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6화
19권
잠시 생각을 하다 결론을 내렸다.
“……아뇨.
탈출시킬 계획을 짜놓겠습니다.”
결국 실패를 확신한 회색의 절대자의 말에 마도신의 오리진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회색의 절대자조차 과거의 자신을 못 믿겠다는데 점점 골치가 아파져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획을 변경시키자니 너무 많이 깊이 들어왔다.
이제 죽으나 사나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열전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용신족의 결사적인 집중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서 있는 8인의 절대자다.
만전상태인 유일용신제가 지금 움직이면 바로 끝장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멍하니 목검을 겨누고 있다.
“역시 안 움직이시네요.
남에게서 받는 승리는 원치 않는다는 그런 뜻일까요?”
그 말에 마도신의 오리진은 고개를 저었다.
500억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진리 할아버님을 모시며 절대계와 주우주의 전쟁터를 전전했던 자신과 바람가다.
비록 직접 개입을 못했지만 일부의 오리진들은 수없는 전투를 경험한 전투적인 가문이다.
그런데 그런 낭만적인 사상이 통할 리가 없다.
그리고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은 지금은 본체가 아닌 화신체이며, 서열 2위라서 유일하게 직접 현실에 개입하시며 영원체들과도 치열한 전투를 치룬 분이시다.
영원체들과의 전투는 신력은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특유의 영원성 때문에 피가 마르는 혈투다.
그런 경험을 엄청나게 하신 분이 주어진 승리를 마다할 리가 없다.
“허어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바람가는 무가(武家)이니 승리가 먼저지, 그런 명분은 나중이지.
어떤 오의의 일종인 것 같은데 무슨 오의의 준비에 일주일이 넘게 걸리지?
아니, 내가 모르는 바람가의 오의가 있던가?
오리진 이하면 없는데?
이번 서열전은 너무 변수가 많아.”
‘다 저희 덕이죠.
너무 설친 모양입니다.
이미 저희 통제도 벗어났어요.’
입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그런 소리를 하면 맞기나 하지 무사할 리가 없다는 것은 오랜 수련과정을 통해 알고 있었다.
대신 다른 일을 말한다.
“상황이 악화될 것 같으니 차원의 마도신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제 여유시간은 없습니다.
지금이 최고의 호기입니다.”
8인의 절대자의 지금 몸 상태는 최악이다.
자신이 본신신력 전부를 걸고 자폭으로 건 저주는 아직 유효하다.
권능의 효과가 반감되었고 몸 상태도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수치로 따지면 1할 정도의 감소지만 본래 가진 전력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전력하향이다.
용신족을 이용하여 신력까지 거의 소모시켰다.
더구나 서열 2위인 유일용신제가 멀쩡한 이상 8명이 합세를 해도 승산이 있다.
그러니 저렇게 회복시간을 주면 상황이 악화된다.
지금 가장 전면에서 막아서는 흑염의 절대자만 추가 타격을 주면 이 균형은 단숨에 무너진다.
“……그렇군.
시작하라고 해라.”
화면 너머의 차원의 마도신에게 의지를 보낸다.
신기를 만들며 얼마나 무리를 했는지 근원의 칭호를 가지고도 정기 소모를 감당을 할 수 없는지 멍한 상태다.
“준비완료다.
더 이상 끌 수 없다.”
“빨라-!
아직 일주일이 남아있지 않아?
상황을 알려줘.”
차원의 마도신이 초취한 안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멍한 눈을 본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속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집념의 불꽃을 읽은 것이다.
과거의 자신은 겨우 잡다한 신력을 긁어모아 본신신력 100억을 넘고 마도로 증폭하여 최대출력 1,000억을 겨우 넘긴 예비 창조신이다.
그런데 신력 1,000조를 초과하고 완성된 차원과 마도신의 권능으로 정당하게 서열 10위인 자신이 압도를 당할 지경이다.
그제야 지금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알았다.
‘이것이 지금의 내가 잃은 것인가?
광기에 가까운 승리에 대한 집착!
아니,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오기인가?’
“8인의 절대자들은 용신족으로 한계까지 신체와 신력을 저하시켰다.
그런데 결말을 거부하고 대기 중인데?”
“보여줘.
시작하면 나도 멈출 수 없다.
진행은 완벽하게 준비된 그 다음이다.”
그 말에 마도신의 오리진님을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바로 화면을 연결했다.
자신과는 이미 다른 시야와 생각을 가진 차원의 마도신이다.
그럼 분석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목검을 들고 8인의 절대자를 겨누고 서 있는 유일용신제와 아슬아슬하게 겨우 서있는 모습들을 보더니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뭐가 최악인데?
오히려 최상의 전투준비 상태이잖아?
멍청한 용신족 놈들로 체력의 소모를 시키라고 했더니 오히려 벌집을 들쑤셔 놓았다.
지금 건들면 전부 끝장이다.
적어도 지금의 대치가 풀려야 시작할 수 있어.”
“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태세는 같이 죽자는 준비다.
정작 부상을 입혀야 하는 신체는 멀쩡하고 신력만 약간 감소된 상태에서 투기와 살기를 저렇게 자극을 해놓다니?
설마 용신족들을 데리고, 설마 원거리 공격만 반복하게 한 것은 아니지?
지금 회복을 포기하고 권능과 신력을 모두 집중시키고 있는데 지금 건들자고?
8인의 절대자와 유일용신제 모두가 필살의 일격을 준비 중이라서 씨도 안 먹힐 것 같은데?”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용신족들을 참전을 하게 만들고 원거리 공격만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것만으로도 회복을 방해하고 신력을 소모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른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신력의 고하로만 생각을 하게 된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전투에서의 승부는 신력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크지만 다른 요인도 작용을 한다.
카르마가 극악인 용병 마도신이었던 과거의 자신은 절망적인 전투에서 그 다른 요인을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했었다.
약한 쪽에서 항상 강자의 허점을 물어뜯어 이겨온 과거의 자신은 확실히 승부감각과 주변정세를 읽는 눈이 탁월했다.
안 그러면 바로 죽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지금의 자신에게 사라진 부분이다.
그런데 그 차이가 지금 세심하게 전황을 읽는 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결국 뭐라고 답변을 하지 못하자 마도신의 오리진이 나섰다.
“그럼 네가 보는 개입 시기는 무엇이냐?”
“지금과 같은 전력 대치는 아무리 10중심이라도 오래 못합니다.
더구나 도박과 같은 일격의 전력 승부는 직위가 높으시고 세력을 가지신 분들은 절대로 못하지요.
지금은 잠시 수세에 몰려 이성을 잃은 상황이니 조금 있으면 서로 이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자고 제안을 할 것입니다.
유일용신제님도 필승의 확신이 없으니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오의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오의가 바람가에 있습니까?
일격에 8인의 절대자의 전력공격을 막아내고 승리를 쟁취할 만한 권능이 있을 수 있나요?”
“아무리 우리 바람가라도 최상위의 절대 권능 8개의 동시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하는 오의가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런가요?
하지만 준비자세 조차 힘드신 느낌이 심상치 않군요.
제가 보기에는 공멸까지 각오한 전력공격을 일단 방어하고 반격하는 권능 같습니다.
아니면 저렇게 좋은 기회를 넘길 리가 없습니다.
다수의 동급이상의 권능을 방어하고 바로 반격을 하는 오의가 바람가에 정말 없는지요?
가능은 하나 신체가 감당할 수 없는 오의가 없습니까?”
거기까지 설명을 듣자 저절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 바람가는 불가해의 8시조를 완전히 익혀서 제 7조인 혈연유전(血緣遺傳)에 의해 끝없이 강화되어가는 그 재능과 신체능력은 따를 존재가 없다.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의 저 신체가 비록 화신체지만 5백억 년 이상을 단련시킨 몸이시다.
‘더구나 저분은 자신들 바람가의 총가주이며 진리 할아버님의 직계가 아니던가?’
직접 전수를 받은 단련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분이 완전히 못 익히고 발동조차 힘든 상위의 오의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짚이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마도신의 오리진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익히는 과정이 너무나 어렵고 난해해서 거의 포기가 된 오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에 마모되고 미쳐가던 과거의 8인의 절대자를 순살 할 정도이기에 포기하지 못하고 시도 중이다.
“불가해의 8시조의 상위 오의이자 유일무이한 영원등급의 권능.
그 힘은 조금이라도 익혀낸 자에게 3써클 이상의 강자조차 이길만한 자격을 부여한다.
일명 절대해의 8시조(絶代解의 八始祖)다.
진리 할아버님만이 익혀낸 환상의 바람가의 오의이지.”
“호오? 어떤 오의입니까?”
회색의 절대자조차 관심을 보이자 담담하게 설명을 한다.
이건 비밀도 아니다.
이미 바람가의 모든 오의는 전부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석당해서 패배를 당할 오의 따위는 기본기로도 쓸모가 없다는 진리 할아버님의 방침 때문이다.
오의도 중요하지만 자질에 노력에 따라서 우열이 가려진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개방했지만 약점의 발견은 고사하고 조금이라도 익힐 수 있는 존재조차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어떤 바람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성과를 개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불가해의 8시조를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상위의 오의를 익히기 위해서는 하위의 오의를 익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다음 말에 회색의 절대자뿐만 아니라 화면 너머의 차원의 마도신조차 입이 딱 벌어졌다.
“권능으로는 황금시대를 구현하고 신체적으로는 흑염을 자유롭게 구사해야 한다.
또한 다른 8인의 절대자의 모든 권능도 초월적으로 익혀내고 동등한 수준 이상이어야지 시도할 수 있다.”
“…….”
“…….”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다.
절대 등급의 권능 하나를 익혀내는데 어떤 자질과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을 하면 아득할 정도다.
더구나 10중심들의 권능이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걸 모두 익혀야지만 배울 자격이 있단다.
“물론 회색의 현자님의 현자계열 최강오의인 ‘이그드라실’조차 동시에 발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혼자서 다른 10중심의 최강의 오의들을 익히고 동시에 구사할 수 있을 때 절대해의 8시조의 입문자격이 있다.
이 일격으로 진리 할아버님께서는 과거 8인의 절대자를 동시에 죽이고 신체를 봉인하셨다.”
잠시 생각이 멈출 정도다.
특히 영원체조차 봉인할 수 있다는 ‘이그드라실’을 구현하기 위해 죽을 고생을 했던 회색의 절대자의 충격은 컸다.
자신도 전투 중에는 발동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강력한 대신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오의다.
그런데 동급의 오의를 동시에 익히고 발동을 한다니 이건 어디의 괴물인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진리의 오의라는 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진리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바로 납득한 것이다.
“몇몇이 시도를 했지만 전부를 익히다보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재능과 신체의 한계로 결국 2개 이상의 오의를 초월적으로 익히지 못하고 일단 멈출 수밖에 없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안 되니 일족을 만들어 종족권능으로 본인의 재능과 권능을 늘렸지.
이들이 바람가의 오리진이다.
물론 독자적으로 익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태어날 후손들에게 기대를 해야 했지.
그러니 언제인가는 될 것이다.”
아직 진행 중이라는 말에 저절로 황당하다는 반응이 회색의 절대자와 차원의 마도신에게 터져 나왔다.
불가해의 8시조조차 익힐 수 있는 존재가 주우주에 하나나 둘이 있을까 말까인데, 기본으로 익히고 다른 영원 권능 전부를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시도라도 가능하십니까?”
“포기도 안하시고요?”
“우리는 바람가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가훈이다.
그래서 목적이 무엇이든 시도하고 포기는 없다.
절대해의 8시조도 언제인가는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오의가 되어 진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끝없는 강함과 발전의 추구-!
이것이 진리 할아버님의 의지다.
후손이라면 당연히 받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거야 바람가는 당연하지만 다른 존재들은 불가능하지요.
어째 바람가의 후손들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했는데 목표가 너무 높아서 중간에 포기를 하고 딴 일을 해도 이 정도가 되는 거였군.’
‘영원권능은 있는지도 모르고 하위의 절대권능이면 절대계에서 군림을 하고 초월권능만 되어도 주우주에서는 지배층입니다.
그러니 제발 진리께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의 승급 기준 하향 좀 부탁드려 주십시오.
그걸 따라가다 죽을 지경입니다.’
논리보다 가까운 주먹이 무서워 차마 발설은 하지 못하지만 말을 해도 들으실 리가 없다.
그러나 흥분을 해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 마도신의 오리진을 보고 회색의 절대자와 차원의 마도신은 암담한 시선을 교환했다.
기준이 너무 다르다 보니 대화가 아예 안 통한다.
‘바람가에 안 태어나기를 천만다행이로군.’
‘절대계 최고의 명문가라더니 교육 목표도 최고로군.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프다.
나는 그만 가련다.
대충 들어보니 저렇게 사전준비를 해도 발동조차 힘들 것 같아.
8인의 절대자가 공멸하자는 것을 막는 위협수준이야.
유일용신제가 휴식시간을 제안하면 바로 연락을 해.
주신장전을 그때 시작한다.’
‘알았다.
수고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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