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4화
19권
어딘가로 추가 연락을 하기 위해 잠시 공격을 멈춘 유일용신제에게 신족의 오리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참전하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는 회색의 협박에 대한 용신족의 긴급연락의 내용은 전부 알고 있는데 반응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당장 서열전을 잠시 멈추고 회색에게 달려가셔서 박살을 낼 줄 알았는데 몇 군데 연락하고 그걸로 끝이다.
평상시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아버님. 용신족은 이제 포기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다. 그럴 리가 있느냐?”
“예? 그럼 왜 할머님만을 바람가로 피신을 시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씀만 하신다면 지금이라도 중지를 시키겠습니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있으니 바로 가능합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이대로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멸족입니다.
그런데 포기도 도움도 주지 말라하시니 어리석은 소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색의 절대자를 바람가가 건들지 말도록 해라.”
그 말을 남기고 복잡한 표정으로 침묵을 한 채 다시 8인의 절대자가 버티고 있는 황금시대의 피라미드로 달려드는 유일용신제였다.
하지만 그 말은 일족의 멸망에 대해 방치와도 같았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마신족의 오리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사정을 안 것이다.
“휴우우-! 선택은 하지만 결정도 처분을 하지 않는다.
오리진을 따라서 서열전에 참전하지도 않고 수조차 줄어들고 있는 용신족은 10중심의 일족으로서 불필요하고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하지만, 멸족을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처리할 수는 없다.
우유부단함은 좋은 사람의 장점이자 단점이지요.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버님.”
잠시 대답을 늦춘 신족의 오리진이 결론을 내었다.
가장 오래 곁에서 지내던 자신조차 몰랐던 유일용신제의 일족에 대한 분노였다.
설마 항상 올바른 길을 선택하고 인정이 넘치시던 아버지가 일족의 멸족을 외면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나 500억년동안 진리할아버님에게 일족 때문에 당하신 일을 생각하고 일족의 반응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했다.
감히 일족의 오리진이 전장에 나오는데 상대가 안 된다고 누구도 참전하지 않다니, 이런 쓰레기 같은 이기적인 종족을 살려줄 이유가 없었다.
신족이었다면 이미 처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치를 하는 것을 보니 완전히 포기를 하지 않으신 모양이다.
하나 도움도 주지 않으실 모양이다.
그럼 용신족의 다음 행보에 따라 일족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회색님에게 보상을 추가해 주어야 하겠군.
우리조차 모르던 아버님의 가장 큰 고민을 자연스럽게 처리를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설마 그 온화하신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이 저렇게까지 일족에게 분노하고 계실지 아무도 몰랐지 않습니까?
정말 사람의 마음속은 모르는 법이군요.
착한 사람은 분노를 모두 마음속에 묻기에 화를 내면 더 큰 일이라더니 정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드럽게 납득을 하면서도 과거에 자신들이 혹시라도 실수한 것이 없나 부지런히 머리를 굴려보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었다.
이제 보니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불만을 꼭꼭 담아두시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바람가는 없기에 더욱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도신의 오리진을 보며 말을 건넨다.
“역시 일은 확실히 했구나.
결과만을 보면 과연 회색의 현자이며 절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도신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되었다.
그동안 숨겨진 불만도 처리하는 것을 보니 회색님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힘은 분명 서열 10위에 걸맞습니다.
하나 아직 세력도 없고…….”
“겸손인가?
허허. 네가?
신기한 일이군.”
오리진에게 일족에 대한 칭찬은 영광이나 이건 감당이 되지 않는다.
지금 회색이 된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은 아예 일족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단지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생각인 모양인데 일반적인 존재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나 워낙 광역권능에 특화된 존재이다 보니 그 억지가 통하고 있다.
상대가 하나이든 조를 넘어서든 광역권능으로 일순간 말살하고 차원의 권능으로 이동한다.
당연히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넓은 회색 영역을 샅샅이 뒤져서 끝까지 반항했던 자들을 모두 말살했다.
단 일주일 만에 그렇게 쑥밭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다른 10중심들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계획대로지만 설마 이렇게 철저하게 나올 줄은 예상을 못 했다.
덕분에 얻은 호칭이 ‘미친 회색’이라니 그래도 절대계의 위대한 10중심에게 붙을 의미는 아니다.
‘으음-! 그나마 진리 할아버님이 칭찬을 하실 것이니 상관은 없지만 점점 감당이 힘들어지는군.
그리고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도 폭주하고 있던데 어디까지 사건을 확대할 생각인지 모르겠군.
나도 마도신이지만 이 녀석들은 도대체 절제가 없으니 골치로군.’
저절로 침음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려는지 이제 예상은 했다.
흑염의 절대자가 타격만 입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쳐 날뛸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잘못하면 서열전이 문제가 아니라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
물론 그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비록 힘은 조금 못 미치나 전투를 두려워하는 바람가의 일원은 없다.
진리 할아버님에게 수없이 들었단 말은 지금도 불변의 법칙이다.
‘바람가는 무가(武家)다.
힘으로 자신을 증명하라.’
그러하기에 이렇게 강해지고 도전하고 있다.
그 상대가 10중심이라고 해도 무서워 도망칠 존재 따위는 성인식도 통과하지 못한다.
하나 그 와중에 절대계와 주우주의 정기 총량이 감소되면 진리 할아버님에게 치도곤을 당하는 것은 두렵다.
아니, 실망을 시켜드리는 것을 피하려니 문제였다.
마도신의 오리진인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서열전의 공간에 공간이동을 해오는 존재들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색깔들이지만 덩지는 거의 산맥만한 크기의 용신족들이었다.
특이한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언덕 같은 무척 작은 용신족들도 군데군데 보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신족의 오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 참전이 아니면 멸족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협박이 먹힌 것이다.
하긴 일부 지배층이 자기에게 반항했다고 회색영역 전체의 일족들을 대신족을 동원하여 차근차근 씨를 말리고 있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그런 위협을 받았으니 무시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오리진인 유일용신제가 침묵하고 중재를 할 다른 10중심들이 서열전으로 인해 못 움직인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열전까지 버틴다는 방안도 엄청나게 광대한 회색의 영역을 겨우 일주일 만에 초토화시킨 회색의 광역권능과 기동성을 감안하면 절대로 선택할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동안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상대가 되지 않으니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변명만 남발하던 용신족의 모습이다.
다른 10중심들이 대부분의 일족을 이끌고 참전을 하는데 혼자 참전하는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을 보아온 자신들이 결코 용납을 할리가 없다.
서열전의 거부와 명령의 회피는 이미 자신들이 오리진이면 수없이 멸족을 시켰을 중죄였다.
“휴우-! 결국 용신족들이 참전하는군.
거기에 모든 일족이 이동했어?
그동안 동급의 다른 10중심의 일족에게 무참하게 패배하여 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자인하면서 할머님의 비호로 뒤로 빠지더니 이제 어쩔 수 없는가?
말만 많고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뒷방 늙은이들에게는 역시 말이 안 통하는 미친 회색님이 정답인 모양이군.”
“그러나 전력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아아-! 초기에 그렇게나 강대했던 용신족이 저렇게까지 전락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진리 할아버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군요.”
마신의 오리진이 나타난 용신족을 보며 내린 솔직한 평가다.
같은 일족들에 비해 적어도 1써클 이하다.
그럼 전력은 고사하고 말 그대로 방해만 된다.
그러나 공간이동과 동시에 바로 8인의 절대자에게 브레스를 뿜어내는 용신족의 장로들이 있었다.
화르르르르르륵-! 후아아아아아아악-!
각양각색의 브레스가 쏟아지고 뭉쳐서 순간 무색의 브레스로 바뀐다.
유일용신제의 무한의 브레스였다.
공간이동을 하는 순간 부여된 10중심의 일족에게 부여된 종족권능을 발동하여 일정시간 유일용신제의 수준까지 힘을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8명이 동시에 뿜어낸 무한의 브레스는 순간 황금의 절대자의 황금시대를 뒤흔들었다.
“으으음-!”
갑자기 가중된 8배의 압력에 황금의 절대자가 침음을 발산했다.
비록 용신족이 유일용신제 힘을 얻었으나 본인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직접 싸우면 얼마든지 학살하듯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무식한 원거리 광역공격은 말 그대로 버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황금을 쳐다본 다른 8인의 절대자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동안 상대가 되지 않게 전락하여 신경을 끊은 유일용신제의 일족이 이런 시기에 이를 드러내면서 전력으로 덤빌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주제파악을 하면서 알아서 고개를 숙이던 일족이었기에 지금의 상황은 뒤통수와도 같았다.
“용신족-! 저 약한 것들이 감히-!”
“미쳤느냐?”
“다른 일족들은 무엇을 하고 저들의 접근을 용납한 것인가?
아차-!”
“이 빌어먹을 회색 놈이-!
설마 이것까지 계획한 것은 아니겠지?
저절로 이가 갈려지는 상황이었다.
초반부에 회색의 기습에 일족의 절반이 죽었다.
그리고 자폭에 휘말려 전멸되어 일족은 아무도 없다.
참전했다가 죽은 패배자에게 재 참전이 용납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자신들은 싸울 수 있는 모든 일족을 엄명으로 데리고 나왔다.
지금 참전이 가능한 일족은 전부 싸울 힘이 없는 어린 아기들뿐이다.
이렇게 되면 용신족을 막을 존재가 없는 것이다.
“은의 시대.”
황금의 절대자가 추가로 영창을 한다.
황금의 피라미드에 은색의 피라미드가 내부에서 보완된다.
그러자 외부에서 파고들던 용신족의 브레스가 그대로 정지되듯 영향을 멈춘다.
절대 권능인 ‘황금시대’와 절대급 권능인 ‘은의 시대’의 동시 발동이다.
아무리 유일용신제라고 해도 화신체로는 쉽게는 뚫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니 힘만 강해진 용신족의 브레스가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서열전의 마지막 순간에나 보여 주었던 최대급의 권능발휘에 8인의 절대자가 얼굴이 굳었다.
2개의 절대급 이상의 권능을 동시 발동하면 회색의 자폭으로 인한 저주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회복하여 유일용신제를 타도해도 다음은 자신들끼리 우열을 가린다.
비록 황금이 강하다고 해도 어차피 같은 10중심인 이상 거의 비등하다.
이제 황금의 절대자의 서열 1위의 탈락은 기본사실이다.
지친 안색의 황금이 결정을 내린다.
“회복에 전념하십시오.
약해진 용신족이 오래 종족권능을 발동시킬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바로 파탄이 나올 것입니다.
서열 1위는 대신(大神)에게 일단 양보하겠습니다.”
중후한 인상의 신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유일용신족에게 서열 1위를 넘기면 바람가가 바로 개입을 확대해 올 것이다.
그럼 아무리 자신들이 강대해도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없다.
“이번에는 양보를 받지.
다음 서열전에서 기억을 하겠네.”
그동안 서열 1위가 황금(黃金)이면 2위가 유일용신제(唯一龍神帝), 3위는 대신(大神)이다.
그 하위의 서열은 4위를 흑염(黑炎)이 차지하는 등의 변동이 있어도 이들은 부동의 강함을 자랑하며 서열을 유지했다.
그것이 절대계의 질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색의 난동 때문에 격변하게 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화르르르륵-!
과연 종족권능을 유지하기 힘든지 격렬하게 황금시대의 외곽을 침범하던 브레스들이 잦아들었다.
역시 황금의 예상대로다.
용신족은 더없이 강력하나 엄청난 신체부담을 요구하는 10중심의 종족권능을 견딜 수 없다.
그러니 알아서 참전을 고사하다 무슨 바람인지 모르지만 이 상황에서 왔지만 예상은 벗어나지 못한다.
“역시 한심한 용신족놈들-!
다른 최고위 일족들은 1시간을 버틸 수 있는 발동시간이 겨우 10분도 유지 불가능한가?”
“은의 시대를 잠시 멈추게.
내가 나가서 용신족을 정리하지.
흑염과 검편이 잠시 유일용신제를 막아주면 가능해.”
“그런 힘으로 잘도 서열전에 얼굴을 내밀었구나.
이 대가는 비싸게…….”
그렇게 말하던 10중심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쳐 나가떨어진 용신족의 장로들의 뒤로 다른 용신족의 장로들이 다시 8명이 나서서 다시 브레스를 뿜어낸 것이다.
화르르르르륵-! 파아아아악-!
8줄기의 무한의 브레스가 다시 황금시대를 강타했다.
“이……, 이 악독한-!
무한의 브레스의 시간차 공격이라고?
철저하게 우리를 소모시킬 작정이냐?”
이런 식으로 광역공격을 저 거리에서 연발하면 결코 나갈 수 없다.
동급의 힘으로 발휘되는 무한의 브레스는 결코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권능이 아니다.
발동되면 어떤 기술이나 권능도 끝없이 침식하고 말소한다.
오로지 끝없는 권능의 발동으로 막아야 했다.
그럼 신체적으로는 과거 최강이었던 용신족과 지구력 싸움을 해야 하니 이길 리가 없다.
유일용신제가 일족 없이 혼자 참전을 해도 서열 2위를 유지하는 이유이다.
그런 권능을 전 용신족을 동원한 시간차 공격으로 나왔다는 것은 끝장을 보자는 의미와 같았다.
이미 8열로 대열까지 정하며 준비하고 아까 녹초가 된 장로들이 뒤로 이동되는 것을 보니 역시 끝날 기미가 없었다.
수가 적지만 그래도 1억에 가까운 용신족이다.
몇 분만 개인이 버티어 주면 결국 소모되어도 회복해서 무한대로 연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황금의 절대자라 해도 편안하게 버틸 수준을 벗어난다.
자신들을 이렇게 묶기 위해서는 하위 일족으로 갈수록 필요한 인원과 유지시간은 급감하고 회복도 힘들어지겠지만, 이렇게 되면 황금뿐 아니라 자신들도 방어에 전념해야 한다.
“어떤 놈이냐-!
어떤 놈이 이렇게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냐?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놈 회색-!
또 네놈이겠지?
서열전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주제에 뒤에서 무슨 짓을 이렇게 꾸미는가?”
“용신족은 왜 이제 와서 저렇게까지 고통을 감수하면서…….”
“빌어먹을-! 어린애까지 끌고 왔어?
도대체 무슨 짓이야?”
누가 벌이고 있는 일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용신족이 전락하고 지위에 맞는 힘이 없어 대우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유일용신족의 일족이다.
10중심의 일족을 건드리는 것은 같은 10중심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니 누가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그러나 종족권능을 발동하다 완전히 소모되면 지옥과 같은 고통이 온다.
신체와 정신이 강제로 초월되어 발동되다 다시 원래의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정상일 리가 없다.
어떤 강자도 피를 토하고 절규할 정도의 고통이다.
그래서 자신들조차 가급적 발동하지 않고 서열전을 끝낼 정도이다.
그걸 전 일족이 감수하다니 이런 일이 없다.
하나 용신족들의 귀에는 지금도 끊임없이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그락-! 딸그락-!
어떻게든 유일용신제님과 용신여제님께 연락을 하여 애원하려던 자신들의 앞에 회색의 절대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회색의 손아귀에서 무엇인가 굴려지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두말할 필요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회색의 손아귀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들은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용신족의 알들이었다.
각 용신족의 세부일족의 오리진이 되어 다시 최강이라는 영광을 구현할 씨앗이다.
다른 10중심들의 일족에 비해 아무리 나약해진 용신족이지만 과거 최강이었던 자존심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본래 자리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 만들어오던 일족의 미래였다.
10중심의 일족으로서 받은 모든 정기와 권능을 대부분 소모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최후의 희망인 셈이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손아귀에 쥐고 당장이라도 으스러트리려고 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참전을 거부하는 고룡들도 일부 있었으나 같은 종족의 장로들이 본보기로 참살당하자 조용해졌다.
그리고 종족권능의 발동을 몇 십초도 못 견딜 어린 일족까지 이를 악물고 전장으로 내몰았다.
기존의 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은 장로들인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았다.
시련을 극복할 의지도 숫자도 너무나 부족하다.
아무리 장로들이 나서서 독려를 해도 종족자체가 그런 분위기이니 안 되었다.
결국 유일용신제님을 모시고 서열전에 참전하겠다는 일족까지 없어지자 너무나 당혹했다.
비록 유일용신제님이 인격자라고 하나 언제까지 참을 리가 없다.
더구나 이대로 자꾸 수준이 떨어지면 언제인가는 진리에게 직접 처분당할 것이다.
비록 유일용신제와 용신여제 때문에 넘어가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장로는 없었다.
‘진리의 인내의 한계가 오는 순간이 바로 일족의 멸족의 순간이다.’
그래서 항상 엄청난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막는 방법은 오직 하나 다른 10중심의 일족을 압도할만한 가능성을 가진 용신족을 만들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열전의 참전을 거부하고 외부의 개입까지 회피하며 전력으로 만들고 엄청난 시간을 들여 육성해온 알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만큼 언제 성숙되어 부화가 될지 몰랐고 끝없는 기다림의 세월이었다.
태어나기만 하면 반드시 다른 일족을 압도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다음 세대의 용신족의 알은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용신족 역사상 처음으로 발동된 전면참전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때 회색의 절대자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은 이번 서열전에 참가해서 모두 죽어라.
죽어도 진리가 부활시켜주는 것은 이미 알고 있겠지?
이기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8인의 절대자들을 극한까지 소모시켜 유일용신제의 승산을 높여주기만 하면 된다.
대신 이들은 내가 책임지고 부화시켜주마.
너희들은 결코 살아서는 부화시킬 수 없지만 나의 차원의 권능이면 가능하다.”
빠드드득-!
1,000조가 넘는 차원의 권능이 손에 집중된다.
그러자 그렇게나 아무런 반응이 없던 용신족의 알의 외견에 금이 간다.
깨어진 것이 아니다.
부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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