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47화 (258/2,000)

제 347화

17권

절대계의 모든 존재가 이제야 사태를 깨달고 숨을 죽이고 벌벌 떨고 있었다.

10중심들이 일족을 이끌고 서열전을 벌이면 당연히 통제력도 급격히 감소한다.

그때에 최상급 전사들이 각종 이권의 분쟁과 원한을 대규모 전쟁과 결투로 해소하던 분위기여서 가급적 길게 하기를 원했다.

하나 지금은 제발 빨리 끝나 저 미친 회색의 독주가 멈추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장기전을 벌이다가 마지막에 근소한 차이로 서열이 결정되니 이런 위험이 있는지 몰랐다.

설마 이렇게 하려고 자폭을 해서 가장 빠르게 이탈했다면 정말 무서운 독심이다.’

유일한 절대계의 폭군이 대신족을 아무 트집이나 잡아서 쳐들어오면 막을 방법은 자신들에게 없다.

진리의 혈족인 대신족의 오리진님께서는 직접 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면 자신들 중 누군가가 가호를 얻어 싸워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강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령이 완전히 정착한 ‘성멸’뿐이다.

하지만 신령이 되어야할 차원의 마도신이 외부에서 조작을 하는 것을 선택한 지금은 거의 꼭두각시 인형과 같다.

결국 대신족 역시 지금 회색이 멸족을 시킨다면 피할 방법이 없다.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회색이 시킨 대로 모든 일족들을 모아온 자신이다.

그런 입장이기에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묻는다.

“우우우웅-! 우웅-!(원하시는 것을 정확하게 말씀해주십시오. 회색님)

우우우우웅-!(대신족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복 선언에 회색은 다시 검은 로브로 덮어써서 얼굴을 가렸다.

미소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로브에서 드러난 입술이 반원형으로 모양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극도로 즐겁다는 어투가 이어졌다.

“나 회색의 권한으로 절대계의 회색영역을 대신족에게 개방한다.”

그 말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의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뒤에서 눈치만 보던 다른 창조대신이 이동구성으로 외칠 지경이다.

“우우우우웅-!(정말 저희들에게 절대계의 회색영역을 허가하실 작정이십니까?)

“우우우-!(어떤 대가로 보상을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우우우웅-!(다른 주우주의 창조주 이상으로 정기를 바치겠습니다.)”

498번째의 주우주까지 대다수의 지배종족으로 올라섰지만 단순하게 수가 많을 뿐이다.

지금 대신족에게 가장 큰 문제는 주우주의 부족하고 희박한 정기다.

수장을 맡고 있는 대의가 겨우 5조에 도달한 것이 전부다.

그 밑으로는 겨우 1조정도이다.

물론 이 정도로도 종족의 특성상 함부로 도발할 존재는 없지만 이렇게 된 이유는 오로지 정기부족이다.

대신족을 완전히 포용하기에는 주우주가 너무 약하다.

결국 다시 기존의 신력과 이성의 구속용인 행성생체장갑을 다시 착용을 하고 별을 창조하고 지성체를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승급이나 수련을 위한 정기축적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척박한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능력과 자격이 있는 존재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각 주우주별로 창조대신이 1∼2명 정도이고 신력도 1∼2조 남짓이다.

자신들이 아무리 신족의 10배의 창조력으로 별을 높은 수준으로 개조를 하고 새로 만들어내도 주우주는 역시 너무나 넓었다.

그나마 개선한 것이 이 정도이고 아직 지배세력이 못된 499주우주는 봉인된 대신족의 예비 창조신이 수장을 맡을 정도다.

결국 주우주의 정기부족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장구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주우주보다 2써클 이상의 높은 밀도와 양을 가진 회색의 영역을 일부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은 해결된다.

정기가 흘러서 넘칠 지경인 절대계의 영역에서 별을 만들고 수련하면 너무나 승급은 쉽다.

절대계라면 지금의 창조대신들도 신력 10조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그렇게 장기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절대계에 영역만 구축하면 주우주로는 일하러만 가면 되는 것이다.’

하나 절대계는 10중심들의 것이다.

그들은 모두 1조가 넘는 개인일족을 억 단위로 가지고 있고 그들을 떠받드는 다양한 지배세력들 역시 신력 1조가 넘는 최상급 전사들을 1만 단위로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지배세력들이 단단한 벽을 쌓고 대신족의 유입과 시도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아직 약자이며 후발주자인 대신족으로서는 부족한 정기로 엄청난 능력 하락과 부담을 감소하고 어쩔 수 없이 주우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다른 종족에게 대화를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일방적이며 비밀스런 의지만을 전달하는 것은 자신들을 철저히 배척한 모든 종족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기도 했다.

진리에게 다음 신족으로 선택받았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이런 원한이 없었다면 대화를 중지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신족의 10배 이상의 창조력을 가진 대신족이다 보니 도움이 거의 필요 없다.

덕분에 이 방식이 편해서 그대로 종족특성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런데 지금 회색의 절대자가 자신의 영역을 대신족에게 개방한다고 공언을 한다.

이것만큼의 희소식도 대신족에게는 없었다.

“우우우우?(원하시는 것은?)

우우우우웅!(대가는 뜻하시는 대로 치르겠습니다!)”

대신족이 그렇게나 바라던 절대계로의 진출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다음 말에 창조대신들은 기쁨과 함께 잊었던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옥 중의 지옥.

연옥(煉獄)이다.

내게 반역한 전부를 타도하라.

나는 회색의 절대자로서 황금의 휘하에서 천국을 바로 앞에 두어 오만했던 자들의 생존자격을 시험하고자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

‘이 미친 회색.

정말 한 번 덤볐다고 몰살시킬 생각인가?

하나 이런 존재가 10중심이 아니라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다.’

말은 차마 못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이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계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동의식이 지배했다.

하나 설마 바라는 것이 회색영역과의 전면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절대계는 결코 주우주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2써클 이상의 강함을 보유하여 최하급전사가 주우주 창조신을 위협할 정도다.

자신들 대신족도 동급이라면 위험할 정도로 강대한 강자들이 넘쳐났고 숫자 역시 창조대신들보다 압도적이다.

결국 대신족 전부가 목숨을 걸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 대신족 전부가 회색의 용병이 되어서 숙청을 마무리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들은 비록 진리에게 패배하였으나 대신족으로 다시 기회를 잡고 공을 세워 창조대신이 된 영광된 다음 세대의 신족인 것이다.

그러나 다음 회색의 말에 창조대신들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다.

“나 회색은 대신족(代神族)을 절대계 회색영역의 유일한 지배세력으로도 인정할 의향이 있다.

개인 일족도 없으니 선택의 부담도 없지.

나를 능멸한 기존 세력에 별 애착도 흥미도 없으니 의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정당한 명령을 따라 일을 하지 않고 상위자를 능멸하려는 것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처분한다.

그런 지금의 내 성향으로는 묵묵히 일만 하는 대신족이 아주 좋아 보이기에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창조대신들을 압도할 만한 최상급 전사들은 모두 내가 직접 제거했다.

일정기간은 외부로 도망친 것들이 기어 돌아오면 즉시 죽여주지.

내게 무례한 저들대신 지배종족이 되어 내게 충성하고 나의 영역을 발전시켜라.

이것이 회색의 절대자인 내가 대신족에게 바라는 것이다.”

“…….”

사실이 그러했다.

지금 최상급 전사들이 회색의 손에 모두 처분된 이상 신력과 권능차이로 도저히 상대를 못할 강자들은 없다.

남은 상급 전사이하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무력을 가졌다.

숫자는 저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자신들은 철저히 하나로 뭉친 통제된 군대와 같은 집단이고 저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개인세력이다.

‘그럼 해볼 만한 전투가 된다.’

더구나 회색이 지배세력을 거의 처단한 덕분에 여기저기 주인이 없는 행성들이 넘쳐난다.

절대계의 행성들이라면 침식해서 개선할 필요도 없다.

단지 관리만으로도 막대한 정기를 생산해 낼 것이고 그럼 바로 승급과 하위 일족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식이 가능하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최상급 전사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막대한 전력을 만들 자신과 종족권능이 있다.

본래 기존 세력의 대체 목적으로 재창조된 대신족인 것이다.

이렇게 절대계의 기본의 지배종족에게는 더없이 잔혹하지만 대신족에게는 가장 매력적이고 공평한 기회를 회색이 제시했다.

단지 자신에게 무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절대계의 자신의 영역 전부를 끝없는 전쟁에 밀어 넣어야 하는 존재를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회색의 영역을 모두 뒤집어 바뀌려는 거대한 변화에서 자신들에게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을 놓치면 다시는 잡지 못할 것이란 것도 사실이었다.

10중심에게 감히 거역하거나 시험하려는 세력 따위는 지금의 회색이 존재하는 한 나오지 않을 것이고 교체의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두려운 존재를 지배자로 모시고 살아야 하는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대신족의 수장인 대의(大義)는 결정을 내렸다.

‘회색에게 불려올 때부터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시련과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일족 전부를 걸게 될지 몰랐다.’

하나 두려움 따위는 없다.

자신들이 만들어진 목적은 오직 숭고하고 위대한 생명의 번성과 우주의 발전을 위해서였기에, 개인의 감정은 그 하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회색이 절대계를 이렇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10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10중심이 서열전을 끝내고 돌아오면 바로 견제가 들어올 것이고 취소될 확률이 크다.

그전에 어떻게든 영역을 크게 점유해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면 10중심이라 해도 발전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의가 결정하자 극도로 감정이 제어되고 이성이 강화되어 있는 창조대신들도 바로 따랐다.

모든 창조대신이 회색에게 행성보다 거대한 거체의 양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모아 고개를 숙인다.

회색영역의 진정한 지배자로서 인정을 하고 휘하의 종족으로서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은 회색이었다.

‘보아라-! 과거의 나.

배려와 용서는 약자의 자위행위이지.

결국 배신밖에 없다.

강자인 회색이 된 나는 충성을 구걸하지 않는다.

부하들이 나를 거부하거나 능멸하면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내게 충성할 자들에게 넘겨줄 뿐이다.

이것이 나약한 네가 가지 못한 진정한 지배자의 길이다.

그 끝이 파멸일지라도 나는 이 길을 가겠다.

아니, 끝이 오기 전에 사라질 것이니 상관없지.

크후후후후후-!’

절대계의 지배종족이 될 기회를 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신족의 창조대신의 수장인 대의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우우웅-!(총동원령을 내린다.)”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다른 창조대신들도 명령을 하달한다.

대신족은 철저한 명령체계를 갖추고 개인감정이 거의 없기에 극도로 효율적인 종족이다.

중간과정에서 어떤 개인감정에 의해 변형 없이 그대로 전달되며 최하위 말단까지 명령에 복종한다.

설사 그것이 전쟁에서 희생물이 되라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들을 선택했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끝없이 투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우우웅!(전군 집결!)”

“우우우웅-!(명령은 오직 하나-!)”

“우우우우웅-!(절대계의 회색영역을 총력으로 점령하라.)”

“우우우우우-!(우리가 회색영역의 지배세력이 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창조대신들 앞에 하얗게 타오르는 행성모양의 대신족 창조신들이 끝없이 공간을 이동해 온다.

우주공간 내에 거대한 은색의 구슬과 같은 대신족의 창조신들이 모래알이 뿌려지듯이 수를 세지 못할 정도의 숫자가 나타난다.

498개 주우주의 대부분의 지배세력으로 위치한 대신족이 방어를 위해 필요한 최소전력만을 남기고 모든 힘을 회색영역에 투입한 것이다.

또한 모습 또한 바뀌었다.

단지 행성생체장갑으로 흉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은색의 표면에 검은 선이 그물처럼 얽혀서 문양을 아로새긴 아름답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변화된 대신족 창조신들의 모습을 살핀 회색의 눈에 흥미롭다는 빛이 번쩍이며 분석에 들어갔다.

대신족 창조신의 행성생체장갑 은빛 표면 위에 기하학적 무늬로 보이는 검은 도형으로 새겨진 모습은, 심층 분석해보니 차원의 마도신의 행성 마도진이었다.

499주우주의 차원의 마도신에게 당한 1대 1의 패배를 기초로 대신족의 강화가 완료된 것이다.

그런데 하필 차원의 권능이다.

차원의 권능이 주 능력인 회색이 같은 권능을 가진 대신족을 지배종족으로 하기위해 학살을 했다고 오해해도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사항이다.

‘과거의 나와의 전투를 기초로 강화완료인가?

추가된 것이 차원의 권능이라니 참 공교롭기도 하지.

아니, 당연한가?

과거의 나와의 전투로 얻은 자료를 기초로 하니 정답이 저것이군.

거대 행성의 표면적을 가졌으니 차원의 마도진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니 말이야.

이건 처음부터 지배종족을 대신족으로 교체하는 것을 노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군.

뭐 어떤가?

이미 미친 회색이란 평판인데 더 나빠져 보았자 변할 것도 없다.

회색의 영역이 이 정도면 절대계는 이번 서열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또 변동사항을 일으키려 하면 모두 내가 처리한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다른 10중심의 영역을 뒤집어 주리라.

그러니 잘해야 한다.

과거의 나.

이렇게까지 오명과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고 있지 않나?

우후후후훗-!’

회색인 자신은 어떤 오해를 받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삶에 미련이 없어 사라질 생각인 자신이고 서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상 자신을 저지할 존재는 없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일을 추진하는 회색이었다.

대신족을 끌어들여 절대계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든 것은 일의 기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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