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1화
20권
주신장전에서 전능의 휘의 편으로 참전을 결정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고 고민하던 부분이다.
독립신계의 주신들은 일정구역에 모두 모여 있었는데 차원의 마도신의 신계가 바로 근접거리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주신계에서 도와줄 시간여유가 없다.
아니, 어디 있더라도 창조신성까지 공간이동을 하면서 달려드는 차원의 마도신을 막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신계조차 이렇게 박살인 났는데 우리 주신성과 신계정도야 순식간이다.’
‘도저히 이 이상은 안 되겠다.’
‘주신장 선발전에 우리가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기세등등하던 최고위 용병주신들의 신기들이 다시 땅에 박힐 기세로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황당한 시선으로 보는 광휘의 창조검이었다.
“잠시만-! 전능의 휘님을 배신할 생각인가?”
힐난하는 광휘의 창조신의 말에 신기로부터 통일된 의지가 전해져 온다.
‘배신이 아니고 선택입니다.
이제 승부는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독립신계의 주신들인 저희들은 정당한 주신장의 올바른 통제를 따를 뿐입니다.
주신장이 누가되든지 완전한 적이 될 수 없는 독립신계의 입장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당신도 창조신의 후계라면 알 것입니다.
전능의 휘님이 이끄는 주신계가 차원의 마도신님에게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돌아가는 사태를 보아하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차원의 마도신의 말 몇 마디로 싸워보기도 전에 가진 전력의 대부분이 날아간 것이다.
이런 당혹스런 상황은 처음 당해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칼날같이 쏘아지는 적의 충고가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
“잘 봤냐?
협박은 상대의 가장 소중한 것부터 이해하고 해야지.
그리고 반드시 협상도 병행해야 한다.
그걸 모르고 힘으로 내리누르기만 하면 분노와 반발만 산다.
마지막 남은 지금 너의 몸 상태로는 장기전은 무리다.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5분정도이니 광역권능으로 멀리 튕겨내고 연사라면 끝이다.
막 부활한 상태에서 다시 죽으면 본래의 경지조차 훼손되지 않나?
이제 창조신이 되어 주신들에게 별 상관도 없는 존재를 위해 거기까지 감수하겠나?”
‘정확하다.
그럼 원거리전으로 장기전을 벌리면 대책이 없다.
무엇보다 용병주신들의 조력 없이는 이 마도신을 이길 수가 없다.
주신계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과는 너무 다르다.
전뇌계의 말대로 정상적인 상태로도 상대가 될지 모를 정도로 강자다.
무엇보다 희생을 감수하고 싸울 이유가 없다.
부활에 들어간 정기의 대가로 창조신으로의 승급에 찬성하셨다고 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창조신에게 주신장의 직위는 명예나 마찬가지이다.
정식 창조신이 되신 전능의 휘님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지.’
한순간에 자신의 몸 상태와 상황까지 파악당한 광휘의 창조검이 움켜쥔 십자검에 저절로 힘이 빠져나갔다.
약점을 찌르는 말 몇 마디로 자신까지 전의가 완전 상실되어서 이대로 통과시켜 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가도 막지 못할 것이다.
하나 이변이 일어났다.
쿵-!
갑자기 차원의 마도신이 근원의 길잡이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 넣은 것이다.
“이런 쉬운 길도 있지만 지금의 난 감히 자만한다―!”
그리고 십자가 형태로 팔을 벌린 차원의 마도신이 외친다.
“주신계에서 최고의 검신인 광휘의 창조검과 최강의 투신들인 최고위 용병신계주신들의 전력공격을 맨몸으로 받아주겠다.”
원거리 광역 권능을 주로 사용하여 신체가 약하기로 정평이 난 마도신이 근접 전문의 투신들의 직접공격을 받아주겠다는 말에 경악을 한 모든 신들의 귀에 신언이 아로 새겨진다.
“불가해의 8시조란 절대권능을 익힌 위대하고 특별한 서열 1위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2위도 결코 그 이상으로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신계 모든 신들에게 증명하겠다.
나 역시 절대 권능인 위대한 흑염 일족이다.
거기에 근원의 칭호와 차원의 권능까지 가진 마도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직접 몸으로 시험받아 주리라.
또한 일시적으로 나의 적이 되기를 선택했지만 포기한 너희들에게도 전능의 휘에게 면목을 세울 기회조차 주겠노라.
나는 관대하고 자비로운 빛의 신이니 말이다.
그러니 오너라―!”
승부를 포기한 적들이다.
그래서 이대로 영광의 자리에 앉으면 바로 이길 수 있는데도 도발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에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리는 회색과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지금 저 전투는 잠시 휴전한 10중심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당장 달려가서 정신을 차리게 하려니 거의 걸려든 흑염의 절대자가 놀라서 경각심을 가질 우려가 있다.
‘의지를 보내 조율하는 것도 안 된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절대권능이다.’
흑염의 절대자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자신들 정도의 강자의 개입을 못 알아낼 리가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입을 어렵게 하다니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도끼눈을 뜨고 회색의 절대자를 쳐다보는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너 무슨 생각이냐?
계획은 분명 주신장의 자리를 어이없이 빼앗기고 폭주하는 전능의 휘를 차원의 마도신이 흑염의 권능으로 싸우다 처참하게 패배함으로써, 일족의 패배에 분노한 흑염의 절대자를 저기로 불러들이는 것이지 않느냐?
그래서 준 완전부활의 생명들인데 뭐하는 짓이냐?
갑자기 처음부터 흑염의 권능을 폭주시키고 수습을 하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수습을 했지?
폭주한 흑염은 완전히 신력과 체력이 소모될 때까지 멈출 수 없는데?
그보다 왜 다른 상대에게 위기를 자초를 하나?
저러다 전능의 휘란 아이가 이기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무엇보다 다 이겨놓고서 저런 쓸모없는 여유라니?
전쟁의 승리에 모든 거는 마도신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과거의 네가 하는 짓이니 왜 저러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아니냐?”
“그……, 그게…….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확실히 예상되는 구석은 있었다.
아니, 저러는 이유를 본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의 자신이 가장 갈망하던 것이 무엇인지 아니 말이다.
다만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 보니 워낙 하찮은 것이 되어서 인식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머뭇거리는 표정을 본 마도신의 오리진이 결국 해답을 도출했다.
오랜 세월을 수련시키느라 장기간 같이 있어서 표정변화에서 대충 다 알아낼 수 있었다.
해답이 황당해서 그렇지만 말이다.
“설마 완전부활의 생명이 아까워서 저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주제에 겨우 주우주의 주신장의 자리 때문에 목숨을 걸어?
설마 대가도 명예도 다 가지고 싶어서 저런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고?”
“!”
역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었다.
바로 정곡을 찔린 회색의 절대자가 과거의 자신의 행동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대응이 왔다.
“이 덜 떨어진 미친 것들-!”
덥썩-! 탈탈탈-!
분기를 못 참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회색의 절대자의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려 허공에서 마구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10중심인 회색의 절대자인지 뭐고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저런 무모한 추태를 용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놈의 자식들이-! 모든 것을 가지려다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라?
목숨을 거는 것은 좋은데 겨우 주신장이 목표야?
아직도 하급 용병신의 버릇을 못 버렸어?
그리고 마도신의 모든 계략은 상대방의 욕망을 기본으로 이용하는데 자신이 걸려들어?
거기에 승부에서 여유라고?
이것들이 정말 마도신의 오리진인 나와 해보자는 거냐?”
“컥-! 진정-! 진정하십시오.
무슨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승산도 있고 효과도 더 좋을 것이니 제발 잠시만 참아주십시오.”
힘으로 뿌리치려면 당장 할 수 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과거의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은 그야말로 외줄 타기다.
아니, 외줄도 없어서 스스로 피와 땀으로 만들고 있다.
‘주신장이 되고 완전한 부활 3개도 전부 가진다.
그를 위해 흑염의 절대자뿐 아니라 주신계의 모든 존재를 굴복시킨다.’
일반적인 존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계획하고 실행하려하는 것이다.
그동안 죽도록 고생하며 힘겹게 쌓아올린 자신의 힘만을 믿고서 말이다.
그러나 그 힘은 너무나 약하고 무력하다.
겨우 5만 년의 수련으로 동급의 존재들이 모인 거대집단을 초월할 수 없다.
더구나 같은 절대 등급의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가 수장으로 있으면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운이 너무나 좋았다.
물론 단순한 행운이 아닌 기존에 쌓아왔던 힘들이 작용한 결과다.
전능의 휘를 돕기 위한 499주우주 창조신들의 개입도 갑자기 모습을 나타낸 창조대신 성멸에게 놀라서 막혔다.
비록 신령이 없어 조종을 해야 하는 인형이나 그 등급은 10중심의 바로 밑이다.
본래 창조대신도 주우주에서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마신황제의 전력공격으로도 상처를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혼자서 발동시킬 수 없다는 제약으로 절대급 권능으로 등재된 ‘신마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조차 치명상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거기에 흑염의 권능까지 가진 창조대신 성멸은 주우주의 존재가 모두 덤벼도 결코 상대할 수 없다.
본래 신족의 10배가 넘는 신체능력을 가지는 대신족이 흑염의 권능까지 가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마도의 광역공격과 차원권능의 초장거리 기동력까지 고려하면 적대하는 순간 주우주 멸망과 동급의 위기다.
또 전능의 휘가 창조신으로 갑자기 승급되고 무리한 상위의 오의를 익혀 최악의 몸 상태다.
힘은 강해졌으나 통제가 잘되지 않는 앞으로만 질주하는 투우와 같다.
지금 여주신들은 그 질주를 비해 약점인 등에 꼬챙이를 찌르며 방해하고 있는 투우사와 같다.
그래서 대응이 가능하지 예비 창조신시절의 완벽한 전능의 휘였다면 여신혈맹과 이계의 정령신들은 이미 끝장을 내고 영광의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출신의 마도신의 승급에 따르는 주변의 반발과, 이겨야할 상대의 악화가 절묘하게 저런 쾌속의 진격을 불러오고 있다.
처음 있는 순조로운 진행에 차원의 마도신이 자만을 할 정도로 말이다.
하나 최악의 상황과 위기에 선택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얻어야 할 마도신에게 방심이란 가장 큰 실수이고 모독이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자신의 목을 이렇게 잡고 흔드는 것이 당연할 정도다.
“행운은 개인의 노력과 각오가 불러 오니까 저렇게 순조로우면 자신감도 나쁘지는 않지만 왜 하필 지금……, 컥-!”
“혼잣말 하면서 잘난 척 하지 말라고 했지-!
남들이 보면 미친 것으로 안단 말이다.
대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생각하란 말이야.
이 미친 회색 놈아-!”
꽈아아앙-!
자신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셨는지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 버리셨다.
무슨 힘인지 거의 영원체에 도달한 머리가 흔들리고 고통이 몸 전체를 덮친다.
자신의 힘이 우위이나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결코 10중심이라도 방심할 상대가 아니다.
물론 가진 전투력의 차이는 크나 바람가는 진리의 혈족이며 불가해의 8시조 중 7조인 혈연유전(流轉有償)이 있다.
그래서 바람가에서는 1만 년에 신력 1,000조가 넘는 절대권능을 완벽히 익힌 10중심급의 존재가 반드시 태어난다.
후손들의 강화되어가는 재능과 잠재력, 끝없는 권능의 증식은 그야말로 적에게는 공포다.
더구나 진리가 유일용신제에게 대가주(大家主)직을 승계 후 500억년이 지났으니 그 수가 최소 500만이란 소리다.
이 중에서 공적을 쌓아 현실에 개입하는 바람가의 오리진의 수는 겨우 10명 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절대계와 주우주가 뿌리째 흔들렸다.
가진 힘만으로도 바람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절대계 최강이다.
그러나 거의 전부가 바람성과 본가에 묶여 있으니 이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유사시 아무런 제약 없이 단독활동이 가능한 10중심급이 500만 이상-!
그것도 모두 일자전승(一子傳承)의 혈족이라 배신은 고사하고 혼란도 없어?
무슨 농담도 아니고 이런 세력이 다 있냐?
유일하게 믿을 만한 절대 종족권능도 결국 진리에게 받은 것 아니야?
발동을 금지 당하면 무슨 수로 상대하려고?
아니, 진리에게 대항하기도 전에 약간만 몰려나와도 매몰되어 죽겠다.’
이게 깨끗하게 황금의 절대자의 편이 되는 것을 포기한 이유다.
절대계에도 10중심인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신력 10조가 넘는 존재가 없는데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10중심의 일족에게만 부여되는 일시적으로 10중심급의 힘을 가지게 해주는 절대 종족권능이 아니라면 이미 포기해야할 수준이다.
오죽하면 영역내의 이권이라면 서로 전투를 주저하지 않는 다른 10중심들조차 바람가의 일이라면 공동대응이 원칙일 리가 없다.
현자이지만 계략을 주로 담당하는 회색의 입장에서는 상대하는 것이 바보짓이다.
무엇보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비록 진리의 전폭적인 묵인과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을 능가하는 회색의 절대자가 되게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미 승패가 결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런 폭력은 조금 자제를 해주셨으면 하는데 워낙 잘못한 것이 많으니 그러지도 못한다.
가끔 참기 힘들지만 반드시 견디어야 했다.
‘커어어어억-! 제발 작작 좀 해라.
이러다 다 죽는 수가 있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것만으로 분이 안 풀리시는지 파멸유혼검을 꺼내서 두들기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하는 말인지, 과거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아리송한 생각을 하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 * *
한편 서열전에서 휴전을 한 10중심들이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흑염의 폭주가 자력으로 멈췄다.”
“오-! 신기하군.
신체와 정신이 멀쩡한데도 이제 중지가 가능하단 말이지.”
“그럼 미숙한 상태에서도 전력사용이 가능하겠군.”
“흑염도 저기까지 발전을 했는가.
정말 축하하네.
흑염의 절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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