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62화 (273/2,000)

제 362화

18권

전신 파도격(轉身 波濤擊)은 절대의 수많은 권능 중에서도 육체 쪽에서는 감히 비교할 권능이 없는 최고의 방어이자 반격기다.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신체 전부를 움직여 특별한 파동과 힘을 만들어서 접촉하는 어떤 공격도 되돌리고 공격자 자신의 힘으로 적의 신체를 산산이 부순다.

그리고 적의 신체를 파괴하는 것은 본인의 힘이기에 어떤 방어의 힘으로도 방어가 불가능하지.

미친 짐승이기에 최강일 수밖에 없는 흑염의 신체와 전투감각조차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는 궁극 중의 하나이다.

너는 이것이 탐나지 않느냐?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지 않느냐 말이다.”

그 말에 잠시 고통을 억누르고 말을 했다.

그때는 어떻게든 이 강제수행의 길을 바꾸려고 발악을 했다.

마도신인 자신이 연산력을 높이고 권능을 높이려면 당연히 더 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명상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런데 강제수행이라 해놓고 두들겨 패기만 하니 뭐가 뭔지 도저히 몰랐다.

그리고 저건 어느 정도 감이 잡혀야지 욕심이라도 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격을 하려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육체가 파르르 진동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다음에 바로 이렇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신체에 관련된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배웠지만 결국 회피와 도주에 치중된 근원학파다.

마도오라로 강화된 빠른 발과 반사 신경에 치중하여 회피능력을 끌어올린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장에서 자기 몸을 지키며 마법을 구현하고 영창을 하기도 벅찬 마도사다.

기사급의 속도와 회피능력을 가지고 최전선에서 고위 마도를 실현하는 정도면 전장을 휘저을 정도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다.

‘마도사로서 마력 써클을 끌어올리기도 바쁜데 어떻게 신체능력까지 올리겠는가?’

거기다 신체단련과 고도의 연산단련은 반대되는 악영향이 강해 일정수준에서 멈추게 되어있다.

‘그러니 이런 고도의 신체조작을 어찌 자신이 알겠는가?’

처음 마도에 입문한 제자에게 10써클의 마도를 보여주며 익히라는 하는 격이다.

무엇보다 감이 왔다.

이건 절대로 자신의 재능으로는 얻을 수 없는 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재빨리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이 이롭다.

괜히 세계수 근처의 나무열매가 맛있다고 가까이 가다가는 화살에 벌집이 되기 일쑤였다.

맛있는 열매일수록 지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일찌감치 배웠다.

포기가 답이다.

“그거야 마도신인 전 익힐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절대의 투신 오의는 익힐 가망성이 없으니 차라리 상위의 마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마도신이 이게 무슨 꼴입니까?”

“에라이-! 그냥 강제수련에 들어간다.

인지를 초월하는 초일류의 투신들의 접근전 공격을 마도신이 견디려면 이건 필수다.”

“잠……, 잠깐만요.

투신들이요?

왜 단위가 복수입니까?

전 단순한 흑염의 미끼역할만…….”

“닥쳐라-!”

무엇인가가 말이 이상하여 항의를 했지만 이미 끝난 일이다.

전신파도격의 여파로 자신의 팔에 휘감긴 여신의 몸을 떨어트리려고 했는데 또 양손이 제어를 벗어난다.

아니, 오히려 손아귀의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가서 더욱 강하게 제어하고 있다.

이계의 정령신들은 이 꼴이 되고나서도 아직 반격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들의 제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신체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시 제어가 돌아왔지만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아니, 자신의 부족한 접근전 능력을 보완하고 실수를 방지하는데 꼭 필요한 역할만을 하니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이건 미쳐 날뛰는 흑염보다 더욱 확고하게 이질적이다.

아니, 이성과 인식을 가진 자신보다 더 확실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반사 신경과 같아서 기분이 좋지가 않다.

‘정신을 잃고 이 꼴이 되어도 반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하긴 보통 독종들이 아니니 그러기도 하군.

하지만 정말 지독하군.

마치 완전히 다른 내가 3명이 들어서 있는 것 같아.

아니, 4명인가?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결국 그 상태 그대로 이동한다.

자신의 손에 목을 잡힌 이계의 여주신들의 몸이 정신을 잃은 채 양손과 양발로 팔을 휘감은 형태다.

그러나 얼굴을 가린 로브 아래로 꽉 다문 입술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단 반나절의 방임이다.

그런데 신계가 반파가 되었다.

난동을 부린 주신들도 문제지만 아무런 미련도 없이 신계를 버리고 자신들의 몸만 피한 하급신들이 더 큰 문제다.

비록 능력이 부족하나마 최소한의 저항만 해주었어도 저 개새끼와 새끼 뱀이 그렇게 날뛰지 못했다.

본인들의 신전도 있었으니 방어만 해주었어도 충분했는데 모두 도망치기만 급급했다.

결국 이들로는 주신장전에 못나간다.’

주신전의 상황을 보니 골조와 기둥만 남기고 벽은 송두리째 날아가서 비참한 몰골이다.

창조신계의 주신전으로 자신이 재건축한 것이라서 이나마 버티었지 과거였으면 아마 폭삭 날아갔을 것이다.

전지의 성이 미안한 표정을 하며 영광의 자리로 가는 길을 비켰다.

시작은 자신의 일족이 2인자로 있는 신계의 엉망인 상황을 보다 못한 호의였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내전으로 이어질지 몰랐으니 당연히 당황했다.

더구나 이계의 정령신들이 영광의 자리의 파괴나 통제권을 노려 할 수 없이 막아섰다.

영광의 자리는 비록 신계주신이 없더라도 신계의 통제나 유지를 맡게 하는 중핵이다.

그것이 만에 하나 파괴되거나 통제권을 빼앗겼다면 신계가 전부 붕괴된다.

그럴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계의 정령신에 배신선택(背信選擇) 메데이아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만약 전지의 성이 없이 이 사태가 벌어졌다면 이미 신계는 송두리째 붕괴되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예비창조신인 마신왕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위치도 아니다.

나중에 돌려받을 빚으로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털썩-!

전투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주변에 금이 간 영광의 자리에 앉았다.

비록 아직 미력하지만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이 나른한 몸을 치유하고 보완한다.

더구나 아까까지 이해가 안가고 인식이 끊겼던 신체의 상황이 이제야 기억나고 이해가 흐릿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해력까지 상승되어 상황이 더욱 일목요연해진다.

놀랄 정도의 신족지원 효과였다.

‘역시 이 신계주신의 직위를 포기할 수 없다.

승가람마님의 신족발전의 칭호의 능력은 절대의 권능에도 통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러나 주신장전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긴다는 방책은 봉쇄되었다.

주신계의 모든 신들의 지지를 받을만한 명예롭고 놀라운 방법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인간출신에다 흑마법이 주력인 마도신이다.

모든 신들의 지지라니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

그래서 이런 마도와는 다른 절대의 권능을 익히게 하셨지만 뭐 이러냐?

그래도 흑염은 어느 정도는 의지로 통제가 가능한데 이건 정말 틈이 없군.’

살짝 양손을 흔들었다.

역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덜렁-! 덜렁-!

아직도 자신의 양손은 이계의 정령신들의 목을 잡고 놓아주고 있지 않다.

물론 반격을 막기 위해 필요하겠지만 과정을 모르는 누가 보면 여신들을 강제로 성추행하고 있는 범죄의 현장이다.

그래서 몇 번 필사적으로 제어를 풀려고 했지만 역시 무리다.

그럴수록 반격의 위험이 높아지는지 손목까지 제어를 잃으려고 한다.

결국 포기하고 영광의 자리에 앉은 채로 양손을 앞에 모아서 여신들의 신체를 허벅지 위에 놓았다.

여신 2명을 엎드리게 해서 허벅지에 겹쳐 올린 이상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의자 양옆으로 목을 잡고 흔드는 것보다는 보기에 낫다.

“모든 신계의 신들은 주신전으로 집합하라.

주신장전의 나갈 주신들의 선발전이 끝났다.

이제 나갈 신을 호명한다.”

차원의 마도신의 신계주신의 명령이 남긴 신언이 퍼지자 신계외곽으로 피신한 모든 신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상황을 관망했다.

아니, 자신들 세력의 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그리고 수장들의 명령을 받았는지 주춤거리며 주신전을 향해 이동을 한다.

‘빌어먹을-! 이런 허술한 권위라니.

나도 문제지만 이것들이 더 큰 문제야.

언제인가는 싹 다 갈아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나의 휘하로 올 신이 없어.

제길-! 이럴 때는 힘으로 굴복시키면 되는 마신이 차라리 낫다.’

자신의 수장들의 말만을 듣는 하급신들의 표정과 행동을 하나하나 보면서 자신의 권위가 없음에 이를 갈았지만 아직 약한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해졌다고 하지만 자신의 신체조차 완전히 통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는가?’

빨리 어떻게든 발동과 정지라도 알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제수련의 마지막에 정신을 잃으면서 듣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흑염의 권능과 불가해의 8시조는 절대의 권능이다.

그 일부라도 넌 2개를 익혀냈다.

뜻대로 쓸 수 없다고 해도 이미 그것은 기적과 같다.

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흑염의 권능만 본능에 안착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것도 보통의 존재라면 목숨을 걸어야하나, 넌 흑염 일족이기도 하니 가능한 시도다.

그러나 어떻게 습득한 것인지는 익힌 너도, 가리킨 나도 명확히 모르지만 나에게서 불가해의 팔시조의 방어를 익혀냈다.

거기에 근원의 칭호의 덕이지만 절대급의 마도와 차원의 권능까지 가지고 있다.

이건 바람가의 혈족도 힘든 업적이며 이적이다.

너는 어떤 것으로도 궁극을 익히지 못할 재능이지만 그런 존재들 사이에서도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가릴 틈이 없었겠지.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고 익혀서 써먹어야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흑마법을 주력으로 익힌 마도신이 빛의 신의 길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그 와중에 무수하게 신체는 손상되고 재생과정을 반복했다.

자폭을 아무 망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생능력이 극한대로 높아졌다.

그러다 신체가 근원의 칭호와 융합하여 익힐 수 있는 권능들의 경계와 한계가 한없이 넓어졌다.

수준은 비록 낮고 신체에만 한정된다면 여러 개의 권능을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재능을 얻은 것이다.

어느 정도의 숫자의 권능을 네가 익힐 수 있을지는 오리진인 나도 모를 정도다.

과연 진리 할아버님이 감히 네가 10중심의 하나인 회색이 되겠다고 했을 때, 말소시키지 않아서 이상하다 생각했었지만 이러면 정말 언제인가는 가능하겠지.

그렇게 너는 후천적인 자신만의 노력으로 얻은 가능성으로 강해졌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당당해져라.

결국 자신에게 배반당할지라도 너 자신만은 다시 믿어주어라.

그것이 운명을 늦추는 2번째의 방법이다.

오랜 수행에 따른 성과가 뭐 이 정도면……, 수고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정신을 잃어 듣지 못한 강제수행에서 마도신의 오리진의 후한 마지막 평가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들었으면 이렇게 발악하며 외쳤을 것이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 익혀도 절대로 제 의지대로는 발동할 수 없다는 뜻이잖습니까?

신체는 가능해도 머리로는 모르니 정상적으로는 아예 익히지도 못하고요?

이게 무슨 재능입니까?

뜻대로 운용 못하면 이걸 어디다 사용을 하냐고요?

무엇보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맞습니까?

왜 투신들의 오의만 가르칩니까?

제발 지금이라도 상위의 마도를 가르쳐달라고요.”

“쓰읍-! 너의 수준이 도저히 안 되니 못 가르치지.

그리고 네가 정상이냐?

어디서 어설픈 흑마법으로 편법만 총동원해서 힘과 써클만 올린 주제에 감히 어디서 상위의 마도를 넘봐?

무식한 투신의 오의는 억지가 통하지만 현명한 마도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몰라?

억지로 익히다 머리가 터지거나 미치려고 작정을 했냐?

그리고 뭐 마도신의 오리진이 맞느냐고?

아니면 멍청한 널 붙잡고 몇 만년동안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이 망할 자식이 끝까지 입으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어-!

오냐-! 그럼 나머지도 더 강제로 집어넣어 주지.

의뢰가 끝나면 3만 년이 아니라 3억 년이 더 걸릴지라도-!”

그리고 끝없이 더 이어지는 타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아니, 다가올 암울한 미래에 정신 줄을 놓았다는 것이 옳았다.

조금 더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으면 혹시 올지도 모를 미래의 한쪽 길이었다.

그 길이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춤거리며 집결하는 신을 바라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눈은 더욱 암울해졌다.

전지의 성이 아까부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의지를 보내온 덕이다.

‘차원의 마도신. 이렇게 된 상황에서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제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아?

마신의 입장이라도 보기가 참 곤란한데.’

‘…….’

뭐라고 답을 못해주고 있다.

전 신이 보인 앞에서 목을 잡고 있는 여신들을 겹쳐서 허벅지에 올려놓았으니 어떻게 보일지는 분명하다.

아마도 평가가 색신에서 강간신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목을 잡고 있는 손의 통제는 자신의 의지가 손톱만큼도 들어가지 않는다.

권능자체가 가진 엄청난 신체통제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와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이 깨어났는지 맹렬한 속도로 신체를 회복 중이다.

자신들이 깨어나자마자 보인 것이 서로의 하복부이고 신체가 대부분 박살이 나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아마 신체가 움직일 수 있었으면 미친 듯이 날뛰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 부위 뿐 아니라 팔꿈치까지 이미 제어를 빼앗기고 있다.

속이 뒤집어질 것은 이렇게까지 제어를 빼앗기고 있는데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침착하고 냉정해져 보이고 실제로 그러했다.

‘이건 어느 면에서는 더 악질이네.

흑염은 척 보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서 오해는 안 받는데, 이건 정말 가장 멀쩡해 보이니 내가 일부러 이런 줄 알 것 아닌가?’

결국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권능을 통제 못해서 신체가 제멋대로 제압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소리를 어디 가서 할 수 있겠는가?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선발전은 끝났으나 아직 이들은 완전히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풀어주면 바로 달려들 것입니다.

그럼 다시 헛된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전지의 성.”

“아-! 확실히 그럴 기세군.

용케도 이 정도의 주신들을 데리고 있군.

놀라운 권능과 투지야.”

이들과 직접 싸워본 전지의 성이라서 바로 이해했다.

얼마나 이들이 위험한 주신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영광의 자리의 탈취라는 목적이 따로 있지 않았다면 아까 전투는 또 다른 양상을 띠었을 것이다.

전지의 성이 살그머니 영광의 자리의 옆에 와서 기대며 앉아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허벅지 위에 올린 여신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말 신계에 갓 올라와 신계주신이 된 존재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세력이고 강대한 주신들이다.

이들을 이끌고 그대의 차원의 광역권능으로 예비창조신으로 승급시키면 전능의 휘가 이끄는 주신계라도 승산이 있겠어.

그리고 얌전히 있지 않으면 이번에는 정말 머리를 부수어 줄까나?

아니면 발가벗겨진 수치스런 꼴을 다른 하급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을까나?”

흠칫-! 흠칫-!

신체를 어느 정도 회복한 이계의 정령신들이 발작하듯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어느새 자라난 하얀 마력의 손톱이 위협하듯 어깨서부터 등을 천천히 스치며 지나며 옷을 잘라간다.

엔릴의 몸 위에 걸쳐진 천조대신 아마테라스의 옷이 등의 가운데부터 갈라지면서 맨 살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완전히 옷이 갈라져 알몸이 되어버릴 위기에 멈칫한 여신들의 귀로 최후의 경고이자 회유가 들려온다.

“나중에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니 지금 날뛰는 것은 포기하렴.

나도 여신인데 더 이상 추한 꼴은 보고 싶지 않다.”

“…….”

“…….”

침묵으로 대답을 하지 않지만 발버둥을 치려는 것을 멈춘 것을 확인한 전지의 성이 이제 괜찮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이제 풀어주라는 의미인 듯 표정이 굳었다.

“휴우우우우-!”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땅이 꺼져라 내쉬는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이었다.

일순간 양손이 목을 풀어주고 위에 올려놓았던 아마테라스의 신체를 위로 튕기어 올렸다.

그리고 밑에 깔려있던 엔릴의 신체도 양 다리가 반동을 튀어 올려서 자세를 뒤바꿨다.

갑자기 몸의 제어를 잃은 이계의 정령신들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막 몰래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던 중이라서 충격이 더욱 컸다.

“허억-!”

“악-!”

휘이이이잉-! 퍼어어억-!

그렇게 억지로 허공으로 튕겨져 등을 밀착하게 된 여신들의 복부의 중앙을 파고든 것은 오른쪽 팔꿈치와 오른쪽 무릎이었다.

마치 맹수의 이빨처럼 악 다문 일격에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이계의 정령신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직 이들을 모르시는군요.

좋은 말과 위협으로 알아들을 존재라면 이 정도로 뛰어난 권능과 힘을 가지고 이계에서 여기까지 추방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너희들도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가?

설마 지금의 나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선발전이 끝난 이제 신계를 더 부수면 용서는 없다.”

어디에서인가 손바닥만 한 단궁을 몰래 꺼내들려던 신랑월신(神狼月神) 아르테미스가, 황급히 이대신황(二代神皇) 여와의 등 뒤로 숨는 것을 쳐다본 차원의 마도신의 눈이 배신선택(背信選擇) 메데이아에게 향했다.

주목을 받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몰래 주신전의 바닥에 깔고 있던 머리카락들을 급하게 회수하는 모습에 전지의 성이 혀를 찼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통째로 주신전을 날려버릴 심산이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무슨 주신들이 지켜야할 신계를 가장 먼저 박살내고 설치려는 줄은 모르겠지만 몇 가지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대는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용케도 신계를 유지하고 있어.”

강대한 주신들이지만 그만큼 문제가 많은 이들을 이끌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고뇌였다.

하나 이런 문제가 없었다면 어딘가의 신계주신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들이 인간출신의 신계주신 밑에 남아있는 이유도 잘 알게 되었다.

마신으로서도 이해가 안갈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고 가장 우선순위인 신계의 안위조차 희생양으로 삼는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이래서는 신계의 일원으로서 있을 수 없다.

‘모두 힘은 주신 중에서도 특출할 정도로 강하지만 모두 망할 성향들이다.

다른 신계주신 같으면 당장 포기하고 정리를 할 것 같은데 지금 하는 것을 보니 오기로라도 자기 부하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

이들도 개인은 강하지만 출신과 일족이 없는 차원의 마도신과 같은 신계주신이 아니면 갈 곳도 받아줄 곳도 없겠지.

그러나 이들이 모인 신계는 주신계도 제압이 결코 쉽지 않아.

자신들의 세력을 침입하면 모두 벌떼처럼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인데 그럼 전능의 휘도 감당이 힘들겠어.

더구나 방금 내전에 너무 한심하다고 참전하지 않은 전율의 진군과 직속세력에 다른 주신들을 합치면 엄청난 전력이다.

이들이 같은 세력이 되면 정말 다른 신계와 주신계도 위험해.

이거 주신장전이 문제가 아닌데 어쩔까나?

신족들의 일이니 이만 관전만 할까나?

주신전쟁이 새로 벌어지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차원의 신계의 위험성과 가능성도 동시에 알게 되어 흥미가 생긴 전지의 성이었다.

그리고 모든 신들이 다 부서져가는 주신전에 몰려들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손을 대면 댈수록 위험한 신계라는 것을 말이다.

하늘 위에서 혀를 차며 내려다보이는 거신족의 주신들까지 모일 때까지 이계의 정령신들의 복부를 강타하고 있는 팔꿈치와 무릎이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주고 발악을 해도 꼼짝을 하지 않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진행하는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들킬 수는 없다.

잠깐 2개의 상황을 대조해보니 답이 나왔다.

이들에게 잘 보여 보았자 거의 몇 억년을 넘게 뭉친 수장의 영향력을 벗어날리 없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신체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이계의 정령신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또 무슨 수를 짜내어 덤벼올 것이다.

원래 그런 성향이라는 것은 겨우 백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뼈저리게 깨달은 지 오래다.

‘그냥 가자.

어차피 더 나빠질 평판도 없는데……. 약점을 들킬 수 없지.’

여신들을 제압하고 있는 오른손과 무릎을 제외하고는 자유롭다.

비록 엄청나게 이상하게 익혔지만 접근전에서 흑염과 최강을 다투는 불가해의 8시조의 방어다.

믿고 맡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의뢰를 위해 지금이 중요하다.

자잘한 것은 모두 넘긴다.’

모인 신들이 자신의 모습과 기둥만 남아있는 주신전을 보고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자신들의 개인신전이 모두 파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대부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하긴 겨우 반나절 만에 과거 자신들이 세웠던 신전이 모두 날아갔으니 말 다했다.

늑대신과 뱀신이 집중적으로 날뛴 곳은 모두 구 신계지역이다.

‘과거 신계는 전부 부수려고 노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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