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4화
17권
“마도신의 오리진님을 차원의 마도신이 뵈옵니다.”
약간의 시간과 함께 익숙한 신력이 전해온다.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은은한 투기와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기껏 가르친 회색의 절대자가 서열전에서 최하위로 패배한 것이 분한 모양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비록 미래의 자신을 구현해서 참전했다지만 결국 마도신의 패배다.
이미 끝난 싸움에 화풀이라도 하려나 바짝 긴장을 했다.
억울한 것은 자신인데도 워낙 입장차이가 크니 어쩔 수 없다.
“만약 다수의 대등한 상대와 싸우다 몰려서 죽음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런데 열려진 직접회선으로 다짜고짜 날아온 것은 질문이었다.
며칠 전의 유일용신제의 질문에 답하고 당한 일이 생각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렸지만 거짓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마도신의 오리진은 현재 유일하게 자신을 마도로서 능가하는 존재이며 상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피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 없다.
현실부정의 마도의 수준은 자신보다 오리진이 너무나 높다.
“공간과 차원이동을 차원의 권능으로 모두 봉쇄하고 본신신력을 모두 동원하여 자폭합니다.
최소한 저의 본신신력만큼의 피해를 저의 적들에게 강요할 것입니다.”
용병신으로서 당연한 대답과 함께 역시 잠깐의 침묵과 함께 대답이 들려왔다.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된 경장과 등에는 대검을 차고 오른손에는 목검을 든 수련자의 모습까지 나타났다.
이것은 진리의 복장과 장비와 비슷한 바람가의 표준복장이다.
얼굴도 나타내셨는데 기쁜지 화가 났는지 모호한 표정이다.
특이하게 서열전을 막 끝냈는데 어디에도 부상이 안 보인다.
10중심과의 서열전이 그렇게 손쉬울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다는 순간 한심하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미친 놈. 툭하면 자폭이냐?
네가 마도신이지 자폭신(自爆神)이냐?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을 구현하기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마도신이지만 자신의 생명을 너무 우습게 아는구나.
과거 근원이 자신의 탁월한 생명력을 믿고는 가장 무모하기는 했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예?”
자신의 대답을 듣고 잠시 뒤에 나온 욕설 비슷한 말에 바짝 긴장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지만 다음 말에 더욱 놀라고 말았다.
흐릿한 미소와 함께 바로 칭찬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잘했다.
내가 구현한 미래의 너의 자폭덕분에 본신신력은 1,000조는 날렸지만 다른 8인의 절대자들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혔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타격을 준다면 이번 서열전의 승자는 유일 용신제 할아버님이다.
아니, 바람가의 승리가 될 것이다.”
“설마 전쟁도 아닌 서열전에서 정말 자폭하셨습니까?
그것도 차원의 권능으로 본신신력 전부를 걸고서?”
충격을 먹은 차원의 마도신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마도신의 오리진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미래의 막 사는 네가 했지 바람가의 일원인 내가 왜 하나?
설마 신력 1,000조가 넘는 절대자가 한 번 졌다고 본신신력 전부와 함께 자폭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너의 자폭을 예상도 못한 8인의 절대자와 참전한 상위일족이 거의 죽어나갔지.
그나마 멀쩡한 것은 최고위 일족이상 뿐이지만 그것들도 치명상을 입어서 얼마 못 견뎌.
종족권능의 유지시간도 반 토막 났다.
물론 너와 전투경험이 있어 경계하던 흑염의 절대자와 일족들은 동전의 앞면으로 사태를 직감하고 피했지만, 정면으로 막아낸 황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아주 잘했다.
10중심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족들은 다 진리할아버님들이 복구해주시겠지만 건방진 8인의 절대자 놈들을 서열전에서 한 방 먹였다고 할아버님들이 칭찬을 하시더라.”
표정을 보니 바람가의 상위자들에게 칭찬을 들은 것이 너무나 기쁜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은 상황을 판단하니 죽을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8인의 절대자들의 눈 밖에 나서 곤란한데 아예 쐐기를 박았다.
최하위 신입이 서열전에서 일족을 자폭으로 모두 죽였으니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날뛸 것이 당연하다.
“후후후후후훗-! 하하하하하하하핫-!
그렇게나 절대계의 중심이라고 잘난 척하던 8인의 절대자들이 부상과 함께 대부분의 일족을 잃고 회색의 절대자를 찢어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꼴이라니 통쾌는 했지.
그래서 치하와 함께 다른 지시를 하려고 연락했다.”
“……신력이 그대로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자폭의 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도저히 벌어진 현실을 인정 못한 차원의 마도신이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신이지만 스스로 자폭을 하면 살아남아도 엄청난 타격이 온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구현한 미래의 자신이 자폭을 했으니 거의 동일한 피해를 입어야 한다.
헌데 지나치게 멀쩡하고 신력도 1,000조 이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마도신의 오리진에게서 돌아온 대답에게 입이 딱 벌려졌다.
“이거? 여러 할아버님들이 이번 일이 기특하고 수고했다고 10억씩 주시더라.
여기저기 받다보니 1,000조가 금방 다시 되던데.
오히려 남았는데 너도 좀 줄까?
아니, 지금도 신체의 균형이 아슬아슬하니 안 되겠군.
100년에 겨우 100억이 뭐냐?
아무리 못해도 1,000억은 채워야지.
이러다 언제 1,000조를 채울래?
빨리 성장 좀 해라.
발전 속도가 왜 이리 더디나?”
일반적인 신이 모든 지원을 받고 성장을 해도 1만 년에 1억이 한계다.
지금 자신은 칭호와 신계주신으로서 모든 지원을 긁어모으고 편법을 모두 동원해서 쌓은 신력이 100억이다.
100년 만에 100억이면 다른 신이 알면 경악할 지경인데도 진리의 혈족에게는 한심함 그 자체인 모양이다.
물론 조 단위의 신력을 가지고 있는 절대계의 최고위 지배종족에게는 억 단위는 아무것도 아니리라.
하지만 1,000조다.
자신이 500주우주의 주전력과 싸워 뺏은 것이 약 100조다.
‘100조로도 하나의 주우주가 휘청거릴 정도인데 저걸 손주가 용돈을 받듯이 받아서 다시 채웠다라?’
바람가의 저력에 질릴 지경이다.
그리고 자신의 강해지는 속도에 대한 반론도 생각이 났다.
‘이것도 엄청 빠른 겁니다.
당신들의 재능과 환경이 너무 이상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억 단위 정기를 얻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정말 자폭한 모양인데 왜 이리 멀쩡하시지?’
울컥하고 의문에 쌓인 차원의 마도신을 보고 이제 노골적으로 구박을 시작하는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휴우-! 이건 언제 쓸 만해질지 모르겠군.
예측을 벗어나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승리를 불러오는 점을 빼면 절대계의 하위전사 수준인가?
진리할아버님이 내가 미래의 너를 구현하여 ‘회색’을 맡겠다고 하니 바로 승인하신 것이 이해가 가는군.
이 멍청아-! 궁극에 도달한 마도신의 현실부정의 권능은 현실에서 벌어진 모든 사항을 부정하고 무효화시킨다는 것은 알지 않나?
나는 그런 현실부정의 권능의 기원인 마도신의 오리진이다.
사용된 신력만 보충하면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나 정도의 존재들은 신력만 보충되면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본래의 힘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건 상식이다.”
‘본신신력 전부와 신체 전부를 걸고 자폭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상식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자신은 본신신력과 신체 전부를 건 자폭도 아니고 신체의 일부 희생과 몇 번의 최대출력의 여파로 엄청나게 고생하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안정화시켜 주어서 겨우 본래 실력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현실부정의 마도신이기에 그 정도였지 아마 일반적인 신이면 기약할 수 없는 회복의 잠을 자야할지도 모를 부상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궁극에 도달한 마도신은 현실에서 어떤 부상을 당해도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신력만 보충되면 언제든지 만전상태이다.
이건 수없는 생명을 가진 것과 같다.
저것은 결코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노력이 아닌 재능의 문제인 것이다.
“불공평한 세상. 확 다 망해버려라.”
저절로 새어나온 한탄의 말에 마도신의 오리진이 응답했다.
“그게 마도신의 시작이지만 그런 세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오리진은 고사하고 결코 절대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그리고 오리진인 내가 없으면 너도 마도신으로서 급속한 성장도 끝이라는 점도 말이다.
내가 잘되어야 너도 빨리 성장한다.
그리고 100년에 겨우 100억이라니?
이런 성장수준으로는 결코 절대에 도달할 수 없다.”
“제 수준은 절대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실 지시는?
도와주신 은혜도 있으니 가급적 따르겠습니다.”
“이번 서열전이 끝나기 전에 흑염의 절대자와 과거의 회색인 네가 싸워주어야 하겠다.”
지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서 반문을 한다.
“……흑염의 절대자와 지금 싸우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지금 당장.”
5조를 가진 최고위 일족도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의 권능을 비틀어 만든 2만 년에 가까운 준비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겨우 틈을 만들어 이긴 자신이다.
모든 권능과 준비가 알려진 이상 다시 싸우라고 한다고 무조건 자신이 패배한다.
그런데 1,000조의 신력과 거의 완성된 권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와 싸우기는 고사하고 접근이라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칭호가 개방 안 된 자신은 겨우 본신신력 100억에 마도로 출력을 증폭시킨 예비창조신일 뿐이며 이건 최하위일족에게도 순간적으로 죽음을 당할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싸우란다.
본신신력 1,000조에 14써클에 도달한 미래의 회색인 나조차 얼마 못 버티고 자폭까지 했는데 말이다.
하도 기가 막히면 생각이 멈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다음 이어지는 말에 혈압이 솟구쳐서 기절할 뻔 했다.
“이건 미래의 네가 건의한 내용이다.
회색의 자폭으로 10중심의 서열전의 양상이 바뀌었다.
너에게 진행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잠시 비우다 자폭을 피하신 유일용신제 할아버님과 일족이 궤멸되어 복구 전까지 연합을 맺은 8인의 절대자의 연합과의 전투 중이다.
가장 멀쩡한 흑염의 절대자 놈만 작살내면 너의 자폭에 손상을 입은 다른 8인의 절대자 놈들이 아무리 연합해도 결코 유일 용신제 할아버님의 상대가 안 돼.
무엇보다 미래의 네가 이 방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바람가의 모든 할아버님에게 자신하고 설득했다.
대가는 바람가의 후원을 바랬고 모두들 흔쾌하게 승낙을 하셨다.
추가지원까지 넘치도록 받아왔지.”
“미……, 미래의 저 좀 보여 주십시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온다.
자신은 500주우주와 전쟁에서 벌인 일 때문에 범죄자라고 주신계에서 토벌직전이다.
토벌군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방어 전력을 보강하려고 지금 발악을 하다시피 하는데, 미래의 나란 놈은 지금의 내가 흑염의 절대자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일을 벌였다.
이건 죽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다른 신도 아니고 미래의 자신이 이런 짓을 벌인다.
도저히 용서를 할 수가 없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마도를 발동시킨다.
“그래라.
빨리 상의하고 결과를 빨리 내도록.
시간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지신다.
너 찾는다. 와 봐라.”
우우우웅-!
가볍게 검은 로브를 걸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다.
자폭을 한 전적 때문에 아직 흐릿하지만 분명 자신이다.
미래의 내가 히죽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여어-! 과거의 나.
서열전은 미안하게 망쳤지만 대신 좋은 의뢰를 받아왔다.”
“죽어라-! 기간틱 메테오 코아(Gigantic meteor core)-!”
“쯧-! 하위 마도 금지.
그리고 이거 하품이 나올 정도로 발동이 너무 늦잖아.
연산력 좀 다시 손 좀 봐라.
게다가 1써클 이상의 위의 마도신에게 하위의 마도가 통할까?
머리 좀 식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