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29화 (240/2,000)

제 329화

16권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진리가 한 말도 기억이 났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구현한 미래의 자신이 서열전을 치르며 벌인 일은 지금의 자신이 감당을 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 미친 미래의 자신이 10중심들과 일족을 상대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악최흉의 마도신의 용병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10중심들의 저런 반응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억울한 일인가?

“본인이 저렇게 한다고 정확하게 대답했으니 미래의 자네가 벌인 일로 방금 인정된 셈이지.

나야 혼자서 서열전에 참가하여 별 피해가 없지만, 참가한 상위일족의 절반이 죽음으로 탈락된 다른 10중심들이 자네를 당장 죽여야 한다고 난리일세.

이런 비겁한 전투를 벌이는 존재를 10중심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군.”

이제 부정할 수도 없다.

자신의 입으로 저렇게 한다고 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실제로 저런 서열전이 벌어지면 반드시 그렇게 하고도 남는다.

머리가 멍해져간다.

‘강자와 많은 세력을 가진 적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은 유일용신제의 질문에 당연하게 부하들부터 모두 죽이고 강자들을 물고 늘어진다는 전투를 마도가 구현한 미래의 자신이 하고 있다는 소리이고, 나의 확인이었어.’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한 모든 원한을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 상대들이 하필이면 진리를 제외하고 최강의 강자들인 10중심들이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본신신력 1,000조가 된 자신조차 부하들만 죽이고 있지 정작 8인의 절대자들은 어떻게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 가망이 없다.

‘또 말 한마디로……, 이제 정말 죽고 싶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은 개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카르마 관리를 위해 불공정한 계약만을 자처하다가 목숨이 위험했던 위기만 수가 없다.

아니, 이계도 탈출만 하면 이런 상황도 끝이다.

마탑만 고치면 바로 이동한다.

바람성을 흡수한 성멸은 차원이동은 무리이니 숨겨놓고 나만이라도 빠진다.

일단 마탑에 직접 접촉을 해서 수리를 바로…….’

그런 상념에 빠진 마도신을 보며 유일용신제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파멸유혼검의 끝을 잡고 손잡이를 내밀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이건 진리할아버님이 내려주신 것일세.

일단은 축하하네.

칭호는 ‘차원’이며 파멸유혼검을 가짐으로써 절대계에 의견을 낼 수 있는 발언권을 얻었네.”

“아! 예? 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진리할아버님이 10중심에게 내리신 명령일세.

이계를 처리할 것.

자네의 일이지.”

“?”

갑자기 튀어나온 이계를 처리하는 명령과 왜 자신의 일이 되는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의 마도신을 쳐다보며 유일용신제가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휴우-! 방금 검편(劍蝙)과 흑염(黑炎)의 합동공격에 의해 미래의 자네가 제일 먼저 패배했지.

그럼 서열 10위이고 10중심의 모든 일의 처리는 최하위 서열이 하네.

그리고 미래의 자네는 타격이 심해서 원상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려서 일처리가 힘들 것 같으니 현재의 자네가 해야 하지.

그렇다고 바로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 일단 창조신이 되고나서 잘 처리하도록 하게.

물론 시간은 많이 줄 수는 없으니 서두르고 이계에는 일단 자네가 상대한다고 통보하도록 하지.”

“!!!”

비틀-!

다 팽개치고 도망치려던 이계에 자신이 10중심의 최하서열로 일을 떠맡고 쳐들어간다고 통보하겠다는 말에, 영광의 자리에서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는 상체를 가까스로 양팔로 버틴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그를 딱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유일용신제가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차는 잘 마셨네.

따뜻한 배려가 담긴 좋은 차를 마신 대가로 자네의 소멸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그러나 이번 서열전이 끝나면 서열 1위가 경과를 보러 올 것이네.

서열 1위는 언제나처럼 황금이 될 것 같으니 조심하게.

그는 나태와 무능을 결코 용납하지 않지.

더구나 이번 서열전에 황금일족조차 큰 피해를 입은 일로 악감정이 드물게 쌓여있더군.

현재 서열 1위인 황금이지만 2위인 나를 직접 이렇게 강압적으로 보낼 정도 정도라니 말이야.

이계를 처리할 납득할만한 준비상태를 보여주어야 살 수 있을 것이네.

10중심 간의 존재를 건 전투는 진리 아버님이 권장하시니 누구도 방해 못하지.

패배하면 황금의 바람성의 벌레로 다시 끌려가네.

그건 곤란하니 서열전의 시간도 최대한 끌어주지.”

“아아아아…….”

대답도 하지 못하고 넋이 나간 듯 가냘픈 신음소리만 내는 차원의 마도신을 뒤로 하고, 유일용신제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전뇌계가 열은 절대계의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힘든 일을 견디어야만 언제인가는 좋은 일이 오는 법이라고도 하더군.

내 500억년의 경험상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결코 그렇지는 않고 나쁜 일만 더 생기지만 자네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네.

그럼 힘을 내서 잘 처리하게.

초월자의 가문인 우리 바람가는 자네가 절대자로서 보여준 성과를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최대한 도울 것이네.

바람가의 일원으로서 입문은 언제라도 환영일세.

또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주게.

근원이자 차원, 아니, 아직은 차원의 마도신이로군.

어서 창조신이 되어 기본자격을 갖추도록 하게.”

참 불쌍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다시 절대계의 서열전의 전장으로 떠나는 유일용신제와 가늘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당황해 하는 가이아나의 눈에 떨면서도 파멸유혼검을 잡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꽈아아아악-! 우드드득-!

손잡이를 잡아가는 오른손에서 핏줄이 튕겨지듯이 나오고 더 이상 단련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근육들이 압력을 가한다.

흑염의 육체는 절대계 최강이며 100배 이상의 증폭력과 내구성을 가진다.

비록 25억에 불과한 흑염의 권능이지만 그 신체능력은 2,500억의 본신신력을 가진 창조신과 동격이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분쇄하고 파괴할 수 있다.

하나 파멸유혼검은 파괴될 수 없는 불멸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파손도 주지 못하고 신체가 한계를 넘어서는 힘의 부작용으로 뼈와 근육이 비명을 지를 뿐이다.

어느새 새어나온 눈물로 흐려진 눈에 힘의 반발력에 무참하게 떨리는 오른손이 보였다.

‘너무나 무력하다.’

신체단련에 쏟아 부은 시간이 자그마치 2만 5천년이다.

흑염의 바람성에서 그 끔찍한 벌레에서부터 자신과 맞먹는 강아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치고받으며 사투로 단련된 신체이건만 아무런 변화도 줄 수 없다.

아니, 당연했다.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이 비참한 현실처럼 그 벽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감정을 어느 정도 수습한 차원의 마도신의 머릿속으로 후회와 한탄이 밀려왔다.

‘역시 주제를 알지 못하고 신계의 신력지원과 최상급 신의 직위를 탐내 무작정 신계에 올랐다가 바로 이 꼴이로군.

나는 역시 대공동에서 나오지 않고 홀로 수련만을 했어야 했어.

10억년만 꾹 참고 했으면 최소한 독자적으로 창조신의 길에 들어섰을 것인데 이게 무슨 꼴인가?

쿡쿡-! 2만 5천년을 죽자 살자 싸움만 했더니 이제 시간관념도 이상해졌군.

1년도 너무 길었던 인간이었던 내가 10억년을 쉽게 이야기하다니?

이제 나도 명실상부한 영원을 사는 정신체인가?

하긴 살기위해 발악하다 보니 2만 5천년도 순간이었지.

사는 방식에 의의가 있지 세월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아니었어.’

긴 상념도 한탄도 끝났다.

최후의 수단으로 이계로 도망가는 것이 막혔다.

겨우 이 힘으로는 이계로 가서는 집중공격을 막을 수 없다.

망명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이미 선전포고 직전인 절대계의 10중심의 일원이며 이계의 처리를 떠맡은 책임자인 회색이라면 바로 공격당할 것이다.

비록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미래의 자신을 구현한 마도신의 오리진이 10중심의 일원인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록 열이 받기는 하지만 마도신의 권능이며 오리진인 이상 현재의 상태에서 발전한 미래의 자신이 벌인 짓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방금 서열 전에서 벌인 부하들을 먼저 철저히 노린 방법은 이제까지 무수히 벌인 일이다.

본신신력이 1,000조가 넘어가도 지금의 자신이 기본이라면 백 번을 반복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똑같이 할 것이다.

그것이 승리와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벌였던 상승불패이나 최악최흉의 악명을 가진 차원의 마도신이다.

정말 마지막 수단인 과거의 변경도 상위인 존재와 연관되어있기에 되돌릴 수 없다.

최후의 수단인 ‘이계탈출’이 완전히 막혔다면 남은 것은 하나였다,

‘어떻게든 이길 수단을 강구한다,

감정을 수습하고 현 상황을 분석한다.’

일단 진리의 영원의 심판을 통과하고 10중심에 발을 걸치게 된 이상, 이제 문제는 바로 그들이다.

8인의 절대자라 불리는 모든 절대자들의 궁극의 존재들이다.

과거 혼자서도 진리와 상대가 가능할 뿐 아니라 8명이 모여서 수없이 패퇴시켰다는 믿지 못할 역사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현재의 10중심들은 최소한 전투능력만큼은 아득하게 과거의 8인의 절대자들을 초월했다.

500억 년간 오로지 진화와 발전을 통해 강함을 추구한 진리의 세계에서도 가리고 가려 뽑은 투신이다.

창조주인 영원체들조차 경악하는 신력 1,000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절대강자들인 것이다.

더구나 정말 운 좋게 이겼지만 창조신장조차 아래로 보는 강대한 일족을 수 억 명을 거느리고 있는 그들의 압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압력을 견딜 능력과 세력이 자신에게 없었다.

아니, 개인적인 능력과 권능은 비교할 가치도 없다.

‘그나저나 거의 같은 신력을 가져도 내 권능으로는 다른 10중심들에게 도저히 안 되나?

슬쩍 보아도 긁힌 상처도 없었어.

이것저것 해서 깊이가 얕은 부작용이겠지?

동급의 존재이하는 이제 이길 수 있는데 상위존재에게 치명타를 줄 수가 없다.

발동과 목표확정, 거기에 고정까지 해야 하는 에고 아유타를 10중심이 순순히 맞아줄 리가 없으니 여기저기 도망만 다니면서 부하들만 감소시키다 결국 졌겠지.

그렇다고 하나만 파자니 잠재력과 재능이 부족해서 절대이상으로 익힐 수가 없어.

난 전능의 휘가 아니고 평범한 인간출신의 마도신이란 말이다.

빌어먹을-! 정말 못 살겠다.’

고뇌와 번뇌가 물밀 듯이 밀려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10중심을 상대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아니, 지금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을 상대로 해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은 하나를 한계를 넘어 절대까지 익혀낸 말 그대로 범접할 수 없는 강자다.

하지만 자신은 그럴 재능이 없어 이것저것 익혀서 조합하며 버티고 있는 평범한 존재일 뿐이란 것이 문제였다.

그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약점을 보이기를 바라며 빈틈을 노리는 것이 유일하다.

‘아니면 같이 죽자고 본신신력 전부를 걸고 자폭하던가?

그럼 나의 차원의 권능이라면 똑같은 수준의 신력을 가진 존재는 모두 말소시킬 수 있다.

푸후후후후-! 겨우 쌓아올린 본신신력을 날리는 그런 미친 짓을 아무리 나라도 할 리가 없지만 말이야.’

차원의 마도신이 오른손에 잡힌 파멸유혼검을 쳐다보며 영창을 시작한다.

자신은 마도사이다.

검사가 아니기에 이대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아니, 해보았자 건들면 바로 소멸할 까마득한 하급자의 구타용으로 사용하겠지만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진리가 발현한 ‘불멸’과 ‘불살’은 동급의 절대자들에게조차 더없는 보물이다.

그리고 겨우 주신계의 예비창조신에 불과한 자신이라면 반드시 활용을 해야 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우우우우우웅-!

파멸유혼검이 약간의 떨림을 보이지만 역시 변화의 조짐은 없다.

물질과 비물질을 막론하고 모든 가능성을 이끌어서 최고의 모습을 구현하는 10써클의 최고의 마도로는 역시 변화는 고사하고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불멸성이란 변화가 없는 고정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4써클이 되어야 본질을 침해하지 않고 덧붙이기라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제한된 12써클을 발현하는 마도사일 뿐이다.

목검을 들고 전장에서 설치는 마도사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마검사도 그런 짓은 안 한다.’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하-! 제길-! 에잉-! 에라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이것인가?

보물에다 똥칠하는 격이군.”

후르르르르-! 꽈득-!

자신을 죽이겠다고 겁도 없이 달려들었던 마왕 둘을 죽이고 만들어낸 데몬 아다만티움과 마혈을 남김없이 끄집어내서 파멸유혼검에 바른다.

당연히 목검의 곁에 침입은 못하지만 표면을 따라 물결치듯 감싸간다.

그리고 마왕의 목을 잘라 마령을 담아 만든 마도구 2개를 손잡이의 끝에 달아 고정시킨다.

그러자 검붉은 몸을 가지고 마왕의 목으로 만든 마도구 2개로 장식된 마도사의 지팡이가 어느새 완성되었다.

휘이이이이-! 꽝-!

가볍게 원을 그리고 내려 꽃은 지팡이가 주신전을 뒤흔든다.

목검에서 지팡이의 모습으로 치장한 파멸유혼검의 끝으로 흑염의 정기로 이루어진 마력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서 신계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 위력은 이미 억 단위를 넘어서 조 단위를 능가하고 있었다.

절대계 최강의 흑염의 신체와 불멸성을 가진 파멸유혼검으로 폭증시킨 마력을 감당하면서 발현시키고 유지한다.

현실부정의 마도신으로서 상식을 초월한 증폭력을 가졌으나 언제나 신체와 마도구의 허약함으로 위기에 몰렸던 자신으로서는 더없는 지팡이를 가진 셈이 되었다.

단지 유일한 문제가 있는데 큰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억지로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며 자화자찬 및 혼잣말을 시작했다.

“크큿-! 그래도 내 증폭된 마력을 견딜만한 지팡이를 얻은 셈이 되었군.

근원의 길잡이는 이제 너무 약해서 무리였는데 말이야.

이제 파괴력만으로는 창조신을 능가한다.

서열전이 끝나면 서열 1위가 최하위이며 막내인 나에게 진리의 명령을 통제하기 위해서 온다.

올 자는 세력과 개인능력의 총합에서 단 한 번도 서열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황금이다.

그럼 시작하기도 전에 끝이지.

법과 질서, 발전의 주제자인 황금이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신인 나를 인정할리 없다.

그러니 오기 전에 창조신이 되어 주우주에서 나설 자격을 얻고 독자적으로 이계를 정리한다.

사정이 이러한데……,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

팔씨름?

일은 안하고 놀고 있어?”

뿌드드드득-!

저절로 이가 부득 갈린다.

차원의 마도신이며 이 신계의 주신인 자신에게 신계 영역 안이라면 어떤 것도 숨길 수가 없다.

지금 신체와 신력을 복구하라고 개방해준 차원의 주신전안의 대욕탕 안에서 벌이고 있는 기가 차지 않는 짓도 잘 안다.

주신인 누구는 약간이라도 벌겠다고 전쟁터를 전전하다 진리의 영원의 심판마저 감수하고 복귀했다. 그런데 갓 들어온 정령주신들은 몰라서 그렇다 치고, 신계관리주신이라는 여주신들마저 감정싸움을 벌이며 누가 잘났는지 가린다며 팔씨름을 벌이고 있다.

그제야 죄인이 된 얼굴로 고개를 폭 숙이고 있는 가이아나가 보인다.

아무리 상급주신인 전능신과 주신급이 된 태초의 투신이라 해도 결국 여주신들과 이면주신의 권능을 가진 로키나가 이끄는 정령주신들을 통제하기는 무리다.

직속세력이 있지만 자신이 없는 이상 결국 이 정도로 한계다.

이래서는 승급은 고사하고 내전에 무너질 것이다.

대책은 있다.

지금도 자기가 하는 짓이 아슬아슬하게 주신의 한계가 넘었으니 후폭풍이 염려되지만 10중심이 상대인데 주신계의 평가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나중의 탄핵 따위는 관심도 없다.

“강제 공간이동-!”

파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대로 대욕탕에 있던 전원을 주신전에 강제 소환한다.

본래 주신의 권능인 강제소환이지만 주신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 거부할 수 있지만 그것도 주신의 격 나름이다.

이미 강함으로는 창조신을 능가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강제송환에 거부하기는 고사하고 반응하기도 전에 바로 욕탕에 있던 그 자세로 순식간에 소환되었다.

투명한 수액에 흠뻑 젖은 모습 그대로 수천 명의 여신들과 정령 여주신들이 당황하기도 전에 측정할 수도 없는 마력과 신력을 풀풀 날리며 영광의 자리에 앉아있는 차원의 마도신이 혀를 찬다.

‘아무도 대응을 못했다.’

과거에도 차이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2만 5천년의 사투로 단련된 결과가 이 정도까지 차이를 벌린 것이다.

그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들이 오는데 어느 정도까지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아니, 방해만 안하고 자기 자리만 지켜주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다.

여주신들과 정령 여주신들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팔씨름을 벌이고 있던 토리나와 헤파이스의 양 팔을 잡고서 떼고 있는 마신족이 보였다.

머리에 솟은 검은 보석 뿔과 검은 날개가 12쌍인 것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상급의 마신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상급마신의 존재에 놀란 신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가볍게 팔씨름을 벌이고 있던 2명을 떼어 놓고서 주신의 영광의 자리 바로 밑에 마련된 신계관리주신의 자리에 앉는다.

“새로 직속 친위대의 대표와 신계관리주신이 된 전율의 진군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과거라면 바로 보자마자 죽고죽여야 하는 신족과 마신족이다.

비록 대신족과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동맹을 맺었지만 본능적인 적대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강대한 주신들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흐릿한 미소로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강함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비록 대신족에게 소멸을 당했으나 1단계 위의 대신족과 공멸한 마신족에서 영웅적인 존재였다.

‘전율’과 ‘진군’이라는 두 개의 초월권능을 동시에 다루는 자신의 상대는 적어도 동급의 존재에서는 없었다.

느낌상으로는 최소한 이 신족들 중에는 대등한 강자는 없다.

물론 잠재력 면에서 긴장을 해야 할 상대가 몇 명 있지만 아직 위험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 자신감이 투기가 되어 여주신들과 정령 여주신들의 이성을 되찾게 했다.

갑자기 나타난 상급 마신을 경계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확실히 당황하게 되었다.

신계관리주신의 자리가 끝없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적어도 1,000명단위이고 이정도면 최고위 창조신계와 필적할 정도다.

차원의 신전에서 정기를 보충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정도로 신계가 승급되었다.

더구나 영광의 자리 바로 밑의 원탁의 자리는 감히 주신은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빛과 보호에 걸려있었다.

최소 창조신이 되어야지만 앉을 가치가 있을 것인데 그 끝자리에 방금 자신을 소개한 전율의 진군이 태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기함을 했다.

신격은 상급 마신이나 강함만으로는 마신왕이라는 증명이다.

물론 차원의 마도신이기에 어느 정도 고려는 해도 마신족이 신계의 관리주신이라는 점은 상식 밖이다.

가끔 성마신이 나오지만 이건 완전히 법칙에 어긋나 있다.

그러나 신계관리주신의 자리에 나타난 본인의 이름과 서열에 정신이 없는데 거대한 그림자가 주신전 전체를 덮었다.

신계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터져 나왔다.

“정말 괜찮은 것인가? 계약자?

우리는 거신족 인데?

마신족처럼 패권을 놓고 싸우는 신족의 주적은 아니지만 별의 소유를 놓고 싸우는 원수인데?

더구나 우리들은 죽은 사령인데 이렇게 부활시키면 주신계가 가만있나?

거기 마신족은 더구나 상급마신이 아닌가?

일반 마족도 부활시키면 큰일인데 어떻게 감당을 하려고?”

“……갈 때까지 가보죠.

내전이나 주신계의 탄핵으로 망하기 전에 제가 죽게 생겼습니다.

필요하다면 주신계 전부와 전쟁을 하겠습니다.

10중심과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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