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8화
22권
슥-!
그것은 아무런 기색도 없는 하나의 동작이었다.
잔상도 공기조차 갈라지지 않았다.
하나 흑염의 절대자의 외침과 함께 등 뒤로 메고 있던 양손도끼는 언제인지 누구도 모르게 앞의 바닥에 닿을 듯이 떨어져 있었다.
가장 앞에서 상대하고 있던 전능의 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나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을 했다.
그리고 작은 소리를 들었다.
파삭-!
무엇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균열은 흑염의 절대자의 등 뒤에서 앞으로 휘둘러진 것 같은 궤적을 따라서 땅을 향하고 있는 파호톤으로 향했다.
파호톤에 그 균열이 닿은 순간 우주가 갈라졌다.
파가가가가가가가각-!
끝도 없이 세계를 양단시키는 파괴력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거대한 칼이 두부를 가르듯 흑염의 절대자의 전면의 전부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반으로 갈려진 세계의 중심에는 전능의 휘가 있었다.
아니,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신체가 저 인식불가의 속도를 가진 공격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세계와 똑같이 반 토막으로 변하는 것만은 면했지만 즉사만을 겨우 피한 정도다.
오른쪽 어깨와 오른팔 다리가 잘려져 날아오르고 그래도 저항을 한 신체는 힘을 못 이기고 그대로 링에서 튕겨져서 장외로 떨어진다.
이미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에 정신도 날아가 버린 상태다.
꽝-!
링 밖으로 떨어진 전능의 휘는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파호톤에 절단된 부위에서 검붉은 화염이 피어오르면서 잠식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흑염의 절대자는 파호톤을 다시 취소했다.
양단을 하지 못하고 즉사시키지 못한 것이 걸리지만 저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 주우주의 창조신정도는 무조건 소멸을 한다.
가진 흑염의 신력과 신체가 너무 약해서 자신정도의 숙련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파호톤을 구현할 수 없을 정도다.
장시간은 유지할 수 없었다.
화아아-!
“후우우우-!
누가 최강의 공격인지 이제 알겠는가?
불가해의 8시조여.”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는데 그 순간 주신계의 신계 자아가 승부의 결과를 알린다.
“전능의 휘님의 장외패와 전투불가의 판정으로 주신장의 승부가 났습니다.
차원의 마도신님의 승리입니다.
주신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저 영웅신이란 놈의 싹수가 없는 말과 돌아가는 사태에 열이 받아서 강림을 해서 처리를 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냉정이 돌아왔다.
잘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겨우 주신장전에 자신이 나서다니 황금과 다른 10중심들에게 두고두고 놀림이 될 건수였다.
“날 이용해 먹었군.
서열 10위인 회색의 과거가 겨우 주우주의 주신장의 직위 때문에 다른 10중심들을 끌어들여?
그것도 상위서열인 4위인 나를 본인도 아닌 과거 주제에?
네놈이 정말 제정신이냐?
뒷감당을 할 자신은 있느냐?”
꽈아아악-!
이마에 부착한 창조신의 보석을 흑염의 절대자가 꽉 움켜쥐었다.
이 안에 있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의 신령이다.
아직 편법인 마도로 죽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부수면 소멸까지 된다.
하나 창조신의 보석에서 유들유들한 대답이 들려왔다.
“제가 할 일은 이미 끝났습니다.
10중심의 뒷감당이야 같은 10중심인 미래의 제가 알아서 하겠지요.
도움은 감사드립니다.
저 전능의 휘는 도저히 자력으로는 이길 방법이 없었는데 덕분에 이겼습니다.
빚으로 생각하지요.”
“……아주 미래나 현재나 쌍으로 똑같이 미쳤구나.”
무엇을 믿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여유로운 반응에 일순 멈추었지만 곧 이유를 짐작하고 강림하기 전에 조치하고 온 사항을 꺼냈다.
“회색은 절대계에서 못 온다.”
“?”
“서열 4위인 나의 권한으로 내 밑의 하위 서열 전부를 지금의 서열전이 끝날 때까지 모든 10중심의 초장거리 이동지원을 금지하고 왔다.
이제 나의 상위서열인 황금과 유일용신제, 대신을 제외하고는 절대계에서 나올 유일한 방법은 자력이동뿐이지.
그 잘난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마찬가지다.”
“!!!”
“498개의 주우주를 각 영원체의 허가를 받으면서 가로지르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아무리 차원의 권능이 기동력이 대단하고 해도 100년? 10년?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놈이 도착하기 전에 너는 반드시 소멸된다는 점이다.”
꽈드드드득-!
흑염의 절대자의 손아귀에 잡힌 창조신의 보석이 바로 으스러질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감히 10중심을 하찮은 직위를 얻기 위해 이용한 대가를 받으라.
차원의 마도신-!
미친 회색도 곧 같이 보내주마.”
흑염의 절대자인 자신이 직접 흑염 일족의 힘을 100배 이상 끌어올렸는데 어떤 물질도 견딜 리가 없다.
하나 이 창조신의 보석은 견디어내고 있다.
우둑-!
조금만 더하면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금조차 가지 않는다.
그렇게나 우습게 여겼던 주우주의 창조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을 절대계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자신이 파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주우주의 창조신 놈이 이정도의 창조가 가능하다니?
이건 과거의 나도 불가능한데…….’
본신이 아닌 비록 강림이라고 해도 전력으로 파괴하려는 흑염의 권능 앞에서 물질이 버틴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했다.
과거 절대계의 최고의 현자라고 칭송받던 시절에도 불가능한 위업이었다.
창조신의 보석에서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잊으셨습니까?
저 역시 흑염의 일족입니다.
저의 창조력이 포함되면 흑염의 권능에 어느 정도의 면역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신력을 다시 확인해 보시죠.”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가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1,000조의 신력을 운용하던 자신의 감각으로는 신력이 아예 없었다.
냉정하게 한참을 측정해야 할 정도다.
“겨우 50억 미만이라고?
이런 본신신력이 어떻게 내 강림을 버티고 있을 수 있지.
아니, 바람성의 영원의 심판에서 1조가 넘게 흡수한 흑염의 권능은 다 어디가고 이런 벌레보다 못한 수치가 나오나?”
비유가 아니라 이건 바람성의 벌레보다 한참 못했다.
다시 상황을 생각해보니 강림을 시도한 순간부터 마력으로 신력을 증폭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증폭을 그만두자 바로 이렇게 떨어진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벌레보다 못한 신력이라는 말에 씁쓰름한 대답을 했다.
“주우주에서는 그렇게까지 낮게 평가받을 신력은 아닙니다.
이 정도면 주신이라고 꽤 인정받는……, 하긴 절대계에는 창조신미만은 투신으로 감안하지도 않지요.
남은 흑염의 권능은 성멸의 제조에 다 집어넣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잘한 건지 아닌지…….”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은 대신족이라는 신분과 행성보다 거대한 신체, 신멸의 신력의 특성 때문에 대량파괴를 위한 전략병기와 같아서 사용하기가 극히 제한된다.
그것을 제외하고 전능의 휘와 싸우면 필패였기에 미래의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패배를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자신도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도 신체를 2번이나 날려먹었다.
접근전으로 최후의 수단인 흑염의 신체조차 안 통했으니 이길 방법이 없다.
하나 강림한 흑염의 절대자는 겨우 50억의 본신신력으로도 파호톤의 일격으로 전능의 휘를 박살내버리자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마도에 제한이 받더라도 폭혈과 파호톤을 쓸 수 있게 1,000억 이상 흡수를 할 것을 잘못했나?
그나저나 정말 흑염의 직감은 악질이로군.
가장 중요한 함정이었던 성멸의 에고 아유타를 전능의 휘와 같이 제압한 것인가?
괜히 꺼내놓았군.
하지만 덕분에 전능의 휘를 소멸시키지 않았으니 다행이군.’
전능의 휘가 아무리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영웅신이라고 해도 직감의 절대권능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서 직격을 피할 수 없다.
다만 흑염의 절대자에게 유일한 위협이라 판단되고 있는 성멸까지 동시에 치느라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었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다.
그때 자신은 전능의 휘를 끝장내는데 집중하느라 성멸의 조종을 못하여 피하게 할 수 없다.
그 결과로 멀리 창조신들의 개입을 막기 위해 세워 놓은 성멸의 오른팔이 잘려있었다.
방금 발동된 폭혈 파호톤의 힘이었다.
다른 타격은 없지만 저렇게 한 손이 없으면 에고 아유타는 당연히 발동을 할 수 없다.
가가가가가가각-!
아직도 모든 것을 양단하는 파호톤의 파괴 여파는 끝나지 않고 저 멀리 우주까지 향하고 있었다.
전능의 휘를 거의 반타작내고 성멸의 팔까지 잘라버린 파호톤의 위력이 전혀 줄지 않고 뻗어가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였다.
공격의 궤도에 있던 창조신들도 기겁을 하고 피하기만 한다.
저런 힘을 포기하고 마도를 유지한 결과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니 정말 잘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창조신의 보석을 힘을 주고 파괴를 하려던 흑염의 절대자가 잘 안되자 성질이 나는지 바로 이마에 떼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따아아아아아악-!
‘큭-!’
당연히 멀쩡하게 링의 바닥에 튕겨서 튀어 오른 창조신의 보석을 살기어린 눈으로 쳐다보면서 흑염의 절대자는 손에 투기를 집중시키기 시작한다.
“아오-! 열 받아.
어디 파호톤에도 견디나 보자.
어……, 어라?”
손아귀에 집중되던 투기와 살기가 유형화되지 않고 산산이 흩어졌다.
마력으로 신력증폭을 하지 않고 파호톤을 구현하기는 너무나 신체와 신력의 힘이 부족한 것이다.
“휴우-! 50억의 신력을 가진 저의 흑염의 신체로는 무리인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설마 마도신인 제가 아무 대책 없이 강림을 받아들였겠습니까?
제 흑염의 신체로는 이 창조신의 보석은 파괴불가입니다.
물론 직접 오셨으면 간단하겠지만 흑염의 절대자가 주우주에 직접 개입을 하는 것을 황금의 절대자가 허락을 할 리가 없지요.
보나마나 가장 먼저 주우주의 직접이동을 금지 당하시지 않았습니까?
불신을 받는 하위서열은 어디서나 힘든 법이죠.
유일용신제님은 아무 주우주라도 잘 다니시던데 평소에 좀 잘하시면 좋지 않습니까?”
“이이이이놈-!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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