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39화 (250/2,000)

제 339화

17권

무한한 자부심이 실린 어조였다.

10중심 중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든 이면을 담당하는 회색의 말이다.

그 말에 만족한 듯 마도신의 오리진이 웃는다.

“후후후훗-!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믿음직하구나.

어차피 결과가 모든 것이니 그때 보도록 하지.”

정정당당한 일대 일로는 상대도 되지 않으면서 끝없이 달려드는 이런 무모한 점을 자신과 할아버님은 마음에 들어 하셨다.

솔직히 이번 일이 정확하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확률도 거의 없다.

흑염의 절대자와의 결전은 자신도 버거울 정도로 시련이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정확히 본질을 파악하고 분쇄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관리신의 극성으로 모두의 원수라고 할 정도다.

그걸 계략과 함정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발상이 신기할 정도다.

다만 이렇게 본인이 하고 자폭까지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진행을 하니, 별 투자비가 드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맡겨보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박이 터질 기세다.

그런 대박을 주도한 것이 자신이 오리진으로 있는 마도신들에 의한 것이라면 정말 기쁜 일이다.

오리진의 보람이 이런 것이어서 다른 오리진으로 있는 할아버님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를 알 정도였다.

“훗-! 그리고 넌 회색님이었지.

모든 관리신의 수장이며 최강의 마도신이로군.

바람가와 나는 회색님의 건투를 무척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

저 건방진 8인의 절대자의 황금에게서 절대계의 패권을 바람가로 가져와라.

유일용신제 할아버님을 서열 1위로 올려다오.

반드시-!”

“맡겨주십시오.

왜 회색이 황금의 극성임을 알려주겠습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열전의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후후훗-! 그래. 그래야지.

아니면 내가 현세에 개입할 이유가 없지.

그럼 나도 오래간만에 교육을 본격적으로 해볼까.

부디 마도신답게 오래 버티어보아라.”

질질-!

그대로 한쪽 발을 잡힌 차원의 마도신이 차원의 공간으로 끌려간다.

그 광경에 잠시 혀를 찬 회색이 창조신성으로 이동한다.

이 일은 아직 전능의 휘가 주신장의 결전을 차원의 신계에 통보하기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10중심의 서열전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회색의 자폭을 피해 멀쩡한 유일용신제가 치명상을 입은 다른 8인의 절대자들의 일족들을 몰아붙이며 정리를 하고 있었고, 타격을 입은 8인의 절대자들이 연합해서 버티며 회복을 하고 있었다.

본신이 아닌 화신이기에 극한대로 발휘하는 투기의 모습이 무지갯빛의 거대 용족의 모습을 드러낸 유일용신제가 광역 브레스를 연속으로 쏘아 갈기면 다른 8인의 절대자와 일족들이 합심해서 막아낸다.

과거 절대계에서 최강의 강도를 자랑하던 용린갑을 두르고 접근전을 벌이려고 하면 흑염의 절대자가 더 강한 흑염의 투기를 두르고 덤벼든다.

다른 모든 권능의 발휘도 황금과 다른 8인의 절대자가 상쇄시키고 있었다.

아니, 본래대로라면 아슬아슬하게 밀렸을 것이다.

8인의 절대자들이 자폭에 상처를 입어 이정도인 것이다.

결국 그 와중에 모든 일족들이 전장에서 패퇴를 당하고 1대 8의 격전이 벌어지며 팽팽하게 계속됐다.

그 광경을 뒤에서 쳐다보던 2명의 바람가의 오리진이 한숨과 함께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바람가의 신족의 오리진과 마신족의 오리진이었다.

이 2명이 바람가를 대표하는 가주들이었고 실질적으로 전부를 관장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힘겹게 한숨을 쉬면서 말이다.

“휴우-! 역시 괴물들인가?

순수한 전투력만으로는 과거 8인의 절대자를 뛰어넘고 있다.

그래도 8륜 봉인으로 사용 중인 본체였다면 저들의 제압에 이렇게 고생을 하실 리가 없는데 기가 막히는군.”

“어쩌겠습니까?

진리 할아버님이 본인이 뿌린 씨앗이니 직접 제압을 하고 계시라는데?

거기에 독립이라는 말에 혹하여 말리지 못한 저희들 잘못이 더 크지요.”

“그러게 뭐 하러 진리할아버님이 이길 수 없으니 하지 말라는 짓을 하셨는지.

겨우 절반의 능력으로 과거 8인의 절대자를 혼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인데.”

“다 어릴 때의 치기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자신은 가능하다고 믿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진리 할아버님이 하신 것을 아들인 자신이 못할 리가 없고 이것으로 독립을 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넘어간 저희들 잘못도 큽니다.

설마 8인의 절대자 모두의 합공이 영원체를 상대하기 위한 형태인지 몰랐지 않습니까?

그래도 영혼이 없는 신체라서 모두 달려들어 겨우 봉인은 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모두가 현실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도 받았지.

오리진이 되어서 합당한 공을 세우면 참가하라는 예외를 두고 말이다.”

“진리 할아버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왜 과거의 8인의 절대자들을 제압만 하시고, 완전히 말소를 안 하시고 영혼소멸상태에서 신체를 보관만 하고 계셨는지 모르겠군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신족의 오리진이 나직하게 말했다.

진리할아버님과 영원의 삶에 지친 8인의 절대자 아니, 진실을 알고 미친 과거 10중심이 격돌하던 절대대전 때, 그 영향을 막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던 자신은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

적에 대한 증오가 아닌 슬픔만을 가지고 싸우신 진리 할아버님의 모습은 지금과 같았다.

“몰랐느냐?

하긴 그때 너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정보만이 유지되어 있으니 실감이 나지 않겠지.

과거 8인의 절대자들은 진리 할아버님의 공동의 스승이었다.

그들이 영원의 시간에 인간의 영혼이 지쳐서 미쳐가기 직전까지 더없이 좋은 신뢰관계였지.

그리고 광기에 빠져 절대계를 파괴하려던 그들과 사투를 벌리는 와중에도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그 관계는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 진리 할아버님의 저 인간 청소년기의 모습은 그 때의 추억인 것이다.”

“인간의 추억이라?

그것이 능력감소를 감수할 정도입니까?

본래 진리할아버님은 영원체인데 그걸 생명체로 유지하느라 낮추고 계십니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이러고 있지 않느냐?”

자신들이 외부에 보이는 모습은 모두 거의 동일하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수련이 끝나고 성인으로서 인정받았을 때 그 모습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통과한 그 순간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이 신체를 그 때로 유지한다.

모든 바람가가 그 시절의 신체를 유지하는 것은 추억을 영구히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삶의 기쁨의 기억이고 잃은 것은 기쁨을 얻기 위한 고통일 것이다.

힘든 과거를 추억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리할아버님의 혈족으로서 받은 가장 큰 은총이었다.

영원히 완전한 기억을 가져야만 하는 정신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특혜인 것이다.

그렇게 잠시 미화된 추억에 잠겨있는데 마신족의 오리진인 자신의 직계가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추가보고를 한다.

“그런데 또 정식결혼은 안하고 개인의 자유를 찾아 독립하겠다는 아이가……, 송구스럽습니다.

그 녀석 아비가 설득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또-! 그 아비가 안 되면 할아버지가 나서고 그래도 안 되면 증조할아버지가 나선다.

고조할아버지도 안 되면 다음 윗대가 나선다.

그래도 안 될 것 같으면 진리할아버님의 개인수련에 처넣어라.

어디서 감히 힘만 강한 어린 아이 주제에 멋대로 하려 하느냐?

우리는 바람가다.

진리의 혈족으로서 불살(不殺), 불연(不緣), 불애(不愛)의 계율을 가지고 이계와 경계를 가르고 현재를 지키는 일족인 것이다.

오리진이 되지 않는 이상 개인행동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은 마도신의 오리진 아이가 참 잘했는데……. 요즘 워낙 바쁘게 사니 말하기 그렇습니다.”

“……많이 맞은 아이가 더 잘 때리는 것이지.

그놈 참 지독했지.

진실을 알기 전까지 버티었으니 말이야.

지금 차원의 마도신을 교육하고 있던데 빨리 끝내고 복귀를 시켜야지.

이것 참 직접 나서야 하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신족의 오리진 이었다.

마도신의 오리진은 성장과정에서 바락바락 대드는 수준이 아니라, 사생결단을 낼 기세로 고집을 부리고 버티어서 죽도록 치도곤을 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의문이나 수련에도 넘어가는 법이 없었고 편집광처럼 달려들었다.

그 결과 너무나 빠르게 신력이 1,000조를 넘어가고 불가해의 8시조 조차 완벽하게 익혀낸 바람가의 강자였던 것이다.

성인이 되고 직계까지 교육을 끝내도 의문의 탐구는 멈추지 않았다.

징계를 할 만한 윗대가 거의 없어 결국 신족의 오리진인 자신까지 왔다.

자신조차 감당이 안 되면 결국 진리할아버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무섭게 몰아쳤다.

그래도 바람가의 일원이라고 대놓고 덤비지는 않았지만 지독하게 맞으면서도 버티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얼마나 두들겨 팼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마도신의 오리진 을 피범벅이 된 파멸유혼검으로 다시 깨워 두들겨 팼는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이러는 이유는 성인이 된 바람가의 강자들의 주장은 언제나 똑같았다.

“왜 안 됩니까?

왜 바람가는 현실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됩니까?

절대계 최강의 힘은 바로 저희들입니다.

그런데 왜 10중심들에게 모든 권력을 양보해야 합니까?

할아버님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제가 나서서 바람가의 위대함을 10중심들에게 증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직계를 보아 그들을 숫자로도 넘어서겠습니다.

이런 단일혈통 체계는 결국 10중심들의 일족에게 이길 수 없습니다.

처를 여러 명을 들여서 어떻게든 후손을 늘려야 수적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숫자가 벌어지는데 더 이상 시간을 그들에게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안다.

하지만 안 된다.

이것은 진리 할아버님의 지시다.

절대로 어겨서는 안 돼.

그렇게 개입을 하고 싶으면 한 종족의 오리진이 되어 간접개입만을 허가한다.”

“하-!

진리의 혈족인 저희들조차 승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10중심과 그 일족들에게 하위 종족들의 오리진이 된다고 어찌 이길 수 있습니까?

모든 것이 시간의 낭비입니다.

그러하오니 제가 바람가를 대표하여 그들과 전력으로 상대하겠습니다.

제가 세력을 만들고 직계들도 만들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강해졌고 권능을 창조해 왔습니다.

저의 현실부정의 마도는 위력 면에서 숫자만 채워지면 능히 현재의 10중심을 넘어설 것입니다.

바람가는 원래 있어야할 위치로 돌아갈 것입니다.

가문의 지원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출가의 허락만을 바라옵니다.”

“더 수련이나 해라.”

“이제 개인수련으로는 한계입니다.

직접 싸워야 합니다.

바람가의 상대는 10중심과 그 일족 외에는 없나이다.”

뛰어난 능력에 자부심이 깊고 바람가에 대한 애정이 깊을수록 그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기에 말로 시작한 타이름은 이제 힘과 힘의 우열로 바뀐다.

바람가는 무가(武家)이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옳은 것이다.

아니, 강해지기 위해 더 노력하고 수련한 그 세월이 가져다주는 판단이 올바른 것이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결코 바람가는 절대계의 지배세력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진리의 혈족인 바람가라는 우월의식이 문제였다.

진리할아버님의 혈족으로 너무나 뛰어난 재능과 환경을 물려받으니 다른 일족들보다 초월적으로 강하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곧 선민사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절대계와 주우주에게서 반감을 살 것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절대적인 힘에 의한 폭압밖에 없다.

그럼 발전은 고사하고 퇴보를 안 하면 다행이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이 가장 좋다.

어떤 지배계층도 하위계층의 질시와 모략을 받는다.

당연히 10중심도 힘으로 군림하면서 질서를 유지하는 대신 그만큼의 반감도 받고 있다.

그것은 본래 바람가가 받아야할 질시와 견제를 그들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10중심들을 견제하는 주요일족의 오리진 으로서 존경만을 받고 있다.

바람가의 입장에서는 10중심은 하위일족의 불만을 대신 받아주는 일종의 방패막이였던 것이다.

그런 10중심을 타도해도 돌아오는 것은 대가 없는 관리 업무와 하위계층의 불만을 정면으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다.

주우주의 정기와 맞먹는 바람성이 있는 이상 물질적으로나 정기에도 어떤 부족이 있을 수 없다.

무수한 주요일족의 오리진이 소속된 가문으로서 끝없는 존경을 받는다.

10중심도 자신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양보와 거래를 한다.

명망 높은 가문이 유지되기에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5백억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명문가문으로 칭송만을 받아왔다.

그런데 단지 절대계 최강이라는 자기만족을 위해 지배세력이 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반전될 수 있다.

최고가 아닌 최상이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어찌 이 젊은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킬 수 있을까?

10중심의 바로 아래서열이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가문이 가장 좋은 위치인 것이다.

결국 끝에 나오는 말은 하나였다.

“진리 할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자신을 이기면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이다.

그런데 나조차 못 이기면서 무슨 출가냐?

그럼 덤비어라-!

나를 넘어서고 가보아라.”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현실부정의 마도신의 권능이 어떤 것인지 증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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