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3화
21권
이번에는 자신의 마탑과 왕국이 대부분 희생되었으니 그 증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나 돌아온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실소뿐이다.
“풋-! 나는 근원학파의 흑마도사이며 종주는 맞다.
하나 마왕소환이라고?
근원학파가?
쿡쿡쿡-! 마족의 힘을 빌려 강해지는 것은 정식으로 흑마법을 익힌 존재에게는 수치다.
그런 것은 덜 떨어진 계열의 광대 같은 마법사나 하며 이미 다 정리를 끝냈다.
그보다 협상을 빠르게 하자.
내가 줄 것은 나의 공간에서 자연사할 수 있을 정도의 평안과 휴식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그것은 유지될 것이다.
그 대가로 너의 힘의 근거를 모두 받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장난스럽게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당장 화염의 마력을 발동시켜 덤비려는 기세였다.
“닥쳐라-! 감히 천한 흑마도사 따위가 적마도사의 수장인 내게 수작을 부리다니-!
어떤 환상이고 마도인지 모르나 나를 우롱한 죄는 바로 재가 되어 갚아라.”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당연하기는 한데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보는 것이 어떠냐?
네가 그따위 힘으로 날뛸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분노하며 마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이지만 그래도 마도사답게 그 경고를 듣고 주변여건을 모두 보았다.
신력까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초월자들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모여 있고 반대쪽에는 척 보아도 고위신 같은 몇 겹의 빛의 날개를 가진 존재들이 대처하고 있는 전쟁터다.
초월자들은 하나하나가 결코 자신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강자들이 무수하게 모여 있다.
여기에 조금 떨어진 앞에서 몸매가 엄청나게 좋아 보이고 몸에 쫙 달라붙는 적색 비단옷을 입은 여마도사가, 흑마도사의 환영너머에서 필사적으로 손을 가로질러서 하지 말라고 표식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고위의 흑마도사가 나타났는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니 대놓고 매도하면 되는 일반적인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아니, 비록 환영이지만 상대의 마력조차 감자를 못하니 이건 감당 못할 존재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측정도 불가능할 정도로 강대한 흑마력과 비례할 정도로 강한 빛의 신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믿지 못할 사실이었다.
“……누구십니까?”
“나는 11써클의 현실부정의 마도신이자 차원신계의 신계 주신이로다.
그런데 내게 뭐라고 했느냐?
겨우 7써클의 초월자 주제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놈을 살려주었더니 겨우 천한 흑마도사라고 나를 모욕하는가?
이걸 어떻게 처분한다?”
이제 이해했다.
자신은 분명 아까 마왕과 싸우면서 죽었다.
그런데 그것을 앞의 흑마도사가 바꾸어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잔인무도한 흑마도사가 빛의 신이며 그것도 주신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 친숙한 화염의 마력으로 보아 자신의 마탑 소속이 분명한 저 여마도사가 필사적으로 더 이상 무례를 하시면 큰일이 난다고 의지를 보내며 말리는 것을 보니 기가 확 죽었다.
“빛의 신이시면 생명을 우롱하고 운명을 바꾸는 일이 잘못된 지 아시면서 어찌 이런 폭거를…….”
“큭-! 크하하하하하하핫-!”
소중한 생명의 생사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도덕적인 말이다.
하나 차원의 마도신이 통쾌하다는 웃음이 울려 퍼졌다.
환영이 더욱 켜져서 온 하늘을 뒤덮었다.
“신계주신의 권한 첫 번째는 신계에 대한 모든 운영권을 가진다.
신계주신의 권한 두 번째는 소속 생명체의 모든 지배권을 가진다.
여기서 지배권이란 운명과 죽음과 삶을 모두 주관할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지.
물론 힘과 능력이 닿는다면 말이지.
그래서 낮은 직위를 가졌던 과거에는 죄가 되었지만 신계주신이 된 지금은 죄가 아니다.
생명체는 얼마든지 부활시켜서 활용해도 신계에 도움만 되면 죄가 아니란 뜻이다-!
크하하하핫-! 이런 간단한 일을 내가 간과하고 있었다니?
이제 주신들이고 뭐고 박살내 주지.
오라-! 나의 생존마탑이여-!”
우우우우웅-!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흑색의 정육면체가 허공에서 갑자기 출연하고 그 속에서 무수한 완전무장한 인영들이 뛰쳐나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전부 여성들이란 점이다.
영혼상태로 마탑 안의 성녀와 왕녀와 교육만 실시하던 과거의 여성 영웅들에게 일시적으로 육체를 부여한 것이다.
“본래 중간계의 완벽한 제압을 위해 준비했던 예비전력도 모두 투입해 주겠다.
이들은 과거 7써클을 초월하여 신격에 도달했던 영령들이다.
신계주신으로서 약속한다.
보상은 동일하며 싸워 이긴다면 정식 부활도 인정해 주지.
적은 신력이 절반이상 소모된 고위신 5천 명이다.
자신이 있는가?”
우오오오오오-!
영령들에게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마탑은 끝없이 넓어졌지만 그 안에서만 제한된 부활이라는 제약이 걸렸다.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면 아무리 쾌적해도 결국 감옥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해소되고 영원불멸의 신이 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것은 살아서 삶을 유지했던 초월자들보다 죽어서 사계에서 기약 없는 환생의 때를 기다리던 자신들이 더욱 절실했다.
어느새 각자 주어진 신기들이 ‘영겁윤회’의 검은 빛을 뿌렸다.
“큭-! 크하하하하핫-!
그래야지.
이래야 인간출신의 신들은 살아남는다.
평범한 신들과 같은 노력과 공적으로는 버림받고 죽기 딱 죽지.”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고 신기에서 작렬한 마도의 빛은 고위신들에게 여기저기 작렬하며 시공의 뒤틀림으로 안내한다.
잠시 머뭇거리던 하급신들의 군세는 순간 급변한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남은 고위신들이 급속도로 발동된 마도에 휘말려 사라져가자 다급하게 자신들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무모하고 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 싸움을 끝내지 않으려는 다른 초월자들을 진정시키려던 현자들도 무엇인가 깨달은 듯이 다급하게 재촉하며 발동했다.
그들 역시 전쟁의 광기에 취해 깜박 자신들의 입장과 신계주신의 성향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계에 막 들어온 우리는 가장 하류층이다.
더구나 순수한 신도 아닌 인간출신의 신들이니 지금은 어떻게든 공이 필요해.
더구나 신계주신은 자신에게 도전하고 방해가 된다고 흑마법사 수백만 명을 처단한 냉혹한 존재다.
절대로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자 1명의 고위신에게 수십 명이 동시에 발동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기 시작했고 전장에는 어느새 망설이다 기회를 놓친 하급신들이 절반정도 남아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000명의 고위신과 50만의 하급신들, 20만의 영령이 모두 ‘영겁윤회’에 의해 각자의 시공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제 승부가 나기 전에는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순식간에 정리된 전장 위로 황금빛이 찬란한 7쌍의 차원의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2명의 여성이 허공에서 내려앉았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을 향해 무릎을 끊고서 경건하게 인사를 드린다.
“위대하신 우리의 신께 인사드리옵니다.”
“어서 오라.”
그 인사에 차원의 마도신이 기쁘게 대답을 했다.
전쟁의 신인 최고위 신 시절에 권한을 넘어서 죽은 자에서 마음대로 되살린 이상 이들을 외부에서 활동하게 할 수 없었다.
아니, 정식으로 공론화되면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나 지금 신계주신인 된 이상 정식으로 세력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위가 올라가면 권한도 올라가는 것을 깜박했었다.
이제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이 되면 마신을 되살린 것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위치를 잡을 기회를 주겠다.
주신인 이들에게 싸워 이겨라.
그러면 신계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기회를 주심을 감사드릴 뿐입니다.”
주신들의 얼굴이 당혹으로 일그러졌다.
저들에게 느껴지는 신력은 적어도 최상급 신인데 문제는 차원의 마도신과 직결되어 있는 듯 신력의 수치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자신보다 위란 뜻이고 더구나 가지고 있는 권능은 분명 차원이었다.
이건 위험했다.
‘초월권능을 가지고 신력은 적어도 50억 이상인가?’
‘일반적인 초월자나 신들이 아니다.
종속신 이상으로 신계주신의 힘을 온전하게 받고 있다.’
‘그럼 적어도 주신이상의 전투력을 보일 수 있다.’
차원은 초월권능인 자신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력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강력한 권능이기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최상급 신 겨우 2명이지만 이런 위력을 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효능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마도신의 차원권능이면 어떤 현상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경계하는 주신들을 보면서 웃음을 참으면서 설명이 뒤따랐다.
“훗훗-! 신계 주신인 나의 교황과 성녀다.
이들은 과거에 죽은 존재이며 신계에 공적이 없어 아직 정식으로 신계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능력이 어떻든 하급신이다.
참가 자격은 아무 문제가 없지.
적은 겨우 중급 주신 1명과 일반 주신 2명이다.
즐겁게 전과를 기대하겠다.”
그 말에 주신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지고 있는 신격에 비해 신력이 이상하게 높은 이유가 있었다.
독립신계의 후계인 자신들에게도 교황과 성녀들이 당연히 있다.
그들을 기준으로 간단한 계산을 한 주신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생명체의 한계인 7써클의 제약이 없다면 11써클인 자신들의 교황과 성녀들은 9써클의 능력을 가진다.
그러나 절대계 기준으로 신격과 권능의 승급을 제한당한 것으로 알려진 차원의 마도신은 주우주 기준으로는 적어도 12써클 이상이기에 이들은 10써클의 주신급 이상이란 뜻이다.
더구나 생명체의 한계마저 없는 신의 육체라면 그 위력을 온전하게 뽑아낼 수 있다.
‘최상급 신인 교황과 성녀라니?
그런 존재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일반 창조신을 능가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교황과 성녀라면 추정 되는 능력치가 어느 정도일까?’
더구나 죽음을 각오하면 ‘강림’이라는 형식으로 온전하게 모시고 있는 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위험한 정도가 아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목숨을 건 일격이기에 불안정하고 준비만 하면 언제라도 회피가 가능하다.
한 번만 전력으로 피하면 끝이기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금 저들이 들고 있는 신기에 걸린 마도가 문제였다.
‘영겁윤회(永劫輪回)-!’
‘이건 안 돼-!’
‘만약 강림을 하고 몇 번이고 시도를 하면 언제인가는 패배한다.’
주신급도 아닌 하위신들이 얼마가 되었든 몇 번을 도전하든 주신인 자신들이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이 깨어졌다.
심각한 위기위식과 함께 투기와 살기가 급속도로 높아져 간다.
용병신으로서 독립신계의 신계주신까지 올라간 강자들에게 이어받은 재능이 위기를 느끼고 전력으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투기와 살기를 느꼈는지 차원의 성내와 교황이 일어서며 대답을 했다.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신.”
“예-!”
갑자기 자신이 호명되자 기겁을 하면서 대답을 하는 용사신에게 삼엄한 경고의 의미를 가진 명령이 전해졌다.
“비록 하급신이나 주신의 힘을 가진 나의 성녀와 교황을 보내주겠다.
그리고 7써클을 능가한 전쟁의 신의 교황까지 추가로 참전한다.
이제 나에게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잠시 대답을 멈칫거린 용사신의 대답에 추가적인 명령이 떨어진다.
“네가 저지른 실수를 없던 것으로 할 마지막 기회다.
용사신의 진정한 신성인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를 증명하라.
그것이 아니면 적보다 너희들을 위에 상위자로서 군림하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겨내라.
나는 그에게 근원의 칭호를 받은 차원의 마도신-!
강자에게는 자비로우나 약자에게는 가차 없다.
강자가 되어라.
현실에 안주하면 약자가 된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신과 현실에게 타협하려는 썩은 근성들을 반성하라.
버그 타임-!”
돌발적으로 발동된 광역마도가 일순 하급신들의 군세를 덮쳤다.
파파파파파팟-!
그리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상대할 50만에 가까운 하급신들이 모두 벌레들로 변해서 땅에 쓰러졌다.
신격이나 숫자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무차별적으로 발동한 마도의 위력에 전장의 땅바닥에는 엄청난 숫자의 가지각색의 벌레들만이 남았다.
그 위로 확신에 가득 찬 신언이 울린다.
“승자에게는 영광을-!
패배자에게는 기회를-!
이것이 그에게 도전하는 499주우주의 표어다.
명심하라.
현실에 투쟁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는 축복을 주고 포기한 자에게는 저주를 준다.
이것이 너희들의 신계주신인 바로 나 차원의 마도신이며 신성이다.
그가 다스리는 이 세계의 무대에 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거대한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영겁윤회를 발동시키지 못한 하급신들이 전부 벌레로 변화시키자 너무 놀라서 완전히 굳은 하급신들의 군세와 주신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각 종족이나 일족에서 천재중의 천재들이다.
정말 강하고 발전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가능성이 있고 뛰어난 강자들이였다.
아마 진리가 보기에도 흡족한 존재들일 것이기에 발전에만 집중된 카르마의 가호가 보일 정도다.
처음에는 정말 못 마땅했지만 이들의 상위에 올라선 지금은 아니었다.
비록 최악의 상태인 전능의 휘였으나 창조신의 공격에 신계를 방위하고 막아설 수 있는 강대한 여신혈맹과 정령주신들과 군세와 균형을 맞추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벌레로 변하여 꿈틀거리는 50만이 넘는 하급신들을 잠시 내려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애도하노라.”
기회를 주었으나 망설인 자들이기에 징계는 당연했다.
현실에서 약자가 무슨 취급을 받는지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감당 못할 적과 싸우다가 칭호에 기댄 자신도 영원의 심판을 받아서 바람성에 벌레로 변해서 끌려갈 뻔했지 않았는가?
실패를 예상하고 준비를 하지 없었으면 거기서 정말 벌레로 살았을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진짜 벌레가 되어보는 것은 정말 관대한 처분이다.
세력이 필요하지 않았으면 당장 처분이었다.
그렇게 조치를 끝내고 차원의 마도신의 거대한 환영이 사라지자 적과 아군을 제외하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만의 고위신들이 쩔쩔매던 100백만의 하급신들의 군세의 절반이 한순간에 벌레로 변해 사라지자 창조신에 도달한 마도신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이건 주신을 제외한 일반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니었다.
주신이라고 해도 이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강대했다.
그리고 그 안도의 한숨은 아까 겁 없이 천한 흑마도사라고 비난했던 적마법사의 전설적인 영웅인 레드 클라우드가 더욱 컸다.
수많은 초월자들이 벌레로 변하는 모습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바로 깨달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어떻게 잘 넘어간 것 같으니 천만다행이라고 안심한 순간 거대한 손이 다시 나타났다.
“아 참-! 너를 잊을 뻔 했다.
하도 하찮으니 신경이 가지 않는군.
불찰이야.
그리고 언제나처럼 협상이 안 되면 협박이다.
힘을 가진 자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진리지.”
“와아아아아-!”
갑자기 들리는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에 너무나 놀라 초월자 체면에 비명을 지르는 레드 클라우드의 몸이 거대한 환영의 손이 쥐여져서 허공에 들려진다.
환영이면서 마도로 실체를 가진 것이다.
뭐라고 대응을 하기도 전에 바로 조치가 취해졌다.
꽈아악-!
그대로 압살을 하듯 조여지는 손아귀에서 마도의 빛이 터져 나온다.
툭-!
그리고 손이 펴지면서 땅에 떨어진 레드 클라우드의 모습은 변해있었다.
그것은 빨간 깃털을 가진 조그만 앵무새였다.
벌레보다는 엄청나게 상황이 나았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변화에 넋이 완전히 나가서 날아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날개를 쫙 펼치고 땅에 나뒹굴었다.
살아난 기쁨이고 뭐고 이러면 차라리 마왕과 싸우다 소멸하는 것이 백 번 나았다.
그 위로 심드렁한 어조의 차원의 마도신의 말이 울렸다.
“겨우 하급신 주제에 신계주신인 내게 무례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불만이 있으면 덤비도록 해라.
11써클의 마도신인 나의 저주를 겨우 7써클 주제에 직접 풀 자신이나, 인간출신의 하급신을 나와 적대를 감수하고 도와줄 창조신이상의 존재가 있다면 말이지.”
현실에 너무나 적나라한 발언에 주신들조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신력과 마력을 동시에 다루는 마도신의 권능은 복잡하고 난해하고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상위신이라고 해도 해제를 시도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주우주 기준으로 12써클을 능가한다고 판단되는 차원의 마도신이 하급신의 무례에 직접 내린 정당한 처벌을, 위험과 수고를 감수하고 풀어줄 존재가 주우주에 있을 리가 없다.
13써클의 창조신장이시면 가능하지만 겨우 인간출신의 하급신을 위해서라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서 하급신이 된 것 같은데 차원의 마도신이 풀어주지 않으면 영원히 저렇게 살아야 한다.
죽음이 없는 신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인 것이다.
“적마법을 가르치는데 인간의 몸은 필요가 없지.
말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내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보이면 본모습으로 풀어주고 정해진 대가도 지불하마.
하나 적당히 포기하거나 기대수준에 미달하면 편한 죽음보다 못한 꼴을 당할 줄 알아.
그리고 다시 경고하건데 주신급 이상도 아닌 하급신이면 신계에서는 항상 입조심하고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라.
아니면 이런 패가망신이 눈앞이고 신이라서 끝장도 없다.
이제 조금 현실을 알겠냐?
이 한심한 것들아-!”
퍼어어억-!
환영의 커다란 손이 아무런 용서 없이 빨간 앵무새를 쳐서 날려 버리는 것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적마도사가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는 앵무새를 다급하게 받아들자 잠시 전장에는 정적이 생겼다.
적이나 아군이나 이 상황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푸념 같은 차원의 성녀의 말이 전장에 흘렀다.
“아아-! 우리의 신께서는 언제나 한결 같으셨군.
목적을 위해서는 주변시선이고 뭐고 전혀 상관하지 않으시네.
이제 여유를 가지실 만도 한데 누가 저렇게 몰아붙이나 몰라?”
“인내는 하지만 용서도 타협도 절대 없지요.
이런 경우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차원의 교황이 된 회색의 현자가 하이엘프 퀸들을 노려보았다.
교황이 되는 대가로 받은 차원의 권능의 절반이다.
그리고 권능은 신의 삶 그 자체다.
상위의 존재에게 이런 극단적인 성향은 정말 위험했는데 워낙 어린 시절의 경험이 심각해서 바꿀 도리가 없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따라 자신의 성격도 변해가고 있었다.
“신격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지시네요.
더구나 영향과 위험도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되는데 원인이 짐작되거나 아시는 것 없나요?
거기 하이엘프님들 하실 말 없나요?”
차원의 마도신이 이런 극단적인 성격이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존재들이다.
같은 종속신이며 주신급의 최고위 신인 그랑조아의 분신과 같은 존재들이라서 감정의 변동이 거의 없고, 오로지 하이엘프 종족의 발전만을 위해 살아온 신보다 더 신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타협하지 않는 존재들과의 격렬한 삶의 투쟁이 저런 성향을 만들었다.
“…….”
차원의 마도신이 저렇게 행동하는 사정과 내심을 짐작하고 있는 하이엘프 퀸들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설마 성지를 침범하고 마음대로 마탑까지 세운 그 어린 흑마법사가 신계주신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단지 마계의 출입구로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지에 불법침입한 도적과 쥐새끼에 불과했다.
알았다면 어떤 협상도 없이 그렇게 가혹하게 죽이려고 몰아붙였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가혹한 조치의 결과가 지금 바로 나타나고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지성체가 적이었기에 강대해지고 엄청난 신계를 이끌고 있는 지금도 누구도 믿지 못하고 혼자서 험악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의 생명만 위험을 감수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모든 세력까지 걸고서 말이다.
승부에 걸린 세력에 자신들만이 아니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세월을 모신 그랑조아님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전율할 뿐이다.
과거 인간의 소년시설 단 한 번의 협상제의를 하러 왔다가 포위공격을 당하고 스승의 필사적인 도움으로 도망쳤었다.
그 후 어떤 피투성이가 되어도 다시는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근원학파의 흑마도사로서 7써클이 되어서 자신들조차 혼자서 감당을 하지 못하게 되어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격을 얻어 8써클이 되어도 변하지 않았다.
9써클이 되었을 때 하이엘프 제국은 모든 보물창고와 서고를 강탈당하는 참변을 겪고 그 후 마왕과 동격으로 취급되었다.
주신급의 신으로서 신계의 여신들을 이끌던 그랑조아님에게 긴급보고와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때였다.
그 후 마계의 출입구로서 차원과 공간이 왜곡되는 대수림에서 벗어났을 때를 노려 신계에 강제 소환되어 그랑조아님과 격전을 벌이고 카르마의 부정의 제약을 받았다고 했다.
카르마의 부정의 제약은 주신도 피할 수 없는 저주와도 같기에 끝이라고 안심했다.
그리고 역시 소식이 끊겼는데 설마 다른 신계에서 용병신으로 활동하며 10써클에 도달하여 돌아올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창조신의 옆 자리에서 도전자로 위치하며 하위신들의 전투를 쳐다보는 저 눈빛은 그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신계 주신이 되어도 약간의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 마왕조차 타도하던 자신들과 전투를 마다하지 않던 두려움과 감정이 배제된 굶주린 짐승의 눈이다.’
승리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명조차 반대급부로 거는 광기에 찬 전사의 눈빛이었다.
저런 존재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강자에 대한 경의는 보이나, 방해가 되는 약자는 결코 용서하지 않고 언제인가는 처분한다.
지금 50만이 넘는 하급신들이 벌레로 변화시켜 버린 극단성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런 차원의 마도신이 자신들의 신계주신이며 이제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이 된다는 사실에 아찔한 어지러움조차 느낄 정도였다.
저렇게 성격이 만들어진 대부분의 원인이 자신들이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게 전장에서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사라지고 수십만의 벌레만이 꿈틀거리는 대지와 몇몇의 신만이 보인다.
아까의 치열했던 전쟁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주신들과 중급신이상의 힘을 가진 하위신들의 결전만이 남았다.
전능의 휘가 하급신들이 변한 벌레들이 가득 찬 전장을 보며 신음성을 냈다.
아무리 하급이지만 그래도 신이기에 일반적으로 저런 신체변형을 시키는 마도는 범접할 수 없는 불변성을 가진다.
그런데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전원 벌레로 신체가 변했다.
창조신인 자신이 해소방법을 잘 모르겠으니 아마도 차원의 마도신이 풀어주지 않으면 영원히 저 모습일 것이다.
창조신을 능가하는 마도신이라지만 너무나 강하고 잔혹했다.
“음-! 그래도 신인데 조금 심한 것 같군.”
그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차원의 마도신이 침묵을 지켰다.
다른 예비창조신들과 주신들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선들이 자신에게 향하자 결국 입을 열었다.
“전 누구보다 자비롭습니다.”
“응?”
“허어?”
“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