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44화 (355/2,000)

제 444화

22권

10중심의 자리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황금의 절대자와 유일용신제의 대치는 지루했다.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서로의 창과 검을 들고서 상대에게 향하고 보기만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 마도사이면서 어느 정도의 체술까지 익힌 입장에서는 전율이 일 정도의 치열한 공격과 방어의 공방이 스쳐가고 있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라서 직접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는 수없이 작렬하는 창의 궤적과 찌르기가 저 속에서 작렬하고 있다.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 철저하게 무기를 충돌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서로의 빈틈을 노리면서 공격하고 방어를 하기 위해 회수하는 과정이 숫자를 세기 힘들 정도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저 중간에 끼어드는 순간 어찌될 것인가를 예측해 본 순간 결론이 나왔다.

‘머리가 관통을 당하고 목이 잘린다.

그 다음에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역시 어지간한 마도나 체술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도 마도나 권능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억지로 만들어낸 혼합권능만이 겨우 타격을 줄 수 정도다.

이것은 주어진 힘만으로 결코 이룰 수 없는 경지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끝없는 수련과 단련을 통한 신체능력이다.

그리고 모든 10중심들이 계열과 상관없이 최강의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흑염의 절대자에게 비견될 정도의 강대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알아챈 이유는 곁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간단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소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신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지독할 정도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진 신체들이다.

절대계도 10조의 본신신력이면 최상위의 지배자다.

그런데 왜 10중심은 1,000조를 가졌으면서 이 정도의 수련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이들을 상대할 존재가 누가 있다고?’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다.

자신이야 흑염의 절대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신체단련이 필수였지만 다른 10중심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

자신의 전문 계열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손쉽게 강해지는 지름길이다.

물론 나중에는 신체능력의 부족으로 한계에 도달하겠지만 먼 미래의 일이다.

빠르게 강해져야 최소한 지금의 서열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신체단련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황금과 유일용신제의 전투를 분석하고 있는 회색의 절대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10중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자로서의 능력 뿐 아니라 개인 전투력도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합격이었다.

“과연. 체술도 익혔군.

저 공방을 느끼고 이해할 정도면 신체수준은 10중심급 정도인가?

검술에 대한 회피력은 어떻게 보나?”

대신(大神)이 또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검편(劍蝙)은 자신이 가진 검은 색의 검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황금은 지금의 회색을 인정하지 않았다.

흑염도 회색의 자리가 채워지는 것을 길길이 날뛰며 반대해서 합공으로 제일 먼저 탈락시켰지만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머리를 노렸는데 대신 목이 잘린 것이다.

10중심에서도 최고의 쾌검(快劍)인 자신에게서 급소인 머리만은 피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뛰어난 능력이었다.

또 지금 흑염과 싸우는 수준을 보니 그렇게 쉽게 패배시킬 약자는 아니었다.

일부러 자신의 검을 받아내고 탈락을 자청했던 모양이다.

“서열전에서도 나와 흑염의 공격의 합동공격을 받아 내면서도 치명타만은 피했지.

신체능력이 저 정도이니 어떻게든 버틸 정도는 될 것이다.

흑염이 뭐라고 해도 찬성을 하지.”

검편의 말에 대신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서열 5위지만 검술에 관해서는 최고인 그가 인정했으니 일단 검술에 대한 저항력도 뛰어나다는 뜻이다.

1위와 4위가 악착같이 반대해도 2위와 3위에 5위까지 합치면 전력은 이쪽이 위이다.

하나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황금은 완벽한 승산이 없으면 반대하기가 거북한 존재다.

그리고 보다 강력하고 완벽한 존재가 10중심이 되어야만 하는 황금의 입장도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립이 아닌 확실한 찬성자가 더 필요했다.

“다들 어떠신가?

나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반대하네.

저 경합이 끝나고 흑염이 돌아오기 전에 모두의 결정을 일치시키고 싶군.”

다른 10중심들에게 의사를 묻는 대신의 말에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역시 정신체 계열인 10중심들은 모두가 찬성을 해왔다.

“다른 권능도 10중심 급으로 보이니 확실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나쁘지는 않습니다.

찬성합니다.”

“저도 찬성하겠어요.”

서열 7위 일원(一圓), 8위 일선(一線), 9위 대수(大手)가 찬성했다.

하위서열이지만 어디까지나 전투력만 고려한 수치다.

그 전투력도 서로가 전력을 다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변경이 될지 모른다.

각 계열에는 현자계열의 ‘이그드라실’과 맞먹는 절대권능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충돌하면 결코 양쪽 다 무사하지 못한다.

남은 것은 6위인 소마(笑魔)뿐이지만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았다.

회색의 절대자가 주 공격수단이 마도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거의 찬성 쪽이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마도가 주력이라면 나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족한 힘은 나도 보태도록 하지.”

대신은 아주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서열이 상위이면 분명 결정에 최우선권을 가지지만 하위서열이 이 정도로 모여서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된다.

간단하게 힘으로 밀리는 것이다.

2대 7로 싸우는 어리석은 짓을 현명한 황금이 할 리가 없었다.

“허허-! 그럼 결정된 것이군.

500억년 만에 2대 10중심이 정식으로 모두 임명된 것인가?

진리가 무척 기뻐하겠군.

그럼 각자 바쁠 것이니 다음 준비를 바로 하지.”

어느새 꺼내들은 무지개색의 양피지에는 10중심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서열 1위 황금(黃金) 아리오리나 라마세스 2대 : 전사(戰士), 권능

서열 2위 유일용신제(唯一龍神帝) 한류호 : 무사(武士)

서열 3위 대신(大神) 포오스 : 권능자(權能)

서열 4위 흑염(黑炎) 루카 에일레스 2대 : 투사(鬪士)

서열 5위 검편(劍蝙) 아스나스 2대 : 검사(劍士)

서열 6위 소마(笑魔) 크리스 : 마력(魔力)

서열 7위 일원(一圓) 파이 2대 : 방어(防禦)

서열 8위 일선(一線) 라인 2대 : 공격(攻擊)

서열 9위 대수(大手) 세스티아 2대 : 창조(創造)

서열 10위 회색(灰色) 사이안 2대 : 현자(賢者)

내용은 너무나 간단하지만 의미는 컸다.

과거 서열전의 결과를 기록하고 진리에게 보고했던 문서였던 것이다.

공석이었던 회색은 당연히 서열 10위였다.

다른 서열도 워낙 오랜 기간 싸워서 전투력의 우열은 정해졌기에 지금도 일치했다.

단지 1위와 2위의 결정만이 남았다.

하위의 서열은 변동이 없으니 그것만 공백으로 만들면 된다.

바로 1위와 2위를 공백으로 하고 바로 문서를 만들어낸 대신은 자신의 이름에 간략하게 서명을 했다.

서열의 순서대로 모든 10중심들이 서명을 완료하자 바로 회색의 절대자에게 넘겨주었다.

“정식 10중심이 된 것을 축하하네. 회색의 절대자.

진리에게 정식 보고 및 신청을 해야 하니 자신의 이름 옆에 서명하게.”

“아? 예.”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서명하자 반사적으로 자신도 반사적으로 하려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거 어디선가 분명 경험했던 일인데……. 헉-!’

번개를 맞은 것처럼 뇌리에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신족이 되고나서 그랑조아와 싸우고 카르마의 계약서를 잘못 작성을 하는 바람에 강제적으로 용병신이 되어서 불공정 계약만을 하면서 고생을 죽도록 해야 했다.

신계에 들어갈 때도 주신과 이상한 계약을 해서 결국 개판인 신계를 넘겨받았다.

그 결과 어떻게든 해보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전능의 휘에게 당해서 끝난 것이 과거 신생의 전부였다.

모두 사회경험 부족으로 계약서의 내용을 잘 확인하지 않고 서명을 쉽게 한 덕이었다.

‘계약서만 잘 확인하고 어처구니없이 불리한 사항만 수정을 했었다면 내 운명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런 후회를 수없이 했지만 불합리한 계약으로 인한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의 힘을 얻었으니 바꿀 수도 없었다.

모두 자신의 경솔함이 불러들인 고생이라고 납득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것도 그런 유사한 상황이라 생각하고 문서를 다시 확인했지만 아무 내용이 없었다.

휙-! 휙-!

혹시나 해서 뒤도 돌려보고 그것도 모자라서 권능을 총 동원해서 정밀조사를 했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서열과 이름만이 적혀있을 뿐이다.

지독하게 간단한 서류였다.

‘아-! 하나 더 있었군. 제목…….’

과거의 경험을 바탕삼아서 다신 안 당한다고 내용의 이상 유무만을 확인하다가 아예 없자 허탈해진 회색의 절대자의 눈에 그제야 제목이 보였다.

그리고 멍청하게 그 단어를 읽었다.

“도전장?

10중심이 누구에게?

설마?”

절대계의 최강이면서 각 계열의 정점인 10중심이 모여서 도전할 만한 상대는 오직 하나였다.

하나 누구인지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결론을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고 표정이 완전히 풀어졌다.

회색의 절대자가 문서를 계속 확인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면서 미소를 띠우고 있던 다른 10중심들이 결국 못 참고 웃음을 터트렸다.

“풋-! 하하하핫-!”

“아아-! 나도 저랬지.”

“그립군.”

“그때가 좋았지.”

“흑염의 표정이 제일 웃겼지.

겨우 힘든 수습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서열 4위가 되었다고 좋아하다가 바로 나락이었으니 말이야.

카하하하하-!”

“흠흠-! 모두 너무 웃지 말게.

딱하지 않은가?

허허허헛-!”

그마나 점잖은 웃음을 흘리던 대신도 한참을 웃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허허-!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그대로 전하지.

진리가 말한다.”

이제까지 근엄한 표정만 짖던 대신의 얼굴에 갑자기 장난기가 가득한 악동의 표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바람가는 무가(武家)-!

힘이 곧 정의이며 진리이다.

자신의 의지는 힘으로 관철하라.”

최악의 상황이 예측되어서 심란해 죽겠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인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러나 대신은 마치 진리가 말하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한다.

“힘이 전부인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의무가 있고.”

주변의 10중심들이 한참 싸우고 있는 유일용신제를 딱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정말 불쌍하다는 표정이었다.

과거 유일용신제는 8륜 봉인에 묶여있는 1대 10중심들의 신체에 무모하게 혼자서 도전했다가 패배했다.

그 덕에 진리의 절반정도의 힘을 가졌다고 평가까지 받았던 용신족의 본체는 다시 만든 8륜 봉인의 핵으로 삼아야 했다.

그 뒤로는 화신으로 활동을 하는데 무슨 수로 진리에게 이길 수 있을까?

화신만으로 저 정도까지 강해진 것도 정말 기적에 가까웠다.

“모든 하급자들은 상급자를 이겨야할 책무가 있다.

만약 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언제인가 이 현실에 져서 쓰러질 약자들은 강자의 희생물이 되어라.”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숨을 쉬는 10중심들의 표정에는 삶의 애환까지 담겨있었다.

진리가 말하는 약자의 희생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강자인 10중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진리에게는 모두가 약자였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게 도전하라-!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이들과 귀중한 10중심들이여.”

여기까지 온 대신의 표정은 악동에서 너무나 자애가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희들의 도전은 나의 모든 감정을 담아서 전력으로 부셔 주리라.

그렇게 나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서 너희들의 영원한 목표가 되어 주겠노라.

이런 나를 능가하고 넘어서는 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준 피와 은혜의 유일한 대가다.

나는 진리이노라.”

“…….”

가장 불길한 예측이 현실화된 회색의 귀로 본래의 근엄한 표정을 되찾은 대신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다.

“혹시라도 도전장에 서명하지 않으면 근성이 부족하다고 진리에게 바로 특화 수련장으로 끌려간다네.

바람가의 정식 수련을 10중심용으로 강화한 것인데…….

여기까지 이야기한 대신과 10중심들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자신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도전했었다.

그것이 10중심의 수습 중에 교육받으면서 배운 학습효과였다.

‘진리가 하라면 해야지.

버티어봤자 결국은 하게 되더라.’

하지만 흑염 권능의 영향 탓으로 한없이 멍청해진 흑염의 절대자는 승산도 없는 진리에게 도전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끌려갔었다.

어찌 되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 훈련을 받은 뒤로는 가장 열성적으로 이를 갈면서 진리에게 덤벼들었다.

싸우다 죽겠다는 식의 자포자기식으로 말이다.

가장 강한 신체와 힘을 가진 흑염이 그렇게 될 정도이니 수련과정이 어떤지는 상상이 가는 일이다.

“그것만은 안 받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네.

상당기간 정상이 아니게 되더군.”

“…….”

바람가의 수련은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가볍게 맛을 보았다.

그 수련의 강도는 인내와 끈기라면 누구에게도 안진다고 생각했던 자만감이 송두리째 사라질 정도다.

오로지 기초훈련과 대련의 반복이 반복된다.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쉬지 않는다.

휴식을 하게 되면 수련효과가 어느 정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휴식도 없고 수면도 없다.

간당간당하게 목숨만 절묘하게 붙여놓고 신체 한계를 계속 초월하게 만드는 단련의 연속이었다.

목표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말이다.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수련이 바람가가 ‘혈연유전’으로 강화되어 물려받은 재능도 있지만 1만 년에 1명씩 10중심급의 강자가 나타나는 이유였다.

거부권은 없다.

기초수련을 거부하면 바로 대련으로 간다.

대련조차 거부하면 바로 구타가 된다.

구타는 차라리 죽여라 하고 맞을 수준이 결코 아니다.

특수한 절대기를 사용해서 절대로 못 견디게 한다.

‘그래서 바람가의 수련용으로 파멸유혼검이 사용되지.’

파멸유혼검은 어떤 경우에도 죽음을 주지 않으니 마음껏 때린다.

수련거부는 결국 고통만 증가할 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바로 대신의 말뜻을 이해했다.

‘싸우다 맞나 수련으로 끌려가서 맞나 똑같다.

도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이게 뭐하는 짓이냐?

흑염만 처리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진리에게 도전을 왜 해야 하는데?’

치솟는 울화에 몸이 덜덜 떨리면서도 도전장을 쳐다본다.

문서에 함정도 없고 내용도 없다.

자신의 이름과 제목만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시간도 장소도 없지만 알 수 있었다.

평온한 표정들을 보아하니 서열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진리에게 도전장이 올라가고 여기서 시작이 된다.

이들은 진리가 상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수작을 부려서 늦추지도 않고 담담하게 싸울 것이다.

10중심은 진리에게 도전조차 일상인 것이다.

‘이것이 10중심.

절대계를 지탱하는 10개의 기둥이자 창.

진리가 가장 아끼는 강자들답다.’

이를 악물고서 떨리는 손가락을 수습하고 자신의 이름 옆에 담담하게 서명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10중심.

나는 진리의 자랑이 된다.

그것만이 이제 나의 마지막 삶의 바람.’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망설이기에는 이미 너무나 커지고 높아진 자신이었다.

자신의 위에는 이제 진리 외에는 없다.

진리의 결정과 실행만이 남을 뿐이다.

그 외에는 신경을 쓸 가치도 없었다.

그렇게 도전장의 마지막 줄의 회색의 절대자의 이름 옆에 서명이 적혀갔다.

스슥-!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2대.

그것이 카르마의 부정적인 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름을 영구적으로 봉인한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가 얻은 이름이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서명 옆에 쓴 이름을 쓰고 나서 잠시 후 다른 10중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진리의 즉각 조치가 안 떨어졌다.

‘1대의 회색의 절대자의 이름을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용해도 진리의 개입이 없군.’

‘역시 합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10중심이 되면서 과거의 이름은 사라지고 1대의 이름을 이어받는다.

2대라는 뜻은 1대를 뛰어넘는 강함을 가진 존재라는 증명이기도 하다.

현자계열은 직접 전투력이 약하고 워낙 모호하고 방대한 구석이 많아서 정확한 능력측정이 힘들지만 사용을 허가받았다는 뜻은 자격이 있다는 의미다.

정식으로 사용하고도 무사하다면 진리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아니면 벌써 끝장이 났겠지.’

절대계에도 가끔 진리의 허가 없이 10중심을 제외하고 최강을 자처하는 미친놈들이 나온다.

각 계열의 정점이라는 명예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진리의 시험에 들고 전원 예외 없이 바람성의 벌레로 보내졌다.

‘황금의 입장만 우습게 된 셈이네.’

‘흑염의 반대도 쓸데없는 짓이었고 말이야.’

서열전의 결과를 진리에게 보고하는 도전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회색에게 대신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함을 느꼈다.

‘회색이 진리에게 권능과 마도, 칭호까지 받았다고 했지.

은혜를 받고도 거역하게 된 셈이니 심사가 복잡하겠군.

그럼 곤란하지.’

진리가 바라는 일인 이상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도전의 시행은 된다.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진리와의 전투는 망설임을 가지고서는 결코 버틸 수가 없다.

패배는 당연하겠지만 과정이 문제였다.

도전이 약할수록 진리의 분노를 사서 처참한 꼴을 당한다.

“10중심이 진리에게 도전하는 것을 반역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네.

오히려 충성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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