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24화 (335/2,000)

제 424화

21권

방금 전에 자신이 보였던 혼신의 일격을 3m의 거인이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중간에 막을 수도 없다.

덤벼드는 순간에 필연적으로 드러난 허점에 공격을 받고 쓰러질 것이다.

비겁하게 전력을 발휘하는 준비과정을 방해하면 더한 반격을 받는다.

온전하게 자신뿐 아니라 상대까지 최대의 힘을 발휘할 시간을 주고 확실하게 우열을 가린다.

원래 저것은 그런 기술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을 능가하는 우월한 신체능력을 가진 존재에게 당해보니 그동안 자신에게 쓰러진 존재들이 느꼈던 절망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신체능력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므로 똑같은 기술로는 막을 수 없다.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파아앗-! 파아악-!

양손을 원을 그리며 교차를 시킨다.

모든 신력이 집중된 양 손이 스칠 때마다 빛이 뿜어지면서 신체가 극도로 강화되어 간다.

3조 인연무상(人緣無償)은 적과 신체가 부딪칠 때마다 상대방의 투기와 신력을 이용하여 신체를 자극함으로써 끝없이 신체능력을 끌어올리는 전장의 권능이었다.

수련을 쌓고 싸울수록 끝없이 강해진다.

초월자로서 이 정도로 정직한 권능도 없기에 무적인 것이다.

하나 저런 파괴적인 흑염의 권능에게 지금의 수준으로는 접전은 무리이기에 스스로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3조 인연무상(人緣無償)에 모든 것을 건다.

단련의 정도에 따라서지만 접근전 권능에 완전한 면역을 가질 수 있기에 저 흑염의 권능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전지의 성…….’

이를 악물고 수치심을 참고 오리진의 직접 회선으로 의지를 보낸다.

자신은 차원의 마도신을 전력으로 처단하기로 결정하고 반대하는 전지의 성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래서 도저히 내키지 않고 이럴 자격도 없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준비를 해도 저 흑염 일족의 신체를 이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음 공격에 패배한 자신만이 그려질 뿐이다.

물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강자라면 패배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창조신이 막 된 지금 시기에 동급이하의 신력과 권능을 가진 존재에게 이렇게 무너진다면 그 순간 끝이다.

강자는 동급의 존재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

동급의 존재에게 패배한 존재가 바로 약자인 것이다.

‘면목은 없지만 도와다오.

지금의 나는 약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능일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차원의 마도신에게 져서는 안 된다.’

약자의 낙인은 창조신으로 막 시작한 자신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치욕이다.

하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럴 만도 했다.

창조신이 되어서도 창조력 부족으로 주신성을 만들지도 못하고 과거의 명예에 집착한 판단착오로 이런 위기에 봉착했다.

연속되는 추태에 이성을 잃고 감정적인 대응만을 했다.

서로 목숨을 노리면서 인증전을 치르던 상황에서도 끊지 않던 오리진간의 직접회선마저 봉쇄했다.

단 하나만으로도 오리진으로서 실격이었다.

그런데 일족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다니 언어도단이다.

하나 더 늦기 전에 해야만 했다.

‘난 깨달았다.

왜 차원의 마도신을 토벌해야할 상황에서 망설였고 네가 반대했는지를 알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삶에 의미를 잃고 목적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것은 아마도 승리를 통한 존재의 증명.

과거의 일족의 원로들보다 더한 독종이며 괴물이다.

일족의 부흥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나로서는 이길 수 없다.’

불가해의 8시조의 힘이란 너무나 강대한 힘을 얻은 자신과 전지의 성에게 제약을 걸려고 시도했던 늙은이와, 막아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전능일족의 투신들을 전부 숙청하고 오리진이 된 자신들이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불가해의 8시조란 엄청난 힘을 얻은 자신들은 펼쳐진 밝은 미래에 기뻐했다.

망해가는 일족의 오리진이란 아무런 권리도 없고 의무만이 있는 짐에 불과하기에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원로들에게 부당한 제약을 받을 위기에 분노해 잠시 날뛰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족에 남은 것은 신력의 원이 파괴되어 봉인시킨 과거의 창조신들과, 너무 어려서 거동조차 못하는 어린애들만이 남았다.

성인은 아무런 전투능력이 없는 보모 같은 극히 일부만이 살아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강해도 이렇게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약간의 전투로 전능신족의 성체들이 모두 전멸된 것이다.

피에 젖은 자신들을 두려움에 떨며 쳐다보는 어린애들의 시선에서 깨달았다.

일족의 멸망시킨 것은 진리가 아닌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대로는 전능신족을 몰살시킨 반란자이자 학살자로서 신족에게 영원히 쫓기게 된다.

아무리 강하고 지치지 않아도 끝없는 세력과 힘을 가진 신족전체를 당할 수 없었다.

이제 선택은 하나였기에 선언했다.

‘우리는 일족을 멸망시킨 범죄자가 아니다.

일족의 부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세력의 숙청을 완료한 지금 이제 오리진이 된다.

이제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그때 모든 창조신을 잃고 무너져만 가던 전능일족은 최고의 절대권능을 익힌 오리진을 2명이나 얻었다.

그것도 대신족과 싸우기 위해서 마신족이 필요하니 마신이 되는 것도 감수하는 희생적인 오리진들이니 부흥은 당연했다.

그 후에 오랜 세월이 흘러서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정도로 세상의 이치를 알고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이 그 늙은이들의 계획대로라는 사실을 말이다.

불가해의 8시조란 최고위 절대권능을 익힌 자신들에게 겨우 주신미만의 고위신들의 제약이 걸릴 리가 없었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늙은이들이었다.

그런데 불가능한 제약을 시도하고 당연히 실패하면서 분노한 자신들에게 웃으면서 죽은 이유가 있었다.

자신들처럼 절대권능을 익힌 투신에게 망해가는 일족 따위는 아무 가치도 없다.

어떤 창조신이라도 후계자로서 낙점할 것이다.

아니, 절대계와 모든 주우주의 지배자와 다름이 없는 진리의 권능을 익혔기에 창조신장님이 직접 나서서 조치할 확률이 가장 컸다.

실제로 유사한 제안도 많았으나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란 사유로 모두 거절했다.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한 늙은이들은 자신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오리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들의 의도는 오직 하나 전능신족의 부흥이었다.

그래서 이미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들의 생명을 바쳤다.

상대도 안 되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투신들을 자신들에게 전부 투입하여 소모한 이유도 있었다.

자신들 외에 일족에 약간의 전력이라도 있으면 억지로 인계하고 떠날 수 있기에 아예 그럴 소지를 없앴다.

그렇게 일족을 위해 이미 버렸던 자신들의 생명과 남은 앞으로의 치열한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약간의 투신들을 모두 제물로 바쳐서 성공했다.

모든 원로를 잃고 소수의 투신조차 없어진 그때 자신들이 떠나면 바로 일족은 멸망이었고 그러면 멸족시킨 원죄를 받게 된다.

소속 신족을 몰살시키면 어떤 권능을 가진 신도 용서되지 않는 대죄다.

일족을 번영시켜야만 하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멍에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지금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를 갈면서도 세월이 가면서 납득을 하게 되는 과거의 원로들이다.

아까부터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그 지독한 늙은이들을 능가하는 각오와 결의가 느껴진다.

삶을 포기했기에 모든 감정을 제거하고 자신조차 제물로 바쳐 목적을 달성하는 광기어린 수단을 동원하니 상대도 안 되는 약자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그런데 동급의 존재가 이런 식으로 덤빈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상처를 두려워해서는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당한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싸워도 목숨조차 수단으로 사용하는 존재에게 이길 수 없다.

승리에 거는 무게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무수한 수련을 거쳐 단련한 소중한 신체조차 유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로 흑염 일족으로 바꾸어서 덤벼오는 것을 보니 질릴 지경이었다.

‘이런 각오로 살아가는 동급의 상대와는 어중간한 각오로 네 말대로 싸워서는 안 되었다.

인정하겠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이상 질 수 없다.

이제 단순한 전지전능의 성휘만으로는 안 된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니 도와다오.

친구여…….’

‘하아-! 이 멍청이.’

쿠우웅-!

차원의 신계의 주신전의 원탁의 자리에 앉아서 전투를 지켜보면서 침묵하던 전지의 성이 한숨과 함께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의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전율의 진군이 걸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직접 싸우고 있는 전능의 휘가 저렇게 다급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알고 있다.

죽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자신은 더욱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다음 일전으로 전능의 휘는 반드시 죽는다.

마신왕인 자신은 흑염의 권능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오로지 살기와 투기만으로 이루어진 파괴능력의 집합체.

그것도 정신체의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

여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적 능력으로 적의 신체까지 동시에 파괴한다.

광기로 폭주직전까지 조정되어 확대된 신체능력은 어떤 권능도 방어도 무력화한다.

말 그대로 신살해(神殺害)의 광전사(狂戰士)!

어떻게 이런 존재가 위대한 절대계의 10중심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이건 날뛰기만 하다 사라지는 파괴신보다 더 위험해.’

흑염 일족은 절대계의 질서를 지탱하는 위대한 일족이다.

진리에게 끝없는 발전이란 임무를 받고 실현한다.

그런데 흑염의 일족의 권능이 저런 파괴적인 것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저런 규격을 완전히 벗어나는 공격력은 방어력과 힘만 높은 신족으로는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다.

속도와 재생력이 뛰어난 마신족만이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할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계급인 차원의 신계라서 몸은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이 상태로는 부상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재생시킨 차원의 마도신을 타도하기 위해 자신이 전능의 휘를 도우려고 하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하나 지금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율의 진군을 타도하고 도와야할 상황이다.

전율의 진군은 오랜 인증전의 무승부로 마신족에서 동급으로 평가받는 자신의 패배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랜 친구를 버릴 수는 없지.’

결심을 굳힌 자신의 투기에 반응한 듯 전율의 진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변의 가이아나와 치료중인 전능신족의 여주신들도 상황을 파악한 듯 어쩔 수 없이 전투의 준비를 한다.

그녀들에게 사태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기서 전능신족의 오리진인 전능의 휘를 잃으면 전능일족은 순수한 마신족이 된다.

신족과 마신족의 오리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전능일족이기에 가치가 있지, 전능마신족으로는 주우주의 지배세력이 될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나 마음대로 신체를 조작하는 저런 위력의 마도는 성마신인 자신이라도 상대하기 곤란하다.

일단 최고위 창조신급의 신계지원부터 끊어야 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를 호위하는 진형으로 수백 명의 새로운 최고위 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의 마도신의 친위군들.

거의 주신에 도달한 주신급이 3명에 최고위급이 300명이상?

주신장전 중인데 이런 세력이 어디로 갔는지 의아했더니 모두 여기에서 대기 중이었어?

마도를 보조하는 영광의 자리를 반드시 지키기 위해서?

아니면 돌발 상황을 억누르기 위해서인가?

그리고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까지…….’

자신의 투기에 반사적으로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도 전투준비에 들어간다.

갑자기 뚝 떨어진 신계주신을 위해 목숨을 걸 의리는 없지만 신계의 위기라면 달랐다.

비록 명망 높은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며 성마신이지만 결국 마신족이고 마신왕이다.

그 능력과 가이아나의 입장을 보아 손님으로 귀하게 대접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난동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미 본인들의 신전이 전지의 성에게 무너졌던 경험과 수차례 복구경험이 있어서 망설이지도 않고 당장 연합할 기세다.

여기서 신계 자아가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면 전황은 순식간에 역전이었다.

전능의 휘마저 물러서게 말들 정도로 강대한 주신들과 전율의 진군의 조합은 마신왕과 전능일족의 여주신 4명으로는 벅찼다.

모든 주신들이 신력의 원의 부상으로 봉인되어 오리진 2명이 이끌고 온 전능일족에게 전력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제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 정도의 수준의 신계가 작심하고 달려드니 벅차다.

‘주신장이라는 쓸데없는 직위에 집착하더니 정말 곤란하네.’

일단 세력에서 너무 밀렸다.

고위신들이 이 정도 수라면, 신족 특유의 병렬신력연결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무리 전능일족의 권능으로도 견딜 수 없었다.

그 증거로 전율의 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매혹적인 미소를 띠면서 말을 한다.

“마음껏 도와도 돼.

방해하지 않겠어.

모든 것은 차원의 마도신의 계획대로니까.

아니, 나도 도울 수 있어.

의심스러우면 이 카르마의 계약서도 받아둬.”

“…….”

정말로 허공에서 카르마의 계약서를 불러내서 간단하게 넘겨주었다.

전투금지의 휴전계약서였다.

전지의 성은 그 내용을 찬찬히 눈으로 보다가 읽었다.

“주신장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신계 내에서 위대한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며 성마신이신 전지의 성님과의 일체의 전투행위를 금지한다.

어기는 자는 신계주신의 권한으로 신의 자격을 박탈하고 신령연옥에 연금한다.

차원신계의 신계주신 차원의 마도신.”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한 모든 지원을 허용한다는 약속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자신이 아니라 적인 전능의 휘를 위한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누구나 인정하는 상위의 존재에게 이런 여유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호호호홋-! 정말 재미있네.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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