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6화
17권
누군가의 희생과 기대가 힘이 된다는 것은 거짓이다.
여유가 있는 강자에게는 자극이 될지 모르나 약자에게는 더욱 어깨를 누르는 부담이 되어 의지와 희망을 제거해간다.
조금 더 강자의 여유와 긍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전까지 이렇게 등을 떠밀 듯이 시련을 부여하고 도와야지만 겨우 이 힘든 현실을 버티어 나갈 것이다.
아니, 빠른 시간 내에 자립하여 바람가가 마주하고 대응하고 있는 지독하게 허무한 현실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푸후후후후후-! 과연 좋은 의뢰를 받아왔어.
이 정도면 뭐든지 할 수 있지.
당장 시작하지.
관리신의 천적인 흑염의 절대자이고 나발인지 모르겠지만 마도신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그렇게 현실의 차원의 마도신도 얻어온 권능과 힘의 잔향에 크게 웃는다.
마도신은 본래 신이 사용하는 것에 비해 열화는 되지만 모든 신력과 마력을 도구로서 사용하는 신이다.
가진 권능의 수와 조합능력에 의해 강함이 결정되는데 지금 모든 신과 마신의 권능이 눈앞에 사용해 주기를 기다라고 있다.
그것도 바람가의 오리진의 권능의 잔향이기에 아무리 열화가 되어도 창조신의 수준은 가뿐하게 초월하고 있다.
비록 이번 의뢰에 한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이정도면 자신의 차원신의 마도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걸고 도전할 가치가 있기에 이렇게 기뻐한다.
그렇게 3명의 마도신이 아무런 감정의 제어 없이 같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다가올 전투와 승리에 진정으로 기뻐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더욱 웃음은 커져갔다.
그 광경은 보는 모든 존재에게 공포를 안겨줄 정도로 한기를 몰고 오며 대주신전에 모인 모든 주신과 신들이 침을 힘겹게 삼키며 침묵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3명이 일반 신들에 비해 권능의 수준이 높은 지극히 존재들이다 보니 하위의 존재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막 신이 된 존재가 여기 있었다.
막 불굴의 용사신이 된 전 용사이자 전쟁신의 교황이었다.
그리고 최하급의 신이 된 것이 바로 직전이라서 신계의 정보의 지원도 거의 없어서 몰랐다.
그리고 겁도 없이 백금신룡 에렌드라가 회복을 시켜주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절규하듯 외쳤다.
차원의 마도신 주위에 누가 있는지는 이미 관심 밖이었다.
아니, 인식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들이라서 의식이 자동적으로 회피한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어떻게든 선별을 막아야만 한다는 의식이 지배했다.
“부디 다시 한 번의 재고를-!
다짜고짜 선별이라니?
이것은 대량학살입니다.
아무리 신이시라고 하지만 이럴 권리는 없으십니다.
어찌 평화롭게 사는 생명체에게서 생존의 권리를 뺏으십니까?
악마들도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흑염의 절대자를 잘근잘근 박살내는 세부계획과 즐거운 미래를 구상하면서 맹렬하게 의지를 교환하며 즐거워하던 3명의 마도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서 현실로 돌아왔다.
신성한 ‘선별’을 감히 ‘대량학살’이라 말하는 하급신의 존재를 확인하자 바로 분노가 밀려왔다.
숨김없이 일그러진 얼굴로서 각각 불만을 토해내고 그것은 그대로 발언한 당사자에게 쏟아진다.
“최하급신 주제에 예비 창조신인 내 공격을 받고서 쓰러지고 바로 정신을 차려?
개화한 ‘불굴(不屈)’ 권능의 영향인가?
역시 이런 재능 있는 부류는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뭐? 악마보다 못해?
신계 주신에게 최하급신이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반역이냐?
신령연옥에 영원히 가두어 줄까?
아니, 머리만 잘라서 신성도구로 만드는 것도 좋겠군.
아니, 전사계열이니 갑옷을 만들까?”
“저거 전쟁신을 막 시작할 때 내 뒤통수를 치려던 용사 놈 아냐?
왜 여기 하급신이야?
아무리 본인의 재능이 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신이 부족하냐?
충성은 고사하고 배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당장 정리해-!”
격렬하게 분노하는 과거와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보다 마도신의 오리진의 분노가 터 컸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일족과 진행되는 사태를 만끽하며 정말 아니꼬운 10중심을 박살낼 계획을 세우고 보강하며 전투신으로서 더 없는 기쁨을 맛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한순간에 잡쳐버린 것이다.
현실의 진실을 알고 포기해 버린 수백억 년의 세월동안 겨우 느낀 즐거움이었다.
당연히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모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어떤 잡신 놈이 감히 방해를 해?
거기다 신성한 선별을 대량학살이라고 모독을 해?
그리고 생명체에게 생존할 권리라니?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있나?
수명을 뭐하려 부여해?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되었냐?
하급천사들도 다 아는 사실을 왜 여기서 새삼스럽게 들먹거려?
도대체 어디의 어떤 무식한 벌레보다 못한 놈이냐?”
1,000조가 넘으며 14써클을 초월한 마도신의 오리진의 분노와 살기가 그대로 방금 절규한 전 용사 아니, 8써클의 하급신인 불굴의 용사신에게 부어졌다.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감각에 필사적으로 의지를 붙잡은 용사신이 다급하게 버릇처럼 손에 잡힌 신검을 부여잡고 불렀다.
주신계와 연결된 신검은 언제나 정답을 알려주었고 지금도 확실히 응답을 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압력이나 옆의 비슷한 존재는 그렇다고 치지만 방금 분노를 드러낸 존재는 느낌이 달랐다.
일말의 자비도 감정도 없이 자신을 난도질할 냉엄한 살기만이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뭐……, 뭐야?
이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만 같아.
이게 정말 신인가?
어떻게 상대해야 해?’
그러나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하던 신검의 대답은 너무나 냉정했다.
‘유언은?
다음 주인에게 반드시 전해주겠다.
상위 신에게 입조심하고 절대로 덤비지 말라고.
아니,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저런 존재가 어떻게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에 오실 수 있지.
빨리 빌어봐라. 주인.
잘하면 살려 줄지도 몰라.
모처럼 그렇게나 바라던 신이 되어 제한되지만 불노불사를 손에 넣었는데 단 하루도 안 되어 죽으면 억울하지 않아?’
‘누……, 누구신데?’
‘14써클 이상 15써클 미만으로 추정되는 진리의 혈족이시며 마도신의 오리진이시다.
추정신력은 1,000조 이상이고 다른 권능의 수준역시 창조신성의 신계로는 측정불가라고 전달되었다.’
‘1,000조라고?
그게 어떤 수치지?
그런데 나는?’
‘약 10만이군.
신격은 중급신인데 수련도 하지 않고 신도도 없어 권능은 거의 없어 하급신이다.’
‘10만? 1,000조?
뭐야 그게?
뭐가 그렇게 차이가 커?’
수치만 보아도 까마득한 차이인데 전혀 앞의 존재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고 대응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전투감각이 감당할 수 없는 끝없는 절망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어떤 존재가 자신에게 분노를 드러냈는지 전혀 모른 채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하급 신인 용사신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존재의 도움이 왔다.
현재의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나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 신이 된 존재이며 하급신이니 위대하신 마도신의 오리진께서 직접 나서실 가치는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 공동교육을 할 좋은 기회이니 직접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선별과 생명체의 존재의미를 모든 하급신이 될 초월자들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러니 도와라. 미래의 나.”
“호오? 나를 부려먹을 생각?
역시 과거의 나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
“본래 1달 동안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의뢰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지니 바로 시작을 해야 한다.
너와 내가 초기 단계에서 멈추어야 할 창조신성의 개발과 새로운 주신성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여 완전 성숙시킨다.
그럼 신계의 권능을 5할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는 하지.
최고위 창조신계가 본래 위력을 발휘한다면 주신계가 전부 달려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역시 창조신성의 개발과 지배종족이 필요하기는 해.
괜찮으시겠습니까?
‘회색’인 제가 직접 주우주에 개입을 해도?”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정중하게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묻는다.
절대계의 10중심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엄청난 대사건이다.
더구나 하위의 주우주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정도의 강자들의 반발이야 아무런 관심도 없지만 창조주의 반발은 고려해야 한다.
내정간섭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놀라왔다.
“왜 그러나? ‘회색’님.
진리 할아버님의 직속인 10중심의 지위는 결코 창조주인 영원체의 아래가 아니며 동급 이상이다.
또한 진리의 할아버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때는 권한 적으로 우위에 있다.
일반 행동조차 발전만을 중시하는 카르마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무한대의 권한과 권위를 가지며 면책특권이 있다.
그래서 10중심은 절대계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모든 존재의 심장을 겨누는 창끝이기도 하다.
거기에 영원체라고 간섭할 수 없으며 처분에 예외가 없는 것이다.
괜히 10중심과 일족이 절대계의 지배자로서 절대적인 무력을 가진 것이 아니란 말이지.
무엇보다 주우주에 어떤 피해를 입혀도 그 이상의 보상이 가능하다면 진리 할아버님은 용납하신다.
이렇게 영원체와 동격인 직위와 바람가의 혈족들이 현실에 개입을 하지 않는데 누가 10중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런 하찮은 정치적인 것은 같은 10중심에게나 쓰지 다른 존재들은 무시하라.
오로지 자신과 우주의 발전과 진화만을 고려하라.
그러니 저 어리석은 하급신과 여기를 주시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보여주어라.
선별의 신성함과 절대에 도달한 마도신의 위대함을-!”
“후후훗-! 과연 단호하십니다.
오리진님의 말씀대로 하지요.
바로 잘 익히겠습니다.”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가볍게 웃으며 먼 허공에 떠있는 새로운 주신성 ‘그랑라하’와 발밑의 차원의 창조신성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아무리 절대에 도달한 자신이지만 이번 일은 신경이 쓰인다.
최고위 창조신성과 최상급 주신성을 동시에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서 빨리 진행해야 과거의 자신을 소멸시킨 빌어먹을 흑염의 절대자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것이기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흥겨운 듯이 노래하며 차원의 권능을 발동시키기 시작한다.
자신을 만들어낸 과거의 나는 아무런 도움이 없었기에 결국 차원의 창조신계의 도움은 받지 못하고 홀로 전장에 섰고 결국 패배해서 죽었다.
이번에는 달라야만 했다.
그것이 지금의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때 당했던 모든 것을 돌려주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처음이 바로 이번 일이 될 것이기에 기꺼이 수고를 감내한다.
“나는 농부이며 너희들은 나무라.”
14써클의 마도신의 낭랑한 영창과 함께 1,000조가 넘는 신력을 바탕으로 절대의 차원의 권능이 움직인다.
허공에 떠 있는 새로운 주신성 ‘그랑라하’가 한순간 멈추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반작용일 뿐이다.
아니, 차원의 권능에 행성이 완전히 소속하게 된 징조였다.
사르르르르륵-!
마치 사과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신계와 그것을 쳐다보는 모든 생명체의 귀에 울린다.
실제로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막이 일순 반투명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과거 주신성을 점령했을 때 주신성과 사생결단을 내던 태초의 투신들과 여주신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주신성의 방어막을 저렇게 쉽게?”
“분명 ‘그랑라하’는 최고위 주신성에 속하는 정기를 가졌는데 어떻게?”
“이런-! 과거의 우리는 도대체 무슨 헛고생을 한 것인가?”
과거에 상급 주신성의 저 방어막을 뚫으려고 작은 구멍을 내면서 신계전력의 절반을 잃었다.
행성은 거대한 하나의 완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비록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은 없으나 자체적인 방어체계를 갖추고 발생시킨 생명체를 제외한 외부의 모든 자극과 위험요소를 배제한다.
외부에서 온 신이 비록 생명체를 번성시키기 위해서 행성을 보호하고 관리를 한다고 해도 행성의 입장에서는 이물질에 불과하기에 전력으로 배제하려 달려든다.
그 반항을 제압하고 행성의 핵에 신계를 인증시키면 그제야 정기가 보급되기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행성이 신계에 의해 관리 및 보호되고 있는 지금도 그 반작용은 여전하다.
그래서 신이나 마신이 행성에 직접 강림하면 신력의 9할 이상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방어막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차원의 권능이 최고위 주신성의 자체방어와 사고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뜻이다.
저러면 신들이 행성의 표면에서도 전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저것이 쉽게 가능하다면 신들이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 직접 돌파를 선택할 리가 없다.
완전생명체인 행성의 자아나 방어체계는 정신체로서는 강행돌파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차원의 권능은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완전 통제 하에 집어넣었다.
신들의 상식조차 벗어나는 일이다.
고위신들이 당혹해하는 표정과 생명체들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지들을 인식하며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은 묵묵하게 일을 계속한다.
“농부인 나는 너희들을 위해 땅을 갈고 물을 붓노라.”
꽈아아아아아앙-!
행성의 표면이 갑자기 요동치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규칙하게 굴곡지고 일그러진 행성의 표면이 반듯하게 변해간다.
엄청난 높이의 산맥과 끝도 없는 절벽과 같은 계곡들이 낮아지고 채워진다.
심지어 상상도 못할 크기의 대륙과 같은 암석들이 날아다니듯 움직이며 정돈되어 간다.
그렇게 행성의 표면에 하나의 거대한 원형의 대륙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쫘아아아아아악-!
행성의 허공에서 어마어마한 수량의 물이 부어졌다.
방금 만들어낸 원형의 대륙을 둘러싸고 바다처럼 물이 채원진다.
대륙 안쪽에도 여기저기 푸른색의 물이 드러나고 흐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초월자들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별 그 자체를 개조하는 권능에 놀랄 여력도 없다.
허공에 나타난 주신성의 표면의 모습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 의지만으로 허공에 올라 살고 있는 행성의 표면을 본 자신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바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차원의 창조신성과 똑같았다.
저것은 이 행성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씨를 뿌리고 생명을 주노라.”
신계에서 찬란한 빛이 이제 바다와 대륙을 가진 별에 쏘아진다.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명계에서 윤회의 때를 기다리던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담은 생명의 기원들이 환호하며 새로운 별로 향한다.
그리고 은빛 달이 진동하며 정기를 발산하며 그들의 발아를 돕는다.
확대된 행성의 표면은 어느새 인가 녹색의 이끼로, 그리고 풀로, 나무로 무성하게 뒤덮인다.
“허어억-!”
“흐으윽-!”
신들과 초월자, 모든 존재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쉽게 조성되어졌지만 방금 과정은 일반적으로 수 만 년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잘못되면 다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기초단계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마치 몇 분 만에 장난처럼 생명체가 당장 이주가 가능한 별로 만들어 놓았다.
단순한 신력의 높음을 떠나서 권능 그 자체가 이 분야에 특화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것은 어떤 창조신도 못 보일 경악할만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변화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 장면을 쳐다보던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제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래는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나가서는 안 된다.
“미래의 나-! 무슨 짓이냐?
이제 이주시킬 행성으로 충분하다.
그만해-!”
하지만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은 그 제지를 무시하고 바로 진행을 한다.
“잡초는 베고 해충을 막아내며 수고하시니.”
행성의 표면이 진동한다.
땅을 가르고 기괴한 모양의 거대한 생명체들이 포효를 하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것은 파충류와 같았고 곤충과도 같았다.
작은 것은 수백 m이지만 큰 것은 산맥처럼 거대한 생명체들이 대륙에 모습을 나타내고 신계를 향하여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행성의 반항의지가 가득한 적대가 그대로 전해진다.
행성을 수호가기 위해 단위 생명체로서 진화가 극대 도달한 존재들이 나타난 것이다.
“거대 괴수들-!”
“그것도 최상급들이다-!”
“거인족은?
거신족은 아직 인가?”
역시 인간형태의 모습들도 여기저기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그 크기가 인간으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크고 이성이라고는 없는 야수와 같은 모습이라는 점이 달랐다.
그런데 거대한 산과 같은 생명체들이 야성을 발산하며 바로 서로 잡아먹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는 신들의 의사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저렇게 서로 잡아먹고 우수인자만을 흡수함으로서 최후에는 거신족과 용족이 나타난다.
완전생명체인 행성의 자율방위체계의 최종형태인 것이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저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배제해야만 행성의 핵에 도달할 수 있다.
행성의 완벽에 가까운 방어막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가장 번성했을 때 약해진다.
거신족과 용족을 만들어내느라 엄청난 정기를 소모한 그때가 바로 완전하게 신계를 인정시킬 기회다.
물론 패배하면 그대로 끝이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말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거대괴수들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자신은 환경조성에만 한 달을 예상을 했는데 수 만 년이 걸리는 성숙까지 몇 분 만에 이렇게 해치워버릴 줄은 몰랐다.
더구나 아무래도 미래의 자신은 현재와는 다르게 완벽주의자인 모양이었다.
생명체가 살 정도로만 환경을 조성해주고 차근차근 진행하려던 계획도 무너졌다.
이제 행성이 완전히 성숙되어 익어버렸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성숙된 행성의 자아가 깨어나 신계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럼 초기화를 시켜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미래의 자신의 능력과는 너무나 차이가 크다보니 시간이 너무나 걸린다.
무엇보다 서열전이 끝나 ‘황금’이 오면 끝장이라는 자신의 입장으로는 전력 강화에 획기적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치이이이이-! 어쩔 수 없군.
하긴 완전인증이 더 효율이 좋기는 하지.
모든 신들은 출전하라.
공에 따라 서열을 다시 조정한다.
또한 다음 주신성의 종속주신이 될 우선권 또한 줄 것이다.”
찌르르르르-!
이 말을 들은 신들 간에 전율이 일었다.
어떤 창조신도 하나의 주신성을 만들고 이렇게 쉽게 성숙시킬 수 없다.
비록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지만 겨우 몇 분 만에 신계주신이 될 수 있는 주신성이 완전 성숙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록 예비 창조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미래의 회색에게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 창조신으로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주신성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더구나 행성의 방어막조차 차원의 권능으로 이렇게 무력화할 수 있다면 행성의 표면 위라면 무적을 자랑하던 거신족조차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들은 주우주의 지배세력인 신족인 것이다.
신계의 주신이 될 기회가 눈앞에 와 있었다.
“신계 주신의 명을 받드옵니다.”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바로 주신성으로 이동하는 신들이다.
그리고 행성표면 여기저기서 괴수들과 신들의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괴수들의 신체가 강력하다고 하나 차원의 권능으로 온전히 능력을 발휘하는 신들의 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되살아난 거신족들의 주신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전력을 보충하니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다.
신들과 괴수들의 전투를 차원의 마도신이 펼친 ‘바빌로니아의 탑은 무너지지 않고 하늘에 있도다.’는 아직도 발동되어 이 모든 장면을 허공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의 영창은 끝나지 않았다.
“나무들아 열매를 맺으라.
아니면 잘라서 불에 던지시리라.”
이번에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신력이 향하는 것은 신계 아래에 위치한 차원의 창조신성이었다.
신계에서 발생된 태양과 같은 신력이 일렁이며 그 목표를 차원의 창조신성을 조준했다.
저것이 발동되면 바로 행성의 모든 생명체는 사멸하고 초기화된다.
태양의 신력 중에서 사악을 불태우는 심판의 불인 것이다.
생명체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신족의 최강의 권능 중의 하나였으며 본래 이런 용도였다.
뻐어어억-! 파지지직-!
하지만 그 권능은 발동 중에 취소가 되었다.
검은 마력이 압축된 직 육각면체의 덩어리가 차원전환을 하며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영창을 방해하고 신체를 뒤흔든 것이다.
“‘수확’은 그만 뒤-! 임마-!
난 아직 극히 일부는 인간이다.
정기와 효율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야.”
차원의 마도신의 분노한 목소리에 순식간에 영창중지의 타격과 뒤흔들린 신체의 영향을 회복한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넌 아직 인간이었지.
그래서 난 이 꼴이고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 ‘수확’이다.
모든 죄지은 자를 심판하여 정기로 바꾸고 새로이 창조신성의 종족으로 씨를 뿌리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네가 그렇게 나약하니 부하들에게 휘둘리고 항상 이 꼴이지.
주변이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어리석은 과거의 나.”
나름대로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려는 충고에 돌아온 말은 신랄했다.
“10중심 중 최하위 서열을 받아 이런 상황을 만든 주제에 무슨 잘난 척하며 심판에 재창조냐?
그리고 죄지은 자들을 골라서 수확?
정신체인 신들 기준으로 생명체가 죄짓지 않은 자가 어디 있나?
희생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냐고?
결국 몰살이다.
나 역시 그 드높으신 기준으로 이 꼴인데 내 소속 생명체들에게 그 짓을 하라고?
선별만 해도 어느 정도 자격과 정기를 갖출 수 있다.”
“……그러다 죽는다.
네가 남의 사정 봐줄 만큼 여유가 없어.”
자신은 미래에 존재할 수 없는 차원의 마도신의 ‘회색’이 된 모습이다.
마도신의 오리진의 위대한 현실부정으로 구현된 자신은 있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전능의 휘에게 토벌당하고 신체가 죽음을 당해 정령계로 구속된 자신을 황금이 심판했다.
지금도 황금의 목소리가 귀에 울린다.
“주우주의 예비 창조신에게 패배해 죽다니 10중심의 수치입니다.
당신은 존재할 자격이 없습니다.
서열 1위의 권한으로 과거의 회색인 차원의 마도신에게 소멸을 결정합니다.”
그렇게 황금에게 모든 존재의미를 소멸을 당했고 다른 10중심들도 당연히 찬성을 했다.
하나 불만은 없다.
그렇게 되어도 당연할 정도로 수치였으니 말이다.
하나 근원의 칭호의 힘으로 간신히 영혼만을 살려서 차원의 권능으로 이계로 도주하려는 자신을 추적하여 끝장낸 ‘흑염’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흑염’의 권능은 ‘근원’의 생명력을 뛰어넘는 유일한 파괴적인 힘이었기에 오래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었다.
어떤 권능도 흑염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피하지 못했고 추하게 발버둥을 치면서 영혼의 존재를 구걸했으나 결국 말소를 당한 자신도 용납할 수 없다.
그 비참한 마지막 상황에서 시공을 거스르고 말소된 현실을 부정하여 이렇게 구현해주신 것이 마도신의 오리진님이시었다.
다시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 대가로 이 지옥보다 더한 허무한 현실에 머무르시고 관여하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셨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시고 오리진으로서 가호만을 해주신다.
이번에야말로 ‘근원’의 칭호의 힘을 뛰어넘어 자신을 말소시키는 것이 가능한 흑염을 없애버릴 것이다.
아니, 자신이 그렇게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10중심에게 인식만을 시키는 것으로도 삶의 목적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 멍청한 과거의 나는 아직도 인간의 감정에 충실하다.
내일 죽고, 모래 소멸되며, 글피에 말소가 예정된 주제에, 어차피 죽을 생명체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돕는 자신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미 말소되었지만 다시 구현된 자신에게는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사치이며 위선이다.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고 소멸시킬까?
그런 수치와 치욕을 당하는 꼴을 보느니 그게 나을 수도 있다.
나 혼자서 어떻게든 흑염을 죽여 빚을 갚을 기회를 노리는 것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 멍청한 놈을 데리고 같이 일을 못하겠다.’
사아아아아아아-!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으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살기가 일자 공기 전체가 얼어붙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차원의 마도신의 투기서린 눈빛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신력과 마력을 끌어올리고 마력집합체마저 무수하게 소환하여 미래의 자신을 막아선다.
미래의 자신이 ‘수확’만을 목적으로 움직인다면 신계주신인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막아서야 했다.
비록 결코 상대가 되지 않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내 고향이며 너의 고향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도 모든 생명체들을 전멸시킬 ‘수확’은 용납 못한다.
‘선별’만으로 충분해.”
“고향이라? 쿡쿡-!
그렇기는 하지.
부모와 친척은 광신자들에게 모두 죽고, 나무열매 하나를 얻겠다고 무수한 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든 정겹고 따사로운 곳이지.
그래서 내 손으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려는 것이야.
어리석은 과거의 나.”
그렇게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몰살인 ‘수확’을 주장하고 현재의 차원의 마도신이 그래도 절반이상이 생존되는 ‘선별’을 주장하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보며 어떻게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거의 대부분의 신들이 주신성의 괴수들의 제압을 하기위해 떠나자 주신전에 혼자 남은 용사신이었다.
직속 상위신인 백금신룡 에렌드라마저 다급하게 주신성으로 괴수들을 공격하러 간 상황이라 믿고 의지할 것은 신검밖에 없어 부여잡고 다급하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도대체 이게 뭐야?
왜 갑자기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싸우는데?
난 어떻게 해야 해?’
‘저기 주신성에 가서 괴수나 잡으며 공이나 빨리 세우러 가자.
잘못하면 신계에서 노숙하는 수가 생겨.
아니, 신계주신님에게 잘못 보여서 영역을 할당 못 받으면 영원히 하급신이다.’
‘응?’
‘넌 이제 용사가 아니라 신계의 최하위 서열인 하급신이라고-!
군대에서 신병에 회사에서 막내란 말이야-!
잘못하면 나도 영원히 최하급신의 신기이고-!
중간계에서 가장 존귀하고 강대한 신검이었던 내가 주인이 하급신이 되니 하급 신기가 되었단 말이다.
당장 움직여.
주신급 이상의 높으신 분들의 다툼은 이제 너와 상관없어.
아니, 바로 이동한다.
내 존재마저 위험하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직접 나선다.’
‘어어어-! 잠시만-!’
자신의 신검에게 강제로 주신성으로 공간이동을 당하는 전 용사였던 용사신이었다.
그렇게 항의를 하던 전 용사가 퇴장을 하였지만 차원의 마도신과 회색의 대립은 풀리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하급신의 언행은 관심 밖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입장에서는 비록 뛰어난 재능은 부럽지만 결국 신족이 된 이상 최하급의 신으로 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이미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주신이며 신계의 지원을 중점적으로 받고 있다.
재능의 차이는 이미 무시할 수준이다.
거기다 칭호를 받은 상태에서 영원의 심판을 통과하여 창조신까지 올라선 이상 자신을 능가할 가망성 따위는 없다.
다만, 과거 전쟁의 신의 초기 시절에 방해를 받은 것을 약간의 악감정으로 때려잡은 것뿐이었다.
나중에 차근차근 갚아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다른 신계로 가려고 해도 천한 인간출신의 신을 받아줄리 없고 용병신이 되면 거의 소멸을 각오해야 하기에 떠날 수도 없다.
그러니 문제는 지금 눈앞의 미래의 자신이다.
어디의 시점에서 구현시킨 줄 모르지만 정말 성질이 더러워졌다.
다짜고짜 모든 생명을 죽여 정기로 회수하다니 어디의 마신도 그런 짓을 안 한다.
이렇게 하면 악명은 확실히 날 것이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게 끌려가다 실패할 것만 같았다.
“내가 신계주신이다.
내 별과 신계를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다.
너는 회색이니 절대계의 영역이나 관리 하시지.
받은 의뢰의 진행도 대부분 내가 중점이니 진행방식과 결과도 내가 결정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피식-! 또 발버둥 치다 자폭하려고?
이미 해보았는데 안 되더군.
그런데 예비 창조신인 네가 흑염의 절대자에게 통할 것 같나?
그리고 설마 과거의 자신이 죽으면 미래의 나도 사라지니 손을 못 댄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면 착각이라고 알려주지.
마도신의 미래구현이 어떤 것인지 대충은 알 것인데?
그런 상식 따위는 모두 무시하고 결과만 구현한다.
그 상식과 현실이 정상일 리가 없으니 이렇게 강력한 것이다.
그래서 네가 죽어도 마도가 구현되고 있는 한 나는 존재하지.
내가 왜 이렇게 과거의 나와 다르게 나오는지 의문이 가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심판을 하려하냐고?
대놓고 이야기해서 나는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 개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1년 후의 너야.
킬킬-! 이대로 조금 있다가 어찌되는지 알고 싶어?”
지독한 살기와 증오가 ‘회색’에게서 풍겨 나온다.
이것은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냉정하고 잔혹한 지배자의 분위기였다.
다른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미래의 자신은 다른 10중심들에게 경원을 받고 막내취급도 못 받는 최하위의 서열이지만 폭군이 되었단 사실을 말이다.
“너 말이야.
조금 있다가 무슨 꼴을 당하냐 하면……, 아하하하하.
말해도 상관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런 정신 상태이면 어떻게 도움을 주어도 힘듭니다.”
“조용히 해라.
둘 다 싸가지가 없구나.”
갑자기 마도신의 오리진이 말에 살기를 풀풀 날리자 막 미래에 대해 내뱉으려던 회색이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잠시 잊었는데 마도신의 오리진이 성향은 절대로 온화하지 않다.
아니, 마력조차 수단으로 선택하는 신이 정상적일 리가 없다.
성질이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잠시 망각을 했던 것이 실수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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