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89화 (200/2,000)

제 289화

14권

은빛 거성들의 정체를 알리는 창조신들의 너무나 놀란 음성이 울렸다.

그런 경악성과는 달리 신계 수호신들의 입장은 처참했다.

가장 높은 신력을 가진 신에게 모든 신력을 집중하여 무한으로 공격하는 신력병렬연결의 최고의 약점은 바로 이런 반사였다.

더구나 공간이동을 통해 방어할 여력도 없이 당해버렸다.

그것을 대부분의 공격을 무효화시키고 절감시키는 신격의를 벗은 상태로 당하자 모두 몰살당할 순간이었던 것이다.

“커어어어억-!”

“크으으으윽-!”

여기저기서 신음소리와 필사적으로 신체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노력이 줄을 이었으나 현재의 육체는 하급신에 가까운 생명체의 몸이다.

본래의 창조신이 가져야할 영광스런 신체에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소멸에서 죽음으로 전환된 개념을 유지하고 절대의 방어라는 신격의가 없이는 이렇게 무력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반사공격에 전멸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 본래는 그랬어야 했다.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공간이동의 좌표를 비틀어서 직격을 피하게 한 저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전신갑옷을 입은 자신들과는 달리 극도로 방어무장을 제거하고 겨우 바지만을 걸치거나 상의에 천 조각만을 걸친 남녀가 뒤섞인 수백 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끝없이 복원되려는 공간이동의 좌표를 신력으로 휘저으며 반사를 막아낸다.

아직도 병렬신력연결공격의 반사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것을 보니 직격 당했으면 모두 소멸이었다.

소멸은 없으나 죽음에서 되살아나기 위해 생명체와 하급신의 신체의 경계에 있는 신계수호신들이다.

창조신의 신격을 되찾아도 극도로 약화된 그 신체가 어찌되는 것이 아닌 것이기에 극도로 방어력이 낮다.

모든 공격을 거의 막아내고 경감시키는 신격의를 벗는다는 의미는 바로 종잇장 같은 신체를 적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자살행위였던 것이다.

더구나 소멸도 적용되어 버려 부활도 없다.

신계 수호신들이 신격의를 벗자마자 당황해서 달려와서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다행히 썩어도 준치라고 직격을 당하고 소멸된 적은 치명상을 입거나 부상을 당한 자들밖에 없어 인원수는 감소가 없다.

다만 이제 수조 단위로 신체에서 새어나간 정기와 복구에 쓰일 정기를 생각하니 분노가 하늘을 뚫을 정도다.

“이 멍청이들이-!

신계 수호신들이 전장에서 신격의를 벗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결국 우리까지 나섰다.

이게 무슨 꼴인가?”

“흥-! 예비 창조신 하나에게 정말 잘하는 몰골이야.”

“잘난 척하고 뛰어나가더니 전멸이라고?

오리진들이나 창조신은 이해라도 되지만 너희들은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

아무 말 없이 신계수호신들이 육체를 회복하고 신격의를 착용하자마자 반사공격은 멈추었다.

그리고 저 차원의 마도신은 뿌려진 정기를 남김없이 회수한다.

창조신들을 몰살시켰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정기의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

적의 방어신계의 영역이고 적의 권능이 차원이라는 공간계열의 상위계통이라 막을 수도 없어 막을 수도 없다.

유도한 적의 허점을 공격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고 약간의 손해라도 용납하지 않으며 바로 철수한다.

그 과정에 아군의 희생뿐만 아니라 자신조차 희생을 각오한다.

지독하게 냉정한 전투방법이다.

투신이 아니라 전신이라고 칭해야할 정도로 계산적인 전략이다.

어쩌다 저런 뛰어나고 지독한 전투신이 방어신계의 주신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며 하필 그 많던 방어신계 중에 고른 것이 이곳인지 신계로 돌아가서 다 뒤집어엎고 싶은 심정이다.

더구나 아군의 상태가 너무나 한심한 최악이다.

“후계님은 행방불명이시고 창조신장님은 저기 묶여계시니 이 꼴로는 전력의 1할도 안 나와.

그러니 이런 수치를 당하지.”

본래 자신들과 신계수호신은 창조신장님과 후계님을 두 분을 다 모시고 싸울 때 모든 제약이 풀리고 그와 싸울만한 전력을 얻게 구상되어 있다.

신계수호신은 창조신장님을 모시고 절대급의 방어를 구현하고 자신들은 후계님을 모시고 절대급의 공격을 구사한다.

감히 절대계에서도 최상위의 존재가 아니라면 감당하지 못한다고 자신하는 500주우주의 모든 것이다.

그런데 후계님은 이곳의 상황과 창조신장님의 희생의 결단을 듣자마자 사라지시니 어떻게 할 수 없다.

본래라면 방어신계뿐 아니라 모든 공간의 소거까지 가능한 자신들이 겨우 공간이동의 좌표를 혼란시킬 정도다.

“그나마 쓸 만했던 칭호를 가진 창조신들은 정기고갈로 인한 신체약화로 겨우 최고위 주신들에게 발목이 잡혀있고, 창조신장님은 그의 오의를 익힌 전능신족의 오리진들과 대치중이신가?

어떻게 전황이 이렇게 나빠질 수 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죽일 것들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저 정도의 강자들에게는 그만큼의 예우를 하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봉인 후 저 꼴로 방치하여 말려죽일 생각이었나?

어느 주우주에서도 창조신장을 노릴만한 창조신들을 저 꼴로 만들다니?

단 한 명만 멀쩡했어도 이미 끝날 상황이다.”

“악마족들과의 전투만 전담하다보니 신계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할 말은 없나.

죽다 살아난 신계 수호신들?”

“…….”

이제 신격의를 입고서 완전히 신체를 회복한 신계 수호신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끊는다.

“칭호를 가진 창조신들은 신계수호신과 너희들이 되는 것도 거부했다.

그런 반란분자에게 단 하나의 정기도 사용할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당장 창조신장님을 구하고 방어신계를 부순다.

참전하라.”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자기들 덕분에 전멸을 모면한 신계수호신들이 다시 위엄을 찾으려 하니 가소로운 것이다.

“풋-! 너희들 완전히 돌았구나.

겨우 이 전력으로?

저 예비 창조신이 문제가 아니고 뒤의 499창조신들이 보이지 않아?

창조신장님을 구해도 절대의 방어만 구현하지 후계님이 없어서 공격은 불가능해서 버티기만 가능한데?”

“더구나 499주우주의 신계에는 신력 10조를 초과하는 창조신장 뿐 아니라 대신족의 전력 거의 전부를 막아내고 토벌하여 다수를 상대로는 창조신장이상이라고 평가받는 ‘진멸(殄滅)’이라는 초월급의 창조신도 있다.

거기에 동맹인 마신황제까지 같이 덤비면 너희들의 절대의 방어가 버틴다는 보장이 없어.

창조신장이상의 존재가 셋이고 우리는 둘이다.

이 차이는 결코 매울 수 없다.

오죽하면 창조신장님이 최후를 각오하고 적의 권능을 얻기 위해 홀로 나서셨을까?”

“무엇보다…….”

피가 뭉쳐서 흐를 것 같은 진득한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신계 수호신을 압박한다.

쩌저저저정-!

그 신력과 투기의 압박에 막 회복한 신격의가 버티지 못하며 금이 가며 비명을 지른다.

오로지 파괴와 죽음을 요구하는 신력과 권능에 신격의의 방어권능을 일순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다급히 손상을 회복시키는 신계 수호신들에게 냉엄한 선고가 내려진다.

“신계 수호신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창조신장님과 후계님인 두 분 이시지만 우리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후계님 외에는 없다.”

“우리야말로 전장의 주도자이며 적을 굴복시키는 권세이다.

힘이 곧 정의이며 정의는 곧 자신의 힘임을 믿는 패도신(覇道神)인 우리에게 명령이 가능한 것은 우리와 같이 전장을 주제하는 후계님 외에는 없다.”

“안전한 신계 안에서 수련만 해온 너희들은 닥쳐.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다.”

“아니면 오로지 힘만을 추구해온 우리들을 힘으로 굴복시켜 보든가?”

“킬킬킬킬-! 아무리 강력해도 겨우 예비 창조신에게 오리진이나 창조신처럼 몰살을 당할 위기를 자초한 주제에 입만 살아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신계 수호신들이 이를 부득 갈았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니 말이다.

“그래서 너희들의 생각은?”

패도신들도 막상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오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창조신장님과 칭호를 가진 창조신들이 저기 고립되어 있다.

거기에 저 마도신에게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의 신령이 정확히 집계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수가 구속되어 있다.

그러나 당장의 적은 겨우 예비 창조신 하나다.

비록 대신족과 유사한 권능을 가진 기계신들이 나섰지만 보아하니 임시로 만든 허세일 뿐 전력으로 쳐줄 만한 것이 아니다.

아니라면 바로 투입해서 신령을 구속해서 끝을 낼지 병렬신력연결의 공격을 반사하는 것으로 끝낼 리가 없다.

안에 주신들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신계수호신이나 패도신 단 한 명이라도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은 간파했다.

문제는 방어신계가 돌파되거나 파괴되면 들어 닥칠 저 창조신들이다.

악마족이나 주우주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초월적인 존재들과 무수히 전투를 반복해온 자신들을 능가하는 섬뜩한 살기와 투기가 넘실거린다.

저것들이 정말 빛의 신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고 499주우주의 신족이나 악마족이나 모두 파괴신으로 개명을 해야 한다고 극단적인 평가를 받은 사실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창조신장님을 구해도 499주우주와의 결정적인 전력의 차이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끝없는 시간을 사투 끝에 공멸하거나 자신들이 패배할 확률이 높다.

그 전에 대신족에게 끝장이 나겠지만 말이다.

결론은 내려졌다.

지금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우린 후퇴한다.

창조신장님과 다른 오리진들은 너희들이 협상으로 되돌려 받아라.”

“적의 창조신들과 우리들의 총합 전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전쟁은 끝이 없을 것이나 결국 저들의 승리가 되겠지.

그러나 대신족의 위협이 눈앞에 있는 499주우주는 500주우주 전체를 제압하기 위해 보낼 시간이 없다.

그러니 적당한 협상을 하라.

필요하다면 고개를 숙이고 수치도 감내하라.

그것이 신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신계수호신들이 할 일이 아닌가?”

“권력을 쥔 자들이 다른 세력과의 다툼에서 실패할 경우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다.

이번에는 너희들이 신계 안에서 벌렸던 무수한 이해 못 할 처분과 조치에 침묵하던 것처럼 그냥은 넘어가지 않겠다.”

“…….”

신계 수호신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격의를 벗는 위험까지 감수한 병렬신력연결까지 반사시켜 버리는 저 예비 창조신은 자신들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

패도신들은 무엇보다 전쟁과 투쟁에 특화되어 있어 저들의 판단은 최소한 이런 면에서 정확하다.

어떤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타도하고 이겨온 진정한 전쟁과 투쟁의 신들이다.

그런 저들이 포기했다면 이 전쟁에 승산이 아예 없다는 소리다.

그런 신계수호신들의 반응에 패도신들은 혀를 찼다.

너무나 쉽게 납득을 하고 있다.

‘쯧쯧-! 회심의 병렬신력연결 공격이 되받아쳐져서 몰살당할 위기를 겪은 충격이 큰 모양이군.’

‘감당 못할 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니 그렇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꺾이는데?

이러고서 그에게 얼마나 버티려나?

그래도 기계 대신족이라?

실제 위력은 1할도 안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은색의 표면에 금색의 마도진이 뒤덮은 거대 대신족의 모습들이 방어신계의 전면을 모두 가린 채 특유의 신력과 신체의 떨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거대행성 크기의 신체에서 발해지는 울림과 폭증하는 신력과 권능의 향상이 저것이 절대 겉모습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말이 5,000억이지 어지간한 지역우주는 말끔히 지울 위력인데 어떤 손상도 받지 않고 받아쳤다는 것은 방어력만큼은 진짜라는 것이다.

18개의 기계 대신족인 직렬과 병력신력연결로 인하여 확보한 방어력과 공격력은 아무리 잡게 잡아도 조 단위를 뛰어넘는다.

‘공포로군.

499창조신들조차 바짝 얼었어.

하긴 저들은 수없이 싸워봤으니 무서움은 더 잘 알겠지.

이제 창조신장님과 후계님 없이는 싸워봤자 돌파할 수 없다.

절대로 여기서 우리들의 전력을 소모해서는 안 되니 말이야.’

더구나 유일한 길목을 막고 있는 마신왕은 악마족을 전문으로 타도해온 자신들도 버겁다.

초월권능을 하나도 아닌 둘이라니 이건 500주우주라면 악마황제급의 강자다.

더구나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저 마력에 은은하게 흐르는 것은 신력이었다.

휘하 행성의 지성체들에게 진정한 믿음을 받는 지배자의 증거이자 힘이다.

그것도 억 단위를 훨씬 넘는 신앙이 저 마신왕과 같이 하고 있다.

생명체들이 바치는 순수한 믿음의 정기와 결합한 정신체의 힘은 통상 몇 배의 출력을 보이는 기적을 낳는다.

그런데 저런 악마신이 행성 급의 신앙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그 파괴력은 감당이 안 된다.

‘499주우주에서 주신성급의 행성을 다스렸던 마신계의 주신인가?

일반 신족의 10배 이상의 능력을 가진 대신족의 주신조차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마신왕이로군.

하필이면 왜 저런 것이 튀어나와서 대책이 없게 만드는가?’

‘적어도 몇 십 조 단위의 정기손실이 예상된다.

그럼 그와의 전쟁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여기서는 물러서야 해.’

창조신장님의 안위와 오리진들이 가자고 있는 신계 일족의 고유권능의 약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와의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499주우주가 달성한 다른 주우주의 2배인 2일을 뛰어넘어 우위를 증명하는 것은 500창조주님의 염원이자 바램이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 영구히 존재하는 영원체가 갈망을 가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데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요구하신 것이 그런 것이니 물러날 길이 없어져 버렸다.

그 후 10억년을 무수한 희생을 치루며 준비해온 것이 절대의 공격인 패도신과 신계 수호신이다.

그 결과와 위력은 모든 주우주중에서 최강이며 거의 완성단계이나 불완전하다.

창조신장뿐 아니라 후계까지 전력을 다해야지만 유지되며 어디까지나 그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1인을 상대하기 위한 권능이다 보니 대신족이라는 무수한 강자들에 대한 대처방법이 없다.

더구나 이번 일로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신계 수호신과 패도신은 같이 싸우지 않으면 허무하게 격파 당한다.

그리고 반드시 창조신장님과 후계님을 핵으로 싸우지 않으면 너무나 무력하다.

적을 타도하기 위해서 후계님부터 빨리 찾아야해.’

패도신은 의견을 일치하고 뒤로 신계로 돌아가는 공간의 문을 열었다.

신계 수호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같이 문을 연다.

문제점을 다 알고 있는 이상 싸울 수는 없었다.

패도신과 후계님을 주축으로 하는 공격수단이 없다면 결코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을 타도할 수 없다.

길목을 막고 있는 예비 창조신도 문제지만 그 뒤가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공간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공간 좌표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구역이 봉쇄되었다.

창조신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신들조차 공간이동이 불가능하다.

이런 짓이 가능한 것은 공간계열에서 초월적인 창조신이상의 존재외에는 못한다.

그런 상대는 지금 오직 하나뿐이다.

그리고 등 뒤에서 끔직한 정도로 강대한 신력의 상승의 파도와 투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적이 후퇴하려는 모습을 보는 ‘전율의 진군’은 숨을 몰아쉬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나 저쪽이 우위이나 물러날 기색이다.

“다행이로군.

이것으로 방어신계의 방어계약도 완료되었겠군.

우리들의 계약도 끝났다.

이제는 이별인가?

그……, 그대-!”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뒤돌아본 차원의 마도신의 마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12개의 마력의 원이 일그러지고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다.

마력을 통제하는 연산력이 초과하여 폭주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어느새 허공에 떠 있는 빛나는 보석에서 발산되는 떨림과 함께 영창이 아닌 비명과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진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웅-! 우우우웅-!”

‘결국 실패했다-!

12써클의 마도는 억지로 승급시킨 마신왕의 정기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

우려했던 대로 현실이 내게 역류한다.’

인간으로 돌아왔던 신체가 급격하게 변질되어 간다.

기계신을 잠시나마 대신족의 권능을 얻게 하기 위해 시행한 구상만 했던 마도는 12써클이었다.

5,000억이 넘는 병렬신력연결 공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으나 성공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신의 연산력이 대신족보다 우위에 있지만 다른 면은 오히려 일반 창조신보다 열세다.

그런데 대신족의 주신의 생명핵으로 강제 발동한 마도의 대가로 자신의 몸이 대신족으로 변하고 있다.

존재를 변환시킬 때 항상 동반되는 발현자조차 변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몸이 멋대로 인간에서 벗어나 대신족으로 전환된다.

생명체의 핵을 거의 완벽하게 해석하고 권능만을 사용하려고 하였으나 아직 자신의 수준으로는 해석이 불분명한 부분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 마도를 잡아먹고 차원의 마도신을 덮친다.

신체가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고 구체의 형태를 얻으려고 하는 듯 멋대로 제어력을 발동시킨다.

꽈드드드득-! 꽈드드득-!

신체가 변화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을 결국 포기했다.

아니, 더욱 가속화하고 마도와 신력을 쑤셔 박아 넣었다.

어지간한 대신족으로는 결코 신계 수호신과 새로 나타난 투기와 살기가 넘치는 존재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면 일반적인 대신족으로 안되고 더욱 강화된 대신족이 되어야 하기에 차원의 권능과 마력까지 모두 집중시켜 넣어간다.

“우웅-! 우우우우웅-! 우우웅-!”

‘크크큿! 크하하하핫-!

결국 사악하고 흉악한 흑마도사답게 괴물로 변해 자멸이 결말인가?

이대로 저항해도 결국 이도저도 아닌 존재가 되어 폭주한다.

아니, 상관없다.

이기고 살아남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몰골이 되어도 나는 근원학파의 흑마도사이다.

더구나…….’

순수한 빛의 신족이 되어서 극도의 아름다움을 얻고 살아보았다.

하지만 결국 변화에 감당이 안 되어서 스스로 전력신력전개로 얼굴을 가리거나 로브를 뒤집어쓰고 신계 주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미남이 되든 구역질나는 괴물이 되든 인간출신의 신이라는 자신의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저질렀던 과거가 현재의 자신을 잡는다.

결국 여기서 모든 금기를 다 범하고 이겨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그런 결과를 만든 저들이 물러나는 것 같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되면 그가 친견하고 있는 이 전투가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지고 실망을 주리라.

이미 이 세계에 실망을 할 만큼 한 자신에게 그의 기대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그러니 모습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짓을 해서라도 승리라는 공적을 쌓아도 문제만 지적하는 이 세계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것이 정확했다.

“아오오오오오-!”

최후의 인간다운 비명을 지르며 의식을 집중해서 영창이 아닌 명령을 집어넣는다.

연산력의 폭주를 무릅쓰고 새로 변화시킨 기계 대신족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각인시킨다.

아마도 이것이 최후의 의식일 것이다.

대신족은 오로지 행성의 창조와 발전이라는 정해진 목적을 위해 사는 순수한 신 그 자체다.

감정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고 목표달성만 남는다.

그 목표를 기계적인 음성으로 입력한다.

“목표……, 는 500주우주의 신계 수호신들과 새로이 나타난 패도신들의 처분이다.

최후의 하나까지 모두 소멸시켜라.

1대는 ‘전율의 진군’을 보조하여 길목을 막고 나머지는 연합하여 자유 기동하며 적을 처단한다.

이 명령은 내가 소멸하기까지 유효하다.”

꽈가가가가가각-!

연산력 부족으로 공간에 고정되었던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가 구속을 송두리째 부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신족의 창조신의 본래 능력은 일반 창조신의 10배 이상이기에 차원의 권능조차 수월하게 감당을 하고 있다.

대신족의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차원의 권능으로 오히려 가속시키자 벌어지는 강화현상이다.

본래 차원의 권능의 가장 큰 장점은 영역 안에서 발현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법칙을 수정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창조신에 도달한 차원의 권능은 창세가 가능하다.

동급이상의 12써클의 마도의 폭주로 발생한 부작용에 개입하여 막지는 못하나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힘은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둥글게 말려지며 주위를 은색의 막이 감싸기 시작한다.

서서히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끝없이 반복하며 명령한다.

“반드시 모두 소멸……, 시켜라.

적의 완전소멸만이 그가 친견하는 전쟁의 유일한 결말……, 이다.

결코 전쟁의 승패가 아닌 그 외의 정치적 이유로 결판나는 허름한 결말 따위는 그가 아니라 내가 용납 못한다.

이것이 내가 바치는 그의 호의에 대한 마지막 보답……, 이다.

나의 12써클의 마도인 ‘허위인증(虛位認證)’이여.

나의 연산력의 부족함이지 너의 불완전함을 탓하지 않겠다.

대신 내가 대신족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이 세계에 각인시켜라.

비록 정당하게 대가를 치루고 그의 자랑이 되지는 못했으나 최소한 그에게 칭호와 마도를 받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모든 주우주에 보여주리라.

저들에게 얻은 모든 정기를 소모해서라도 반드시 이겨다오.

잘 부탁……, 한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웅-!

이제 완전히 은빛의 구의 막에 쌓여서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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