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77화 (288/2,000)

제 377화

19권

슬그머니 화면을 끄고 신기를 보완하는데 돌린 차원의 마도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준비상태는 아주 좋았다.

혼자서 발버둥 치던 과거에 비해서는 천지차이이다.

더구나 예상보다 더 완벽하게 신기들을 만들 수 있었다.

“다행히 다 되었군.

부족하든 말든 어떻게든 써 먹고 말테다.

그리고 보여주지.

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를-!

그리고 그 때 나는 주신장이 된다.”

파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직-!

주신전의 빈 좌석에 배치된 신기들이 신력을 포화상태로 흡수하여 외부로 발산되기 시작했다.

각 신기에 부착된 검은 물체들이 완전히 일체화 되어 흡수되어서 검은 빛을 뿌리고 거기서 뻗어 나온 황금빛 선들도 신력을 한계까지 머금었다.

차원의 주신전에 새로이 만들어진 신의 자리는 모두 100만이다.

그 수에 걸맞은 검은 색의 신기들이 뿜어내는 마력은 어지간한 신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다른 신들은 축제에 참석하느라 아무도 없는 주신전에 무생물인 신기만이 만들어준 주인을 느끼고 공명음을 발산한다.

그리고 더욱 고조되는 차원의 마도신의 마력은 어디를 보아도 빛의 주신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살기와 투기에 완전히 물들어져 있었다.

“이제 나는 권력과 명예가 없어도 좋다.

단지 이런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시험할 뿐이다.

본래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돌아갔었어.”

나직하게 독백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만이 감돌았다.

전장으로 만들어준 달의 표면에서는 이제 부활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악이 받쳐서 주신들에게 덤벼드는 초월자들이 무수하게 보이고 있었다.

신들의 도움을 받아도 최상의 결과가 겨우 무승부다.

저들만이 자신에게 주신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것이 본의이든 타의이든 말이다.

그러나 전장의 한심한 상황을 보니 저절로 이마가 꿈틀거리고 혈압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원하던 목표치의 절반을 겨우 넘긴 것이다.

“푸아아아아-!”

한숨인지 기합인지 모를 고함을 치며 다시 일어선 용사신의 앞에 주신의 공격이 가해졌다.

이미 봐주는 것은 없는지 권능과 신체가 최고조로 합일된 전력공격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당했던 공격들이라 방어와 반격의 순간을 숙달하고 있었다.

신검의 궤적이 빛나며 일단 공격방향을 어긋나게 한다.

꽈자자자자작-!

그리고 불굴의 권능이 발동되면서 다시 주신의 권능을 지체시킨다.

정면의 방어는 어림도 없으니 나온 편법이지만 대부분의 초월자들이 이걸로 버티고 있다.

물론 몇 번 막으면 바닥나는 신력으로 날아가지만 그래도 횟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불굴의 용사신은 온갖 어려움에도 굽히지 아니하는 정신이 형상화된 권능으로 비록 상위신의 권능이지만 어느 정도 해소하며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초월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막아줄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광역권능으로 발동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건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말을 계속 외친다.

“나를 믿어라-!

제발 좀 믿어줘-!”

일주일간 과거 동료들에게 수없이 이야기한 말이지만 이 빌어먹을 과거의 동료들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그 동료들이 거부하는데 다른 초월자들에게야 당연하게 거부를 당한다.

그러니 권능의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당할 뿐이다.

이래서는 자신했던 결과는 고사하고 징벌을 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필사적이지만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아-! 정말 시끄러-!”

“말할 시간에 네가 직접 막아.”

“음-! 신력과 마력은 상충되니 힘들군.

마도신이라도 되어야 하나?”

저렇게 도움을 거절하고 몇 번 막다가 죽음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연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도저히 왜 이러는지 몰라 전투 중에라도 끝가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몇 주 동안 고자가 된 것 가지고는 이렇게까지 나올 리가 없다.

엄청난 추궁 끝에 결국 본심을 들었다.

“나는 이제 용사의 동료가 아닌 검신이다.

누구 옆의 들러리는 지긋지긋해.

나도 이제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다.”

“이제 너랑은 같이 안 다닐래.

힘들어서 싫어.”

“너의 동료면 아무런 이득이 안 돼.”

위에서부터 검신, 권신, 마법신이다.

과거 검왕으로 불리며 가장 믿음직한 강한 동료였던 친구가 이제 자신의 들러리는 싫다고 한다.

권왕으로서 단련된 육체만으로 마왕에게 덤비던 순수한 투지의 화신이던 전우가 같이 다니기 힘들어서 싫다고 한다.

물론 마법신이야 과거 젊은 시절부터 툭하면 투덜거려 기대도 안했지만 설마 저 둘까지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월자로서 하급신이 되더니 아예 자신을 모른척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설마 용사로서 명예가 집중된 것은 자신뿐이고 이들은 동료들이란 평가를 받은 것이 이렇게까지 한이 맺혀있는지를 몰랐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만 결국 본인들은 하급이나마 신이 되었으니 과거의 인간 때처럼 누군가의 주변 동료로서 남지 않겠다고 발악 중인 것이다.

‘이런 것들을 그래도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니-!

하필이면 이런 때에?

네 놈들은 선별이 마왕강림 정도인줄 알아?

잘못하면 모든 지성체가 몰살된단 말이야.’

그러나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먹지를 않는다.

그래도 계속 설득 중이지만 통하지는 않고 초월자들은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주일동안 당하더니 그나마 다른 초월자들에게 비해 잘 버티기는 하지만 이래서는 불굴의 진정한 능력을 쓸 수가 없다.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타인의 신뢰가 없이는 광역권능이 아예 발동이 안 되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금 신계주신님에게 원래의 선별방법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온 자신이다.

이렇게 해서 추진하시던 주신장전의 일정이 잘못되면 무슨 벌을 받을지 모른다.

아니, 갑자기 금속괴물들이 추가된 것을 보아서는 이미 보완은 진행 중일 것이다.

그래서 자꾸 설득을 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비참해질 뿐이다.

‘신뢰를 구걸하는 용사신이라니-!

이런 수치가 있나?

그것도 막 신이 되어서 처음 받은 업무에서 이런 추태라니?

영원히 쫓아다닐 오점이다.

이놈들을 그냥-!’

사정을 대충 파악한 주신들이 딱하다는 눈빛과 가끔 건네는 격려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쯧-! 정말 안타깝구나.

너 이번 일의 책임자지?”

“권능이 이 꼴이니 어찌할꼬?

다시 권능의 광역 발동조건을 재설정하려면 주신급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인데 이래서야 언제 가능할지?”

“공을 세우기는 고사하고 벌을 안 받으면 다행이로군.”

“일단은 힘을 내거라.

일을 망쳤다고 설마 말소시키기야 하시겠는가?

신체만 죽이고 신령은 신령연옥(神鈴煉獄)으로 감금하시는 정도겠지?”

“감……, 감사합니다.”

‘그걸 인간들은 지옥이라고 부릅니다.

말소보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면 차라리 말을 마시던가?

약을 올리시는 것입니까?’

슬슬 악에 받쳐서 자연스럽게 치밀어 올라오는 대답을 억지로 삼키고 예의바르게 대답을 하는 용사신의 마음속은, 대치하고 있는 주신들의 대화내용을 들으며 시꺼멓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신계주신님이 엄청 화를 내는 모양인데?

갑자기 추가하신 저 기계덩어리들은 또 뭐야?

순수한 기계신은 아니고 초월자들과 융합되어 있던데?”

전장에서 그나마 주신들의 공격을 막고 간간히 반격도 하는 금속괴물들은 자기에게도 초미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러나 지은 죄가 있으니 직접 묻지를 못하고 있었다.

“기계마도신과 행성제압병기라고 하던데?”

“클클-! 그럼 덜 떨어진 기계문명인가?

자원소모가 극심하고 오염이 심해져 생명체와 별들의 정기는 약해지지.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을 어디서 주우신 모양이로군.

급하기는 급하신 모양이야.”

“하지만 이거 단단하기는 한데?

아니, 자체 수리가 엄청 빠르다고 할까?

더구나 이것들은 어떤 주신의 사도인가?

본래 단단한데다가 신력으로 추가 보완되고 있어 공격이 잘 안 먹혀.”

꽈르르릉-! 파가가각-!

주신들의 공격이 작렬할 때마다 금속의 신체가 쩍쩍 금이 가며 무력하게 박살이 나지만,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이 복구가 되고 있었다.

부서져 산산이 날아간 부속품들이 빛을 내는 것과 동시에 본체로 공간 이동되어 재조립되고 있다.

거기에 어떤 종류의 권능이 작용되는지 갈수록 내구성과 견고성이 상승하고 있자 결국 눈치를 챘다.

주신의 가호를 얻은 아주 특이한 사도라는 것을 말이다.

“거의 상급 주신의 권능으로 보호되고 있다.

그리고 점점 구조도 강화되어 가는데?”

“이제 일격으로는 안 부서지는군.”

“그리고 이제 초월자들의 상대도 주의를 해야 해.

주신에게 익숙해졌다.”

초월자들을 공정한 시각으로 확인을 해본 결과 이제 겨우 하급신이지만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내고 있다.

파괴력이 분산된 광역공격으로는 끝장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신력을 다루는 것도 능숙하다.

그리고 수도 백만을 넘어서니 하나하나 죽이기도 힘들고 귀찮아져 가고 있었다.

“수가 꽤 되니 버티기는 하는군.

더구나 일부는 종족권능까지 발동시키고 있어서 까다로워.

그리고 본래 주신과의 싸움에 꽤 익숙한 존재들도 있다.

도대체 뭐하던 종족이기에 상위존재들과 이렇게 잘 싸우지.”

주신들이 주목하고 있는 존재는 하이엘프 퀸이라는 여검사들이다.

정령왕과 일찌감치 합신하여 처음부터 안 죽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족의 초월자들을 끌어 모으더니 바로 군대를 형성하고 반격까지 하고 있다.

더구나 어떤 고위신의 종속신인지 모르지만 신력의 한계를 모를 정도로 마구 신력을 쓰면서 최대일격을 쏟아내고 있으니, 주신들이라도 방심하면 상처를 입을 지경이다.

그리고 각 종족별로 지도자를 뽑고 군대를 조직하여 대항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처음처럼 마구 유린을 할 수가 없었다.

모인 하급신이 백 단위이면 무시하겠는데 백만 단위이니 까다로운 것이다.

물론 이기지 못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갈 뿐이다.

“음-!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력은 분명 올랐지만 주신들에게는 거의 무의미해.”

“그래도 혼자 들어가면 이제 조금은 위험해지기는 했는데?

이럴 바에는 직속인 주신급의 신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더 나은데?”

차원의 마도신에게 주신급의 직속세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도 지금은 마신성이 된 강력한 주신성 출신들이다.

정령주신들이야 신체가 아직 없어 못 쓰지만 그들에게 지금처럼 투자하면 주신들을 추가로 몇 명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의사전달을 들으며 차원의 마도신이 씁쓸하게 혀를 찼다.

‘쯧쯧-! 주신 몇 명가지고 해결이 안 되니 이러지.

그리고 주신들로 주신을 이겨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완벽하게 공포를 느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해야 해.

다행히 절반정도는 준비 되었군.

역시 신들에 비해 초월자들의 성장이 빠르다.

아니, 이건 적응이라 보아야 하겠군.

바로 끝장나지는 않겠어.’

하지만 저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초반에는 마음껏 초월자들의 전장에서 활보하던 주신들이 모여 이렇게 의사를 교환해야할 정도로 방어벽이 굳건해지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상대가 안 되니 자연스럽게 개인이 아닌 종족별로 모여서 방어하고, 그것은 종족권능으로 구현되어 주신들의 권능조차 방어해낸다.

비록 하급의 신이나 수십 수백이 넘어 수천의 권능을 수렴한 방어력은 주신이라는 위대한 신격조차 감당을 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주신 혼자서는 무인지경으로 휘저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점점 쓰러지는 초월자들과 박살나는 기계 마도신, 행성제압병기의 수가 급감하고 서서히 피해율이 극적으로 감소된다.

드디어 서로 피해가 없는 대치 상태가 만들어졌다.

용사신의 불굴의 권능이 저 꼴인 이상 이대로는 여기가 한계다.

“예선전을 끝낸다.

휴식을 명령한다.”

신계주신의 명령이 전달된 것은 그때였다.

털썩-! 털썩-!

그 말과 동시에 한계에 달한 초월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진다.

아무리 부활이 되고 정기가 보충된다고 하지만 수없는 죽음과 부상은 그 정신을 극한대로 소모시켰다.

그러나 이 전장으로 만들어진 달에 설치된 마도는 미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지, 갈수록 또렷해지는 정신으로 그 고통을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

아무리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자지만 죽음을 반복 경험한다는 것은 정신의 한계를 넘는 행위이다.

9할이 넘는 초월자들이 휴식명령과 함께 긴장이 풀려서 정신을 잃을 정도다.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그 시련 속에서 견디고 버티어 각 종족의 대표자들이 된 존재들뿐이다.

물론 불굴의 용사신은 갑자기 중지된 예선전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계획을 들었다.

그런데 이대로 진행되면 오히려 선별을 통한 신계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예선전에 참전한 모두를 주신전에서 휴식을 허락한다.

그리고 불굴의 용사신.”

“예-!”

갑자기 호명된 용사신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짜증과 피로에 절어 있다가 황급하게 대답을 했다.

“너는 모든 신들과 초월자들 앞에서 중간보고를 하도록 해라.”

“예?”

무슨 추궁을 받을지 몰라 잔뜩 긴장한 덕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는데 바로 무엇인가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제는 익숙한 목검의 일격이다.

‘또 저 목검이다-!

피……, 피해야 해-! 꺼어억-!’

퍼어어억-! 꽝-!

분명 마도신이라 이런 검을 다루는 것은 어색해야 하는데, 징계를 위한 이 목검의 일격만큼은 정말 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다.

그대로 머리를 강타당해 얼굴부터 바닥에 박을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라고 해라.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당장 처분을 하지는 않겠다.

나는 관대한 빛의 신이니까.

언제나 자비가 기본 노선이다.

그래서 일단은 말은 들어주지.”

꾸우우우욱-! 꾸우우욱-!

그러나 목검은 상당히 감정이 들어갔는지 그대로 용사신의 머리를 땅속에 처박을 기세였다.

큰 소리를 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지은 죄가 있으니 감히 머리를 들 엄두도 못 내고 고통을 감수하는 용사신이었다.

“바로 대면보고 준비를 하라.”

그 말과 함께 목검이 치워지자 잠시 그 자세 그대로 있던 용사신이 몸을 일으켰다.

이런 개망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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