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06화 (317/2,000)

제 406화

20권

현재로 끼어들어온 지금은 자신과 마도신의 오리진님만이 기억하는 과거를 생각한 회색의 절대자가 로브를 깊숙이 눌러썼다.

그리고 로브를 내린 손으로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계속 다짐을 한다.

‘참자. 참아야 해.

죽이기만 하는 건 너무 쉬워.

그러려고 그 힘든 수련을 버틴 것이 아니야.’

과거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죽인 전능의 휘를 계속 보고 있으면 당장 달려가서 똑같이 죽여 버리고 싶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같이 차원의 권능을 사용해서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얻어 수련을 하여 회색의 절대자 된 지금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고 일을 망칠 수 없기에 참을 뿐이다.

그러나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광기는 흑염의 권능조차 눌러버릴 정도로 강렬한 충동이었다.

‘내가 아무리 못나도 흑염 일족인데 오리진 주제에 앞장서서 말소시킨 흑염의 절대자부터 처리해주지.

그 후에 날 죽인 전능의 휘는 물론이고 소멸시킨 황금도 똑같이 처치한다.

같은 10중심? 동료라고?

웃기지 마라.

도움은 고사하고 입바른 소리만 하다 심판하려 달려드는 것들이?

차라리 아무 연관이 없는 타인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 적이 낫다.’

최악의 상황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죽어서 신령만 남아 더없이 비참해진 그때 외면해 주기만 했어도 이러지는 않는다.

신령만 남아 정령계로 간다고 해도 얼마든지 자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패배는 포기한 순간 확정되니 언제나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 것이다.

용병신 시절에도 이겼다고 생각한 적들을 그렇게 복귀하여 매장하고 승리를 쟁취했으니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남긴 신체의 일부분을 기반으로 부활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10중심들이 나타나 종지부를 찍었다.

그때 한목소리로 매도한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10중심의 수치.’

‘너는 가망성이 없다.’

‘소멸시킨다.

다음 회색의 절대자의 후보자를 기다린다.’

겨우 예비 창조신의 신격으로 10중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꼼짝도 못하고 소멸당하고 흑염의 절대자에 의해 말소당해 버렸다.

억울했다.

너무나 분했다.

어떤 부상과 죽음에서도 살아남아 결국 승리를 쟁취한 자신의 첫 패배가 말소라니 이럴 수는 없었다.

그것도 투신이자 전신인 자신의 최후가 전장이 아닌 재판장이라니 이런 수치가 없었다.

그것도 10중심의 기준으로 주우주의 예비 창조신인 자신이 심판을 받다니 이럴 수는 없었다.

‘너희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과거의 내가 그렇게 된다면 똑같이 그럴 것이니 결국 같다.

아직 10중심이 아닌 나를 너희들의 기준으로 심판한 논리대로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10중심의 신분으로 진 것이 아니며 신령이 남아있으니 아직 승부의 끝이 나지 않았다.

정령계라면 얼마든지 부활하고 탈출할 수 있다.

그 후 신체를 복구하여 다시 전능의 휘에게 도전하여 신계를 되찾을 수 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만은 넘어가 달라.’

애타게 기회를 갈구하는 자신의 모습과 준엄한 판결을 내리는 황금의 심판이었다.

‘동급의 존재에게 패배를 한 자는 약자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동급의 존재에게는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강자다.

10중심은 그런 강자 중의 강자만이 자격이 있다.

지금 전투를 보니 그대는 가망이 없다.

10중심에 도달해도 약자가 될 것이기에 소멸시킨다.’

꾹 다물었던 입 속에서 불꽃과 같은 울컥거림이 밀려왔다.

‘아직 10중심이 되지도 않았는데도 약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나를 심판했다.’

결국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10중심인 나를 같은 10중심 주제에 심판하지 말란 말이다-!

같은 존재이면서 정당한 시험도 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등급을 매기고 천하다고 괄시받는 것은 지긋지긋해-!”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이제 도저히 화를 참지를 못하겠다.

아직 10증심이 되지도 않았는데 패배의 예상덕분에 거의 만장일치로 처분이 결정된 것이다.

차라리 전능의 휘에게 당한 죽음이 덜 아팠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싸울 기회라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나도 너희들의 논리대로 똑같이 행동하며 복수하겠다.

너희들을 그때의 나와 똑같이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 주리라.

내 모든 것을 건 저주로 권능과 신체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이 최악의 난관을 극복하고 어떻게 승리하나 보아주지.

진리 대항 황금동맹이라고?

모두 흩어 주리라.

그래서 이번 서열전의 결과로서 유일용신제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패배해서 약자가 된다면 바람성과 일족들도 모두 박살을 내주리라.

이것이 진정한 복수-!

너희들이 내게 찍었던 약자의 낙인을 내가 똑같이 찍고 강자의 입장으로서 잔혹하게 처분해주지.”

머리 위에서 암흑의 원이 빛나며 14써클의 마력이 움직인다.

서열전에서 합공을 당하면서도 쓰지 않던 마도의 힘이다.

같이 소멸할 수도 있었으나 진정한 복수를 피했다.

“그리고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이 약자라고 무시하던 나의 힘이다-!

서열전에서 자폭을 할 때 다 같이 소멸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당한 복수를 위해 참고 참았다-!

폭쇄(爆碎)-! 코아(Core)-!”

마도 영창과 동시에 온 몸에서 검은 점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주가 박살나는 것 같은 폭음과 함께 검은 점의 궤적을 따라 차원의 경계조차 무너진다.

꽈꽈꽈꽈꽈-!

공간과 차원을 분쇄하며 끝없이 쏟아지는 이 검은 점들은 하나하나가 마도의 정화이며 파괴의 극한이었다.

점에 담긴 힘은 10중심의 신체조차 무사하지 못할 파괴력이 응축된 폭탄들이다.

이 작은 검은 폭탄들을 1,000조를 능가하는 신력과 마도로서 무한하게 만들어내서 모든 시간과 공간을 장악하고 배치해간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생겨나는 점 하나하나가 각각 최고 수준의 결계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근접전문의 투신이라고 해도 이정도의 밀도로 깔린 검은 점을 관통해서 공격을 할 수 없다.

10중심이라도 접근과 함께 신체가 박살나는 최후만이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수없는 검은 점들이 더욱 작아지면 검은 안개가 되어 자욱하게 깔린다.

더욱 응축되어 눈에 보이지도 않은 폭탄들의 영역 내에서는 모든 것이 소멸되고 결국 말소된다.

10중심의 일족들조차 이 검은 영역에 갇히면 전멸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렇게 영역을 만들면 전율의 진군의 권능처럼 존재 자체를 갉아먹고 작은 점으로 응축하면 무엇이듯 관통하고 스며들어 내부에서 폭발하는 최강의 폭탄들이 된다.

권능의 영역조차 이제까지 나타났던 권능 중 가장 광대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작동하니 위력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흩어지면 더욱 작아지고 은밀하게 신체로 스며들어 어떤 별과 강자도 폭파시킬 뿐이다.

이것이 회색의 절대자가 너무나 광대한 절대계의 10분의 1인 회색의 영역을 1달 만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었다.

현자계열 최강의 절대권능인 ‘이그드라실’과 위력만으로는 비견될만한 흑마도로 만들어낸 미완성의 광역권능의 최고봉이었다.

“휴우-! 또 저 지랄이군.

회색의 절대자의 증명인 영원체를 제어할 정도의 창조와 파괴를 주관하는 ‘이그드라실’을 먼저 익히라고 했더니 그건 대충 할 때부터 알아봤다.

영광스런 최고의 권능보다 이따위 흉악한 권능이나 만들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본래 회색의 절대자는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자주 저렇게 되면 안 되니 아무래도 진리 할아버님에게 재교육을 부탁드려야 하겠군.

휴우우우-! 나도 감당이 안 되어서 데려왔다고 하면 잔소리를 무척 하실 것인데 이걸 어쩐다?

아니, 회색의 절대자는 저게 정상이니 내버려두라고 하실까 걱정이 되는군.”

회색의 절대자가 화면을 보다가 로브를 푹 눌러쓰고 부들부들 떨 때부터 낌새를 채고 몸을 피한 마도신의 오리진이 한숨을 푹푹 쉬며 의뢰 이후의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어찌하려는지 잘 모르지만 일단 고비는 넘긴 것을 깨달았다.

불가능한 주신장이 되는 길을 혼자의 힘으로 열은 것이다.

과정이야 열불이 터질 지경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라는 바람가의 가훈과 일치되었기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었다.

과정은 너무나 순조로웠다.

그 증거로 화면 너머로 얇게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자신감과 여유조차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는 끝났습니다.

전능의 휘님의 차례입니다.

고위신들의 군세에게 가호를 내리시지요.

주신장이며 신계주신으로서 군대의 사기 양양을 위해 전쟁 전 연설도 해야 합니다.

가호와 승리의 보상의 약속-!

이것이 전쟁 전의 신계주신의 법도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전능의 휘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개인권능을 주로 익힌 이상 억지로 광역권능을 발동하면 엄청난 신력과 체력소모가 따른다.

자꾸 무리를 하고 있으니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본인의 군대에 가호를 내렸는데 자신이 전력보존을 위해 외면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서 신족의 인망을 잃으면 차후의 주신계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이제까지 무력과 편법으로만 승리를 해오던 차원의 마도신이 정치적인 방식으로도 최대한 본인에게 유리하게 풀어가고 있으니 갈수록 꼬이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성향분석을 받은 것과는 너무 달랐다.

‘잘 참고 있지만 결국 자기 성질을 못 이기는 감정적인 성격이라고 분석보고를 했던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이건 일족의 늙은이들보다 더한 능구렁이잖아.’

결국 광역권능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권능을 총동원하여 1만의 고위신들 전부에게 가호를 내려서 어느 정도 저주를 해소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 적어도 0.5써클을 회복시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고위신들의 군세가 더 강하다.

유리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어.’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연산력의 한계를 넘은 광역권능을 발동한 부작용으로 생긴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고정하듯 추슬러야 했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신력을 동원하여 투기로서 거대한 투신의 형상을 드러낸 전능의 휘가 고위신들의 군세를 굽어보며 연설을 한다.

저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고위신들에게 힘찬 어조로 연설을 하면서 사기를 고취한다.

주신계의 고위신으로서 자부심과 앞으로의 미래를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열광하는 모습을 흐릿한 미소로 띠며 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본래 전문분야가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지.

더구나 상대가 그쪽 전문가라면 더욱 그렇지.

앞으로의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내버려두는 것이 정답이었다.

덕분에 이것으로 군세의 전투는 확실히 이겼군.

그럼 다음 최종결투만 남았는가?

그 전에 나도 연설을 해서 쐐기를 박아보실까?’

전능의 휘의 열정적인 연설이 끝나고 고위신들의 환호성이 울리자 차원의 마도신의 차례였다.

의자에 앉은 그대로 하위신들의 군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차원의 마도신에게서는 전능의 휘처럼 개인의 자부심과 감정을 자극하는 열정이 섞인 말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내가 주신장이 되기 위한 전쟁이다.”

너희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

선별만 관련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싸우고 싶지 않을 것이니 그건 곤란해.

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이길 상대들이 아니다.

주신계의 고위신들은 신족의 최고 정예들이니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한참 부족하지.

쿡쿡-! 권능조차 없는 하급신들이 최선을 다해 보았자 고위신들의 입장으로서는 하찮은 벌레의 발버둥과 같다.

아무리 내가 신기로 무장을 시켜주고 ‘마도신의 본성’으로 강화를 시켜주어도 결국 벌레에서 죽기 싫고 무서워서 짖는 강아지정도일까?

그럼 아주 곤란해.

지금은 누구도 두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거든.

협박이나 강요로도 고전 끝에 승리를 하겠지만 그것으로는 한참 부족하지.”

전쟁 전 사기고취를 위한 연설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건들거리는 말투가 흘러나왔다.

아니, 의자에 앉아서 혼잣말을 하듯이 하는 것조차 그러했다.

이제는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치듯이 하는 모습이었다.

하나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급신의 장점은 오직 하나다.

패배하고 죽어도 잃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고위신들의 단점도 하나다.

죽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는 점이지.

결국 하급신인 너희들이 이길 수단은 하나다.

상처 하나라도 주고 죽는 것이다.

그런데 공포라는 감정을 가진 이상, 이건 쉬운 일이 결코 아니지.

아무리 공격해도 상대가 별 타격이 없어 보이고 아군이 마구 죽어나가면 필연적으로 사기는 낮아지기 미련이니 말이야.

완전무장한 소수의 기사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농민군들이 맥없이 당하는 원인이다.

굶어죽기 싫어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일단 배가 채워지고 막상 무가치한 죽음이 눈앞에 있으면 급속하게 무너진다.

고위신들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하고 무참하게 당하면 너희들도 똑같겠지.

선별에서 종족의 운명을 건 대표라는 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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