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0화
19권
비록 최상급 신의 신체였으나 마도신으로 안정적인 증폭이 가능한 자신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와 이 신기들로 뿌리째 흔들렸다.
그런 여유를 부리기에는 지금 499주우주의 신들은 너무나 강했다.
무슨 수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면주신의 권능을 동원해 다시 신기에 손을 대어갔다.
마도신으로서 있을 수 없는 기현상에 대한 증명은 사명과도 같았다.
마도가 중지되면 사라질 환상의 신기를 실제처럼 고정시키고 있는 저 빛나는 원형판을 확인해야 했다.
다시 반발력이 발동되면 힘으로 눌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만. 그것은 너에게 필요하지도 허락하지도 않는다.”
자신과 같이 로브를 눌러쓴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에 어느새 나타난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얼굴을 가렸으니 알 수도 없다.
로브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상대에게 짜증이 나게 하는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결과와 결정만 통보한다.”
이번 사태에 따질 시간도 주지 않을 모양이다.
아니, 다시 나타난 모습을 보니 그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방금 전지의 성과 전율의 진군에게 느꼈던 두려움 비슷한 위압감이 은밀하게 퍼지고 있었다.
싸우려고 하는 순간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었다.
그런 다른 주신들이나 신들도 똑같이 느꼈는지 침묵할 뿐이다.
“새로운 차원신계의 신전의 기본형은 이번 사태에 유일하게 아무런 이상도 없이 견딘 무한연금(無限鍊金) 헤파이스의 신전으로 한다.
훌륭한 신전을 지은 대가다.
부상으로 원하는 것을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해라.”
헤파이스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바로 답변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내가 전율의 진군의 요청을 받아 승인했다.
요청 이유는 손님이면서 주인행세를 하려고 한다.
신계주신이 귀한 손님으로 인정했으나 정도가 있다.
신계운영에 개입을 했으니 경고와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정당성이 있어 승인했다.
그로 인한 파괴된 신전의 복귀는 헤파이스의 신전을 기본으로 내가 직접 한다.
이 집합이 끝나면 완료될 것이다.”
신들의 웅성거림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니, 원하던 신전복구가 해결되었으니 할 말이 없지만 수십의 주신들과 모든 신들이 일주일동안 달라붙어서 긴급복구를 해야 하던 광대한 신계였다.
그것을 혼자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완료 하겠다는 배포와 능력에 질린 것이다.
“그리고 들어오라.
불굴의 용사신.”
“예-!”
힘차게 대답을 하고 주신전으로 들어선 용사신을 보는 모든 신들의 눈이 놀람으로 변했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하급이던 신력은 중급이 되고 분위기도 완전히 변했다.
막 가진 신체에 어리둥절하던 모습도 사라지고 자신감이 충만했다.
신검과 갑옷을 입은 채로 완벽하게 신체를 제어하는 절도 있는 모습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투기와 살기에 민감하고 수련경지가 뛰어난 태초의 투신들의 입에서 저절로 휘파람이 나왔다.
지금 보고 있는 용사신은 모습은 후계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기본이 잡힌 모양이었다.
“휘이이이-! 좋군.”
“휘이-! 병아리가 단숨에 닭이 되었네.
겨우 일주일 만에 삼류에서 이류인가?
무슨 일이지?
이거?”
태초의 투신들의 눈이 야수신에게 모였다.
야수신이 주신전의 숲에서 용사신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신은 없다.
자신들도 무슨 짓을 하나 궁금해서 가보려고 했지만 마누라들이 가족이 살 신전부터 고치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일주일을 정신없이 신전을 만들다가 이번 사태로 다 날려먹고 열이 받을 대로 받아 주신전으로 달려왔는데, 겨우 하급 투신이 일주일 만에 중급 투신이 되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일반 신족은 정상적인 수련이라면 적어도 3,000년을 넘게 걸릴 일이다.
대답은 간단했다.
“신계주신님의 차원의 권능으로 시간을 늘리게 해서 수련시간을 늘렸다.”
“응? 그게 가능해?
시간을 늘리게 해도 정기흡수는 변하지 않을 것인데?”
시간조절의 권능을 가진 신은 수가 적지만 많이 겪어보았다.
권능을 운용할 신력만 있으면 다른 신들에 비해 무한에 가까운 삶과 수련시간을 가지는 존재들이라서 강자가 널려있을 것 같지만 막상 보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시간을 늘리게 해도 수련시간은 증가하지만 현실에서 유입되는 정기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경험만 증가하지 신체나 권능까지 확실하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간의 권능을 유지하는데 소모되는 정기의 양을 생각하면 차라리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수련하는 것이 백 번 나았다.
물론 상위의 존재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 그런 제약도 어느 정도 풀리지만,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 상위존재가 쉽게 있을 리가 없다.
“쉽게 가능하던데?
이번에 주신장전 일을 시켜야 한다고 신계주신님이 직접 만드셨어.
용사신의 재능도 쓸 만해서 과정을 빠르게 따라오더라고.
쩝-! 그나저나 저놈 참 좋겠다.
중급신이 되기 정말 쉽네.
그런데 힘들게 교육시킨 나는 왜 보상이 없지?
하급신을 교육시키는 작은 일을 했다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야수신의 이번 일이 당연하고 본인은 보상이 없어 억울하다는 답변에 맥이 탁 풀렸다.
하긴 창조신을 넘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차원 권능이라면 하급신인 용사신을 저 정도로 육성시킬만한 특수공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야수신은 별 변동이 없는 것을 보니 주신만을 배제하는 어떤 장치를 한 모양이다.
그러나 직계들을 가지고 긴 시간을 힘들게 교육을 시켰던 자신들의 입장으로서는 정말 황당한 일이다.
몇 천 년을 투자해야 할 수련성과를 저렇게 일주일 만에 끝내고 오면 기가 막힌 것이다.
어느새 신계주신의 영광의 자리의 앞까지 나온 용사신이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바로 이어서 차원의 마도신이 허공에서 빛나는 액체가 가득 담긴 잔을 꺼내서 용사신에게 내밀었다.
“이번 선별과 주신장전의 책임자로 정식 임명한다.
너의 신격은 이제 중급신이다.
그 준비로 우주수의 수액을 하사한다.
신격에 걸맞은 신력을 채워 반드시 성공시켜라.”
“감사합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넘겨받은 잔을 단번에 마신 용사신의 등에서 중급신의 증거인 3쌍의 빛의 날개가 자라났다.
차원의 마도신은 우주수의 수액을 마시고 증폭된 신력을 남김없이 고정시키려는지, 13쌍의 빛의 날개가 등 뒤에서 나타났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신력의 증가와 더불어서 바로 조치가 이어진다.
“전 신계와 중간계에 선포한다.
이번 선별은 책임자의 건의에 따라 종족간의 전쟁이 아닌 성과의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바꾼다.
상위 존재를 쓰러뜨린 초월자를 많이 배출한 일족이 차원의 창조신성의 주거 권리를 획득할 것이다.”
“원하시는 대로 보다 많은 초월자들을 신계를 위한 하급신으로 만들어 보이겠나이다.
또한 차원의 창조신성에는 반드시 가장 강한 일족이 차지하게 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장 공정하고 높은 성과를 보일 것임을 저의 권능을 걸고 신계주신님께 맹세합니다.”
당황한 신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사실이 신계와 중간계에 전파되고 적용된다.
거기에 이미 조치까지 끝나고 있었다.
“달에서 예선전을 지금 시작하라.
상대역시 이미 준비되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중간계의 모든 7써클 이상의 초월자들을 소환하겠다.”
“명 받들겠습니다.”
용사신이 그렇게 달로 이동되는 것을 보고 신들의 시선이 멍해졌다.
순식간에 지금 신계운영의 가장 핵심인 선별과 주신장전에 대한 추가 선포와 조치가 동시에 끝나고 잠시 고요를 찾은 주신전이었다.
더구나 신계파괴에 대한 조치까지 폭풍처럼 몇 마디 말로 끝내버렸다.
다른 신계라면 단 하나라도 몇 백 년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할 일인데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고 자신들이 뭐 하러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조치의 연속이다.
부서진 신전들은 다시 최고급으로 지어준다고 하고, 선별은 신계주신이 담당자를 임명해서 직접 한다고 하니 상관할 이유가 없지만 무엇인가 이상하다.
신계주신이 마치 신계의 모든 신들을 따돌리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혼자 처리한다고 공언했지만 본래 전 신계가 나서야 할 일이다.
이런 독선적인 조치에 여주신과 정령주신들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바로 차원의 마도신의 말이 먼저 나온다.
“새로운 주신들이다.
개인 전투서열은 최하위이나 가진 권능의 유용성은 최상급이다.
특별대상으로 지정한다.
함부로 시비를 건다면 내가 직접 징계하겠다.”
그 말에 모든 신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바뀌었다.
어디서 또 주신들을 영입한 모양인데 이렇게 주신 영입이 쉬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정령주신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이번에는 보호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다른 유형인 것 같았다.
‘또 주신이라고-!
이번에는 어디의 주신이야?
정령계의 주신들은 모두 데려왔는데.’
정령계에서 벌어졌던 일을 모두 알고 있는 정령주신들과 여주신들과는 달리 일반신들이나 태초의 투신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누구라도 좋았다.
다만 전투계열의 투신과 조금만 화가 나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지만 않으면 말이다.
주신들의 난동으로 신계가 2번 박살이 나자 신입에 대한 기대치가 완전히 바닥으로 향한 것이다.
‘제발 너무 큰 사고를 치지 않았던 주신이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제발 정상적인 주신이기를…….’
신계에 새로운 주신이 들어온다는 것은 권력구조가 뒤흔들리는 큰일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들어오니 태초의 투신들조차 이제 긴장은 고사하고 놀랄 힘도 없으며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주변의 하위신들도 그런 감정이 넘치는 표정들이다.
지극히 고귀하고 높은 존재가 하도 많아서 생긴 현상이다.
다른 신계에 하나가 기본이고 둘이 있으면 대단한 신계가 되는 귀중한 주신들이 여기는 길을 가다보면 몇이나 눈에 뜨인다.
최고위 투신이지만 주신이 되는 것을 기약할 수 없던 자신들도 이렇게 주신이 되어있으니 말 다했다.
물론 차원의 마도신이 워낙 신계에 쏟아 부은 정기와 권능, 지원이 막대한 탓이다.
하지만 기존의 여주신들과 유입된 정령주신들은 모두 과거에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던 독종들인 투신들이다.
다른 신계의 주력이며 지배계층인 최고위 신들이 감히 기를 못 펴고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할 정도다.
더구나 신계주신이 그런 문제가 넘치는 주신들을 길을 가다가 주워오는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마구 영입하여 늘려대니,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정신이 없을 정도다.
‘부디 성격이 온화하신 분이기를…….’
이런 난폭한 주신들이 날뛰면 신계가 반파가 되니, 가이아나같이 온화한 빛의 주신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져갔다.
그래서 신계주신의 뒤에서 열린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선 주신들을 살피는 신들의 눈은 긴장에 찰 수밖에 없었다.
화를 내려던 여주신과 정령주신들조차 주시하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의 경쟁자는 사양이다.
지금도 누가 누구를 견제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주신들의 수는 공급과잉이다.
권력투쟁이고 과거의 원한이고 뭐고 워낙 주신들의 수가 많으니 정리가 안 되고 있다.
우열은 있지만 그것도 압도적이 아니라서 수시로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은 싸워본 자신들이 가장 잘 알았다.
그래서 공간이동을 해온 주신들이 정확히 모습을 나타난 순간 태초의 투신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정상이다-!”
“만세-!”
태초의 투신들의 환호성과 함께 나타난 주신들은 여신들이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 빛의 옷을 입었지만 분명 전투갑옷이 아닌 화려한 드레스였다.
어디를 보아도 전투에 관련된 투기나 살기는 없이 창조계열의 신력만이 보인다.
신계파괴와 투신들의 다툼에 지친 신들이 그렇게나 바라던 비전투계열의 여주신들이었다.
더구나 어린 소녀 같이 보이는 주신까지 끼어있었다.
새로 영입된 여주신들이 보이는 온화하고 따스한 기운에 감격하여 환호하는 신들을 보며 무척이나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신들의 갑작스런 환호에 뭔가 살짝 기분이 나쁜 표정을 보였던 여주신들과 정령여주신들도 기분이 풀어져서 미소가 어릴 정도였다.
그런 기뻐하는 신들의 모습을 보며 차원의 마도신이 로브 밑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에이-! 내가 왜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이것으로 일단은 넘어갔다.
정령주신들까지 합친 환영식을 일주일정도 벌이면 방금 일들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겠지.
망각을 모르는 신족 좋아하네.
어차피 귀찮은 일은 일단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것은 인간하고 똑같아.
이제 서열전의 종료예상일까지 2주일 남았다.
시간은 충분해.
나는 차원이며 근원, 마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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