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2화
22권
그런 의문을 일부가 가졌으나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는 명분을 주어서 같은 꼴이 될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강해지는 것도 좋았지만 저런 꼴이 되는 것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태양의 빛이 잦아들고 여신의 등에 나타난 것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빛의 13쌍의 날개였다.
그 빛의 날개를 치마 속에서 꺼낸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말을 한다.
마치 만족스런 작품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하나 입에서는 삼엄한 경고의 목소리가 지식의 신과 태초의 투신들에게 떨어졌다.
“그러나 투쟁을 포기하고 무리를 지어 안주하여서 약자가 된다면 내가 준 모든 것을 다시 거두겠노라.”
최종선고와 같은 말에 지식의 주신과 태초의 투신들은 뭐라고 항의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창조신과 주신의 힘의 격차는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였다.
마신왕들은 공격력에 치중되어서 방어력이 약하다.
그래서 틈을 노리면 이길 기회라도 있는데 직접 느낀 창조신들의 방어력과 권능은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철벽이었다.
여기에 신체를 순식간에 복원이 가능한 창조력까지 더해지면 말 그대로 주신으로서는 치명상을 줄 수 없다.
정신 상태는 최악이지만 무력은 최고 수준인 이계의 정령신의 합공이 증명한 것처럼 상처조차 줄 수 없다.
여주신들은 자신의 바로 위에서 공개적으로 무참하게 능욕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꼼짝도 못하고 겁만 먹고 있는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을 보았다.
저 모습이 자신들과 겹쳐져서 더없이 오싹해지는 여주신들이었다.
저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는 여주신이라도 앞으로 덤비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최고위 창조신급의 신계지원을 받는 방어전이 아니면 상대할 방법이 없다.’
결국 절대적인 힘의 차이와 우위를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소대로라면 난리를 칠 상황이자만 모두 침묵을 하고 있고 다른 여신들도 모두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게 강제로 제압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의 여신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횡포를 부리는 상황에서도 아무 반응과 말이 없었다.
이제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인정한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은 가볍게 허벅지를 튕겼다.
허벅지 위의 2명의 여신이 그 반동으로 튕겨 올려졌다.
툭-! 탁-!
속성력 강화조치가 끝난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가 아래로 깔려서 떨어지고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이 위로 올려졌다.
발기술에 특화된 신체라서 그런지 1.5배는 될 것 같은 압도적인 부피를 보이는 엉덩이와 허벅지였다.
여기를 치기에는 손바닥이 너무 작아보였다.
한계이상으로 단련된 근력의 엄청난 탄력으로 적절한 자극이 부여될지도 의문이었다.
하나 손은 더욱 크게 위로 올려졌다.
상체도 조금 앞으로 기울여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 바로 깨달은 엔릴이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잠깐만-! 멈춰-! 꺄아아아악-!”
휘이이이잉-! 철써어어억-!
엉덩이를 손바닥만으로 치는 것이 아니었다.
손바닥과 손목, 오른팔의 절반이상이 마치 몽둥이처럼 휘둘러져서 엉덩이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파고들었다.
주신보다 10배 이상의 신체강도를 가진 창조신의 팔이 통째로 엉덩이를 때리는 것은 신기에 직격당한 이상의 충격이다.
그것이 가장 감각이 예민한 부위의 위로 직격으로 떨어졌으니 아무리 독종이라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비명도 못 지르고 바들바들 떨며 발버둥을 치려는 엔릴의 등을 누르면서 말을 한다.
“1년 뒤 주신장의 정식임명식이 있다.
투신인 남신들을 제외한 모든 여신들은 각 분야에서 전력을 다해서 신계의 보완과 환경미화를 실시해라.
필요한 정기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만약 주신계나 다른 주신장의 신계보다 수준이 떨어지면…….”
다시 높이 치켜든 팔이 애원하는 눈빛에도 용서 없이 엉덩이를 쳤다.
휘이이이이잉-! 철썩어어어어억-!
“…….”
엔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뜬 결국 견디지 못하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기절한 엔릴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선포했다.
“여신들 전원을 용서하지 않겠노라.”
여주신들과 여신들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남신들에게 투신의 임무를 전담시키고 신계운영을 모두 차지한 것은 여신들이니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반대하기에는 명분도 힘도 모두 저쪽이 위이니 시킨 대로 해야 했다.
아니, 가만히 넘어가는 것은 기존의 여신에 대한 질서와 우대를 남김없이 부수면서 행동하는 차원의 마도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자신도 저렇게 당할 수도 있고 반항을 할 힘은 더욱 없었다.
그렇게 차원의 신계의 위계질서가 정리되고 태초의 투신들과 투신들은 지금 처음으로 자신들이 남신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절대계의 회색의 절대자와 흑염의 절대자가 최종 승부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최고의 공격기회는 서로의 최대의 오의가 발동되는 순간의 허점이기에 동시에 발동된다.
흑염의 절대자의 파호톤이 기합과 함께 반원을 그리면서 전면으로 휘둘러졌다.
“죽여라-! 소멸하라-! 뇌음(雷音) 파호톤-!”
우르르르르릉-! 가가가가가강-!
들리는 것은 거대한 벼락의 굉음과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을 절반으로 가르면서 나아가는 거대한 검은 도끼의 환영이었다.
그 공격에 걸려있는 것은 완벽한 명중을 자랑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었기에 빗나갈 리가 없다.
결사적으로 발동되는 회색의 절대자의 세계를 남김없이 쪼개면서 직격을 했다.
몸이 양단되는 광경을 보았다.
모처럼 승리의 기쁨이 마음속에서 흘러나왔다.
‘이겼다-!’
하나 그 순간 마도의 영창도 동시에 발동했다.
신체가 2조각이 나는 것과 동시였다.
“폭쇄(爆碎) 이그드라실-!”
온 시야를 가리고 있던 세계수의 환영이 급속도로 시들면서 흑염의 절대자의 몸 안으로 사라진다.
반격이나 방어를 포기한 같이 죽자는 식의 동시공격에 일순 흑염의 절대자의 기세를 억눌렀다.
그 간격의 틈을 파고들어 발동된 공격은 그대로 신체 내부에 작렬했다.
8개의 절대권능의 연쇄폭발이 그대로 몸 안쪽에서 폭발해버린 것이다.
“커어억-!”
아무리 흑염의 신체가 최강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는 내부 타격에 입과 코에서 피를 분수처럼 토해내면서 쓰러져갔다.
그나마 철저하게 강화된 흑염의 신체 덕에 겨우 산산조각이 나는 것만을 피할 수 있었다.
하나 회색의 절대자의 상태는 더욱 끔찍했다.
목에서 사타구니까지 절단이 났지만 아슬아슬하게 머리가 2조각이 나는 것만은 피한 회색의 절대자의 입에서도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크윽-!”
신체내부의 주요장기가 전부 박살난 흑염의 절대자와 몸통이 두 조각난 회색의 절대자역시 거의 즉사에 가까운 타격이지만 물러날 기세는 없었다.
하나 이 정도의 부상회복에는 막대한 신력이 들면서 일순간 무방비가 된다.
그래서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그 상태에서 상대의 대응을 읽을 뿐이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마지막 1위 결정전을 두고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황금과 유일용신제를 제외한 나머지 10중심은 한가롭게 품평을 하고 있었다.
아니, 회색의 절대자의 의외의 분투에 놀라고 있었다.
“1성 폭음도 아닌, 2성 뇌음의 공격을 받았는데 안 죽는군.”
“분명 흑염이 노린 것은 머리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피했어.
이것이 가능한가?’
“완전명중의 권능인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상쇄가 아닌 회피가 가능한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발동된 공격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자신들도 얼마나 저것 때문에 고생했는가?
결국 마지막에 나온 해답은 거의 대등한 위력의 공격으로 맞상대하는 것뿐이다.
물론 최대출력의 위력은 당연히 흑염의 절대자 쪽이 강해기에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파호톤의 최대출력의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흑염의 절대자라고 해도 10발 이하이기에,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여부가 승부의 핵심이었다.
그 정도의 공격력과 방어력과 회복력까지 모두 보유한 것은 상위 서열 3명 정도이다.
그런데 현자계열의 빈약한 방어력으로 회색의 절대자는 직격을 받고도 급소만은 피해서 살아남았다.
물론 몸은 도끼에 찍힌 통나무조각처럼 두 조각이 났지만 살아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의문에 마력을 사용하는 계열의 정점이기도 한 소마(笑魔)가 답을 했다.
“마도에 의한 완전회피(完全回避)로군.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최고위의 마도 중 하나지.”
일순 다른 10중심이 입을 다물고 활짝 웃는 은색가면을 쓰고 있는 소마(笑魔)를 쳐다보았다.
그런 마도가 있으면 왜 본인은 사용하지 않고 항상 상쇄시키는 손해를 감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다는 뜻이다.
그 반응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추가 설명을 한다.
“현실을 왜곡하는 마도의 특성상 동급의 존재에게는 저 정도의 효과가 안 나와.
그런데 흑염의 완전명중의 공격을 일부라도 피한 것으로 봐서는, 순수한 마도가 아닌 다른 권능을 섞어 혼합한 모양이니 순수한 마도인 나는 불가능해.”
“그럼 지금 동시에 절대권능을 3개 이상 발동시켰다는 뜻인가?”
회색의 절대자는 현자계열 최강의 ‘이그드라실’, 마도계열 최고위의 ‘완전회피’, 거기에 이름 모를 절대 권능까지 3개를 동시에 운용한다는 뜻이다.
위력이나 수준을 평가하기 전에 엄청난 연산력이었다.
그 말에 대신(大神)은 고개를 저었다.
“‘이그드라실’은 8개의 절대권능의 동시 연산이 필요하지.
그럼 총 10개라네.”
“10개…….”
14써클의 절대권능을 동시에 10개를 영창을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연산력이다.
이그드라실과 마도, 신의 권능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모든 계열을 사용가능한 모양이다.
물론 10중심들이 직접 사용하는 위력은 아니지만 거의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나하나는 치명적인 위력은 없었지만 합치니 예측이 불가능하여 상대하기 지극히 곤란했다.
직접 보니 자신들도 무시할 수 없는 성능들이다.
저것들을 혼합하거나 융합하면 어떤 권능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든 뜻이 된다.
차라리 예측가능한 절대적인 공격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와 싸우는 것이 나았다.
대신(大神)은 긴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전장을 주시하면서 말을 했다.
마치 남의 말을 하는 말투였다.
“회색의 절대자는 전능은 아닌 만능의 현자이기에 정점이다.
만능은 모든 것을 거의 할 수 있지만 부족하여 다른 존재의 도움이 필요하다.
본래 현자는 다른 계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움으로써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그래서 다른 존재를 적극적으로 살필 수밖에 없는 만능의 현자가 가장 크게 현실에 기여한다.
그런 이유로 너무나 강하고 유능하여 전지전능한 현자였던 ‘진실의 침묵’은 결코 회색이 될 수 없다.
도움이 필요 없기에 돕지 않기 때문이다.
흑염에게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절대 납득을 하지 않는다.
누가 현자가 아니랄까봐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이렇게 자신에게만 관대한 주제에 무슨 현자의 정점인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흑염이 딱 알맞다.”
“…….”
과거 최고의 현자였기에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노리는 흑염의 절대자가 들으면 미쳐 날뛸 말이다.
너는 너무 똑똑하고 유능해서 남의 말도 듣지 않고 도움도 필요가 없으니 결국 남을 돕지도 않을 것이다.
너무 똑똑하고 강하니 너는 탈락이라고 하면 누가 납득할 것인가?
자신들도 이해할 수가 없다.
대신도 그 점이 껄끄러운지 한마디를 추가했다.
“‘진실의 침묵’을 흑염의 절대자로 강제로 임명하고서 진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더군.”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진리가 말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기본적인 상식부터 시작해서 목표까지 아예 상상을 초월한다.
상식은 상을 주면 벌도 같이 주고 도움을 주면 방해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약주고 더한 병을 주는 식이다.
‘영원한 행복’이란 어처구니가 없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신들의 고초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더 황당한 것은 모든 문제가 상관이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들과 영원체들에게 추진을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들도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런 것 같군.”
“그런 모양이지.”
“그런가 보지.”
“그래야 하겠지.”
“그럴 수도 있지.”
각자 말은 다르지만 억지로 이해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깨달음이다.
말로 설명하고 이해 못하고 반문이라도 하면 바로 폭력으로 나오는 진리에게 따져보았자 두들겨 맞기만 할 뿐이다.
‘머리로 이해 못하면 몸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던가?’
10중심까지 되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구타당하고 쓰러져서 끙끙 앓는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전장에서 변화가 생겼다.
“또 뭔가 할 모양인데?”
“허허-! 신기한 몸이로군.”
“대단한 생명력이다.”
회색의 절대자가 몸이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또 다시 마도를 발동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투신이라면 결코 하지 못할 재주에 신기할 뿐이다.
두 조각이 난 몸 주위에서 시공간폭탄인 코아들이 또 다시 뭉쳐서 구슬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절대거리(絶代距離) 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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