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313화 (224/2,000)

제 313화

15권

머리카락은 흑염일족의 수용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투기와 살기, 오라를 줄기줄기 뻗어내며 사방으로 불타오르고 영역내의 모든 것은 소멸되고 말소된다.

비록 일반적인 절대급의 오의가 가지는 행성을 넘나드는 광활한 영역은 없지만 대신 그 집약도와 농축된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리계열은 물론이고 비물리계열 역시 이 타오르는 흑염 안에서는 모두 말소되는 것이다.

거기에 예외는 없었다.

이제까지 자신을 귀찮게 했던 차원전환의 벽돌들이 남김없이 타오르고 차원결계까지 부서지는 것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너무나 지독한 고련의 시간이었지만 진리가 부여하여 수많은 일족 중에서 가장 먼저 손에 넣은 힘은 진정 만족스런 것이었다.

절대계 최강인 10중심 중에서는 서열 3위이지만 단순한 육박전이라면 모두를 압도할 절대적인 힘이다.

단순한 1성의 폭혈 만으로도 10중심에 근접한 강자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1방으로 죽음을 안겨줄 수 있다.

“1성인 폭음 앞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견디지 못하고 2성인 뇌음은 모든 정신체를 파괴한다.

3성인 멸음은 창조주인 영원체조차 이긴다.

4성이상인 무음이라면 나와 상대라고 무사할 상대는 없다.

과거 1대 흑염의 절대자는 겨우 3성인 멸음 만으로도 무적이고 최강이었다.

오직 진리에게만 무음을 발동했을 뿐이고 그것으로 막아낸 것이다.

이것이 절대계 육체계열의 최강인 ‘폭혈(爆血)’이다.

너 정도는 폭음의 발동만으로도 말살을 시켜줄 수 있다.

그러니…….”

말문이 막혔다.

흑염의 절대자가 발동시킨 폭혈의 여파로 차원전환의 공격수단과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발동시킨 시간가속의 권능으로 만든 차원전환 결계까지 잃은 차원의 마도신의 분위기는 너무나 차분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조용히 교황들에게 의사를 전하고 있었다.

“나를 도운 대가로 너희들의 제한된 부활은 현재부터 완전하다.

내 생존마탑 외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안전과 신병은 신계의 가이아나에게……, 어렵겠군.

아니, 그랑라하에게……, 이것도 아니군.

그렇다고 종속신이나 이계의 정령신들은 말도 안 되겠군.

그 많은 신계의 신들과 인연 중에서 부탁할 존재가 없나?

쿡쿡쿡-! 내 주제에 무슨 부탁인가?

받아줄 존재도 없는데?

잠시 어울리지 않은 감상이었군,

이걸 받아라.”

위이이잉-!

아까부터 차원의 마도신이 손에 쥐고 있던 특히 마력이 농축된 직육각면체가 차원이동을 통해 사라졌다.

차원결계가 사라진 지금 흑염의 절대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흑염일족조차 파악이 될 정도로 백일하에 드러나서 의지의 전달이 알려진다.

‘이건?’

교황의 의문에 차원의 마도신이 드물게 자애가 넘치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차원의 주신성. 아니, 이제 차원의 창조신성의 자폭장치다.

과거 신계 전체와 결판을 낼 때 패배할 것 같으면 같이 죽으려고 만들어 두었지.

나의 마력과 신력, 생존마탑의 마력이 융합되어 발동과 동시에 창조신성을 폭발의 핵으로 하여 지금이라면 소구역 우주(Minor Sector)는 가볍게 소멸한다.

그 안에 생명체는 당연히 모두 말소되고 정신체라도 창조신까지 모두 죽거나 소멸하겠지.

너히들을 건들면 바로 터트리겠다고 협박하고 생존마탑과 주변 대수림 일부의 영역을 인정받도록 하라.

이것이 너희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다.

그리고 잠시 권능을 되돌려 받겠다.”

그러나 교황과 성녀들의 반응은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가볍게 넘겨받은 것이 태양계의 1만 배를 능가하는 영역을 통째로 소멸시키는 폭탄의 기폭장치라니 기절할 노릇이었다.

‘히이이이익-!’

‘놓치지 마-! 이것아-!’

‘꺄악-! 떨어진다―!

잡아-!’

저 멀리 차원의 창조신성의 생존마탑에서 소동이 일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이제 상관없다는 듯이 의지를 끊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에게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499주우주 일반 창조신 프로프라이티 휘하의 예비 창조신중 하나인 차원의 마도신이 절대계의 10중심이시며 흑염의 칭호와 이름을 계승하신 루카 에일레스 2세를 뵈옵니다.”

“하아? 이제 와서?

그리고 왜 근원(根源)이나 차원(次元)은 아니고?

아니, 칭호의 완전해방을 못하니 그런가?

차원은 승인을 못 받았으니 그렇다 치고 자기 주우주의 상위 창조신의 영역까지 다 날려버릴 장치를 부하 생명체들에게 내주고 이제 와서 무슨 소속?”

흑염의 절대자가 가진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알려준다.

차원의 마도신이 넘긴 기폭장치와 폭발할 경우 소멸되는 영역이 진실임을 말이다.

절대계조차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폭탄이다.

그런 걸 자기에게 공을 세운 존재들의 안전을 위해 넘겨준 것이다.

아기에게 감당 못할 권능과 권력을 쥐는 것과 같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힐난하는 것 같은 말에 검은 로브 밑에 가려졌던 얼굴에서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차원의 마도신이 대답한다.

“소속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부여받은 권한과 조직의 보호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어차피 부당하게 버림을 받는 순간 다 날려버릴 것이었습니다.”

“……너 육아하고는 안 어울린다.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자기만 살려는 존재가 아기를 키울 수 있을 리 없지.”

“육아라?

이 아기 말이신지?

죄송하지만 육아는 경험도 없고 성격에 안 맞아서 무리입니다.”

흑염의 절대자의 눈동자가 한없이 커졌다.

수천 겹의 절대급의 차원결계 안에 흑염의 아기가 1명 갇혀있는 것이다.

황급히 뒤돌아 본 결과 갑자기 사라진 아기로 인하여 자신의 반려가 당황해하고 있었다.

무력하게 자신의 아기를 빼앗긴 것보다 더한 마음의 충격이 흑염의 절대자를 덮쳐왔다.

“어떻게-? 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뚫고서-!

아무런 감각이 없었는데?

아니, 지금 감각이 온다고?

내가 늦었다고?”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과 방금 전까지의 차원전환과의 2배 이상 빨라진 공격이 머리를 스쳤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차원의 마도신의 연산력이 2배로 늘어나 차원전환역시 빨라졌다.

권능은 분명 발동했지만 하지만 한참이나 늦은 후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어느새 완전히 물질화될 정도로 집중된 26쌍의 날개 외에도 흐릿한 1쌍의 빛의 날개를 추가한 차원의 마도신이 설명하듯 말한다.

“완성된 권능과 미완성된 권능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항시 유지형 권능의 종합적인 문제입니다.

항시 유지형 권능은 편리하지만 연산력과 출력의 안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흑염의 절대자께서는 숙련도 부족으로 대략 1만 번의 1번 정도 발동이 극히 미세하게 조금 늦으시더군요.

또 폭혈(爆血)을 발동시킨 순간 출력의 급증에 의한 혼란으로 일시적으로 권능이 낮아지셨습니다.

그걸 본래의 연산력으로 발동한 차원전환으로 순간적으로 뚫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흑염의 권능은 발동 직후에 안정되기까지 큰 허점이 있군요.

위대한 절대계의 10중심 중 하나이신 흑염의 절대자이시여.

빨리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완성시키지 않으시면 정말 곤란하실 것 같습니다.

다른 10중심께서 이 문제로 말씀을 안 하시던 가요?”

파멸유혼검에 맞은 것보다 더한 충격이 흑염의 절대자에게 닥쳤다.

잠시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다.

끝없는 투기와 살기의 집합체의 흑염의 권능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최대출력을 올린 순간 너무나 급격한 능력향상에 다른 권능과 감각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순간이지만 방금처럼 허점을 찔리면 치명적이다.

약간의 허점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신체의 강대함을 보유하고 있기에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엇인가를 지키거나 실수가 용납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용납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분노하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수많은 시간과 수련, 협력을 한 다른 8인의 절대자들에 대한 감정이었다.

“이……, 이 놈들이 뭐 같은 10중심?

8인의 절대자로서 협력하여 ‘진리’로부터 독립?

그런데 이런 문제를 말을 왜 안 해?

내 약점을 나중에 찌르려고?

동료 좋아하네?

그래서 내가 서열결정전을 하려고 할 때 이것들을 모두 때려죽이려고 했구나―!”

눈자위가 허옇게 될 정도로 분노하려는 흑염의 절대자의 모습에 차원의 마도신의 감각과 권능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영원한 심판의 최종상대로 차원의 결계에 잠시 가둔 흑염일족의 아기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찾는 중이었다.

본래 목적인 영원한 심판의 최종상대인 흑염일족의 아기를 손에 넣고도 승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갓난아기라고 착각했다.

신력 1조에 흑염의 권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것도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라니?

신력 100억으로는 이빨도 안 들어가는 신체에 권능까지 완벽하면 내가 무슨 수로 이기는가?’

흑염일족의 아기와 싸우기 전 정밀 분석한 결과는 충격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아무런 승산이 없는 것이다.

아기 자체의 신체능력도 1조를 넘어서 있고 비록 표면적으로는 바람성의 강아지보다 못한 위력이지만 이성이 거의 없는 본능만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흑염의 권능은 ‘투기’와 ‘살기’, 즉 본능과 직감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

순수한 흑염의 권능 면에서 흑염일족의 아기만큼 완성된 존재도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성장으로 만들어진 흑염일족이 아닌 그들 사이에서 생성된 순수한 흑염일족이라서 위기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이 안 된다.

아마도 약간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신체 강화계 최강의 권능인 ‘폭혈(爆血)’을 숨 쉬는 것처럼 구사하고 현자계열인 자신에게 치명적인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완벽하게 발동시켜 달려들 것이다.

물론 일반 10조가 넘는 신력을 가진 흑염일족이라면 아기들 장난이지만 100억인 자신에게는 한 대만 맞아도 죽는 것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아직 순수한 아기이며 순혈의 흑염일족 인만큼 잡생각이 없어 권능의 구현은 지금의 흑염의 절대자처럼 약간의 착오도 없다고 예측된다.

물론 위력은 흑염의 절대자와 비교할 수조차 없지만 완벽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발휘하는 1조이상의 흑염의 아기의 공격은 완벽하게 상대에게 적중한다.

겨우 100억의 본신신력을 확보한 지금의 자신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과 같다.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직접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결론적으로 도저히 못 이기겠고 적의를 가지고는 직접 접촉조차 아예 안 된다.

은밀한 절대이상의 권능으로 보호조치가 되어있어.

아기가 상처를 입는 순간 몇 배의 반발력이 작용하게 되어있다.

이건 진리께서 하신 일인가?

아님 다른 10중심인 황금(黃金)? 대신(大神)인가?

바람성에 사는 흑염의 일족을 이렇게 직접 보호를 하다니?

아무리 절대계의 10중심의 일족이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이 수호권능이 없어도 이 모습만 아기인 괴물은 1조가 넘는 신력을 가진 흑염의 신체와 감각으로 내 마력과 권능의 여파조차 모두 튕겨내고 있어.

그리고 본능적으로 너무나 정확하게 나를 파악하고 바라보고 있다.

자극하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보기에는 귀여워 보이지만 현자계열의 권능을 쓰는 자신에게 이런 끔직한 상대도 없다.

속임수나 어떤 현혹, 현실부정의 방어도 안통하고 본신에게 직격을 쏟아내는 상위 써클의 전사라니 마도사에게 이런 악몽도 없다.

더구나 귀하게 태어나신 덕분에 이런 힘을 아무 대가없이 가지고 있고 철저한 보호조차 받는 존재에게 배알이 뒤틀려 저절로 이가 갈려진다.

자신도 인간시절 마도제국의 황자였고 생물체들 중 가장 강력한 7써클의 초월자였지만 정말 재수가 없고 입을 잘못 놀린 죄로 단 한 번도 편안을 누린 적도 없이, 끝없이 싸워 쥐꼬리보다 못한 보상을 끌어 모아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특혜를 다른 이가 편안하게 누리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다.

‘으득-! 역시 난 애가 싫어.

특히 도련님들은 더욱 그렇지.

특히 과보호된 잘나신 집안은 아가들은 손대면 피곤하고 대책이 안서.

이 문제를 어찌 푼다?

결국 언제나처럼 희생을 각오하고 가장 문제인 부분을 부수는 수밖에 없다.’

고민을 하면서 전투를 결정하는 순간 심장에서 욱신거리면서 저절로 검은 불꽃같은 투기가 피어오른다.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서 발생한 신체의 일에 저절로 불쾌한 감정이 치솟는다.

흑염의 일족 중 상대를 검색하면서 특정상대를 확인하자 바로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게 안 알려주어도 이길 수 있는 알고 있으니 경고할 필요는 없다.

왜 그런지도 차원인 나의 분석력으로 파악하니 그렇게 시끄럽게 하지 마라.

네가 재촉하지 않아도 나는 싸운다.

단지 조금 더 때를 기다리고 조건을 만들어야 해.’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경고하듯 말하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움직이기 거부했다.

그러자 연산력을 총괄하는 머리와 다르게 가장 폭혈을 잘 발동시킬 수 있는 심장에 몰아넣은 흑염의 권능이 요동치며 위로 향한다.

2만년동안 단련된 전투감각과 본능이 흑염의 권능과 만나서 절대적인 권능을 일깨웠다.

자신도 직감의 절대적인 권능을 어느 정도 깨달은 것이다.

권능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자신의 마도와 결합하여 독특하게 발전되었다.

신체 강화를 담당하는 흑염 권능의 독립적인 기초 자아가 생겨 버렸다.

연산력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분리 흡수한 흑염의 권능이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다만 이해타산을 구분 못하고 직감에 따라 몸을 움직이려는 반사 신경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직감을 거부하면 아예 강제적으로 몸을 점령해 움직이려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흑염 권능의 자아여, 내게 도전인가?

나의 차원의 권능에게서 얻은 지식과 정보로서 생겨난 주제에 건방지구나.

그리고 왜 그렇게 투기와 살기의 결정체로서 피와 전투를 갈구하는가?

네가 원하지 않아도 나의 삶은 원래 그러하니 멈춰라-!’

그러나 말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하듯 더욱 속도를 올린다.

목적은 오직 하나 두뇌의 장악이라는 것은 안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대로 흑염의 권능에 머리를 장악당하면 바로 미쳐 날뛰며 가장 약한 흑염일족에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약해도 신력이 2조를 뛰어넘는다.

그런 상대로 미쳐 날뛰다가는 겨우 본신신력이 100억인 나는 바로 끝장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웃음이 나올 뿐이다.

‘내 자아를 침범?

하하하하하-! 갓 생겨난 어린 본능 같은 주제에 단지 간접경험만으로 나를 어찌 해 보시겠다!

현실에서 발기발기 찢기는 전투를 수없이 반복하고도 멀쩡히 잘 사는 나를 갓 태어난 주제에 이겨 보시겠다고?

꿈도 크다-!’

파스스스슥-!

몸 안에서 25억의 신력을 가진 흑염의 권능과 75억의 본신신력의 권능이 부딪치며 의지를 겨룬다.

신력이 3배나 차이가 나지만 위력은 당연히 흑염의 권능이 위이다.

하지만 본신의 신력이 자연스럽게 제압해 간다.

흑염의 권능의 자아가 보이는 전투에 대한 갈망은 ‘차원’의 정보를 얻어 마치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용사를 동경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런 동경은 처참한 용사의 과거와 험로를 직접 겪으면 모두 사라질 꿈에 불과하다.

직접 전투를 경험 못한 흑염권능의 기초자아가 가진 살기와 투기 따위는 높지만 순도가 너무나 낮다.

그래서 현실에서 직접 처절한 전투를 치룬 자신의 의지와 투기 앞에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심장으로 모인다.

아예 없앨 수도 있지만 그러면 겨우 얻은 흑염의 정기와 권능이 완전 사라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달래듯이 말을 한다.

‘너는 아직 갓 태어나고 차원의 자아까지 흡수해서 직감이 순수하지 않아.

흑염의 절대자처럼 주변 환경과 본인까지 고려한 완벽한 직감이 아니다.

네가 고른 상대는 흑염일족 중 가장 약하지만 나의 상대로는 최악이 될 수 있다.

상대가 약하다고 바로 덤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마도신은 전투 전에 준비로 승부를 결정을 짓는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아기가 안 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상대를 확정해야 해.

방책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

마치 화가 난 애완동물을 달래듯이 다독이자 겨우 가라앉는다.

이런 식의 달램은 본래 성질과는 절대 안 어울리지만 워낙 신체능력 향상의 효과가 크니 버릴 수 가 없다.

2만년동안 머리를 제외한 신체와 심장에 한정해서 받아들인 흑염의 정기는 겨우 25억이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도 과거와는 격이 다른 육체의 강함을 확보했다.

그의 오의를 익혀서 동급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전능의 휘’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나의 신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충 몸은 정리했고 그럼 다시 상대를 골라볼까?

어차피 흑염의 절대자를 대상으로 한 준비였다.

주우주 전체와 맞먹는 흑염의 바람성 덕분에 완성시킬 수 있었어.

흑염일족이라면 누구든 끝장을 내준다.

하나 상황이 안 좋아.

최악을 뛰어넘는 신력이고 권능이다.

직감과 본능을 중시하는 저들에게 나의 현실부정의 마도가 상대하기 곤란하다면 나에게는 치명적이다.

1격에 끝을 내지 않으면 무조건 내가 죽는다.

제대로 이기려고 한다면 나 역시 상대를 잘 골라야 해.’

결국 흑염일족이 외부와의 전투에서 우열을 결정짓는 것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다.

직감이 절대적인 권능으로 변화한 저 권능만 아니라면 힘만 강한 흑염일족은 결코 자신을 찾아내거나 공격할 수 없다.

흑염의 바람성의 생명체들과 시간가속의 2만년의 전투 끝에 완성시킨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은 흑염의 절대자조차 반격을 하지 못하고 전력으로 막아야 할 정도이고 비록 허점을 노렸지만 분명 방어를 뚫어냈다.

그것은 자신이 작정하고 피하거나 은신을 하면 흑염일족이 자신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순수한 본능의 집합체인 아기라면 차원결계와 현혹의 방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을 뻔히 쳐다보는 지금처럼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상대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더없이 소중한 흑염일족의 아기를 손에 쥔 자신을 노려보는 다른 흑염일족과 다르게 흑염의 절대자만을 쳐다보는 흑염의 일족을 말이다.

‘찾았다-!

쿡쿡-! 크크크큿-! 없을 리가 없지.

아무리 절대적인 힘의 차이가 나는 흑염의 절대자에 의해 지배되는 흑염일족이라도 결국 생명체이고 집단이니 말이야.

그리고 참으로 다행이다.

가장 중요한 흑염일족의 아기보다 좋든 싫든 자신들을 수호하고 대표하는 흑염의 절대자에 대한 악감정이 저 정도라니?

실로 현실부정의 마도를 다루는 나의 상대로 어울리는 존재로다.’

또 다시 심장이 욱신거린다.

심장의 흑염의 권능자아가 경고한다.

상대의 힘은 흑염일족 중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10조이상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가진 1,000조에 비해서 너무나 약하지만 흑염의 일족 중에서 최상위라고 할 정도의 힘이다.

다른 2조의 신력을 가진 흑염일족이 있는데 5배 이상의 강자와 싸우려는 자신을 말리려고 하는 흑염의 권능에게 속삭이듯 의지를 건넨다.

고통은 주지만 그래도 자신을 걱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누구도 걱정을 해주지도 않은 채 홀로 처참한 전장을 떠돌았는데 생경한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아직 어리다는 것이다.

어차피 흑염의 일족을 상대하려면 위험도는 거의 같다.

저 상대가 나에게 가장 이익이 된다.

자아-! 네가 그렇게 바라던 전투의 시작이다.’

하지만 본능의 총화인 흑염의 권능과 나의 현실 부정의 마도와 차원은 상극에 가깝다.

신력의 높고 낮음에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오로지 누가 더 완벽한 기회를 잡았는가에 따라서 갈릴 것이다.

그래서 승산은 아직 나에게 있다.

‘저들은 진리에게 받은 흑염의 권능을 발전시키기는 고사하고 제대로 습득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끝없이 보완하고 발전시켜 왔다.

무엇보다 나는 저들을 잘 알지만 저들은 나를 아예 모른다.

미지에 대해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지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는 것들이 어찌 되는지 철저히 가르쳐 주리라.

보거라. 네가 몸을 담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힘을-!’

그렇게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자 다시 심장의 욱신거림이 멈춘다.

나름대로 납득한 모양이기에 다음 행동을 바로 시행하려 했다.

그 순간 다시 심장이 소스라치게 놀란 듯 다시 맥동한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작게나마 직감으로 안 것이다.

약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직감의 권능의 말단이라고 잘 읽고 있다.

현자계열로서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로 도발을 하고 있다.

“이 쳐 죽일 놈이-!

누구를 던져-!”

흑염의 절대자가 분노가 극에 달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황급하게 몸을 뒤로 날리는 것이 보인다.

급격한 신체능력의 향상에 흔들린 모든 권능이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분명 직감만으로 상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알아채고 먼저 움직였다.

그 모습에 차원의 마도신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완벽하게 발동하는 흑염의 절대자는 현자계열로는 상종을 못할 괴물이로군.

완벽한 현실을 구현하는 이성의 최고봉인 회색의 현자가 유일하게 흑염과는 거의 원수지간으로 싸웠다기에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납득이 간다.

흑염의 절대자는 아무런 준비를 안 해도 아무 노력도 없이 상대의 모든 것을 다 알아채고 가장 효율적으로 대비한다.

현자가 주변의 환경과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모든 계책을 흑염은 장난처럼 부수거나 바로 현장에서 반사적으로 시행한다.

그런 흑염 앞에서는 현자의 모든 노력이 쓸모가 없고 계획의 준비는 무가치로 돌아가니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잠시 상대하고 있는 나도 이렇게 울화가 치미는데 말이야.

미숙한 지금도 이런데 완전해지면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겠군.

어차피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니 내 할 일이나 하자.

조사는 끝났지만 마지막 직접 확인이 필요해.

잘 가렴.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니 다신 보지 말자.”

가볍게 손을 내젓자 차원결계에 잠시 격리시켰던 아기를 그대로 차원전환으로 앞으로 최대한의 속력으로 쏘아내었다.

휘이이이익-!

공간과 차원의 사이를 급속하게 가르며 쏘아지는 흑염일족의 아기를 받아낼 수 있는 궤도로 진입한 흑염의 절대자가 외치는 극도의 분노가 섞인 외침이 그대로 차원결계를 부술 듯 뒤흔든다.

“직감이고 뭐고 죽여 버리겠다―!

차원의 마도신-!”

“너무 도발했나?

절대계의 고귀하고 위대하신 10중심께서 하찮은 499주우주의 예비 창조신의 이름까지 불러줄 정도로?

하지만 어쩌나?

이 방법밖에 없는데……, 쿡쿡쿡쿡-!”

감당 못할 상대에게 너무 원한을 사는 것 같아 잠깐 후회가 밀려왔지만 자신의 현 수준으로는 다른 수단이 없다.

언제나 이런 힘든 전투였고 그래서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아니, 자신만이라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라는 악명조차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결코 자랑스럽기는 고사하고 수치스런 투신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어서 여기로 끌려와 대책도 없이 벌레로 절망에 빠져 있었겠지.

겨우 여기까지 준비해서 바로 통과직전까지 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더한 무덤을 파고 있는 것 같은데?

전투력만 따지면 절대계의 최강이라는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사망선고라니?

이것 참 영광인가?

절망인가?

하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 별 수 없지.

명예로운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

너무 멀지.

정말 도착은 할 수 있으려나?

2만년을 전투로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올려도 결국 이 꼴인데 말이야.’

차원전환으로 던져진 흑염일족의 아기를 받아내기 위해 전력으로 몸을 날리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흑염의 아기는 정확한 위치에 바르게 들어갔다.

흑염의 절대자가 아기를 받아내는 위치도 계산대로 아주 좋다.

그래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흐르고 있으니 반응을 보면 된다.

‘모든 것을 준비한 계획에 맞추어서 도저히 타도할 수 없는 상대를 이긴다.’

이래서 현자계열을 벗어날 수 없다.

쉽게 강해질 수 있는 흑염의 권능의 대부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최소한만 흡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투신의 본질은 결국 마도신인 것이다.

전투에 대한 희열과 승리에 대한 기쁨은 물론 크다.

하지만 끝없이 준비하고 수련하여 자신이상의 강자를 이기는 것에 가장 희열을 느낀다.

그것이 터무니없이 강하고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더욱 좋았다.

현실의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차원의 권능과 마도를 총동원하여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넘어서는 순간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낙이었다.

이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기에 그 힘든 전투와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단지 버티는 심정이었다면 이미 이계로 도망갔을 것이다.

겨우 10써클의 칭호를 가진 절대자는 수를 셀 수 없이 많고 소멸하는 수도 많다.

낙오자 하나를 쫓아서 이계까지 추적해올 정도의 인지도는 그때는 없었다.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을 보인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다르겠지만 최소한 그때는 도망치면 끝이었다.

‘후후후후후-!

이런 시련과 전투는 입을 가볍게 놀려 약속을 한 대가로는 지독하지만 어쩌겠나?

모두 내가 자초한 것이니 내가 책임져야지.

덕분에 이런 강자들과 세력들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진리’께서 주신 권능과 칭호의 덕이니 감사할 뿐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인간은 상대에 대한 원망보다 감사가 먼저이니 말이야.

내가 받은 은혜를 다 갚아드리기 전에는 도망칠 수 없지.’

‘진리’와 맺은 경솔한 약속 하나로 벌어진 자신의 힘겨운 삶에 대한 깊은 자조적인 웃음과, 다가올 계획의 완성에 살기와 투기가 섞인 표정을 짓는 차원의 마도신이지만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흑염의 권능이 보이는 절대계 최강의 전투력을 가지는 흑염의 절대자를 도발한 일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더구나 직접 이름까지 거론하며 죽인다고 공언했다.

직감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나 예측할 정도다.

그래서 심장에 머문 흑염의 권능이 보이는 발작적인 움직임에 커다란 웃음이 나왔다.

“너 이제 보니 승리를 위한 직감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직감이로구나.

흑염의 절대자의 사망선고에 이렇게 절박하게 반응을 하다니?

아하하하하핫-!

정말 치열하게 삶만을 추구한 나에게 어울리는 흑염의 권능이로군.

크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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