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5화
14권
“창조신계의 명령에 따라 어떻게든 현재의 신체를 유지하게 강제 조치하겠습니다.”
창조신장의 후계의 팔이 사라지고 곧 대규모 정기가 유입이 준비되는 것을 느낀다.
저절로 쓴 웃음이 나왔다.
‘역시 직계는 벌을 받는 것도 죽는 것도 힘들군.
하위서열의 인간출신의 용병신이 저렇게 잘 막고 있는데 이렇게 무력하게 뚫린 이상 이런 불명예도 없다.
무엇보다 방어신계가 없으면 바로 창조신계다.
어떻게든 복구해야 해.
더 이상의 빚을 주신계에 지면 창조신계도 퇴보다.”
창조신의 직계로서 살아가며 단 1번도 이 절대적인 보호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무시무시한 경쟁 속에 있었으나 절대로 죽음과는 가까워지지 않은 안정된 삶이었다.
창조신의 직계로서의 권능과 엄청난 신계의 후원 속에서 빠르게 주신을 넘어섰지만 거기가 한계였다.
해서 다른 계기가 필요했고 비밀리에 시작한 용병신의 역할이다.
정체를 감추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투신들의 삶은 너무나 자신과 달랐다.
홀로 살아가는 용병신의 운명의 끝은 패배와 동시에 죽음이다.
단 한 번의 패배로 처분되고 어떤 지원도 없다.
어떤 의뢰실패도 용납되지 않고 항상 최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그 치열함속에서 자신은 겨우 살아남았고 가장 빠르게 예비 창조신이 되었다.
물론 신계에는 천한 용병신의 일을 하는 것이 비밀로 하였기에 자신의 수준을 모르고 있었지만 이번에 차원의 마도신이 벌인 일로 서열이 조정되면서 다 들통이 나버렸다.
‘후계라는 것까지 맡고서 와 있지만 역시 이 꼴이다.’
자신은 너무나 가혹하지만 자유로운 용병신의 삶에 익숙해져 간 모양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소속 주신들과 신들을 희생양으로 발목을 잡았으면 더 시간을 끌 수 있었다.
창조신장의 후계의 권능을 그렇게 파악하였으면 창조신님이 오실 때까지 힘들겠지만 버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것은 용병신처럼 오로지 자신의 힘뿐이다.
그 결과가 방어신계를 잃고 패배하여 죽음을 앞두고 있다.
물론 부하들은 살았지만 전쟁에서 전략으로 보면 패배다.
패배자에게 어떤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벌이 내려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그것이 바로 질서이고 자신은 그 질서를 수호하는 빛의 신이다.
파식-! 파식-!
다리에서 피가 솟구친다.
자신의 몸은 창조신이 아닌 예비 창조신의 몸이다.
역시 되돌려진 일부의 권능만으로도 죽음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자신의 고유권능이지만 정말 지독하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듯이 부서진 영광의 자리에 앉는다.
털썩-!
팔 다리의 연결부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의 고유권능 ‘이중나선’은 나의 검에 상처를 입은 모든 존재를 갈기갈기 분쇄한다.
그것을 부분적으로 반사되어 받았으니 심장은 무사했지만 팔과 다리는 곧 잘려진다.
그리고 현재의 나의 신격으로는 그 운명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잘려진 팔다리의 수복에는 최소 본신신력의 2배가 들어갈 것이고 그럼 전리품의 대부분의 양이 사용된다.
그 양은 10명의 후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방어신계조차 순간에 복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하다.
패배자에게 투자할 양이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정기가 부족한 창조신계의 사정으로는 방어신계를 복구하지 못하고 그럼 여기는 집중 공격대상이 된다.
그럼 아무리 창조신계라도 피해가 누적되어 퇴보한다.
그것은 영광된 창조신의 직계로서 용납할 수 없다.”
스으으윽-!
조용히 손에 신력을 집중한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신체이나 불멸의 검의 형성은 자신의 고유권능이나 마찬가지이다.
신검이 없어 약하나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그 찬란한 형상을 드러낸다.
이제까지 무수한 마신과 대신족을 처단해온 가장 신뢰하는 권능이며 지기이다.
이 불멸의 검에 대신족의 주신조차 양단하며 승리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검의 끝이 노리는 것은 적이 아닌 자신의 목이었다.
“용병신으로서 패배는 죽음이 끝인 것과 같이 창조신의 직계는 신계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
그래서 방어신계를 잃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죽음과 전리품으로 치른다.
창조신계에 방어신계의 주신으로서 다음 직계를 보내도록 통보하라.”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원하신다면 대출도 가능합니다.
당신의 미래는 너무나 밝습니다.”
“직계는 많다.
하나 정도는 없어져도 상관없다.
하나, 그 많은 직계를 만들 창조신은 귀하고 창조신계는 더욱 귀중하다.
단 한순간도 멈추어서는 안 되고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검으로 배제해 왔다.
그 대상이 자신이라도 용서는 없다.
이것이 전쟁을 앞둔 직계의 각오다.
방어신계를 복구하고 강화하라.
그리고 다음 방어신계의 주신이 될 직계에게 전하라.
자신만이 잘못을 용서받는다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모든 것이 아버지이신 창조신님과 신계의 은혜이다.
그것이 없는 밖의 세계에서는 패배자는 이렇게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무런 용서 없이 불멸의 검이 휘둘러지고 창조신장의 후계의 몸조차 관통하는 위력답게 너무나 수월하게 주인의 목을 베어낸다.
스각-! 스르르르륵-!
목이 몸체와 분리되는 순간 피에 물든 신체가 한순간에 분해되고 정기로 변해간다.
그리고 목만이 남아서 그 광경을 쳐다본다.
“내 남은 정기는……, 창조신계로 보내라.
이것이 직계가 치러야 할 보상…….
그리고……, 주신계에게 빚……, 은 절대 사양이다.
크크-! 내가 용병신으로 살면서 주신계에 얼마나 당했는데……. 지금의 나는 영광된 창조신님의 직계……, 다.”
파스스스슥-!
모든 정기가 사라지고 신령만이 남았지만 바로 본래의 창조신계로 소환되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2배가 넘는 정기를 투입하여 되살리는 길이 남았다.
저 정도 수준의 투신은 499주우주에서도 정말 드물기에 어떻게든 복구는 할 것이다.
하나 2천억이 넘는 정기는 창조신계라도 쉽사리 마련할 수 없으니 무수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정기를 투입 받을 예비 창조신의 사망확인.
2차 목적인 방어신계의 복구 및 강화 시작.”
기계적인 신계 자아의 목소리가 울리며 멈추었던 정기의 유입이 바로 방어신계를 다시 구현하고 있다.
그 광경을 보는 주신계 관리신들의 얼굴이 한없이 굳어져 갔다.
그렇게나 강대한 투신이며 창조신의 직계였던 예비 창조신이 너무나 쉽게 죽었다.
그것도 방어신계를 돌파당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치료마저 거부하며 자결했다.
용병신들이 무수히 죽어나가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으나 창조신의 직계이자 후계인 예비창조신의 죽음은 자신들과 입장이 거의 같거나 우월하기에 소름이 끼쳐온다.
적이 창조신장의 후계이면 누구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리품을 양보하고 자결했다.
잘못되면 자신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온다.
이제야 주신의 책임과 전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주신계의 관리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저 강대한 예비창조신을 자결로 밀어 넣은 창조신장의 후계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자폭을 하려는 차원의 마도신이 변한 대신족의 창조신을 당장 처단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지금의 자신이 불멸의 검에 당해 13써클조차 위태롭지만 절대 이럴 수는 없었다.
물론 시간을 들여 패도신들로 차근차근 공략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지금 적이 같이 죽자고 자폭하려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일단 원거리 공격을 해보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은 고사하고 주변을 방어하는 기계대신족의 표면의 경미한 손상이 전부다.
그 손상조차 바로 없었다는 것처럼 바로 복구하는 복원력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더구나 상대의 주력이 마도계열이고 덮치는 것은 행성단위의 물리공격들이니 반사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승리하기가 암울한 상대는 난생 처음이다.
질 것 같지는 않지만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다.
그리고 패도신들도 하나 둘 당해 전선에서 이탈되고 있는데 막을 수가 없다.
마치 정신체 전문의 그것도 특히 신족에 특화된 파괴신과 싸우는 느낌이다.
“내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신족이 왜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악마족이나 쓰는 마도를?
더구나 왜 모두 물리공격이냐?
신족의 권능을 왜 사용을 하지 않느냔 말이다-!”
꽈르르르릉-! 우우우응-!
신족의 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초속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곁을 스쳐가는 기계 대신족의 거체에 휘말려들면 저 측정조차 힘들 정도의 중량에 압살될 것이 뻔했다.
패도신들조차 저 대신족의 거체에 충돌만 하면 바로 다른 기계창조신이 공간이동을 해서 바로 서로 충돌하며 그 충격으로 신체를 분쇄하고 있다.
이미 몇 명의 패도신이 그렇게 당해 전선에서 긴급이탈을 시켰다.
기계 대신족 17개가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의 주변을 물샐 틈도 없이 돌면서 지키니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
접근이 힘들어 날린 원거리 공격은 모두 신멸포에 의해 지워지고 오히려 그 영향을 뒤집어쓰고, 접근전은 저 거체와 이해할 수 없는 속도 때문에 오히려 피해야할 상황이다.
파슉-! 꽈꽈꽈꽈꽏-!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어찌해야 될지 판단을 하려는 순간, 섬뜩한 느낌에 필사적으로 이동한 발밑으로 거대한 물체가 이동한 잔상이 남으며 자신의 주위에 있던 패도신들이 박살이 나기 직전의 타격을 맞고 저 멀리 밀려갔다.
그 궤도상의 패도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까지 밀려서 날아가고 있다.
더구나 불인식의 마도가 걸려있는지 주변이 파직거릴 때마다 피에 물든 것 같은 은색의 표면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아까부터 도저히 저 방어를 뚫지 못해 고민하게 만든 기계 대신족이다.
그런데 갑자기 신족의 감각으로도 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공격속도를 가진 공격으로 바뀌었다.
“뭐냐-! 왜 갑자기 속도가 오른 것이냐?”
“차원의 마도신이 기계 대신족을 손으로 잡아서 던지고 있습니다.”
“목표는 후계이십니다.
피하십시오. 또 옵니다.”
“뭣-!”
여기저기 터져 나온 대답에 황급히 시선을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본 후계가 황당해서 입을 벌리고 말았다.
자폭직전으로 금이 여기저기 나고 그 사이로 빛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와중에도 주변의 기계 대신족을 집어 들고 손을 뒤로 돌리고 크게 던질 준비를 한다.
기계 대신족도 컸지만 주신성정도의 행성크기에서 해방된 대신족의 창조신에 비할 바가 아니다.
행성크기의 기계 대신족이 단지 작은 공처럼 보일 지경이다.
다시 그 기계 대신족을 손안에 둔 뚜렷한 적의와 살기를 심어 후계를 보고 울림을 토해낸다.
“우……, 우……, 우웅!”
‘죽어라-!
부럽고 재수 없는 도련님아!
너 같은 부류만은 반드시 같이 끌고 간다.’
아까 자폭을 하려고 공격을 하려다 창조신장의 후계에게 튕겨진 순간, 강적의 출현에 대한 위기감으로 대신족의 자동 자아가 강제로 깨워 정신을 차린 차원의 마도신이 제일 먼저 벌인 짓이었다.
기계 대신족이 대신족의 창조신이 된 차원의 마도신의 손아귀에 잡힌 채 울림을 토한다.
폭주상태라 무차별로 쏟아지는 마력으로 행성의 표면에 그려진 마도진이 빛나는 순간 모습이 사라지고 잡힌 형성만 남았다.
인식불가의 마도를 그렇게 발동시킨 차원의 마도신이 이를 부득 갈았다.
아무리 보아도 저 잘난 후계란 것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500주우주의 창조신장의 후계는 처음 보았지만 하는 짓은 과거 전장에서 경험했던 다른 신계의 후계들과 똑같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겨우 이겨 놓은 전쟁을 마지막에 멋지게 나타나서 몇 마디 말로 공적만을 가져가고 온갖 오명을 다 뒤집어쓰게 한다.
정말 ‘극악’인 카르마에 의해 제약을 극심하게 받는 용병신의 입장만 아니었다면 수백 번을 뒤집어엎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신족으로 변화시키는 현실부정의 마도를 사용하다 연산력의 부족으로 역류되는 순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폭으로 설정했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방해받았고 마도가 없어 저하된 출력으로는 적을 감당을 하지 못한 대신족의 창조신의 자동 사고가 강제로 자신을 깨웠다.
저 후계를 상대로 어설프게 자폭을 하려하다가는 허무하게 소멸당할 것을 예지한 것이다.
지금도 그 여파로 어질어질할 지경이다.
그러나 저 후계가 어디서 당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최저로 약해져 있다.
본래는 가슴에 박혀있는 심상치 않은 신력과 권능을 품어내는 빛의 검이 아니라면 이런 반격도 못할 정도로 강대한 상대다.
하지만 지금 저 약화된 상태와 폭주중인 대신족의 해방된 창조신의 신체라면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되살아난 희박한 승산과 더불어서 과거 의뢰자들의 후계들에게 당했던 모욕과 전공을 강제로 빼앗기면서 수없이 분노하였지만 약자라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난다.
그것은 너무나 증가되는 적의 군세에 거의 포기했던 승리와 현실에 대한 투지였다.
아니,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증오와 결코 스스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였다.
그것이 다시 불꽃처럼 투기를 불러일으킨다.
“우우웅-! 우우웅-!”
‘으득-! 자폭 직전까지 너만은 잡고 만다.
어딜 감히 또 마지막에 잘난 척하며 뛰어나와 방해하고 난리냐?
내 전장이고 내 승리란 말이다-!
최후의 순간에서조차 또 빼앗길 것 같으냐?
그러니 죽어버려-!’
우르르르르릉-!
인식불가의 마도와 차원의 공간이동능력을 힘입은 기계 대신족들을 우주공간 자체를 그야말로 찢어발기듯 내던져 간다.
주우주간의 전쟁에서조차 유래가 없는 거대한 질량과 속도, 그리고 대신족의 창조신이라는 신체가 가진 견고함이 보여주는 파괴력은 창조신들과 동격인 패도신들에게조차 공포였다.
인식불가의 마도로 피할 수 없어 결국 막으려는 패도신들이 모두가 피를 토하며 전장 저 너머로 날려진다.
그나마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대단하지만 대부분의 정기를 부상과 함께 빼앗긴 이상 다시 전장복귀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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