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8화
23권
차원의 마도신의 물음에 회색의 절대자의 깔끔하게 인정했다.
진리에게 처음 도전하는데 추태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진정한 고민이었다.
어차피 진리를 이길 방법이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서 확인한 진리와 자신의 힘의 격차는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한 수준이다.
‘적어도 각자가 16써클을 능가해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10중심들이 바보도 아닌데 이제까지 패배만 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자신에게 진리를 이길 방법을 찾으라고 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시급한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이었다.
단독으로는 다른 10중심에 비해 약한 자신이 진리에게 닿을 리가 없다.
상위서열인 황금과 흑염이 자신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니 혼자 싸워야 한다.
그러면 무참하게 패배할 뿐이다.
‘진리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 것은 흑염이 유일하다.
나는 조력을 하면 가능해.
하지만 흑염을 방패로 하자는 것을 원한이 있는 내가 제시하면 받아들일 리가 없지.’
흑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10중심들의 조력이 필요한데, 자신이 이야기해서는 다른 10중심들이 납득을 할 리가 없다.
객관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타인이 필요했다.
해결능력도 어느 정도 있고 10중심과 관계도 있는 존재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게 모두 따지고 보면 차원의 마도신이 적임자였다.
흑염의 최고위 일족을 겨우 주신장이 쓰러뜨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인 자신이 10중심이기에 남의 일처럼 대충 처리도 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흑염을 방패로 사용하자고 제안을 하라고 할 수 없지.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제안이 나와야 한다.’
이러니 다른 10중심들이 눈치를 챌까봐서 직접 언급을 못했지만 숨겨진 의도를 잘 눈치를 채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었다.
과거의 자신이라서 흑염을 방패로 사용하는 방식도 같았다.
다만 지금 자신의 과거라면 말도 안 된다고 화만 내었을 것인데 침착하게 잘 처리를 했다.
다른 10중심들이 활발하게 의견교류를 하는 것을 보니 흑염을 방패로 하는 방안이 통과될 모양이다.
하긴 이들도 말이 진리에게 도전이지 힘의 상승과 행운을 기다라는 끝도 없는 대련의 연속이니 이런 고역도 없다.
황금과 흑염이 반대해도 편한 길이 있으니 반드시 할 것이다.
일단 눈앞의 고민은 사라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성장했구나.
주신장이 된 것이 컸군.’
어딘가 마음속이 뿌듯하면서도 열이 확 오르는 것을 느끼고서 추가적인 말을 하지 않고서 손가락을 튕겼다.
딱-!
공간의 문을 열고서 본래의 차원신계로 차원의 마도신을 돌려보냈다.
차원의 마도신이 제시한 방안은 거의 자신의 방안과 같지만 역시 너무 수준차이가 나서 부족했다.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깊은 생각에 빠져 들어가는 회색의 절대자를 쳐다보면서 차원이 마도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는 10중심으로서 진리에게 도전을 해야 했고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은 주신장과 신계주신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물론 모두가 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모시는 10중심의 고난과 겨우 주신장의 어려움은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심사숙고에 들어간 회색의 절대자를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마음속으로 한 마디를 했다.
‘정말 미안하다. 미래의 나.
고생 좀 해라.’
흑염의 절대자를 방패로 내세운 모의전의 구현을 중간에 끊은 이유가 있었다.
절반의 해결방안이었다.
접근을 시켰지만 다음 장면에서 모두가 일격에 당해서 쓰러졌다.
수월하게 접근을 할 수 있지만 진리에게 양손에 검을 잡게 한 이상 그 다음이 없다.
양손에 파멸유혼검을 들고서 진심을 드러낸 진리는 허상이지만 정말 무서웠다.
아무리 10중심들의 수준을 14써클의 최상으로 잡고 반복을 해도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그 다음에는 처음 모의전의 반복이다.
다만 마음의 위안으로 삼은 것은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잘 한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보다 진리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얼마나 흑염과 회색이 고생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차원의 신계로 돌아와서 보니 천만다행으로 시간이 그다지 흐르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정도이다.
‘그래도 과거라고 나름대로 배려해 준 모양이군.’
급한 것은 이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가 조치해 준 사항의 확인이었다.
주신계와 차원신계의 신계 자아들을 불러들여서 자신에 대해 기록된 모든 사항을 조사했다.
‘나의 용병신이었던 과거의 확실한 말소와 기억의 제거였지.’
자신의 용병신의 생활은 거의 절망적인 전장에서의 전투다.
어떻게 이겼는지 의문이 갈 정도인데 그것을 주도한 자신이 빠져나갔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정보의 오류가 발생하고 그것을 추적하려는 관리신이 있을 수 있다.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신계 자아의 도움으로 얻은 그 당시의 전투기록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허허허헛-! 예상은 했지만 이것들이 모두 자신들의 공으로 돌렸구나.
나는 그냥 졸병으로 취급했군.’
계약으로 불려온 용병신의 도움으로 승리를 했다면 그것은 신계주신으로서는 수치다.
그리고 카르마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 이름까지 영구봉인하고 약자로서 정체를 숨긴 용병신에게 쓸모없는 전공을 몰아줄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적으로서 당한 마신족이 아니라면 신족에게는 정확한 공적기록은 없었다.
열이 나려고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몇 번을 확인을 해도 용병신 전투에 관한 모든 사항이 말소되고 자신은 회색의 절대자의 추천으로 이 신계에 신계주신으로 임명된 것이 맞았다.
시기가 조금 미묘했지만 그걸 10중심에게 따질 관리신 따위는 없다.
공적이 사라진 것이 조금 아쉽지만 대가로서는 싼 편이다.
‘전공이나 과오나 결국 그게 그거지.
어차피 상급자들이 판단하기 나름이 아니던가?
이 정도면 되었다.
단지…….’
다만 임명된 이유가 전 신계주신의 승급을 위해 문제가 발생우려 되는 위험한 신계의 긴급위임이었다.
그 후로 대신족과의 전투로 벌어들인 정기를 투자하여 독립신계의 주신이 된 것은 변함이 없다.
즉 자신의 신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개판에 난장판이라는 것이다.
덤으로 그런 주제에 소속 고위신들이 자신에 대해 내린 정식평가는 가관이다.
주신계의 자아가 넘겨준 자료에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한 평가 결과도 있어서 안 내용이다.
‘능력은 있지만 못 믿을 인간출신의 불안정한 신이라고?
최악인 신계 평가를 바꾸기도 힘든 상황에서 내 흉을 보았어.
이것들을 그냥…….’
저절로 머리가 아파지고 있다.
신계주신이라는 것은 결국 신계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 손과 발이 똥을 바른 셈이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다른 신계주신들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위자들에 의한 평가와 설문조사보고는 전원 모두 최악이었다.
저절로 생각에 빠지면서 오른 손가락으로 바닥을 쳤다.
툭툭툭-!
조금 두들기는 소리가 이상했지만 눈앞의 문제에 집중해야 했다.
최악의 신계 평가가 전임자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정도로 타락하지는 말아야 한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상위자에 대한 하위자의 반발이라고 고려해도 심각한 수준이군.
장기간의 승급 적체 때문이로군.’
특히 용병신들이 신계주신으로 임명된 독립신계는 반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어느 신계나 후궁들과 반려의 반목, 후계와 직계의 서열권의 다툼은 기본이다.
주신성의 지성체들에게 반란의 기미까지 보인다.
용케 신계를 유지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독립신계 주신들의 강력한 힘이 없다면 이미 문제가 터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것이 주신장을 결정하는 전투에 개입을 꺼린 이유였다.
만약 참가하면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없는데 그럼 신계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진다.
그 약해지는 순간을 주신장이 보호해 주어야 하는데 전능의 휘와 차원의 마도신은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비등한 수준이었다.
누가 주신장이 될지 모르겠으니 참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끔찍하군.
내 자료만 확인만 하려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이렇게 끝도 없이 쏟아지나?
하나 주신장을 제대로 하려면…….’
전능의 휘가 주신장이라면 상관없는 문제다.
창조신들이 특별한 조치로 승급 기회까지 만들어줄 정도로 지지하는 주신장이었다.
여기에 부흥이 거의 완료되고 있는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다.
앞으로 영향력까지 생각하면 잘 못 보이면 신계에서 신으로 살기 힘들다.
그러니 감히 문제를 일으킬 수가 없다.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전능신족의 오리진이라는 상위자의 압도적인 힘과 세력에 의해 모든 문제가 묻혀서 발전해온 것이었다.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급속도로 발전해온 세력의 모든 장점과 단점이 여기 있었다.
어지간한 주신장으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이유였다.
‘나도 나쁜 상황은 아니다.
회색의 절대자의 추천이라는 것이 정말 엄청나군.’
주신장이 자신으로 교체되어도 주신계는 평온 그 자체다.
내재된 문제는 상관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전원 상황을 보자는 반응이군.’
하나 주신계의 보고서는 추가로 말한다.
자신이 주신장이 되고나서 신계간의 통신과 자료는 조용했다.
그런데 회색의 절대자의 정보조작과 기억부분 소각이 일어나고 나자 불건전한 의사교류가 폭주했다.
‘하지만 내부 반응은 거의 공포와 절망수준이군.
허어?
이건 또 뭐야?
회색의 절대자의 추천이 아니면 간첩이 아니냐고?
절대계가 주우주에 대한 침공의 첨병이 아니냐고?
10중심들이 뭐 하러 주우주를 침공하는데?
본인들 영역도 남아도는데?
정기도 약하고 하위 일족 몇 명만 보내도 박살날 허약한 주우주가 왜 필요해?
이런 헛소리를 하는 놈들이 왜 나타나지?
으음? 회색의 절대자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군.
나 역시 똑같이 행동할지 모른다고?
회색영역의 대숙청과 지배세력 교체가 문제로군.’
회색의 절대자가 10중심이 된지는 몇 달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기존의 지배층을 모두 소멸시키고 대신족을 동원하여 세력까지 모두 개편하고 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죽음과 피해는 주우주가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회색의 절대자의 의뢰이지만 10중심의 위치는 너무나 무겁다.
그래서 총동원령을 내린 대신족에 의해 거의 주우주 1개 이상의 정신체들과 생명체들이 죽어나가고 5할의 영역까지 빼앗겼다.
499개 주우주의 모든 대신족이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을 제외한 총력을 집결한 결과다.
기존의 회색영역의 지배자들이 회색의 절대자에게 남김없이 죽어나간 후우증이기도 했다.
그래도 절대계의 지배세력이라서 다시 지배자들을 만들고 종합적인 대응을 시작하여 이제 거의 팽팽한 수준이다.
일반 창조신의 10배 이상의 힘을 가진 창조대신들조차도 방심 못할 정도로 강자들이 속속 나타나서 진격을 막아내며 반격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대신족과의 최전선에서는 지금도 무수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기존 세력을 모두 일소하고 새로운 세력을 끌어들여서 발전을 하려고 한다는 평가도 일부가 있지만 이해할 수준이 넘어도 한참 초과했다.
그래도 그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악명을 쌓을 정도라니 대단하다고 할 정도다.
‘신족의 평가는 마신황제나 파괴신보다 지독한 수준이군.’
이런 회색의 절대자의 추천으로 신이 되었고 주신장까지 되었다고 하면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보는 상황일 것이다.
‘지금은 이 상태가 좋다.’
이 긴장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다.
아직 자신은 전능의 휘 정도로 세력이 없다.
개인적인 능력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세력을 이끄는 것은 상과 벌.
그리고 수장의 힘이다.’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이 되면서 주신성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권능의 파악과 허락을 받았다.
능력이 되기만 하면 창조신성조차 가능한 권리이다.
상으로서 이것으로 충분하다.
신계주신이 될 수 있다면 목숨을 바칠 주신은 많다.
자신만의 신계에서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다면 투신으로서 그 이상의 영광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은 자신에 비해 창조력이 터무니없이 약하다.
전능의 휘가 자신에게 주신성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란 물음에 의문이 생겨 조사해본 결과인데 주신성을 만드는데 거의 1만 년이 소요된다는 대답이다.
1년 미만이 걸리는 자신에 비해 거의 10,000분의 1도 안 되고 있다.
실로 만족스런 상황이었다.
‘상을 나만큼 해줄 수 있는 주신장은 없지.
이것이 나의 장점이다.’
벌로서는 신령연옥이 있다.
정신체를 가두는 감옥이다.
주신계가 직접 관리하는 정령계와 다르게 본인에게 귀속되었기에 언제 풀려날지 모른다.
풀어주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마음이기에 정령계보다 더한 공포가 된다.
‘벌은 신령연옥인가?
의미로서는 충분하지.’
남은 것은 수장의 힘이다.
이것도 큰 문제는 없다.
‘단독으로 주신계를 초토화하고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를 1대 1로 이겼다.
내가 주신 중에서 강자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나 어느 것도 현재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스으윽-! 스으윽-!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었다.
약간 촉감이 부드럽고 이상했지만 생각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신장으로서는 넘치는 힘이지만 창조신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다.
전능의 휘도 흑염의 절대자를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전능의 휘조차 중급 창조신정도다.
자신 이상의 강함을 가진 창조신들에게 능력과 효용을 입증하지 않으면 주신장으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전능의 휘가 주신장으로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직속 창조신의 신뢰였다.
그리고 주변 창조신들의 지지가 감히 하급자들이 반항을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결코 순식간에 쌓을 수 없었다.
창조신들의 지지와 신뢰는 지금부터 자신이 만들어 가야만 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생겼다.
생각만 해도 욕설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빌어먹을-! 창조신들이 499주우주에 모두 없다.
회색의 절대자가 499주우주 전부를 영역으로 기억을 부분제거하기 전에 절대계와 주우주의 경계의 수호와 복구를 위해 전원 자리를 비웠어.
결국 창조신들의 기억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지.
물론 겨우 주신과 용병신의 과거를 기억할리는 없지만 나는 신계에 올라와서 너무 날뛰었다.
기억을 할 소지가 있어.
회색의 절대자가 과거를 변경하지 않고 단순하게 자료를 삭제하고 대체한 수준이라 자세한 조사를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내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추가 조치를 해달라고 하면 되지만 그건 죽어도 싫다.
또 어떻게 얽혀서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미래의 나는 너무 지나쳐서 감당이 안 된다.
나는 주우주의 주신장이지 10중심이 아직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돼.’
흑염의 절대자 건도 그렇고 이번 회색의 절대자 고민도 전부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나마 회색의 절대자가 자신의 미래여서 나름대로 배려해서 넘어가서 다행이지,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고난을 한꺼번에 겪은 수준이었다.
특히 다시는 흑염의 절대자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전투력도 그렇지만 ‘진실의 침묵’이라 불리는 신령을 마주보았을 때의 전율은 아직도 소름이 올 정도다.
꽈아아아아악-!
저절로 손아귀에 힘이 가해지면서 갑자기 비명이 울렸다.
“까아아아악-!”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의 비명소리에 집중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상황을 보니 자신의 오른손이 엔릴의 왼쪽 엉덩이를 꽉 움켜잡은 상태였다.
자신의 신체의 힘은 흑염의 신체이기에 주신의 영역을 아득히 넘는다.
그래서 멍이 들 정도의 압박과 고통에 정신을 차린 엔릴이 비명을 지른 것이다.
물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엔릴의 얼굴에 잠시 말을 잊었다.
‘생각에 빠져서 지금 상황을 깜박했다.
그럼 이제까지 손가락으로 두들기고 만지고 잡았던 것이 모두 엔릴의 엉덩이였나?’
주변을 슬쩍 확인해 보니 여주신들은 다들 질린 눈빛이고 고위신들은 대부분 변태를 쳐다보는 식이었다.
‘역시 색신(色神)이구나라는 표정이군.
허어? 젠장 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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