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9화
17권
화아아아아악-!
보이는 모든 곳이 하얗게 빛나는 물결과 같은 파도다.
이 파동의 중심에 황금빛의 피라미드가 보호하는 8인의 절대자가 침중한 안색으로 회복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파동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지만 정체를 알면 감히 그딴 헛소리를 못한다.
용신족의 오리진인 유일용신제가 무한하게 발산하는 광역 브레스다.
범위내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본인 외에 말소하는 용신족의 파괴권능의 정화인 것이다.
화신체의 상태라서 권능으로 구현되어서 천만다행이지, 만약 본체가 이것을 내뿜었다면 정말 절대계의 절반은 박살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도 직격당하면 당연히 10중심이라도 치명타다.
더구나 회색이 본신신력 전부를 걸고 자폭하는 바람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라서 죽을지도 모른다.
긴급 동맹을 맺은 황금의 ‘황금시대(黃金時代)’가 지키고 있으니 회복에 전념하고 있지만 연합이 아니면 벌써 결판이 났다.
그러나 그렇게 임시 연합을 맺어도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황금은 최고 최상의 권능을 가졌으나 육체 능력까지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육체능력역시 상위이나, 당연히 흑염의 절대자보다 약하고 유일용신제보다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유일용신제의 권능의 수준조차 황금보다 아주 약간 떨어지는 서열 2위라는 문제다.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는 바람가의 능력이 타격을 입어 능력이 떨어진 8인의 절대자를 몰아붙이고 있다.
만전의 상태라면 황금시대의 방어에는 문제가 없으나 회색에게 타격을 입은 지금은 허점투성이다.
바로 허점을 노리고 ‘황금시대’를 돌파해온 유일용신제를 근접전으로 막을 존재는, 모두 부상 중인 지금은 흑염의 절대자뿐이다.
그래서 흑염의 절대자가 필사적으로 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퍼어어억-! 우두둑-! 꽈직-!
흑염의 절대자와 유일용신제가 순간에 보여주는 뼈가 부러지고 피가 뿌려지는 초고속의 근접전에 황금의 절대자가 이를 악 물었다.
유일용신제도, 흑염의 절대자도 자신들의 육체가 피해가 나는 것을 감수하며 무지막지하게 상대의 육체를 부숴간다.
근접전에서 더없는 수준에 도달한 저들이기에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기교나 오의 따위는 허점을 보일 뿐이다.
오로지 상대의 급소를 박살내고 덜 치명적인 부분을 내주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가 멀쩡한 본래대로라면 더 큰 부상을 입는 것은 유일용신제여야 한다.
하나 지금은 흑염의 절대자가 피해를 더 보고 있다.
근접전의 능력은 분명 흑염의 절대자가 가장 위인데 회색의 자폭에 악영향을 받은 탓이다.
‘물론 미세한 하락이다.
하지만 거의 대등한 강자들인 10중심과의 전투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폭에 피해를 당하지 않은 유일용신제를 상대하기 위해 다른 8인의 절대자가 동맹을 맺어야 할 정도다.
그러고도 우위를 못 보이고 있는 것이, 회색이 자폭을 하면서 건 저주에 직통으로 당한 탓이다.
도대체 어떤 권능으로 회색이 자폭을 해서 당한 자신들의 권능의 수준을 이렇게 낮추는 것이 가능하진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다.
‘황금시대’로도 저주를 해제할 수 있지만 회복은 불가능했기에 사상초유로 8인의 절대자들이 모두 연합하여 유일용신제와 대치하고 있다.
최고의 권능과 서열을 자랑하는 황금으로서는 저절로 이가 갈릴 정도로 분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황금의 절대자가 패색을 보이는 흑염의 절대자에게 가세하려고 하는 순간, 어느새 바람처럼 영역 밖으로 빠져나간 유일용신제다.
유일용신제의 속도도 검복(劍蝠)의 절대자를 제외하고 대등한 자가 없는 수준이다.
자신의 신체와 권능이 정상이라면 어떻게든 따라 잡을 수는 있는데, 지금은 보고도 놓아주어야 했다.
유일용신제는 이렇게 흑염의 절대자에게 야금야금 타격을 입히면서 신체와 권능의 회복을 필사적으로 늦추고 있다.
그 결과 황금시대가 존재하는데도 다른 8인의 절대자가 회복에 전념하지 않고 경계태세다.
그 결과 회복율이 피해율을 능가하지 않고 대등한 지루한 승부다.
이런 전투는 본래 호쾌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선호하는 유일용신제답지 않다.
회색의 자폭으로 처음으로 서열 1위가 될 승기를 잡은 유일용신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스르르르륵-!
“이런 젠장-!
흑염의 절대자인 내가 바람가에게 육박전에 밀리다니?
이런 수치가 있나?”
유일용신제에게 당한 부상을, 검은 불꽃이 일렁이면서 순식간에 치료해낸 흑염의 절대자가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욕설을 내뱉었다.
방금 피해를 입으면서 기껏 회복했던 자폭의 부상이 다시 도질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유일용신제가 받은 부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손상이 없다.
지금은 유일용신제의 육박전 능력이 자신을 능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열이 받는 것이 흑염의 근접전능력이 바람가를 뛰어 넘은지 이미 오래 전이다.
아니, 바람가의 육체능력이 흑염의 권능을 기반으로 삼아 범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리도 아닌 후계인 유일용신제의 화신체에게 당해서 밀리고 있다는 것은 용납하기가 힘들었다.
“아직 권능과 신체의 회복이 약간 부족해.
황금시대조차 회색의 자폭의 저주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저주는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손상당한 권능과 신체는 각자 회복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하의 존재라면 얼마든지 회복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동급이면서 일부의 권능이 자신을 초과하는 존재의 회복은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색의 자폭의 저주를 모든 8인의 절대자가 받아서 악영향을 받은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황금의 절대자였다.
저주도 축복도 같다.
자신보다 강한 상위의 존재에게는 별 영향을 줄 수 없는데. 10중심 모두가 회색에게 저주를 받아서 이 꼴이다.
아무래도 바람가의 오리진이 구현이 가능하다고 회색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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