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1화
15권
차원의 마도신이 불완전한 11써클의 ‘전멸세계(全滅世界)’로 500주우주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을 몰살시키는 장면들이 재생되었다.
하나 일부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은 그 공격에서 살아남았었다.
그래서 그들을 기계 창조신들로 충돌시키고 방어신계로 돌진시켜 무참하게 갈아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분명 일격에 무수한 신들을 일격에 쓸어버렸지만 살아남은 존재들이 있었다.
전과는 대단하지만 기준에 미달이었다.
‘일격필살을 성립시키지 못했다.’
그것을 알기에 화면에 비치는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은 승리보다는 초조감이 더해간다.
과연 정확한 판정이 나왔다.
“불성립. 죽음 확정.”
우우우우우-!
무지갯빛의 양피지가 피에 물든 것 같은 적색으로 변하며 권능을 내뱉는다.
그것은 신조차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을 받을 존재는 이미 먼지로 변해 소멸되고 없었다.
시끄럽다고 그가 소멸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는 심판받을 자의 소멸을 용서하지 않고 바로 신체를 복구해서 죽음을 선고한다.
그렇게 먼지에서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복구된 차원의 마도신의 몸을 적색의 권능이 침투해 간다.
바로 침투한 부위가 순식간에 썩어서 떨어져나가고 뼈가 들어난다.
검게 변색된 썩어가는 피가 우주공간에 자욱하게 펴져나갔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자신을 침식하는 죽음에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처참한 전투에서도 신음도 내지 않던 투신이 지르는 섬뜩한 비명에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존재의 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예비 창조신이 소멸했는데 복구하고 다시 죽음을 선고하는 카르마의 계약의 집요함에 질릴 지경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완전승리’의 성립여부 확인.
개인 대 개인이 아닌 개인 대 단체로 인한 전쟁으로 산정방식 변경.
신족이므로 정기의 숫자로 측정…….”
화면이 바뀌고 정기의 숫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99주우주의 화면에는 끝도 없이 숫자가 올라가고 500주우주의 화면에서는 반대로 내려간다.
총 210조의 숫자가 499주우주에 추가되고 그 숫자만큼의 적자가 500주우주에서 제외된다.
드러난 정기의 숫자에 전장을 지켜보던 모든 존재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우주와 절대계의 까마득한 역사에서조차 이 정도로 극심한 수치를 보이는 승리는 없었다.
겨우 항성계 규모의 전투에서 210조의 피해라니 주우주단위에서 거의 몇 억년을 패배해도 생길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패배다.
500주우주의 신계에서 전장을 주목하고 있던 강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지경이다.
정확히 신계가 가진 정기의 1할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것이 일부의 신계가 아닌 전 주우주를 관장하는 신계 전력이다.
그의 시험을 준비하느라 빠듯하게 운영하던 500주우주에서 이것을 복구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더구나 주요 신족 오리진 250명이 차원의 마도신의 신령연옥에 연금되었다.
신계를 구성하고 있는 신들의 권능이 지금은 이상 없지만 오리진이라는 권능의 중핵이 없는 이상 급속도로 약화되어갈 것이다.
더구나 주전력인 신계 수호신들과 패도신들이 극심한 부상을 입고 대부분의 주요권능이 공개되었다.
이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결국 500주우주의 신계의 거의 3할 정도의 전력이 이 전쟁의 패배로 날아갔다고 보면 정확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받은 피해로는 믿을 수 없는 손실이다.
관련 긴급보고를 받은 창조신장의 얼굴이 절망으로 검게 물들 정도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의 일만이 아니게 되었다.
남은 정기와 오리진들을 어떻게든 돌려받아야 했다.
아니면 강력하지만 대량의 정기를 소모하는 주요전력이 모두 휴면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더구나 오리진들이 없이는 정기의 복구도 아득한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주변여건과는 상관없이 카르마의 계약서는 판정을 이어간다.
전리품으로 얻은 210조에서 100조가 창조신성의 승급에 들어갔고 남은 정기는 110조다.
세부 평가항목이 다시 들어간다.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에게 들어간 5,000억의 정기는 자체 조달이기에 제외되었다.
하늘위에 군림하는 주신들과 같은 용병주신들도 극심한 정기소모를 보이고 있지만 자체보유하고 있기에 역시 열외 되었다.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전쟁 중 소모한 정기가 문제였다.
신계 수호신과 패도신을 견제하면서 광역권능을 난사하며 차원의 권능으로 정신체까지 복구하느라 엄청난 정기가 소모되었다.
거기에 대신족으로 강제 변환되며 소모된 정기에 결국 499주우주에서 일부의 숫자가 감소되었다.
그러자 완전승리의 결과가 일정부분 흔들리듯이 변동되었지만 결국 압도적인 승리로 확정되었다.
그 장면을 보며 살아있는 채로 끝없는 죽음을 경험하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이 이를 악물었다.
신체가 죽음을 겪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눈만은 카르마의 계약의 판정과 신력파동에 모든 것을 기울여서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이 예상대로인가?
나는 영원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가?
예측대로이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이 정도라면 수고했다고 봐줄 수도 있지 않는가?
크으으윽-! 겨우 죽음이 창조신급의 흑마도사인 나를-!’
투덜거리면서 치열하게 자신을 완전히 점유하려고 하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대승이고 완전한 승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조금의 배려도 예외도 없는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최종판단과 결정을 토해낸다.
여기까지는 자신이 보아왔던 칭호를 개방하고 일격필살’의 기준을 통과 못한 모든 절대자들에게 대한 처단과정과 동일하다.
예상대로라면 분명 벌레가 된다.
칭호를 완전개방하고 동급의 대신족을 능가하는 극히 일부의 강자들만이 대신족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판정은 벌레였다.
그 결정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
“완전승리 성립 불가-!
처단방식 판정.
대신족의 창조신으로 전환은 신격 부족으로 불가.
대신족의 주신으로 전환역시 능력 부족으로 불가.
최종 판정……, 바람성의 생태계에 편입 결정.
등급은 최하로 조정되어 곤충부터 시작.
집행개시.”
꽈우우우우웅-!
카르마의 계약서가 최종판단에 의해 바람성으로 가는 공간의 문을 연다.
우주의 공간에 마치 거기 있었다는 듯이 하나의 문이 생기고 열린다,
열린 틈새로 일반적인 크기의 행성이 보인다.
푸른색이 일렁이는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지성체가 살아가는 별이다.
그러나 그 별을 보는 모든 존재는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분명 499개가 넘는 주우주 너머의 별이다.
그것을 바로 연결시켜버린 상식을 초월하는 공간조정 능력과 저 별에서 느껴지는 있을 수 없는 정기의 양 때문이다.
저 정도의 크기의 평범한 별이 가질 수 있는 정기의 한계는 겨우 100억이다,
과거 주신계의 신계가 있는 우주의 중심인 초거대행성의 경우에도 1,000억이 한계였다.
하지만 주신성은 그 100배인 1조를 가진다.
창조신성인 경우 다시 100배인 100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저 자그마한 별이 가진 정기의 양은 계측불가능이다.
별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일반적인 생물이 아닌 탓이다.
그가 살고 있는 별이며 그가 영원한 심판을 내린 초월자와 절대자들이 모인 곳이다.
물론 생명체 중 최하위인 벌레로서 말이다.
문이 그 별에 가까이 가며 대기에 무수하게 떠 있는 작은 벌레들이 보인다.
마치 신입을 축하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엄청난 생명체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바람성-!
능력이 부족하여 대신족이 되지 못한 모든 패배한 절대자들과 정신체들이 벌레나 지성체로서 살아가는 곳……. 치이이이이잇-!
각오는 했지만 무슨 저런 끔직한 살기와 투기가 행성을 벗어나서 항성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절대자들의 지옥이라는 소문이 정말이었다.’
겨우 주신급으로 올라서서 멀리서 덜덜 떨면서 보던 것과 직접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자칫하면 영원히 저들의 일원이 돼야 한다.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상위의 개체를 혼자서 도전해서 이겨내야 한다,
그것을 끝없이 반복하여 본래의 신격을 되찾았을 때 자유다.
하나 주우주 역사상 그 자유를 얻은 자는 거의 없다.
저 별에서 벌레로 시작하고 끝없이 이기고 승리하여 승급하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다시 생명체의 최하층의 바닥으로 떨어진다.
모든 생명체가 오로지 승급을 목표로 하면서 비록 신체는 벌레라고 그의 심판을 받을 정도로 절대자로 군림하던 지식과 기억, 권능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단 한순간의 방심으로 신조차 벌레에게 죽어나간다.
그리고 저 별에서는 죽음과 소멸조차 없다.
끝없는 투쟁과 도전만이 존재할 뿐이다.
본래는 그에게 패한 존재들이 모여 다시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 무한한 승부와 단련을 하는 별이라고 하였다.
하나 주우주의 제압을 위해 대신족을 만들고 남은 능력미달의 떨거지들을 벌레로 처분하기 시작한 지금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절대자들의 지옥이다.
저 별에서 사는 생명은 모두가 절대급이며 초월급인 생명체만이 호시탐탐 승급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노린 탓이다.
오죽하면 영원한 심판이라기보다는 영원한 지옥이라는 별명이 더 쓰이고 있다.
그것을 보던 이마의 신령연옥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의 신령들이 이제 아예 발광을 하려한다.
나의 소멸도 저들을 신령연옥에서 해방을 시키지 못했다.
다시 복구되니 똑같이 복구되었다.
지금 내가 저기 떨어지면 자신들도 같은 신세라는 것을 안 것이다,
죽음을 선고하던 적색의 권능이 물러나고 급속하게 신체가 회복한다.
대신 황토색의 권능의 빛이 몰려온다.
저것을 맞으면 그대로 벌레로 변하고 바로 저 별로 끌려간다.
나의 수준은 주우주 천체를 보면 역시 평범한 존재 이하였다.
그의 영원한 심판으로 정상적인 대신족도 되지 못하고 벌레가 되어야 한다.
창조신장은 고사하고 창조신장의 후계의 상대에도 쩔쩔매는 이 꼴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며 타오르는 빛의 날개가 13쌍이 동시에 펴지며 다가오는 카르마의 계약의 권능에 전력을 쏟아 붓는다.
“‘차원’의 권능은 모든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구성한다―!
차원창세(次元創世)―!
어떻게든 진행을 잠시라도 막아라―!”
다가오던 황토색의 권능이 주춤한다.
정면으로는 그가 만들어낸 권능의 극히 일부지만 결코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노리는 것은 카르마의 계약 자체가 아닌 주변 공간과 시간이다.
모든 차원의 권능을 동원해서 빛조차 느리게 만들 정도로 시간의 흐름을 늦춘 것이다.
공간도 무수하게 중첩시켜 실제 이동거리를 끝없이 늘렸다.
카르마의 계약서도 돌발 상황에 주춤한다.
하긴 주우주의 신이 그의 권능에 반항하는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그의 벌을 상으로서 받을 차례다.
그의 자랑이 되는 대가를 치루기 위해서 어떤 미친 짓이라도 한다.
다만 이제 푸른 행성의 대기 전부를 새까맣게 물들인 벌레와 생명체 무리를 보니 저절로 영창이 나온다.
“이계로 가는 문을 열어라.
차원의 문-!”
나의 뒤로 지금의 내가 겨우 통과할 만한 차원의 문이 열린다.
이건 조건반사이고 보험이자 협박의 재료다.
결코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도망가려고 절대 등급의 카르마의 계약까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자꾸 뒷걸음이 쳐져지는지 모른다.
찌이이이익-!
하지만 그렇게 뒤로 물러서는 것도 한계가 왔다.
발뒤꿈치에 차원의 문이 걸린 것이다.
차원의 문이 열어놓은 이계가 저 멀리 보인다.
어떤 이능이나 권능도 정기부족으로 발휘가 제한되며 생명체가 가진 정기조차 정신체들이 투자대비 이득이 없어 방치하는, 기계제국에 비교해도 1할도 안되어서 정말 가치가 없고 불모지인 곳이다.
더 웃기게도 과학이라는 물질문명이 판을 치고 있는 덕분에 초월자나 반신들은 숨어서 살거나 격리되다시피 하고 있다.
신계의 신들이나 마신들은 아예 관리를 포기하고 정기가 극소수만 필요한 세계를 만들어서 살고 있을 정도다.
‘분명 만약 저기로 넘어가면 발전은 고사하고 퇴보는 확정이다.
이계의 신들의 견제보다 정기부족으로 말라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주신성을 창조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종족들을 살게 하고 다시 번성시켜 정기를 얻으려면 몇 억년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아무리 강력해진다 해도 본래의 세계를 버렸다는 꼬리표는 인간출신의 천한 신이란 낙인이 왜소할 것이다.
정말 최후의 경우가 아니라면 결코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전력으로 발휘한 시간 지연과 공간 확장에 잠시 주춤은 했다. 하지만 바로 ‘차원’보다 더한 권능을 발동하며 달려들려고 하는 카르마의 계약서를 보니 자꾸 지금이 모두 망한 그때가 아닌 가란 의심이 생기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기에 당하면 바로 벌레가 되고 그의 ‘바람성’에 끌려가서 생태계 최말단의 일부가 된다.
‘영원한 심판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상위의 존재를 이겨 나가며 승급을 하고 자신이 벌레가 되기 직전의 존재까지 올라서야만 해방이다.
하나 그 과정에서 단 한 번의 패배라도 다시 최하부인 벌레가 되어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모든 정기와 권능을 승자에게 바치게 되고 다시 신력과 정기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 벌레들조차 강대한 존재들이고 방심 못 할 강자들이다.
바람성은 이런 강대한 존재들이 무수히 모여 끝없이 지독한 생존경쟁을 하기에 벌레에서 신까지 완전승리라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결국 해방된 자는 500억년에 가까운 역사상 거의 없다.
이것이 칭호를 해방하고 조건을 만족시키자 못하거나 그나 그의 세계에 도전하여 패배하고도 능력부족으로 대신족이 되지 못한 절대자와 정신체들의 말로이며 영원한 투쟁의 나락인 영원한 심판이다.’
바람성에서 울리는 벌레들의 날개소리마저 소름이 끼질 정도로 위험성이 전해진다.
분명 자신은 저기서 최말단의 존재이다.
대신족이 되지도 못한 능력이다.
저들도 같으나 저들은 저기서 수없이 투쟁을 해온 자들이고 자신을 먹이로 삼기 위해 구름처럼 밀려오고 있다.
그에게 받은‘근원’과 지금까지 키워온 ‘차원’의 권능은 초월적인 힘이다.
본래는 한 존재가 받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것이다.
그 둘을 동사에 흡수한다면 분명 바람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이룰 것이다.
겨우 7써클의 흑마도사인 자신이 주우주의 창조신들조차 압도할 전력을 쌓게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내 것이다.
‘근원’은 받았으나 ‘차원’은 너희들이 상상도 못할 대가를 치르고 과정을 겪으며 키우고 발전시킨 것이란 말이다.
어떤 마음으로 그 고통스런 수련과 전투를 견디어 왔는지 아느냐?
어떤 보상을 받더라도 다시 넘길 생각은 없다,
그런데 그도 아닌 타인에게 빼앗길 것 같으냐?’
하나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맹렬하게 시간과 공간을 다시 역전시켜 빠르게 하면서 다가온다.
‘역시 막는 것은 무리이다.
이런 방식이 통했다면 과거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
신으로서 최악의 악명을 쌓게 해준 신령들의 연옥이 있다.
과거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차마 하지 못한 수단을 오로지 승리하여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수단이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이다.
이제 단 한 번의 오차로도 벌레로 영구 확정이다.
겨우 예비 창조신까지 올라선 모든 인생이 끝나거나 이계로 평생 패배자신세가 되는 것 중 둘 중 하나다.
“으득-! 신령연옥에 수감된 모든 신들에게 선고한다.
승리면 석방이다.
패배하면 나와 같이 벌레가 되어 바람성에 영구적인 수감이다.
적은 바람성이다.
또는…….”
절대 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의 집행을 시간과 공간을 역행시키며 버티고 투기를 일으키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며 진마는 고개를 내저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니 딱 저 꼴이다.’
영원한 심판을 받은 존재들 중 비록 대신족이 되는 것에는 미달했으나 어중간한 약자는 없다.
최소가 499주우주의 창조신급이고 비록 행성에 묶인 생명체로 변하였으나 그 위력은 변하지 않는다.
“미친 놈. 바람성의 벌레 하나도 못 이길 존재들로 무엇을 하려고?”
“마도신이지만 무척 감정적이군요.
이것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락입니다.”
주우주의 세력판도를 뒤흔들만한 무조건 1써클을 상승시키는 강력한 광역권능을 가진 창조신의 등장에 긴장했던 마신황제와 참전을 위해 달려온 최고위 마신왕들은 여유를 찾았다.
그의 종족결정전 이전에 신족과 마신족의 세력균형이 무너지면 골치가 아프기에 이것이 좋다.
대신족에게 대항할 주요전력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 아쉽지만 마신족은 이 주우주의 지배종족이 아닌 본래 신족에 대한 대적자다.
대신족에게 완전히 승리하면 언제인가는 다시 죽고 죽이는 관계로 돌아간다.
그런데 신족에게 저런 존재가 생기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러나 어떤 권능과 힘을 가졌어도 영원한 심판을 받은 이상 그걸로 끝이다.
다시 복귀하는 것은 정신체에게조차 아득한 미래일 것이고 그것도 너무나 희박한 확률일 것이다.
그런 마신족의 입장과는 달리 신족의 입장은 복잡했다.
대신족에 대항할 유력한 전략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진다,
하는 짓은 마신족보다 더하지만 일단은 신족이기에 운용할 수 있는 방책이 써보지도 못하고 스러지는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최고위 창조신들의 심정이 복잡했다.
‘평화로운 때라면 당장 자신들이 나서서 처분하겠지만 지금은 강자 하나가 아쉬운 전쟁의 시기다.’
거기다 가진 권능을 보니 운용하기 따라서 효용성이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할 정도니 인간 출신의 신분이나 빛의 신으로서 질서를 뒤흔드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미숙함도 눈감아 줄 수 있다.
더구나 1대 1로는 중급 창조신만 나서도 바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저 정도로 효용성을 가지며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강자’는 현재 대신족과 10차 지배종족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499주우주의 입장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진리에게 창조신장의 권한으로 자체 처분을 의뢰하는 것이 어떠신지?”
“……이미 했다.
자체 징계를 건의했다.”
승가람마가 얼굴을 굳히며 대답을 한다.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망설일 시간이 없다.
저러다 차원의 마도신이 바람성에 벌레가 되어 끌려가면 대신족의 주요한 전력이 하나 사라진다.
아니, 주제도 모르고 반항을 하는 꼴을 보니 더 심한 처벌을 자초하고 있다.
“아! 대답은 어떠하셨는지?
499주우주의 신족이니 당연히 승인이…….”
“일반 카르마의 계약은 내가 조정 가능하나 절대 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은 나의 권한 밖이라는 자동 답변이다.
적어도 절대 등급의 권능을 가지고 절대계의 상위계층이 되기 전에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존재라도 예외는 두어서는 안 된다고 첨언하였다.
진리가 아닌 카르마의 계약서가 말이다.
진리에게는 예비 창조신의 처단 따위는 논의 할 일도 아니란 것이다.”
“허어-!”
그의 영역에 속한 주우주의 모든 의사결정은 카르마의 계약에 의해 대부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8써클 이상의 모든 존재가 계약에 의해 살고 죽는다.
어떤 존재에 대한 처벌이나 상벌도 정해진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조차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관여하지 않는다.
관리신들이 운영하거나 일하기 너무나 편하다고 하지만 가끔 지독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이런 경우다.
처벌이든 상이든 가차 없이 집행된다.
신이든 창조신이든 구분이 없다.
오로지 개인이 아닌 집단의 대표라면 일정 부분만 고려할 뿐이다.
그 외에는 단지 가진 능력과 권한에 따라 위임이 가능하지만 처분이 늦추어지거나 빨라질 뿐이다.
오로지 발생시킨 문제보다 더한 기여를 하는 것 외에는 처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카르마의 계약을 어긴 창조신이 모든 신격을 잃고 벌레가 되자 어떤 관리신이 탄식과 더불어 한 말은 유명했다.
"‘누가 무엇을 했느냐?’에서 문제는 무엇을 했느냐가 표면적으로는 중요한다.
하나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인데 그는 그런 관행을 완전히 무시한다.
또한 고려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거기에 자신조차 예외로 두지 않는다.
이것이 ‘진리’인가?
결국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완전히 똑같이 보고 있다.
그가 바라는 ‘영원한 행복’앞에서는 어떤 존재도 특별하지 않다.
그러하기에 그는 무적인 것인가?
누가 그를 이길 것인가?
자신조차 심판하기 망설이지 않는 절대자를 말이다.”
설사 창조신장이라도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그 앞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오로지 그 기반이 될 주우주의 발전만이 기준이다.
기여하는 자는 중용될 것이고 피해를 끼치는 자는 처분한다.
예외는 절대 없다.
단지 늦추거나 빨리 집행될 뿐이다.
신계 주신일 경우 고려는 있지만 피해를 보상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대신족’이 되거나 ‘벌레’가 된다.
그의 기준에 도전한 결과가 칭호를 완전 개방시킨 자신조차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바람성’이다.
그에게 도전하고 패했지만 대신족이 되지 못한 존재들이 생명체가 되어 끝없이 투쟁하며 강화되고 있는 절대자와 정신체들의 지옥이다.
생명체들의 정기나 강함의 수준은 이미 거신족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신체만으로는 대신족조차 압도하는 강함을 가진 생명체의 극한의 존재들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승산이 있어서 대신족도 되지 못한 예비 창조신주제에 바람성 전체에 도전하려 하고 있는가?
그런 의문에 대답은 진멸이 했다.
“승산은 있어.”
풀썩-!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커다란 침대를 승가람마 바로 옆인 신족의 최상위 자리에 던져놓고서 거기에 몸을 내던진다.
당연히 일순 솟구치는 먼지와 소음에 분개한 최고위 창조신들이 일어서려 했지만 자신들을 억누르는 어마어마한 신력에 주춤했다.
어느 새인지 1조를 초월한 본신신력을 가진 창조신장급 창조신들이 수련을 중지하고 본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수는 10명이다.
절대계의 8인의 절대자와 1인의 초월자. 1인의 현자를 본뜬 체계다.
이들이야말로 대신족과의 종족 결정전 외에는 나서지 않는 진정한 499주우주 신족의 주전력이다.
2명이 모이면 창조신장의 절대 명령권까지 무시할 정도로 권능이 강화된다.
5명이면 창조신장과도 맞상대할 수 있다.
10명이 전력을 다하면 그 전력은 창조신장을 능가한다.
그들을 쳐다보는 마신황제와 최고위 마신왕들이 일순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진멸도 능력측정이 안되는데 드러난 전력만으로도 열세에 처한 것이다.
하극상이 일상화된 마신족의 특성상 절대 마신황제급의 마신은 없다.
마신황제가 용납을 하지 않고 도전해서 승산이 있다면 바로 결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창조신급 창조신들의 상대로 최고위 마신왕들로 다수를 동원하여 압도하는 비효율적인 체계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모인 최고위 마신왕은 참전을 원한 일부이다.
이 머릿수로 전투를 벌이면 거의 소멸을 각오해야할 정도로 막강한 존재들이다.
개인전투력으로는 주우주 최강인 마신황제조차 심한 부상을 감수해야 죽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모두 침대에 누운 진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오래간만에 뵈옵니다.
‘진멸’이시여.”
“10억년만이지?
잘들 살더라.”
“그 동안 희생이 많았습니다.
언제쯤 정식으로 복귀하실 수 있으신지?”
“아직 졸려. 너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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