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2화
17권
척 보아도 연합 주신계가 파산직전이라는 보고에 제정신이 아니다.
보고하며 변명하던 관리신들을 죽일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반응이 너무 과격하다.
어차피 처분될 차원의 마도신의 전공인데 저렇게 지켜주려고 하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지만 결국 보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스으으윽-!
어쩔 수 없이 나선 가장 높은 관리신이 전능의 휘만이 볼 수 있게 소매 속에서 살짝 보여준 것은 카르마의 계약서와 인장이었다.
그렇게 몰래 나타난 인장을 본 전능의 휘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었다.
인장이 그려진 문양은 사격형의 돌의 중심에 대어진 날카로운 정과 정의 머리를 내려치려는 망치의 모습이었다.
‘모난 돌은 정과 망치로 바꾸어 준다.’라는 의미다.
‘저것은 분명 자신의 직속 상급자인 창조신 ‘프로프라이티(Propriety)’의 인장이다.’
비록 힘은 불가해의 8시조 중 2조를 익힌 자신이 분명 위이겠지만 마신족도 아닌데 직위를 바로 무시할 수는 없다.
하긴 처음부터 이상했다.
아무리 예비 창조신들의 권한이 커도 이렇게 자신의 허락 없이 대량의 정기를 무단 대출할 수 없다.
운영하는 관리신들이란 것들은 결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신장인 자신의 상위자인 창조신이 이렇게 직접 움직였기에 16조를 내주었고 그 와중에 올라온 자질 구례한 예비 창조신들의 대출조차 당연히 상관없다고 적당히 승인하다 벌어진 사고다.
까닥-! 파삭-!
가볍게 손가락질을 전능의 휘가 하자 관리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계약서를 보관하느라 이중 삼중의 보호조치를 한 소매가 먼지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저런 가벼운 움직임에 관리신들이 압살을 당했다.
거기에 연합 주신계에서 가장 강한 관리신인 자신이 어떤 반응도 못하고, 귀중한 창조신과의 끈이 될 수 있는 이면 계약서를 빼앗겼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뺏은 이면 계약서를 누구도 볼 수 없게 얼굴에 바짝 대고 읽어가는 전능의 휘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분명 직속 상위 창조신 ‘프로프라이티’의 인장과 신력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16조를 임시로 빌려가는 대신 연합 주신계의 편의와 승급을 적극 도와준다.
직속 예비창조신이 주신장으로 있는 연합창조신계의 입장에서는 당연하지만 나쁠 것이 없는 조건이다.
이번 500주우주의 전투에서의 승리로 중급 창조신의 대우에다 상급으로 승급이 확실한 강력한 창조신의 지원이면 어지간한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하지만 건드신 것이 하필이면 용병신의 전공보상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상이 없으면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발생되면 창조신계에 있는 용병출신 창조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전공으로 창조신까지 올라선 그들에게 있어 용병신들의 보상이라는 것은 성역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건드리거나 변경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프로프라이티’가 일반 창조신중 강력하다고 해도 용병 창조신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신족과 마신족의 인증전이 일상인 499주우주에서 홀로 자신들의 힘만으로 창조신이 된 존재들인 것이다.
생각이 복잡해지는 전능의 휘였지만 주신장인 자신의 직속 상급자이니 하위 관리신들도 당연히 통과가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상을 회복 중인 자신에게 차후보고로 미루었다가 창조신이 나서니 주신이 미쳐 날뛴다고 설치는 예비창조신들의 대출도 차후 보고로 미룬 것이다.
결국 부상회복을 위해 자리를 비운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컸다.
전쟁후의 혼란기에 주신장인 자신까지 없자 발생한 사고라는 최종판단이다.
직속 상급자인 창조신의 과한 요청을 중간에서 어느 정도 조율하지 못한 탓이다.
‘제길-! 어쩌시려고 이런 짓을?
하긴 저번 독단적인 행동과 감정적인 대응으로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하시기는 하겠지.
그리고 영원의 심판에 끌려간 차원의 마도신이 복귀하기 전까지 채워놓으면 되지만 연합 주신계가 잘못되면 정말 탄핵감인데?
감이 영 좋지가 않아.’
앞으로의 진행은 자질 구례한 위기를 감지하거나 미래를 예지하는 권능의 발동조차 필요가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어떻게 500주우주의 창조신들과 오리진들을 물고 늘어졌는지 직접 본 자신이다.
실질적인 능력으로는 결코 그럴 수 없는데 독기와 편법으로 창조신장의 직계까지 곤란에 몰아넣었다.
그런 존재가 칭호를 개방하면서 영원의 심판에 끌려갈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을 리가 없다.
획기적으로 기간을 줄일 방책이나 어떤 회피수단을 강구했을 것이다.
‘일단 넘어갈 수밖에 없군.
아무리 그래도 1억년은 넘게 걸릴 것이니 충분히 채울 수 있어.
쯧-! 역시 함부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니었어.’
이번에 사용된 16조의 정기는 힘들지만 부지런히 벌고 아끼면 1억 6천만 년이면 연합주신계가 보충할 수 있는 수치다.
최악의 경우 긴축재정을 하면 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 대가로 상급 창조신의 전폭적인 가호라면 할 만한 거래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전능의 휘가 투기와 살기를 풀고 영광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자신의 전능신족의 자리보다 불편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안정화될 때까지 버티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본래 나쁜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몰려온다는 경험도 컸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차원의 마도신이 단 하루 만에 영원의 심판을 통과하고 자신의 신계로 복귀한 것이다.
“복귀했다고…….”
그 소식을 들은 전능의 휘의 머리가 천천히 아래로 숙여졌다.
차원의 마도신이 요구하면 당장 지불해야할 것이 30조인데 16조밖에 없다.
말이 좋아 16조지, 6개의 창조신계 휘하의 36명의 예비 창조신이 모인 주신계를 바짝 쥐어짜야 1억 6천만 년이 걸릴 정기이다.
그런데 카르마의 계약에 의해 반드시 지급해야하고 절대급이었기에 창조신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자칫하면 관련자 전원이 대신족으로 제조되어 끌려갈지 모를 상황이고, 예비 창조신 이하면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보고를 하는 관리신이나 주변의 예비 창조신들도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지 오래다.
언제부터인지 무지개 색으로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주신전에 떠 있는 것이다.
10조 단위의 정기가 움직였으니 주우주와 절대계 전부의 정기의 흐름을 관할하는 전뇌계가 어떤 상황인지 모를 리가 없다.
약간의 문제만 있어도 바로 집행하려 달려들 것이다.
강자에게는 대가없는 도움은 주나 자격을 상실하면 용서 없이 처분된다.
그것이 카르마의 계약의 위반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주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절대급의 계약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하얀 바닥에 비치며 반사되는 무지개 빛을 바라보는 전능의 휘의 무섭게 굳은 얼굴을 들었다.
“창조신님과 계약한 관리신만 남고 모두 나가라.”
그 말과 동시에 황급하게 자리를 비우는 예비 창조신들이었다.
잘못하면 자신들도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을 하지 않고 전량을 돌려놓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돌아보지도 않는다.
비어진 연합 주신전에 전능의 휘와 할 말도 면목도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최고위 관리신 만이 남았다.
설마 영원의 심판을 단 하루 만에 통과할지는 아무도 예상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지만 보고 없이 자의로 처분한 죄는 크다.
그래서 아까부터 이 책임을 벗어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경고하듯이 빛나는 것을 보고 포기해야 했다.
전뇌계가 499주우주의 최고위 관리신을 대신족으로 만드는 것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관리신에 속하는 차원의 마도신이 500주우주의 전력과 승리하고 난 다음에 대폭 지원도 늘었지만 이렇게 통제도 강화된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전뇌계가 마치 이런 상황이 되게 몰고 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가혹하게 나올 것이면 중간에 제재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생최악의 실수를 한 지금은 차라리 분노한 전능의 휘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경이다.
우두두두둑-! 끼이이이익-!
영광의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체의 근육의 약동에 따라 영광의 자리가 삐걱거린다.
극도의 감정을 억누르며 전능의 휘가 입술을 씹으며 내뱉는다.
“대책은? 창조신님이 관여된 이상 강제회수는 어렵다.”
“차원의 마도신이 지불을 요청하기 전에 소멸시켜야 합니다.
소멸된 정신체에게 권리는 없습니다.
또한 소멸시킬 사유는 충분합니다.”
예비 창조신이면서 주신이상의 정신체를 구속하고 권한도 없는 주제에 재생시켰다.
그것도 재생 대상이 마신족이다.
아무리 용병전투라고 해도 용납할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통제가 취약한 독립신계의 주신이며 관리신중 ‘현실부정을 통한 이상구현’이라는 최악의 속성을 가진 마도신이다.
가서 확인만 하면 얼마든지 징계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없다면 반드시 만들어내야 할 상황이다.
예비 창조신들이 자신들은 상관없다고 자리를 비웠지만, 전뇌계가 강력한 예비 창조신급의 대신족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다.
관리신의 예측으로는 이번 일의 해당 관련자 전원은 모두 이성과 감정을 통제당한 대신족이 되어 기약 없는 강제 봉사가 예정되어 있을 것이다.
전능의 휘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최소한 위기를 감지하는 권능은 있다.
아니, 본인 자체가 수많은 카르마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전능신족을 부흥시켜온 위대한 오리진이다.
누구보다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저렇게 힘들어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차원의 마도신만 사라지면 된다.
그리고 불가해의 팔시조의 이조를 익혀낸 전능의 휘는 이미 다른 주우주라면 창조신장이상의 강자다.
차원의 마도신이 관리신으로서 1대 1의 승부에 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이상 결코 전능의 휘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이기기는 쉬워도 소멸시키기는 어렵다.
처분을 하려고 해도 불리해지면 반드시 도망칠 것이며 회복을 위해 바로 정기지급을 요청할 것이다.
다른 방안은?”
“창조신님에게 정기를 돌려받으시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지급하신 뒤에 바로 징계하시고 몰수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최고위 관리신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직속 상위 창조신에게 빌려가진 정기를 바로 돌려달라고 할 수가 없다.
아니, 이미 사용을 하신 것을 알고 있다.
갑자기 위험을 감수하고 빌려 가신 이유도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전능의 휘가 간단하게 돌려달라는 요청을 창조신님에게 하지 못하고 다른 방안을 찾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예비 창조신들에게 계약서를 보여주지 못한 사유도 여기에 있다.
사용내역은 간단했다.
같은 전능신족이고 진리의 오의를 동일하게 익힌 전지의 성과 벌이고 있는 끝없이 이어지는 마신족의 인증전을 특별사례로 통과시키기 위해서이다.
인증전으로 인하여 과다한 정기나 피해가 발생하고 장기간의 승부가 안 나며 대상자가 창조신으로서 버릴 수 없을 정도로 특출한 강함을 자랑할 때 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6명의 창조신의 추천과 6명의 마신왕의 추천으로 만장일치의 인증이 필요하다.
창조신으로서 어떠한 결격사유도 없음을 소속과 주변 창조신이며 동맹이자 경쟁자인 마신왕들이 인정을 하는 특별한 사례인 것이다.
‘이 로비에 12조가 사용되었고 나머지 4조는 전능의 휘의 창조신성의 제조에 사용되었다.’
마신왕들이야 공짜로 1조의 정기가 들어오니 반대할 이유도 없고, 주변의 창조신들도 워낙 본인들이 급하고 직계들의 부활에 정기가 필요하여 승인이 끝났다.
이제 인증서만 내려오면 전능의 휘는 창조신이다.
모든 것이 프로프라이티님이 중급 창조신으로서 승급을 하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창조신계를 전능의 휘에게 넘기려는 호의였던 것이다.
10억년이 넘는 기간의 충성의 대가와 앞으로 직속 창조신으로서 강한 세력을 형성하라는 배려였다.
16조의 정기야 개인은 힘들지만 창조신이 된 전능의 휘가 휘하 일족의 강자들을 주신으로 만들고 전부 동원하면 2,000만 년 안에 해결될 수치였다.
과거 최고의 지배신족이었던 전능신족의 강대함이 전능의 휘로 인하여 다시 부활할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영원의 심판에서 복귀예상기간이 최소 2억년 이상이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주변 창조신들과 마신왕들의 의견을 조율하느라 고생하신 창조신님은 평생의 은인과 같았다.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조기 복귀는 그 모든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아니, 창조신님의 탓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전지의 성을 인증전에서 이겼으면 이런 일을 하셨을 리가 없다.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하고 끝없이 인증전을 벌인 자신 탓이라는 결론에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오는 전능의 휘였다.
물론 주신장이기에 마음속으로만 이다.
‘빌어먹을-! 이런 부정이 당연하다는 듯 방식은 마음에 안 들어.
범죄자인 차원의 마도신을 죽이면 끝이라 이건가?
승자에게 수단을 시비삼아서 보상과 전공을 뺏고서 처분을 하라?
그것이 강자의 정도인가?
그럼 내가 처분한 과거의 전능신족의 지배자들과 다른 것이 뭐지?
그보다 왜 이렇게 된 거지?
30조의 정기가 움직이는데 어떤 방어기제도 작동을 안했어-!
마치 반드시 주신계가 차원의 마도신과 싸워야 한다는 흐름이잖아?”
무수한 의문이 있지만 결국 차원의 마도신과 어떤 상황으로든 결판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용병신의 보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유로 말이다.
하나 관리신의 의사대로 해줄 수는 없다.
자신은 전능신족의 위대한 오리진이자 강자이지, 과거 전능신족처럼 다른 존재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약자가 아니다.
다행히 자신에게 걸 수 있는 것이 남아있었다.
10억년의 노력의 대가로 얻은 주신장이란 직위였다.
주신장은 6개의 창조신계의 모든 주신들의 수장의 자리이며 창조신과 같은 권위이다.
강함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직속 창조신의 신뢰와 예비창조신들의 믿음으로 얻을 수 있는 주신계의 주신장의 자리였다.
자신이 그런 주신장이기에 어떤 창조신도 마신왕도 창조신으로서 자격을 의심을 하지 않고 통과시켰을 정도다.
이것은 창조신이 되어도 결코 놓고 싶지는 않는 명예와 권리였다.
6개 창조신계의 모든 주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대부분 후임을 만들지 않고 겸직을 한다.
하나 직속 상급 창조신이 무능한 자신을 감싸려다가 위기에 처했는데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다.
“차원의 마도신의 차원신계에 연락하라.
주신장(主神將)의 신계 주신전을 시행한다.
연합주신계의 주신장의 권위는 창조신과 동격이다.
정신체의 재생과 억류는 주신이하라면 가능하다.
그래서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이 되면 과거의 모든 행위는 용납된다.
나는 주신장의 자리를 걸고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대신 차원의 마도신에게 16조의 정기를 내라고 전해.
그리고 어떤 전쟁방식도 받아들이겠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도 일임하겠다.”
“전능의 휘이시여-! 마도신에게 시간과 장소의 선택을 넘기시면 아니 됩니다!
아무리 전능의 휘라고 하셔도 상대는 500주우주와 싸워 승리한 차원의 마도신입니다.
또한 영원의 심판조차 통과했습니다.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전뇌계가 판단이 끝나기 전에는 결단을 내려서는…….”
“주신장의 자리를 거시면 안 됩니다-!
어찌 천한 인간출신 따위에게 그런 명예와 권리를-!”
비명과 같은 최고위 관리신의 목소리와 밖에서 상황을 몰래 듣고 있던 예비창조신들의 외침이 같이 터진다.
그런 중구난방으로 외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전능의 휘가 냉소적인 응답뿐이다.
“그럼 너희들이 내게 16조를 지불하고 도전하던가?
예비 창조신중 누구라도 16조를 가져오면 바로 주신장의 자리를 걸고 도전을 받아주겠다.
도전자의 모든 징계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지된다고 추신하여 전하라.”
뜻밖의 말에 한순간 얼이 빠진 예비 창조신들이었다.
이미 중급 창조신을 능가한다는 평이 있던 전능의 휘였다.
그런데 불가해의 8시조의 2조를 익힌 이상 상급 창조신에 필적할 것이다.
연합주신계의 주신장의 자리는 물론 그럴 가치가 있지만 이길 가망성이 없다.
그런데 단순히 도전권을 얻기 위해서 16조를 지불하라는 것은 억지다.
주신성 16개는 창조신의 직계인 자신들조차 어마어마한 수치다.
하지만 지금 차원의 마도신의 입장이라면 신족으로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도전할 것이다.
천한 인간출신의 신이 영광된 주신들의 수장인 주신장의 도전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의식이 일치되기 전에 한심하다는 전능의 휘의 목소리가 그런 예비 창조신들의 위에서 울렸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지금 나와 프로프라이티님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자들을 심판을 할 기회를 노리기 위해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30조를 지불하지 못하면 모두 대신족이 되거나 바람성의 벌레로 끌려간다.
이건 너희들도 예외가 아니다.
주신계의 직속창조신이신 프로프라이티님과 주신장인 나, 그리고 원탁의 예비창조신 34명이 카르마의 계약 위반으로 대신족이 되면 끝장이다.
이것은 주신계의 존망과 관계된다.
그래서 주신장으로서 선고한다.
16조의 정기를 차원의 마도신이 내면 모든 범죄행위의 처벌을 중지하고 도전자로서 인정한다.
반대자는 16조의 정기를 제출하거나 대안을 제출하라.”
그 말에 침묵을 하고 자신들의 자리로 힘겹게 이동한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서열 2위 차원의 마도신의 빈자리의 명패를 보자 저절로 이가 갈려 온다.
한없이 천한 인간출신의 신이 결국 주신장의 도전자로서 인정된 것이다.
그러자 서열 3위의 광휘의 십자검의 자리까지 눈에 아프게 들어온다.
창조신의 직계지만 반려가 아닌 후궁의 직계이다.
하나 500주우주의 창조신장 후계의 한 발을 자르고 전력을 절반이하로 감소시킨 전공이 있는 이상 반드시 재생할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 위에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다.
자신들도 예비 창조신의 신격에 도달한 강자들이기에 단순한 감정문제가 아니다.
출신의 문제를 떠나서 창조신의 직계로서 태생부터 성장까지 모든 지원을 다 받고도 홀로 자립한 존재들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거부하여 지불할 정기를 확보를 못할 경우 저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알고 있다.
직계지만 엄청난 직계간의 경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했다.
때로는 마신족보다 더한 수단을 동원하며 어떻게든 인증전을 통과하고 여기까지 왔기에 카르마의 계약서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지만 16조의 정기가 사용되었고 회수가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면 전능의 휘가 결코 주신장의 자리를 걸 리가 없다.
정기가 보충이 안 된다면 이번 사태에 개입한 자신들도 존재가 위태롭다.
창조신의 직계이니 반드시 대신족이 되어 이성과 감정이 봉인되어 반영구적인 별의 재창조를 해야 한다.
모두의 생각은 짧았지만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모든 예비 창조신들의 오른손이 들어진다.
“16조의 정기로서 차원의 마도신의 주신장으로의 도전을 인……, 정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인간출신의 신으로서 처음으로 주신들의 수장으로의 도전권을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차원의 주신전에 강제 소환된 10써클의 반신들도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선별의 때가 너무나 빠르게 온 것이다.
10배 이상으로 주신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지고 정기가 강해진 창조신성으로 승급된 것을 기뻐하던 일족들을 보며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창조신성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존재들은 모두 정기로 바뀌어 새로운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기준도 너무나 명확했다.
최소가 6써클 이상이다.
태어날 때부터 6써클로서 성장하면 7써클에 도달하고 노력하면 8써클이 되어야 한다.
즉 창조신성은 생명체를 초월하여 정신체로 들어가는 고등종족만이 자격이 있다.
이유 역시 변경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주신성의 신계와 달리 창조신성의 신계는 워낙 고순도의 정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계의 지원을 온전히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을 교체해야하기에 침묵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한두 번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과거에 1단계 씩 승급할 때마다 우월한 지배종족을 선발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벌어졌던 일이 이제 행성단위로 일어난 것 이다.
하지만 최고위 창조신성급으로 올라선 지금, 향상된 기준은 너무나 많은 희생이 발생시킬 것이다.
아니, 거의 전부의 생명체가 사멸하고 다른 창조신성에서 수급될 확률도 컸다.
반신으로서 종족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번영시켜 최상급 신으로까지 올라설 정도로 공을 들여 키워온 일족이 모두 사라진다.
몸의 반신은 같은 동족인 자신들의 입장으로는 참담한 심정을 말도 못할 지경이다.
극단적인 선택인 반란도 벌일 수가 없다.
신계와 싸우려면 현재 중간계의 반신들로는 어림도 없는데 이미 한 번 정리를 당했다.
그럼 마계와 연합을 해야 하는데 중간계 출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으로 있는 신계와 싸우기를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악명이 너무나 높아서 싸울 의사를 포기하고, 기존의 참전대가로 받아가던 정기를 자진해서 거부하고 마력까지 넘겨줄 정도니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8써클 이상의 반신들과 초월자들이 절망에 빠져 있는데 희소식이 왔다.
차원의 마도신이 창조신이 아니면 창조가 불가능한 주신성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인지 만들고, 그것을 선별에서 탈락된 종족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오래 신계에 기여한 여주신들 중 그랑라하에게 종속주신으로서 지배권한까지 이양했다.
“새로운 주신성-!”
“상급 주신성 이상이다-!
저것이면 완전이주는 당연하고 상위종족으로 진화를 노려볼 수 있겠어.”
물론 기존 종족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화는 가져갈 수 없다.
건물이든 물건이든 다음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의 차지이기 때문이다.
알몸으로 내쫓긴 종족들의 생존은 저 새로운 주신성에서 어림도 없다.
하나 편법이 있다.
아직 선별이 안 되었기 때문에 각 종족신들이 힘을 쓰면 현 수준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물량을 이동시킬 수 있고 생존도 보장된다.
이미 모든 신들이 선별과정에서 자신들의 종족을 전력으로 도우라고 허락까지 내려진 이상, 발 빠른 신들은 이미 성녀와 교황, 아니, 신녀까지 동원하여 이동시킬 물량을 모으고 있다.
아직 지성체들을 이동시킬 만큼의 안전성이 유지 안 되고 정리 작업도 남아있지만,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을 받는 자신들의 여주신들이 주신성의 정리를 못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신계의 입장이 정리하고, 다음 차례로 소환된 7써클 이하의 강자들이 갑자기 싸워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을 결정하는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반발을 하려다 열 받은 차원의 마도신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말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7써클의 종족의 대표자들은 너무 가혹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자비로운 조치가 맞았다.
일방적인 심판이 아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탈락한 존재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라니 이런 후한 조치도 없다.
역시 인간출신의 신이라서 생명체들에게 자비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거 인간들의 용사라고 불리던 존재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목검으로 신명나게 두들겨 패던 차원의 마도신이 투기를 품어내며 7써클의 존재들을 그대로 억눌러 갔다.
“개전 시간은 ‘그랑라하’ 주신성의 정리가 끝나는 예상시간인 1달 뒤다.
만약 우리들은 모두 사이좋은 이웃이니 결코 싸울 수 없다는 헛소리를 하면서 가당치도 않은 억지 감동노선을 타보려는 생각이면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아.
시험과 투쟁을 통한 발전과 진화를 포기한 종족은 나의 영역에 살 자격은 없다.
대표자들이 선별의 전투를 포기하면 해당 종족은 모두 우주공간으로 추방이다.
다른 주신성의 일원이나 창조신성의 지배종족의 기초가 될 자격도 없다.
그리고 그런 사태를 불러온 대표자는…….”
딱-!
가볍게 튀긴 손가락의 동작과 함께 허공에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은빛의 거대행성이 들어났다.
하나둘도 아닌 20체가 모습을 한꺼번에 드러내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척 보아도 어마어마한 신력과 위험성이 전해져 온다.
결코 생명체가 어떻게 할 존재가 아니라는 듯 가감 없이 압력이 전해져온다.
차원의 마도신이 검은 불꽃으로 일렁이는 은색 거성들을 가리키며 선고한다.
“기계 창조신 안타레스의 연료로 삼겠다.
영원히-!”
화르르르르륵-!
20개의 기계창조신이 모두 검은 불꽃을 한꺼번에 피워 올린다.
최상급 신들조차 열기와 여파에 기겁을 할 정도가 각 종족의 대표자들을 덮치자 일부는 비명을 지르며 치명적인 화상까지 입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은 최고위 창조신계였다.
바로 모든 상처가 치유되며 더구나 열기까지 점점 적응이 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각 종족의 대표자들이 그렇게 간접적으로 신계의 지원을 받으며 어느 한계까지 강해진 것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이 그대로 다시 주신성으로 돌려보냈다.
‘자력으로 올라설 수 없는 8써클의 한계를 최고위 창조신계의 도움으로 맛본 이상 재능이 있는 자들은 모두 하급신으로 올라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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