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73화 (284/2,000)

제 373화

19권

주변에 누가 있던 바로 팔다리를 뽑아버릴 기세였다.

온화한 여주신들의 등장에 축하 분위기에 있던 주신들이 황망한 시선을 보내며 급급하게 방어태세로 바뀔 정도로 살기가 넘실거렸다.

그런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치고 뭐고 승리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정말 살해당할 위기였다.

아니, 그거로 끝나면 다행이다.

죽으면 부활하면 되지만 정말 신령조차 영구 연금할 기세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자신과 관계가 없어서 생각은 안했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신령연옥(神靈煉獄)’이라는 권능이 있었다.

그것은 분명 신령을 전문적으로 연금하고 봉인하는 또 하나의 정령계였다.

이건 신들에게 있어 인간들의 지옥과 버금가는 악몽이다.

“우와와아아아악-! 아닙니다!

절대로 제가 저렇게 유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저렇게 발동조건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주신급이 되어 재조정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저라도 손을 댈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급하게 외치는 야수신의 말에 잠시 처분을 멈추고 신계 자아를 불러 확인을 했다.

과연 발동조건이 등록된 것은 하급신이 되고 바로였다.

신력이 증가되면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한 신족의 경우와는 다르게 불가능할 정도로 완성된 발동조건이었다.

이건 권능을 개발하자마자 본래의 삶의 의지가 그대로 발동조건이 되어 고착되었다는 소리였다.

처음부터 정신체로 태어나 백지상태인 신이라면 교육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극한의 수련을 통해 성숙된 초월자들은 불가능한 문제였다.

“으음-! 초월자에서 하급신이 되는 순간 권능과 발동조건이 무작위로 구성되고 고착되는가?

‘근원’의 칭호를 가진 나와는 다른 경우군.”

“그렇다니까요-!

인간이 신이 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불공평하지요.”

죽음을 당할 위기에서 살아날 길이 열린 것을 안 야수신이 필사적으로 항변을 하자, 납득한 차원의 마도신이 그대로 본래의 자리로 야수신을 놓았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야수신이 감히 다른 감정을 내보일 엄두도 못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혼잣말이 들려왔다.

“전력이 부족하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이것들도 써야지.”

주신들의 권능발동으로 난장판이 된 달의 전장에 차원이동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전장에 거대한 금속의 거인들과 괴수들이 수백개체가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일사불란하게 정렬된 그들이 일제히 양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한다.

이미 허공에 나타난 로브를 입은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에서 항거를 못할 힘의 차이와 위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우리들의 신계주신이시여.

기계 여주신님들의 지침을 받고 이미 준비하고 있었나이다.”

지체하지 않고 거대한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초월자들을 무참하게 휩쓸고 있는 주신들을 가리킨다.

“저들과 같이 주신들과 싸워 강해지라.

조건은 동일하다.

내가 만족할 성과를 올린다면 차원의 창조신성의 거주권을 너희에게 주리라.

나에게 덤빈 벌로 주었던 제약도 풀어준다.

또한 이 전장에서는 죽음과 부상도 없다.”

상대해야할 주신들에게서 느낀 힘에 잠시 두려움을 가졌던 금속의 거인과 맹수의 기세가 일변했다.

이미 기계 여주신들님에게서 이곳의 사정은 거의 알았다.

일반 행성의 100만 배 이상의 크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 행성의 거주권을 놓고 생명체들의 대표들이 우열을 가리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신계주신인 주신장전이라는 신의 운명을 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짧은 몇 개월이지만 신에 의해 주어지고 자신들이 쟁취한 우월한 힘으로 지배계층에 올라섰다.

기계 여주신님들에게 사도로서 선택을 받으며 충성까지 맹세했다.

그리고 전해준 지식으로 알았다.

자신들의 우주가 얼마나 피폐하고 종말로 가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자원의 고갈로 인한 행성의 파괴로 생명체가 약화되고 죽어간다.

막말로 우주의 쓰레기장이었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타 우주로 진출도 불가능했다.

가치가 없어 버려진 자신의 우주외의 지역은 강력한 신계주신들이 관리하고 있다.

더구나 그 위에는 주신계가 있고 창조신계가 있다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상상도 못할 힘을 가진 거대한 체계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기에 영역침범은 있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우주에서 어떻게든 하려고 해도 이미 죽기직전의 행성들이라서 불가능했다.

어떻게 하든지 다른 우주로부터 되살필 최소한의 정기가 필요했다.

그러하기에 기계 여주신들께서 직접 상위신계로 급하게 가셨고 모든 전력이 대기 중이었다.

과거 하층민이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배계층이 된 지금은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선별전과 주신장전이라는 신들의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조그마한 보상이라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정식으로 보상을 약속받고 방금 확인해 보니 측량조차 불가능한 크기와 정기, 자원을 가진 행성의 거주권에 도전까지 약속받았으니 감격까지 할 정도다.

“이 브레이크 스로우(Break Through)가 신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전력으로 싸워보이겠나이다.”

“머신 엠파이어(Machine Empire) 역시 다시 충성을 맹세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기계 여주신에게 강화된 기계 마도신과 행성제압병기가 정식으로 선별전에 참가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전력의 추가투입을 하면서도 이를 부득 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방금 투입한 기계 마도신과 행성제압병기의 집중 포화에 주신들이 일순 멈추었으나, 바로 권능으로 현실을 조정하며 개입하자 다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대응도 못하고 무참하게 날려지는 병력들을 보자 저절로 한탄이 나왔다.

500주우주의 오리진들보다 499주우주의 주신들이 강하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럼 주신장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방식의 선별은 무리인가?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길까지 가야하는가?’

본래의 계획대로 지금 신계의 주신들을 잘 달래서 주신장전에 밀어 넣으면 원하는 전장이 형성된다.

최소한 전능의 휘와 자신이 결판을 낼 수 있는 순간까지 버티어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저 전력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과거라면 여기서 도망을 가서 후일을 도모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색-!”

“아아. 부를 시기가 좀 지난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시간이 거의 없어.

지금이라도 창조신성을 바로 선별하여 생긴 신계에 있는 주신들에게 집중시켜야 겨우 상대가 되겠지.

그럼 바로 시작할까?”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미래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만났을 때가 일주일 후의 미래의 자신에게서 분화시켜 현실부정으로 구현한 회색의 절대자라고 했다.

이미 그 후 2주일이 지나고 생존해 있는 자신과는 별개의 존재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질적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을 했을 것이라 짐작했기에 더욱 발버둥 쳤지만 이제 한계다.

운명이란 벽은 너무나 높았다.

그 난리를 치고도 겨우 3주일을 늦추는 것이 한계인 모양이다.

그러나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미래의 자신이 제시하는 방안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뢰를 완수하고도 주신장이 되지 못하면 창조신은 고사하고 언제인가 올 토벌에 당할 것이다.

“도와다오.

은혜는 잊지 않겠다.

준비가 더 필요해.

서열전에서 조금만 더 8인의 절대자들의 전력을 소모시켜 혼란시켜야 한다.

방법은 용신족의 참전이다.”

“……너 미쳤냐?”

급하게 의지를 보내는 차원의 마도신과 회색의 의사가 일순간에 교차하고 서로간의 정보를 얻었다.

“…….”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다.

죽었다 살아난 야수신 때문에 소란을 피우며 침묵을 하던 주신전의 주신들이 숨조차 고르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신력이 주신전을 가득 채운다.

회색의 절대자의 의지와 살기가 공간너머에서 조금 새어나온 탓이다.

그런 숨이 막히는 압박 속에서도 차원의 마도신의 의지는 계속 강조되어 진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 고집에 참다못한 회색의 절대자의 입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힐난이 터져 나왔다.

“용신족을 강제로 참전시키라고?

다른 10중심의 일족을 회색인 나보고 움직이란 소리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 단순한 서열전의 문제가 아니야.

흑염의 절대자와 황금뿐 아니라 잘못하면 유일용신제까지 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나는 상관없지만 너는 어쩌려고?

의뢰의 대가가 선불이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회색의 절대자의 회의서린 말에 바로 반박하는 말이 터져 나온다.

“내가 보증하지.

유일용신제는 자기 대신 용신족을 움직였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멸족시켜주면 더욱 감사하겠지.”

“뭐라고?

자신의 종족을 내가 강제로 참전시키는데 오리진인 유일용신제가 왜 화를 내지 않지?

더구나 멸족시키면 감사한다는 무슨 소리야?”

“미래의 나는 벌써 잊었는가?

자신을 거역하는 부하는 적보다 더 증오스럽다는 진실을 말이다.”

회색이 된 미래의 자신은 역시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다시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10중심을 제외하고는 거칠 것 없는 힘을 얻은 미래의 자신은 이미 대부분의 감정을 잃었다.

그 감정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모든 현실에 대한 부정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타인과 세계 전부이다.

그런 파악이 없으면 아무리 강해도 최하급의 마도신은 고사하고 손댈 수 없는 폭군에 불과하다.

아니, 단지 힘만 센 멍청이다.

그래서 더없이 차가운 음성으로 그 사실을 일깨운다.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일족 따위가 멸망해도 관심을 기울일 오리진은 없다.

더구나 500억년동안 실망만을 안겨주고 진리에게 반쪽이라고 욕을 먹게 한 종족이다.

비록 어머니가 용신족이라 버리지 못했으나 속으로 쌓아온 증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누가 보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용신족을 정리해 준다면 곁으로는 분노할지 모르나 속으로는 기뻐할 것이다.

나 역시 지금 그러하니 말이다.

신계만 무사하면 상관없는 나처럼, 유일용신제는 가장 중요한 어머니만 무사하면 된다는 소리이지.

이것이 자랑스럽지 못한 일족과 거역하는 부하를 가진 오리진과 상급자의 일반적인 심정이다.

왜 이런 기본적인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심정을 이제는 모르지?

너무 강해진 탓이 아닌가?

그러나 잊지 마라. 회색-!

우리는 마도신이다.

마도신은 현실을 부정하기에 누구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실을 제압할 힘을 얻었어도 현실의 추악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단 말이다-!

영원한 승리를 위해 더욱 강력해지고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말이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아있는지 명심하라.

끝없이 승리하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

역시 침묵이 흐른다.

다시 서로 간에 무수한 정보가 흐르고 계획을 점검한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원의 마도신의 말이 정답이었다.

“후훗-! 다른 10중심의 일족을 협박해서 서열전에 내몰라고 하는 비열한 짓을 하라고 권하면서 말은 더럽게 이상적이구나.

잘못하면 유일한 아군으로 삼은 바람가조차 적으로 돌아선다.

유일용신제는 바람가의 대가주이기도 하기에 마도신의 오리진님조차 그 의사를 거역할 수 없지.

마도신의 오리진님은 나를 구현하고 있기에 유일하게 내가 어쩔 수 없다.

회색이 된 내가 바람가의 누구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결국 그 제약을 넘을 수 없어.

그것을 다 알면서도 의뢰의 완수와 승리를 위해 미래의 자신조차 지옥 속에 처박을 생각인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그래 이게 과거의 나였지.

잠시 잊었다.”

“너 역시 과거의 원한을 풀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끌어들였지 않는가?

서로의 공통목적은 같다.

단지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

“쿡쿡-! 결국 누가 더 희생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차이이기는 하지.

다른 존재가 그런 궤변을 늘어놓았다면 바로 먼지로 만들어 버렸을 것인데 다시 생각해 보니 결과가 흥미롭군.”

“재미있을 것이야.”

“물론이지.

자랑스러운 절대계의 최고 지배종족이 용신족이 내게 명령불복종으로 멸족이 되는 사태가 발생되면, 바람가조차 뒤집어질 것이니 말이야.

아니, 명령을 하면서 멸족을 언급했다는 것도 감당을 못 하겠지.

모든 정신체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꼭꼭 숨을 것이다.

확실히 지금보다 더 조용해지겠지.”

차원의 마도신이 나직하게 웃었다.

회색이 된 미래의 자신은 받아들인 것이다.

어차피 둘 다 끝없는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운명이다.

단지 그 절벽을 뛰어넘어 저 너머로 갈 수 있는 힘을 가졌는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그래서 파멸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해도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 멈출 리가 없다.

서로의 입에서 미소가 그려지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후후후훗-! 이 질서 속에서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이다.

운명이라 말하는 사회의 질서라는 측면은 본래 그러하다.

하나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는 순간 변화되고 승리를 얻을 기회가 온다.”

“크후후후후-! 그 혼돈을 계획하고 준비한 자만이 이득을 보겠지.”

자신들이 만든 혼돈 속에서 재로 변해 타오르는 것이 바로 본인들이라 해도 감수할 것을 결정한 두 명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용신족의 행성과 모든 용신족에게 명령서가 전해졌다.

회색의 절대자의 이름으로 보내어진 명령서는 너무나 간단했다.

한 줄도 안 되는 문장과 함께 누구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서열전에 전원 참전 거부할 경우 멸족.”

다만 그 속에 담겨진 내용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다.

비록 1억 명 이하로 떨어져 보호 종족으로 채택되는 치욕을 당했지만 그래도 유일용신제의 일족으로서 최고위 지배종족을 놓지 않았던 용신족이다.

그런데 이런 협박보다 더한 위협을 당하면서 참을 리가 없었다.

본래대로 비웃으며 던졌을 것이다.

하나 지금 유일용신제께서는 서열전으로 부재중이시다.

그리고 지금 회색의 영역을 생각하는 순간 소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회색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전 회색영역을 돌면서 자신을 거부한 1조 이상의 지배세력과 따르는 주력까지 망설임 없이 처단했다.

용신족을 멸족시키는데 하루면 끝날 것이다.

거기에 금기시 되던 대신족을 영역으로 끌어들여 잔여 세력까지 처단중이다.

그 후 대신족과 회색의 절대자는 어떤 대화와 중재도 거부하며 다른 일족의 씨를 말릴 기세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른 10중심의 일족도 감히 외부활동을 못할 정도로 살벌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능력과 잔혹함에 치를 떨며 모두 새로운 회색의 절대자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역시 ‘미친 회색’이다.”

하지만 절대계와 모든 주우주를 그 강대한 무력과 지혜로 통괄하시는 진리의 아내이며 유일용신제님의 어머니가 속한 용신족의 멸족을 언급하다니 이런 폭거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감히 서열 2위이신 유일용신제님의 일족에게 멸족이라는 협박이라니?

그 대가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유일용신제님과 연락은?”

“연결은 되고는 있는데 전혀 무응답이십니다.”

“뭐-!”

용신족의 원로들이 기겁을 하는 사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서열 2위인 유일용신제님이 있는 한 어떤 10중심도 이런 간악한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가장 믿었던 유일용신제님의 연락계통은 이상 없고 상황을 보고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다.

아니, 서열전을 치르는 상황에서는 혹시라도 자신들도 참전하라고 할까 보아서 연락을 한 적이 전혀 없으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었다.

“용신여제님은 어디 계시는가?

당연히 황궁이시겠지?

알현신청을 하겠다.”

진리의 아내이신 용신여제의 발언이면 아무리 ‘미친 회색’이라도 멈출 수밖에 없다.

아니, 본인이 가지고 계신 힘도 결코 10중심에게 쉽게 밀릴 정도가 아니다.

용신여제와 용신족이 합세하면 10중심이라도 버틸 수 있다.

하나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닌 모양이다.

“그……, 그것이…….”

“말을 해라-!”

더듬거리는 전령의 말에 원로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유일용신제께서 방금 직접 말씀하셔서 바람가인 본가로 휴양을 가셨다 합니다.”

“뭐야-!”

모든 믿을 구석이 없어져서 경악한 원로들의 눈앞에 갑자기 회색의 절대자로부터 전해진 명령서가 떠오른다.

그리고 명령서 밑에 숫자가 떠오르고 서서히 감소를 하자 얼굴이 모두 창백해진 용신족의 원로들이었다.

멸족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고 쉽게 말이다.

그 모습을 차원너머로 보면서 회색의 절대자가 음침한 미소를 띠었다.

자신의 돌출행동에 유일용신제는 침묵하고 본인의 어머니만 피난을 시켰다.

이것은 바로 자신보고 용신족을 멸족시켜도 된다는 허락과도 같았다.

그런데 하다못해 막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어떤 연락조차 없다.

“크크크크큿-! 이거, 과거의 나의 생각보다 조금 더 심각했군.

바로 이렇게 외면으로 나오시는가?

하긴 불가해의 8시조 중 7조인 혈연유전(血緣遺傳)으로 용신족보다 더 강한 일족을 언제든지 만드실 능력이 있으시니 교체의 때만 기다리신 모양이군.

역시 10중심다우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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