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7화
22권
역시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대답에 분노한 전능의 휘가 소리친 것과 움직인 것은 동시였다.
“이제 알지 못할 소리는 닥쳐라-!
그리고 죽어라-!”
파파파파파파파파팍-!
갑작스런 파도소리가 링에 울린다.
너무나 빠른 몸동작에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였다.
앞으로 정권지르기와 발차기를 교차하면서 전진하는 모습에 겹치는 수없는 동작의 잔영이 분신처럼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 분신의 파도가 부딪치려는 것은 흑염의 신체였다.
공격에 대응을 하려는 양 팔을 파도의 잔재와 같은 일부의 잔영으로 튕겨 내버리고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 앞에 무수한 분신과 같은 모습이 겹쳐지고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철썩-! 우둑-!
약간의 소리와 함께 흑염의 신체가 동작을 멈추었다.
조금만 하면 양손으로 전능의 휘를 붙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으나 대량의 피를 토하면서 뒤로 쓰러져 간다.
1만 발 이상 동시 연속공격의 충격에 내부가 완전히 으스러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내장가루가 섞여서 토해진 피를 뒤집어 쓴 전능의 휘가 가늘게 숨을 가른다.
“후우우우우-! 1만 발의 연속 집중공격.
분명히 명중했다.”
양 주먹과 발끝을 통해 전해진 감각으로 승리를 자신했다.
이것으로 저 흑염의 신체는 끝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큰 소리를 내면서 링 바닥에 쓰러진 신체에서 더 이상의 투기나 살기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창조신의 보석은 비록 이마에 붙어있었지만 멀쩡할 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다.
땅에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빛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빛난다.
쿠우우우웅-! 우웅-!
차원의 마도신의 신령이 담긴 창조신의 보석은 공격 순간 분리해서 무사했는지 더욱 강한 빛을 뿌린다.
그리고 마치 다시 시작이라는 듯 마력의 원이 움직이는 광경을 보자 속에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젠장.
지긋지긋한 놈-!’
이미 육체를 박살낸 것이 2번째다.
하나 신력에는 조금의 영향도 없고 오히려 더욱 강성해져서 덤빈다.
아무리 보아도 근원의 칭호의 효과가 같은데 마땅하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1만 발의 연속공격을 이렇게 쉽게 성공시키다니 멋지군요.
과연 불가해의 8시조이며 전능일족의 영웅신 다우십니다.”
찬사인지 비아냥거림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마력의 지원으로 내부가 곤죽이 되어 죽어가는 흑염의 신체가 진동을 하면서 투기가 되살아났다.
‘정말 지긋지긋한 생명력과 신족으로도 어처구니가 없는 전투로군.’
하지만 어긋난 육체감각이 엄청난 강적과 싸우느라 더없이 날카로워져 제어력이 많이 돌아와 있었다.
더구나 연속공격의 집중이라는 정확한 공략방법도 안 이상 흑염의 육체와 싸워도 질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무엇으로 덤빌 것이냐?
다시 흑염의 신체를 재생해서 시도해볼 것인가?
기다려 줄 것이니 덤벼보아라.”
아마도 마력으로 복원을 하고 있는지 창조신의 보석에서 검붉은 마력이 흑염의 신체로 스며든다.
저 상처가 단숨에 회복되는 것을 보니 신체의 강력함도 그렇지만 역시 저 창조력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하나 아무리 회복하고 달려들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주신장전의 초반의 수치를 남김없이 청산할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역시 예측불허의 대답이 돌아왔다.
“쿡쿡-! 설마요.
이미 실패한 방법을 계속 시도할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잘 넘어가지 않을 나무를 계속 찍고 있을 여유도 없습니다.
이렇게 흑염의 신체를 정면으로 부수실 정도로 강하신 덕분에 저의 의뢰는 성공입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직접 상대하기를 원하십니다.
아참-! 소개해드리지요.”
회복을 완료한 흑염의 신체가 가벼운 동작으로 몸을 튕기면서 링 위에 바로 선다.
탁-! 툭-!
저 육중한 몸무게가 움직이기만 하면 링 전체가 울려야 하지만 몸 전체가 공중에 뜨고 내려서는데 마치 깃털이 내려앉는 것처럼 아무 진동도 없다.
맹수처럼 거칠고 힘만 있던 이제까지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가볍기 짝이 없고 그리고 믿을 수 없지만 더없이 품위가 있었다.
완벽하게 절제되고 단련된 움직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나 자신이 단순한 몸동작에 감탄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야? 이거?’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절세의 미녀가 일반적인 미녀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낄 리가 없다.
최고의 육체권능인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자신이 타인의 몸동작이 아름답다고 생각될 정도로 절제되고 다듬어진 자세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섬뜩한 예감이 울린다.
이건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규격외의 무엇인가였다.
웃음을 참기 힘든지 피식거리는 차원의 마도신의 장난 같은 소개가 계속 들려왔다.
“훗훗-! 언제나 폭주위험이 있는 광전사와 힘으로만 날뛰는 맹수들의 두목이십니다.
그리고 최강의 공격력이라는 아무 쓸데도 없는 타이틀을 되찾기 원하시는 도전자가 되시겠습니다.”
자신이 흑염에 대해 내뱉은 말이다.
그리고 전능일족의 영웅신인 자신과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을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설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고 명분도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하나였다.
‘설마! 설마! 흑염의 절대자라고?’
절대계의 폭력의 상징이며 10억 년 전의 서열전에서 폭주하여 다른 10중심들을 치명상으로 몰아넣고 서열 4위가 된 절대적인 강자다.
그때 무사했던 것은 서열 1위 황금(黃金), 서열 2위 유일용신제(唯一龍神帝), 서열 3위 대신(大神)과 같은 부동의 강자들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1억 년 이상의 장기 요양이 필요한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
자신과 흑염의 절대자와의 격차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10중심 종합서열 4위이지만, 근접전만은 서열 1위이신 루카 에일레스 2대의 강림이십니다.
이렇게까지 잘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모두 전능의 휘께서 너무나 강하시고 말을 잘하신 덕분입니다.
진실로 감사드립니다.
푸후후후후후후훗-!”
이제 대놓고 웃어대는 차원의 마도신이 재판관이 사형을 확정하듯이 말한다.
“언제나 가벼운 입은 모든 고난의 근원이지요.
제가 이렇게 유도했지만 정말 동질감과 함께 동정심이 드는군요.
잘 살아남아보십시오.
카하하하하하핫-!”
그 경망스런 웃음소리가 듣기 싫은지 흑염의 신체가 창조신의 보석을 허공에서 잡아채어서 이마에 붙여버렸다.
덥썩-! 딱-!
마력과 신력이 연동되면서 흑염의 권능이 지금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면서 증폭되기 시작한다.
신체가 더 커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쇠가 담금질이 되는 것처럼 붉어지고 하얗게 변하는 것을 반복하더니 이제 금속성의 광채조차 발산하고 정도였다.
처음 볼 정도의 패기와 투기가 몸에서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흑염의 신체에서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차원의 마도신의 말이 아니었다.
“회색의 함정이든 뭐든 상관없다.
나의 힘으로 모두 부셔주지.
이제 네가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의 신력 증폭을 시작해라.
회색의 과거.
네 놈의 무례는 저 건방진 불가해의 8시조를 끝내고 천천히 처리해 주지.”
“얼마든지 그러하시지요.
그리고 전 회색의 과거가 아니라 먼 미래의 회색입니다.
지금은 차원의 마도신이라고 불러주시기를 바랍니다.”
“풋-! 곧 자격미달로 말소될 놈들에게 호칭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지금만은 그렇게 해주마.
네가 무슨 목적이 있든지 간에 상관없다.
누가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근접권능인지 명확하게 다시 증명한다.
너도 흑염 일족이라면 지금만은 흑염의 오리진인 내가 일족의 명예를 위해 최대한의 힘을 낼 수 있게 도와라.
흑염 일족인 차원의 마도신이여.”
“그렇게 정중하게 불러주시면 지금만은 흑염의 일족으로서 오리진을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화아아아아아악-!
이마에 박힌 창조신의 보석에서 11겹의 마력의 원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그 마력의 원이 회전하면서 이제까지의 증폭이 장난이라는 듯이 신력이 폭증을 한다.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통제력을 믿고서 끝없이 증폭을 하는 것이다.
과연 순식간에 조를 뛰어넘은 신력의 폭주를 마치 장난처럼 수습하며 완전히 신체에 적용시킨 흑염의 절대자가 만족의 목소리를 울린다.
“쿡쿡-! 편법이지만 어떻게든 1조의 최대출력이라?
최소한의 조건은 되었군.
어디 다시 건방지게 지껄여봐라.
불가해의 8시조여.’
전능의 휘는 절망했다.
이건 도저히 상대를 할 수가 없었다.
최대신력은 아직도 자신이 위이지만 무엇인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격이 다른 존재를 눈앞에서 처음 보았다.
“반칙인 것 같습니다.
절대계의 10중심께서 주우주의 대결에 이렇게 직접 나서신다는 것은 너무하신 대응이 아닌지…….”
가까스로 항의를 내뱉은 전능의 휘에게 흑염의 절대자는 가소롭다는 반응을 했다.
물론 지금 본신의 반사적인 경계태세를 굳히고 주우주로 멋대로 강림을 한 자신의 잘못이 있다.
가까이 오면 무엇이든지 박살을 내는 경계태세라 접근을 못하는 황금의 절대자가 이를 부득 갈면서 뭐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상관이 없었다.
주우주로의 개입은 일단은 진리나 서열 1위의 황금의 승인이 있어야 하나, 일족이 얽힌 문제라면 다르다.
그것도 직접 개입이 아니라 이런 강림이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그리고 회색의 함정이든 뭐든 이렇게 신령만 강림을 하면 타격을 별로 자신에게 줄 수 없다.
이 신체는 결국 차원의 마도신의 것이고 소멸을 시킨다고 해도 강림을 취소하면 신령은 극히 일부의 손해만 입는다.
다만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아주 약한 위험경고를 보내는 것이 꺼림칙하지만 주우주에 자신에게 피해를 줄만한 것이 있을 리가 거의 없다.
단 하나 고려되는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도 이미 저 멀리 허공에서 대기 중인 것을 확인했다.
거기에 오기 전에 조치한 것도 있으니 서열전에 영향을 끼칠 리가 없이 안전했다.
‘또 2만 5천 분의 1의 오류겠지.
성멸(星滅)만 조심하면 된다.’
그래서 지금은 단지 감히 흑염의 앞에서 최강이니 뭐니 말한 저 건방진 불가해의 8시조를 타도하기만을 원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10중심의 체면이 있지 미친 파괴신처럼 막 날뛸 수도 없다.
일단은 진리를 대리하는 절대계의 지배자인 10중심이기에 개입한 명분을 세워야 한다.
다른 영원체와 10중심들이 진리를 들먹이면서 따졌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통할만한 명분을 상대가 제공한 것이 있었다.
“핫-! 너도 다른 오리진의 권한으로 강림을 해서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
나도 똑같이 했을 뿐이다.
이것이 불공정하다면 너도 끝까지 혼자 힘으로 했어야지.
이제 와서 헛소리 말고 잘난 전신파도격의 연속공격이나 다시 내놔봐라.
흑염은 불가해의 8시조와 다르다.
적을 타도하는데 귀찮게 1만 번의 연속공격이 필요가 없다.
단 일격으로 모두 부수지.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다.
그 앞에 적은 없다.
이것이 폭혈(爆血)이다.
100배 이상의 신체능력을 증폭시키는 이 폭혈(爆血)을 완벽하게 사용해야만 진정한 흑염의 일족인 것이다.
본능과 신체능력만 있어 폭주하면서 날뛰던 1대와는 다르다. 달라-!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의 전력이 담긴 정식영창이 주우주에 울렸다.
10중심의 일족의 신력 증폭도는 50배다.
그걸 마도신의 마력증폭에 맡겨서 100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흑염 일족만이 유일하게 100배 이상의 신체능력 향상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절대적인 신체능력으로 극한대로 압축시킨 투기와 살기는 하나의 형상을 강제적으로 구현한다.
꽈아아아아아앙-!
양손에서 자란 검붉은 불꽃의 형성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양손도끼가 그것이다.
화르르르륵-!
링의 절반과 대지가 검붉은 화염에 달구어지더니 소멸하기 시작했다.
존재를 드러내는 자체만으로 주신성이 서서히 불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3m의 거체와 비견될만한 거대한 양손도끼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우두두둑-!
그리고 어느 정도의 힘이 집중되는지 모를 정도의 굉음과 함께 신체가 진동하고 서서히 파호톤이 뒤로 젖혀진다.
마치 등 뒤로 한껏 젖힌 도끼로 통나무를 가르는 기세다.
허점투성이지만 결코 다가설 수가 없었다.
다가서는 순간 두 쪽으로 갈라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흑염의 절대기(絶對器)-! 파호톤-!
투기와 살기를 융합하여 구현한 파괴의 정점이자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절대기-!
그 권능은 무엇이든 갈라 죽인다.
흑염의 권능을 견딜 신기가 없어 결국 맹수처럼 맨 몸으로 싸우던 1대와는 전혀 다르단 말이다-!
그리고 이 조합이야말로 절대계 최강의 공격이다.
폭혈 파호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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