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9화
23권
색신이라는 오명을 겨우 바꾸어가던 순간에 단숨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창조신들이 어렴풋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할 위험이 문제가 아니다.
윗분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고 뭐고 지금 이 상황부터 해결을 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엇도 할 수 없기에 일단은 타개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해결책이 들려왔다.
신계의 자아의 보고였다.
원탁위에 반투명한 신족의 모습을 한 인영이 투영이 되며 신들의 시선을 모았다.
“위대한 주신장이시며 차원의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이시여.”
위대한 수식어는 어느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거나 서열 1위를 차지했을 때 붙여진다.
대부분의 신계주신에게는 대표 권능 앞에 붙여진다.
물론 본인의 신계 내에서 대부분 ‘위대한’이라고 치장하지만 외부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계 내에서는 강자라고는 하지만 외부에서는 그럴 경우나 드무니 말이지.
하지만 위대한 주신장이라?
나도 출세했군.’
서열 1위의 주신장이기에 붙여진 ‘위대한 주신장’이라는 말에 감회가 새로웠지만 엔릴의 엉덩이를 쥔 손을 자연스럽게 풀 기회를 잡았다.
“차원의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의 선출결과가 완료되었습니다.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행성의 지배종족의 결정은 각 종족의 지배신들에게는 엄청난 일이다.
지배종족에게는 행성의 모든 자원과 신계의 지원이 집중되어 엄청난 부흥을 이루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배종족의 신은 앞으로 신계의 권력까지 좌우한다.
당연히 고위신들에게 신계주신의 추태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모두의 시선이 원탁 위의 신계자아의 모습으로 이동이 된 것이다.
그 틈에 자연스럽게 손을 여신의 엉덩이에서 손잡이로 이동하고서 근엄하게 지시를 한다.
“보고하라.”
“예.”
차원의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의 결정은 주신성의 초월자들로 이루어진 하위신들과 주신계의 고위신들의 전투결과로 정하기 했다.
원탁 위에 주신장전에서 각 종족의 초월자들이 잡아낸 고위신들의 숫자가 명시된다.
나름대로의 사기 증진을 위한 유인책이었는데 잘 통했다.
모든 종족의 초월자들이 도망치지 않고 고위신들을 합공하여 잡아냈다.
복잡하게 타격치의 공적까지 계산했지만 결과는 세세한 합산이 필요 없었다.
과반수이상의 고위신을 제압한 용족의 초월자들의 압도적인 전과가 보였다.
“1위는 용족. 2위는 엘프족, 3위는 인간족인가?”
화면상의 전투모습에서 10만의 용족들이 숫자와 거체를 이용하여 몸을 던지다시피 달려들어 고위신들을 압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용족들이 자신들의 신체를 포탄의 비로 삼아서 하늘에서 떨어지며 폭격하자 고위신들이 깔려서 죽어간다.
하급신의 권능은 상위신에게 통하지 않으니 신력으로 거대한 신체를 강화해서 물량과 질량으로 밀어붙였는데 너무나 잘 통했다.
‘인간형의 작은 신체로 용족이나 거인족이 저렇게 나오면 상대하기 힘들지.
신족과 싸우는 법을 잘 아는군.’
신족의 권능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은 정신체이다.
단련을 하지 않으면 물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간크기의 신체로는 저런 엄청난 물리력의 대항에서 약점이 생긴다.
권능으로 아무리 신체능력을 강화해도 결국 한계가 있는 것이다.
과연 신족에게 대항하다가 신계로 전향한 용족다운 전과였고 효율적인 전투법이었다.
절반이상의 고위신이 저렇게 용족의 초월자에게 무너졌다.
‘하긴 내 행성을 이용한 마도도 대부분 저런 신족의 약점을 찌르기 위한 것이니까 저런 결과가 당연한가?’
주신계의 고위신들이 용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용족이 이끄는 초월자들에게 주신계의 고위신들이 패배한 것이다.
저 주신계의 고위신들이 당한 모습이 현재 신계의 신족이 아니란 보장이 없었다.
실질적으로도 저런 거체에서 비롯되는 막대한 물리력은 인간형으로 신체를 얻은 신족에게 위협적이다.
용족이 신력까지 얻게 되어 용신족이 된다면 일반신족에 비해 확실히 우위라고 해도 좋았다.
과거 절대계에서 용신족이 괜히 최강이 아닌 것이다.
생명체가 신족으로 진화한 용신족과 순수한 정신체인 신족은 같은 계열로 보기 힘들었다.
아니 강력한 경쟁자의 대두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니 아군인 용족의 선전에 신족들에게 험악한 분위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과거의 주신전쟁의 원한으로 대립하던 정령주신들이나 여주신들이나 똑같이 적대적인 시선이다.
자신이 9써클의 고위신으로 만든 백금신룡 에렌드라가 용족의 선전에 기뻐하려하다가 주변 고위신들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비록 잠시 대립은 해도 같은 신족이란 뜻이지.
영원을 사는 존재에게 순간의 갈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이지.
더구나 용족이 용신족이 되면 신족으로서는 문제가 심각해지지.
능력적으로 밀리니 밀려날 수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나?
신족도 고생이군.’
이해가 되는 것이 신족이 개입하기 전의 행성의 발달초기에는 하늘에서는 용족이 땅위에서는 거신족이 외부의 위험에 방호를 한다.
신족이 행성제압을 하고나서도 신족이 어떤 이유로 약화되면 반란까지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행성 제압이 끝나면 신족의 지배에 장차 위협이 되는 용족과 거인족은 멸족을 시키거나 자연스럽게 감소를 시킨다.
여기에 추가로 정기를 운영하고 관리하기 가장 효율적인 인간크기의 생명체를 위협할 거대 생명체까지 말살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인 신족의 행성운영방침이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임시방편의 해결책으로 남발을 하니 여기저기 문제투성이로다.
헉-! 이러면 안 되지.’
또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서 무의식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기 전에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과반수이상의 고위신들을 제압한 용족의 결과는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자명했다.
여기서 신족들의 입장을 봐준다고 변화를 시킬 수 없었다.
“약속대로 차원의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은 용족으로 한다.”
와아아아아-!
여기저기서 용족의 초월자들이 본신까지 드러내면서 기뻐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다른 종족들의 실망하는 기색도 크지만 전과의 차이가 너무 나니 포기하는 눈치다.
하나 워낙 중요한 일이다 보니 역시 반대는 나온다.
“위대한 신계주신이시여 문제가 있습니다.”
“…….”
여주신들이나 신계의 고위신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단지 자신들과 거의 동격의 강함을 가진 천조대신 아마테라스와 폭풍인멸 엔릴이 내게 허무하게 당하고 공개적으로 망신까지 당하고 있으니 극도로 조심은 하고 있다.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이 되어서 정기의 지원과 신계지원까지 집중되면 용신족으로 진화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앞으로의 신계의 권력이 용신족에게 전부 넘어갈 수 있으니 안 나설 수 없다.
이제 대놓고 반대하기는 힘의 차이로 불가능하니 관리 여주신들이 나선 모양이다.
관리신인 그녀들이 제시한 것은 현실이고 현황이었다.
“용족은 겨우 20만도 안 되는 소수부족이며 인구감소가 뚜렷합니다.
현재의 인구와 앞으로의 전망을 보아서는 창조신성의 신계의 정상출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배종족으로는 부적합니다.
이번 전공으로 다시 중간계의 관리를 맡기시고 창조신성은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
환호하던 용족들의 반응이 확 가라앉았다.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용족의 고위신이라고 해보았자 겨우 9써클의 백금신룡 에렌드라 한 명이다.
그것도 자신이 강제로 승급시켜 본래의 위력도 못 낸다.
여기에 8써클을 바라보는 용왕이 겨우 5명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용족의 세력이 너무 작았다.
세력문제도 있지만 모든 조직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이었다.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데 반대의 명분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용족에게는 지배종족으로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지배종족은 권리와 혜택이 큰 만큼 책임도 크지.
그것은 신계의 운영과 강화를 위한 번식과 정기 강화의 의무이다.
용족은 아무래도 힘들겠군.
수가 너무 적어.’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이 소수부족인 용족이 되면 아무리 순도가 높아도 정기의 양을 채울 수가 없다.
신족의 수도 엄청나니 신계의 정상가동이 힘든 것이다.
모자란 것은 새로 만들어낸 주신성 ‘그랑라하’로 이주시킨 종족에게서 거두어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자격이 없다고 다른 주신성으로 쫓아낸 다른 종족에게 정기를 보충한다는 것은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기에 그럴 수 없다.
신계주신으로서 약속한 일은 크지만 그렇다고 신계전체의 사정을 무시를 할 수 없다.
여기에 결정타가 가해졌다.
“창조신성의 신계의 기초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6써클의 용족을 기준삼아도 적어도 100만의 지성체가 필요합니다.
용족 20만을 1백만으로 늘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장수를 한다고 자식조차 보기 꺼리는 용족으로서는 아무리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어도 무리라는 모든 관리신들의 판단입니다.
또한 이번에 전공을 세우지 못해 정식신계에 편입하지 못한 하급신들의 처우의 결정도 급합니다.
그들을 모두 하급신계에 배속시킬 수 없으며 다시 종족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입니다.
부디 신계를 위한 신계주신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바랍니다.”
“으음-!”
저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중간계의 초월자 출신인 새로운 하급신들을 노골적으로 못 믿겠다는 뜻이다.
거기다 반신들로 구성된 하급신계는 얼마 전 신계에 정면으로 반란을 일으키려했다는 전과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숙청했지만 고위신들을 토벌한 경험이 있는 100만이 넘는 하급신들을 아무 조치도 없이 하급신계에 배속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더구나 하급신이지만 현실을 강화하여 기적을 일으키는 신이다.
각자의 일족에게 되돌려 보내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약속한 일과 신계의 수장으로서 입장이 부딪쳤다.
아니 자신이 일단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한 결과를 본인이 직접 뒤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책임을 지는 자의 고충인가?
용병신 시절에는 이기고도 가장 먼저 쫓겨났으니 몰랐지.
아아-! 나중까지 생각하고 약속하고 움직일 것을 잘못했다.
이런 후속조치는 정말 못할 노릇이군.
이걸 어쩐다.
개인의 약속을 안 지키면 권위가 무너진다.
약속을 지키면 신계가 말라비틀어져서 무너질 판이네.’
툭-! 툭-!
깊게 고민에 빠지자 또 오른 손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밀어져서 엔릴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본래는 저렇게 깊게 생각에 빠지면 대부분 혼자이고 책상이나 본인의 무릎을 두드리니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나 아무 가감 없이 버릇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위협할 만한 존재가 아무도 없으니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마도사 특유의 편집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공개적으로 여주신의 엉덩이를 희롱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더니 이제 여주신이나 부하들의 반응도 그런가 보다는 식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엉덩이를 강제로 만져지고 있는 엔릴이나 아마테라스도 차원의 마도신의 창조신의 신격과 기세에 당해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점이 컸다.
잘못되면 자신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생긴 것이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신계주신의 결정이었다.
앞으로의 신계의 권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이 먼저인 것이다.
괜히 감정을 사서 판단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해야 했다.
한참을 엔릴의 엉덩이를 두드리던 손이 마침내 멈추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무릎을 때리는 것처럼 오른 손바닥이 엔릴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짝-!
“아-!”
“음? 쯧-! 결정을 내린다.”
갑자기 엉덩이를 맞은 엔릴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나자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뭔가 낭패하는 표정이 잠시 떠올랐으나 바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보고 있으니 실수했다고 손을 치우고 당황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었다.
‘그냥 이대로 가자.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색신의 낙인은 이미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대로 자세를 유지한 채로 신력을 동원하여 신계전체에 신력을 실어서 선포한다.
“용족은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으로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신계주신의 약속은 지켜져야 가치가 있다.
주변상황이 불리하다고 신계주신이 말을 바꾼다면 그런 자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주위의 고위신들의 얼굴들이 험악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늦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조치는 신속할수록 좋았다.
“하나 신계주신으로서 신계의 문제도 무시를 할 수 없다.
해서 나는 여기에서 선언한다.
나는 차원의 마도신이며 차원의 창조신이다.
차원의 창조신의 권리로서 차원신족(次元神族)을 창세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추가적인 조치가 쏟아진다.
“차원신족(次元神族)의 자격은 오로지 강함이며 신족으로 초월한 존재는 모두 후보로서 받아들일 것이다.
차원의 창조신성은 용족을 지배세력과 관리자로 삼아서 후보들의 거주지가 될 것이다.
아직 권능을 익히지 못하고 전공이 없는 신계에 입문할 자격이 없는 모든 초월자들과 하급신들을 창조신성으로 보내라.
그들에게 신의 권능을 익히게 하고 교육시킬 것이다.
이것으로 모든 결정을 마친다.”
그럼 일단 창조신성의 정기 문제는 해결된다.
100만이 넘는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들이니 정기는 오히려 용족보다 더 강하다.
반란의 전과가 있는 하급신계에 고위신들을 잡을 수 있는 하급신들의 대군을 추가한다는 불안도 해소되었다.
신계의 신들은 듣도 보도 못한 차원신족의 창세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직 차원의 마도신외에는 아무도 없는 신의 일족이다.
정체도 모호하고 아무도 없는 신족과 권력다툼의 걱정을 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나름대로 납득한 부하들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기 시작하자 주신전은 고요를 찾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용무만 있는 신들만 몇몇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차원의 마도신은 지금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좋아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고민을 하다가 지금 언제인가 다가올 최악의 위기를 깨달은 것이다.
‘내 신생에서 최악의 임기응변이다.
나의 마도나 차원의 권능은 진리에게 받은 것이기에 직계나 혈족이라도 이어 받지 못해.
다른 존재에게 가르친다고 해도 내게 특화된 것이라 절반도 효과가 안 나온다.
그래서 차원신족을 만들지 못하지.
하나 차원의 창조신이 되어 차원 신족을 만들 자격과 권리는 얻었다.
어차피 나를 지지할 신족이 없다면 창조신으로서 나는 반쪽짜리다.
이제 어떻게든 신족을 만들기 위해 주우주 차원신의 오리진의 자격을 얻어내야 한다.
무모한 선점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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