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4화
14권
500억년 이상을 살며 절대계에서 수십조를 넘는 신족과 마신족을 관리해온 오리진들의 입에서 나온 감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곁에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한 목소리가 들린다.
500억 년간 끝나지 않는 논쟁이고 교육이다.
두 분이 모두 인내력하나는 끝내주는 것이 부자지간이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곧 죽어도 감상적인 입을 놀릴 썩을 아들 놈-!
저렇게 살기 위해 헛소리조차 주변상황에 맞출 정도로 악착같이 발버둥치는 존재들이 넘쳐나는 것이 주우주고 절대계다.
그런 존재의 수장이 되어 번영을 이끌어야 할 자가 뭐 사랑이야말로 진리라고?
네가 ‘사랑’의 절대자냐?
겨우 1억 명도 안 되는 극소수부족인 용신족의 수장을 맡고도 개판을 치고 있는 주제에 어디서 입을 놀려-!”
“그래도 사랑은 영원하고 욕망은 순간입니다-!
진정한 사랑과 화합만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한다고 저는 믿습……, 꽥-!”
뻐어어억-! 부들 부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가격했는지 그대로 바닥에 뻗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일용신제를 보며 소리를 쳤다.
“말만 그럴 듯 하게하지 말고 실적을 보이란 말이다.
과정이고 결과고 뭐고 따지기 전에 1억 이상으로 올려-!
네가 맡기 전의 인원수로 원상회복이라도 시키란 말이다-!”
역시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다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뻗을 때가지 교육은 장기간 계속될 것 같으니 화면의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본다.
마음껏 출력을 올리다 해방된 대신족의 신체에 의식을 완전히 잃은 주제에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본능만으로 육체를 움직여 만든 잠꼬대 비슷한 헛소리로 저런 협박을 하고 있은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쓴웃음과 감탄이 나온다.
아마 정말 운 좋게 살아남아서 제정신을 차리면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며 허세를 부렸는지 기억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원체가 아닌 정신체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알고 있는 영원체들은 그의 친견에 의해서 참견을 할 수 없으니 모처럼 자신들도 흥미로워졌다.
“우우웅-! 셋……, 우웅-!”
‘연산력 부족으로 마도 사용불가. 신체 가동 불가. 전투불가. 현재 상황에 맞는 협상시도 지속.’
사실을 아는 자에게는 황당한 헛소리의 허세이지만 모르는 자에게는 해방된 대신족의 신력의 파동으로 인한 공포로 젖어가는 순간이 지나간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모두 조용히 저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정신체를 거의 초월한 ‘가람’과 ‘진멸’, ‘진마’는 감탄을 하면서도 인상을 쓰고 있었다.
차후 대책을 판단하기 곤란한 것이다.
가람은 자신의 감지력에 확인된 모든 정황을 보며 감탄 섞인 한탄을 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불러들인 기적인가?
사상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종족과 대화가 금지된 대신족이 협박을 한다.
오로지 목적을 위해 대신족간의 의사소통만 허락되고 본능 자체가 우주의 발전과 진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막는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투쟁’과 ‘진화’만이 본능이다.
그가 구상하는 ‘영원한 행복’을 유지하기 그런 절대적인 본능이 협상을 시도한다.
오로지 싸워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투쟁이 본능을 압도하는가?
그것이 그의 명령을 억누를 정도인가?
도대체 그는 어떤 존재에게 칭호와 권능을 동시에 부여한 것인가?
대신족의 신체를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나도 불가능해.”
‘처분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하나 벌인 짓은 용납할 수 없다.
더 큰 혼란이 오기 전에 처분을 해야 해.’
‘차원’의 권능이나 ‘근원’의 칭호는 자신의 신족발전에 특화된 ‘가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광역지원권능이다.
자신의 성장지원과 저 권능과 칭호의 효과가 합쳐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오싹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창조신장도 아닌 존재가 정신체인 마신왕을 복구하고 운용하는 금기중의 금기를 범했다.
물론 본인이 강해서 주변의 영향을 무시한다면 관여할 필요가 없으나 본인 자체가 너무나 약하다.
만약 어떤 존재가 악용하려고 달려들면 속절없이 당할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존재를 복구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과거에 흉악함과 무능력으로 처분된 고대신족이나 괴물과 같은 존재들이 끝없이 복구될 것이다.
그 사태는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피해야 한다.
마신황제의 입장에서 ‘진마’도 같은 입장이었다.
마도를 익힌 마도신이니 언제든지 마신이 될 수 있으니 죽이자니 아깝고 살려두자니 영 꺼림칙하다.
“힘은 더럽게 약한 주제에 여러 가지로 놀라게 하는군.
끈질김만은 인정해주지.”
‘아무리 보아도 빛의 신으로 계속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결국 마신이 될 것 같은데 여기서는 빚을 지워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만약 내가 처리한 과거 마신황제와 마신왕들을 무한대로 복구시켜서 덤벼들면 곤란해.
나는 그런 대군과의 상대로는 조금 약하단 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대신족과의 종족전쟁에 필요하기는 하니 이것 참 어쩐다.’
고민에 빠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와는 다르게 처음의 종족결정전에서 대부분의 대신족을 흡수한 것을 소화하기 위해 휴가 중인 진멸은 입장이 너무나 달랐다.
용병계약에 의해 약간의 인연이 있었지만 반드시 살려줄 의리는 없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도전하던 모습에서 그저 그런 상대가 되어버렸다.
처음 보았을 때 이것저것 도움을 준 것은 겨우 중급주신 주제에 대신족의 상급 주신에게 자청해서 덤벼들던 무모함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러나 지금 대신족의 창조신이 되어서 연산력 부족으로 의지와 이성이 중지되어 본능만 남은 주제에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 강대한 해방된 대신족의 창조신의 육체를 얻고서 할 수 있는 것이 겨우 그것뿐이라면 차라리 중급 주신주제에 겁 없이 대신족의 최상급 주신에게 덤벼들던 그때가 나았다.
어떤 권능이 있다하더라도 결국 본인이 저렇게 약하면 저렇게 된다.
과거의 창조신장도 능력은 까마득히 가람을 초월했지만 결정적으로 투지와 의지가 약했다.
신체를 몇 번이나 복구하는 처절한 전투 끝에 결국 승자는 절대계의 용병신으로서 얻은 칭호를 완전 가동한 가람이었다.
본래 창조신장은 신족이 절대 이길 수 없으나 그에게 받은 칭호와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의지와 투지가 불러들인 기적이었다.
최후의 순간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멸하는 창조신장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그때와 지금까지의 전투에 비하면 저건 장난이다.
자신을 위협할만한 강한 존재의 등장을 기대하던 긴장이 풀리니 반작용이 다시 온다.
그래서 다시 눈빛이 흐릿해지고 하품이 나왔다.
포식한 대신족의 정기를 소화하기 위한 나른함이 다시 다가온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자고 싶을 지경인데 도끼눈으로 그런 자신을 쳐다보는 신족과 마신족들을 보니 한심해서 저절로 혀가 차졌다.
‘감히 어디서 힘의 차이를 알지도 못하고 이빨을 드러내는가?
철없는 것들.
여기가 절대계가 아님을 천운으로 알라.’
약자가 강자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은 과거의 절대계의 용병신이라면 당장 죽여서 정기를 강탈당할 중죄지만 여기는 가람의 주우주이니 하품을 하고 만다.
그리고 저 둘은 역시 지배종족의 절대적인 권력자로 오래 있다 보니 감각이 많이 죽었다.
지금 누굴 살리고 죽인단 말인가?
누가 친견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었다.
그러니 저런 고민을 한다.
“멍청이들아.
너희들보다 그의 심판이 먼저다.
칭호를 완전개방하고 싸우면 단 일격에 소멸시키거나 자신은 아무 상처가 없는 완전승리를 해야 처분을 면하는데 지금은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까지 발동되었다.
이제 승리 기준은 더 높아졌다.
그런데 저 꼴로 싸우고서 잘도 살아남겠다.”
그 말에 가람과 진마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은 그의 집중 관리를 받는다.
감히 감당할 힘도 의지도 없는 주제에 최후의 수단으로 칭호를 완전 개방하거나 반드시 이기기 위해 최후의 발악으로 벌인 전투에는 항상 심판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처분을 할 때는 모든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모인다.
결과는 거의 대부분 소멸 혹은 말소이고 최악의 경우 의지를 가지고 벌레가 되는 수가 있었다.
창조신이상의 이성을 가지고 하루살이와 같은 몇 시간도 안 되는 벌레의 탄생과 죽음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우주를 좌우할 힘이 가진 존재가 생명체 중에서도 제일 하단의 존재가 된다.
이 이상의 비참함도 없다.
그런데 더 참혹하게도 벗어나는 길이 있다.
변한 벌레 중에서 최강이 되는 것이고 그걸 위해 쌓은 힘은 죽어도 계승되고 승급된다.
그의 행성에 대부분의 곤충들이나 짐승들 아니, 모든 생명체가 500억년의 침공의 결과다.
그곳에서는 그에게 처분되어 변화된 벌레들과 승급된 생물들이 죽고 살기로 싸워 생명체의 격이 다르다.
어지간한 신 정도는 행성에 잘못 들어가면 바로 죽는다.
행성에 모든 생명체들이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죽이는 이상으로 승급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기에 죽고살기로 달려든다.
그리고 창조신이상의 지성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초월적으로 강대해진 무수한 생명체가 발산하는 계측불가능한 정기의 행성의 보호막은 정신체는 어떤 권능으로도 돌파불가다.
어떤 신계나 마계 같은 방어수단이 없어도 그의 행성의 방어력과 공격력은 절대계 전체에 비견될 정도다.
절대계에서 공을 세우고 칭호와 그의 지도를 받기 위해 갔던 그의 별은 절대계와는 또 격이 달랐다.
“크흠-!”
“허어억-!”
저절로 그 황당한 생태계에 편입되는 광경을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결과를 보고 판단하지 그래?
무의미한 지배자 흉내는 그만하고 말이야.”
그렇게 짧게 말을 하고 전장을 살핀다.
전장의 분위기는 해방된 대신족의 신력과 권능의 위압으로 다시 변했다.
그러나 결코 항복할 전력차이는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저 패도신이라 불리는 거의 알몸으로 무제한의 전력신력전개를 하고도 무사한 존재들이라면 협박 따위는 안 통한다.
신체의 단련이 창조신을 능가할 정도로 끝없는 전투와 단련의 결정체와 같다.
대신족의 상대로도 물러설 존재들이 아니고 저 허세로는 부딪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과연 500주우주의 주력들의 표정들이 심상치 않는 것이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권능노출을 극도로 꺼려서 피했지만 ‘항복 권유’라는 수치를 당하고서 참으면 투신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역시 신계수호신과 패도신이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인다.
흐릿한 미소가 저절로 다시 떠오른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느낌이 위험을 알린다.
‘가람’과 ‘진마’도 심상치 않았음을 알았는지 신력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야 진심이로군.
그럼 그와 싸우기 위해 10억년을 준비한 500주우주의 대답을 볼까?
너희들도 우리처럼 신족의 가능성을 증명하라.
주우주의 지배종족으로서 가치를 말이지.”
그리고 눈이 멀 것만 같은 신력의 빛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한다.
파아아앗-!
잠시 압도되었던 패도신의 투기와 살기가 끝도 없이 올라가기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알몸에 가깝던 몸에 입혀지는 것은 신격의였다.
마치 점유된 것처럼 피부를 찬란한 황금색의 갑옷이 입혀져 간다.
그리고 신계수호신들의 모습이 흐릿해져간다.
그렇게 신계수호신의 신력과 권능과 융합하며 변화를 거의 마쳐가는 패도신들의 입에서 단호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미 각자의 신력역시 조 단위로 넘어섰다.
이것을 위해 얻은 강고한 육체이다,
방어에 특화된 신계 수호신과 공격에 특화된 패도신이 융합하여 영원체에 준하는 강함을 일시적으로 얻는다.
완전 가동되면, 주우주라면 그의 오의를 얻은 극히 일부의 존재들이 아니라면 감히 능가할 자는 없다.
“권능의 중핵이 되실 후계님도 창조신장님도 없으셔서 본래 발휘해야할 전력의 1할도 안 나오겠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감히 신이 우주의 근본인 신령을 억류하여 영원불멸의 삶을 이어가는 정신체의 운영을 문란하게 하였다.
이것은 어떤 신도 죽음을 받을 죄이며 정신체를 복구시킨다는 것은 창조주께서 운영하시는 주우주 전체의 질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행위로서 소멸이다.”
“죽음과 소멸도 너에게는 가볍다.
생명체인 인간이 감히 영광스런 신족이 된 것도 쉽게 용납할 수 없거늘 결국 악마도 아닌 대신족이 되다니-!
그 존재자체를 말소시켜 주마.”
살짝 본래의 능력을 드러낸 패도신들의 모습과 투기와 살기에 대신족의 본능에 아로새겨진 기본 전투자아가 움직인다.
“우우우웅-! 우우웅-!”
‘협박 실패.
강제 전투태세로 전환.
하나 의지와 이성의 작동불능으로 인해 기본 전투태세로 전환.
마도로 인한 증폭은 강제중지.
현재 전력은 2개의 신계의 지원으로 인한 2천억과 본래 75억으로는 적의 1조 이상의 정신체로 구성된 군세를 상대로는 승산은 없음.
지침에 의해 퇴각 추진……, 거부.
이대로 후퇴하면 카르마의 절대계약에 의해 바로 처분됨.
다른 전투 외 대응수단 판단……, 없음.
폭주 개시……, 적과 공멸을 노림.’
일반 행성의 100배 크기인 주신성을 능가하는 거체를 가진 대신족의 창조신의 빛의 날개가 새하얗게 백열하기 시작했다.
만 단위를 넘어선 신계수호신의 권능과 신력과 융합하여 일시적으로는 분명히 정신체를 초월한 패도신들의 신력의 압력을 그대로 가르며 돌진을 시작했다.
대신족 자체에 입력된 기본 대체방식에 의해 감당을 못할 적을 상대로 시작한 폭주를 바탕으로 역시 잠시나마 영원체에 근접했다.
주위에 돌고 있는 너무나 거대해진 신체로 인해 이제 위성으로 보이는 기계신의 대신족의 창조신이 붉게 빛나며 거체를 수호한다.
본래 기계신은 대신족의 일부를 물질로 구현한 것이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대가로 권능의 발현자까지 대신족으로 만들어버렸지만 상위의 대신족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기본 체계가 바뀐 것은 없었다.
그리고 대신족의 권능역시 변함없었고 오히려 전투에 관한 것은 강화되어있다.
대신족에의 자동 사고는 감당 못할 세력이 올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후퇴하여 다시 세력을 형성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침입자에 대한 격퇴가 우선으로 바뀌었다.
자멸까지 각오한 폭주를 통해서 말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를 정도로 대신족 특유의 직렬병렬 통합연결이 가동되며 다시 신력을 신체가 유지하는 데까지 끌어 올린다.
그리고 대신족의 본능을 뛰어넘은 투쟁의 본능이 행성의 표면 위에 새겨진 거대 마도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이럴 상황에 쓰기 위해서 고안된 공멸의 마도였다.
그것은 위성처럼 빠르게 돌고 있는 다른 대신족의 창조신도 같았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생존의 위기에 마도가 일부나마 돌아온 것이다.
“우우우웅-!”
‘폭주 목적은 적의 전멸-!
적의 진영의 중점에서 자폭 실시.’
이성이 없다고 해도 투신에게 본능과 같은 살기와 투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주신성이상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신족의 창조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신들의 전력의 일부를 보고서도 오히려 달려들어 오는 대신족의 거체와 권능이 주는 위압감에 이를 악물고 외쳤다.
“끝까지 저항할 것인가-!
이렇게 힘의 차이가 나는데도 말인가?
정당한 심판을 받아들여라. 차원의 마도신-!”
어느 새인지 모르게 천한 인간출신의 신이라는 호칭을 관두고 차원의 마도신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절망적인 전력차이에도 도망도 치지 않고 포기도 없다.
오로지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데 상대가 워낙 예측 불가능한 마도를 사용하니 이런 난적도 없다.
지금도 있을 수 없는 변화이고 상식적으로 예비창조신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전력이다.
전력의 일부를 개방하면 499주우주의 창조신도 이길 수 있는 자신들이 똑같이 치고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도 그 이유다.
하나 빠르게 달려들어 오는 것을 저지는 반드시 해야 했다.
아니, 접근시키면 어찌될지 모른다는 예지가 심각하게 위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역시 신력을 집중시켜 원거리 공격을 준비했다.
비록 크기가 커다래도 일격이 항성계를 지울 정도로 강대한 공격이다.
수천발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대신족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그렇게 충돌을 하려하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 충돌의 중간지점에서 작지만 그 빛남이 너무나 다를 정도로 강대한 빛의 날개가 빛나며 양 세력을 동시에 튕겨 내버린 것이다.
꽈우우우우우웅-!
주신성 크기의 대신족의 창조신이 그대로 뒤로 다시 튕겨 나가고 전력의 일부를 발휘한 패도신들이 그 반발을 못 이기고 뒤로 날려졌다.
신력의 차이를 넘어서는 신체와 권능의 우위가 주는 압력을 차원의 마도신과 패도신들이 이겨내지 못한 결과였다.
“목적은 이루었다.
우리는 승리했고 이제 전쟁은 끝이다.
패도신과 신계 수호신은 당장 신계로 물러서라.
이건 명령이다.”
아직 어린신족의 모습이 빛의 날개를 휘날리며 단호하게 지시한다.
등 뒤에 솟아오른 26쌍의 빛의 날개와 반투명한 1쌍의 암흑의 날개가 창조신장의 후계라는 신분을 알린다.
그러나 몸통 전체에 그어진 열십자 모양의 상처에서는 피가 쉴 새 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더욱 심한 것은 가슴의 심장부위에 아직도 검의 손잡이까지 박혀있는 빛의 검이었다.
몸통을 관통해서 등으로 칼날이 시퍼런 빛을 뿌리며 상처를 키우고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치명상인데 그 고통과 손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회복을 해간다.
더욱 심한 것은 오른손이 있는 자리가 팔꿈치 이하가 깔끔하게 잘려나가 없는 점이다.
아무리 신족이라도 팔의 상실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손상이었다.
하나 피로 물든 입가에는 만족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들어 올린 왼손에는 자신과 방어신계 주신의 피로 물든 신계의 영광의 자리가 들려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엄청난 격전 끝에 얻은 듯 피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손상되었다.
그러나 신계의 중핵인 영광의 자리를 빼앗긴 방어신계의 상태는 괴멸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승리의 증거입니다.
위대한 우리의 창조주시시여.
499주우주의 방어신계를 돌파하라는 당신의 명령을 이루었나이다.”
번쩍-!
한 줄기의 빛과 함께 방어신계의 영광의 의자가 그대로 사라졌다.
정신체도 감지 못할 공간이동은 영원체만 가능하다.
그리고 짧은 의지가 주우주에 울린다.
‘인정한다.
대신족의 전면도입은 보류를 하겠다.’
겨우 목적을 이룬 창조신장 후계의 몸이 순간 비틀거린다.
패도신들과 그들의 중핵인 자신은 거의 일심동체다.
그들로부터 전달되는 각종 전장정보와 위협적인 대신족 창조신의 출현에 필사적으로 뛰어온 덕에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하나 가슴에 박힌 불멸 속성의 빛의 검은 다행히 ‘신살’의 속성이 없어 그대로 근육으로 감싸 안고 다급하게 뛰어왔지만 그 부상의 여파가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창조신장의 후계가 아닌 보통의 창조신의 신체였으면 같이 죽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허용한 덕분에 빠른 시간에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빨리 요양을 들어가지 않으면 신체가 죽을 지경이다.
더구나 창조신장님도 힘든 전투를 치루고 있는지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다.
‘투신도 아니신 분이 어떻게 499주우주의 투신들과 싸우신다고?
그렇게 말렸는데.’
저 분은 어디까지나 관리신의 창조신장이시지 저런 최전선에서 싸울 투신이 아니시다.
그런데 499주우주의 투신들의 권능이 필요하다고 저런 무모한 전투를 자청하셨다.
전투는 관리신들이 화면너머로 보는 것처럼 낭만과 요행 따위는 절대로 없는데 말이다.
당연히 만류하려고 했지만 ‘절대 명령권’에 의해 신계에 강제대기를 당했다.
그리고 명령권이 흔들리자 다급하게 뛰쳐나와 엉망진창인 전장을 겨우 어느 정도 정리를 했지만 저 방어신계의 주신이라는 마도신이 변한 대신족이 심상치가 않다.
출력만을 기형적으로 올린 대가로 신력의 밀도를 못 이기고 형편없이 튕겨져 나간 주제에 아직도 심상치 않은 위기의식을 자신에게조차 부여할 정도다.
이것은 분명 대신족 자동대응의 최종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대신족의 상세한 자료는 이미 500억 년 전에 뿌려졌다.
물론 정보 통제를 위해서 창조신장과 후계정도만 알고 있는데 그 내용이 정말이라면 저 대신족이 할 행동은 하나다.
동급이하의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거나 죽인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필사적으로 달라붙던 방어신계의 주신과 거의 동급이 대신족으로 변한 것이라면 위험하다.
아니, 지금 몸 상태로는 감당이 힘들다.
자신에게 패배를 했으나 결사의 의지를 담고 자신의 가슴에 박아 넣은 불멸의 빛의 검은 자력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하고 이대로라면 써클조차 하락시킬 정도로 타격을 주었다.
목적을 달성한 지금 어서 창조신장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다급한 사정을 알 리가 패도신들과 신계 수호신들이 후퇴하지를 않고 미적거리자 험악한 음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속에서 다시 불꽃같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나마 전투능력은 낮지만 운영 면에서는 신뢰하던 아버지는 믿을만한 강자가 없어 본인의 의무에 억눌러 자살과 같은 전쟁을 하려 한다.
있는 것이라고는 승리보다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는 허울뿐인 정치꾼들뿐이다.
거기에 자신은 방어신계의 영광의 자리를 적의 창조신이 도착하기 전 가장 빠르게 강탈하기 위해서 스스로 이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계산 외로 너무 강력해서 죽기직전까지 몰렸으나 목적은 이루었다.
결국 언제나처럼 자신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적은 자폭할 기세다.
저 정도 대신족의 창조신이 자폭하면 항성계가 아니라 성단(Constellation)이 소멸한다.
그 폭발은 정신체인 신족이나 마신족의 파괴에 특화되어서 너희들이라도 버티기 힘들어.
너희들을 지키고서 전투와 협상을 동시에 할 여력은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
그러니 당장 저 대신족을 자극하는 투기와 살기를 지우거나 벗어나란 말이다.
이……, 이런 늦은 것인가?
이미 돌진을 시작했을 때부터 자폭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싸우기도 전에 같이 죽겠다고 달려든다고?
499주우주에는 왜 모두 이런 미친 투신들뿐인가?”
해방된 대신족의 거체가 그대로 진동을 시작하며 백열을 시작한다.
태양보다 더한 고온이 전 우주공간을 일순 달구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정신체의 자폭의 모습에 잠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한다.
대신족이 자폭을 하면 어지간한 성단(Constellation)은 날아간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물론 전멸이고 정신체도 몰살이다.
‘적어도 1써클 이상의 신이 아니면 못 견딘다.’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은 대신족의 주신들이 가끔 자폭을 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폭을 준비하는 시간동안 처단을 하기 위해서 마신족이 필요한 것이다.
일단 대신족도 신족이기 때문에 마신족의 고유권능인 ‘신살(神殺)’이 잘 먹혀서 나온 대책이다.
그런데 일반 창조신의 100배 이상의 능력을 가진 대신족의 창조신이 자폭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산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현재 강화된 권능과 해방된 능력까지 포함시키니 어처구니 피해가 나왔다.
그리고 곧 그 지역에 있던 모든 499창조신들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의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이 가호하는 전장이 아니라면 모두 뛰쳐나갔을 것이다.
“막아라-!
이 ‘차원’의 권능 안에서는 장거리 공간이동 제약으로 멀리 피할 시간이 없다.”
“대신족의 ‘신멸(神滅)’의 폭발은 너희들의 어떤 방어권능도 무효다.
당장 죽여야 해-!”
간단하게 지역우주(Local Universe or Galaxy)가 모두 날아가고 거기에 있는 모든 주신이하의 존재는 소멸하고 창조신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경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멸지역의 대부분이 바로 499주우주였다.
투기장의 관객에서 단숨에 공동운명체가 되어버린 창조신들이 경악한 자폭예상 사태와는 별개의 장소에는 고요만이 가득했다.
과거 웅장했던 방위신계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기반인 행성조차 벌집처럼 변해버린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 중심인 대전조차 위성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린 모습이 잠시 벌어졌던 사투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중앙에 방어신계의 영광의 자리가 무참하게 뜯겨나간 자리에 역시 방어신계보다 더 처참한 모습이지만 서있는 인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창조신장의 후계……, 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조금 아쉽군……. 먼저 알았다면 이렇게는……, 콜록-!
끝날 시간인가?”
퍼뜩-! 둑-!
기침과 함께 붉은 피가 입가에 퍼져 나왔다.
몸속에서 터져나가는 신체를 갈가리 찢어발기는 충격은 자신의 권능이기에 너무나 잘 알았다.
곧 신체에 그려지는 붉은 피로 뭉쳐진 것 같은 십자가가 떠오르고 그것은 정확하게 몸을 나누어 간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몸통에서 팔과 다리는 분리된다.
거기에 심장이 안에서 터져나가며 가슴에 구멍이 나는 것으로 끝난다.
남는 것은 정보획득과 전공을 증명할 머리뿐이다.
이것은 자신의 고유권능 ‘이중나선(二重螺線)’의 권능에 적중된 적이 반드시 도달하는 운명이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비틀어 즉사를 면했지만 그것도 상대가 상당부분 회피한 덕분이다.
물론 그래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지만 대가는 치러 주었다.
“창조신장의 후계의 권능은 신족권능의 무조건 반사인가?
초월이나 고유권능이 아니면 모두 반사하는가?
알았으면 권능이 아닌 일반 공격으로 장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인데 한심한 꼴이군.
그래도 적자는 아니니 다행이다.”
한계를 초월하는 일격을 실현한 대가로 모든 근육과 뼈가 부러졌지만 아직은 달려있는 오른손을 의지로 들어서 잡고 있는 잘라낸 후계의 손을 들어올렸다.
이것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당할 리는 없지만 자신은 현재 방어신계의 주신이다.
비록 패배하여 영광의 자리까지 잃었지만 의무는 다해야 했다.
그것은 부서진 방어신계의 복구였다.
신계가 부서져 사리진 주신계와의 연락체계를 개인의 권능으로 연결했다.
조금 많은 신력이 소모되지만 예비 창조신이며 후계인 자신에게는 수월한 일이다.
“주신계여. 본신신력 1조의 창조신장의 후계의 팔 하나다.
정기를 회수하기 전 잘라냈다.
최소 2천억의 정기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방어신계의 복구를 시작하라.”
“회복을 우선 권합니다.
2천억의 신력이면 현재의 몸 상태를 정상으로 복구하고 강화까지 가능합니다.”
“대신 방어신계의 회복에는 부족하겠지.
방어신계를 잃은 패배자보다 방어신계의 복귀가 더 우선한다.
이건 예비 창조신인 나의 의지다.
하위자인 주신계의 관리주신들은 우선순위를 혼란하지 말라.”
“…….”
주신계의 관리주신들이 잠시 말을 멈추고 대답을 한다.
하찮은 용병신이 아닌 창조신의 후계가 단 1번의 패배로 이렇게 죽어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공통이었다.
자신들 역시 같은 입장이기에 결코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나 당신은 천한 용병신이 아닌 영광된 창조신계의 후계이며 직계입니다.
언제인가는 위대한 창조신이 될 존재인 당신께서 한 순간의 패배로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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