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4화
21권
너무 뜻밖의 말에 전능의 휘와 예비 창조신들, 주신들 모두가 기가 막힌다는 탄성을 내뱉었다.
관리신들이 필사적으로 조사해서 신속하게 추가 보고하는 내용으로 저 하급신들의 사정은 모두 알게 되었다.
창조신성으로 승급된 차원신성을 채울 지성체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초월자들과 동격이어야 한다.
주신성의 지성체가 생산하는 정기로는 창조신성의 신계를 정상 가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일정기준이상의 힘을 가지고 신계에 공이 있는 지성체들은 대부분 천족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정리를 한다.
이 정리는 당연히 온화하고 차분한 방식으로 생명체들의 번식을 멈추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모든 지성체가 어떤 고통도 없이 행복하게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이것을 거부하고 선별의 과정을 도입하여 모든 초월자들을 소집하여 협박하여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진심이다.
자비가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일’에서 잔인의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짊’으로 의미가 변경되었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다.
주변의 반응이 어떠하든 차원의 마도신은 담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행복한 죽음은 상위자들에게는 자비이나 하위자들에게는 끝입니다.
하위자인 저들은 제가 아니면 결코 신이 될 기회조차 창조신성의 일원이 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체계에서는 저 정도의 하급 초월자들은 신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용납되지 않습니다.
저처럼 그에게 칭호나 권능, 마도라도 얻지 않으면 죽어서 영령이 되거나 천족이 되는 것이 끝입니다.
하나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출신이든 수준이 어떻든 모든 존재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승급할 수 있는 기회의 부여야말로 상위자로서 최고의 자비입니다.”
그 말에 전능의 휘와 다른 예비 창조신들이 동의를 하지 못하나 생각이 많아져서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전력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주신들을 받아들여 창조신의 직위까지 부여하는 현재 499주우주와의 정책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정도가 심할 뿐이다.
그래서 계속 말이 이어졌다.
“또한 저는 누구보다 관대합니다.”
그 말에 저절로 표정들이 굳어졌다.
관대가 ‘마음이 너그럽고 크다.’에서 무도(無道)의 ‘도리(道理)를 어겨 막됨’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때에 따라서는 마신보다 더욱 잔인무도하기로 유명한 마도신이 할 말이 절대 아니다.
더구나 전투에서 성과가 수준이하라고 바로 벌레로 만들어버린 존재가 할 말은 결코 아니었다.
듣고 있으니 갈수록 상태가 심해져가고 있었다.
“패배자는 누구나 혐오하는 가장 하위의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더구나 인간출신과 같은 천한 출신이라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 이 세계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들에게 100번의 감동적인 말보다 한 번의 체험으로 철저하게 각인을 시켜주었습니다.
물론 달콤한 격려와 위로를 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나 인간출신이기에 단 한 번의 실패나 패배로도 치명적인 저들에게 방심과 낙관을 줄 수 있는 감정적인 배려는 처단보다 못한 조치입니다.
그래서 저의 평판의 하락과 수고를 감수하고서 부하들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차원의 마도신은 다시 손을 튕겼다.
딱-!
원탁에 나타난 화면에는 차원의 신계의 전력현황이 떠올랐다.
물론 자세한 현황은 아니고 대략적인 숫자다.
여기에 자신의 직속세력도 당연히 제외였다.
“여신혈맹의 여주신 8명과 관리주신 4명, 주신급 10명과 그 외 고위신 1천 명 이상.
정령신계의 정령주신 10명과 주신급 20명, 고위 정령신 2천명 이상.
500주우주의 오리진들과 기타 등등 다수가 현재 차원의 신계전력입니다.
이들이 어떤 수준의 존재인지는 다들 아시라라고 믿습니다.”
전율의 진군이라는 최고 수준의 마신과 직속세력, 자신의 이마에 박힌 창조신의 보석 ‘신령연옥’에서 구류중인 포로들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이다.
능력수준은 이미 전능의 휘가 경험한대로 주신이나 최고위 신이나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니 창조신계를 능가하는 현황을 보고 은은한 놀람이 섞인 시선들을 보인다.
하나 이들의 출신과 과거를 알고 있는 존재들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라고해도 저들을 데리고 신계운영을 직접 해보라면 필사적으로 거부할 수준이다.
모두가 신계주신을 배신하거나 신계를 멸망시킨 전력이 있는 엄청난 위험분자들이다.
막말로 끝까지 간 존재들이라서 교화는 포기해야 하고 힘으로 누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신들이 모두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난 강자들이다.
그나마 과거 신계주신이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이라고 불리던 뛰어난 검신이라서 유지와 인계가 가능했다.
이렇게 능력이 넘치고 반골들만 우글거리니 어지간한 신계주신이라면 이미 당했을 것이다.
“이들 속에서 과연 저들이 멀쩡하게 살아남아 신계에 기여할 고위신으로 성장할 것인가?
저는 평범한 수단으로는 당연히 힘들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막대한 신기와 지원, 배려를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상급자로서 격려는 누구나 하지만, 지원은 해주는 존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빛의 신의 자비와 관대함으로 저들에게 신계의 일원이 될 기회를 주고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상위자로서 손해와 수고를 감수하고 철저하게 약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있지요.
또한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주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신이 되어서 원했던 최상의 상위자로서 기준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전능의 휘가 느끼기에 무엇인가 도리나 평범함에서 굉장히 어긋나 있는데 뭐라고 반박할 생각이 잘 난다.
아니, 각자의 입장의 차이가 워낙 크니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차원의 마도신이 결론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제가 신계에서 겪은 시련에 비해 너무나 저들에게 더 잘해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위자가 자신이 겪었던 고난을 하위자에게 더욱 전가하고 분풀이까지 하려고 하는데 비해 전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누구보다 자비롭고 관대하다고 하는 근거입니다.”
둑-!
전능의 휘는 가볍게 책상을 쳤다.
결국 이것이었다.
신계에서 신력지원을 제외하고 어떤 혜택이나 행복도 느끼지 못한 인간출신의 용병신이 신의 자비와 관대에 대해서 무엇을 배웠겠는가?
주신장전의 상대로서 조사해본 과거는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불공평한 계약의 반복이다.
용병신으로 신계주신과 계약하고 진행된 내용마다 상위자에게 존경은 고사하고 원한만 가질 일만 있었다.
순화되어 정식 보고된 내용이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어찌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마음에 안 드는 하위자들에게 이정도만 하는 것도 엄청난 자비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성향이기에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이번 일도 조금 심해보이지만 결국 신계주신의 운영권문제이기에 재량권 안에 있다.
인간출신의 하위신들이 어찌 되든 어차피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그렇다 치고 넘어가지.
그전에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이 되는 것을 반대한 고위신들과 선별을 전제로 전장에 내몰린 하위신들은 전투에 임하는 입장이 다르기에 이미 결판이 나있었다.
주신들이 변수였으나 추가 투입된 차원의 교황과 성녀의 능력치를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이 승리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의 단독승부뿐이다.
그전에 하나 확인을 꼭 해야 한다.
“너의 수준으로는 이미 주신성을 창조하는 방법의 파악을 거의 다 했겠지?
그럼 주신성을 만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물론 전력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전능의 휘가 갑자기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묻자 물끄러미 잠시 쳐다보다 대답을 한다.
승부에 관계없는 창조의 능력이니 정확하게 대답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주신성의 제조는 창조분야에서는 최고수준의 난이도를 가집니다.
창조신의 권능이면서 마력까지 일정부분 구현해서 혼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신성은 창조신이 창조력으로 마력까지 구현해서 만들어내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을 했다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신족이 전혀 반대되는 마족의 속성까지 구현해서 별을 강제 진화를 시킨 것이 주신성인 것이다.
그래야만 보통 행성의 1만 배가 넘는 크기와 지성체를 길러낼 수 있는 정기를 가지게 된다.
마력을 동시 구현하기에 이것은 창조신이라고 해도 엄청난 무리이다.
행성진화를 하는 도중 폭발하지 않고 안정화시키는데 굉장한 창조력이 필요했다.
‘마력과 신력을 동시에 구현하고 행성의 진화와 안정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덕분에 1만 년 이상 걸리게 되어버리지.
나는 근접전문의 투신이라서 성공률도 장담을 할 수 없어.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도 성공 확률이 6할 정도밖에 안 된다.
이건 최악이야.’
주신성에게는 핵이 될 살아있는 행성과 1,000억 가량의 정기가 들어간다.
거기에 대부분 일족의 오리진인 창조신이 1만 년의 세월을 투자하고 충성을 맹세한 최측근인 주신에게 상으로 수여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실패하는 날이면 어떤 명문일족이라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보다 창조신의 입장에서는 측근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제조에 들어간 주신성의 제조실패는 정말 자결을 생각해야할 정도의 심각한 수치이다.
그만큼 어려운 주신성의 제조는 499주우주 창조신의 고유권능과 자격이라고 할 만했다.
문제는 이 창조력이 무수한 지식과 창조경험을 쌓아야만 상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근접전문의 투신인 자신이 육체수련을 멈추고 책을 읽어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결국 더 고위의 창조신으로서 승격을 하여 등급이 높아진 신계 자아로부터 창조력을 보조받는 것이 정답이며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창조신들의 입장에서는 자랑할 일이 결코 아니라서 하위신들에게 절대로 안 알려주고 있어서 전혀 몰랐었다.
덕분에 막상 창조신이 되어서 바로 주신성을 만들려고 했더니 창조력 부족으로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신계 자아가 도와도 심각한 실패가 우려되었다.
그래서 주신성을 못 만들고 실패가 우려되어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전능의 휘의 약점이다.
덕분에 마신왕이 되어 대충 이런 사태를 파악한 전지의 성에게 항상 가루가 되도록 까임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의 광역권능을 다루고 가장 까다롭고 연산력이 많이 들어가는 차원의 권능을 자유롭게 다룬다.
그러니 자신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도신이고 연산력이 높으니 5천 년 정도에 성공률도 7할 이상이겠지?
그 정도만 되어도 거래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최후결투 전에 물어본 말이었다.
여기에 따라서 대응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된 상태라도 1년 정도는 전력을 다해야 하겠더군요.
무척 힘든 일입니다.”
“…….”
순간 말을 잃었다.
아니, 하도 어이가 없어 이성이 붕괴할 위기를 가까스로 막았다는 것이 정확했다.
‘누구는 1만 년인데 1년이라고?
나와 연산력이 1만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소리잖아?
아무리 신력과 마력을 같이 다루는 마도신이라고 해도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주신성이 무슨 신전을 짓는 줄 알아?
이걸 다른 창조신들이나 하위신들이 알면……. 가만 안 있겠군.’
이것은 절대로 내색을 할 수가 없다.
499창조신들이 주신성을 거의 안 만드는 이유가 정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창조력이 부족이 주원인이라는 것은 창조신들의 치부 중의 치부다.
물론 다른 주우주의 창조신의 창조력으로서는 기준을 넘치지만 주신성을 만들기에 부족하다는 뜻이다.
지배층의 존재들은 거의 알고 있고 그래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하위신들에게 이 사실이 자신 때문에 밝혀졌다가는 정말 매장을 당할 것이다.
창조신이 창조력을 비교당하는 것을 참을 리가 없다.
아직 자신은 창조신으로서 제일 하위의 일반 창조신이었다.
매사에 극도로 조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정을 바꾸고 추가 확인을 했다.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창조에서는 성공과 실패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창조입니다.
당연히 10할입니다.”
그 말을 들자마자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면서 방금 들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당연히 10할……. 나는 6할이 한계인데……, 당연히 10할…….’
갑자기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면서 공평하다는 생각이 떠오른 전능의 휘였다.
그리고 이 순간 승부는 고위신들의 완전한 패배로 결정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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