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9화
20권
본래대로라면 창조신과 하급신의 신격차이이면 이미 머리를 쳐 박고서 벌벌 떨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강력한 창조신인 전능의 휘의 신격과 살기에도 초월자들의 군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자살행위와 같은 공력 명령까지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통할 정도면 기대이상이다.
바라던 대로 승산이 없고 어떤 희생을 치러도 상위신에 대한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군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감시를 멈추지 않고 있는 용사신의 동료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투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전투포기와 같은 경례를 하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 웃길 뿐이다.
‘쿳쿳-! 웃기고 있군.
감히 하급신들 주제에 창조신에게 싸움을 할 생각을 하다니?
2써클 이상의 신격을 가진 고위신에게 하급신은 백만 명이 달려들어도 시간 끌기밖에 안 돼.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단계에 쓸 전력이 부족한데 미쳤다고 여기다 투입을 하나?
부디 전능의 휘가 갑자기 미쳐서 안 날뛰고 지나가기를 기도나 해라.’
신의 선택을 받은 우월한 입장의 용사를 따라다니다가 동등한 신이 되자마자 배신한 저것들은 정말 요주의 대상들이다.
각자의 권능까지 연동시켜 놓았는데 끝없이 의심을 하고 머뭇거리는 것을 보니 그동안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과연 용사신!
저놈은 정말 저런 재능이 장난 아니네.
저 정도면 거의 초월권능으로 구분해도 되겠다.’
마도사인 인간이었던 시절에 용사를 단독으로 만났으면 쉽게 이길 수 있었어.
그리고 불굴의 광역권능이라고 해도 어차피 우월 권능이고 이미 절대급 권능으로 발전된 차원에 비하면 한참 아래다.
자신이 비교대상이 아니더라도 지금 신계에 소속된 우월 등급을 가진 고위신과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기본적으로 창조력과 전투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하이엘프 퀸들도 기본적으로 용사보다 강하다.
저기 초월자 중에서 기회만 주면 전루력을 능가할 존재도 여럿이다.
그리고 용사신의 동료신들도 전투력만 따지면 일부는 능가하기도 한다.
신계의 가호 없이 마왕과 싸우고도 자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정도인 것이다.
용사는 결국 상급자격인 신계와 동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않으면 너무나 흔한 7써클의 초월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용사신을 가장 먼저 중급신이 되게 하고 초월자의 군세를 맡긴 이유는 단 하나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신뢰받는 재능 때문이지.
상위존재인 신에게도 동등한 동료에게도 부하들에게도 끝없는 호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짧은 시간에 저 정도 정예의 군세를 바로 만들 수 있다.
나조차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정도니 말 다했지.’
용사의 진정한 재능은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힘이다.
상급자의 신뢰와 동료와의 우정, 하급자의 존경을 모아 인간이 타도 불가능한 마왕에게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대군을 만든다.
‘본래 개미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수만 마리의 개미가 희생을 감수하면 결국 이기는 것은 개미지.’
용사가 가진 호의와 신뢰를 이끌어 내는 재능이 긍정적인 사고가 끝없는 희망과 결합되어 동료나 부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어서, 마왕과도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만 결국 이기게 만드는 것이 진짜 재능이며 힘이다.
중급신이 되어서 일깨운 우월등급의 광역권능이라도 그것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다.
‘과정보다 결과만을 선택하는 나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힘인가?
정말 부럽군.’
결국 전능의 휘가 소태를 씹은 표정으로 살기를 거두고 용사신의 안내를 받고서 초월자들의 군세를 가로지른다.
척 보아도 당장 울화를 풀고 싶은 심정은 역력하지만 자신을 존경과 경이의 시선으로 순수하게 쳐다보는 용사신의 존재와 초월자들에게 받은 경례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상위자란 자신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하급자와 조건 없이 믿어주는 부하들에게 너그러울 수밖에 없다.
아마 이것저것 다 계산하는 자신이 저 군세를 이끌고 있었으면 보자마자 찢어죽이겠다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계에 종속되어 이해타산적인 어떤 신도 지금 분노한 전능의 휘를 진정시킬 수 없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신족에게 선택받아 충실히 마왕들을 토벌해온 용사신에게는 기본적으로 신족들은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떤 성자나 교황보다 더욱 신족에게 도움이 되어왔고 거기에 부여된 축복의 중복과 본래 가진 재능덕분이다.
이번에 힘겹게 믿고 신뢰한 용사신이 결국 열매를 맺은 것이다.
‘난 용사신의 재능이라고 했지 힘을 믿는다고는 안했다.’
물론 신에게는 동등한 존재로서는 아니다.
아주 귀여운 애완동물을 보는 정도지만 효과는 아주 막강했다.
정말 전능의 휘가 살의와 투지를 멈춘 것이다,
확실하게 이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엄청나다.
전능의 휘의 분노를 잠재우고 하급신인 초월자들의 군세를 창조신 앞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고 있다.
신계에 지금 무수하게 있는 최고신 신조차 누구도 이루지 못할 위업이다.
‘호감을 얻는 것이 가장 뛰어난 재능인가?
겨우 순수하게 경의를 보인 것만으로, 계산상 전능의 휘의 화풀이에 절반 이상의 전력이 전투불능이 될 상황을 해결을 했다.
결국 성패는 인간관계인가?
계획은 내가 세웠지만, 세부계획은 맡기면서 이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어처구니가 없군.
부럽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약자의 길-!
아부의 재능 따위는 진리의 자랑이 될 내가 갈 일이 아니다.
쿡쿡-!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곧 도착할 전능의 휘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차원의 권능의 창조의 힘을 받아서 주신계 주신전의 주위가 서서히 빛에 휩싸여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능의 휘는 화풀이를 못하게 된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100만이 넘는 군세의 예의를 받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처음 있는 일이다.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라서 1억 이상의 신족의 왕과 같은 존재이지만 거의 모두가 재생 및 복구 중이라서 실제 움직이는 전능신족은 10만 미만이기 때문이다.
과거 10억 이상의 신족과 1만 이상의 주신, 100명 이상의 창조신을 거느리고 창조신장조차 배출해온 전능신족의 몰락은 너무나 처참했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진리의 권능을 종족 전체가 병렬연결로 복사하려 하다가 당연하게 실패했다.
거의 모든 전능신족이 진리와 대등해지려한 단 한 번의 시도로 전멸되어 버린 것이다.
가장 강대했기에 진리에게 대항하는 주 전력이 되었고 무리를 했다.
그 결과로 멸족을 앞둔 약소일족이 되어 버렸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만약 진리와의 전쟁 때의 희생을 기억한 다른 신족의 최소한의 배려가 담긴 외면과 무시가 아니었다면 주신전쟁 때 멸족되었을 것이다.
대신 거의 대부분의 관리 영역 또한 잃었기에 자멸할 지경이라 자신과 전지의 성은 정기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신들을 잠들게 했다.
봉인한 신들을 소멸하게 하지 않고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받고 각지의 전투를 용병신으로 다녔기에 이런 예식을 받은 기억도 없다.
그동안 과거와는 힘의 격이 다른 창조신들이 이끄는 다른 신흥세력의 비위를 맞추고 그렇게 숨을 죽이고 살아온 세월만 10억 년이다.
‘빌어먹을 전임자 같으니라고-!
될 일을 시도를 할 것이지, 하필 일족의 명운을 건 선택이 왜 진리에게 도전이야-!
으득-! 그래도 겨우 여기까지 복구시켰다.
창조신성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일족의 부흥은 금방이다.’
멋도 모르고 오리진이 된 그때의 상황은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돌 정도로 미칠 노릇이었다.
진리와의 결전 이후 살아남은 것은 전쟁을 치르지 못하는 어린 신족이나 너무나 긴 삶을 살아서 소멸을 바라는 삶을 거의 포기한 늙은이들뿐이었다.
그런데 이 늙은이들이 갑자기 다가온 전능신족의 멸망 앞에서 한참을 넋을 잃었다가 미친 짓을 시작했다.
남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는 명분으로 빈사상태로 돌아온 주신들에게 얻은 불가해의 8시조를 무차별로 입력한 것이다.
삶의 의지를 잃고 정기조차 장기간 끊어 피폐해진 그들이 다시 싸울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엄청난 신족이 죽고 정기가 소모되었다.
기적적으로 자신과 전지의 성이 익혀낼 때까지 말이다.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히기 위한 소모품 같은 실험체에서 늙은이들과 엄청난 사투를 치르고 오리진이 되고 나서 정말 좋아 했었다.
‘그러나 곧 완전히 망한 일족이란 것을 알고 얼마나 황당했던가?’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히고 그동안의 고통과 분노를 풀려고 미쳐 날뛰던 자신들에게 별 대항도 안하고, 늙은이들이 왜 웃으면서 죽었는지 깨달았다.
수많은 되돌릴 수 없는 실패 끝에 삶을 포기한 그들이지만 영광의 시대는 있었다.
그 영광의 시대를 만들어준 것은 전능신족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흥은 불가능할 정도로 전력이 감소했기에 절대적인 강자를 만드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자신들은 어떤 오명을 얻고 죽어도 일족의 영광만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지로 벌인 짓이었다.
그들은 단 둘이서 모든 전능신족의 투신들을 압도하는 자신들은 보며 결국 성공했다고 확신하였기에 편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자살은 신족에게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살 희망 늙은이들을 모두 죽이고 오른 오리진의 자리는 영광은 고사하고 자신만 쳐다보는 굶어 죽어가는 고아와 같은 어린 신족들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망했는지 과거 배웠던 위대한 전능신족의 영광은 고사하고 다 망해가는 거지들의 고아원이었다.
늙은이들이 실험을 위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모든 정기를 다 써버린 탓이다.
오리진이 된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다.
오리진을 배신한 신족을 용서하지 않는 것처럼 일족을 버린 오리진도 용납되지 않는다.
권능조차 없는 어린 신족이면 혹시 모를까 오리진으로 자격을 얻은 이상 그 모든 행위는 신계에 기록된다.
‘그래서 나는 질 수 없다.
신족에게 망각도 용서도 없다.
한 번의 패배도 영원히 기억된다.
창조신이 되어 전능일족의 영광스런 부흥이 눈앞에 있는데 왜 하필 이 순간에…….’
주신계를 바라본다.
또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완전히 폐허가 된 주신계가 차원의 권능으로 자욱하게 뒤덮여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아무것도 못하고 무대에서 춤추는 광대 꼴이다.
새삼스럽게 주신계의 관리주신이 피를 토하는 표정으로 지금이라도 당장 차원신계로 쳐들어가서 주신장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물론 차원의 마도신과 정상적인 대결이라면 언제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부결시켰다.
‘마도신에게 시간과 기회를 준 것이 잘못이었군.’
그것이 오만이고 실수였다.
본인이 차원신계로 먼저 기습을 해야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정령계에서 500주우주의 창조신장과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을 붙잡은 것은 자신과 전지의 성이지만, 본진을 타도하고 추가병력까지 이겨낸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또 엄청나게 강해져 있다.
순수한 능력과 상성만으로 판단해서 쉽게 상대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생각은 많았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서 이동하자 끝도 없을 것 같은 초월자 군세의 사열은 끝났다.
창조신인 자신의 신격을 받고도 의외로 사기도 살아있고 통제도 거의 완벽했다.
그것이 자신의 앞에서 공손한 모습으로 인도하고 있는 중급신의 권능이라는 것은 눈치를 챘다.
‘차원과 같은 광역권능인가?
본인의 강화보다 군단의 강화를 선택하다니 정말 차원신계에는 희귀한 신들이 많군.’
광역권능은 많은 군세를 이끌수록 강해지지만 정작 자신은 동급과 비교하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체로 보면 초월권능이지만 정작 본인은 우월권능미만의 효과를 대부분 본다.
개인이 약한 신은 결국 수장이 되지 못하고 보조역할에 그친다.
어지간한 신들이 모두 개인권능만을 익히는 이유다.
다만 차원의 권능만은 정말 진리에게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전뇌계에서 차원의 마도신을 특급관리대상으로 삼아서 정보료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지만 그 가치가 있었다.
‘창조신의 군세.
모든 존재를 자신의 경지까지 1써클을 온전하게 상승시키고 모든 부가효과를 발동하는 절대급 광역권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만약 그걸 쓰게 되면 아무리 나라도…….’
쓸만한 주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안심을 했는데 갑자기 절대계 최상위 서열인 흑염 창조대신 성멸의 출현이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제한이 있겠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마도신의 저력에 질릴 지경이다.
그리고 방금 차원신계에서 싸웠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강력한 주신들이 예비 창조신이 되어 달려들면 정말 감당이 힘들다.
물론 근전전문 투신의 궁극에 도달한 자신이기에 패배는 하지 않지만, 정말 끝도 없는 전투와 주신계와 차원신계가 전투여파로 날아갈 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주신계에서 차원의 마도신과 마주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이 있어서 물었다.
“불굴의 용사신이라고 했더냐?”
“예-!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처음에 내가 신계로 가지 않고 주신계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으면 어떻게 했느냐?”
“똑같은 경의를 보이며 길을 안내 했을 것입니다.”
“흠-!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의 명령이냐?”
“아닙니다.
제가 받은 명령은 단지 차원신계에서 돌아가시는 길을 막지 말란 것뿐입니다.
감히 하급신들이 창조신에게 덤비는 무례를 범할 수 없습니다.
예의를 다해 환송하는 것은 모두 저의 판단입니다.”
“알았다.
기억해 두지.”
이상하게 호감이 가는 신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일단 이것으로 알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처음부터 자신과 결투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한 모든 것을 포기한 사투를 원한다는 것을 말이다.
‘주신장을 걸고 정말 정당한 승부를 바란단 말이지.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마도신이?
그것도 최악최흉의 악명을 자랑하던 차원의 마도신이 갑자기 그러니 정말 이상하군.’
쿵-!
차원의 권능으로 시야를 차단할 정도로 빛을 발하는 주신계에 내려섰다.
그리고 놀랐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주신계를 확인했던 모습은 차원의 마도신의 강습에 모든 신전이 무너지고 초토화된 폐허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완벽복구 작업을 해냈다고?’
과거보다 더욱 화려하고 커다란 신전들이 전보다 더한 영화를 자랑하듯이 빛나고 있었다.
주신계는 창조신계의 입구를 지키는 요새로서 그 등급은 최고위 창조신계에 버금간다.
그래서 주신성을 창조신성으로 개조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 워낙 신계와 자아의 등급이 높다보니 보통의 예비창조신은 통제를 엄두도 낼 수 없다.
자신조차 전투외의 모든 부분을 위임해야할 정도다.
그런 까다로운 주신계를 완벽하게 통제하여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복구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창조신이상의 창조능력이군.
그래서 주신계를 모두 부수고 스스로 만들어 본인의 손에 넣었는가?
재미있군.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다.’
쿠우웅-!
주신계의 주신전의 거대한 문이 굉음을 울리며 스스로 열린다.
그리고 바로 보이는 원탁과 주위의 자리에 완전무장을 하고 경계를 멈추지 않는 투신들이 보인다.
그 집중된 시선이 향하는 것은 태연하게 서열 2위의 자리에 앉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투기는 있으나 살기가 완전히 가신 것을 보니 압도를 당한 모양이다.
하긴 자신조차 이 정도로 완벽하게 주신계를 복구를 할 자신이 없다.
물론 가능은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정기가 들어갈 것이다.
‘대신족 대항요새인 주신계를 순식간에 파괴하고 복구하는가?
정말 대단하기는 하지.’
출신이 어떻든 인성이 어떻든 능력만은 인정을 안 해줄 수 없다.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간다.
“전능의 휘님-!”
“어서 오십시시오.”
자신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채고 반색하며 반기는 주신들의 인사에 가볍게 답례하며 서열 1위의 자리로 이동한다.
원탁의 예비 창조신들도 황급하게 의자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다.
어이없이 너무나 허무하게 당했으니 죄송한 표정을 보인다.
하나 이 정도의 힘과 창조력을 가진 존재라면 예비 창조신들만으로는 결코 무리다.
처음부터 자신이 여기를 지켰어야 했다.
‘정령계 전투의 차원의 마도신만을 생각하고 너무 얕보았다.
이게 진정한 차원의 권능의 힘인가?
강해진 만큼 오만해졌군.
아니, 자신감이 생긴 것인가?’
자신이 오는 데도 서열 2위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앉는 차원의 마도신이 얼굴을 가린 로브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술이 흐릿한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주신장인 자신에게 서열 2위라도 저렇게 가벼운 예의만은 보일 수 없다.
하나 무례를 지적하는 신들은 없다.
정확한 판단이나 질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눅된 것이다.
하긴 무시하고 경멸하기에는 보인 무력과 창조력은 너무나 강하다.
같은 예비 창조신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격차가 크다.
주신장전의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던 원탁의 예비창조신들과 주신들이 정당한 도전자의 자격을 가졌음을 납득했다는 뜻도 된다.
“앉으라.”
모든 예비창조신과 주신들이 앉았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신족의 예의로 오른손을 펴서 심장을 가리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말을 한다.
“서열 2위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의 도전자의 자격으로서 예를 표합니다.
차원신계의 사열은 어떠셨는지요?
많이 준비를 했는데 만족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음-! 신계 사열 말인가?”
자신이 올 때 모두가 일어서서 예를 표했는데 지금은 앉으라고 하니 일어선다.
노골적으로 도전을 하는 모양세지만 말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다.
방금 결전이 신계 사열이면 승부가 아니기에 자신의 패배는 공식적으로 없는 것이 된다.
물론 패배의 증거는 영광의 자리에 아직 있었다.
정령계의 자아가 통제를 당한 경우를 보면 주신계 자아도 바로 제압이 가능할 능력을 가진 마도 두뇌가 영광의 자리에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당장 박살을 내버릴 수도 있지만 저런 분야는 자신의 전문이 아니라서 확실히 처리를 할 자신은 없다.
아니, 방금 주신계의 복구를 보면 이미 제압이 끝났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뒤의 주신계 영광의 자리 위에 놓여있는 마도 두뇌를 잠시 쳐다보고 말을 받았다.
“차원신계는 개판, 난장판이라고 보고를 많이 받았지.”
뚝-! 뚜뚝-!
그제야 차원의 마도신의 입술에 맺혀있던 미소가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자신이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주변의 예비 창조신들과 주신들도 당황해 한다.
이런 시정잡배 같은 말투를 주신계에서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차원의 마도신에게 계속 당하다 보니 과거 용병신으로서 날뛰던 품격이 없는 어투와 행동이 나올 모양이다.
“하나 내가 인정한다.
지금은 훌륭하다.
신들도 모두 용감하고 강하며 단결되어 있었다.”
이건 진심이 담긴 찬사였다.
강력한 창조신의 침투를 하는데 누구 하나 도망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수없이 죽어도 바로 부활해서 달려올 놀라운 투지였다.
무슨 사정이 있든 이 점만은 인정을 해야 했다.
“하나 유지는 가능하겠는가?
그대의 힘으로는 힘들 것이다.”
이 문제역시 확실히 진실이다.
신계 발전은 쉬워도 유지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 점만은 확실히 해야 했다.
신계주신이 부하들을 감당할 수 없으면 그 신계는 내전으로 반드시 망한다.
차원신계의 여주신들은 분명 자신과 같은 근접전문의 투신이다.
그것도 최고 수준이고 이런 강력한 주신들이 8명이상이 되면 아무리 차원의 마도신이 강해도 예비 창조신급의 관리신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다.
신체를 권능으로 강화하는 근접전문의 투신을 영창을 하며 싸워야 하는 관리신이 감당하기에는 공격속도가 너무나 다르다.
직접 여주신들의 전력을 경험한 자신의 계산으로는 현재 차원의 마도신은 6명이 한계였다.
물론 차원의 마도신이라면 신계고 행성이고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광역공격을 하면 되겠지만 우주를 관리하는 신족으로서는 괴멸적인 자멸행위이다.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저도 유지가 힘들다는 점은 일단 인정은 하겠습니다.
하나 해결책은 있으니 신계 사열은 마무리하고 일단 빠르게 주신장전의 이야기를 진행하지요.”
차원의 마도신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그그그긍-!
그러자 사각형의 무대와 같은 바닥이 원탁의 앞에 나타났다.
좌우의 길이는 5m 정도이고 그리고 보기에도 탄력이 있어 보이는 4개의 굵은 검은 줄이 각 모서리의 금속 기둥에 묶여서 사방을 두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구조물에 의아해하고 있는데 차원의 마도신이 설명을 시작한다.
“이계에서는 링이라고 합니다.
이 안에서 투사 2명이 맨 주먹만으로 싸워 승부를 겨룹니다.
여기서 주신장전의 최종결전을 하고 싶습니다.”
“…….”
척 보아도 도망칠 곳이 전혀 없는 전장이다.
관리신이 일반 투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거리를 벌려서 영창을 제대로 할 시간을 버는 것으로 대부분 결정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갈수록 뭐가 뭔지 이해가 안 되는 전능의 휘였다.
그나마 무슨 일인지 이해를 하고 있는 관리주신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과 마주치자마자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나서려다가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고 입을 다물었다.
척 보아도 부지런히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다른 신들에게 몰래 의지까지 날리는 꼴을 보니 정말 나중에 손을 봐주어야 할 것 같다.
‘관리신이라는 것들은 정말 납득이 안가는 것들이다.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입만 놀리다가 정작 하는 것이 없지.
차라리 일단 저질러 보고 해결하겠다고 달려드는 차원의 마도신이 낫군.’
주신계를 초토화시켜도 다시 복구할 정도의 힘이 있다면 납득할 수 있다.
자신을 막을 정도로 강대한 신계를 만들 정도의 유능한 신계주신이면 무례도 용납할 수 있다.
물론 기분은 최악이지만 말이다.
덕분에 퉁명스런 말투가 나오고 있다.
“원하는 것이 뭐냐?
이미 완료한 승리를 유보하고 가장 불리한 결투방식을 선택한 이유 말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자리에 앉아서 대답을 이어간다.
“주신장전의 도전자는 전대 주신장에게 도전하여 승리함으로써 자격을 얻습니다.
그리고 주신계의 모든 신이 모인 선거를 통해 교체를 결정하지요.
강함과 인망, 세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한 499주우주의 신족다운 방식입니다.”
그리고 가늘게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하아아아. 하지만 인망도 세력도 가질 수 없는 저 같은 인간출신의 신에게는 결코 통과할 수 없는 방식이지요.
어떻게 전 주신장을 이겨도 선거는 결코 통과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어떤 좋은 공약을 제시해도 결과는 변하지 못합니다.
출신과 권능 때문에 어떤 힘과 창조력을 가진 존재도 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마도 독립신계의 신계주신이 한계일 것입니다.
제가 신계주신이 될 수 있던 것도 저의 신계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누구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게 순서가 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꽤나 고생을 했지요.”
그리고 은은한 살기조차 내비친다.
그 살기가 향하는 곳은 대상을 가리지도 않았다.
주신계의 모든 신들에게 뿌려지고 있는데 다른 신들은 침묵을 하고 있다.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가진 힘 덕분이었다.
힘의 우위만은 확고하게 각인을 시켰다.
“나름대로 무척 열심히 해서 저 수준까지 만들었지만 신계의 평판은 말씀하신대로 개판에서 난장판이 한계입니다.
억울하지만 기존의 평가가 워낙 나쁘니 어쩔 수 없더군요.
저의 예비 창조신의 서열 2위의 지위조차 정령계 전투가 없었다면 아마 최하위였을 것입니다.
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능의 휘의 이마의 힘줄이 꿈틀거렸다.
분명 맞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서열 50위 밖이었다.
원탁의 신은 고사하고 어떤 발언권도 없었고 솔직하게 있는지도 몰랐다.
독립신계의 주신은 주신계의 관리 밖이라 그런 면도 있지만 주신계의 모든 신이 정보를 왜곡한 탓이다.
“신족의 기억은 영원하기에 낙인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남의 일이면 꾸준하게 열심히 하여 성과를 얻으면 언제인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속 편한 말을 하면서 넘어갈 일이지만 본인의 일이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은 대부분 시작하기 전에 결과는 이미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딱-!
가볍게 튕긴 손가락에 화상이 불러올려진다.
거기에 나와 있는 모습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가속된 시간의 세월 속에서 환영처럼 움직인다.
신계가 발전되고 주신성이 추가로 생겨난다.
놀라운 속도로 차원신성이 발전하고 부속된 주신성들이 수십 개가 된다.
차원의 마도신도 자력으로 본신신력 1,000억을 확보하여 26쌍의 날개를 가진 창조신이 되었다.
하나 창조신계의 인증을 받지 못한 반쪽자라 창조신이 되어 허탈한 표정으로 화면 너머를 쳐다본다.
그 화면너머에는 지금의 차원의 마도신이 비틀린 미소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으로서 가장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었을 경우를 가정한 가상결과입니다.
최고위 창조신장이상의 본신신력을 가지고 최고위 창조신계를 능가하는 본성과 최고위 주신성을 수십 개를 거느린 최상의 결과입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제가 어떻게든 신계에서 버티다가 최고위 창조신이상의 힘을 가진다 해도 정상적인 창조신은 되지 못합니다.
선거와 같은 현재 출신과 인망, 세력을 중시하는 신계의 모든 제도와 신들이 저를 제약합니다.
창조신장이신 가람님에게 특별히 인정받아도 아마도 직속 용병신 같은 특수직이겠지요.
어떤 영광과 직위도 없는 쓰레기 청소부 같은 더러운 짓만 골라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 대신족의 지배종족 결정전에서 별 필요 없는 주신들을 데리고 최선두에서 싸우다 산화하는 역할도 있겠군요.
쿡쿡-! 정말 불공평한 세상이 아닙니까?
마음 고쳐먹고 죽도록 고생했더니 인정은 고사하고 결국 죽으라고 하더군요.
모두 날려버리고 정기를 회수하여 그나마 대우가 나은 마신으로 새로 시작하고 싶은 생각도 정말 간절합니다만…….”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주신계의 바깥에 아직 대기하고 있는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이 엄청난 신력의 울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주신계의 부속 주신성들이 당장 으깨질 정도로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전능의 휘의 얼굴 역시 일그러졌다.
저기 인질로 붙잡힌 주신성 안에는 주신계의 모든 고위신들이 있다.
대신족의 권능은 기본적으로 신살(神殺)의 효과가 있다.
창조대신 정도면 주신이 아니면 접근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힘을 가질 것이다.
저대로 박살을 내면 주신계의 신은 몰살이었다.
‘이 놈이 처음부터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심산이었어.
자신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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