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40화 (351/2,000)

제 440화

22권

한없이 거대하게 자라나던 거목의 환영이 급속도로 시든다.

아니, 쩍쩍거리면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환영이 아니다.

이그드라실을 발동시켰다가 강제로 부정하고 취소시켜 붕괴되고 있다.

영원체를 봉인하기까지 하는 강력한 절대 봉인은 다른 의미로는 영원체조차 소멸시킬 수 있는 세계를 파괴하는 폭탄이 된다.

이것은 시공간폭탄이 아닌 세계를 파괴해서 생기는 파괴력이기에 그 피해규모와 위력도 미지수다.

세계파괴의 마도이니 세계에 속한 존재라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일단 발동되면 피해영역에 포함된 현실은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멸망으로 향한다.

그 영역에 절대계 전부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장담을 할 수 없다.

대충 위력을 짐작을 했는지 옆의 후손들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시공간 폭탄을 넘어서는 세계파괴 폭탄?

이런 것을 정말 쓰는 존재가 있었어?”

성가(聖歌)와 같은 장엄한 영창에 이어진 인생 한탄과 같은 추가 영창이 끝나고 거목의 환영이 백열하면서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척 보아도 터지기 직전이다.

이미 취소는 불가능하다.

거목의 상태를 지켜본 회색의 절대자가 흑염의 절대자에게 선언한다.

“세계의 모든 질서의 붕괴를 부르는 14써클의 현실부정의 마도 ‘불공정한 세계’다.

이걸 쓰게 된 것은 흑염의 절대자 너의 탓이다.

완벽하게 발동되면 절대계의 절반은 끝장이니 잘난 파호톤으로 잘 상쇄시켜 보아라.

건투를 빈다.”

파아아아아악-!

나무의 환영이 더욱 확대되면서 흑염의 절대자를 집어삼킬 듯이 팽창한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를 영역에 넣자 거체를 중심으로 바로 축소를 시작한다.

저 환영의 축소가 끝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화아아아-! 10중심이면서 가차 없이 절대계를 끝장내려 하네요.

인정사정도 없고 제정신도 아니에요.

진리 할아버님에게 무슨 꼴을 당하려고 저러는 걸까요?

절반을 날려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걸까요?

어라? 자동으로는 못 버틴다고요?

설마 저의 결계가 공격여파 정도를 못 견딜 리가 없는데요?

아아-! 정말이라고요?

그럼 가요.

다시 물으러 오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상대를 안 해주자 옆에서 까불며 혼잣말을 하던 후손도 다급하게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결계를 중첩시킨다.

그리고 추가로 긴급 호출한 바람가 오리진 2명이 결투 장소의 아래와 위를 틀어막자 전력으로 현실부정의 마도를 불러일으켰다.

일단 자신들의 의무는 10중심들의 절대적인 무력에 의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신력 1,000조를 넘는 절대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마음 놓고 날뛰기에는 절대계조차 힘겨운 것이다.

그래서 바람가의 주된 임무가 저들이 결투를 벌일 때마다 여파를 감소시키는 것이 될 정도이다.

여파를 막는 정도이지만 위험도는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였다.

‘민폐덩어리들 같으니라고-!

절대계에서 맡고 있는 임무만 아니라면 제일 먼저 처리해야할 대상이다.’

10중심들이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장래의 위험요소라고 낙인찍었다면 저들의 힘은 이미 현실적인 위협이었다.

어린 시절 오리진이 되어 두근거리면서 나선 현실은 아무 대가도 없고 위험하고 경계만 사는 부질없는 업무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바람성에 처박혀서 수련만 했는데 순간적인 감정을 못 참았더니 또 이런 꼴이다.

자신이라도 이 충돌을 온전하게 감당하려면 상당한 부상을 감수해야 할 것 같았다.

‘이놈은 언제나 마지막은 사고치고 남의 탓하고 책임을 떠넘기지.

이러고도 지기만 하면 가만 안 둔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살아남을 확신만 있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위험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투지였다.

축소되어가는 이그드라실이 폭파되면 권능의 발동시킨 주인이고 뭐고 상관없이 전부를 말소시킨다.

그런데도 확실한 승리를 위해 자리를 피하지 않고 코아를 더욱 자욱하게 만들어가면서 폭풍으로 만들어 밀어붙이고 있었다.

물론 이런 자잘한 공격의 여파는 모두 주신계의 경계로 보내져서 방어막을 난타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일격의 충돌을 방어하기 위해서 다른 자질한 공격은 모두 무시하고 주우주의 경계로 날려버린 것이다.

덕분에 방어막 보강에 동원된 모든 주우주의 창조신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주우주의 방어막이 철벽의 성벽이 되어서 절대계의 어떤 강자라도 침입을 막아왔는데 10중심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직접 공격도 아닌 10중심들의 서열전이나 결투에서 결계를 치고 피해를 막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미처 처리 못한 여파의 잔재만으로도 그대로 붕괴직전이다.

“또 방어막이 소멸한다.

빨리 복구해-!”

“조금만 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어서 막아-!”

모두 창조신의 체면이고 뭐고 갑자기 전장에 밀어 넣어진 말단 하위신이 된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전원이 직위여하를 막론하고 시공간 폭탄인 코아에 닿자 바늘에 찔린 비눗방울처럼 터지려는 방어막의 보수에 여념이 없었다.

이 방어막이 없으면 자신들이 끝장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탓이다.

거기에는 물론 499주우주의 창조신장인 승가람마와 진멸, 다른 창조신들도 있었다.

이것이 영원체님들의 긴급소환으로 주신장전의 일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황급하게 자리를 떠난 이유였다.

그런데 설마 창조신의 신체조차 먼지로 날려버리는 시공간폭탄의 폭풍우를 만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맙소사…….”

“이게 10중심인가?”

거기에 파호톤의 일격의 여파는 영원체님들이 힘을 합쳐서 직접 막고 있는데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공격을 방어했는데도 발생한 충격파에 후방지역의 주우주의 방어막이 마치 종이처럼 찢겨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영원체들의 신체가 흑염의 파괴력에 영원성을 잃고 훼손되는 모습은 마치 꿈과 같았다.

창조주인 영원체들이 이정도니 창조신들은 거의 스치기만 해도 죽어 나간다.

그러다보니 창조신장들조차 거의 패닉 상태였다.

신족의 수명은 영원하나 대부분 1억년이 1세대다.

10억년 만에 발생한 10중심들의 결투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자료가 아닌 실제로 보니 저런 권능과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니 입만 딱 벌려질 뿐이었다.

499창조신장인 승가람마와 진멸도 나름대로 절대계의 수라장을 거치면서 더 이상 기가 죽거나 놀랄 일이 없다고 자신했었다.

대신족과 종족결정전도 10억 년을 싸우다 보니 이제 만성이 되어서 지루할 정도였다.

그런데 10중심의 결투에는 아예 정신이 멍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여기저기서 울리는 자신들과 동급인 창조신들의 비명소리와 신체가 터져나가는 폭음소리에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피해-!

닿으면 안 된다.”

퍼어어어억-!

또 근처의 창조신의 신체가 코아에 닿아서 먼지로 변하면서 사라졌다.

신령은 무사하지만 절대로 쉽게는 재생이 안 될 타격을 받았는지, 비명을 지르면서 1주우주의 창조신장계로 소환되었다.

499주우주의 창조신이 다른 창조신에 비해 1써클 정도 강하다지만, 감히 시험해볼 용기는 없었다.

애초에 영원체님들이 만든 주우주의 방어막이 무너진다는 것이 상식 밖이었다.

꿀꺽-!

자신들도 모르게 크게 침을 삼키면서 이제 아예 모래폭풍이 되어서 방어막을 덮치는 코아의 무리를 보았다.

저것은 결코 창조신들이 아무리 모여도 막을 권능이 아니었다.

영원체님들이 만드신 방어막에 기대어서 겨우 버틸 정도다.

방금 도착했지만 방어막이 무너지면 끝장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다급하게 방어막의 보강에 달려들었다.

그렇게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이 10중심들의 결투의 여파에 말려들어서 처음 겪을 정도로 위기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 사태를 알지 못한 차원의 마도신은 아직도 주신계에 위치하고 있는 차원의 신계로 복귀하여 바로 주신전으로 향했다.

특위 주신장들이 가진 자료를 회수하기 위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래서 본인의 창조력과 연계되어 있는 이계의 정령신들과 다른 여주신들의 전면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절대로 쉽게 협조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신족이라도 창조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무 쓸모없는 막노동에 가깝고 뚜렷한 상승효과도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괜히 갈수록 창조력이 강한 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강제로라도 해야 했다.

물론 통하지도 않는 좋은 말로 설득하기도 이제 슬슬 지겨워서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결심은 하고 있었다.

“…….”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고 주신전에 차원 신계의 주신들을 호출하여 모아놓고 살펴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모두 도움이 안 될까?’

주신들의 창조력이 정말 신족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족하다.

물론 일부는 다른 일반주신들에 비해서 높은 편이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다.

죽어라고 전투력만 높였다는 증거였다.

그나마 도움이 될 이계의 정령신들은 주신장전 전의 패배에 원한이 생겼는지 자신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이건 기회만 생기면 덤벼들 기세다.

정령주신들이야 아직 신체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으니 높은 수준의 창조는 무리다.

자신의 차원의 권능의 강화시켜 가지고 있는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와 비사창천(飛巳蒼天) 쿠르카나만 아주 약간 도움이 될 정도다.

환수주신들은 귀하게만 자라서 복잡한 창조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

거신족의 주신들이야 신체능력과 전투력만 높지 창조에 관련된 권능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보니 전원 전투력만 높지 창조력은 바닥이었구나.

이건 보기만 좋지 먹으면 죽는 독 사과일세.’

더구나 신들의 태도도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 이번 주신장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행시킨 일에 단단히 심사가 꼬인 모양인지 눈도 안 마주친다.

공을 세워 인정받기 위해서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주신계의 예비 창조신들과는 천지차이다 보니 적응이 안 되었다.

‘두통이…….’

주신계와 차원 신계의 괴리감에 신족에게 있을 리가 없는 신체적 이상증상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

주신계에서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지만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굴을 가린 로브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 고생을 하고 주신장이 되었지만 말만이라도 축하를 하는 주신도 없다.

대놓고 집단 항명할 태세다.

‘물론 갑자기 전쟁에 끌어들인 셈이 되었지만 이건 너무한 것이 아닌가?

이것들을 어쩐다.’

이제 주신장이 되었으니 주신의 처리정도면 뭐라 할 존재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 회색이 미쳐 날뛰는 꼴을 보니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자 갑자기 신체에서 검붉은 투기가 방사되기 시작했다.

아니, 검은 불꽃이 되어 타오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내면의 급격한 감정의 변동과 통제하던 연산력이 고민으로 소요되자 흑염의 권능이 발동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정작 본인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후우우우우웅-!

‘뭐-!’

‘뭐야?’

‘전투태세? 왜 갑자기…….’

주변의 주신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위험천만한 주신장전으로 또 다시 신계가 위험에 처했다.

다른 신계라면 1억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신계 붕괴의 위기가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른다.

신계가 거의 박살난 것이 2번이었고 이번에는 창조신이 단독으로 공격을 해오기도 했다.

이게 모두 갑자기 급격한 발전과 출세를 목표로 움직인 차원의 마도신덕분이다.

주신장전이 승리로 끝나서 천만다행이지, 자칫했으면 예비 창조신 수십 명이 포진하고 있는 주신계과 전면전을 벌일 뻔했다.

아무리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이 강해도 무리다.

모두가 집합명령이 내려와서 단단히 따지고 멋대로 행동하지를 말라는 다짐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한참을 아무 말도 없더니 갑자기 저 끔찍한 투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설마? 설마?’

나름대로 이번 일을 주도한 지식의 주신의 눈빛이 흔들렸다.

주신들의 무엄한 반응에 대화나 회의는 고사하고 바로 전투준비다.

이건 단단히 마음을 먹은 증거다.

‘주신장이 된 시점에서 대숙청을 한다고?

마신족도 그러지는 않는데, 설마?’

서로 약점을 잡고 사과니 뭐니 하는 이런 어쭙잖은 정치놀이는 신족만이 한다.

마신족이라면 부하들이 전원 반기를 들어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오로지 힘의 우열만을 겨룬다.

마신족의 기준에 의하면 상위의 신격을 가진 지금이 숙청의 적기이기는 했다.

하나 차원의 마도신은 그래도 빛의 신족이지 않는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악화되어갔다.

구구구구구궁-!

차원의 마도신의 투기에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도 반응했다.

그녀들도 최고수준의 투신들이기에 거의 자동적인 반사다.

수십에 달하는 주신들의 투기가 합세하여 흑염의 투기에 맞선다.

‘정말 전투를 할 기세다.

이건 말도 안 돼-!

대화도 하기 전에 왜 모두 바로 전투태세야?’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이 된 차원의 마도신과 강대한 신계관리주신들이 싸우면 신계는 어떻게 될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붕괴직전에 몰린다.

별다른 수작도 부리지 않고 몇 마디만 해서 단체 활동을 유도했지만, 화약에 불을 붙인 것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 기가 막힐 뿐이다.

태초의 투신들의 다급한 의지가 날아들었다.

‘이……, 이봐?

이건 뭔가 네가 예상한 상황과 다르잖아?

우리가 힘을 모으면 아무리 주신장인 신계주신이라고 해도 일단 물러설 것이라면서?

유리한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우리는 어쩌지?’

‘대기해-!’

이건 모두 최고의 주신장이자 투신이라는 전능의 휘를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이 물리치면서 자신감이 생긴 탓이다.

직접 싸워보니 창조신이라도 감당할 수준이란 판단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 전부를 끌어들인 주신장전을 하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공통적인 불만도 생긴 이유도 컸다.

이번에 잘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목줄을 걸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식의 주신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신왕이었던 과거도 알고 있으니, 나름대로 약점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무엇인가 어긋나고 있다.

‘이대로 전투가 벌어지면 안 된다.’

모든 부하들이 반대하면 당연히 신계주신이 한발 양보해야 하는데 이건 잘되었다고 바로 처리할 기세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한 가지 정보와 예측이 떠올랐다.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는 회색의 절대자다.

회색의 절대자는 자신에게 무례한 회색영역의 지배자들을 모두 죽이고 지배세력들을 모두 일소하기 위하여 대신족까지 끌어들였다.

미친 회색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10중심과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나 미래나 결국 하나의 존재이기에 만약 차원의 마도신이 힘을 가지게 된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의 편이었다가 중립으로 돌아선 이유였다.

더 강해지기 전에 나름대로 안전수단이라도 강구할 생각이었는데 판단착오였다.

‘지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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