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6화
21권
어딘가 씁쓸한 말투이면서 주신들과의 전쟁을 당연하다 듯이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점점 기가 질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오리진의 직접회선으로 전지의 성에게서 의지가 전해져왔다.
‘알아봤지?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성을 만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성공률은 어때?
너처럼 1만 년 이상 걸리고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반 토막도 안 되는 창조력은 아니지?’
‘…….’
뭐라고 답변을 해줄 수가 없다.
차원의 마도신은 주신성을 만드는데 겨우 1년만 걸리고 완벽하게 성공한다면 무슨 말이 돌아올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오리진이며 성마신인 전지의 성이 도우면 기간도 많이 단축되고 성공률도 급상승하지만 전능일족에는 자신들밖에 정기를 벌어들일 존재가 없다.
오리진이 모두 주신성을 만들겠다고 꼼짝을 못하면 일족은 말 그대로 유지만 가능하다.
그보다 마신왕인 전지의 성이 창조신이 주신성을 만드는 것을 돕겠다고 나서면 마신왕계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리고 자신도 창조신계에서 비웃음거리다.
‘빨리 말해-!
권능의 수준을 묻는 것은 무척 민간한 문제지만 인계할 주신장이 물으니 정확히 대답을 했을 것 아니야?
그래도 마도신에 엄청난 연산력이 필요한 차원의 권능을 가졌으니 너처럼 덜 떨어진 창조력은 아니겠지?
무슨 창조신 놈들이 모두 전투광에 단순무식해서 정작 중요한 창조력은 덜 떨어져?
빛의 신은 남신이 강하고 마신족은 여신이 강하다는 것 때문에 이렇게 했는데 막상 창조신이 되니 창조력이 부족해서 주신성을 제대로 못 만들어?
이럴 바에는 내가 창조신이 되는 것이 몇 배 나았어.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이 멍청아-!’
‘말투 하고는…….’
모른다고 하기에는 이미 주변의 예비창조신들이 모두 들었으니 알려질 것이다.
물론 이들은 창조신에 대해 거의 모르고 상위자에 대해 떠벌리고 다닐 리가 없지만 지금 여기를 보고 있는 창조신들이 있으니 결국 알게 된다.
그렇다고 바로 말하자니 그 후의 말이 두렵다.
지금도 이정도인데 아예 차원의 마도신으로 오리진을 바꾸거나 추가로 전능신족의 오리진으로 만들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전지(全知)의 능력을 가진 성마신이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일족은 지금도 남신과 여신이 나뉘어서 아슬아슬한데 오리진이 3명 이상이 되면 정말 일족 내에서 권력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절대 용납을 할 수 없지만 창조신인 자신의 능력부족이 원인이나 끝까지 반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세상……. 휴우.’
일반 행성의 1만 배의 정기를 확보할 수 있는 주신성을 만들 수 있는 창조신으로 승급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지 알았는데, 최하급이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고민을 추가로 떠안게 된 전능의 휘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고민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 차원의 마도신이 흐릿한 미소가 섞인 웃음소리를 내며 화면을 더욱 키웠다.
“훗훗-! 끝나가는군요.
역시 경험부족이 문제입니다.
주신이라고 해도 실전이 너무 적습니다.”
꽈아아아앙-! 카아아아앙-!
커진 화면 너머로 이제 소리까지 전달해 진다.
저 화면 너머가 시간과 공간이 별개인 독립적인 시공의 틈인데, 그걸 무시하고 거의 직결시켜 버린 것이다.
다른 세계와 지금 세계를 연결하는 세계를 일시적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과거에 소멸한 존재를 현재에 구현시킬 때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연산력과 창조력이 있어야 가능할까?
현재의 자신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적어도 최고위급 이상이 되어야 시도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유추할 뿐이다.
‘정말 관리신이라서 재주는 좋군.
이런 신이 그렇게 구박만 받고 살다니 그것도 정말 신기해.
창조분야에서 약간만 실력을 보였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인데?
하긴 인간출신의 용병신에게 누가 그런 기회를 줄 것인가?
창조력을 발휘하는 것은 신계의 지배층이니 실력을 보일 기회도 없었겠군.
그럼 이런 극단적인 성격이 조금 변했을 것인데…….’
아쉬운 탄식을 하면서 보는 화면너머의 전투는 보통 불변성과 회복력으로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신족의 전투와는 다르게 급속도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신력을 마력으로 전환시킨 신기와 주신살이 섞인 차원의 권능 탓이다.
이제까지 아군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던 차원의 권능이, 이제 저주로 작용하여 적을 약화까지 시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를 쓰고 끝까지 달려들은 하위신들의 공격이 결국 적중을 시작한다.
이제 주신들의 몸에 신기가 몇 개 박혀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 속에서 여유는 없이 더욱 피하기 급급했다.
특히 하늘 위에 군림하는 주신의 후계의 상태는 특히 심했다.
초월등급을 능가하는 광역권능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얻었던 만큼, 차원이라는 그보다 더욱 강한 광역권능에 아무것도 못하고 난자를 당했다.
초월권능을 가진 주신이라는 자부심이 모두 무너지기 직전인 모양이다.
유일하게 하위신들의 공격을 몸으로 감당하며 1명의 여신과 결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인 차원의 성녀라고 불리던 여신의 신체운용과 전투력이 도저히 납득이 안갈 지경이다.
중급 주신의 신체가 겨우 최상급 여신의 신체에 충돌하는 순간 견디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주신들의 직접공격을 그녀 혼자서 모두 감당하고 있었다.
그녀가 주신 3명의 공격을 혼자서 막아내고 다른 하위신들과 같이 반격을 넣어서 그때마다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형국이었다.
이건 신체능력이 신격에 비해 비교할 수도 없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이 익힌 불가해의 8시조를 습득한 징후는 없다.
그럼 자연적으로 저 상태라는 것이다.
다급하게 확인한 신체의 나이는 10년도 안 되었다.
죽은 영령상태에서 차원의 마도신이 육체를 부여해서 부활시킨 존재라고 했으니, 그럼 신령 자체가 저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족이 이상적으로 구현한 신체(神體)를 능가하는 육체를 자연적으로 가지는 존재는 전 우주를 뒤져도 얼마 없다.
아니, 가능성은 있으나 수련이나 능력부족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나 있기는 있었다.
아직도 행성결계가 온전한 행성에서는 상대하기 힘든 거대한 신체와 물리력을 갖춘 거신족들처럼 과거 신족을 위협했던 존재였다.
“설마 행성신(行星神).
어떻게 주신성에서 발생을 했지?
출현을 막는 보호 장치가 되어있을 것인데?”
그렇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전능의 휘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주변을 경악시켰다.
행성신은 산맥보다 더 거대한 거신족이 인간크기로 축소된 대신, 엄청난 신체능력과 연산력을 가져 스스로 신격을 획득한 생명체를 통칭한다.
행성신은 간단하게 돌연변이에 가까운 신체력으로 과거 신족의 지배체계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 황금족을 탄생시킨 종족이다.
지금도 절대계의 지배종족인 10중심의 서열 1위에 황금족이 있다는 것이 강력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정체는 완전생명체인 행성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자연신(自然神)이다.
생명체로서 일부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자들처럼 어중간한 것이 아니고, 태어난 행성과 동등한 생명력과 영원성을 획득하고 소속 행성의 모든 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정신체와는 다른, 진정한 신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정신으로 신격을 얻은 존재가 신족이라면, 육체능력으로 신격을 얻은 존재가 바로 거신족과 행성신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들이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성 위에서라면 어떤 신족도 승부를 자신할 수 없다.
특히 행성신은 거신족에 비해 소수였으나 신족을 능가하는 신체와 권능은 과거 악마라고 격하되어 불리던 마신족 이상의 위협이었다.
만약 이들에게 신족과는 정반대로 행성을 벗어난 우주공간에서는 전투력이 급감한다는 문제와, 탄생에 행성의 제약과 워낙 많은 정기가 필요하여 필연적으로 소수라는 약점이 없었다면, 지금 우주의 지배체계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정답입니다.
저의 행성의 사계(死界)에 아까운 행성신이 3명이나 영령으로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저의 휘하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거신족의 주신 10명도 휘하에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신계에는 부족하지만 일단은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순순히 납득을 하고 추가적인 사항을 보고하자 원탁은 순간 침묵에 잠겼다.
일반적인 주신이 이런 식으로 세력을 만들면 당장 토벌감이 다.
신족의 반대세력을 이 정도까지 모았다면 신계에 대한 반란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 정도로는 주신계는 무리고 어디 상급 주신의 행성의 신계를 침공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신계에 필요한 신들의 수가 절반도 채워지지도 못한 최고위 창조신성을 가진 존재가 다른 주신성을 탐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평범한 주신이 아니다.
혼자서 주신계를 뒤흔들 정도의 광역권능을 가진 강자이며 최고위 창조신성을 가진 신계주신이기도 하다.
막말로 어떤 주신의 신계든 혼자서 초토화시킬 힘이 있는 창조신을 능가하는 투신이었다.
그런데 겨우 행성신 몇 명을 휘하로 거두고 거신족의 주신들을 부하로 두었다고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식으로 모두 까발리는 차원의 마도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언제든지 주신계의 원탁이 다시 전쟁터로 바꿀 기세다.
전능의 휘님이 있어 아까와는 다르겠지만 엄청난 피해는 각오를 해야 한다.
아까 보았던 차원의 마도신의 전투력은 주신계 전부를 압도했었다.
‘이길 수는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 주신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
그리고 차원의 권능으로 작정하고 도망치면 잡을 수도 없다.
완전히 도망을 막을 준비가 되거나 기습이 아니면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불안이 예비 창조신과 주신들에게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다.
자신들로는 도저히 상대하기가 무리다.
차원의 신계를 포기하고 도망쳐서 원거리 공격을 해대면 이건 창조신도 대처를 할 수 없다.
더구나 저 허공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창조대신은 그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창조신들조차 긴장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주신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란 것은 알고 있다.
대신족의 최고위 주신인 예비 창조대신조차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가 합격을 해야 이길 수 있는 것이 현재 주우주의 수준이다.
창조대신은 당연히 직접 상대는 피하고 어떻게든 조종자인 차원의 마도신을 먼저 잡아야 했다.
그렇다고 주신장이며 창조신이신 전능의 휘에게 기습을 하라고 감히 권할 수도 없다.
결국 다른 용병주신이 이렇게 하면 반역이며 토벌 어쩌고 했던 예비 창조신들조차 힘에 눌려서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입만 놀리던 그들이 입을 다물자 전능의 휘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위자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이게 지휘 면에서 결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정도가 심각해지면 반란과 같은 큰일이 벌어진다.
어차피 창조신이 된 지금, 주신계는 자신과 큰 관계는 없지만 나름대로 애착은 있었다.
그런데 하는 짓들을 보니 주신계의 앞날이 어찌될지 걱정부터 된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서열 2위의 자리에 앉아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다.
주신계의 영광의 자리에 앉아 승리를 확정시킬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제안했다.
무슨 의도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이 가자 의문이 생겼다.
‘아니, 이제 보니 이 녀석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이지?
유리한 자기 신계는 내버려두고 왜 적진이나 다름없는 주신계로 혼자 와서 태평하게 설명이나 하고 있어?
저 링이라는 좁은 공간은 또 뭐고?’
차원의 마도신은 최고위 창조신급의 신계를 가진 신계주신이다.
당연히 자신의 주신전에서 보호를 받으며 원탁을 동원하여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이 가장 강할 것이다.
자신은 도전을 받는 강자의 여유로 승부의 방법을 모두 일임했다.
그러니 여기서 전장을 정할 이유가 없다.
이런 것은 간단하게 직선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서열 2위에 앉았다는 것은 결국 서열 1위인 자신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신도 서열 2위에 대해 대우를 해주는 것이 옳았다.
“주신장을 노리는 예비 창조신정도라면 저 정도는 상관없다.
그런데 왜 여기로 전장을 정했나?
좁은 공간을 정한 이유는?”
그런 자신의 물음에 차원의 마도신이 역시 바로 대답을 해온다.
“광역권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효과가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든 것입니다.
경험해 보셨으니 아셨으리라 봅니다.”
“그렇지.”
자신이 고위신들에게 걸은 전능신족의 오리진으로서 가호가 같은 전능일족의 주신의 권능과 반응하여 적인 하위신에게도 똑같이 걸리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갑자기 지원할 대상이 늘어나서 연산력을 초과하여 어처구니없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거의 연산력을 소모하지 않는 종족의 오리진으로서 작은 가호를 내려도 이 정도인데 일반 광역권능을 사용하는 존재의 부담과 위험은 정말 엄청난 것일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광역권능을 주로 쓰는 존재들의 대단함을 깨닫게 된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광역권능을 사용하는 존재들은 2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게 제어력을 발휘하는 것이 단순하게 위력을 올리는 것보다 더욱 힘들기에 주로 혼자서 대군과 싸우는 것을 선택합니다.
저도 그러했습니다.”
주신계로 단신으로 쳐들어왔던 차원의 마도신과 같은 방식이다.
결국 신계의 피해를 막고 자유롭게 광역권능을 사용하기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적의 진영에 뛰어들었다는 말로서 납득을 했다.
자신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말에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어력을 최대한 올려 효과를 제한하는 지금의 저의 방식과는 정 반대이지요.”
“…….”
“저의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라는 악명은 10써클의 주신급의 용병신으로서 저의 첫 전투에서 결정되었습니다.
너무나 미숙했습니다.
설마 마신족과의 전투에서 최전선에 선 투신들이 그렇게 약했을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모든 신족은 ‘무한복원’과 같은 우월한 초월권능을 가진 수준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 저의 탓입니다.”
그리고 차원의 신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찬란한 황금빛에서 서서히 회색빛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력과 너무나 같았다.
그리고 그 회색빛은 머리 위로 떠올라서 허공위에 떠올라서 원형으로 뭉치더니 심상치 않은 신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동을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전능의 휘와 예비 창조신들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해서 굳어졌다.
이제까지 행성을 압축하고 폭발시키며 싸우던 차원의 마도신의 권능이 아니다.
주신이라면 별의 폭발은 위험하지만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다.
이건 규모는 작지만 마력이나 마도보다 더욱 흉악하고 위험한 무엇인가였다.
자신들의 신족의 본능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벼운 시공폭탄(時空爆彈)의 일종입니다.
차원의 권능은 시간과 공간의 융합입니다.
이것의 정체는 세계를 파괴하는 힘이며 존재 자체에 간섭하기에 방어권능이나 신체의 강함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만 잘 사용하면 쓸데없이 행성을 압축하고 폭발시키며 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만,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전투에서 저는 긴장하여 이것을 아무런 제한 없이 발동했고 최전선에 있던 모든 마신과 신들, 전장이던 영역이 모두 소멸했습니다.
저의 악명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것은 저 하나뿐인 덕이죠.
‘적과 아군, 세계까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최악최흉의 마도신’이 제 첫 고용주인 신계주신께서 전뇌계로 보낸 항의문서에 있던 평가입니다.
하긴 잘못했으면 주신성까지 날아갈 뻔했으니 지금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그 상황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데 너무나 천연덕스런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의뢰를 받기 위해 차원의 권능의 절반을 봉인하여 활용하고, 권능도 제가 알고 있던 마도에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행성계열로 재편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체들에게 물리계열의 마도가 잘 먹히지 않아서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즉시 사용하기 위해, 다른 차원에 압축하고 있는 행성들의 유지에도 엄청난 연산력이 들어가서 힘이 무척 듭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주신성의 개발도 아주 쉬워졌으니 결과적으로는 다행이기는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차원의 마도신이 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그러자 압축된 회색의 영역이 그대로 링 위로 이동을 한다.
마치 조명처럼 칙칙한 회색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위협감도 감소를 했다.
그러나 전능의 휘는 깨달았다.
압축단계에서 안정된 저 회색빛은 최초의 혼돈과 같은 것이라서, 폭발하면 신이라는 불변의 본질조차 뒤흔들 것이다.
신체의 단련과 같은 방어력과는 다르게 작용하기에 자신의 몸이라도 직격이 되면 어찌될지 몰랐다.
“저 좁은 공간은 저의 시공폭탄과 같은 차원의 파괴권능이 최대한의 위력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권능의 발현지인 저의 몸에 가까울수록 위력이 증가됩니다.
이제 익숙하지도 절반의 권능으로는 제어도 힘든 차원의 파괴권능까지 끄집어낸 것은…….”
오른손을 그대로 정중하게 가슴을 가리며 말을 이었다.
“위대한 전능신족의 오리진이시며 창조신이 되신 전능의 휘와의 결투에서 최대한의 경의를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저의 결의입니다.”
일반 창조신을 능가하는 예비 창조신의 진심어린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예의를 받는 전능의 휘는 저절로 이가 갈려졌다.
좁은 링은 근접권능을 가진 투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간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보니 광역권능의 집중포격을 위한 표적 판이고 피할 공간을 없앤 함정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 회색공간이 정말 시공폭탄이면 불사불멸의 신이고 뭐고 위험하다.
시간과 공간의 폭발은 정신체의 본질조차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다.
이제 자칫하면 산산조각이 나서 같이 사라질 판이다.
‘으득-! 최대한의 경의나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돼-!
주신장 따위가 뭐라고 이따위 결의야-!
역시 최악최흉의 마도신답게 결국 같이 죽자는 식의 저런 시공폭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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