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2화
19권
이들은 막 신계로 올라가서 노숙하던 자신과 상황이 거의 같아서 권능구현은 고사하고 신체역시 사용이 지극히 불량하다.
이러면 초월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다.
자신은 차원의 주신님이 베풀어 주신 공간에서 권능을 완전 확립하고 주신이상인 야수신님과 수련까지 마친 상태다.
‘불굴’의 권능의 등급판정은 놀랍게도 우월등급 이상이었고,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남아있었다.
이제 신력만 추가로 보충되면 바로 최고위 신까지 올라설 자신이 있고 그렇게 인정도 받았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원탁의 주신은 무리라고 해도 바로 이하의 주신도 꿈이 아니었다.
신력을 동원하여 모든 초월자에게 의지를 전달한다.
책임자로 임명되어 모든 신계지원을 최고로 받고 있는 이상 이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모두들 명심해.
수없이 간청해서 겨우 받은 선별의 변화이고 쉽게 신계에 들어갈 다시 못 올 기회이다.
대신 이번에 잘못되면 모두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니 집중들이나 해.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들의 상대는 내가 아니야.”
모든 초월자들의 놀란 시선을 쓸어보면서 뒤로 몸을 돌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외친다.
“차원신계 주신직속 중급신 불굴의 용사신이 차원의 마도신님의 위대하신 주신님들을 뵈옵니다.
모두 준비되었나이다.”
그 말과 함께 반투명한 인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늘어 늘어가는 모습은 곧 완전하게 도열을 한 행진으로 바뀌었다.
그 수는 200명에 도달하고 있었다.
“시작하자.”
“이런 허술한 방식의 선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결과를 보면 알겠지.”
“간접으로 도움을 얻고 있는 지금도 최고위 지배일족이던 과거와도 10배 이상으로 차이가 나.
이 정도가 겨우 499주우주의 창조신계라니 믿을 수 없다.
이것이 신족성장에 특화된 승가람마님의 ‘가람(伽藍)’의 칭호 효과인가?
말도 안 되는 권능과 성장지원이다.
이러니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차원의 마도신님은 이번 일의 결과를 보아서 정식으로 신계소속의 주신으로 받아줄지 아닐지를 결정한다고 하셨지.”
“어쩔 수 없지.
영원의 심판을 받을 때에 우리가 거의 망친 것과 같으니까.”
“더구나 기존 주신들 중 지금의 우리보다 약한 존재가 없으니 납득할만한 실적이 필요하다.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이게 무슨 신계에 실적이 되지?
겨우 하급신과 초월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니 언제나처럼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지금은 지시를 수행한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모두 모습을 나타내고 도열하는 순간 말이 멈추었다.
반투명한 신령상태의 몸이 뚜렷해지면서 등에 13쌍의 빛의 날개가 드러난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주신이 입을 열어 의지를 전파한다.
“신계에 소속되지도 않은 초월자나 겨우 하급신에게 주신들이 가르침을 내리는 것은 본래 있어서는 안 되는 특혜 중의 특혜로다.
또한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의 배려와 가호로 죽어도 죽지 않고 다쳐도 다치지 않는다.
수련효과는 최대로 적용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어떤 신이라도 목숨을 걸고 원하는 기회이다.
더구나 가장 높은 수련효과를 위해 진심으로 상대해 주라 하셨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버티고 덤벼라.
예선의 종료는 너희들 모두가 하급신이상이 되는 순간까지이다.
시작한다.”
꽈아아아아아앙-!
주신들에게 겨우 하급신들의 대답은 필요가 없었다.
달 전체가 뒤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200명의 주신들이 선별로 달에 소환된 모든 초월자들을 덮쳐갔다.
결연한 표정으로 신검을 빼들은 용사신이 ‘불굴’의 권능을 발동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눈부신 빛의 장벽이 주신들의 진격을 막았다.
우두두두두두둑-!
뼈가 어긋나는 괴음이 용사신의 신체전체에서 울렸다.
하지만 극도의 희열 역시 느꼈다.
자신의 신체에서 발산되는 눈부신 빛의 장벽이 200명의 주신들의 돌진을 일순간 멈춘 것이다.
겨우 중급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위업이다.
그 위업의 증거인 빛의 막은 용사신에게서 발산되어서 주변에 쓰러져있던 권왕과 검왕을 타고서 다른 초월자들에게 향한다.
이들 모두의 신뢰와 믿음이 자신의 힘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권능을 강화하기 위한 힘찬 신언이 울려 퍼졌다.
“나의 권능은 ‘불굴(不屈)’!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힘-!
인간의 몸으로 용사가 되어 마왕과 싸우기 위해 선택한 시련의 길이 나의 삶이며 의지이다.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우는 신뢰하는 동료가 많을수록 나는 강해지리라.
동료와 모두를 위해서 어떤 적의 공격이라도 막아내는 방패가 되고 무적의 검이 되어 승리하리라.
그래서……, 어어어어라?”
득의의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용사신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처음으로 전력으로 발동되어 본색을 드러내는 불굴의 권능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많을 수록 모두가 강해지는 광역권능이다.
야수신님의 말씀대로 하면 우월권능 중에서도 극히 희귀한 광역권능이며 위력은 보증을 받았다.
다만 약간 딱하다는 표정이 거슬리지만, 100만의 초월자들을 이끌면 주신들과 싸워도 버틸 정도라고 했다.
비록 100만의 초월자 전부가 동료가 아니더라도 지금 하급신이 된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만 해도 권능을 발동하지 않은 주신의 돌진은 막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우월하다는 불굴의 권능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으득-! 파직-! 파가가강-!
유리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진 불굴의 권능에 잠시 넋이 나가려고 했던 용사신이 고개를 권왕과 검왕을 향해 급하게 돌렸다.
바로 원인을 알았다.
저 2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굳건한 신뢰의 전달이 검게 변해서 끊어져 있는 것이다.
이건 신뢰가 아니라 원망이다.
이유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2주간 강제 고자가 된 것이 문제였다.
하급신이 되어 젊음을 되찾고 좋아하다 치솟아 오르는 욕망을 자기 때문에 막혀서 못하니 원망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는 고사하고 모든 지성체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만약 이번 일이 잘못되면 마신처럼 모든 지성체를 죽여서 정기를 모두 회수한다는 극단적인 선택이 나올 수 있었다.
아니,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의 자신조차 존폐가 걸려있으니 용서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족이 되어 몇 백년간 수련을 받으며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기본 상식이었다.
일단 신계가 점령하고 관리하는 행성은 담당신계가 멸망하면 마계가 되거나 용도폐기, 혹은 고정된다.
마신족은 독립신계라서 힘들고 아마 용도폐기나 고정이 되는데, 어느 하나 지성체들에게는 최악이다.
그래서 저절로 욕설과 훈계가 터져 나온다.
“이 멍청한 놈들아-!
겨우 2주일 고자가 된 것 가지고 원한이냐?
이럴 때 그따위 저열한 욕망과 본능에 이성을 잃었어?
마왕들과 싸울 때도 그렇게 망설이더니 아직도 이 꼴이야?
이러고서 정상적인 신이 될 것 같아?”
“…….”
“…….”
이제 방금 박살난 권능이 무엇인지 감을 잡은 검왕과 권왕이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니, 마음속의 말을 차마 모두가 있는데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맞았다.
‘빌어먹을 자식-!
하급신이 되자 젊어지고 멋져진 신체란 말이다.
번쩍이는 빛의 날개도 여자들에게도 최고 인기였다고-!
웃으며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침실로 직행할 수 있었는데 고자라니?
이 욕망을 항상 풀고 다니던 네가 어떻게 알아-!’
잠시 자신들의 돌진이 막혀 놀랐던 주신들이 사정을 파악하고 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목숨을 거는 신뢰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지.
특히 불완전한 지성체의 감정을 기본조건이라?
최악이구나.”
“쯧쯧-! 사전 조건을 너무 난해한 것으로 했구나.
차라리 목숨을 걸고 이기지 못하면 죽는 결의를 발동조건으로 삼는 것이 더욱 쉽겠다.
그러면 독립권능인가?
이건 난해하군.”
“등급은 우월권능이상에 광역권능인데 아까워.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발동조건을 건 것인가?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명문신족들이 어린 신족들에게 수없이 교육하고 강조하던 권능의 발동조건의 용이성의 문제였다.
어떤 강력한 권능도 발동조건이 쉬워야지 가치가 있지, 저렇게 난해하면 결코 안 된다.
어떤 강력한 권능도 발동이 힘들면 쓸모가 없는 것이다.
특히 불안정한 생명체의 감정을 발동조건으로 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었다.
“뭐-! 본인이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제 권능을 발동해서 본격적으로 한다.
그래도 우월권능에 광역권능이라니 봐줄 필요가 없었군.”
13쌍의 빛의 날개가 주신들의 등에서 솟아나며 각각의 권능들이 발동되는 것을 본 용사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본래 계획은 자신이 방어막을 치고 그 너머로 공격을 하는 식이었는데 이러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해지기 전에 무의미하게 죽는 것만 무수하게 반복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만 이 어리석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시간을 주시면-!
우와아아아악-!”
퍼어어어어억-!
말을 하다가 주신들의 권능발동의 파동에 저 멀리 날려지는 용사신이었다.
주신들이 이미 돌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초월자들이 폭풍 앞의 먼지처럼 비명을 지르며 여기저기 날려지기 시작했다.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선별을 위한 가혹한 전투이다.
그 외에는 알 바 아니다.”
냉혹한 주신들의 초월자들에 대한 공격은 끝없이 이어질듯 작렬하고 있었다.
* * *
한편, 주신전에서 갑자기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별의 예선상황을 보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이 용사신이 권능을 발동하지 못해 너무나 힘없이 초월자들이 날려지는 상황에 분노한 탓이다.
그 분노는 바로 마력의 파동이 되어 차원을 뛰어넘은 거대한 무형의 손이 야수신을 허공으로 붙잡아 올리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꽈아아아아악-!
“아고고고고고-!
저 죽습니다.
왜-! 왜 갑자기 이러십니까?”
주신의 신력으로서도 감당을 못할 엄청난 마력 압력에 비명을 지르는 야수신이 비명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마력의 파동조차 어처구니없이 차원도약을 해오니 피하고 자시고도 할 수 없이 꼼짝없이 잡혀서 죽을 판국인데 이유라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분노한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가 야수신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야수신-! 네 이놈-!
수련만 시키라고 했더니 용사신의 권능을 저 꼴로 만들어?
권능의 발동조건이 ‘신뢰(信賴)’라고?
이것이 어디의 어린애들 희극이냐?
우월 이상의 광역권능이 흔한 줄 아느냐?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나의 전투 계획을 내 신계의 신이 감히 방해하다니?
용서 못한다.
내 손으로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신령은 신령연옥에 영원히 연금해 주마.”
우지직-! 우지직-!
몸의 뼈를 잘근잘근 박살나려는 듯이 마력이 올라간다.
야수신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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