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12화 (323/2,000)

제 412화

21권

더 이상 하급신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기다릴 수 없었다.

어차피 망한 판이니 이판사판이었다.

혼자 희생하고 죽는 비련의 주인공 따위는 결코 사양이었다.

끝장이 나려면 화려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 성미에 맞았다.

그런데 7써클의 하위신들에게서 미약한 신력이 담긴 음성이 울렸다.

‘바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것은 겨우 7써클에 도달한 하급신의 필사적인 의지였다.

자신이 직속의 신계주신이 아니라면 듣지도 못할 너무나 약한 신력이었다.

하위신이 신계주신에게 바라는 간절한 청원이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뭐냐?’

‘8써클 이상의 마도를 지도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상위의 마도란 마도신, 아니, 모든 마법을 익히는 자에게 목숨보다 더한 가치를 가진다.

상위자의 본질과 일치하기에 그 경지로 가는 지름길과도 같기 때문이다.

마도사라면 당연히 영혼을 걸고서라도 얻으려 하지만 누구도 주지 않는다.

죽도록 힘들게 익힌 마도를 하위자가 쉽게 익혀서 자신을 능가할까 두려운 탓이다.

평생을 익힌 마도가 죽음으로써 사라질까봐 두려워 직계 제자에게 마지막 직전에 가르쳐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내가 진리가 8써클의 마도를 대가없이 준 것에 괜히 감동을 한 것이 아니다.

그의 자랑이 되려고 이런 미친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어디서 감히 자격이 없는 자가 상위의 마도를 원하는가?’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당장 조치를 취하려 하다가 다음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족은 마력을 높여주지만 결코 상위의 마도를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또한 믿을 수 없습니다.

신족은 권능이 있지만 마도를 모릅니다.

11써클의 마도신이신 당신은 신족의 권능뿐 아니라 동등의 마도조차 가지고 있으십니다.

하나 다른 마법신이나 마도신은 현실부정의 일그러진 존재이기에 그 가르침도 어긋날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결국 신계주신이 되신 당신만이 상위의 마도를 제대로 가르쳐 주실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들에게 마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 대가로 결코 배반하지 않는 부하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둔중한 충격이 머릿속을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마도신의 나쁜 평판과 같이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신계주신도 다 짐이라고 생각했다.

신력지원만 아니라면 당장 때려치운다고 이를 갈았다.

부하들에게 끝없이 베풀어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이제 오기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힘든 신계주신의 자리가 또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상위의 마도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신계주신이 된 마도신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리고 그것으로써 하급자에게 충성을 얻는다.

배신하지 않는…….’

신계주신이라는 직위만으로도 타인의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타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계주신이라는 검증된 자격을 가진 존재에게는 대폭 줄어든다.

단지 신력지원을 받기 위해서 필요했던 직위와 권한에 대한 재평가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계주신의 권한과 신뢰.

이걸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 * *

한편 천공신족의 주신과 거기에 버금가는 2명의 최고위 주신과 대립하고 있는 용사신과 동료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주신의 신격에 압도를 당해 마치 뱀 앞에 노출된 개구리가 된 것처럼 몸이 자꾸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전능의 휘란 걸출한 창조신의 살기와 투기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모두 주저앉을 정도였다.

이 주신의 광역권능에 그렇게 당하고도 접근을 한 것은 극히 소수였다.

정작 본인들도 과거의 가장 아픈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 만났던 상급 마왕과 동등 아니, 그 이상의 위압감.’

햇병아리 용사와 동료시절에 신계의 가호로 급증한 능력에 도취해서 바로 마왕에게 달려들었다가 겨우 목숨만 살아서 도망을 쳤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군세를 무너트리는 끝없이 작열하는 광역권능에 반사적으로 허겁지겁 와서 막아봤는데 절망만이 느껴질 힘의 격차였다.

그런 개체가 3명이나 되니 이건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마왕과 싸운 경험이 있는 제자들까지 같이 끌고 왔는데 이것들이 도움이 되기는 고사하고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다.

이런 추한 몰골이 이해가 가는 것이 자신들을 능가하는 강함을 가진 같은 8써클의 중급신인 하이엘프 퀸들조차 쳐다보고 대치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급신을 넘어서 중급신을 겨우 바라보는 제자들이 견딜 리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겨우 중급신인 용사의 파티 2개조와 하이엘프 퀸 5명이 3명의 주신을 당해낼 리가 없다.

더구나 저들은 느껴지는 권능의 수준이 다른 최고위 신들과는 격이 달랐다.

여기에 자기희생과 무한의 도전을 보장하는 ‘영겁윤회’의 마도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없이 차원의 마도신이 마도를 주입한 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발동시켜 덤비라고 손짓하는 여유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에 빛의 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전해지는 끝없는 깊이의 투기와 살기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다.

‘아무리 목숨을 걸고 수없이 덤벼들어도 결코 이길 수 없다.

덤비면 개죽임이다.

이 정도로 물러서야 해.

우리는 할 만큼은 했다.

분명 승리했어.’

마법신이 황급하게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고 동료들에게 의지를 전달을 했다.

‘어떤 보상이 주어져도 얻을 수 없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들은 우리가 넘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야.’

그래도 동료라고 버릴 수 없기에 다급하게 설득을 해나가는 마법신이었다.

보상은 분명 막대하다.

고위신들을 죽이기만 하면 상위의 써클을 부여하고 정식 신계로 받아들여준다.

그러나 이미 불굴의 광역권능을 유지하고 각자 싸운 덕에 10명씩은 죽인 것으로 판정받았다.

그리고 지금 1만의 고위신을 과반수가 넘게 쓰러졌다.

분명 승리를 한 것이 맞았다.

나머지 5천을 죽이고 저 주신들을 쓰러트려도 100명을 채울 수도 없고 지금 막고 있는 상대가 너무 강해 이 이상의 욕심을 내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던 용사신조차 이어지는 마법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죽음을 각오한 일격으로도 단발로는 저들을 죽일 수 없어.

신족의 회복력을 예상하면 주신인 저들은 결코 그런 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중급신이라도 부활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회복이 끝날 것이다.

이걸 막으려면 계속적인 연속공격이 필요한데 그럴 능력이 없지.

우릴 치료해줄 성녀가 없으면 전력으로 계속해서 상대할 수 없다.’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서 신의 가호를 받아 상위 존재의 정신공격을 막는 것이 용사다.

그리고 상대의 권능을 뚫고 직접 타격을 몰아넣는 권사와 검사, 발동되는 원거리 공격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마법사만으로 전력이 부족하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한계가 있고 팔과 다리가 날아가면 전투력이 급감하기에 신과 맞먹는 재생력과 회복력을 부여하는 성녀의 존재가 절실한 것이다.

신의 축복을 통해 체력과 정신, 모든 것을 완벽히 회복시키는 성녀의 존재만이 극한의 위력을 보이는 오의를 연발시키는 전투를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없이는 용사의 파티가 마왕을 토벌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최대 위력으로 싸울 지구력이 부족하다.

어떤 희생을 치룬 공격도 치명상이 되지 결정타는 안 된다.

자료상으로는 주신은 고위신의 10배 이상의 치유력을 가진다.

그럼 여기가 한계인가?

하지만 선별은?

처음으로 신으로서 받은 임무는?

실패……, 인건가?’

용사신이 이빨을 꽉 깨물었다.

하위신들의 군세는 분명 고위신들을 이겼다.

하나 저 3명의 주신을 넘어설 수 없다.

결과적으로 판정되면 분명 승리로 기록될 것이나 차원의 마도신이 바란 것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를 못할 완벽한 승리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인간출신의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이라는 최고의 고위직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탁월한 성과와 결과는 당연히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동료들을 이길 수 없는 전투에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고 밀어 넣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들처럼 몇몇이 조를 짜서 고위신들을 사냥하듯이 토벌하듯 움직였던 하급신들의 무리들이 이성을 되찾고 점점 물러날 기세다.

저기도 몇몇 끼어있는 현자계열의 초월자들이 다른 이들을 설득한 모양이었다.

‘이 정도에 그만두는 것이 합리적이지.

더 이상한다고 나아질 리가 없다.’

그렇게 이성으로 설득된 존재들을 다시 광기에 가까운 투기를 보이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나중에 신계주신께 어떤 추궁을 들어도 감수할 생각을 굳혔다.

아무리 불굴의 권능이 투지를 보완하고 지휘력을 보완해도 전투를 포기한 것을 다시 하게할 수는 없었다.

“전군은 후퇴……, 합-!”

철수 명령을 내리려던 용사신의 입이 다급하게 다물어졌다.

갑자기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주신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검은 로브로 가려진 눈에서 날카로운 투기와 살기가 빛나면서 단숨에 3명의 주신들을 제압하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게 한다.

창조신의 존재감이 이런 것이라는 듯이 자신들을 위축시켰던 주신들에게 받은 압박감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거기에 새로운 두려움이 새겨졌다.

그리고 차가운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사신?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느냐?

전군 후퇴라고 한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잘못 들었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벼락에 맞은 듯 소름이 바싹 올라섰다.

‘대답을 잘못하면 벌레로 변해 죽는다.’

아차하면 정말 최악의 모습이 되어 끝장이 날 수 있었다.

자신의 신뢰를 배반하고 권능을 방해하던 동료들을 벌레로 변화시켜 밟아서 죽여대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깜빡할 뻔했다.

저 3명의 주신보다 자신의 직속상위자인 차원의 마도신이 상위의 신이며 더 두려운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걸 생각하자 사라져가던 용기와 투기가 되살아났다.

“전군 후퇴는 절대 없다-!

여기서 최후까지 싸우자-!

라고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너무나 뻔뻔한 대답에 차원의 마도신이 고개를 흔들면서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주신 3명을 상대하려고 모인 인원은 모두 하이엘프 퀸 5명과 용사신과 동료들 4명, 그리고 현역 용사와 동료들 만이었다.

용사와 동료들은 강제로 끌려온 듯 떨고는 있지만 역시 마왕과의 전투의 경험으로 인해 투지만은 살아있었다.

가슴이 특히 풍만한 적마법사가 자신에게 의지를 전한 하급신임을 확인하고 판단을 끝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 이들만으로 주신들을 끝낸다.

그럼 주신계의 모든 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접근조차 거부한 나머지 하급신들은 볼 것도 없었다.

일단 기가 꺾여서 멋대로 후퇴하려한 벌은 나중에 주고 지금은 부려먹어야 했다.

“흠? 뭐 상관없다.

너희들만으로는 주신 3명의 상대는 불가능하기는 하지.

추가전력을 주지.

그리고 영겁윤회를 쓰기에는 역시 절박함이 부족해.

깜박한 일인데 나도 손에 잡히지 않을 보상과 협박만으로는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지.

쿡쿡-! 역시 부족하지만 이런 것이 최고야.

눈앞에 바로 가장 갈망하는 것을 제시해야지.”

허공 속에서 튀어 나온 것은 평범한 책 하나였다.

하나 담겨있는 마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적어도 8써클에 준하는 마력이 담겨있는 마도서인 것이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용사들 중 빨간 비단옷을 입은 적마법사에게 그것을 넘겨주었다.

“너의 의견 잘 들었다.

나의 근원학파는 특수한 신체조건을 필요로 하기에 제자로 받아들이기는 무리이다.

또한 아무리 신계주신이지만 흑마법사의 제자는 사양이겠지?

그래서 ‘영겁윤회’를 발동하고 이긴다면 이걸 대신 주겠다.

너의 적법사의 전설이라 불리던 레드 크라우드의 마도서다.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적당한 스승도 소개시켜 주지.”

그 말을 들은 적마도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레드 클라우드-!

그 이름은 화염계열 마도의 최고봉으로서 마왕과 단신으로 맞서 싸우다 같이 소멸했다는 전설적인 적마법사의 이름이었다.

적법사들이라면 누구나 그처럼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화염마도사의 특성상 패배하게 되면 그 신체는 모두 불타서 재가 되기에 소유하는 마도서도 모두 타버린다.

당연히 마왕과 같이 소멸하면서 본인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 마도서가 자신의 손에 쥐어지자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진위여부보다 존재할 리가 없는 마도서인 것이다.

그 의문을 보면서 흐릿한 악동의 미소를 지었다.

딱-!

가볍게 손을 튕기자 허공이 벌려지고 나타난 것은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하늘 끝에 닿을 것처럼 쌓여있는 책장 속에서 수많은 책들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것들이 마치 펼쳐 달라는 듯이 하급신들 앞에 나타났다.

자신도 모르게 책을 읽어간 모든 하급자들의 눈이 더없이 커져갔다.

자신들의 종족의 전설적인 영웅의 이름과 역사, 그리고 수련법이 써져있는 것이다.

내용을 확인한 하급신들 사이에 엄청난 소요가 발생하자 차원의 마도신의 신력이 담긴 말이 흘러나왔다.

“각 계열. 각 종족의 가장 뛰어난 영웅으로 태어나 마왕과 다른 일족과 싸우다 신화와 전설로 사라진 존재들의 모든 진전과 자료가 거기 있다.

필멸자로서 하급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마왕까지 토벌했던 힘과 수련방법, 그리고 숨겨진 비밀까지 말이지.

그러니 영겁윤회를 써서 반드시 이겨라.

신계주신이니 거짓은 아닐 것이고 어디서 얻었냐고?

쿡쿡쿡-! 그것 참 좋은 질문이야.”

스스로 묻고 대답하며 즐거운 듯이 오른손을 들어 크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아아아악-!

그 소리와 함께 허공이 다시 갈라지면서 거대한 화면이 펼쳐진다.

화면 안에는 거대한 신체를 드러낸 마신족과 거대한 불꽃의 새의 마력을 두른 마도사가 사투를 벌리고 있었다.

마신족의 마력과 화염의 새가 서로 잡어 먹으며 필사적으로 서로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땅은 용암으로 뒤덮여서 불타오르고 허공에는 끝없는 불의 혜성이 마왕에게 낙하한다.

그 위력은 마왕조차 직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없이 피할 정도였다.

비록 적마탑에 있는 고위 마도사의 조력이 있지만 감히 인간의 마도사라고 불리기 두려운 힘을 불꽃의 새에 감싸여있는 적발의 적마도사가 보여주고 있었다.

“너희들의 시간으로 약 600년 전에 있었던 적마탑과 마왕의 전투이다.

적마탑을 마왕에게 공격당한 적마도사 레드 크라우드의 결전의 순간이지.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드 크라우드는 행성결계로 인하여 1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중급주신의 힘을 가진 마왕과 자신과 적마탑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이 마왕과의 싸움은 본인뿐만 아니라 과거 적마탑과 왕국을 모두 불태웠다.

그래서 적마탑이 현재 중상규모의 마탑이지.

그때 모든 기록과 자료를 마왕과의 전투에 모두 소실했으니까.

화염마법에 특화된 적마법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지.

이 일이 없었다면 아마 아직도 최고의 위치에 있겠지.

쿡쿡쿡-!”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다음 장면에서 안타까운 탄성을 모두 토해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의 새가 마왕에게 돌진하여 마지막 일격을 가해 소멸을 시켰다.

하나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대가로 모든 마력을 소실한 적마도사의 신체가 재로 변하면서 불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소모한 마탑도 같이 무너지고 박살이 난다.

그 장면을 본 용사의 동료였던 적마법사의 탄식이 가장 컸다.

저 당시 대륙에서 가장 강대했던 적마탑과 적마도사가 저렇게 마왕과 같이 소멸하면서 성쇠는 끝장났다.

적마탑은 막대했던 실험 자료와 오의를 모두 잃고서 그 당시 마탑에 있지 않던 분가에서 필사적으로 복원을 하여 겨우 중상급 마탑으로 만든 것이다.

레드 크라우드님이 살아계시거나 그 분의 마도가 제대로 이어졌다면 결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하급신이 되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중간계의 인연은 너무나 컸다.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이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고 죽으면 영혼조차 사라진다.

대부분의 전설이 된 영웅들의 비참한 결말이지.

하지만 말이다.

과연 내가 끝을 내게 했을까?

그런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들을?

상위의 신이 되기 위해 지식과 권능의 학습이 하나라도 아쉬운 판국에?

그래서 이렇게 했다.

과거에서 나와라-!”

그리고 다음 순간 두 눈이 찢어질듯이 커졌다.

화면 너머에서 재로 변하는 적마법사의 신체를 어떤 손이 그대로 잡아갔다.

그리고 화면 안쪽으로 마치 잡아 뽑듯이 뽑아내는 것이다.

마치 환상처럼 적마법사의 신체가 현실에 구현된다.

그와 동시에 재로 변해가던 신체와 옷이 엄청난 신력에 의해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마왕을 죽인 적마도사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드 클라우드-!

필멸자이면서 혼자서 마왕을 토벌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 과거에 끝난 너의 운명을 부정하고 현재에 존재시켰다.

새 삶을 받아서 나의 현실에 오게 된 것을 일단 환영한다.

아니, 본인에게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잘 해보자.”

차원의 마도신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그쪽을 바라본 적발의 마도사의 입에서 분노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선명하고 강력한 흑마력이 느껴지니 분명 흑마도사이다.

흑마도사가 마력을 얻고 써클을 높이기 위해 끝없이 마족과 마왕을 소환한 덕분에 중간계는 끝없이 전란에 휩싸였다.

그래서 발견 즉시 죽이게 되어 있는 흑마도사 중에서 당당하게 마력의 원을 등에 새긴 검은 로브를 쓰고 맨손으로 다니는 오만한 계파는 오직 하나다.

흑마도사들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힘을 가진 근원학파의 마도사들 뿐이다.

“근원학파의 흑마도사냐-!

모두 너희들 짓이냐-!

너희들이 이번 마왕소환에 협력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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