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7화
20권
처음부터 이 정도로 자유롭게 불가해의 8시조를 다루었다면 결코 이런 결과는 없었겠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다.
빙글-!
그래서 아무 경계도 없이 뒤로 돌아섰다.
바로 앞의 로키나와 헤파이스, 산처럼 거대한 독니를 들어낸 신계전멸요새 요르문간드도 완전히 무시를 하고 왔던 길로 다시 이동을 한다.
그 편안한 모습을 보는 로키나의 눈은 서서히 경악으로 변해갔다.
이제까지 어떻게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렇게 돌아가는 뒷모습에는 이제 건들면 안 되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상하게 흥분상태로 강제로 침투해온 창조신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냉정을 되찾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는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이유를 알았다.
‘본래 내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권능을 가진 강자였나?
내가 초월권능이니 설마 절대권능을 가진 창조신?
그럼 결코 감당이 안 돼.
그런데 왜 처음에는 빈틈투성이로 온 것이지?
말이 안 되지 않아?’
하지만 이 예측이 사실일 것이다.
숨이 막힐 것 긴장감이, 쳐들어 왔던 것과 반대로 침묵하면서 무표정으로 걸어가는 창조신의 등 뒤로 전해져 왔다.
이것은 정말 전장을 일상처럼 살며 거기서 절대적인 우위를 누린 강자만이 보일 수 있는 자부심과 같은 여유였다.
저걸 침범하면 정말 끝까지 죽고 죽는 사투를 각오해야 한다.
이런 쪽으로 엄청나게 발달된 여신혈맹의 여주신들도 투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저쪽으로 방사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증명한다.
‘분명 초월권능을 아득히 능가하는 절대 권능을 가지고 있는 창조신이다.
거기에 미친 듯이 날뛰다가 냉정을 억지로 되찾은 저런 강자는 정말 위험하다.
잘못하면 신계 모두가 몰살된다.’
이런 위기감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방비로 뒤를 보이는 전능의 휘에게 달려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대장장이가 본업이라서 갑자기 전투가 끝나자 이런 영문을 모르는 헤파이스는 몰랐다.
마치 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떠나고 자신들은 배웅하는 것 같은 모습에,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자 로키나가 황급하게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게 뭐하는 짓……, 읍-!”
당연히 이게 무슨 짓이냐는 항의의 눈빛을 보내며 발버둥을 치려고 하자 황급하게 의지를 보냈다.
‘가만히 있어-!
지금 저 창조신을 자극하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죽어.’
‘뭐? 아까는 이길 수 있다며?
그리고 이거 당장 안 풀어.
기분 나빠!’
바둥-! 바둥-!
대충 사정을 알아채고 달려온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가세해서 입을 추가로 막았다.
‘가만있지 못해-!
갑자기 결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단 말이야-!’
‘지금 도발하면 다 죽어.’
‘이거 모두 안 놔-!’
하지만 힘으로는 절대 ‘무한연금‘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말 조금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신체능력만큼은 모든 여주신들 중 최고라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 이 무식한 힘-!
이 진주를 목에 두른 돼지가-!’
이러다가 또 자신들끼리 싸울 분위기라서 로키나가 다급하게 설명을 추가한다.
‘일부의 투신들은 몸 상태나 심리상태의 저하로 힘이 극한대로 변동되는 경우가 있어.
지독하게 높은 재능과 수련을 요구하는 권능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데 신체나 심리에 문제가 생겨서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지.’
‘어? 그거 우리 신계주신 이야기잖아?
그래서 우리들이 힘을 합하면 상대가 가능하다면서?’
자신들의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은 여러 가지 권능을 가지고 있다.
진리에게 받은 투지가 있는 한, 무한의 생명력을 주는 근원의 칭호에 강력한 마도신으로서 차원의 권능을 다룬다.
거기에 행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광역파괴권능까지 가지는데, 단 하나만으로 초월권능을 능가하는 강력한 투신이다.
그러나 지극히 큰 문제가 있다.
재능과 잠재력이 부족해서 단 하나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여러 가지를 익히니 당연히 숙련도도 떨어진다.
그리고 연계나 전력공격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빈틈이 커지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처음에는 몰라서 당했지만 이제 자신의 눈에도 가끔 큰 허점이 보인다.
그런 커다란 빈틈을 자신들과 로키나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놓칠 리가 없다.
그런 상대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데 신계를 공격을 당하고도 맥없이 보내주는 것을 이해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결국 지지 않겠다고 바동거리는 헤파이스를 보며 답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로키나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전혀 달라-!’
저 창조신이 돌아서서 걸어갈 때 정말 소름이 멈추지가 않았다.
과거 신계주신이었던 검신도 대단했지만 정제된 살기와 투기는 주신전쟁 때의 신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자극하면 정말 위험한데 자꾸 도발을 하려고 한다.
결국 이런 멍청한 대장장이도 알 수 있게 설명을 해야 했다.
‘저건 차원의 마도신과 다르게 재능이나 잠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급격한 신격상승에 권능이 적응을 미처 하지 못한 것 같아.
그런데 신살(神殺)의 타격들과 부상으로 신격이 내려가면서 정상적으로 권능이 발동되었어!
초월 권능을 능가하는 우리가 파악 못할 권능은 오로지 최상위의 절대권능 뿐이야-!
2써클 이상의 상대에게 우위를 보이는 최상위의 절대권능을 완벽하게 익힌 창조신과 싸우면 아무리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을 받는 우리라도 몰살이야.’
전능의 휘가 순순히 물러가자 안도의 숨을 내쉬던 가이아나가 의지도 보낸다.
‘맞아요.
저 분이 바로 전능신족의 위대한 오리진이시며 불가해의 8시조란 서열 2위의 절대권능을 익히신 전능의 휘님입니다.
마신왕이시며 성마신이신 전지의 성님과 동격의 강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코 본래의 힘은 이정도가 아니니 공격을 막은 것으로 만족해야 해요.’
하나 돌아온 헤파이스의 대답에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
‘최상급마신인 전율의 진군과 무승부를 낸 전지의 성님과 동격이면 별 것 아니지 않나?’
헤파이스의 갑작스런 극히 위험한 돌발발언에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로키나, 가이아나까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전율의 진군이 말이 최상위 마신이자 종족권능인 초월권능을 2개나 동시 운용하는 초마신이다.
그럼 마신왕 이상으로 보아도 충분했다.
더구나 가진 권능인 ‘전율(戰慄)’과 ‘진군(進軍)’은 절대의 반격기인 불가해의 8시조와 상성이 극히 좋았다.
직접공격과 반격을 용납하지 않고 존재를 소멸시켜 가는 광역권능인 ‘전율’과, 본신과 대등한 힘을 구사하는 분신을 무수하게 생성하는 ‘진군’의 존재는 근접전문의 투신들에게 상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를 공격을 하려 해도 거의 본신을 찾을 수 없고 공격을 막고 반격을 하려 해도 분신을 자살공격을 시키면 대책이 거의 없다.
또한 본인 자체가 극히 뛰어난 근접전문의 마신이라 빈틈도 거의 없다.
전율의 진군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점차 신력과 신체가 사라지고, 그것을 막는데 막대한 신력이 들어간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신력이 극심하게 소모되는 영역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최상급 마신들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종족권능들이라기에 본인은 소모하는 마력도 거의 없어 언제까지나 유지가 가능하니 이건 재앙과 같다.
전지의 성님 정도나 저렇게 싸우지 일반적인 투신이나 마신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근접전으로 혼자서 전율의 진군과 싸울 수 있는 전지의 성님이 엄청나게 대단하신 것이다.
본인들이 가상적으로 전투를 상정을 해보니 반나절 만에 신계까지 모두 끝장이란 결론에 경악을 했다.
그 이후 가급적 절대 도발을 하지 말자로 결정되었는데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만약 귀에 들어가면 당장 결투감이다.
‘아아아아아악-!’
‘이 바보가 무슨 말을-!’
‘설마 전지의 성님이나 전율의 진군님이 들으신 것 아니겠지?’
‘우리끼리의 의지의 교환이니 그럴 리가 없어.’
‘그리고 지금 그 분들은 그럴 상황도 아니고.’
‘또 말다툼이시겠지.’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신계를 반파시키는 전투를 보면서 전율의 진군과 전지의 성님이 어떤 존재인지 모두 깨닫게 되었다.
무승부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정중하게 손님으로 있어줄 것을 직접 요청하자 자제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하위의 신이라고 해도 신계주신이며 무엇보다 신계주신대리가 전능일족의 가이아나이다 보니 자제를 하시는 모양이었다.
주위의 평판을 신경 쓰고 계신, 천만다행인 상황인 것이다.
하나 그 뒤 전율의 진군을 끝없이 말로서 도발하고 나섰다.
그런데 전율의 진군님은 그런 도발을 더한 냉소와 조롱으로 완벽하게 받아치고 죽일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데 질릴 지경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해서 감히 근처에 못 갈 정도였다.
“이제 보니 불가해의 8시조도 별 것 아니네?
아니, 익힌 존재가 별로인가?
오리진이 겨우 주신들도 감당을 못하고 저런 꼴이라니?
전능일족의 미래가 참 밝아 보여.”
“돌연변이 같은 한 명만 믿는 것보다 낫지.
너 소멸되고 나서 임명한 후계가 최상급 마신이 되었지만 그 뒤 얼마나 우습게 되었는지 알려나?
2개의 부족이 갈라져서 전쟁에 들어가기 직전이던데?’
“그래? 정보 정말 고마워라.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가 복귀했으니 달라지지.”
“너는 지금 소환신 신세인데 과연 말이 통할까?
오히려 더욱 상황이 더욱 심해지겠지.
내게 부탁하면 조정을 해 줄 수도 있는데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보지 그래?”
“다른 일족을 도울 여력이 전능일족에게 있던가?
주신이라고는 여기 신계주신대리 하나밖에 없으면서 말은 잘하네.
너희들 손에 거의 망했던 일족이 부흥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지금 보니 본인들 앞가림도 힘들 것 같아.
오호호호홋-!”
“오호호호홋-! 부족들이 전쟁이 나서 싹 망하고도 그런 웃음이 나올까 몰라?”
주신전 영광의 자리의 서열 1위의 앉은 전율의 진군과 그 옆에 자리를 만들어 앉은 전지의 성의 살기어린 말싸움이었다.
주변에 있는 정령주신들과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은 대립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며 서로 눈을 피하고 있었다.
원탁의 전력공격 직후에 달려온 두 마신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서로를 향해 투기와 살기를 뿌리는데 수준차이가 너무 커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것이었다.
‘제발 저리 가서 싸우지 왜 여기서 이러시는지.’
‘모든 존재가 다 민폐야.
무슨 신계가 다 이런 존재밖에 살지 않나?’
하나 저런 마신들에게 말리는 말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라 서로간의 감정을 뒤로 밀어둔 오리진들과 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로 달에 도착하는 전능의 휘는 진로를 막아선 하급신들의 대군을 고요한 시선으로 지긋이 노려보며 전진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점점 근접하는 전능의 휘를 바라보는 초월자들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순간 모두의 귀에 벼락처럼 어떤 소리가 들렸다.
뿌드드득-!
살아온 시간은 적지만 마왕들과 평생을 싸워온 용사신과 동료들이다.
상위존재와는 목숨을 걸고 수없이 싸워보았는데 이런 압박감은 난생처음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공포를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귀에 울린 소리에 기겁을 했다.
그리고 권신의 입에서 비명과 같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거 주먹을 쥐는 소리다.
무슨 힘이 이래?
끔……, 끔찍하다.”
“저긴 달 밖이라고-!
공기가 없어-!
소리가 전해질 리가 없는데 무슨 소리야-!”
마법신이 황당하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능의 휘가 달 표면에 내려섰다.
보기에 느려보였지만 엄청난 속도라서 하급신의 감각으로는 대응을 할 여력이 없었다.
쿵-!
손쉽게 달의 표면에 내려서서 초월자들을 쓱 흩어본 도착한 전능의 휘의 입에서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 자조의 웃음이었다.
“후훗-! 여기가 속임수였군.
길을 막은 대군이 정상적인 고위신들이 아니었어.
7써클의 초월자들을 신기들로 위장을 하여 급조한 허수아비들이라니 이 정도로 당하면 화도 나지 않는군.”
그래도 각자가 한 종족의 초월자나 강자들이다.
그런 자신들을 허수아비로 낙인을 찍는데 감히 반론을 하거나 화를 내는 존재는 없다.
100만 명의 초월자들이 단 한 명에게 꼼작 못할 정도로 압도를 당한 것이다.
척 보아도 이건 숫자로 밀어붙여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나마 용사신의 불굴 권능이 없었다면 모두 엎드려 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표정을 아무렇지도 않는데 엄청나게 화가 나 있는지 꽉 쥔 주먹에서 아직도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라는 모두의 간절한 시선이 용사신에게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다행이 대책은 있는지 용감하게 검을 빼어들고 앞으로 바로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용사신의 동료들은 속으로 절규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다.
용사가 중간계의 초월자로 구성된 마왕토벌대를 이끌고 항상 선두에 서서 돌진했을 때의 모습이었다.
다른 놈들은 사정도 모르고 감격하고 울기까지 했지만 주신의 신검을 가지고 신계의 지원을 완벽히 받는 용사가 죽을 경우는 거의 없다.
신검은 죽기 직전의 상처라도 목숨만 붙어있으면 바로 회복을 시켜주었다.
주변에 있던 자신들만 아차하면 끝장이라는 초긴 장속에서 홀로 여유였다.
‘또-! 또 무작정 도발하려고?’
‘멈춰-! 이야기부터 하자고-!’
‘사기를 올릴 아군도 없어.’
‘어차피 결국 윗분들 권력싸움 아니야?
이렇게 죽기는 절대로 싫다고-!’
자세한 계획은 가르쳐주지 않아서 물론 모르지만 전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대강 짐작이 갔다.
엄청나게 치열해 보이지만 사망자는 거의 없다.
차원의 마도신님이나 저 창조신님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량살생은 가급적 피하고 신계를 빼앗기 위해 싸운다.
마치 대련과 같은 전투다.
이건 누가 더 우수한가를 가리는 행위이며 마치 왕국에서 벌어지는 다음 왕을 선출하는 경선과 같은 전투라고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결코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장소는 아니다.
더구나 적인 저 창조신은 신족이라서 어느 정도 자제는 하고 있어 보이지만 열을 받으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아니, 고전에 지금도 폭발직전의 성질을 애써 붙잡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다급하게 나서는 용사신을 잡으려고 하는데 환청처럼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너희들은 진짜 벌레가 되어 영원히 살고 싶은 모양이구나.
따로 보면 너희들은 겨우 일반권능을 가진 8써클의 중급신에 불과하다.
그러나 용사신이 자청한 임무에 필요한 권능의 등급은 초월이상이다.
그래서 너희들을 중급신으로 승급시키고 합동권능까지 맞추어 주었다.
지금 발동중인 공동운명(共同運命)을 어떻게든 유지시켜라.
대가도 먼저 같이 주었으니 모두의 연대책임이라는 것도 명심하라.
만약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지금 당장 벌레신이 될 것이다.
내 일에 방해가 되는 아군에게 생각할 머리는 필요가 없겠지?
백치로 만들어서 권능만 사용해 줄까?’
11써클의 강력한 마력이 움직인다.
그것도 이제 자세히 알고 보니 2써클의 상위세계라고 판단되는 절대계의 기준이었다.
8써클의 하급신의 존재 따위는 단숨에 뭉개 버릴 힘인 것이다.
우우우웅-!
전신을 조여 오는 마력의 파동과 변화되려는 신체에 차원의 마도신에게 벌레로 변환되어 무참하게 납작하게 밟힌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백치로 만드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다.
자신들의 신계주신이 방해가 된다고 백만이 넘는 흑마법사들을 참살한 흑마도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히이이이익-!”
“컥-!”
“하겠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이 마력의 압박이 싹 사라진다.
그리고 이제 지겹다는 어조의 경고성 협박이 전해진다.
‘권능의 발동조건이 ‘목숨을 건 신뢰’라니 정말 어이가 없구나.
항상 내가 직접 이렇게 감시하고 관리를 해야 하다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너희들은 내가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
목숨과 신으로서의 운명 모두가 지금 용사신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것을 명심하고 믿고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도와라.
인간출신인 내가 이렇게 말하기는 이상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귀찮다.
그러니 잘못되면 오로지 지옥으로 심판한다.
너희들은 비록 최말단의 중급신이지만 불사불노를 가진 신이다.
그 신의 지옥이 인간이 생각하는 지옥보다 가볍다고 생각하면 오만이다.
그러니 혼자서 잘살 생각하지 말고 같이 잘살 고민을 해라.
이 귀찮은 부하 놈들아.’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용사신의 동료들에게 흐릿한 의사가 전해진다.
‘평생을 같이 동료로 지내도 상황만 바뀌면 배신을 하려는 인간들에게 목숨을 건 신뢰가 어디 있다고 믿고서 이 따위 발동조건을 생성하다니 기가 막히는군.’
그 의지를 들은 당사자들 입장으로서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수치스런 일이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가 없다.
불만도 없었다.
그보다 멀쩡하게 살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으니 말이다.
“전원 발검(全員 拔劍)-!”
아직 공동운명의 권능의 중심이며 핵으로 있는 용사신의 호령에 반사적으로 각자 지급된 신기를 빼들었다.
그것은 다른 초월자들도 같았다.
공동운명으로 연결된 이상 명령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촤촤촤촤촤촥-!
전능의 휘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허수아비인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잘 조련된 군세였다.
100만이 넘는 초월자들의 군세가 일제히 신기를 발동시키는 모습은 장관이고 위압적이었다.
각자의 신력은 겨우 10만 이하의 미미한 수준이나 수가 워낙 많다보니 나름대로 보아줄만 했다.
그리고 상위의 신격에 굴복하지 않고 투기까지 은은히 올리는 것을 보니 고위신과 싸운 경험도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나 그 실태를 알고 나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나도 참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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