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6화
16권
그렇게 이계로 도망가는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며 당황해하는 마도신의 오리진을 향해 한숨을 쉬는 진리와 10중심들이었다.
역시 바람가의 혈손들은 강력하기는 한데, 어딘가 한군데는 꼭 저런 약점이 있어 실수를 한다.
특히 바람을 맡고 있는 유일용신제와 보좌하는 2명의 오리진들의 표정은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능력은 정말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 이런 실수를 가끔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일족을 만들어 무수한 상황을 경험한 오리진들은 예외이나 혼자서 수련만을 장기간 해온 손자들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절대계의 관리조차 10중심들에게 반발도 하지 못하고 대부분 넘겨주어야 했다.
“경험부족입니다.”
“진리할아버님이 하시는 것을 책이나 옆에서 보고 성공을 배우기만 하니 이런 꼴이 나지요.
자고로 성공 뒤에는 그 이상의 실패가 있는 법입니다.”
“누가 모르느냐?
그보다 이걸 어쩐다.
또 아버님 앞에서 이런 실태를 보이다니.”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유일용신제가 이마를 손으로 대었다.
자신도 처음에 용신족을 이끌며 무수하게 당하고 고민했던 부분이다.
왜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하는데 결과는 달라지는지 우직하게 수련만 한 단순한 성격은 결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용신족 개개인의 심리를 이해를 못하니 통제는 고사하고 관리조차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손을 거의 놓았더니 돌아온 것이 ‘초 희귀종족’이란 불명예에 보호조치다.
이런 수치도 없다.
과거의 회상을 그만하고 기가 막혀하는 자신과 비슷하게 파멸유혼검의 손잡이 끝을 본인의 이마에 대고서 지그시 누르며 분노를 속으로 삭이고 있는 아버지를 슬쩍 보았다.
보아하니 제대로 해결 못하면 또 두들겨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나설 수밖에 없다.
“아직 절대급의 차원권능을 완전히 복사하지 못했지?”
“예……, 예? 죄송합니다.
6할 정도입니다.
용호 할아버님.”
민망하여 고개를 깊숙이 숙인 마도신의 오리진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원하던 절대급의 특이한 차원의 권능은 반쪽만 얻고 본인은 도망갔다.
멀고 먼 미래에 10중심 중 회색으로 임명될 차원의 마도사가 이계로 도망을 쳤다는 사실이 이계로 전파되면, 그렇지 않아도 허신이라며 아예 존재자체를 무시하려고 하는 저들이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다.
결국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이계로 도망간 차원의 마도신을 잡아올 방법은 바람가의 혈손들을 한두 명 동원하면 간단하지만 집밖의 활동을 제한받고 있는 이상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자니 공석기간동안 용신족이 아예 멸종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을 포기하자니 용신족의 부흥도 임무로 받아서 물러설 수 없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잡아와야 한다.
이럴 때는 결국 방법이 하나뿐이다.
최대한 처량하게 목소리를 내며 말을 한다.
“아버지-! 그래도 후손들이잖아요?
애들이 어려서 실수를 했으니 용서하시고 이번만 도와주세요.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이 필요한 것은 흑염일족뿐 아니고 저희들도 같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갑작스러운, 애 같은 애원조의 발언에 잠시 굳은 10중심들이었다.
유일용신제의 절대계 전투서열은 부동의 1위다.
유일하게 2명의 10중심을 감당한다.
더구나 희귀종족이지만 용신족의 개인의 강력함은 동급의 일족을 능가할 정도다.
개인의 능력과 바람가를 제외하고 혼자서 가진 세력만으로도 10중심의 일좌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저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다니 처음 보았다.
그러나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진리의 말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런 반쪽짜리 아들놈아-!
또 이 한심한 과정을 밞느냐?
툭하면 도움요청이냐?
이런 꼴을 계속 보일 거면 당장 애들 데리고 모두 나가-!
언제 완전히 독립을 할래?
네가 집에서 안 나가고 버티니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잖아-!
에라이-!”
퍼어어억-!
언제 휘둘렀는지도 모를 진리의 파멸유혼검의 공격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는 유일용신제를 쳐다보던 진리가 혀를 차며 말을 했다.
당연히 마도신의 오리진이 대상이다.
“갖은 고난을 겪고 얻은 희망 뒤에 바로 절망을 주면 바로 포기하고 말지 미쳤다고 버틸 것 같으냐?
그리고 한 번에 끝장을 내야지 왜 연속으로 부여해서 도망치게 만드느냐?
네가 이계로 쫓아 갈 것이냐?
나는 이계의 지배자들과 맺은 약속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하……, 하지만 진리할아버님이 하실 적에는 통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것입니까?”
“당연히 다르지-!
신이 천벌을 준 것과 벌레가 무는 것이 같을 수 없지 않느냐?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란 말이다.
너는 마도신의 오리진이면서 오래간만에 현재에 개입을 하니 들뜬 모양이구나.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더욱 정진하라.
그래서 내가 일족을 만들어서 경험을 쌓으라고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오로지 경험만이 이런 오류를 줄인다.”
“…….”
신과 모기를 들먹이는 잔혹한 비유에 말을 잊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100번 들어도 옳은 말이다.
아니, 마도신의 오리진인 자신이 현실감각이 더욱 철저했어야 했는데 현세에 최고의 지배자들인 10중심으로 개입을 하니 의욕이 앞서다는 것은 사실이다.
바람가의 혈손들에 비해 너무 약하니 살살 달래서 가르쳤어야 했다.
“가르침을 바라옵니다.”
“이런 실수의 뒤 처리는 이렇게 하면 된다.”
진리가 품에서 하나의 밝게 빛나는 작은 구슬을 꺼낸다.
그걸 바라보던 10중심과 마도신의 오리진의 입이 더없이 크게 벌려졌다.
갑자기 튀어나온 것치고는 상상도 못할 보물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예상도 못한 판결이 내려진다.
“받아라.
영원의 심판의 관문 통과보상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10중심 중 회색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이것은 관리신중 최강인 회색의 증거이자 기반인 바람성이다.
그리고 인증하는 자가 주인이다.”
휙-!
아무렇게나 허공에 던져진 빛나는 작은 구슬을 보자 반사적으로 10중심들조차 몸을 날렸다.
자신들에게 준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던져질 물건은 절대 아니다.
드물게 엄청난 물욕에 휩싸일 정도다.
작은 행성 크기지만 주우주와 맞먹는 정기를 가진 바람성이다.
조건이 필요하지만 발현시키기만 하면 조 단위의 신력을 가진 존재들을 100억이 넘게 육성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10중심처럼 본신신력 1,000조가 넘는 존재조차 육성할 수 있고 명령권까지 발동시킬 수 있는 보물 중의 보물인 것이다.
더구나 인증을 하면 결코 주인을 바꿀 수 없어 안전하기까지 하다.
‘인증만 하면 절대로 돌려줄 생각은 없다.’
같은 정기를 가졌으면서 관리신이 수없이 필요한 쓸데없이 광활한 주우주와 행성 하나인 바람성의 가치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바람성의 소유는 곧 절대계의 지배자로서의 증거이도 했다.
10중심이 되어야지만 진리가 부여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로 진리 곁에 있던 마도신의 오리진과 유일용신제조차 체면과 상황을 망각하고 득달같이 달려들려 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다.
‘인증만 하면 또 하나의 바람성의 주인이 된다.’
그 유혹에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한 마도신의 오리진 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하나 던져지는 것과 동시에 발산된 진리의 서슬 퍼런 투기에 몸이 굳는 순간, 허탈감이 엄습했다.
아까 이계로 도망가던 차원의 마도신이 심장까지 박살나고 넝마가 다 된 몸을 날려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성의 핵을 채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간다.
“이건 내꺼다-!
내가 죽을 고생하며 얻은 내 전공이고 보상이란 말이다!
아무에게도 안줘-!
죽어도 못 줘!
그리고 바로 인증완료다-!
이제 내꺼야-!
카하하하하하-! 카하하하……, 핫-!?
크허어어억-! 큰……, 큰일 났다-!”
이계로 도망가다가 마지막으로 상황을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본 것이 문제였다.
갑자기 보상으로 던져진 비할 수 없는 보물인 바람성의 핵에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혀 반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다시 절대계로 돌아온 것이다.
덕분에 이계탈출의 권능이 완전히 부하가 걸려서 재발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아까 장난처럼 자신을 흡수하려던 마도신의 오리진이 이제 살기까지 풀풀 날리면서 쳐다보고 있다.
아니, 양손으로 꽉 쥔 바람성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무슨 멍청한 짓을 했는지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 공황상태에 빠진 것을 보며 진리가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제 ‘이계 탈출’의 재발동은 마탑에 다시 직접 접촉하여 마도진을 재배열하기까지 불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처리해.”
“예-! 과연 진리 할아버님.
모든 변동요소를 누를 정도의 보상이라면 어떤 강압수단이라도 상관이 없군요.
이 미진한 손자가 오늘 크게 눈을 떴습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우둑-! 우둑-!
가볍게 주먹을 어루만지며 몸을 푸는 마도신의 오리진 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수준이 낮아서 얕보다 큰 망신을 당하고 가문의 이름에 먹칠까지 할 뻔했다.
아니,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을 실패할 뻔했다.
그렇다고 죽이자니 개인감정에 의한 살인은 금지되어 있고 공적으로는 죽여서는 안 되는 오리진과 일족의 관계다.
그래서 반쯤 자기혐오에 넋이 나간 차원의 마도신을 바라보며 진리와 비슷하게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느새 오른손에는 목검형태의 파멸유혼검이 들려있었고 투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우리 분위기 좋게 이야기 좀 하자.
생각해보니 나도 진리할아버님에게 수련을 받을 때 정말 다 포기하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말이다. 마도신이 이기기 힘들다고 이계로 바로 도망을 가?
그리고 보상 때문에 이성조차 잃어?
이거 마도신이 맞아?
마도신은 악마가 아니고 신이란 말이다-!
승리와 생존을 위해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단으로 사용하는 위대한 투신이자 현자-!
그런데 현재 마도신 중 최강인 네가 도망을 가?
악착같이 버티며 끝까지 대들어야지-!
그 와중에 이길 방법이나 최소한 살 길을 찾으란 말이다.
거기에다가 제대로 소화도 못할 보상 때문에 죽을 자리를 다시 찾아?
넌 답이 없다.
일단 맞자-!
죽거나 기절할 걱정은 마라.
파멸유혼검으로 당하면 상처도 죽음도 기절조차 없다.
미칠 노릇이지만 그것도 안 되니 더욱 돌아버릴 것 같더란 말이다-!
당장 정신 차리지 못해-!”
방금 전과는 격이 다른 굉음이 바람성에 한참을 울렸다.
바람성이 통째로 뒤흔드는 굉음과 충격이 한참이나 계속된 뒤에야 정적을 되찾았다,
그 동안에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도 모두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고 ‘진리’의 영원의 심판을 통과한 존재가 늘어났음을 알리는 소식들도 모든 주우주와 절대계에 퍼져갔다.
그리고 유일하게 비어있던 관리신들의 최강인 ‘회색’의 10중심에 임명되었다는 정보도 무엇보다 빠르게 퍼져나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겨우 신력 100억을 가진 예비 창조신이며, 신력 1,000조를 달성하고 다른 10중심들과 동격의 강함을 증명하여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때까지 수여될 수 없는 ‘바람성’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바람가의 혈손인 마도신의 오리진이 미래의 ‘회색’을 구현하여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드디어 관리신들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고 ‘마도신’이란 사실이었다.
모든 빛의 신들 중 가장 이단이며 전투에 특화된 관리신이란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전쟁의 시작이었다.
겨우 마도신의 입문서만을 전뇌계에 등록시키고 방치하던 오리진이 드디어 현실에 개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10중심으로 임명된 마도신의 강함에 입문서를 찾아본 모든 신들은 전율하게 된다.
‘현실은 지옥이다.
그 지옥을 바꾸기 위해서는 신성이든 마도이든 상관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서 모든 것을 변혁한다.
영원히 없을 낙원을 언제인가는 구현하고 말리라.’
이것이 마신인지 빛의 신인지 모를 정도로 자욱한 살기와 투기가 범벅이 된 입문서는 그 이후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직업을 버리지 않고 정식입문을 하지 않는 존재에게는 창조신이든 창조주이든 내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지 초급서의 표지내용에 적힌 글로 내용을 유추하면 아래와 같았다.
‘현실을 부정하라.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와 제도, 규칙을 부정한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로지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하나의 존재와 사실만을 따르라.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현실에 비해 너무나 약하고 전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언제인가 올 대변혁을 위해서 자신을 현실에 나타내지 말고 끝없이 강해져 간다.
그런 존재를 인식하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어지간한 마신들의 입문서의 내용보다 더한 빛의 신의 입문내용에 놀라서 긴급히 소환된 마도신들 조차 입을 꾹 다물 뿐이다.
억지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지만 소환에 응한 마도신들은 그나마 온화한 편이지만 지독한 독종들이었다.
강함과 직위여부를 떠나 자신들의 의지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거짓을 섞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그런 정보를 잘못 얻으면 큰 일이 난다.
거기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현실에 개입되면서 절대급의 신이 될 수 있는 기초자료까지 전뇌계에 모두 풀렸다.
그것도 500주우주를 단독으로 초토화시킨 차원의 마도신의 오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료들이다.
마도신들에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강해질 수 있는 정보와 권능들이 지원되었다.
힘이 없어 이를 악물고 시킨 대로 해온 마도신들인데 이제 위로 강해질 기반까지 생겼다.
만약 원한을 맺으면 그 뒤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상위자의 소환조차 응하지 않는 마도신들은 상종 못할 악질들로 낙인찍힌 신들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폭풍의 핵이 되어버린 마도신의 오리진과 차원의 마도신은 서로 이를 부득 갈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뿌드드드득-! 으드드득-!
마도신의 오리진이 구현한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와 현재는 날개 수만 다르지 결국 같았다.
대상이 누군지는 이미 관심이 없어지고 오로지 자신을 핍박한 존재에게 이를 갈며 적의를 들어낸다.
그리고 이제 완벽하게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인 회색의 절대자는 마도신의 오리진을 대신해서 과거의 자신을 두들겨 팼다.
회색의 절대자의 것인 바람성을 죽어도 안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두들겨도 굴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진득한 살기만 더해가는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자, 방법을 바꾸어 설득을 시작하는 것이다.
“쓰지도 못할 바람성은 인증을 바꾸어 내게 당장 넘겨라.
돼지 목의 진주다.
과거의 어리석은 나”
“내가 쓰레기라도 공짜로 남에게 넘길 것 같으냐?
대등한 보상을 가져와.
미래의 멍청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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