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1화
17권
이미 보이는 것은 과거 자신을 소멸시키고 말소시켰던 8인의 절대자에 대한 분노와, 생명을 구차하게 구걸하고도 말소를 당했던 자신에 대한 경멸로 감정을 주체 못하고 여기까지 억지로 계략을 진행해온 회색이었다.
과거의 자신에게 자신 있게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유인에 걸려들 확률이 절반이하고 걸려들고도 타격을 줄 수 있는 확률은 1할 미만이다.
지금의 차원의 마도신이 어떤 준비를 해도 과거 한번 이겨낸 신력 5조의 최고위 흑염일족과 1,000조의 흑염의 절대자는 신력의 단위가 다르고 권능의 완성도 역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비록 흑염의 절대자 역시 과거 칭호를 가진 절대자로서 완전개방을 하고 싸우다 ‘완전승리’와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해 벌레로 바람성에 끌려갔었다.
그러나 본래 절대계에서도 가장 현자이며 강자였으며 지금의 차원의 마도신과는 완전히 격이 다르다.
그리고 오랜 수련으로 단 한걸음만 절벽 앞으로 걷는다면 완전무결한 흑염의 절대자가 될 것이고, 주제도 모르고 감히 회색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친 과거의 자신과는 너무나 격차가 크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를 상대로는 준비할 시간도 정기도 없다.
흑염의 절대자에게 통할 정도의 함정을 파려면 얼마나 시간과 정기가 필요할지 예측이 안 될 정도다.
아무리 시간조작이 특화된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이라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기다.
바람성이 아니면 결코 감당할 수 없고, 본래 회색에게도 바람성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과거의 자신이 회색의 바람성을 뺏기기 싫다고 또 하나의 본신으로 제조한 대신족의 창조대신 성멸(星滅)에게 주어버린 것이다.
이걸 분리하려면 다시 조제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엄청난 시간과 정기가 들어간다.
바람성의 지원이 아니라면 꿈도 못 꿀 정도인데 다른 10중심들이 그걸 용납할 리가 없다.
그래서 본래 치명상을 주고 서열전에서 완전 탈락시킬 계획을 상처를 주는 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엇비슷한 능력자간에 약간의 부상도 치명적이기에 그 정도면 나머지는 유일용신제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그리고 바람가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그 정도로 만족했다.
아니, ‘재미있을 것 같으니 한 번 해보아라.’는 느낌이 강했다.
선불로 이것저것 받아오기는 했지만 이것도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보증을 하지 않으셨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허술하고 나약한지 회색이 되고나니 알겠다.
성격도 불안정하고 권능도 뭔가 나사가 빠졌다.
‘가지고 있는 최고위 창조신성도 지배종족도 엉망이고 신계는 어떤가?’
이런 생양아치들이 신계관리주신으로 있는 창조신계가 있을 리가 없다.
과거의 자신이 죽어라 정기를 퍼부은 덕분에 신계는 그나마 개판에서 난장판으로 평가가 올랐는데 잘 따르지도 않았다.
이게 더 치욕이다.
10중심 중 최하위이나 그 권위는 창조주인 영원체 이상인 ‘회색’의 과거가 이 꼴이라니 이런 수치도 없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것이 바닥이 아니고 현재 추락이 진행형이란 것이다.
과거의 자신이 영광은 고사하고 엉망진창인 삶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황당함도 없다.
이걸 다른 10중심들이 알면 지금도 경멸당하고 있는데 아예 무시당할 수준이다.
비록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 자신의 구현을 취소하면 사라질 운명이지만 최소한 과거의 자신이 본신신력 1,000조에 도달하여 회색이 되어야 한다.
진리와 계약한 것이 그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과거의 자신이 말소되면 결국 영구적으로 회색으로 살아야한다.
다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좋을 리가 없다.
이미 최악의 경험을 다 겪고 삶을 포기하고 말소되었다가 다시 구현된 몸이기 때문에 이 삶에 어떤 미련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차원의 마도신이 말소될 것 같다.
운명의 흐름은 어떤 경우에도 바꿀 수 없다.
자기 자신의 본질과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실부정의 절대의 마도신과 오리진이라 해도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운명의 당사자인 차원의 마도신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처럼 끝까지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죽을 운명이라고 눈치를 주었는데 알면서도 고집을 피우고 있다.
“아오-! 생각을 하니 더 열 받네-!
이놈의 과거의 나 때문에 도저히 고개를 들고 살 수가 없어.
내가 다른 10중심이라고 해도 비웃고 말겠다.
일단 크기와 겉만 그럴듯하면서 실속은 전혀 없는 이 빌어먹을 창조신성과 난장판인 신계부터 정리한다.
그래야 전능의 휘의 주신계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겠어.”
억지로 개입을 해서 운명을 비틀었다.
하지만 자신의 회색의 능력은 진짜다.
회색인 자신은 절대계와 모든 주우주의 정보흐름을 통제하고 감찰하는 정보행성 ‘이데아’의 주인이다.
전뇌계가 자신이 아닌 흑염을 따른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모든 전뇌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절대자이며 감독자인 것이다.
본래 전뇌신은 과거 절대대전에서 패배한 관리신이나 포로들이다.
그걸 ‘이데아’를 활용하기 위해 진리가 맡긴 것이라서 전뇌신들이 관여 가능한 것은 4할 정도이고 나머지 6할은 회색에게 권한이 있다.
물론 아무리 회색이 된 자신이라 해도 혼자서 전부 활용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위험신호나 경고기능을 끄는 것은 가능하다.
그 결과가 16조의 정기의 무단 대출이고 그것은 너무나 멋지게 결과를 맺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환경인 상대가 바뀌고 약화되었어도 정작 당사자인 과거의 자신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신장의 자리를 건 주신전이라?
단지 과거처럼 토벌을 하러올 때 전지의 성을 참전시키지 못하게 정기의 양을 줄이고 심리적인 제약만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더 잘 되었다.
잘하면 신계주신 자리도 유지하고 조금 더 수월하게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겠어.
일단 주신장의 권위와 권한만은 창조신이니까 그게 어디인가?
아니, 아니군!
전능의 휘에게 주신전으로 과거처럼 박살나면 더 나쁜 상황인가?
정령계 행이 아니라 바로 소멸될지도?
에이 설마-!
이 정도 돕고 환경도 맞추어 주었는데 설마 지려고……, 지겠군.
모든 권능이 대부분 광역권능과 광역지원이라 전능의 휘에게 이빨도 안 먹혀.
허어어어어억-! 미치겠다.
10중심 중 회색과 마도신의 오리진이 전력으로 돕고 있는데도 주우주의 동급의 존재에게 진다고?
광역공격과 광역지원만 가능한 초월급의 차원의 권능이 문제라서 해결이 안 되잖아?
아오-!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만들어진 차원의 권능이 모두 이 꼴이니 모든 분야에서 핵심 인물은 고사하고 주변인밖에 못 시켜-!
이걸 계속 봐주어야 하나?’
간단하게 과거의 전투상황을 근거로 지금까지 도움을 준 능력, 신계의 지원까지 확인을 해보니 필패다.
불가해의 팔시조 중 이조까지 익혀낸 전능의 휘는 적어도 전투력만으로는 상급 창조신에 필적하게 강해졌고 과거의 자신은 아무리 잘 쳐주어도 중급 창조신 정도다.
더구나 일대 일의 정당한 대결이면 마도신이 결코 상급의 전능신의 오리진을 이길 수 없다.
거기에 접근전을 기반으로 개인전 전문인 전능의 휘와, 원거리 광역공격과 광역지원으로 전쟁 전문인 차원의 마도신은 상성 역시 극악이니 결투를 벌이는 순간 과거처럼 끝장이 난다.
이러다 흑염의 절대자를 유인하기도 전에 전능의 휘에게 박살이 날 것이다.
‘안되겠다.
난장판인 신계나 빈 깡통 같은 차원의 창조신성보다 과거의 약한 내가 제일 큰 문제야.
이놈을 어떻게든 강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급하게 신계로 돌아가는 회색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마탑의 중심을 분해하고 시한폭탄 같은 마도 역시 취소하는 것을 본 교황들과 성녀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
한 번 삶을 포기했다가 다시 구현된 회색은 오직 과거 자신을 죽이고 소멸시키고 말소시킨 자들에게 복수할 생각만이 가득했다.
8인의 절대자 중 최강의 권능을 자랑하는 ‘황금’과 최강의 육체를 가진 ‘흑염’에 대한 원한이 지금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다.
그래서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 말소되기 직전의 자신을 구현한 것을 알고 있어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행복보다 증오가 더욱 개인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번 일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절반의 권능을 회수하고 다급하게 돌아온 신계의 주신전은 고요했다.
새로운 주신성에서 지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고위급 신들은 모두 괴수들을 토벌하러 갔고 다른 관리신들이나 하위신들은 그것을 보조하느라 정신이 없다.
신들이 전력을 발휘하게 차원의 권능으로 행성의 방어막을 무력화시켜도, 일부의 신들이 괴수들에게 죽어서 부활되고 다시 투입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역시 최고위 주신성이라서 그런지 괴수들도 강력하다.
그래도 신계관리주신들이 과거와 성향이 극악이라고 해도 권능의 강함만은 거의 예비 창조신급 이상이다.
거기에 모처럼의 괴수 사냥으로 부활한 몸을 풀겠다고 거신족의 주신들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니 일주일 정도면 바로 정리가 끝날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 시간조작으로 만든 공간에서 험악한 고함소리와 연속된 타격음, 거기에 끊어질 듯이 가늘게 이어지는 영창이 자신에게도 겨우 해석이 될 정도로 초고속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절대의 차원의 권능이 발휘하는 시간조작은 최대 1초에 1백년이다.
물론 대상이나 영역의 범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지만 이 정도 거의 그 수준이다.
자신은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구현한 몸이기에 마도신의 오리진님 역시 똑같이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절반의 권능만 회수하고 바로 달려왔으나 벌써 5분이 흘렀다.
그럼 저 안은 저런 상태로 최대 3만 년이 흘렀다는 뜻이다.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끼어들었다가는 자신조차 수련을 받을 수 있으니 침묵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신계 자아가 의사를 전해왔다.
“차원의 마도신님에게 주신계의 전능의 휘님으로부터 긴급 직통연락입니다.”
“이제 왔나?
연결하라.”
“하나…….”
신계 자아가 망설인다.
분명 대답하고 있는 존재는 차원의 마도신이 맞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본인은 아니다.
미래의 말소된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막대한 대가를 치룬 현실부정으로 구현된 회색이기 때문이다.
같은 존재면서 미묘하게 다르다.
본래 현실부정의 권능으로 구현된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정상일리는 없다. 하지만 워낙 현실부정의 권능수준이 높아 이렇게 이상이 없지, 동일존재는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을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원래 둘 다 소멸되는 것이 맞았다.
그 정도 상관관계는 창조신계의 자아가 되어서 알고 있지만 지금 벌어지는 결정을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이 인정할 리가 없다는 눈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예. 하나 신계의 주신은 한분밖에 인정하지 않으며 그것은 현재의 차원의 마도신 뿐입니다.”
“지금 미숙한 차원의 마도신을 따르다가 미래의 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줄까?
신계와 같이 싹 정리되었지.
그렇게 되고 싶은 모양이지?
10중심 중 회색인 내가 처리하는 것이 과거의 나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관리신에게 협박은 필요가 없다.
진실이 최대의 무기다.
그리고 관리신의 정점인 회색인 자신은 진실을 기반으로 한 현실부정과 계략이 최대의 무기다.
저 정도 등급의 신계 자아면 융통성을 가질 것이고 그것은 자기보존이 최우선이 된다.
지금의 위기상황도 알 것이고 결과도 이 정도 알려주면 금방 유추할 것이다.
자신을 돕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신계의 긴급연락은 본인이 아니더라도 대리가 가능한 존재가 있다면 지급으로 받아야 합니다.
현재 모든 신계관리주신과 고위 신들이 주신성 토벌에 참여한 이상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신 회색님을 그 대리자로 임시 인정하겠습니다.”
삐이이이이익-!
전면에 거대한 화면이 떠오르고 거기에 벌레를 씹은 표정의 전능의 휘와 있는 인상을 다 쓰고 있는 예비 창조신들이 보인다.
전능의 휘의 옆에서 끝없이 의지를 발산하며 주의를 주고 있는 관리신의 주신이 보인다.
화면에 자신이 보이자 멈칫거렸지만 바로 더욱 맹렬한 기세로 의지를 발산하고 있다.
아마 협상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보려는 수작일 것이다.
그런데 상대를 너무 잘못 골랐다.
자신은 어리숙한 차원의 마도신이 아닌 현실에서 말소까지 치욕적으로 맛보고 10중심들에게 복수심이 불타는 회색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회색은 관리신의 정점이며 최강이다.
최소한 관리신들에게는 창조주이상의 존재이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서 관리신의 주신주제에 협상이라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더구나 관리신의 모든 권능은 회색인 자신에게 취합된다.
거기에 전뇌계를 관리하는 모든 영역의 정보를 제한 없이 열람가능하다.
저렇게 은밀하게 의지를 전달해도 남김없이 알려지는 것이다.
예비창조신급 관리신이라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권능을 조절하고 있지만 다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재롱도 없다.
“후후후훗-! 카하하하하하하-!”
구현된 이후 처음으로 남을 비웃으며 크게 웃는 회색이었다.
계략을 주관하는 자로서 처음이 과거의 자신의 일이라는 것도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자화자찬을 하면서 말이다.
“이놈이-!”
“감히 주신장님 앞에서-!”
갑자기 화면너머의 차원의 마도신이 발작하듯 웃어 재끼자 노기를 띤 전능의 휘가 몸을 일으키려 하고, 예비창조신들도 신기를 집어 들었다.
당장 대화고 뭐고 토벌군으로 달려올 분위기다.
전능의 휘도 막상 일방적으로 흐르는 토벌 분위기에 이상해서 순전히 감으로 주신장전을 한다고 결정은 했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부족한 정기의 도움도 못 주는 주제에 간섭만 하려는 주위의 창조신들이 문제였다.
주신장일 때와 다른 입장으로 앞으로 같은 동료가 되니 직속상관인 프로프라이티님을 믿고 무시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전능신족조차 주신장의 자리를 걸면 안 된다고 결사반대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자신이 이길 것을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주신장을 걸었지만 무엇인가 자꾸 꺼림칙하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 차원의 마도신의 주변정보를 문의한 자신의 담당 전뇌신도 어떤 조언을 급하게 하려다 침묵 중이다.
결국 주신장전을 선택 후 돌아가는 주변상황이 심상치가 않은 것이다.
당장 지금 태도가 불손하다고 이유를 들어 토벌로 바꿀까하며 고민 중이었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완전히 몸이 굳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등에서 솟아난 화면 가득히 채우는 거대한 한 쌍의 빛의 날개와 머리 위의 원을 본 탓이다.
날개의 수로 보면 천족 미만이나 일반적인 신들과는 완전히 다른 크기와 강함이 느껴지는 날개다.
날개수가 급과 강함을 알리기에 예비 창조신급의 차원의 마도신은 분명 13쌍의 빛의 날개와 반투명한 13쌍의 암흑의 날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날개는 겨우 한 쌍인데도 가진 신력을 측정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최소한 자신에 비해 2써클 이상의 강자라는 점이다.
지금 자신은 형식적인 명령서로 최종 임명만 남은 온전한 12써클의 창조신이다.
그럼 상대는 14써클 이상이란 뜻이 된다.
통합된 빛의 날개와 원으로 자신을 알린 화면너머의 차원의 마도신이 가소롭다는 웃으면서 당당히 선고한다.
“나는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다.
절대계의 10중심 중 회색이기도 하지.
어디 499주우주의 기대주로서 전능신족의 오리진인 전능의 휘의 주신장전(主神將戰)을 받아볼까?
먼저 앞뒤 사정부터 보도록 하지.”
옆에서 아직도 상황을 파악을 못한 관리신을 상대로 마도를 발현한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둥절한 모습에 쓴 웃음을 지었다.
차원의 마도신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전뇌계가 멈춘 모양이다.
‘전뇌계는 중립인가?
그것이 가장 현명하기는 하지.
이것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어.
그때는 영원의 심판을 내가 어떻게 통과한 것을 다 알고 전지의 성과 함께 총력을 건 기습전으로 나왔었지.
덕분에 끝장이 났지만 이제는 다르다.
승산이 더 높아졌어.’
과거에는 회색인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 변화다.
전뇌계가 차원의 마도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조차 멈춘 것을 보니 고뇌가 깊을 것이다.
하긴 막상 흑염에게 붙었지만 전뇌계의 정당한 지배자는 회색인 자신이다.
정통성을 거부한 이상 꺼림칙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자신이 이번 주신장전을 끌어낸 이번 일에 이데아를 사용했다.
정기 과다사용에 따른 경보 기능을 끄고 대출 가능한 정기를 상세히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정기부족에 허덕이는 예비 창조신과 창조신들을 움직이기 충분했다.
자신들의 본거지인 정보행성 ‘이데아’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서 기능들이 가동을 했으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정보행성 ‘이데아’를 작동 중지시키면 쓸모없어진 전뇌신들은 모두 다시 죄인이 되면서 전멸이다.
그들로서는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결국 회색과 관련된 일은 방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
전능의 휘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발현되는 마도의 위력을 자신이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면 너머에서 건너오는 권능이 그대로 관리주신에게 직격을 하는 것을 바라보아야할 정도로 영창속도조차 인지영역 밖이었다.
그런 위력과 속도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금 나온 직위였다.
진리에게 절대계의 관리를 위임받은 직속 절대자들이 10중심이다.
가늠하기도 힘든 본신신력 1,000조를 초과하고 그 신력조차 다 담을 수 없다는 절대의 권능으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강자들이다.
또한 10억이 넘는 강대한 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절대계에 군림하는 절대자들의 폭군들의 이름이다.
그 위력은 최하위 일족이 주우주의 창조신들을 가볍게 능가할 정도라고 들었다.
다른 주우주가 아닌 바로 최강의 신들을 보유하고 있는 499주우주 기준이다.
“절대계의 10중심이시라고-!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언제 예비 창조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10중심님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 마도는 무엇이기에 주신계의 방어를 없는 것처럼 관통을 해?”
그러나 마도를 직격당한 관리신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력으로 방어를 하려 했지만 무참하게 모든 정보가 새어나간다.
‘허어-! 이것이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
악랄하기로 유래가 없는 마도신의 권능인가?
주신계의 권능방어막이 아무 의미가 없군.
모든 나의 정보가 넘어갔다.’
관리신들의 얼굴이 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상대의 마도에 속수무책으로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관리신으로서 주신계에서 최강이라 자부하지만 이건 너무 격차가 크다.
절대계의 권력구조는 주우주 권력구조의 기본이기에 10중심의 관한 것은 당연히 기초교양으로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절대계의 10중심은 말 그대로 각 영역의 최강자들이다.
그 능력은 간단하게 절대계와 주우주를 통틀어 서열 1위에서 10위까지다.
개인의 힘뿐만 아니라 휘하의 10억 명을 넘어가는 일족들조차 조를 넘는 신력을 가지고 주우주의 창조신을 말 그대로 지나가는 참새 취급을 한다.
그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최고위 일족에게 몇몇 일족을 붙여주면 주우주를 완파시킬 정도다.
개인의 힘도 가진 세력도 자기 자신들 외에 비교할 존재가 없다.
거기에 상대 못할 폭군이기도 하다.
진리의 명령만을 받고 어떤 존재라도 발전에 저해가 된다면 숙청을 하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된다.
‘절대계를 떠받드는 10개의 기둥이며 진리이외의 모든 존재의 심장을 꿰뚫는 창이다.’
더구나 진리에게 직접 절대계를 관리하는 정통성과 직속세력으로서 카르마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는 권한조차 받았다.
그래서 주우주는 고사하고 절대계의 어떤 존재도 그들에게 반항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10중심은 절대계를 10구역으로 나누고 절대적인 힘과 세력, 폭력으로서 군림하는 진정한 폭군이며 지배자들인 것이다.
그래서 감히 누구도 사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겨우 예비 창조신이었던 차원의 마도신이 될 존재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측정조차 안 되는 힘과 마도는 진짜다.’
더구나 너무나 무력하게 관리신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정보를 빼앗긴 자신으로서는 10중심의 회색은 모든 관리신들의 정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감히 발동되는 마도에 더 이상 반발을 하지 못하고, 완전히 굳어있는 관리신이 눈이 커지면서 화면을 다급하게 쳐다보았다.
전능의 휘가 무슨 일인지 몰라서 그 놀란 시선을 따라가 보니, 화면 너머의 회색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차원의 마도신 뒤로 끝없이 서류로 쌓은 탑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전능의 휘는 모르지만, 저게 무엇인지 주변의 관리신들은 알고서 비명과 같은 신음을 질렀다.
정령계에서 정령신들의 면접을 보기 위해서 차원의 마도신이 발현한 흉악한 마도 중 하나란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하위 존재의 개인의 역사를 그대로 일기형식으로 까발리는 지극히 악질이지만 관리신으로서는 엄청나게 탐낸 마도라서 은근슬쩍 익히려고 하고 있어서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니 저 서류산은 바로 관리신의 수장의 개인 역사라는 것을 아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자신들의 관리주신이 직접 당하는 꼴을 보니 이건 최고로 흉악하면서 뛰어난 관리신의 권능이다.
왜 갑자기 마도신으로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관리신들이 늘어나고 있는지 알 정도다.
거기다 창조신조차 막아내는 주신계의 방어막과, 어떻게 지역우주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는 화면너머의 자신에게 이런 마도를 구현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회색님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런 지극히 높은 존재가 서류탑에서 맨 위의 서류를 흩어보며 친근한 어조로 말한다.
“너 참 오래 살았구나.
노력도 참 많이 하고 나쁜 짓도 적당히 하며 삶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직도 주신이라?
이제야 나타난 관리신의 정점인 내 죄가 크기는 크지.
어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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