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9화
16권
다른 존재에게는 절대계의 최강자인 10중심에 지배종족이기는 했지만 실상은 절대계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와 중간관리자들이다.
진리가 세운 발전과 번영만을 가치로 하는 카르마의 수호자이며 집행자이다.
그리고 그 길을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항상 저렇게 된다.
그나마 10중심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존재가 거의 없어 소멸이나 말소를 시키지는 않지만 대신 항상 두들겨 맞는 것은 일과다.
더구나 다른 10중심들과도 거부권을 행사하다 서로 죽기직전까지 싸우는 경쟁관계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자신들을 이렇게 억압하는 진리에게 대항하는 동맹은 맺어두었지만 정작 본인은 알고도 관심이 없다.
절대계도 발전하는 방향이라면 전적으로 맡기고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해결하기만 하니 적대하기도 곤란하다.
두들겨 맞은 원한만 없으면 더없이 강대한 힘과 세력을 주고 자신들의 힘으로도 곤란한 일이 발생하면 대가없이 나서 주는 더없는 은인인 것이다.
하지만 견디기가 힘들어 치도곤을 당할 각오를 하고 초월자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바람가의 현 가주의 유일용신제의 신룡일족을 보호종족으로 제정하는 망신을 주었는데도 그 사항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혈족이라도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립을 지킨다는 공정성만 확인했을 뿐이다.
더 골치가 아픈 점은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바깥 일이 엉망이라고 진리에게 유일용신제가 죽도록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8인의 절대자들에게 이를 갈고 있다는데 쓸데없는 원한을 사는 행동이었다.
지금도 서로 거부권행사와 그에 따른 결투로 만만찮게 사이가 안 좋은데 이러다가 원수사이가 되면 정말 곤란한 것이다.
그래서 10중심의 중재와 대표를 떠맡고 있는 황금(黃金)은 점점 머리가 아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련기간과 10중심을 맡기 전에 하도 당해서 오기로 대항동맹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건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이고 10중심 중 최강이라고 하지만 실제 전력은 그렇게 차이가 안나니 좋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먹는다.
그래서 중간에서 조율을 하려다 자신까지 말려들어 싸운 적이 여러 번이다.
1대인 황금은 말을 하면 다들 대충은 알아들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패배하지 않으면 결코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흑염은 더럽게 말 안 듣고 만나면 싸우기 바쁘다.’
오죽하면 왜 진리가 만나기만 하면 10중심들을 꼬투리를 잡아 두들겨 패고 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10중심이 진리에게 맞는 것이 이미 상식이니 문제가 없지만 가급적 신입들에게 보여줄 모습은 아니기에 다시 끼어들었다.
아니, 아무리 원수 같아도 같은 10중심의 하나인 흑염의 영역에 무단침입한 대신족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 더 컸다.
“진리시여. 심판의 상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신족들의 난입도 원하신다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툭-! 쿠쿵-!
흑염의 절대자의 목을 잡고 흔들던 손을 놓자 팔다리만 멀쩡하지 엉망진창이 된 흑염의 절대자가 땅에 떨어지며 굉음을 낸다.
그리고 진리가 허공을 쳐다보며 한마디를 한다.
“꺼져-!”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웅-!
화들짝 놀란 듯 올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는 대신족의 창조신과 창조대신들을 쳐다보며 허탈한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절대계와의 대화조차 거부하며 지독하게 달려들던 것들이 아예 작심하고 전력을 동원해서 온 것인데 간단한 지시 하나에 물러가는 것을 보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보다 의문이 더 있다.
‘도대체 대신족들이 왜 온 것이지?
진리에 의해 선별되고 창조주에 의해 선택되었다고 착각하고 잘난 척만 하는 것들이 왜 이렇게 급하게?
더구나 아무리 주우주에서 강해도 10중심 중 하나도 이기지 못해.
무단 영역침범은 당연히 소멸이나 말소를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중죄다.
창조대신이 강력해도 흑염의 절대자가 있는 한 흑염일족을 못 이긴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의아해하는 황금을 보며 진리가 설명을 하듯 말한다.
“방금 대신족의 서열이 모두 바뀌었다.”
“예?”
“저건 최고위 창조대신 서열 1위 성멸(星滅)이다.
해방된 창조신장이 없는 대신족의 입장으로는 지금 실질적인 대신족의 최강자이며 대표다.”
“예? 그럼 저 자가?
하지만 겨우 1조로는 대신족에서 100위 안에도 못들 신력입니다.
그리고 분명 정상적인 상태도 아닙니다.”
어딘가 이상하다.
신력도 능력도 분명 1조가 넘은 대신족인데 존재감이 너무나 약하다.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을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이라는 말에 웃음을 지으며 진리가 말한다.
“그러니 모두 몰려왔지.
용납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존재를 처단하려고 말이야.
더구나 대신족의 서열 1위가 겨우 1조의 신력을 가진다니 용납할 수 없었겠지.”
“그럼 죽여도 된다는 말이군요. 꽥-!”
그렇게 하지 말라는 존댓말을 하면서 반색을 하며 반기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며 손안에 쥔 파멸유혼검을 다시 휘둘러 땅바닥에 처박았다.
과거에는 스치기만 해도 며칠이나 기절을 하던 녀석이 이제 하도 맞더니 이제는 어떤 공격을 받아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지을 정도로 강해진 것을 보니 자신이 멈춘 시간의 흐름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이들이 소중한 것이다.
“영원한 심판을 거쳐 형성된 정식 대신족이 아니니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대신족들이 너에게 고마워 할 것이다.”
“…….”
죽여도 상관이 없다는 말과 동시에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저 먼 허공에 떠 있는 최상위 흑염일족에게 들리도록 외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바보 같은 웃음을 짓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살기와 투기의 집합체인 흑염의 절대자다운 모습이다.
“들었지?
대신족의 이단아이니 죽여도 된단다.
내 허점을 노린 반역 따위는 상관없다.
나의 방심을 일깨워졌으니 오히려 칭찬을 받을 행위다.
하나 패배나 수치스런 승리는 용서 못한다.
상대는 지금 대신족의 전투서열 1위 ‘성멸’이다.
하지만 ‘폭혈’과 ‘파호톤’으로 일격에 죽여 버려라.
흑염일족이 왜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는지 전 주우주에 알린다.”
“……알겠소.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다.
그 앞에 적은 없다.”
비록 자신에 비해 손색이 있지만 거의 완벽한 ‘폭혈’과 ‘파호톤’이다.
최대로 발휘되는 그 위력은 분명 절대계 최강의 것이고 신력 1,000조를 넘는 10중심이라고 해도 무방비로는 죽음을 면하기 힘들다.
1조의 신력을 가진 창조대신(創造代神)은 아무리 잘 쳐주어도 동급의 흑염의 일족을 못 이긴다.
그런데 5조가 넘는 흑염의 최상위 일족을 상대로 소환하다니 한참을 잘못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이상하다.
모두 너무나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왜? 어?”
다른 8인의 절대자들이 이죽거리는 듯이 한마디씩 한다.
“정식절차를 밞지 않고 탄생된 존재를 죽이려고 대신족의 창조대신이 전부 몰려왔다.
그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지.
그런데 일격에 처단이라고?
영원의 심판이라도 하란 소리냐?
큰 공격을 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 어쩌려고?
차라리 견제를 하며 상대를 알아야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발동되지 않는 흑염은 정말 약하군.”
“잘하는 꼴이다.
10중심인 자기 기준을 일족에게 무리하게 들이대는 꼴이라니?”
“전장에 선 일족에게 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완전히 흐름이 엉망이 되었지 않아?”
“차라리 네가 직접 싸우지 그래?”
“……멍청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비난에 슬슬 열을 받아가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면서 황금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댄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 이쯤에서 말려야지 아니면 또 10중심들이 서로 치고받는 난리가 난다.’
10중심의 서열 1위로서 가급적 그런 사태를 막아야했다.
“대신족 서열 1위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창조대신조차 그 권능과 능력은 10중심을 제외하고는 최상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당신이라면 모를까 최상위 일족을 1격에 이기다니요?
무리한 주문입니다.
그리고 위를 보십시오. 흑염.
진리의 징계입니다.”
위를 쳐다보는 순간 저절로 몸이 굳었다.
언제나 직감을 무시하고 생각대로 움직이면 발동하던 파멸유혼검이 또 다른 파멸유혼검에 막혀있다.
안보아도 알 수 있다.
직감을 벗어나 자동으로 공격하던 파멸유혼검을 진리가 막은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머리 위에서 십자로 교차되어 있는 파멸유혼검을 들고 있던 진리가 차갑게 말을 한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나서지 말라고 했지.
그리고 내가 주재하는 심판에 끼어들다니 그렇게 당하고 싶으냐?
하지만 이번 일은 이걸로 없는 것으로 하겠다.
흑염일족인 수장인 네가 함부로 나서서 일족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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