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3화
22권
검은 구슬이 된 코아들이 영창과 함께 차원이동으로 흑염의 절대자를 폭격처럼 덮쳤다.
하나 방어의 준비는 만전이었다.
이미 한 번 당해서 막을 방법도 확립해놓았다.
시공간까지 잠식하는 자신의 흑염의 권능으로 방어막을 치면 되지만 안전을 위해서 파호톤까지 최대한 키워 전면을 방어했다.
코아가 자신의 몸과 파호톤을 연속으로 격타하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꽈꽈꽈광-!
엄청난 충격으로 자신의 몸이 밀려나는 느낌이지만 거기까지다.
과연 완벽한 흑염의 권능의 방어막은 차원이동으로는 뚫지 못한다.
거기에 파호톤으로 방호한 전면은 충격조차 없었다.
여기에 저 몸 상태로 다시 이 정도의 마도를 사용한 이상 더 이상의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넌 끝장이다-! 어……, 어?”
파호톤을 휘둘러서 전면을 열고서 달려 나가려는데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회색의 절대자의 모습이 너무 멀어져있다.
아니, 급속도로 작아져가고 있었다.
원인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시공간폭탄인 코아들이 연속 폭발이 전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이 엄청난 추진력이 되어 자신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설마-! 관통력이 아닌 추진력?”
시공간을 관통하는 폭발적인 위력으로 발생하는 추진력은 신체적 능력만 가진 흑염의 권능만으로 막아낼 수 없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시공간의 절대권능을 가져야 했다.
아니면 이 마도의 위력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 권능에 당해 심장이 날려진 위치가 생각이 났다.
499주우주 절반 정도의 위치해 있는 주신계였다.
회색의 절대자는 그 엄청난 거리를 회색영역의 외곽에서 순간적으로 저격을 했다.
그럼 지금 자신도 그 이상을 날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499주우주 이상의 사거리-!
이런-! 빌어먹을-!”
황금의 절대자에 의해 전뇌계를 통한 초장거리 이동이 막힌 자신이다.
본신신력 1,000조가 넘는 자신을 겨우 주우주가 초장거리 이동을 시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럼 1개 주우주를 가로지르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은 걸린다.
그 제한을 풀어줄 수 있는 황금의 절대자는 유일용신제와 1대 1의 진검승부중이다.
아무리 황금이 부상을 입었어도 부동의 서열 1위의 저력은 어디가지 않는다.
아무리 유일용신제가 멀쩡해도 이기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열을 가리는 서열전에서 목숨을 걸 리도 없기에 서로 허점을 찾는 지루한 대치중이다.
저러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자신의 초장거리 제한을 해제할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꽈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이 오면서 등 뒤에 바람가의 오리진이 쳐놓은 방어막이 걸렸다.
‘언제 여기까지 밀렸는가?
일단 멈추어졌으니 어떻게든 벗어나야 했다.’
하나 이렇게 단순한 폭발력으로 바뀐 코아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이미 주변은 어떤 권능으로도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시공간이 꼬여있어 지지할 방법이 없어 뒤로 밀려나기만 한다.
여기에 흑염의 신체의 강력함과 방어력을 이용하여 탄환으로 만들어서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더구나 적중된 순간 간이 이그드라실의 권능에 걸려버려서 일부의 물리력만이 활용이 가능했다.
마치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어딘가에 지지할 곳이 있어야 하니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움직이는 흑염의 절대자의 귀로 차가운 선고가 내려졌다.
“절대거리 코아는 본래 초장거리 저격용이 아니다.
영창시간을 벌기 위해 상대와의 거리를 벌리는 것이 목적이다.
널 끝장낼 방법을 생각날 때까지 잠시 저 먼 우주로 사라져라.”
“회색-!”
코아의 무리가 꼼짝 못하는 흑염의 절대자를 덮치는 순간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만든 결계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파가가가가가가가가강-!
“절대거리 코아의 사거리는 1,000주우주 이상이다.
그럼 1,000년 뒤에 보자.
황금이 그 안에 초 장거리 이동 제한을 풀어주기를 빌어라.”
“이 비겁한 회색 자식아-!
10중심답게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이 멍청한 흑염 자식아-!
현자인 회색은 이기면 끝이지 정정당당이 어디 있어?
그딴 헛소리를 당당하게 지껄이니 그 능력으로도 회색이 못되고 결국 흑염이지-!”
“크아아아아-!”
용납할 수 없는 고민을 건들자 분노와 악에 받친 흑염의 절대자의 노성이 울렸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우주공간을 가로지르는 검은 유성이 되어 없이 날려지는 흑염의 절대자의 모습에 방어막을 유지하던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입을 딱 벌렸다.
이그드라실의 공격이 먹히지 않은 이상 회색의 절대자의 패배는 결정되었다.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파호톤이 있으니 결국 누가 승리할지 쉽게 예측이 된다.
그런데 설마 공격이 먹히지 않으니 날려버릴지는 상상도 못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흑염의 절대자를 처리할 수 없었던 코아의 공격이 자신들의 연합하여 만든 방어막을 손쉽게 관통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사실은 아직 10중심들과 자신들의 차이는 꽤 크다는 뜻이었다.
‘아직 아니었군.
우리의 힘은 아직 부족하다.’
나름대로 상황을 정리한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흑염의 저 멀리 사라졌으니 벅찬 방어임무는 끝난 것이다.
그리고 회색을 주우주로 날려버린 회색의 절대자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젠장-! 폭쇄(爆碎) 이그드라실조차 안 통하네.
8개의 절대권능이 신체내부에서 동시에 터져도 안 죽는다니 이게 말이 되나?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이제 어쩐다.
혼합으로 안 되면 융합으로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자료까지 아공간에서 꺼내서 연구까지 시작을 하려는데 익숙하지 않은 말이 들려온다.
“회색의 절대자.”
“…….”
저 멀리에서 대신이 말을 걸고 있었다.
원한은 없지만 은혜도 없기에 무시해도 전혀 상관없다.
그렇지만 황금이 싸고도는 흑염도 처리하기 힘든데 적을 더 이상 늘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어서 대답했다.
“결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뭡니까?”
“상관없어 보이지만 몸은 원상태로 하고 하게.
보기가 상당히 괴기스럽군.”
“음?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파호톤에 의해 머리는 피했지만 몸은 왼쪽어깨부터 사타구니까지 갈라져서 두 조각이 났다.
하도 집중을 하느라 잊은 모양이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꺼내 읽으려고 했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혔다.
회심의 결정타가 효과가 없으니 어지간히 당황했던 것이다.
“흡-!”
가볍게 기합을 넣자 바로 몸이 달라붙는다.
그리고 몸 전체에서 일렁거리는 검은 불꽃이 상처부위에서 타오르던 흑염의 권능을 흡수했다.
자신도 흑염의 일족이기에 흑염의 권능은 그렇게 큰 타격이 아니다.
파호톤이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기까지 치명상이 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머리만 무사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능과 마도면 이 정도야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여기에 각종 치료권능을 총동원하면 순식간이다.
멀쩡하게 돌아온 몸을 확인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번에는 안 되겠다.
아오-! 저걸 끝장내야지 나도 편하게 가는데 정말 지독하게 강한 신체네.
저걸 어떻게 해야 박살을 내지.’
가진 전력의 우열이전의 문제다.
서로 결정타가 없으니 이번에는 끝장내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겠군.’
회색의 절대자가 파호톤의 공격으로 받은 피해를 손쉽게 치료하는 광경에 10중심들이 탄성을 냈다.
과거에 폭주해서 남발한 파호톤에 당한 상처의 치료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은 완치에 몇 억년이 걸렸는데 회색의 절대자는 몇 초도 안 걸리니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현자계열이 재주가 많다고 하더니 과연 정말이군.”
“한 번에 치료가 안 되면 저런 식으로 여러 가지 권능으로 치료하면 되는가?”
“흑염은 현자의 천적이라고 하던가?
그럼 반대의 경우도 되겠지.”
다른 10중심들은 바람가의 오리진들의 방어막조차 뚫고 저 멀리 날아지는 흑염의 절대자를 도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투 중이고 무엇보다 흑염이 그 동안 이런저런 불만만을 이야기하면서 전혀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폭주를 해서 거의 대련수준인 서열전에서 치명상까지 입었으니 악감정이 안 생길수가 없었다.
오히려 한 방 먹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호의까지 생기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대신이 나서서 옆에 의자를 마련해 줄 정도다.
“흑염이 돌아오려면 여유가 많이 있을 것 같으니 여기 앉게.
황금과 유일용신제의 전투를 보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네.”
“?”
갑작스런 배려에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회색을 쳐다보면서 대신이 역시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강함과 유능함은 곧 존중받을 자격이라네.
서열 4위인 흑염의 절대자를 처음의 서열전에서 저렇게까지 몰아넣고 날려버린 강함에 대한 찬사라고 보아도 되네.
그래서 대신(大神)은 새로운 회색의 절대자를 환영하네.”
“……감사합니다.”
무엇인가 이게 아닌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 원한이 있는 흑염도 끝장내지 못하고 있으니 추가로 적을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답례를 하면서 가장 말석이지만 서열 3위인 대신이 직접 만들어준 10중심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마도와 권능에 대한 질문에 성심껏 대답을 했다.
방금까지 서로 이기려고 죽일 듯이 싸우던 모습은 전혀 없고 순수하게 동료에 대한 궁금증이다 보니 입을 다물 수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도 진리에게 거의 공짜로 받은 권능과 마도이니 아까울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주우주 너머로 날려진 흑염이 곧 돌아올 것이니 이들이 최소한 연합을 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서열전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였으면서도 직후에는 전혀 격의가 없는 모습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도대체 10중심들은 뭐지?’
그렇게 영 불편해하는 회색의 모습을 연신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만족스런 미소를 하고 있는 대신이 보고 있었다.
맡고 있는 영역과 임무로 현자라면 질리도록 많이 상대해 보았다.
다만 인식이 안 좋아서 문제였다.
‘거의 전부가 하는 일 없이 말만 많고 시끄럽기만 했지.’
현자들 대부분이 쌓아온 지식과 지혜로 고고한 신념과 이상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런데 신념의 또 다른 말은 상종 못 할 고집통이기도 했다.
이상이야 실현하지 못 할 꿈이기도 하다.
그걸 철저히 현실에서 지키려고 하니 인간관계고 뭐고 상관없으며 주변상황은 보지도 않고 자신이 올바르다고 주장만하고 억지로 관철시키려 든다.
답답한 것은 본인도 그렇지만 주변도 만만치가 않다.
‘오죽하면 현자들이 대부분 산이나 외진 곳에 살까?’
자신의 이상이 세상과 다행스럽게 잘 맞으면 도움이 되지만 다른 경우는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그 독에 본인과 주변까지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했다.
이 문제점을 알 정도의 현자면 신념과 이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스스로 고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회색의 절대자에게는 그런 신념은 고사하고 흑염의 절대자에게 이기기겠다는 목표의식밖에 없다.
그것도 전장의 투신처럼 임기응변이고 즉흥적이다.
또 흑염의 절대자에게 정면으로 달려들다니 현자가 이렇게 무모한 경우는 처음 볼 정도다.
거기에 상황이 불리해지자 바로 날려버리고 자리를 마련해 주자 다른 10중심에게 호감까지 사려고 한다.
지극히 세속적인 현자라는 평가가 섰다.
단어적인 의미는 안 좋았지만 혼자 고고한 현자보다 몇 배나 유용했다.
다른 10중심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이런 저런 권능의 조합에 대한 효과를 알려주고 있진 않는가?
자신들의 계열에만 독보적이기에 다른 계열은 개념만 알고 있는 10중심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진실의 침묵이 절대계의 대표 현자로서 활동할 때는 정말 도움이 안 되었지.’
대화수준이 안 맞는다고 10중심조차 무시하고 진리와 바로 토의하고 하위의 현자들과 토론하기만 즐겼을 뿐이다.
모두 언제인가는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었지만 워낙 똑똑하여 선은 넘지 않으니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본인은 그렇게 싫어하던 흑염의 절대자로 강제로 임명이 되고나서 땅을 쳤지만 다른 10중심들은 얼마나 속 시원했는지 모른다.
그런 현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기에 지금 회색의 절대자의 행동과 언행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10중심이 될 정도의 마도와 권능을 가진 현자가 진리 외에 다른 존재의 말을 공평하게 말을 나누다니 신기하군.
그것도 10중심의 공통의 적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가와 연합하고 바로 전까지 싸우던 적의 말에조차 성실하게 답변하는가?
물론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흑염의 절대자 때문이지만 놀랍군.
과거의 진실의 침묵이었으면 자존심을 세우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지.
그리고 적을 아군으로 바꿀 기회도 버렸겠지.
투신이면 상관없지만 현자라면 낙제점이겠군.
진리가 이런 점에서는 확실하군.
하긴 현자는 본인의 능력보다 주위에 도움이 되어야 하네.
황금이 말한 대로 힘은 확실히 부족하지만 성향이 아까우니 일단 두고 보기로 하지.
개인적으로 부족한 힘은 우리가 조금 더 채우면 되는 일이니 나는 인정하겠네.’
다른 10중심들에게 살짝 의지를 보내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대신이 말한 대로 힘은 약하나 권능의 다재다능함과 이해도는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이렇게 친절한 선생님처럼 설명하고 대답해주는 현자는 절대로 없었다.
무엇보다 상위서열 중 2위인 유일용신제와 3위인 대신이 인정했다.
1위인 황금의 절대자의 반대는 문제가 안 된다.
만약 황금이 끝까지 회색을 배제하려고 하면 2명의 합공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4위인 흑염이 반대를 하면 1위와 4위의 연합이다.
그러나 2위와 3위의 동맹과의 싸움은 위험도가 상당히 높았다.
황금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으니 통과인 것이다.
하위서열인 자신들이야 힘을 기르기도 바쁘니 싸울 생각도 없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10중심에 추가되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고 도움이 되니 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회색의 절대자가 처음으로 정식 10중심으로 인정받고 자리에 앉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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