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2화
20권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 위로 정식영창에 따른 문양이 떠오른다.
회색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문양은 복잡하다.
지식의 상징인 책이 펼쳐진 모습을 절반을 찢어발기는 양손의 모습이었다.
현자계열의 정점이면서 지식의 상징을 부정하는 그 역설적인 모습이 그를 대변했다.
책속에서 얻은 지식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었지만 더 높은 진리를 찾아서 스스로 전장에 서기를 선택한 강자였다.
지식으로 습득한 존재하는 모든 권능과 마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10중심들의 후방을 완벽하게 담당했다.
본인이 가진 힘보다 더 무서운 계략과 정략으로서 10중심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빼앗고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렇지만 모두의 힘이 아닌 오직 자신의 위대한 힘으로 이상향인 황금시대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황금과 대립하였다.
황금의 이상을 따르는 다른 10중심들을 결국 감성의 졸개가 되었다고 조롱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들을 아끼고 도우며 많은 공을 세웠다.
초월자의 정점이며 결국 10중심의 최고의 무력인 된 바람가의 불가해의 8시조의 정립조차 그가 해낸 업적의 극히 일부였다.
전 주우주와 절대계의 정보를 통괄하고 있는 전뇌계도 그가 생전에 관리하던 업무를 돕던 하부조직에 불과했으니, 평상시 그가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알만하다.
절대계가 세워진 것도 그리고 10중심들이 영원체들을 능가하는 존재가 된 것도 그가 없으면 성립이 안 되었다.
그렇게 회색의 절대자는 과거 절대계의 모든 조직과 관리업무를 총괄한 실질적인 최고 정책담당자였다.
그러하기에 누구보다 빨리 10중심의 깊어지는 광기를 눈치를 채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자신까지 포함된 1대 10중심의 이상적인 최후를 말이다.
그것은 영원체를 능가하는 절대자 10명을 절대계를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타도해야 하는 불가능한 계획이다.
하지만 미쳐가는 그들을 위해 다음 지배자로 선택한 진리의 기초가 되는 영광된 소멸과 말소까지 준비했다.
그러고도 1대 10중심의 현자로서 끝까지 전력으로 그들을 위해 일하고 싸웠다.
회색의 최후의 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진리에 의해 절대계는 무사히 이어졌다.
절대계의 대표이자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강대한 세력과 인망을 유지했던 황금의 절대자가 가장 꺼려했지만 존중했던 회색의 현자다운 능력과 행동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고 만족한다고 웃으며 진리의 힘에 자신의 힘까지 더해 말소되었다고 전해진다.
“나는 누구의 아군도 적도 아니다.
오직 나의 지식과 이성으로 결정하고 움직일 것이다.
더 위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하여-!”
완벽하게 형성된 회색의 절대자의 문양을 쳐다보고 오른손을 들어서 그대로 인증을 했다.
이제 물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정도가 아니면 승산이 높일 방법이 없다.
출신과 직위를 따지는 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은 더 높은 직위와 출신을 가진 자들뿐이다.
수많은 창조신장을 배출한 신족 중에서 최고 명문이었던 전능신족을 아득히 능가하는 직위를 가진 일족은 절대계에서도 10중심의 일족뿐이다.
자신은 진리에게 칭호와 권능을 받아서 강해진 절대자로서 일족의 오리진이 될 자격도 능력도 없다.
본래는 쳐다볼 수도 없는 위대한 절대계의 최상위 지배층에 관련되어 있는 일이다.
이게 어떤 일을 불러올지 짐작은 하지만 대책이 없었다.
‘이번 일만 성공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실패하면 끝장이다.’
자포자기의 심정이지만 결연한 심정으로 외친다.
“현재 회색의 절대자의 과거의 자격으로 말한다.
내가 주신장이 되면 전 주우주와 절대계에 회색의 절대자의 일족의 부활을 알린다.
그 동안 공석이던 10중심의 위대한 일족의 마지막 자리를 채우겠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당연히 나를 따르는 자들에게 먼저 줄 것이다.”
쿠우우우웅-!
듣고 있는 모든 이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 이어졌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절대권능을 가진 10중심들과 일시적이지만 동급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절대 종족권능을 가진 10중심의 일족들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직위를 가진다.
현재 절대계는 각 분야의 10중심의 일족들이 관리와 지배를 병행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회색의 영역에는 정식 일족이 없어 황금일족이 대신하여 관리하였다.
전뇌계의 전뇌신들이 어떻게든 회색의 절대자의 일족이 되려했지만 당연히 부결되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아예 없었고 본래 신분이 과거 절대계의 잔당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주신장이 된다면 만드는 조건부이지만 회색의 절대자 일족의 부활은 보통일이 아니다.
현자계열이라 직접 전투력은 최고로 약하지만 그 외의 범용적인 효용성면에서는 따를 자가 없다.
조직이 되면 개인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더욱 집단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 중요성은 과거 절대계의 대표는 황금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관리했던 것은 1대 회색의 절대자였다는 것이 증명한다.
수장인 황금조차 묵인했던 무소불위의 운영권을 가지고 끝없이 절대계를 발전시켜 그때의 우주를 제패했다.
그때도 회색일족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고용관계에 불과했다.
철저하게 혼자 계획을 세우고 10중심들을 움직여서 이룬다.
이것이 회색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방금 분명 정식으로 회색의 일족을 부활시키겠다고 정식선언을 했다.
회색의 절대자는 혼자 움직인다는 상식이 깨어진 것이다.
‘1대 회색의 절대자도 일족 없이 혼자 일했는데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였다.
그런데 2대는 일족을 만든다?
이게 무슨 의미지?
설마 완벽한 수장과 지배권을 노리는가?’
보고 있던 10중심들이 침묵을 하면서 면밀하게 사태를 분석할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견제든 협조든 아니면 말살을 하든지 고려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꼴을 보는 황금의 속은 터질 것만 같았다.
회색의 일족이 정식으로 나타나는 것도 문제지만 과정이 더 큰 문제다.
‘이이이이-! 10중심 회색일족의 부활조건을 겨우 주우주의 주신장의 자리에 걸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거기에 문양에 정식인증하고 선언을 하다니 무슨 엄청난 짓을 벌인 것인가?
회색의 절대자-! 이 자는 왜 과거의 자신에게 10중심의 인증권한을 남겨둔 것이야?
10중심의 규정집은 보지도 않았나?
보았으면 인증권한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분산시키면 어떤 위험이 초래되는지 알 것인데?
아니면 이것도 계략인가?
서열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10중심들은 자신들과 대등한 세력의 대두에 정신이 팔려서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이건 엄청난 위신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흑염의 최고위 일족이 주우주의 예비 창조신에게 패배해서, 위상이 추락해서 여기저기서 반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회색일족 부활까지 이런 수준이면 절대계의 비웃음감이다.
물론 지금 ‘미친 회색’으로 불리며 날뛰고 있는 회색의 절대자 앞에서 그러지는 못하지만, 뒤에서는 그런 소리가 조성되면 다른 10중심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다.
미숙한 신입이 불러오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하위로 떨어뜨려 교육을 시키려 했는데 이건 완전히 수습불가의 상태로 가고 있다.
그런 초대형 폭탄을 터트린 차원의 마도신의 신언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그러하기에 나에게 기회를 달라.
그럼 나 역시 기회를 주리라.
그리고 비록 출신도 환경도 나쁘나 최선을 다한 자신의 삶과 쌓아온 힘에 있는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그리고 시험을 받으라.”
점점 감정이 가열되는 차원의 마도신을 화상으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마도신의 오리진이, 과거의 자신에게 멍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회색의 절대자를 쳐다보며 말한다.
“어이 회색님. 회색의 일족을 정말 만들 생각은 있냐?”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과거에 부하들에게 얼마나 당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권능 자체를 혼자서 임무가 수행할 수 있게 조정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일족입니까?
그리고 괜히 1대 회색의 절대자가 혼자 일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전뇌신들이 1대의 회색일족이라고 해도 결국 고용해 부리는 부하직원 같은 취급이었습니다.
현자계열인 저의 복잡하고 높은 사고과정은 일반적인 머리 나쁘고 감상적인 부하는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 전능의 휘의 기습 토벌전에 휘말렸을 때 그렇게 투자를 많이 했던 부하가 도움이 되기는 고사하고 배신과 다름없는 방해를 받았다.
전능의 휘를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전력으로 광역권능을 발동시키는데 말을 듣지 않는 아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고 접근을 허용한 것이다.
아무리 사전 봉쇄를 당했지만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이 도망도 못치고 소멸을 당한 이유였다.
그래서 부하조차 지긋지긋한데 운명공동체와 다름없는 일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번 서열전의 의뢰와 진행에도 부하가 저의 생각을 이해하고 돕겠습니까?
방해나 안하면 다행이지.
대신족(代神族)처럼 대가를 주고 부리는 것이 100배 낫습니다.
현자계열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보살펴야 하는 일족은 귀찮기만 합니다.
제가 직접 선언한 것도 아니고 과거의 제가 회색의 절대자의 문양을 도용한 일이니 무효입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도신의 오리진의 한심한 눈빛은 더욱 짙어지고 기계적인 말투가 이어졌다.
‘역시 수련만 시켜서 정치적이고 세밀한 분야에서는 믿을 것이 못 되는군.’
차원의 마도신이 귀찮게 정식 영창으로 회색의 절대자의 문양을 불러들이고 선언을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힘을 제외하고는 이런 분야에서는 상대적 약자인 차원의 마도신이 우위였다.
그래도 현자계열 절대 권능인 ‘이그드라실’을 쓸 수 있는 회색의 절대자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다.
비록 현실부정의 마도신의 오리진인 자신이 개입을 했다고는 하지만 500억 년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교육을 해서 쓸모가 있게 해야 한다.
이건 바람가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뽑아내는 교육자로서 이름난 자신의 자존심 문제였다.
“네 과거가 회색의 절대자의 인증까지 써서 그러하겠다는데 당연히 해야지.
원래대로라면 겨우 주우주의 예비 창조신 따위가 절대계의 10중심에게 관여할 수 없지.
하나 일단 보고 자격은 충분하다.
차원의 마도신은 현재에서 너의 과거니까 모든 책임과 권한이 너와 공유되기 때문이다.
지금 네가 벌이고 있는 모든 일이 차원의 마도신에게 동일한 책임이 있다면 너의 권한역시 과거에게 부여되는 이치지.
권리와 책임과 동등한 의무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법칙이다.
하지만 현 세계의 법칙은 강자를 우선시하는 공정성-!
이것이 현재 세계의 진리이자 법칙이라 무조건 너의 이익을 우선시하겠지만 일단 약자도 보호를 하기는 한다.
아니, 강자의 기반이 될 약자들의 수를 유지하고 늘리기 위해서 기본권만은 철저히 보호하지.
본인의 목숨과 모든 것이 걸린 이상 너의 일에 반대는 못하지만 간섭을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차원의 마도신은 본래 무리이지만 회색의 절대자의 과거로서 인증하고 정식보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10중심의 문양을 건 선언은 정식 보고절차라는 점이다.
누구에게 하는 보고냐고?
당연히 너의 직속 상급자이시지 않겠냐?”
여기까지 설명을 하자 회색의 절대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설마하며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라지만 마도신의 오리진은 무자비하게 바로 사실을 밝혔다.
“간단하게 지금 회색일족을 만들겠다고 한 말은 진리 할아버님에게 정식보고가 되었단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네가 했으니 수정하고 취소를 하겠다고?
절대계의 정점인 10중심이라도 감히 진리 할아버님에게 정식 보고된 선언을 주어 담아보시겠다고?
어디 해보아라.
바로 끌려가서 무슨 꼴을 당하나 보자.”
“허어어어어어억-!”
저절로 기함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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