?

차원의 오리진님이 바람가를 대표해서 직접 화해를 이야기하면 아무리 10중심이라도 무시를 못 할 것이다.

이런 쉬운 방법도 있잖아?

영화배우를 쫓아다니는 극성팬도 아닌데 무슨 사인이야.’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용병신으로 살아온 자신이야 충성이나 호의가 주어진 보수의 대가라고 생각하여 바라지도 않지만 도련님들은 절대로 아니다.

‘당연한 줄 알고 누리고 자랐으니 어긋나면 정말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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