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2화
15권
정말로 자려고 하는지 눈을 떴다 감았다 한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나 정말 자면 깨울 수 없다.
전투능력만으로 10억 년 전에 대신족 전부를 막아서던 존재의 단잠을 깨울 간담은 없다.
모르면 하겠지만 10억년 최초 종족 결정전에서 진멸이 죽인 대신족의 수는 전체 신족과 마신족이 토벌한 수의 9배를 넘는다.
단순계산으로는 주우주 모든 정신체보다 9배가 강하다는 소리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온 칭호 ‘진멸(殄滅)’의 능력은 적의 수가 많고 강할수록 위력이 증대된다.
끝없이 늘어나며 침공해 오는 강대한 대신족의 대군을 상대로 보인 위력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았다.
어떤 신족의 공격에도 버티어내던 행성 생체갑옷이 진멸의 신력의 파동조차 견디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나가고 겨우 대신족의 창조신들만이 버틸 수 있었다.
대신족의 전력이 집중되고 증가할수록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결국 혼자서 전 대신족을 상대로 압도했다.
일반 신족의 10배가 넘는 권능과 신력을 가진 대신족이 마치 폭죽처럼 연달아 폭발하며 우주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 와중에 전력을 보전한 신족과 마신족은 역시 완전히 칭호를 개방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내세워 겨우 대신족 창조신장을 토벌할 수 있었다.
비록 그때의 피해로 휴양중이나 마신황제조차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신들이 정확하게 진멸의 신력을 파악을 할 수 없다.
‘분명 12.5써클의 이상인 자신들보다 1써클이 이상의 강자이다.
아마도 14써클을 목전에 두려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초월적인 강함만으로도 어떤 무례도 참아줄 수 있는 것이다.
10번의 종족결정전을 거치며 살아나으며 이미 그런 자잘한 것은 무시한지 오래다.
중요한 것은 대신족에게 승리하기 위한 아군 전력의 확보였다.
‘진멸’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대량전투와 살육에 특화된 신족의 최강자이다.
아마 절대계에서조차 이 정도로 초대형 전쟁에 강한 신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번 종족결정전은 너무 위험합니다.”
“진리에 의해 갑자기 강화된 대신족은 있을 수 없는 1할 가량의 전력상승을 이루었습니다. 이건 감당이 곤란합니다.”
“더구나 대책으로 내려주신 합동절명기 ‘아유타’는 보시는 대로 중급 창조신이하는 감당을 할 수 없습니다.
위력은 충분하나 신체가 버틸 수가 없습니다.”
“부디 신족을 위해 강화된 대신족에 대항할 수 있는 전투권능을 알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창조신급 창조신으로서 더없이 높은 직위를 가진 자신들이 뛰쳐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강화된 대신족의 창조 신장조차 죽인 합동절명기 ‘아유타’를 완전히 습득했으나 절대로 쉽게 사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의 오의를 익혀 불멸의 신체를 가진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은 신체만으로는 예비창조신이면서도 중급 창조신을 능가한다.
그런데 완전히 적중시켰는데도 불과하고 반발의 충격을 먹고 신체가 괴멸 직전에 몰렸다.
이래서는 일반창조신 이하는 전력에서 제외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럼 수에서 너무나 밀린다.
솔직히 차원의 마도신의 광역권능에 흥미는 있으나 ‘영원의 심판’이 시작된 이상 이미 안중에도 없다.
저기서 구할 수도 없고 어떤 권능지원을 받아도 결국 창조신이 못된 직계들을 무수하게 보아온 덕이다.
‘결국 전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옥이야 금이야 소중하게 길러온 후계들이 아니었다.
무시당하고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현역투신들이었고 바로 자신들이다.
10억 년간 독하게 살아남으며 여기까지 온 자신들의 시각으로서는 저런 편법은 잠시 강해질 수 있으나 결국 독이다.’
지금 강화된 대신족과의 종족결정전에 필요한 것은 진정한 강자들뿐이다.
그런 강자들이 개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초월급을 넘어서는 결정기를 얻거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진멸’은 반쯤 졸음에 빠져 수면에 들어갔다.
대신족의 정기를 과다 흡수하여 점차적으로 소화 중인 신체를 억지로 활성화시켜 달려왔는데 상대가 너무나 약하여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한 수면 욕구에 빠진 것이다.
자신이 완전히 수면을 들게 되면 완전 개방된 칭호가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칭호는 과거 절대자들의 권능 그 자체이고 어느 정도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진멸인 자신의 칭호의 의사는 다름 아닌 ‘대량살육’이다.
만약 이대로 정신줄을 놓고 자면 바로 날뛰기 시작한다.
이미 14써클을 넘보는 자신이 칭호의 본능대로 날뛰면 그 결과가 어찌될지는 생각을 안 해도 알 수 있다.
대신족 이상의 파괴신이 되어 주우주의 절반이상이 붕괴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졸면서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빨리 내 신계로 돌아가서 마신왕 옆에서 살기 띤 바가지를 긁히면서 푹 졸지 않으면……, 날뛸지도 모르겠는데……. 위험해.’
반쯤 눈꺼풀이 덮여진 눈으로 화면 너머의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본다.
이들은 이미 차원의 마도신이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보았던 차원의 마도신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겨우 주신계의 용병전투를 하면서 상위의 대신족의 주신에게 다짜고짜 혼자 돌격할 때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보상까지 착실하게 챙겨갔다.
나중에 그쪽 신계 사정을 알고 난 뒤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정령계 출신의 주신들과 신들로만 이루어진 신계를 강제로 떠맡기다니 용케 아직도 안 망하고 있다.
아무리 인간출신의 주신이라지만 초짜 주신에게 주신계에서 너무한 처리다.
더구나 평시 신계주신을 대리하는 신계관리주신들이 과거 주신 전쟁 때 반려인 무능한 남주신들을 처단하고 스스로 신계 주신이 되고나서, 다른 주변 신계의 남주신들을 학살하듯 처리하며 잔혹함과 강함으로 악명 높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다.
본인들은 숨긴다고 했지만 하도 주신들을 죽이고 다녀 ‘주신살(主神殺)’이란 흉악한 초월권능을 가진 여주신들인데 모두가 후궁이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정말 용케도 살아있다.’
가진 신계가 저러니 창조신으로 승급 되려면 외부로 나가서 목숨 걸고 싸워 벌어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500주우주의 전 세력을 창조신급 방어신계로 막아서는 무모한 전쟁에 칭호까지 완전개방하는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를 쓰고 자원했을 심정을 생각하면 동정이 갈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승산 없는 전쟁에 참전할 마도신은 없다,
“‘합동절명기 아유타’는 너희들이 보완하라.
그래서 위력이 감소되어도 지금 대안은 없다.
그것만이 3써클 이상 상위의 존재를 소멸시킬 수 있으며 대신족의 창조신에게 통한다.”
창조신장급 창조신들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대규모 전쟁에서 대신족을 압도하는 ‘진멸’이라면 다른 결정기가 있을지 몰라 한 이야기였다.
초월급의 권능을 이렇게 아무 대가없이 알려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도둑놈 심보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여력이 없다.
비록 수련중이지만 모든 신계 종족의 주요의사는 자신들이 결정한다.
급작스럽게 강화된 대신족의 주신에게 받은 피해는 막대하고 창조신의 등급의 수준의 경합에서는 완전히 밀리고 있다.
승급할 자격이 있는 존재는 많으나 유지할 정기가 없다.
그래서 마치 마신족처럼 다른 주우주에 대규모 침공을 승인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절대등급의 카르마 계약서를 발동시킨 칭호를 가진 절대자가 바람성에 끌려가지 않을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제까지 다들 필사적으로 반항하다 모두 끌려갔었지.
하지만 그래도 마도신 아닌가?”
무슨 특별한 수단이 있겠지.
무엇보다 바람성의 생명체는 거의 대신족과 동격이다.
그것이 대신족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이 될지 모른다.”
진멸이 감히 공짜로 초월권능을 바라는 헛된 바람을 가진 창조신급 창조신들을 무시하고 서서히 잠에 빠져든다.
이제 내면에서 과거 ‘진멸’이라 불리던 과거의 절대자와 치열하게 싸울 때이다.
자력으로 완전개방을 한 이상 저렇게 영원한 심판을 받지 않는다.
다만 다시 복구되려는 과거의 절대자들의 의사와 의식 속에서 치열하게 싸울 뿐이다.
본래 이렇게 심하지는 않고 단지 머릿속에서 징징 거려서 귀찮을 정도인데 자신은 너무 대신족의 정기와 권능을 폭식하여 칭호가 활성화가 너무 된 덕에 복구직전까지 왔었다.
그리고 자신은 칭호에 먹혀 사라질 뻔했었다.
‘무슨 공짜?
그 꼴로 대신족과 싸울 것이냐?
다 나가 뒈져라.
무엇보다 내 코가 석자이면 너희 코는 겨우 반자 정도다.
아차하면 내가 먼저 죽게 생겼다.’
의식 저편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살의와 투기가 일어선다.
자신의 의식인데도 4할 정도가 칭호에게 점령된 상태다.
이것도 대신족과의 종족결정전 종료이후 9할까지 빼앗겼다가 그에게 받은 휴가로 여기까지 회복한 안정된 상태다.
이제는 일상이지만 여기까지 우위를 점하는데 단 하루도 넘어가지 않고 의식 속에서 엄청난 전투를 치러야 했다.
저 멀리 이제 거의 되찾은 자아를 잃어가는 진멸의 칭호의 의사가 발악하듯 투지를 발산하며 군세를 끝없이 불러일으킨다.
그런 전투준비를 언제나처럼 쳐다보고 전진을 시작했다.
이제 진멸의 칭호가 일정기간 축적한 대신족에게 흡수한 정기를 거의 토해내게 하고 의사만 다시 제압하면 끝이다.
흡수한 정기가 너무나 방대하기에 이렇게 부분적으로만 처리가 가능했다.
이것이 자신의 일상이다.
자신은 언제나 이런 전쟁 속이었기에 대신족을 상대로 나름대로 치열하다고 하지만 평화로운 삶을 사는 승가람마와 진마를 압도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언제나 조는 모습이지만 긴장을 유지하느라 10억 년간 푹 자지도 못한다.
그나마 뛰어난 마신왕이 게으름뱅이 창조신은 죽이겠다고 덤비는 긴장이 없었더라면 유지를 못했을 수도 있다.
이게 다 대신족과 전쟁을 벌이며 무리에 무리를 한 덕분이지만 결국 안정화되는 여기까지 왔다.
만약 그에게 휴가를 받지 못했으면 파괴신이 되어 주우주를 대부분 소멸시켰을 것이다.
“잘 살아보라고. 어린 후배.
지금 바람성에 편입되면 너는 끝장이니 말이야.
그 정도로는 벗어날 수 없어.”
그런 진멸의 격려와는 별개로 차원의 마도신은 골치가 아파졌다.
신령연옥에 잡아넣은 500주우주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이 반발하고 있다.
잘하면 풀어준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런 모욕을 준 자신과 같이 벌레가 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자포자기까지 하고 있다.
“벌레가 되어도 상관없어?
같이 죽자 이거냐?”
‘그렇다.
이미 영광된 오리진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끝났다.
너도 끝나라.’
“이것들아-!
바람성의 벌레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정말 끝장이란 말이야. “
‘모른다.
영원한 행복이라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상을 가진 그의 정책에 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
또한 그것은 신족에 대한 반역이다.
“뭐야-!
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
어떻게 이기려고 이 따위야?
너희들이 상대하려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
500억년의 평화에 모두 맛이 가벼렸냐?”
본래 설득은 힘든 법이다.
그것이 적이라면 아무리 급하고 대안이 없어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리가 없다.
더구나 어떤 정보도 없는 상대에게 이해관계까지 설명하려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용병신으로 잔뼈가 굵은 자신의 기준이라면 이런 위기라면 적이 아니라 원수라고 해도 협상을 할 것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아니었다.
또 다시 자기 기준으로 판단한 오류를 범한 차원의 마도신이 입에서 저절로 한탄이 터져 나왔다.
이제까지 적들 중에서 이것들은 분명 최악의 상대이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살기 위해 투쟁을 하지 멋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자신이 역행시킨 공간과 시간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시 바르게 가속화시키며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이 덮쳐온다.
벌려진 공간의 문 사이로 가람성의 대기권을 가득채운 생명체들이 자신의 칭호를 노리고 발산하는 살기에 저릿저릿해질 지경이다.
저것들의 지독함은 자신보다 위다.
모두 강하고 지독하기까지 하니 상급의 존재는 고사하고 동급의 존재를 이긴다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끌려가면 절대 못 벗어난다.
본래의 나는 정신체 기준으로는 평범한 수준이하다.
절대 못 이겨.’
자기혐오와 같지만 위기감이 차원의 마도신의 의식을 거의 잠식해왔다.
다가오는 영원의 심판의 권능과 쓸데없는 자존심만 부리며 협상이 안 되는 신령연옥의 신들의 처사에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최종 판단이 섰다.
가망성이 없는 전투는 사양이다.
파앗-!
차원의 문이 확장되었다.
혹시라도 모를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수백 겹의 방해권능을 건다.
그리고 다급하게 생존마탑을 호출하여 수납을 시작했다.
이미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시간을 가속하고 공간을 축소시키는 속도는 자신을 넘어섰다.
전력전개로도 앞으로 10분 이내로 돌파가 되어 덮쳐 올 것이다.
‘빌어먹을-! 이 썩어빠진 고집불통들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결국 도망자 신세인가?’
생존 마탑을 잡고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모습들이 생각난다.
어릴 때의 악연이자 첫사랑이었던 하이엘프 퀸들과 신이 되어 철천지원수였다가 종속신으로 삼은 그랑조아, 그리고 가이아나와 여주신들이 생각난다.
자신이 지금 이렇게 도망가면 주신계는 분명 다른 주신을 파견할 것이고 그럼 거의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 창조신성에 준하는 차원의 창조신성을 얻기 위해서 결코 유화수단을 쓰지 않고서 철저히 힘으로 누르려고 할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주우주 전 세력이 차원의 창조신성의 지분을 얻기 위해 처절한 전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와중에 모두 죽거나 소멸될 것이다.
그녀들의 힘은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신에게 통하지, 창조신들이 나서면 끝이다.
200조가 넘는 지성체를 육성할 수 있는 최고위 창조신성을 얻기 위해서라면 창조신들이 수단방법을 가릴 리가 없다.
더구나 정당한 신계주신이 없는 신계라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전부를 빼앗기거나 극히 일부의 지분만을 받을 것이다.
그걸 참지 못한 여주신들이 전쟁을 벌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주신계는 그녀들을 토벌하고 그 와중에 중간계는 초토화된다.
완전히 기존의 지성체가 사라진 중간계에 창조신성에 걸맞은 강한 정기를 가진 지성체가 채워지면 처분은 완료다.
그것이 신계주신을 잃은 모든 별과 신계가 겪는 결말이다.
그 피할 수 없는 결말은 자신이 이계로 도망가는 순간 확정된다.
차원의 권능이 보여주고 예지하는 자신이 아는 모든 존재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혼자의 몸이라면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 이 기억은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쿡쿡-! 빌어먹을 노블리스 오블리제-!
아무리 권능과 신력지원이 탐나도 어울리지도 않는 신계 주신 따위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
파지지지지직-!
이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폐쇄하고 소요된 권능을 다시 시간을 역행시키고 공간을 확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시 주춤거리는 카르마의 계약을 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