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6화
14권
용병전투를 뛸 때마다 수없이 소멸의 위기를 겪게 만든 신멸포에 대적하기 위해 만들고 있다는 결정기였지만 준비가 지금처럼 많이 걸리고 무방비가 되어 호위가 없으면 쓸 권능이 못 된다.
그래서 미완성이지만 최상급의 대신족의 신멸포을 누르고 치명상을 줄 만한 공격은 그 당시 이것이 유일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일족 전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보호하겠다는 카르마의 계약이 없었으면 시행을 하지 않을 정도로 신체의 부담도 컸다.
“그러나 역시 엄청난 연산력에 초월적인 마도와 정기다.
빛의 신으로서 존재하기에는 너무 아깝군.
창조신이 마신왕이 된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질 것인데 고집을 부리니.
승급하기 위해서는 창조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안타까운 일이로군.”
마지막에 허공에 드러난 빛나는 마도진은 모두 12개였다.
12써클에 들었지만 마력의 부족으로 불가능한 12번째 마도진조차 ‘차원’의 권능으로 어떻게든 구현한 모양이다.
그리고 생성된 마도진은 그대로 빛의 날개에 뭉쳐들기 시작했다.
“12중첩인가?
현재 신력이 2개의 창조신급 방어신계의 지원을 모두 끌어내서 대략 3천억 정도이니 그럼 3조 6천억의 신력포의 포격이로군.
그때는 본신신력이 겨우 10억 정도라서 최대출력이 110억이었는데?
그럼 지금은 3조?”
말을 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신력포의 수치다.
빛의 신의 날개가 하나 둘 전면으로 꺾이면서 포대의 모양처럼 바뀌고 있다.
창조신의 날개 26쌍이 모두 신력포의 포대가 되고 거기에 마도진이 신력을 중첩하여 강화한다.
이 공격에 대신족의 상위주신조차 감당을 하지 못하고 큰 부상을 입어야 했다.
물론 대신족의 신체는 커다란 행성크기에 방어력과 권능도 막강하여 끝장을 내지 못했지만 그 당시의 일반 주신으로는 기적과 같은 위력이었다.
그러나 일반 크기의 신들이라면 직격을 받으면 당연히 소멸을 피할 도리가 없다.
‘전장에서는 신이면서도 마도의 힘까지 얻은 마도신은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한다.
권능이 변화무쌍하여 전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499주우주에 당연시되는 말이지만 500주우주에서 편하게 살며 지배종족의 위치를 위협하는 원수인 마신족의 손까지 빌려 싸우는 처절한 대신족과의 사투를 비웃어온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지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말이다.
마도신과의 전쟁에서는 어떻게든 시간이 흐르기 전에 결판을 보아야 했다.
지금처럼 마도신에게 호위가 생기면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아니, 신체의 물리력이 아닌 연산력으로 승부를 보는 모든 존재에게 공통적인 사항이다.
“마도신에게 영창시간을 절대 주지마라.
무영창으로 발현한 현실부정의 마도의 위력은 최소이지만 완전한 영창과 준비로 발현한 마도는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길 준비를 이미 전쟁 전에 마치고 참전하고 전쟁 중에 시행할 시간까지 얻은 마도신은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럼 내가 차원의 마도신을 수호하는 한 이제 이기는 건가?”
전율의 진군은 지극히 만족스런 표정으로 가만히 자신의 높게 솟아오르고 흥분으로 단단해진 가슴을 팔짱으로 감싸 안은 두 손으로 쥐었다.
아릿한 통증과 짜릿한 쾌감이 떠오른다.
과거 계약과 함께 삶의 마지막이며 죽음을 각오하고 참전해 준 포상이라 생각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결국 승리를 하고 계약을 최선의 상태로 끝내준 호감과 더불어 더욱 강해진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에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하나 잊지는 않았다.
정신체의 소멸을 되살릴 권한과 권능이 있는 것은 창조신장이상이다.
겨우 창조신이 시행하고 무사할 행위가 아니다.
어떤 수단으로 자신을 구현했는지 모르나 일시적인 복구다.
이 전투가 끝나면 사라질 운명을 알기에 뜨거워지는 몸과 감정을 정리하고 냉엄하게 말을 한다.
“전력으로 쏘아라.
차원의 마도신이여.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가 수호한다.
다시 소멸하는 일이 있어도-!”
갓 올라선 12써클로는 한계를 넘나들며 무아지경상태에서 차원의 마도신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궁지에 몰려 정신체의 복구까지 보인 이상 뒤는 없다.
그에게 특급의 카르마의 계약으로도 만족할만한 전투를 보여 혹시라도 살아남는다면 이계로 도망쳐야할 입장이다.
처음에는 단지 약해빠진 500주우주의 창조신들과 오리진들을 쓸어버리고 욕을 먹겠지만 신령을 구속하여 협상을 생각했는데 완전히 전황이 바뀌었다.
갑자기 나타난 신계수호신이라는 저것들은 제압되어 적의 포로가 된 수치스런 오리진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방금 전 치열한 공격을 퍼붓는 신계 수호신의 후보는 차라리 소멸을 해버리라고 하는 듯 이마의 ‘신령연옥(神靈煉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신령연옥 안에서 그 광경을 보던 오리진들이 절망에 빠질 정도였다.
오리진들이 죽어도 권능만 회수하면 된다는 뜻이며 신령을 억압한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제 499주우주에서도 창조신이상의 강함을 가진 신계 수호신 전부를 매장하기 전까지는 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믿었던 차원의 창조신의 권능도 인간출신의 신으로서는 이루지 못할 감정을 이기지 못해 웃기는 광역권능으로 변질되어 모두 망가졌다.
영광된 차원의 절대자로서 군림이나 빛의 신의 신계주신으로 인정받을 행복한 삶은 모두 사라지고 승리를 위해 금지된 금기는 모두 범해버려서 도망자의 길만이 남았다.
그러니 적에게 용서도 삶에 대한 미련도 없다.
기계적으로 영창을 하며 적을 죽이고자 하는 의지만 더할 뿐이다.
“신력포 전력전개……, 마도진 증폭 완료.
증폭도는 12중첩……, 최종 신력포의 출력은 4조로 안정화 준비 종료.
발사준비 완료.”
위이이이이이잉-!
이미 완전히 신력포의 포대로 변화된 빛의 날개 26쌍의 끝이 방어권능까지 소멸시키는 마신왕의 초월권능에 놀라 후퇴하는 500주우주의 신계수호신들을 향한다.
방어 권능까지 깔끔하게 사라지고 신체의 점진적인 소멸을 피해 뒤를 보이며 전력으로 후퇴중이다.
누구는 결코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말짱 헛소리다.
전쟁에서 적이라면 이런 좋은 기회가 적음을 한탄할 지경이다.
그것도 거의 이긴 남의 승리를 망쳐 이렇게 만든 원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으드드득-! 빠드드득-!
4조를 초과하는 신력포의 압력에 신체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큰 것은 이를 가는 소리였다.
꼬이고 뒤집힌 상황에 속에서 마구 끓어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조 단위의 신력포를 쏜다는 것은 제한이 없는 창조신의 신체로도 자살행위다.
하나 신계수호신들의 권능들이 심상치가 않다.
일반 창조신조차 무한의 초월권능으로 무장한 지독하게 강한 499주우주의 창조신과 공방을 나눌 정도며 이미 수조차 1만이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방어권능도 대신족의 상위의 주신조차 소멸시킨 ‘전율(戰慄)’에도 어느 정도 저항을 하고 도망치고 있다.
아마도 공격권능 역시 더없이 강대할 것이다.
이런 강자들은 결코 이런 지역적인 전투에 나올 전력이 아니다.
주우주 전체의 신계멸망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500주우주의 신족의 핵심전력인 것이다.
수련만 해서 대응이 약간 어설프지만 전투가 익숙해지면 분명 바로 끝장이다.
그러니 그 전에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나 창조신이상은 어지간한 위력으로는 결코 소멸시킬 수 없다.
모든 마도와 신력을 총동원한 공격만이 해결책이다.
쏘면 자신도 결코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그랑조아의 무한복원의 신체와 신력복원을 믿을 뿐이다.
하나 이 정도의 신력의 회복까지 감당을 할지는 의문이다.
하나 차원의 권능이 풀리면 마신왕으로 승급시킨 전율의 진군도 사라지고 직접 근접전을 해야 한다.
그럼 다시 신계 수호신 후보 하나와도 목숨을 걸고 한심한 전투를 반복해야 하는데 저들을 상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다른 수가 없기에 긴장을 한 채 지금 보여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발동한 것이다.
목표는 당연히 방어권능을 잃고 무방비로 후퇴하는 적들의 뒤통수다.
비겁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적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아까 전율의 진군에게 소멸을 당한 신계 후보신의 신령에게서 자체 복구의 과정이 느리지만 진행되고 있다.
소멸에서 자체적인 복구라니 영원체도 아니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신계 수호신의 권능인 듯 적용이 되고 있다.
‘제발 이건 효과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이것들의 상식을 초월한 방어력과 회복력은 뭐냐?
마치 신족의 방어력과 마신족의 회복력을 모두 같이 가진 것 같다.
더구나 정신체가 소멸에서 자체 복구한다고?
설마 마신족과 융합시킨 것은 아니겠지?
영원체에 일부 근접한 것인가?
일단 일부지만 다시 완전히 소멸시켜 경과를 본다.’
“진 차원신력포(眞 次元神力砲)-!
융단포격(絨緞砲擊)-!”
꽈우우우우우우우웅-!
26개의 빛의 날개가 산산이 부서지고 각각 4조 단위의 신력포를 남김없이 쏘아냈다.
집체만한 4조가 넘는 신력포의 26줄기가 차원의 마도신을 중심으로 공간을 가르고 발사가 된다.
12써클의 마도진으로 증폭한 신력포는 4조였고 26줄기를 동시에 발사했으니 총 104조의 신력포의 융단포격이고 감히 자신하건데 위력만으로 어떤 창조신도 못 따라온다.
더구나 차원의 권능으로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적에게 어떤 날아가는 중간과정도 없이 명중하기에 회피도 거의 불가능하다.
피할 방법은 500주우주의 창조신장이나 칭호를 가진 창조신들처럼 공간이동의 순간적인 기색이나 거의 초월적인 위기감각으로 먼저 회피할 수밖에 없다.
하나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극히 일부의 투신들뿐이다.
그들도 수십 발이 동시에 쏘아지니 최소한 이 공격이 치명타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신체한계를 월등히 뛰어넘는 신력포를 연발로 쏜 충격에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부서지며 반동으로 뒤로 튕겨지며 날려졌다.
그러나 차원창세로 현 위치에 고정된 몸은 다리부터 산산이 구겨지고 부서져갔다.
뿌드드득-! 빠지지지직-!
“크으으으으으읍-!”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융단포격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억눌린 비명이 먼저 터져 나왔다.
쏜 여파만으로도 신체의 뼈가 모두 부서지고 공간에 묶여진 발은 발목부터 근육까지 찢겨나가서 겨우 붙어있는 수준이다.
신력까지 고갈되어 단숨에 완전히 전투불능이 되어버렸다.
무한복원의 권능도 완전히 엉망이 된 신체에서 발동이 주춤하고 있다.
발동할 정기는 있으나 타격이 워낙 크니 권능이 가진 본인이 아니기에 효과가 발휘가 안 된다.
아니, 회복되기도 전에 바로 죽을 지경이다.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가며 입에서 저절로 한탄이 새어나왔다.
‘역시 자살행위였다.
하나 이럴 수밖에 없으니 정말 답이 없다.’
신체의 통제를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차원의 마도신의 흐릿한 시선에 신계수호신 후보가 소멸당한 바로 그 장소에서 소멸에서 재생을 시작하여 신체가 복구되는 것이 보인다.
너무나 비상식적이지만 분명 자력으로 복구에 성공하고 있다.
‘죽음에서 부활도 아닌 소멸에서 자체 복구라니 이 무슨 황당한 권능인가?
그게 가능한 신체와 권능이라니 이 지독한 것들이 자신들 신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죽어가는 신체보다 더 큰 것은 마도사로서 호기심이었다.
아니, 저것이 빌린 무한복원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이 치명상의 유일한 회복방법이 될지 모르니 필사적으로 분석을 시작한다.
그러기 위한 차원 신력포였다.
본래 차원 신력포는 위력이 무척 떨어졌다.
오죽하면 빛의 신인 자신이 마도를 주력 공격수단으로 사용을 하겠는가?
신력포를 발사하고 나서도 독자의 법칙을 구축해주지 않으면 권능의 형성이 취소되기에 1할로 위력이 감소된다.
말 그대로 차원 마도의 중첩증폭이 아니면 사용할 것이 못된다.
다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신력포에 독자의 법칙을 형성시켜 위력을 보강하여 적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속성이나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적중되면 같은 타격을 줄 수 있고 파괴뿐만 아니라 생성까지 가능하다.
그가 제시한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하는 차원의 진정한 모습이다.
지금 차원신력포의 융단포격의 파괴력에 실은 법칙은 '분석'과 ‘습득’이였다.
만약 소멸에서 자력으로 복구하는 저 권능을 얻을 수 있다면 마음껏 이 융단포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눈에 보아도 초월이상의 권능이기에 분석하고 마도로 습득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소멸에서 자체 복구하는 저 권능을 분쇄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그래서 소멸될 각오를 하고 한계이상의 출력과 횟수로 포격했다.
마도사로서 있을 수 없는 도박보다 더 낮은 확률에 전부를 건다.
‘가라.
제발 성공하기를!
내가 쌓아올린 마도와 전장의 조건, 절대선에 거의 도달한 카르마를 믿는다.’
그리고 우주에 차원 신력포들의 발현과 동시에 허공이 생겨났다.
전력의 차원 신력포에 휘말린 신계수호신들이 소멸되고 진행경로상의 모든 존재역시 그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겨우 일반 창조신의 일격에 단숨에 24명의 신계수호신이 소멸하고 수백의 신계수호신이 치명상을 입고 낙엽처럼 날려지는 광경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고 악몽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던 창조주들의 감정을 폭발시킬 정도로 말이다.
꽈아아아아앙-!
“뭐라?
500주우주의 신계 수호신들까지 당하고 있다고?
방어권능과 신체능력으로는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을 능가하는 그들이?”
“농담이겠지?
그 미친놈이 만든 어설픈 창조신 하나에게 창조신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막혀지고 신계수호신까지 피해만 늘어?”
“이런-!
지금 이런 말할 시간이 없다.
곧 우리가 초대한 창조주 회의가 시작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
이대로 499주우주의 창조신에 대한 탄핵안을 내도 비웃음만 당한다.
결과가 이러니 오히려 너만 우스운 꼴이 된다.”
“이이이이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동안 이 일을 위해 내가 쏟아 부은 정기와 시간이 얼마인데 포기 하라고?”
“탄핵계획은 취소하고 평상시대로 친목모임으로 바꾸지.
어차피 놈은 창조주들의 모임에 참석을 할 리가 없으니 바뀌어도 상관없겠지.
계속 쫓아낼 여론만 만들어가자고.”
화난 목소리에 화면 전체가 박살이 나고 공간이 흔들리다.
그러나 누구도 뭐라고 하는 존재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상정외의 사태다.
성질 더러운 499주우주 창조주 주변에 사는 죄로 크고 작은 마찰을 당해고 있다,
그래서 서로 모여 처분하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 창조주들이 막말을 하며 의사를 조율했다.
그리고 방금 창조주들이 보기에도 미친 짓인 조 단위의 신력포를 연발로 쏟아내고 자멸하려하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바라보았다.
저 모습에 499주우주의 창조신이 그에게 무모하게 달려들던 모습이 겹치자 소름이 오싹 끼쳐왔다.
도저히 창조주다운 품위나 권위는 없으며 창조주 체면에 최전선에서 미친개처럼 날뛰었다.
아니, 이것은 무척이나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평가이지만 도저히 자신들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전투를 보여주었다.
그에게 휘하의 악마족들이 질릴 정도로 처절하게 저항했으니 말이다.
빛의 신족에게 주우주의 관리를 위임하는 창조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파괴적인 행동을 하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아니, 기존의 창조주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재수 없는 자식.
만들어낸 창조신도 정말 기막힐 정도로 지독하군.”
“그래도 창조신이 소멸된 정신체를 복구할 권능을 가지고 있다니?
더구나 광역 승급능력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군.”
“광역승급 능력만은 탐나는군.
정말 희귀하고 유용해.
전력을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겠어."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은 통제가 힘들어.
강압적으로 한다고 들을만한 성향도 아니고 저기서 살아남기도 거의 불가능하군.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필사적인 전투로군.
성향인 것 같아.”
“쓸 만한 능력이 있는 것들은 모두 성격이 몽땅 저 모양이고 순종적인 것들은 모두 무능하니 골치로군.”
“그래도 저 차원의 마도신이란 창조신을 제압할 만한 존재가 우리 주우주에 있기는 하지만 권능을 대체할 존재가 없다.
499주우주보다 특이성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어.
이건 심각한 문제지.”
다른 창조주들이 머릿속에서 자신의 우주의 창조신들과 수많은 비교를 해보았지만 이길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최고위에서도 강대한 창조신정도다.
신격이 같은 예비 창조신이면 전무하다.
더구나 1써클의 광역승급까지 가지고 있으니 그 효용은 무한하다.
거기다 지역우주단위의 범위라면 전 신계의 신들을 단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하기에 따라 창조신의 초월권능조차 뛰어넘는 그야말로 진정한 절대의 지원권능이다.
그래서 더 큰 문제는 지금도 그에게 10억년을 버틴 주우주로서 평판이 올라가고 있는 499주우주다.
그런데 저런 규격외의 존재까지 만들어지다니 그 능력을 인정 안할 수가 없다.
그에 비례해서 500주우주의 창조주는 불만이 아주 많아져 갔다.
지금도 499주우주의 창조주와 대화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때가 생각난다.
10억년 전에 그가 499주우주의 제압을 끝내고 지원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그 당시 무력하게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기만 하던 499창조주의 처절한 분전은 커다란 화제였다.
‘어라? 이것 봐라?
제법이었군.’
처음에는 그에 대해 놀랄 정도로 대항을 잘 해서 자신의 주우주에게 시간을 벌어준 사실에 대한 호의였다.
그와 상대해서 놀랄 정도로 잘 버티자 상종 못할 존재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언을 주려고 했다.
독특한 사상과 성격으로 완전히 창조주계에서 추방되기 직전인 499창조주를 창조신계로 편입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려한 것이다.
499주우주가 그에게 복속되면 바로 자신의 500주우주 차례이기에 준비를 더할 수 있게 더욱 오래 버티어 주기를 바라고 시작한 충고와 도움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가관이었다.
모처럼의 호의를 배신당하니 지금도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조언은 필요 없으니 지원이나 내놔라.”
“뭐야-!
내가 너를 생각해서 모처럼 한 말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이대로 창조주계에서 외면을 다하면 힘들어지는 것은 너다.
그와의 전투에 창조주계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네가 약간의 양보와 사과로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내가 창조주계에 고개 숙인다고 받아들여질 것 같으냐?
진정한 화합을 추구하는 존재들이었다면 자신들과 다르다고 이렇게 취급할 리가 있나?
이미 그런 너희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선택한 고독의 길이다.
나는 나대로 이대로 살아 갈 것이니 너희들은 너희대로 살아.
마지막으로 내 주우주에 허락 없이 접근하고 관여하려하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처분한다.
지원이 없으면 이제 꺼져-!”
창조주이면서도 마신황제보다 더한 오싹한 살기와 투기에 겁박을 당하고 쫓겨났다.
거기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성을 잃을 정도였다.
과거 한없이 낮게 보았던 존재가 갑자기 변한 자부심이 넘치는 강자의 목소리였다.
“도움과 간섭도 구분을 못하는 병신아.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무슨 협상을 하고 도움을 줘?
그리고 아직도 내가 너희들보다 약한 존재인지 아는가?
나와 주우주는 그와의 전투에서 너희보다 2배인 2일을 버티어 냈다.
나는 너희보다 2배 우월하다.
그런데 아직도 그 잘난 근거도 없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가?
그런 주제에 나를 받아들이고 지원을 하겠다고?
약자들이 동정을 주면 강자인 내가 감사할 줄 아는가?
나를 돕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오히려 다시 함정에 빠뜨릴 것이다.
또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버리겠지?
차라리 주우주를 완전히 복속시키기 위해서 도전자에게 지원을 해주는 그가 차라리 정당하다.
정말 재수 없는 것들.”
창조주입장에서 어처구니없이 먹은 지독한 욕설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바로 처분하겠다고 달려들 수 없었다.
솔직히 일대 일로는 이길 자신이 없어졌다.
개인 실력만은 자신보다 강해진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말이다.
자기 혼자서 죽어라 현장실무만 하더니 어느새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그 후 10억년동안 그에게 버티면서 그 간격이 더욱 벌어져서 이제 창조주 4명이상이 몰려가지 않으면 뭐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다.
끝없는 따돌림을 견디고서 홀로 살아가기 위해 강해진 499창조주의 힘은 이미 창조주중 발군의 것이었다.
그와의 결투에서 다른 창조주는 1시간도 못 버티는데 혼자서 하루를 버틴다.
이대로 창조주 중 최강자가 되어버리면 그 동안 괴롭힌 자신들의 운명에 오싹해져 간다.
동조한 다른 창조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약점을 잡아 제한을 걸려고 했지만 워낙 패쇄적이고 아는 바가 없어 그동안 꼬투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휘하 세력을 몰아붙여 억지로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약점을 잡으려고 했지만 최전선의 방어신계에서 거의 괴멸이다.
예비 창조신 몇 명에게 창조신장과 오리진은 거의 궤멸되고 비장의 카드인 신계수호신도 저 꼴이다.
이래서는 말도 안 된다.
또 본래 신족의 분발을 이끌어 내려고 대신족의 부분 도입도 언급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대신족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창조주의 말은 절대적인 진리여야 했기에 수정은 안 된다.
방어신계를 돌파 못하면 지역우주 하나를 대신족에게 개방해야 한다.
그에게 반대하고 대항하는 창조주들의 입장에서 이런 굴욕도 없다.
능력이 부족하여 평상시에 그렇게 비난하던 적에게 손을 벌리다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비난하던 499주우주보다 못한 꼴이다.
창조주계에서 그를 앞장서서 반대하던 자신의 입장이 끝장을 날 수 있다.
‘어떻게든 방어신계를 돌파하고 신계로 돌아가 제 위치를 지켜라.
자칫하면 정말 너희들은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
신계수호신들이 소멸에서 다시 복구되는 것이 보인다.
사라졌던 신체가 말끔히 부활하고 전신을 가린 갑옷들이 복구된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10억년동안이나 심혈을 기울려 만들어낸 불멸의 창조신들이다.
대가가 엄청났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창조신들이라고 자부했는데 지금 그것이 뿌리 채 뒤흔들리고 있다.
아무리 창조신에 도달한 차원의 절대자라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창조신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신력포를 쏜 대가로 필연적인 소멸을 하려하고 있는데도 부릅뜬 두 눈은 어딘가 도달하지 못할 곳을 갈망하고 있다.
그 모습이 누군가와 자꾸 겹쳐서 불쾌감을 자극하고 있다.
‘저 창조신 놈.
자신의 창조주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어.
어떤 시련이든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려는 의지와 투지,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한 끝없는 증오심과…….’
500주우주의 창조주는 눈을 감았다.
그 멸시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499창조주는 끝없이 자신과 창조한 주우주에 전력을 다했다.
당연히 충성을 바쳐야할 부하들이 다른 창조주의 유혹에 배신해도, 다른 창조주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통행을 봉쇄를 당해도, 어떤 아픈 기색도 없이 자신의 권능과 주우주를 위해 헌신했다.
감히 상상도 못할 인내력으로 긴 세월을 버티고 버티다 그와의 전투에서 폭발하듯 본색을 드러내고 가치를 증명해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과 소유한 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인가?
하하.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평화로운 시기라면 위험분자이며 부적응자로서 멸시의 대상이던 이기주의자들이 그와 같은 절대적인 위기 속에서는 가장 빛나다니…….’
신력포의 반동에 피에 물들어 쓰러졌던 차원의 마도신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앞에서 신계 수호신들의 공격을 막아선 전율의 진군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과거 대신족과의 전투에서도 똑같은 전법을 사용하면서 계약서에 적어 넣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신경을 분산해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상태를 살피지 말고 정면에만 전력을 다하라는 것이다.
왜 그런지 몰랐으나 그 전투에서 깨달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초월적인 마도를 발산할 때마다 육체의 일부분으로 대가로 치르며 처참한 몰골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등 부위가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품어져 나온 신혈로 조금씩 적셔졌지만 그때도 그랬었다.
하나 마음이 아프거나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신족이든 신족이든 투신들에게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같았다.
상대보다 강해야 한다.
하나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한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저 길을 동정한다면 투신에게 그런 모욕도 없다.
가벼운 도움을 주는 것보다 불쌍하게 쳐다보지 않고 오직 믿어주는 것이 최고의 지원이다.
결국 소멸에서 뼈가 부러진 것을 수복하고 찢어진 근육과 피부를 회복하며 일어선 차원의 마도신이 목에서 거품이 되어 뭉쳐진 피를 토해내면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륵-! 크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핫-!”
그렇게 웃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 짓도 두 번 이상 할 짓이 못 된다.’
성공확률을 극대화시키는 차원이라는 영역과 전장에서의 흑마도, 절대선에 가까운 카르마 등의 지원으로 기적적으로 익힌 권능의 정체는 초월권능 2개의 합체였다.
‘권능명 ‘윤회의 은퇴(輪廻隱退, Samsara of Retirementm)’인가?
어떻게 소멸에서 자체 복구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인간이 되어서 부활하고 다시 창조신으로 승급을 한다고?
하긴 생명체의 끝인 죽음은 저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며 받을 오욕과 고통을 각오한 창조신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 이 돌아버린 신계수호신들아.
초고위 정신체인 창조신들이 잠시나마 하급의 생명체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이런 권능이라니 너희들도 정말 제정신들이 아니구나.
거기다 소멸이 끝이 아니고 죽음으로 연결을 하다니?
투신으로서 투쟁하며 살아가는 이상 영원히 휴식은 없는 것인가?
언제인가 이렇게 바닥으로 추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살 가치가 있는가?
아니, 이 세계 자체가 원래 이런 것이지.
약자에게는 가차 없다.
그래 다시 죽도록 끝없이 싸워보자.
누가 독한지 해보자고.
그러다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면 다시 기어오를 뿐이다.’
정신체의 소멸을 막는 것은 동급의 창조신이라면 거의 불가능하고 본인이면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스스로 인간으로 써클을 하락시키면 소멸은 죽음이 되고 그러면 쉬운 일이다.
그리고 부활 후 신의 육체의 소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말 기이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강하다
아까 융단포격에 직격되어 소멸된 신계수호신들도 인간에서 다시 신으로 차근차근 승급되고 있다.
저 병력이 다시 희생 없이 투입되면 결코 버틸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파악한 이상 타도책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