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4화
18권
차원의 마도신의 빠른 치료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예의 미소를 잊지 않고 말을 이었다.
“놀라운 창조능력이네.
전능의 휘도 많이 배워야할 정도인 것 같은데?
치료가 원래 방식이 이런 것이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치료는 되어가고 있으니 상관없겠지.
그런 나도 대가를 치러야지.
전능의 휘의 약점은…….”
언어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라는 듯 의지가 전해져온다.
그것을 차원의 권능으로 튕겨내면서 말한다.
“약점이 있다는 말은 이미 들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자신의 거부에 주변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더없이 강대한 창조신이 된 전능의 휘와 주신장전을 앞둔 상대가 약점을 알기를 거부했다.
그것도 여주신들을 치료한 대가로 제공한 귀중한 정보다.
이걸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즐거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전지의 성에 의해 깨어졌다.
“오호호호호홋-! 정말 전능의 휘와 주신장전으로 이길 생각 일까나?
그것도 현실부정의 마도신이 완전한 이상을 창조한 상위 전능신의 오리진을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려서?
그리고 개판인 신계를 넘겨받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아 난장판이면서?
전능의 휘와 주신계의 예비 창조신들이 버티고 있을 전쟁터로 따를 주신이 과연 있을까나?
아-! 이건 가이아나가 이야기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조금만 조사하면 모두 다 아는 유명한 신계더군.
이런 엉망인 상황에서 혼자서 어떤 준비를 할 수 있기에 이렇게 자신감이 넘칠까나?”
신계의 이야기가 나오자 가이아나가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더욱 숙였다.
그래도 자신이 오랜 기간 신계주신의 반려로 지낸 정든 신계다.
난장판이니 개판이니 욕을 먹어서 화가 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부재중일 때 대리임무를 직접 해보니 이건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다.
신계를 이끄는 대부분의 신들이 모두 파벌에 들어있고 그들의 수장들이 최고위 신들의 거의 전부다.
이들을 제거하려고 하다가는 신계가 텅텅 빌 정도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니 정식으로 쳐내기도 곤란하다.
과거에 다들 신계주신이라서,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도 지극히 높고 정당해서 조금만 실수하면 바로 문제를 제기하여 공론화 되어서 꼬투리를 잡을 것도 없다.
과거 신계주신이 왜 그렇게 능구렁이가 되어 갔는지 알 정도다.
차원의 마도신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신계의 사정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주신장전에 따른 주신이 거의 없다는 예상도 이미 다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아니, 약간만 확인하고 예상하면 알 일이니 숨기고 말 일도 없다.
자신이 잘 구슬렸어도 과연 몇이나 따라나설지 의문이었다.
그 생각이 차라리 배제하고 홀로 나서게 된 이유였다.
전지의 성이 이제 의자에 앉아서 상체를 차원의 마도신 쪽으로 깊숙이 숙이며 싱글벙글 하며 묻는다.
의도인지 아닌지 더없이 풍성해 보이면서 엄청난 탄력을 자랑하는 가슴이 마신족 특유의 부분 갑옷사이로 보여 시야를 어지럽혔다.
상위의 마신왕을 상대로는 매혹당하지 않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저절로 시선이 갔다.
그런 차원의 마도신의 시선을 느끼면서 약간 흔들면서 하는 말은 신랄했다.
“혹시 쓸데없는데 목숨을 걸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없을까나?
불필요한 오기를 부리다 죽을 위기를 넘긴 적이 없었을까?
시킨 대로 하라는 상급자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다 치도곤을 당한 적은?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누가-!
많이……, 있습니다.”
발끈했지만 잠시 매혹당한 틈에 자신도 모르게 긍정하는 말을 해버린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지금 두려운 것은 전능의 휘나 망하는 것이 아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3만 년 동안 정신개조를 겸한 강제수련을 당한 직후였다.
그 이후에 신계주신으로 정상적으로 전투에 나설 것을 강조한 교육이었다.
그런데 잠깐 욱한 기분으로 이런 일을 벌인 자신이다.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정말 이제 편히 죽고 싶다.
그런데 이제 선불로 받은 현실부정의 부활권능으로 죽지도 못하잖아?
써버리자니 아깝고 미치겠네.
돌아오시면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분명히 이 못난 놈이라고 하면서…….’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이성이 확 돌아왔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돌아오시면 무슨 말을 하면서 자신을 팰 것은 상상이 가는 일이다.
순간의 감정 때문에 제 버릇을 못 버리고,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흑염의 절대자를 함정으로 끌어들일 의뢰만 아니라면 그 전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3만 년을 두들겨 패시며 신계주신답게 위엄을 갖추고 진중하게 행동하라 하셨는데 이렇게 되었다.
용병신 시절처럼 혼자서 감정대로 날뛰지 말라고 한 경고를 일주일 만에 무시한 셈이 되었다.
‘의뢰가 실패하면 정말 때려죽이려고 하실 지도 모르겠군.
아니, 성공해도 그냥은 안 넘어가시겠지.
3만 년의 교육을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 투자하셨는데 일주일 만에 싹 날렸으면 나라도 가만 안 놔두겠다.
이걸 어쩐다.
뭐라고 변명해야 하나?
이것도 다 상대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함정과 계획의 일부라고 해보았자 안 통하겠지?
그냥 평소대로 꾹 참을 것을-!’
갑자기 화가 났어도 잘 구슬려 볼 것을 그랬다며 후회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위아래가 없는 용병신으로 살던 대로 하기는 했는데 이제 부정 못할 상급자가 생기고 나니 이제 뒤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성질대로 했다가는 자신만 감당하고 끝나지 않는 위치라는 것이 몸서리치게 다가왔다.
그런 당황해 하는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전지의 성이었다.
‘마신왕이며 성마신인 내 앞에서 딴 생각이라?
창조신이라도 그러지를 못할 것인데?
잠깐 확인 좀 해 볼까나?’
그리고 아주 약간 살기와 투기를 일으켜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자신에게 느껴지는 이상한 위기감각도 확인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변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그대로 자신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내려찍은 것이다.
아무런 기색도 없이 내려쳐지는 일격은 그야말로 처음 볼 정도의 회심의 일격이었다.
‘뭐-!’
퍼어어억-!
가까스로 신체의 반응을 끌어올려 양손으로 막아낸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마치 폭포가 떨어지듯이 강력한 치명적인 일격이 연속으로 쏟아지고 그것을 전력으로 막아가는 전지의 성이었다.
꽈꽈곽-! 퍼억-! 꽈드드드득-!
일순간에 벌어지는 접전으로 응접실의 아다만티움의 탁자가 조각조각 박살이 나서 휘날리고 육체와 육체가 부딪치는 굉음이 차원의 주신전을 뒤흔든다.
바로 옆에 있던 가이아나와 전능신족의 여주신들조차 무슨 사태인지 모를 정도의 초고속의 전투에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하고 바로 튕겨서 벽으로 밀렸다.
주신전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파 역시 퍼져나갔다.
놀란 그녀들의 눈에 보인 것은 어느새 양손을 서로 맞잡고 대치중인 차원의 마도신과 전지의 성이었다.
얼마의 타격을 서로 주고받았는지 모르지만 입고 있던 갑옷들이 산산조각 부서지고 드러난 피부역시 검게 멍이 들어있었다.
놀라면서도 납득이 간 상쾌한 표정의 전지의 성이 양손을 맞닿은 상태에서 바로 앞의 차원의 마도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한다.
“역시 믿는 수가 있었네.
주신장전 정도는 상대의 약점이 알 필요도 없고 부하들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었나?
도대체 관리신인 마도신이 어떻게 이런 근접전 능력을?
관리신에게도 이런 수준의 접근전의 권능이 있을 수 있었나?”
전지의 성의 탐색권능이 구석구석 자신의 몸을 스치자 잠시 멈칫한 차원의 마도신이 입을 열었다.
이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했다.
자신이 가진 패를 더 보여 보았자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상대는 협상을 위해 왔는데 이렇게 싸워 보낼 수 없었다.
더구나 전지의 성은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며 마신왕의 직위다.
그 위치는 창조신과 동격이다.
예비 창조신인 자신이 비록 종족이 다르나 예의를 차릴 상대라는 것은 이제 머리에 박혔다.
무수하게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직위와 거기에 맞는 행동요령을 강제수행을 당하면서 들었는데 더 이상 실수를 할 수 없었다.
“치료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귀중한 손님으로 계십시오.
차원의 신계는 성마신이신 전지의 성님과 일행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살기와 투기의 발산은 자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신계 내에서는 전투는 무조건 금지입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 후의 사태는 보시다시피 책임지지 못합니다.”
“알았다.
이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따라야 하겠지.
부하들에게도 주의를 시키지.”
스으으으으윽-! 파가갓-!
그 말과 동시에 서로의 양팔에서 신력과 신체가 충돌하는 굉음이 다시 울리면서 응접실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각자 집중했던 신체의 힘을 동시에 풀어버리는 굉음이다.
잠시 거리를 둔 전지의 성을 쳐다보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차원의 마도신을, 전지의 성이 오른 손을 흔들면서 눈웃음으로 배웅했다.
그러나 뒤로 숨긴 오른손에서는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방금 서로의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잠깐 할 때 생겼던 부상이었다.
‘관리신치고는 엄청나네.’
지금 자신은 마신왕이며 성마신의 신체다.
거기에 불가해의 8시조를 익혀 창조신장급과 상위의 대신족을 제외하고는 부상을 입을 리가 없다.
그런데 단 몇 초의 접촉만으로 손바닥을 찢기고 말았다.
더구나 얼마나 파괴력이 강력한지 어지간한 소멸도 버티는 마신왕의 치유력이 밀리고 있었다.
‘물리력 외에 검은 불길이 순간적으로 내 권능과 육체를 모두 관통했다.
분명 이건 10중심 중 흑염의 절대자가 사용한다는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
불가해의 팔시조를 근접전 분야에서 유일하게 능가하는 육체계열의 최강권능.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통과했다고 그랬지?
이런 의미인 것인가?’
뒤에서 그 광경을 보는 여주신들도 표정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절대의 권능인 불가해의 8시조로 단련된 전지의 성의 육체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마신일 때도 부상을 입는 경우는 전능의 휘와의 인증전 외에는 거의 없는 불멸의 신체다.
마신왕이 된 지금은 더욱 강해졌을 것인데 너무나 쉽게 피를 흘렸다.
단 일순간의 공방으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차원의 마도신이 움켜쥔 여파로 찢어진 오른손의 상처를 치료하며 의문에 싸이는 전지의 성이었다.
흑염의 권능으로 자신의 육체에 손상을 주었다는 것을 알겠다.
문제는 순간적인 접근전이었는데 순수한 투신인 자신에게 마도신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산으로 권능을 구현하는 마도신의 특성상 결코 접근전에서 투신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 상식이 뒤집어진 것이다.
‘위대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시여.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신 것인가요?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신의 권능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저와 동급이상의 신체와 격투능력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관리신의 육체로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요?
정말 궁금하군요.’
화르르륵-! 화륵-!
응접실에서 나온 차원의 마도신의 양손에서 흐릿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방금 전지의 성과 잠시 공방을 주고받으며 생긴 손상을 복구하는 흑염의 권능이었다.
불가해의 8시조의 잔류 권능조차 남김없이 삼키는 것이 과연 육체계 최강이라고 할만 했다.
하지만 침실로 걸어가는 차원의 마도신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있었다.
자신이상의 마신이 발동한 살기와 투기에 자동으로 반응한 신체 탓이다.
‘절대로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육체가 상대의 살기와 투기에 자동으로 움직였어.’
전능의 휘와 동급의 투신과 싸워서 얻을 이익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는 살기와 마신왕의 투기에 너무나 정직했다.
이미 전투를 인식하고 있을 때는 수없이 공방을 주고받은 다음이었다.
강제수련으로 얻은 영원영창과 연계된 이성이 아니었다면 정말 죽을 때까지 싸웠을 것이다.
육체계 계열 최강인 흑염이 가진 권능의 진정한 모습에 식은땀이 나는 사태다.
‘3만 년의 강제수행을 당하면서도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발동이 되었다.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의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나?
익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역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바람가의 오리진다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흑염의 권능을 제대로 구현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본래와 상당히 다르게 바꾸어서 마도신에 맞게 했는데, 정작 익힌 자신의 수준이 너무 낮아 사용요령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지의 성과 겨루어 보니 감이 잡혔다.
머리에서 마도신의 오리진님과의 강제수련을 당하며 들었던 무수한 꾸지람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잘 들어라.
이 멍청하고 둔한 놈-!
내가 후손 교육은 많이 했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마도신인 네가 아무리 수련을 해도 최고 수준의 근접전문 투신과 맞상대를 해서 이길 가능성은 아예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진리의 혈족과 비교하면 당연히 못한 것이 당연하지.
그리고 투신에게 마도신이 못 이기는 것이 왜 당연해?
이게 마도신의 오리진이 마도신에게 할 이야기인가?’
강제수련에 끌려온 반항심을 한껏 끌어올려 대답하는 자신이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마도신에게 하실 말씀이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제인가는 이길 수 있다고 부질없는 희망이라도 주셔야……, 꽥-!”
퍼어어어억-!
강제수련으로 끌려와 만신창이가 되어 악만 남아서 바락바락 대들던 자신에게 언제나처럼 파멸유혼검을 휘둘러 입을 닥치게 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도대체 이런 폭력을 동반한 강제주입식 교육이 효과가 높기로 명성이 자자한 바람가의 교육의 정체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어디서 말장난이냐?
원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걸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시도하는 놈이 바보 멍청이지.
도끼로 찍어서 안 넘어가면 톱으로 자르란 말이다.
모든 투신은 전투에 있어서 적을 인식하고 공격하여 명중시키는 3가지 판단과정을 거친다.
어떤 권능을 가진 존재이든 반드시 해야 하는 이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단축시키고 강하게 하는 것이 강함을 결정한다.
그러나 마도신과 같은 관리신은 공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연산하여 권능을 구현하는 과정이 하나 추가된다.
결국 일반투신의 3단계에 비해 연산과정이 추가된 4단계를 거쳐야만 싸울 수 있다는 관리신의 근본적인 문제 탓에 접근전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럼 제가 하고 있는 이 수련은 무엇입니까?
왜 자꾸 때리기만 하십니까?
덕분에 몸이 만신창인데 무엇을 배우라고요?
아니, 그보다 떡밥으로 유인해서 미끼인 제가 흑염의 절대자를 낚는다면서요?
미끼인 제가 떡밥에도 못 버티면 어떻게 합니까?
왜 하필이면 떡밥이 전능의 휘입니까?
불가해의 8시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1대 1로는 절대로 못 이긴다고요.
본인도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인정하시면서요?”
타당한 반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절대의 권능인 불가해의 팔시조를 초반부지만 익힌 투신과 칭호의 완전 발동 없이는 초월권능만 가능한 마도신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오래간만에 맞는 말을 하는구나.
하지만 넌 흑염 일족이기도 하니까 가능한 방법이다.
그 짐승 같은 놈들의 권능의 오의가 바로 이런 것 전문이니까.”
“예?”
“제발 좀 알아들으란 말이다.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한 너는 흑염의 일족이기도 하다.
그런 흑염 일족인 네가 바람가인 나에게 왜 자신의 권능을 묻는 것이냐?
자기가 가진 것도 잘 알지 못하는 이 한심한 녀석아-!
이걸 언제 제 몫을 하게 만들지?
일단 잘 들어라.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적의 인식, 공격, 명중의 3단계 판단을 인식 1단계로 줄였다.”
“에에에? 그게 가능합니까?”
그 말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 듯 마도신의 오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니까 짐승이지-!
그것도 미친 짐승-!
지금 흑염의 절대자 놈도 1대와 똑같아.
아니, 능력만은 더 높지.
그러니 같은 접근전 투신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해.
하지만 이런 것도 절대의 권능이라고 가지고 있는 일족 따위를 왜 진리 할아버님은 그렇게 중하게 여기시는지-!
강하기만 하면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힘이 전부라고 아무리 그래도 격조와 품위가 있어야지.
뭐 이따위 상종 못할 놈들이 다 있어?”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것이 기본인 저희 마도신들이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닙니다.”
찌이이이잉-!
쳐다보는 시선이 다시 날카로워진다.
전투방식이 흉악하기로 유명한 마도신의 오리진이 다른 일족에게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말을 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반론을 하면 당장 가만 안두겠다는 도끼눈이었다.
이러면 맞을 것이 당연하기에 입을 꾹 다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렇게 잠시 이를 갈며 화를 내던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입을 다문 자신을 보며 이제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흑염의 절대자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으로 명중의 판단과정을 제거한다.
완전한 적중률과 치명타를 넣는 권능이니 충분하다.
공격판단은 ‘흑염’의 권능자체로 처리한다.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의 권능은 공격영역에 적이 있으면 아무런 판단을 거치지 않고 적을 분쇄한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적을 처단했지.
대부분의 상대가 흑염의 절대자에게 접근한 존재가 적으로 인식되는 순간 판단할 시간이 없어 대응도 못하고 죽어나갔다.
그걸 인접해서 막아낼 수 있는 것은 겨우 우리 바람가 정도였지.
그 정도로 접근전에서는 끔찍한 위력을 보이는 권능이다.”
“무슨 뜻인지 영 모르겠습니다.”
“이 멍청아-! 왜 못 알아들어?
공격과 명중의 판단과정이 없어서 3과정을 모두 거치는 일반 투신보다 최대 3배 이상 공격속도가 빠르단 말이야.
그렇게 흑염의 권능은 이성이 아닌 본능에 전부 투쟁을 맡기는 것이다.
흑염의 전투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의 배제만이 목적이다.
결국 적을 죽이기 위해서 미쳐 날뛰는 광전사가 되는 것이 본질이란 말이다.
이렇게 쉬운 결론을 왜 몰라?”
“엑-! 그게 쉬운 추론입니까?”
“이 멍청한 놈이-!
본래 투기와 살기의 결론이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의 말살이 당연하지 않는가?”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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