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2화
15권
흑염의 절대자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당황한 전뇌신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이 권능으로 얻은 정보를 다른 이에게 납득이 가게 설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직감으로 얻은 사실에 대한 설명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이래서 흑염의 절대자는 혼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절대계의 일부를 다스리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전뇌계와 일족이 필요한 것이다.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전뇌신의 눈에서 현란한 빛이 복잡하게 교차하며 바람성의 허공을 가득채운 벽돌들이 이룬 모양을 확인한다.
수없이 빛나는 마력이 마도를 실현하는 문자와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강화하는 권능이 중첩되고 이어져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마력 증폭진에 정기를 마력으로 전환하는 변환진의 조합인가?
행성을 덮을 정도이지만 겨우 평면의 마도진이라니 지극히 원시적이군.
그런데 어떻게 이게 14써클을 구현하지?’
이와 비슷한 것은 잘 알고 있다.
강화된 대신족의 행성표면에 ‘진리’가 아로새긴 능력증폭의 마도진이었다.
거기에 비해 이것은 지극히 낙후되어있고 비능률적으로 형성되었지만 그만큼 순수하다.
그래서 더없이 정순한 마력을 뽑아내어 마도진의 중심에 위치한 차원의 마도신을 강화하고 있다.
“행성크기의 마도 증폭진인가?
하지만 겨우 그걸로 어떻게 14써클을 감당하지?
또 10조 이상의 출력을 감당을 신체가 어떻게?
다른 특급 전뇌신 긴급호출.
연산력 병렬연결.”
이해가 안가는 사태지만 순식간에 연동된 다른 특급의 전뇌신들이 근접한 해답을 도출해 온다.
“흑염의 권능으로 강화된 신체는 1조의 출력을 온전하게 감당이 가능함.”
“근원의 칭호로 생명력이 강화된 신체는 투지가 유지하는 한 불사와 재생력을 보장함.
그것으로 현재 10조가 넘어 붕괴되는 육체를 재생하고 있음.
신체만으로는 일시적으로 10조 이상의 마력이 필요한 14써클을 다룰 수 없음.
연산력이 부족함.”
“하나 현재 14써클의 마력을 구현하고 있음.”
차원의 마도신의 주변을 중심으로 끝도 없이 증폭되어 확장되고 있는 마력의 고리의 개수는 모두 14개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본래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신들에 비해 수준이 저열하지만 일부분은 우위에 있는 차원의 권능을 가진 마도신이다.
더구나 익숙한 권능이 아닌 마도라서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권능이 아닌 마도로 판정.
추가 판단 필요.
징계 대기 중인 차원의 마도신의 담당이었던 특급 전뇌신 르 사루비아의 복귀를 제안함.”
“판단결과……, 승인함.”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을 실패하여 직위를 해제당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특급 전뇌신의 복귀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본래는 아무리 특급의 전뇌신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하나 지금 거래하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는 10중심(10Mainstay)중 하나다.
절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처분에 거부권이 있는 10중심은 8인의 절대자와 1인의 초월자, 1인의 현자를 말한다.
여기에 10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절대계의 최상위 강자들이 이끄는 지배세력에는 8인의 절대자의 일족들과 초월자의 혈족인 바람가의 대표, 그리고 이들과 비견될 강자가 없어 유명무실하지만 회색의 현자의 계보를 잇는 전뇌계가 있다.
이것이 절대계를 지탱하는 10개의 중심이며 모든 권력의 핵심이다.
이들의 의사에 의해 절대계의 발전이 추진된다.
그래서 너무나 멀리 있던 진리의 목표의 결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들 10개의 중심은 오르지 ‘영원한 행복’이란 절대로 불가능한 목표를 위하여 일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벗어나면 진리가 직접 개입하여 징계를 내린다.
이들 10명이 주요 사안을 만들고 집행하지만 단 1명의 반대가 있으면 어떤 일도 중지된다.
흑염이 바람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새로이 만들어진 8인의 절대자들이 서열과 거부권을 취소시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미쳐 날뛰며 다른 8인의 절대자와 호위세력, 전장으로 주어진 지역우주 정도의 구역을 초토화했다.
절대계에서 그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나 8인의 절대자 모두가 중상을 입고 활동을 멈춘 덕분에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다른 주우주의 용병신들의 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문제였다.
자신들의 주우주로 돌아간 자들은 상관없지만 남은 자들은 절대계에서 자리 잡고 강함에 대한 권리와 영역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끝없이 정순한 강자만이 존재하여 다른 주우주와는 비교할 수 없이 확장되고 강해지던 절대계의 발전이 느려졌다.
그 일에 대한 징계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완성까지 ‘영원한 심판’의 집행관의 의무이다.
덕분에 흑염의 영역에 있는 외부의 일은 모두 전뇌계에 맡겨서 처리하고 있고 가장 자신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뇌계가 지금 흑염에게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10명중 하나라도 거부하면 중지되는데 어떤 일도 추진 될 리가 없다.
각자의 세력에 이해관계가 다르니 말이다.
그래서 하나의 조항이 추가된다.
‘거부권을 행사한 10중심이 다른 찬성을 한 10중심들에게 패배하면 그 거부권은 무효가 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다수결이고 뭐고 강자가 반대하면 끝이다.
그러나 그 강자가 패배하면 반대역시 무효다.
그러니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고 싶다면 강해져서 싸워라.’
정말 강자중의 강자만이 모여 있는 절대계에 어울리는 철칙이다.
그리고 모든 주우주와 절대계까지 관리하는 전뇌계가 존폐의 위기에 몰린 이유이기도 했다.
전뇌계의 대표가 거부권을 행사해도 다른 10중심의 1명이 전뇌계의 대표를 패배시키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전뇌계의 전체 능력은 10중심을 하나를 맡을 정도로 강대하지만 어디까지나 관리신이다.
직접 전투력으로는 다른 10중심의 1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물론 다른 10중심들도 다수가 찬성하는데 홀로 거부권을 행사하고도 무사할 리가 없다.
찬성을 한 다른 10중심과 끝없는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개인의 거부권의 행사는 없이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쪽으로 흘러가는데 독자의 정보관리체계를 갖춘 10인중들이 전뇌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진리에 의해 영역 밖으로 못 나오는 초월자들의 혈족인 ‘바람가’와 징계 중이면서 가장 연산력과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흑염 일족’이다.
하지만 바람가는 자신들을 능가할 관리신들이 이미 혈족으로 있기에 불안하다.
영역제한 때문에 나서지 않지만 언제든지 허락만 있으면 전뇌계 대신 권한을 얻으려 나설 것이다.
아니, 그들에게는 다른 10중심이 모두 필요 없다.
바람가가 과거 진리에게 도전했다가 패배하고도 중용을 하고 있는 자신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을 모르는 존재는 없다.
진리의 허락만 있으면 바로 절대계 전체를 장악하려 달려들 것이다.
그럼 전뇌계는 잘못하면 정말 본래 용도인 회색의 현자들을 따르던 자들의 감옥이 될지 모른다.
결국 다 소거하고 남은 것은 유일하게 흑염의 절대자이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 자존심 강한 다른 특급의 전뇌신이 합심할 지경이다.
더구나 칭호를 완전 개방시킨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를 작성하여 ‘영원한 심판’을 불러 직위가 해제되고 징계를 기다리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을 관리하던 특급 전뇌신까지 긴급 복귀하였다.
그렇게 모인 특급의 전뇌신들의 숫자 역시 총 10명이다.
하나는 대표이지만 다른 9명이 철저하게 10인중을 분석하거나 다른 전뇌신들이 실패한 일을 맡는다.
과거를 조작하여 현실을 바꾸는 권능을 가진 특급의 전뇌신 10명이 모이면 어떤 과거도 조정가능하다.
그것이 비록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을 가졌다고 피할 수 없다.
더구나 담당 전뇌신이 직접 개입한다면 어떤 상대도 피할 수 없다.
복귀한 특급 전뇌신 르 사루비아가 과거에 흐릿해서 분석을 포기했던 모든 과거를 다시 구현한다.
혼자서는 차원의 마도신이 같은 시간계열이라 무리였지만 10명이 모인 이상, 10인중이 아닌 이상, 이상이 없다.
특급의 전뇌신이 연산력을 병렬 연결한 기계적인 음성으로 차원의 마도신의 과거에서 읽어드린 정보를 보고한다.
완전히 파악된 이상 마치 본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상세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마신황제에게 부여된 기술에서 과거를 읽어 약점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욱 발전된 것이다.
상대의 모든 정보를 밝혀내어 반드시 대책을 수립한다,
“확인 완료.
마도명 ‘행성 마탑’으로 확인됨.
그 능력은 행성 전체를 마도와 마력을 증폭하기 위한 마탑으로 만들고 행성 정기를 바탕으로 마력을 증폭함.
연산력을 보조하는 것은 직사각형의 육면체로 구성된 마력으로 만든 인공자아로 직렬과 병렬연산을 병행하여 구현함.
행성이 가진 정기의 양에 의해 써클의 증폭이 변함.”
보고를 듣는 흑염의 절대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결국 주우주 전체와 맞먹는 바람성의 정기를 바탕으로 14써클의 마도를 구현해냈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1조가 넘는 신력을 가진 흑염의 일족들을 무수하게 배출하고 있는 흑염의 바람성의 정기로 겨우 저 정도일 리가 없다.
아무리 이 마도의 권능이 효율이 낮아도 최소한 100조가 넘는 15써클을 넘어야 하는데 겨우 14써클에 턱걸이를 하듯 간당간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안정하다.
아마 진리가 준 칭호와 안정적인 마도가 아니었다면 13써클에 도달하기도 전에 자폭했을 것이다.
“지속인가?
그리고 최종한계는?”
“일시적입니다.
단 한 번의 발동과 동시에 마도와 신체가 거의 붕괴됩니다.
하지만 최종한계는 이론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탑으로 만든 행성의 정기의 양이 충분하고 준비시간만 주어진다면 계속 늘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행성에도 행성 마탑을 설치하면 무한정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발동순간에만 신체에 부담이 가해지기에 준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행성마탑의 설치에 필요한 소요시간은?
또 행성의 정기를 마력으로 전환 가능한 흡수효율은?”
저절로 머리가 신속하게 회전하면서 말대로라면 심각한 문제다.
499주우주에는 주신성이 있다.
정기가 측정 불가능한 바람성에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일반 행성의 1만 배 이상인 10조의 정기를 가지고 있는 주신성들에게 계속 설치가 가능하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더구나 100조의 정기를 가진 창조신성이 10개만 넘어도 1,000조이상이다.
무엇보다 흑염의 정기를 흡수한 이상 흑염의 일족이다.
족장인 자신과 맞먹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말에 저절로 혀가 차진다.
“최소 1만년이상입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마력체를 형성하는데 엄청난 마력과 연산력이 소모됩니다.
행성이 가진 정기의 양의 1만분의 1을 마력으로 전환하여 사용가능합니다.”
“쯧-! 못 쓰겠군.
하여간 마도를 쓰는 것들은 뭐 이렇게 실속이 없어.
1만년을 준비해서 겨우 1초에 다 날리는가?
거기다가 행성의 정기에서 마력의 전환비율이 겨우 1만분의 1이라고?
주신성의 정기가 10조면 100억이 한계라는 소리잖아?
이건 비효율의 극치인데?
이래서 어떻게 이기지?”
“하지만 이걸 보아주십시오.”
과거로부터 끌어낸 간단한 화상을 보여준다.
겨우 10써클 초입에 도달한 차원의 마도신이 거의 11써클을 넘어서려는 초월자를 토벌하는 장면이다.
분명히 11써클을 거의 초월한 마도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소멸하고 있고 신체가 거의 분쇄된 차원의 마도신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히 벌어졌던 과거에 흑염의 절대자에게서 저절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수준이야 웃음이 나올 정도지만 벌어진 사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상위 써클의 존재를 하위 써클이 혼자서 토벌할 수 없다.
상성이 나쁘다면 1써클의 차이를 어떻게 운 좋게 넘을 수 있지만 같은 계열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벌어지지 않는다.
저것은 같은 마도계열이기에 절대로 벌어질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소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2써클 이상의 존재만이 가능하다.
“최고위 마신성이 가진 100조의 정기를 바탕으로 1,000억의 마력을 추출하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뇌신의 설명은 거기서 멈추었다.
흑염의 절대자가 황급하게 몸을 움직인 것이다.
“이 놈-! 아직도 치사하게 아기를 노리느냐?
그리고 일시적인 14써클이라며?
그럼 이건 뭐냐?
무한에 가까운 차원전환의 공격?
이게 11써클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이건 아직은 잘난 척만 하는 황금(黃金)도 못해-!”
전뇌신이 느끼며 본 것은 차원전환을 일으키는 검은 벽돌이 비처럼 흑염일족의 아기들과 여성체들에게 쏟아져 가는 모습이었다.
그걸 흑염의 절대자들이 남김없이 박살을 내고 있지만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차원전환을 일으키는 마도신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다.
일시적이지만 흑염의 절대자를 차원의 권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짐작을 할 필요도 없다.
담당이고 철저하게 분석을 했었던 특급 전뇌신 르 사루비아가 바로 정보를 알려준다.
‘시간과 공간의 신의 최대권능의 발현인가?
너무나 방대한 연산력이 필요해서 수많은 신들의 진심어린 지지가 필요한?’
과거 시간과 공간의 권능을 가진 주신들은 방대한 연산력을 필요로 했지만 그 효용성을 바탕으로 신계의 신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모든 신들에게 병렬신력연결을 받았던 초기의 그들은 진정한 신계의 주신이고 절대적인 권능을 가졌지만 권력에 의한 타락을 견디지 못해 치명적인 실정을 벌였다.
그래서 반란이 여기저기 일어나자 거의 대부분의 권능을 발휘하지 못해 제대로 대항도 못하고 쫓겨나거나 소멸했다.
차원의 마도신 또한 그것을 알기에 철저히 개인의 강함을 추구했지만 지금 깨어진 것이다.
특급전뇌신인 르 사루비아가 과거의 행동을 기록한 자료를 다시 확인하며 끝없이 의문을 만들고 있었다.
“신령연옥에 수용한 신들의 조력이라고?
저 독선적인 마도신이 설마 설득을 했는가?
그래서 진심으로 따른다고?
인간출신에 마도를 사용하는 마도신을?
그것도 자신들을 무참히 죽이고 가둔 신을?
말도 안 돼-!
설사 보상을 해서 마음을 변하게 해도 이 정도의 지지는 안 나와.
또 괴팍한 차원의 마도신이 설득이라고?
불가능해-!
누구도 자신의 본성을 바꿀 수 없다.
또한 자신이 가진 가능성도 그러한데 그걸 어떻게 변화시켰지?”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검은 로브로 가려진 이마에서 창조신의 보석이 찬란하게 무지개의 빛을 내품으며 차원의 권능을 강화하고 있었다.
과거처럼 강압적으로 뽑아내던 권능이 아닌 전 권능을 지원하는 것을 나타내는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 안으로 정보에 따른 판단을 알리는 2명의 교황이 있었다.
비록 죽은 상태에서 생존마탑 안이라는 제한적인 부활이지만 소중하다.
사계에서 언제 기억이 소거된 삶을 받을지 모를 기회만 기다리다 어처구니없이 흑마법으로 부활하였지만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이며 은혜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력으로 보좌하고 있었고 절대등급의 시간가속 속에서 2만년을 같이 전투하며 의사를 전달하며 같이 싸워야 했다.
비록 현재는 2분도 안 걸린 시간이지만 안은 2만년이 넘게 걸려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저 독선적인 성격과 외골수에 치를 떨었다.
마도사들이 괴팍한 면이 없으면 이상하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집쟁이다.
자신의 생각을 변함없이 고수하며 겨우 다독이고 설득한 신령연옥의 신들과 수없이 의사충돌을 해버렸다.
본인조차 자제하려 들었지만 본래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결국 자신조차 안 되겠는지 자신들에게 협상에 대한 전권을 넘기고 나서야 겨우 여기까지 왔다.
한심하지만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을 이기기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강대한 바람성의 생명체들에게 힘겹게 이기면서도 모든 여유마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흑염의 바람성의 행성마탑이다.
단 한 번의 발동으로 모두 날아갈 것이지만 그 위력은 15써클에 근접한 위력을 품어낸다.
그가 준 마도에 의하면 10억이 되면 10써클이고 1,000억이 넘으면 12써클이다.
1조를 초과하면 13써클이고 10조에 도달하면 14써클이다.
그런데 흑염의 바람성에 기반을 둔 행성마탑의 최대출력의 예상수치는 100조에 근접하고 있다.
1조를 넘으면 창조신장 후보가 되는 그의 영역외의 주우주에서는 전무후무한 최대 출력을 보이는 예비 창조신이 탄생한 것이다.
일시적이지만 이것은 주우주라면 어떤 창조신장도 능가하고 절대계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할 정도로 강대한 능력이다.
이 정도 위업이 아니라면 결코 어떤 권능이나 감언이설로도 설득이 안 된다.
하지만 그래도 결코 10중심의 하나인 흑염의 절대자는 고사하고 일족 중 하나에게조차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통탄할 노릇이다.
흑염의 일족은 절대계 최강의 육체와 투기를 가지고 있기에 단발성의 원거리 공격으로는 결코 죽일 수 없다.
저 몸 전체를 휘감고 불타오르는 투기의 집합체인 흑염의 권능이 거의 전부의 권능과 오라를 튕겨 내거나 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
오로지 육체 자체에 타격을 주는 것 외에는 유효한 공격방법이 없는데 흑염일족의 접근전 능력은 절대계 최강으로 인정받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이정도의 위력을 보이는 마도와 권능 앞에서도 여유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저들도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이 발산하는 차원전환 연속공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흑염이 비록 물리계열에서 최강이나 차원의 권능은 비물리 계열에서 가장 익히기 어렵고 파악하기 힘들다.
차원은 신체 강화 측면에서는 상대는 안 되지만 권능 자체는 흑염일족의 순수한 물리력이 가장 안 통하는 최고위 시간과 공간계열이다.
절대급에 도달한 차원의 권능은 흑염일족에게도 가장 상성이 안 맞는 것이었다.
‘정보대로라면 흑염의 일족을 100m 이내로 접근을 허용 할 경우 1격에 말소될 것입니다.
차원전환의 연속공격으로 최대한 거리를 벌리시고 지금처럼 견제를 하시면서 기회를 노리심이 가장 적당합니다.
신령연옥 안에 감금된 모든 신은 설득이 완료되었습니다.
흑염일족에게 승리하는 순간 해방만 하시면 됩니다.
그 이후의 선택은 본인들에게 맡기었습니다.
오로지 승리만 하시면 됩니다.’
“……알았다.”
정확하게 대답은 하지 않지만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로지 현재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다.
아니, 비처럼 쏟아내면서 집요하게 흑염일족의 아기를 노리며 생성된 정육각형의 마력의 집합체들이 차원전환을 하면서도 흑염의 절대자에 의해 남김없이 박살이 나고 있다.
2만년을 준비한 마력 집합체들이 허무하게 부서지는 장면을 보면서 끝없이 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결국 해답은 나왔다.
“역시……, 안 되는군.
역시 절대계의 10중심(十中心)의 하나인가?
499주우주의 창조신들도 파악하기 힘든 수만 발의 차원전환공격을 모두 막아내다니?
결국 또 다 걸어야 하나?
하아아아아.”
긴 한숨과 더불어 마력을 거두었다.
아무리 신령연옥의 신들이 전력으로 보좌를 해서 연산력이 남아도 이 이상은 쓸데없는 공격이었다.
파아아아앗-!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차원전환 공격이 멈추자 흑염의 절대자역시 방어를 멈추었다.
자신이 언제 공격을 계속 방어만으로 막아보았는가?
절대급에 도달한 차원전환의 공격은 정말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아니면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악이 힘들었다.
모처럼 집중을 해서 움직여서 기분은 좋아졌지만 겨우 상대가 같은 10중심도 아니고 대신족도 되지못해 탈락한 예비 창조신급의 칭호를 가진 절대자다.
이건 용납할 일이 아니다.
“이 놈-! 감은 안 좋지만 육아담당이고 뭐고 일단 죽인다.
아차-! 커컥-!”
까아아아앙-!
흥분을 해서 달려들던 흑염의 절대자의 이마에 다시 용서 없이 파멸유혼검이 내려쳐진다.
다행히 준비를 해서 바닥에 처박히는 추태를 면했지만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의 외침을 발산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으-! 우와아아아아악-!
왜 죽이면 안 되냐고?
도대체 왜?
젠장-! 내가 받은 파멸유혼검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어기면 자동을 발동하니 대답을 할 리가 없고 그렇다고 내가 제대로 알 리도 없고-!
미치겠네.
직감은 절대 죽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살려두자니 하는 짓이 너무 싸가지가 없어.
하필이면 아기를 노리냐?
그것도 계속 포기도 하지 않아?
이래서야 어디 믿을 수 있겠어?
육아고 뭐고 일단 없애자고-!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인지 뭔지 모두 부셔준다.”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말을 내뱉은 흑염의 절대자의 투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며 신체역시 검붉은 핏줄이 근육위로 치솟았다.
심장에서부터 몸 전체로 검붉은 핏줄이 그려지듯이 질주한다.
그리고 울리기 시작한다.
쿵-! 쿵-! 쿵-!
그것은 심장의 박동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순간에 귓전을 부술 것 같은 폭발음으로 변하여 대기와 공간을 울렸다.
흑염의 절대자의 온 몸이 검붉은 피 색깔로 물들며 투기와 살기가 전 영역을 잠식해가며 바람성을 뒤흔들었다.
영창과 같은 확신과 신뢰가 깃들인 음성이 그 폭발음을 가르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다.
그 앞에 적은 없다.
이것이 폭혈(爆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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