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24화 (235/2,000)

제 324화

16권

어느새 ‘에고 아유타’를 발동시키고 짐승처럼 자신에게 살기를 품은 대신족의 창조대신들에게 달려드는 성멸에게 돌진하는 대의였다.

아무리 판단해도 흑염의 권능을 가지고 대신족의 종족권능의 통제권까지 얻은 성멸을 이길 방법이 없지만 진리가 저렇게 말한 이상 승산은 있는 것이다.

격돌하려는 성멸과 대의를 쳐다보다 진리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옆의 흑염의 절대자를 쳐다보았다.

지금 패배한 흑염의 최고위 일족을 당장 죽일 듯이 하더니 슬슬 주변눈치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500억년의 기간 동안 겨우 만든 10명도 안 되는 최고위 일족이다.

나중에 치도곤을 두고두고 내겠지만 처리하면 일족전체의 전력이 급감하고 다른 10중심의 최고위 일족을 막을 전력이 없어진다.’

결국 이 혼란을 틈타서 슬쩍 머리를 잡은 손을 풀고 일족 속으로 안 보이게 던져 넣는다.

‘후후후후-! 최고위 일족이 귀중하기는 하지.

거기다 원하는 것까지 몰래 얻었으니 처분할 이유도 없지.’

하여간 1대나 2대나 멍청한 척하면서 실속을 차리는 것은 빠지지 않는다.

이성을 잃어도 결국 저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통과라고 허락한 차원의 마도신이 권능을 회수하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결국 바람가의 혈족들에게 붙잡혔다.

특이한 것과 자신들이 경험을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니 지금까지도 잘 참았다.

그래서 빨리 보내고 천천히 절차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정작 본인이 욕심 때문에 빨리 떠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욕심 때문에 흑염이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다.

아니, 원래 사냥꾼의 출신의 초월자의 권능이라서 이것저것 잘 챙긴다고 해야 할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며 감정대로 살면서 핵심적인 것은 잘도 채간다.’

이러니 회색이 결국 당했다.

아니, 인간으로 치면 울화병으로 쓰러졌다고 해야 한다.

죽어라 준비하고 싸운 공적과 대충 싸운 공적이 같다면 이성을 잃지 않을 현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어림도 없다.

공적을 세우지 않는 자에게 보상 따위는 없는 것이다.

노력하고 기여한 만큼만 얻어야 한다.

그래서 냉정하게 말한다.

“뱉어-!”

“진리시여.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흑염의 절대자로서 이 자의 죄는 크지만 그래도 부족한 최고위 일족이니 기회를 주겠습니다.

진리께서 주관하신 영원의 심판에 어울리는 처절한 수련을 시키고 떨어진 위신은 제가 직접 나서서 다시 위엄을 세우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절대계와 주우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10중심의 절대자이자 흑염의 오리진으로서 충성서린 마음으로서…….”

순진하고 천지난만하게 눈동자를 빛내며 그렇게나 이야기했지만 죽어라 말을 안 듣던 흑염일족의 오리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읽어간다.

‘어지간히 내놓기 싫은 모양이군.’

하긴 장기간 애를 키우는 것만큼 성질이 급한 흑염의 절대자에게 곤혹인 것도 없다.

더구나 1조가 넘는 본신신력을 흡수하기 위하여 최소 1억년의 유아기를 거친다.

이것을 경이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눈앞에 있는데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안 통할 것을 알면서도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니 눈 감아달라고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용납할 일이 아니다.

본래 자신이 주관하는 영원의 심판에 개입한 일만으로도 말소시킨다.

“안 어울려.

차라리 눈을 감아 준 대가로 손을 봐줄 놈을 골라달라고 해라.

그러나 이미 내가 다 처리했다.

절대계나 잘 관리해라.

에라이-!”

퍼어어어어억-! 울컥-!

“쿠에에에엑-! 쿨럭쿨럭-!”

괴상한 비명과 함께 흑염의 절대자가 상체를 90도를 숙이고 정신없이 구역질해간다.

언제 가격 당했는지 가슴의 정 중앙에 작은 주먹자국이 그대로 새겨지며 서서히 파고들어간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진리의 앞에서 배속의 위액을 정신없이 토해 내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1대는 너보다 약하지만 연기는 잘했다.

갑자기 입바른 소리를 하면 누가 믿을까?

그러니 통하지도 않는 입은 그만 놀려라.

그리고 차원의 권능에 당해주는 척하면서 그대로 챙기다니?

일족의 위신이나 10중심의 보다 애보기가 더 싫더냐?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흑염의 절대자가 될 만한 존재는 네가 유일하다는 것에 항상 감사해라.”

전 신력을 집중하여 겨우 신체가 관통되는 것을 면한 흑염의 절대자가 겨우 속을 다스리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일어섰다.

과거에는 이정도의 공격을 맞으면 하루 종일 몸부림쳤지만 지금은 약간만 버티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고통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권능과 방어력을 송두리째 날아가고 신체에 주먹만 한 바람구멍이 생기는 것 같은 고통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익숙해져 땅에 구르는 추태를 부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말로 좀 하십시오.

툭하면 폭력입니까?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애와, 다 알고서 잘못을 하는 어른은 매가 약이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잖습니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눈은 자기가 뱉은 위액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 속에 있는 것은 처음 던져진 아기를 받을 때 겁도 없이 흑염의 절대자인 자신의 몸에 직접 걸은 차원의 권능의 핵이다.

이것이 신체에 달라붙어 흑염권능의 발동확률을 최악으로 떨어뜨렸다.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

모든 분야의 권능들의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0중심들에게는 어떤 권능도 하위이기에 약간 무리하면 지금처럼 다른 분야라도 축출이 가능하다.

바람가의 마도신의 오리진이 하위 마도신의 존재를 흡수가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다른 분야는 직접 접촉해서 장기간 노력해서 흡수해야 하는데 어리석게도 대부분의 차원의 권능을 자신에게 직접 걸은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재빨리 챙겼는데 역시 진리에게 들켰다.

‘아오-! 잘하면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은 챙길 수 있었는데 아까워 죽겠네.

저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조정하는 권능은 정말 드물어.

더구나 바람성의 정기까지 시간 가속 안에서 이상 없이 흡수하다니 그야말로 애보기 딱 인데 다시 얻을 방법이 없나?

없다고?

일단 진리가 손을 떼야 한다고?

진리의 영원의 심판을 무슨 수로?

나도 500억년동안 이 꼴인데?

제길-! 처음 심판을 할 때 일단 죽여서 흑염일족에 강제 편입시킬 것을 괜히 입을 놀려서 시간을 끌어서 이게 무슨 꼴인가?’

흑염의 절대자가 토해낸 위액 안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일렁이며 빛의 구슬이 떠오른다.

주먹만 한 황금빛 구슬 안에 새겨진 문양은 나무였다.

그 나무가 정육각형의 물체를 뿌리로 감은 모습이 생동감 있게 비추어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진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잘 보니 차원의 마도신의 출신 주신성의 마탑의 모습이다.

본인의 마탑과 차원의 권능을 연결시켜 항시 발동시키고 있는 권능을 보니 더욱 기가 막힌다.

“이것이 새로운 차원의 칭호인가?

허참-! 자기 집을 본인이 만든 칭호의 문양으로 삼는 절대자는 또 처음 보내.

대부분 자기 이름이나 이상적인 강함의 상징으로 만드는데 너는 집이냐?

무엇보다 집이 소중하다 이건가?

거기다 이 이계로 가는 긴급 이탈 권능은 또 뭐야?

거기다 항시 유지?

자신뿐만 아니라 집을 동시에 순간 차원이동을 시키기 위해 권능의 절반이상을 점유하고 있잖아?

그것도 권능이 집과 같이 구성되어 분리나 해체도 불가능?

허허허허허-!

이러니 차원의 파괴력이 이 꼴이지.

철저히 지원과 방어, 회피, 도주에 특화 시켰군.

이래서는 모자라다.

그리고 이 어린 것들이 감히 제멋대로 움직이다니-!”

갈수록 골치 아픈 상황에 저절로 눈썹이 일그러진다.

영역 안으로 공간이동을 해오는 존재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허락을 한 적이 없다.

허공에서 굉음이 또 울렸다.

꽈르르르르릉-!

“크와우우우우웅-!”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의 비명과 고함소리가 섞여서 울려 퍼진 것이다.

대신족의 창조대신들을 상대로 발동시킨 ‘에고 아유타’는 갑자기 공간을 뚫고 나타난 터무니없이 거대한 손에 의해 가볍게 막혔다.

그리고 그 손은 모기를 잡듯이 거대행성 크기의 창조대신 성멸을 잡아챘다.

꽈드드드득-!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섬뜩한 굉음이 울리며 발버둥을 치던 성멸이 축 늘어진다.

아무리 흑염의 권능을 가진 창조대신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뼈와 근육을 모두 부수면 꼼짝할 수 없다.

너무 쉽게 당했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대신족의 신체를 가지고 흑염의 권능과 신체로만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거대한 손의 주인은 499개 주우주의 대부분의 지배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신족의 오리진이 그 정체였다.

대신족 오리진의 권한으로 대신족의 모든 종족지원을 끊어버리고 대부분의 권능을 봉인시켜버린 것이다.

진리에게 타박을 받고 사생결단을 내려던 대의가 감격에 차서 외쳤다.

“우우우우우웅-!(우리의 위대하신 오리진이시여-!)

우우우우웅.(도움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오리진의 반응은 영 곤란한 것 같은 음성이 울렸다.

“사고를 쳤군.

화를 많이 내시겠어.

이 녀석을 어디 사용하실 것 같았는데 일족이 위험해서 반사적으로 해버렸다.

무엇보다 하위존재들의 싸움에 끼다니 이 무슨 추태인가?

강해지기 위한 희생을 막아주다니 오리진으로서 수양이 아직 부족해.

죄송합니다.

진리 할아버님. 이제 허락 없이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또 원하시는 대로 조정을 하겠으니 노여움은 풀어 주십시오.”

탁탁-!

손을 흔들자 사람 손에 잡혀 죽은 모기처럼 납작해져버린 성멸의 몸이 공간으로 떨어져 흔들린다.

아무리 대신족이라고 해도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중상인데 끈질기게 회복을 하고 있다.

대신족의 오리진으로서도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생명력이다.

하지만 대신족 오리진의 권능은 통하지만 마도신에 의해 만들어진 일족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변종은 죽이는 것이 낫지만 전투능력은 아까웠다.

‘하나 진리할아버님이 이런 불완전한 위험요소를 용납할 리가 없지.’

그래서 진리 할아버님께서 주관하는 영원의 심판에 끼어들었으니 오리진의 권리로서도 대신족의 권능만 봉인하는 것도 아슬아슬하게 한계다.

빨리 정리하고 분노를 피해 폐관수련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성멸’을 대신족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서열은 제외하고 권한과 의무는 부여하지 않는다.

권능역시 사용을 금지시킨다.”

“웅?(예?) 웅.(예?)”

“모든 창조대신은 빨리 복귀……, 흐어어어억-!”

무엇인가 아주 조그마한 것이 손을 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공간 너머에 있던 신체 전부가 강제로 뽑혀져 던져졌다.

후아아아아아-! 퍼어어어어어억-!

몇 개의 행성을 몸으로 깔아뭉개고 나뒹군 대신족의 오리진의 코 위로 작은 인영이 내려섰다.

그리고 화가 많이 난 듯 약간 끝이 올라가는 진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싸가지 없는 어린 손자 놈들-!

어른들과 아이들 일에 끼지 말고 자기들 일에만 충실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거늘 어딜 감히 멋대로 나서느냐?

이제 보니 어리지만 그래도 자식을 둔 성인이라고 직접 손을 안댄지가 꽤 되었구나.

그러니 이렇게 겁이 없지.

아무것도 모른 어린애하고 강하고 높은 존재일수록 말보다는 매가 더 효과적이다.

마도신과 오리진과 너도 내게 맞은 적은 정말 오랜만이지?

견딜 만큼 강해졌느냐?

어디 보여라.”

어느새 두들겨댔는지 거의 넝마가 된 마도신의 오리진의 목을 왼손에 잡고서 탈탈 흔들며 파멸유혼검을 쥔 오른손이 서서히 허공에 들어 올려 진다.

코 위에 서있는 진리의 모습에 과거 수련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난 대신족의 오리진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진 파멸유혼검의 궤적을 본 순간 필사적으로 방어권능을 동원해 방어막을 쳐갔다.

불가해의 팔시조의 모든 공격의 회피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로지 흑염처럼 육체의 내구력으로 버티던가 아니면 공격을 약화시키는 방법뿐이다.

파멸유혼검에 달라붙게 하는 대신족의 광대한 신력과 권능이 일순 멈칫거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코에 서있는 진리 할아버님의 몸을 위성크기의 오른쪽 주먹으로 쳐갔다.

과거에 반항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400개가 넘는 주우주의 지배세력으로 올라선 대신족의 오리진 으로서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질 수 없었다.

아니, 수만 따지면 수십억이 넘는 대신족의 창조신들의 광대한 신력지원을 믿고서 혹시나 해보는 일이다.

최소한 신력만으로 따지면 대신족의 오리진인 자신을 능가하는 존재는 몇 없었다.

신력만으로는 10중심조차 능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들보다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력이 낮아도 전투에 있어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예상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저들이다.

역시 진리의 얼굴에 냉소가 떠올랐다.

“늦다-!

그리고 집중이 약해.

지원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본인이 약하면 헛일이다.”

꽈르르르르르릉-! 파드드드드득-!

수천 개가 넘게 발현된 조 단위의 신력을 가진 모든 방어권능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갈라지고 파쇄가 된다.

휘둘러졌던 오른 주먹조차 왼팔에 너무나 가볍게 막혔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허무하게 막혀나가자 맥이 탁 풀려나간다.

‘역시 권능과 신체단련의 급이 너무 다르면 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이 없다.

물리력의 차이는 신체가 상쇄하고 권능의 차이는 신력의 고하를 뛰어넘는다.

써클이 위인 존재에게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원세력의 신력지원은 어디까지나 강해지기 위한 길을 닦을 뿐이다.

오리진으로서 휘하세력의 지원을 받아 1,000조가 넘는 신력을 발동시켜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통제되지 않는 권능 따위는 10중심 급의 존재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것도 겨우 최고위 일족에게도 막할 힘이지.

그런데 내게 반항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쓸데없는 반항은 그만두고 성멸을 제한한 모든 권한을 다시 되돌려라.

일단 한 대맞고 집으로 돌아가라.”

꽈우우웅-!

파멸유혼검의 검 끝이 코끝에 닿은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내부를 강타했다.

동시에 의식이 사라지며 신체 전부가 본래 있던 가문으로 강제 전송되는 것이 느껴진다.

‘저의 공격은 진리 할아버님에게 안 통하지만 성멸의 공격은 최고위 일족에게 통했습니다.

행성크기의 압도적인 크기에서 품어지는 파괴력과 비록 자신의 것이 아닌 증폭한 신력의 공격이 완벽하게 동시에 발동되며 10중심 일족의 최고위 일족을 1격에 소멸시켰단 말입니다.

그것은 대신족이 저 괴물 같은 10중심의 일족을 능가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제가 할아버님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됩니다.

500억년 만에 발견된 흐릿한 가능성입니다.

만들어진 인형이든 뭐든 상관이 없습니다.

진리할아버님 부디 자비를-!’

자신의 의지는 분명히 전달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애원해도 대답은 항상 똑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일단 도망이었다.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도망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최소한 반죽음으로 끝난다.

‘성멸을 이대로 두면 또 가망 없는 일에 소모될 것이다.’

“안 돼-!

공정성이야말로 지배의 진리다.

능력도 자격도 없으면서 칭호를 완전개방한 절대자들에게는 나의 영원의 심판이 내려진다.

그것이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에게 부여한 유일한 제한이다.

이놈이 제한을 풀고 가라니까 감히 도망을 가려고-!”

대신족의 오리진은 진리의 거절의 말과 함께 전력으로 차원이동을 발동시킨다.

성멸과 함께 사라지자 화가 난 진리는 파멸유혼검을 들어서 빈 공간에 찔러 넣었다.

푸욱-!

공간에 구멍이 뚫리며 저 멀리 도망을 치듯이 황급히 멀어지는 대신족의 오리진을 보며 혀를 찼다.

‘가진 신력이 광대하다보니 정말 빠르고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발군이기는 하다.’

쫓아가서 잡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인데 그럴 여유는 없었다.

나중에 단단히 버릇을 고치기로 하고 다시 공간을 닫았다.

성멸이 종족권능을 발동시키지 못해도 아직은 변동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치이-! 이 철없는 손자 놈!

그런다고 멈출 줄 아느냐?

그래도 자격은 아직 충분하다.

오히려 난이도를 상승시킨 것은 너 인줄 알아라.”

열이 받아 화가 난 진리의 뒤로 1명의 인영이 은밀하게 이동한다.

슬금슬금.

신체도 어느새 거의 투명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대신족의 오리진을 강제 전송시키느라 잠시 풀려난 마도신의 오리진이,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몸이 흐릿해지며 조금씩 포복을 하며 진리에게서 벗어나려는 중이었다.

다시 발동된 마도신의 현실부정에 의해 인식이 일그러지는 현상에 10중심들조차 눈살을 찌푸린다.

우습게 도망을 치는 모습이지만 위협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인식조차 어긋나는 것을 보니 공격을 맞추기는 무척이나 힘들 것 같군.’

더구나 느껴지는 신력과 경지는 결코 자신들의 밑이 아니다.

방금 나타났던 대신족의 오리진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건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힐 정도다.

공격을 맞지도 않고 동일한 공격력을 가진 난적인 것이다.

‘역시 진리의 혈족이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아.

하지만 결국 우리가 이긴다.’

마음을 다잡고 서서히 흐려지는 인식을 집중해 마도신의 오리진을 확인해 간다.

하지만 더욱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라는 필중의 권능을 가진 흑염조차 이를 부득 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의 현실부정의 마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다.

쿡-!

하지만 그렇게 현실에서 자신을 지우고 도망치려는 마도신의 오리진의 허리를 파멸유혼검이 꾹 눌렀다.

진리가 마도신의 오리진의 흐려지는 모습을 그대로 다시 현실에 강제로 구현시킨다.

“너도 지금 당장 토해내지 못하겠느냐?”

누가 마도신의 오리진이 아니라고 할까봐서 조금만 불리하면 도망을 가려고 해?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달려들어 승리를 쟁취하란 말이다.

이래서 언제 일족을 만들 것인가?

또 흡수한 차원의 권능과 마도는 어디다 숨겼느냐?

당장 돌려주지 못할까?”

진리의 눈 안에 검게 일렁이는 불꽃에 마도신의 오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10중심조차 속일 수 있는 자신의 현실부정이 너무나 무력하게 간파되어 이상했는데 저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불완전한 흑염의 절대자가 발동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아닌 진리가 발동하는 완벽한 직감의 권능의 총화라면 어떤 마도신의 권능도 무용지물이다.

마도의 힘이 없이는 겨우 10중심급인 입장으로는 저항도 불가능하다.

이래서 혼란 중에 재빨리 도망을 가려고 했는데 완전히 어긋났다.

“아하하하하핫-!

아예 승산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역시 완전한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는 마도신의 현실부정 따위는 전혀 안 통하는군요.

썩을 불공평한 직감의 권능의 같으니라고!

왜 흑염이 마도신 뿐 아니라 모든 관리신의 천적인지 알려주는군요.

무엇보다 과연 진리 할아버님-!

저의 회심의 현실부정의 권능조차 이렇게 파악하시다니 이 어린 손자는 감복!

정말 감동했습니다.

우리 가문의 자랑이시며 희망이신……, 꽥-!”

“대화하면서 수를 짜내는 것을 보니 넌 여전하구나.

절대로 도망 못 친다.”

화아아아악-!

흑염의 불꽃의 빛이 그대로 마도신의 오리진의 전체를 비춘다.

다시 흐려지려던 몸이 명확해져간다.

몇 번인가 몸을 다시 투명하게 하려고 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의사를 전달해간다.

“그냥 이 녀석은 넘어가 주십시오.

기억을 흩어보니 울보에 겁쟁이입니다.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본인의 마탑을 쌓으며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능가하기 위한 마도진을 만들면서 어떤 추태를 부렸는지 아시면 정나미가 뚝 떨어질 것입니다.

이 녀석은 단지 끈질기며 포기할 줄 모르고 악착같이 버티는 재질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마도신은 인재부족이라서 이런 놈도 필요하지요.

거기다 익히기로 악명 높은 차원의 절대급의 마도신이라니 언제 또 생길지 모릅니다.

허락하신다면 제가 대신 영원의 심판을 감당하겠습니다.”

의외의 말에 진리의 눈이 반짝 빛나며 반문을 한다.

주변의 10중심들이 당황하는 표정을 보면서 즐겁다는 표정이 떠올렸다.

‘이 아이는 능력만으로 바람가에서 수위에 드는 존재이지만 너무 강해져서 진실에 닿았다.

그리고 그 처참한 진실을 박살내기 위해 현실에 관여하지 않고 수련만을 쌓았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현실에 나서겠다는 경우는 처음이다.’

마치 세상이 싫다고 방구석에 처박힌 천재가 거대 회사를 맡겠다고 자청한 경우와 같다.

능력이 안 되면 두들겨 패겠지만 넘치니 고려대상이다.

“호오? 네가?

정말이냐?

그때 이후 어떤 경우에도 현실에 개입하지 않은 네가?”

진리의 물음에 진한 허무와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카하하하하하하-!

지옥과 같은 현실에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거기에 이득이 달려있다면 다르지요.

대신 이 녀석의 차원의 권능과 마도는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의 종족권능이 봉인되고 폭주한 차원의 권능과 마도의 대부분을 잃은 지금은 겨우 창조신급의 마도신입니다.

다시 쌓으려면 장구한 시간을 걸릴 것입니다.

이제 진리할아버님께서 신경을 쓰실 정도가 아닙니다.”

“그렇게도 나의 관리에서 빼내고 싶으냐?

모든 것을 알고 포기한 네가 현실에 다시 개입하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은 무가치하나 감동은 가치가 있습니다.

현실에 개입하지 않는 마도신의 무정한 오리진에게 승리를 안겨준 마도신에게 내리는 가호라고 할까요?

현재 천적과 같은 흑염의 일족에게 이기고는 고사하고 덤빌 무모한 마도신이나 관리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영원의 심판마저 통과하다니 정말 기쁘더군요.

진리 할아버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제가 대신 채우겠습니다.

과정은 다르나 결과는 원하시는 대로입니다.

아니면 제가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고 거부하시겠습니까?”

“아니, 너 이상의 적격자는 없지.

아니, 넘칠 것이다.

지금의 수준으로도 당장 계획을 시동시킬 정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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