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7화
22권
머리를 잡혀 바동거리면서 후환이 두려워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욕을 퍼붓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더 큰 고민이 생겨버렸다.
무릎 위에 버릇을 가르치고 속성력 강화도 할 겸 올려있던 이계의 정령신 2명은 10중심 정도의 고위신에 대한 면역이 없어 기절한지 오래다.
자신이야 고위의 신격을 워낙 많이 보았으니 버틸 수 있다.
하나 10써클인 본인들에 비해 4써클이나 위인 상대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직접 보고 무사하기를 바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때는 차라리 부럽기도 했다.
‘팔자 좋네.
그런데 진리에게 이겨야 한다고?
어떻게?
공개된 기본 자료만 보아도 이길 방법이 없다.’
머리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잡혀서 흔들리고 있지만 의뢰를 들었으니 냉정하게 해결방안을 도출해 간다.
‘진리는 적어도 17써클 이상에 3써클 이상의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영원권능인 절대해의 8시조를 익히고 있다.
14써클에 절대권능을 가진 10중심과 진리의 힘의 차이는 거의 1만 배 이상…….’
여기서 이미 막힌다.
말이 좋아 1만 배이지,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2배 이상만 차이가 나도 수가 많아도 이길 수 없다.
어른과 아이들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1만 배 정도면 거의 벌레와 신과의 전투다.
벌레 10마리가 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10중심은 모두 진리에게 절대권능을 배우고 익혔다.
스승과 제자와 같으니 모든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니 개별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해결책은 각 계열에서 최강인 절대권능의 조합으로 발생하는 상승효과이다.
최대한 뽑아낸 상승효과는 거의 10배 이상이다.
10중심의 수는 10명이고 상승효과까지 감안하면 힘의 차이는 100배 안으로 좁혀진다.
그럼 진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기만 하면…….’
손과 입이 멋대로 움직여 간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도출하면 거의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집중하여 해결책을 찾는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연산력을 문제분석과 해결방안 도출에 사용한다.
그러니 이미 주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스으으으윽-!
허공에 빛의 문자와 진영이 그려진다.
머리를 붙잡고 겁박하던 회색의 절대자도 차원의 마도신이 전력으로 문제해결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서 뒤로 물러섰다.
역시 과거의 자신은 무모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잃은 것.
불가능을 알면서도 도전을 하는 헛된 발버둥.’
어떤 문제라도 이미 해답과 결과를 알고서 조치를 마치는 자신과는 다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전장에만 투입되어서 대부분 실패하면서도 끈질기게 매달려서 결국 승리를 쟁취한 과거의 자신이 지금 여기 있다.
착잡한 심정이다.
이미 허공을 무수한 빛의 글자와 복잡한 그림과 진영이 아로새겨져서 꽉 메워갔다.
10중심들이 그 내용을 보면서 감탄하는 소리가 대신에게서 흘러나왔다.
“호오? 진리와 우리들의 모의전인가?”
빛의 문자와 문양에서 화상이 떠오른다.
검은 머리카락에 무복을 입은 소년모습의 진리가 양손에 각각 하나의 파멸유혼검을 잡은 채 검 끝을 땅에 박은 채로 서 있었다.
그 앞에는 10중심들이 전투태세로 각자의 신기를 가지고 일렬로, 횡대로 도열하고 있었다.
주신정도만 되어도 강력한 현실강화에 따른 왜곡현상으로 영상의 기록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리에게 10중심들이 수없이 도전을 했어도 기록을 남길 수 없었다.
그럼 이것은 차원의 마도신이 만든 가상의 전투화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화상에서조차 각자의 신격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놀랍군.
거의 비슷해.”
그리고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11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단순한 입체영상이나 허상 아닌 거의 본체와 같은 실체감이 느껴졌다.
각자의 신기와 권능을 최대한으로 발동을 하고 전투를 준비한다.
이미 자신들의 자료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 자료를 기본으로 하여 만들었겠지만 놀라운 완성도를 가진 허상이었다.
역시 선공은 흑염의 절대자였다.
영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대열에서 이탈하여 오른발을 한 발 내딛는 순간 굉음이 울렸다.
그것은 거대한 종을 치는 것과 소리였다.
깡-!
그 다음에는 모든 10중심들이 머리를 움켜쥐고 주저앉아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진리에게 파멸유혼검으로 모두 이마에 한 대씩 얻어맞은 것이다.
서열 1위 황금이나 아들인 유일용신제나 똑같이 주먹만 한 혹을 이마에 달고서 일순간에 전투태세를 잃었다.
한 발 먼저 내딛었던 흑염만 오른발과 이마를 각기 움켜쥐고 팔짝팔짝 뛰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전투고 전형이고 뭐고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장면의 연속이다.
진리는 가만히 서있는데 10중심들만 무엇에 당하지는 지도 모르게 여기저기로 튕겨지고 있었다.
합격은 고사하고 권능이고 뭐고 각자의 절대기로 보이지도 않은 파멸유혼검의 공격을 막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절대계 최강인 10중심으로는 보이지 않는 추태였지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왜 그런지는 검편의 신음소리처럼 입에서 새어나온 말이 증명했다.
“……똑같군.”
그나마 비명소리나 신음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자존심을 배려한 모양이다.
10중심이 전원 넝마가 되어서 바닥에 쓰러지고서야 화면이 멈추었다.
그나마 가장 강력한 육체를 가진 흑염의 절대자만이 얼굴이 퉁퉁 부은 채 겨우 서 있을 나름이었다.
결과만 보아서는 이건 결투도 아니고 거의 일방적인 구타 수준이었다.
진리 휘하에서 10중심들이 치러야 할 시련이었다.
직접 당할 때는 생각할 여력도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보니 참 비참한 몰골이었다.
아직 직접 도전한 적이 없는 회색의 절대자도 인상을 험악하게 쓸 정도였다.
뭔가 하려고 해서 보았더니 과거의 재탕이었다.
자신도 이렇게 구현할 수 있지만 결과는 이미 알고 있으니 필요가 없었다.
진리에게 승리고 뭐고 옷자락이도 잡아야 도전이 끝나는데 기존의 10중심들의 모의전을 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저걸 직접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
“…….”
그다음은 반복이었다.
진리에게 억지로 완전 회복을 당하고 다시 대열을 만들고 전투를 시작한다.
그 전투는 10중심들 중 누군가가 진리에게 단 일격이라도 닿을 수 있을 때 끝난다.
신체는 진리가 회복시키기에 만전이다.
하지만 끝도 없이 한계를 뛰어넘게 발동된 권능과 신체로 완전히 탈진한 10중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헐떡거리는 모습으로 끝났다.
10중심들이 인상을 쓰면서 구현된 자신의 추태를 쳐다보다 한마디씩 했다.
“이봐-! 이게 무슨 해답이…….”
그런데 허상들의 배치가 바뀐다.
대열이 일자의 횡렬에서 진리를 향해서 줄을 선 것과 같은 상태로 바뀐 것이다.
선두에는 흑염의 절대자를 두고 2열에는 회색의 절대자가 있다.
그 뒤로는 황금과 유일용신제가 있고 거의 서열대로 서 있다.
그리고 전진을 시작한다.
진리의 파멸유혼검이 또 다시 보이지도 않게 참격을 퍼붓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과는 달랐다.
종이 아닌 북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퍼어어어억-!
흑염의 절대자가 최전선에서 공격을 완벽히 포기하고 양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방어에 전념하여 극도로 힘을 응축한 근육으로 파멸유혼검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일격에 전투태세가 완전하게 무너진 처음과는 달랐다.
차이를 깨달은 10중심들이 탄성을 지른다.
10중심들은 서열이 있지만 개인적인 전투력이지 거의 차이가 없다.
개인 전투력이 약할수록 집단의 힘은 커지고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동등하기에 저런 식으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겨우 전투가 되는 모습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오-!”
당연히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것은 다른 10중심들이 뒤에서 지탱한다.
그리고 방패가 된 흑염의 절대자를 진리에게 밀면서 한 발 한 발 전진해간다.
진리의 오른손이 파멸유혼검을 땅에서 빼들었다.
그리고 재앙이 강림했다.
진리의 전면 모두가 파멸유혼검의 궤적으로 바뀐 것이다.
퍼퍼퍼퍼퍼퍼퍼퍽-!
이제까지의 공격이 발도술과 비슷한 단발성의 정면의 일격이었다면 지금의 공격을 그야말로 전 방위를 강타하는 참격의 파도였다.
그것이 그대로 흑염의 절대자를 방패로 앞세운 10중심에게 집중되었다.
아무리 흑염의 신체라고 해도 저걸 받고서 무사할 리가 없다.
“크아아아아아악-!”
이제 비명소리까지 울렸다.
흑염의 절대자가 피를 토하면 지르는 비명소리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일격도 전력을 다해야 버틸 수 있는데 저런 연속공격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으니 피가 튀고 근육이 터져 나간다.
그래도 뼈는 용케 버티면서 자리를 지켰다.
일직선이 아니, 입체적인 공격으로 변한 파멸유혼검은 흑염의 뒤에 있던 10중심까지 강타하려 했다.
그때 회색의 절대자가 움직였다.
“???”
뭐라고 영창을 하는지 모른다.
다만 전후좌우에서 쏟아지던 진리의 공격궤도를 비틀어서 모두 전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모든 공격을 흑염의 절대자가 받아내게 한다.
마력의 정점인 소마(笑魔) 크리스와 방어의 정점인 원의 파이가 동시에 외쳤다.
“현실부정의 마도와 차원의 권능의 조합인가?
그것이 진리의 공격조차 왜곡을 한다고?
가능한 일인가?”
회색의 절대자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했다.
가능은 하다.
‘흑염의 완벽명중을 피하기 피한 완전회피가 나의 주권능이니까 가능은 하지.’
진리의 공격이라도 무효화시키지는 못하지만 공격이 오는 궤도만은 바꿀 수 있었다.
그렇게 진리의 공격을 왜곡시켜 흑염에게 집중시켜 버티고 다가섰다.
거의 근접을 한 순간 다른 10중심들이 흑염의 절대자를 그대로 포탄으로 만들어 진리를 향해 튕겨내듯이 쏘아내었다.
겨우 접근을 완료했다.
하지만 대가는 크다.
흑염의 절대자는 완전히 전투불능이고 자신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빛의 날개와 마력의 원이 거의 폭발직전으로 부풀면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상위 서클의 물리공격이지만 동급이하에 유효한 마도의 특성상 무리한 일이었다.
17써클 이상으로 보이는 진리의 물리공격의 궤도를 일순간이라도 비튼다는 것은 당장 터져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한계를 아득하게 초월할 정도의 마도와 권능의 초과발동이다.
‘이러니 쉽게 가능하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차원의 권능으로 다른 10중심들을 감싼다.
비로 진리의 주변으로 포위하듯이 차원이동을 시킨다.
마침내 진리에게 도달한 10중심들이 각자의 절대기로 전력공격을 하려하고 진리가 왼손의 파멸유혼검을 뽑아들었다.
진리가 양손으로 파멸유혼검들을 쥔 것을 보는 10중심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들이었다.
단순한 목검의 휘두름이지만 저걸 버티면서 진리에게 닿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저 단계까지 가는데 정말 황금과 유일용신제, 대신,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야 했고 10중심들 대부분이 전투능력을 잃었다.
그런데 저렇게 하니 흑염과 회색만 잃고서 8명은 무사하게 포위를 완료한 것이다.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과다.
허상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끊겼다.
“이 이상은 다른 10중심들의 상세한 자료가 없어서 구현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최소한 이번 도전만은 깔끔하게 성공할 것이다.
잘하면 잘했다고 칭찬도 받겠지.
마음속의 고민은 풀렸나?
미래의 나?”
“훗-! 좋아-!
인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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