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3화
14권
이를 갈아붙이며 양손을 허공에 들어 약간만 벌어진 빛의 선을 잡고서 좌우로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구구구구구궁-!
우주의 공간과 법칙이 갈라지고 벌어지는 빛의 사이로 차원의 마도신이 피를 토하는 듯이 강렬하게 외친다.
“여기 약속의 계약이 있다-!
과거의 패배를 지우고 현재의 투쟁에 모든 것을 걸 강자들이여 계약에 응하라.
그대들을 위한 전장을 준비하였노라.”
그와 동시에 빛 속에서 손들이 튀어나듯 나타난다.
그 손들이 잡은 것은 빛의 선의 일부였다.
꽈지지지지직-! 가아아아앙-!
빛의 문 안쪽에서 문을 열기위해 밀어붙이는 듯 굉음이 일어나며 점점 간격이 빠르게 벌어지면서 이제 직사각형이라고 말할만한 빛의 문이 만들어졌다.
그 빛의 문을 양팔을 좌우로 완전히 벌려서 열어젖힌 차원의 마도신이 허탈한 음성으로 구현한 마도를 선포한다.
이것으로 신계 주신도 신의 지위도 끝이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그랑조아와 신계와 결판을 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설마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으나 최후의 수단보다는 나았다.
“대신족 최종결전기(代神族 最終決戰技) 멸……, 신……, 재림(滅神再臨).
이제 모든 신을 끝낼 순간이다.”
그 영창의 종언과 함께 다시 강대한 빛줄기가 차원의 문을 관통하고 쏟아져 갔다.
빛줄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강대한 신력뿐이었고 지나가는 모든 공간을 소멸시키듯 지워갔다.
그 빛은 속도의 관념도 없는 듯 마치 원래 있던 것처럼 항성계 규모에 나타나고, 궤도 위에 있던 모든 물질을 소멸시키고 운 나쁘게 그 자리에 있던 신계 수호신들을 덮쳤다.
그리고 신족들에게 재앙이 벌어졌다.
파아아아아아앙-!
“커어어억-! 뭐냐-!”
“신계 수호신의 완벽한 방어권능을 관통하다니?”
“크으으윽-! 신력과 신체가 무차별로 지워진다.”
“으윽-! 회복조차 잘 안 된다니?
이건 도대체 뭐야-!”
여기저기서 신체의 일부와 거의 전부를 잃은 신계 수호신들의 비명이 울렸다.
특히 차원의 마도신과 상대하던 신계 수호신 후보는 죽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어떤 신력포의 일종인지 상상도 가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무엇보다 발사와 동시에 명중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항성계 규모의 길이와 거의 위성크기의 넓이가 모든 물질이 소멸하고 창조신을 능가한 정신체의 신체조차 방어권능이 약하면 소멸시키고 방어권능으로 막았어도 어마어마한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당한 부위의 신체는 순간에 증발하고 자동 발동된 방어권능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회복을 시키려 하는데도, 거의 소멸에서 재생하는 수준의 정기와 권능이 소모된다.
직접 당한 신계 수호신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신력포가 아닌 정신체의 신체를 소멸시키는데 특화된 권능의 집합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아는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이 느긋함을 버리고 자리에서 뛰듯이 일어났다.
창조신이 되기까지 얼마나 저 지긋지긋한 신력포에 당하고 회복하기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피하기는 극도로 어렵고 무방비에 직격이면 무조건 소멸하고 방어권능으로 막으면 겨우 살아남을 위력이다.
결국 신족의 특성인 무한한 회복력과 방어력을 갖추고 버티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신족의 주신을 극복하고도 창조신이 되니 대신족의 창조신들은 또 수준이 너무나 달라서 싸울 때마다 소멸할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대인데, 지금 차원의 마도신이 연 차원의 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바로 그 신멸포였다.
“대신족 주신의 신멸포(神滅胞)다-!”
“설마 빛의 신의 권능으로 구현한 것인가?”
“말도 안 돼-!
연산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능이 아냐-!
저건 신마융합권능으로도 해결이 안 돼-!
신멸포는 단지 무식하게 압축된 신력의 덩어리라고-!
행성 크기의 신체로 신력포를 끝없이 압축시키다 방출하는 것을 어떻게 권능으로 구현해?”
대신족의 신멸포에 당해 소멸한 신과 마신이 셀 수 없지만 대등하게 싸워온 역사가 10억년이 넘는 499주우주다.
당연히 대신족에 대해 철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연구하면 할수록 절망뿐이었다.
‘모든 권능에 완벽이란 없다.’
이것은 모든 주우주에 적용되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그래서 대신족도 약점은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는데, 누가 그의 작품이 아니랄까봐 철저히 기본을 충실하게 강화한 신족이라는 결론이었다.
창조력과 전투력에만 집중하여 만든 ‘위대한 신’ 자체였다.
그 대가로 아름다운 모습은 행성으로 바뀌고 대화조차 금지되었지만 기본능력은 최소 10배 이상이 올랐다.
방어력, 생명력과 재생력부터 시작해서 신력포조차 10배로 빨라지고 강해지니 이길 수 없다.
최소 1써클 이상의 초월권능을 가진 강자들만이 그나마 상대가 가능한 순수한 강자였던 것이다.
여기에 신족 고유의 별의 창조와 관리능력까지 10배가 되어버리니 공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499주우주의 초월적인 창조신들조차 치를 떠는 것이 저 기막힌 능력을 유지하고도, 유지하기 위한 정기가 일반 신족과 동일하거나 저렴하다는 있을 수 없는 악랄함이다.
창조주님들도 처음에는 그의 작품이라 꺼림칙해 하지만, 일반 신족에 비해 10배 이상 유능하지만 오히려 유지 정기가 적게 들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기계신보다 더 일만 하는 대신족을 총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즉 대신족이 너무나 유능하여 기존의 신족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버린다.
패배하여 소멸되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무능하다고 버림받아 사라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창조주가 관리를 위임한 지배세력인 신족에게 이보다 더한 위기는 없다.
그런데 그 대신족의 권능을 일부분이나마 구현했다면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창조신들이 경악한 것과는 다르게 창조신장인 승가람마와 진멸, 마신황제 진마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승가람마는 대신족에게 이길 또 하나의 전략이 세워졌다고 크게 기뻐했던 얼굴은 어느새 사라지고 부들부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떠는 모습만이 남았다.
그 시선은 차원의 문에서 쏟아진 대신족 주신의 신멸포 따위는 무시를 하고 오로지 차원의 마도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인영에 집중했다.
“저……, 저 놈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우주의 법칙을 수호해야할 빛의 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저것이 저렇게 쉽게 가능한 것인가?
소멸한 존재를 예비 창조신이 어떻게 복구하는가?
창조신장인 나조차 엄청난 정기와 준비가 필요한데?”
진멸조차 이제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닫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느 정도를 해야지 이건 용납할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강자를 중시하는 499주우주라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겨우 예비 창조신주제에 소멸한 것을 복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놀랐지만, 하필이면 다시 존재하게 한 존재가 하필이면 저 것인지 머릿속을 분해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아아아아.
‘근원’이자 ‘차원’이 정말 돌았나?
하필 모든 주우주가 주시하는 저기서 저 짓을 하나?
이러면 감싸주지도 못해.
그러나 저러나 저러면 최고위 마신왕보다 더한데?
아니, 또 하나의 마신황제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은 권능이로군.
넌 정말 좋겠네?
좋은 마신왕이 생겨서?
그것도 계속 늘어날 것 같은데?
지금 각자 전 세력을 이끌고 다시 한판 뜰까?
어때?
혹시 이길지도 모르는데?”
“크읍-!”
진멸의 진심서린 빈정거림과 도발에 마신황제 진마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끝없이 달아오르면서 무차별적으로 여기저기 댕기는 뒷머리를 잡고 있었다.
주우주에서 세력은 비록 신족에 비해 밀리나 개인 전투력은 가장 위인 마신황제에게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다.
‘성질 같아서는 동맹이고 뭐고 당장 쳐 죽이고 싶지만 거꾸로 당할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한다.
그리고 이건 완전히 예상외의 사태다.
아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적인 신족에게 주신을 창조신으로 승급시키고 무차별로 신격을 하락시키는 감당하지 못할 광역지원 권능을 가진 창조신이 나타나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뒤죽박죽이다.
주변의 최고위 창조신들도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없는 사태였고 신계 수호신이 나타나 드디어 자신들의 차례가 왔다고 달려온 최고위 마신왕들도 멍한 상태였다.
차원의 마도신 앞에 엉망진창의 부상을 입고 쓰러진 인영은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아는 존재였다.
“상급 마계 마신 서열 1위 전율(戰慄)의 진군(進軍).
대신족의 최상급 주신과 공동소멸.
그 후 대신족의 잔존 세력을 용병신들의 활약으로 정리하고 그 공로로 동일한 초월 권능을 물려받은 후계가 최상급 마계 마신으로 인정받음.”
이것이 공식적인 기록이었다.
겨우 상급 마신주제에 초월급의 마도 권능을 가지고 최상급 대신족에게 신족의 동맹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마계와 소수의 용병신만을 이끌고 인증전에 도전한 강대한 마신이었다.
모두 어리석다고 욕했지만 결국 전투는 마계의 승리로 끝났다.
물론 희생은 너무나 컸다.
그런데 저기 쓰러져 있는 존재는 분명 상급마신 중 독보적으로 강했던 그녀였다.
“아아아아아-!”
마신족의 강대한 회복력을 가진 신체조차 어쩔 수 없는 신멸포에 당해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팔 다리도 거의 소실되었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권능이 집중된 흑진주처럼 빛나는 왕관형 보석뿔로 보호되는 머리와 심장이 있는 솟아오른 가슴부분이었다.
그 부분도 곧 소멸하려는 듯 위태로웠고 당연히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신음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고통에 찬 얼굴과 처참한 신음에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에서 일순 아픈 느낌이 났지만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그대로 양손으로 보석뿔 부분을 정중하게 들어 올려 잡고서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무감정한 말투가 흘러 나왔다,
“말씀드린 계약의 때입니다.
시행하시겠습니까?”
“아아아아아.
이……, 이 목소리는 차……, 원의 마도신인가?
계약이라고?
그……, 그래 그랬었지?
인증전을 시작하기 전에 그대와 약속했지?”
마신의 흐릿한 눈에서 정기가 서서히 돌아왔다.
입에서 새어나왔던 비명도 어느새 사라지고 정확한 어조로 대답을 한다.
이미 몸 상태까지 확인을 하고 모든 사태를 파악했다.
최상급의 대신족 주신의 신멸포에 직격을 받은 영향으로 끝없이 소멸하려는 몸이라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은 밀려오지만 제정신을 차린 이상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사실의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난 결국 패배했군.”
대신족과의 전투는?”
“제가 살아있습니다.”
짧지만 많은 의미가 함유된 대답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겼다는 의마다.
그가 고용되는 자신이 보아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불합리한 ‘극악’의 카르마의 계약서에 기본이 패배할 경우 죽음내지 소멸이다.
그래서인 본래 이런 용병신이였다.
말도 거의 없고 끝없는 분노를 마음속에 품고서 승리가 불가능한 전장만을 찾아 전전하면서 대가는 거의 받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를 끝없이 찾아다니던 이상한 용병신이었다.
그러나 마계 마신보다 더 높은 등급의 대신족의 주신에게 도전한 불가능한 전장에 계약을 원한 주신급의 용병신은 차원의 마도신이 유일했다.
그라고 전쟁의 개시 전 혼자 몰래 찾아와서 자신이 주신급의 차원신만이 아닌 주신급의 10써클의 흑마도사임을 밝히며 추가적인 계약을 요구했다.
모든 전력을 사용해서 반드시 승리를 할 것이니 1가지 사항을 더 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자신에게 하등 손해를 볼 사항이 아니니 자신도 여러 가지 조항을 달고서 승낙했다.
9써클의 차원의 권능과 10써클의 마도는 강력했고 본인의 전략은 더욱 대단했다.
덕분에 결국 대신족에게 승리를 했다.
하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 한 순간 대신족의 최상급 주신이 자폭을 하며 발산한 광역 신력포를 버티다가 기억이 끊겼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잘 된 모양이다.
하나만 더 확인하면 된다.
“후계에게 권능전송도 잘 해주었겠군.”
“최상급 마신으로 인정받으셨습니다.”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소멸하는 신체가 주는 미칠 것 같은 고통 속에도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결국 자신은 성공했다.
1단계 놓은 대신족의 주신과 승리한 것을 증거로 자신의 일족을 마신계의 최고위 일족으로 인정받았고, 그 기반이 되어줄 마신성의 영구 소유도 이루었다.
비록 대신족의 주신은 사라졌지만 잔존 대신족은 많았는데 어떻게든 처리를 한 모양이다.
과연 계약에 관한 철저하게 신용을 지키는 용병신이다.
무수한 마신들이 소멸하는 대신족의 전장에서조차 부족한 능력이나마 자신의 옆에서 끝까지 싸운 신은 차원의 마도신이 유일했다.
그리고 잔혹하고 냉정한 전투를 치루면서도 항상 고뇌하고 망설였던 인간출신의 정이 많은 신이었다.
소멸을 하기 직전인 처참한 자신의 머리를 소중하게 들어 올린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내가 거절할까 두려워하는가?
모든 것을 이루었으니 거짓되고 제한된 삶을 거부할 것 같아서?
아니면 하룻밤의 욕망을 서로 해소했던 상대에 대한 미련인가?
여전하군.
그대는 더없이 위험한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자신이 세운 선을 넘지 않으면 끝까지 배려해.’
보아하니 또 승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험한 전투인 것 같았다.
한순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의 수준은 예비창조신인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힘들의 크기가 심상치가 않다.
사실 자기가 이 꼴로 도와도 승산이 있을까 의문이다.
그러나 잡은 손을 통해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의 감정은 안타까움이 대부분이었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을 움직인다.
어차피 구두의 계약이고 이미 소멸한 자신에게 보이는 것은 권능이나 마도의 도구가 아닌 존경과 애정이었다.
‘절망적인 전쟁을 앞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하룻밤의 욕망이었는데 그것에 연연하는가?
역시 정에 약한 사내였군.
아니, 원래 성향인지도 모르지만 다 이루고 소멸한 지금 다시 싸울 필요가 있을까?
호홋-! 빚을 졌으니 갚아야하겠지.
더구나 빛의 신들이 상대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큰 전과를 세운다면 일족의 길을 더 크게 열 것이다.’
결정은 빨랐다.
어찌된 상황인지 모르지만 마신족이라 해도 마신성을 가진 마계 마신인 이상 계약은 지켜야 하며 은혜와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마신이지만 마신성을 다스리는 자신을 빛의 신들보다 맹목적으로 신앙을 바치는 지성체들에게 신앙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비록 빛의 신이지만 계약을 속아서 카르마가 ‘극악’으로 떨어지게 만들어서 원한을 가진 상대가 주신성을 받은 상급 용병주신이 관리하는 신계라고 했지?
강대한 신들과 싸우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는 계약이 맞겠지?
이 계약은 내가 소멸하고 난 이후에 이루어지는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이제 이해가 가는군.
난 현 우주에서는 이미 소멸한 것인가?
하긴 동급이상의 대신족의 신멸포에 직격당하고 소멸을 당하지 않을 수 없겠군.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소멸에서 나를 복구한 것이고?”
“예. 저의 차원의 권능 안에서만 실존할 수 있습니다.”
잔혹한 현실을 알리는 말에 잠시 말을 하지 못하지만 질문을 다시 한다.
“그대의 권능영역을 벗어나거나 권능지원이 끊기면 그대로 다시 소멸되겠군.”
“예. 본신마력을 소모하면 약간의 유지는 가능하시지만 소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짧은 대답에 모든 것을 파악한 상급 마신 전율의 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반드시 안전대책을 준비를 하고서 추진한다.
어떤 경우에도 아군조차 절대 완전히 믿지 않고 몇 겹의 대책을 세워놓고 움직였다.
이것은 아군을 불신을 한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나 어디까지나 전투의 승리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 위한 방안이었다.
과거 전쟁 중에 발생한 엄청난 마신들의 소멸에 공포에 떨어 반기를 들려던 중급마신들이 최전선에서 싸웠다. 그러면서도 후방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던 차원의 마도신에게 발각되어 모두 처분을 당해 정기로 바꾸고 대신족에게 향하는 결정타가 되었다.
이때 마신족 답지 않게 일족과 마계를 위해 소멸을 각오한 자신에게 든 반기에 이성을 잃고 분노하였다.
그때도 이런 얼굴을 한 채 당연하다는 듯 모두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일족의 3할이 배신할 기미가 있으니 빨리 결판을 내야 한다고 냉정하게 진언하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어떻게 보면 누구도 믿지 않으며 세상 자체를 불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차원의 마도신은 아군이라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조차 그대로 알려준다.
빛의 신답게 상대방을 믿지 않은 보상을 하려는 듯 최전선에서 같이 싸우는 아군에게만은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최후의 순간에는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패배하고 죽었어야할 전쟁을 이기게 해주고 마신성을 물려준 후계까지 최상급 마신으로 만들어준 빚을 갚도록 하지.
나의 일족을 구해준 보답을 하겠다.
하나 나는 마신족의 투신이니 전투상대는 신족의 투신으로 한정을 하지.
우리가 나누었던 최초의 계약대로 시행을 한다.”
“자신을 돌아보니 과거와 현재가 같도다.”
승낙과 동시에 10써클의 마도가 울린다.
차원의 창조신에 오른 신격의 힘에 대신족 주신의 소멸의 힘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그대로 몸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완전히 박살이 났던 급소만 가린 경갑옷조차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 매혹적인 육체를 감싼다.
소멸에서 다시 존재하게 만들려면 부활보다 10배의 본신정기가 들어가는데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행하는 기적에 가까운 마도였다.
놀라기도 전에 그리고 연이어서 10써클의 위대한 마도가 부여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재생한 온 몸에 마력이 미친 듯이 날뛴다.
과거에 약간 미진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채워지고 이미 초월에 이른 권능조차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이제 정말 대신족의 최상급 주신과 일대 일로 싸워도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어떤 정기나 신력의 지원이라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문에 대답하듯 차원의 마도신이 신력을 담아 말한다.
“전율(戰慄)의 진군(進軍)이시여
여기는 나만의 세계.
저의 차원입니다.
본래 불가능하나 당신은 지금 이 주우주에서 소멸되어 모든 법칙에서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가능한 현실부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권능지원입니다.
차원창세(次元創世)-!”
화라라라라락-!
소멸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마계 마신의 등에서 빛나던 13쌍의 날개가 그대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마신의 붉은 입술이 크게 벌어지고 환희의 탄성을 내뱉는다.
그렇게나 원하던 신격의 증거가 자신의 등 뒤에서 암흑의 빛을 피어낸다.
그리고 초월의 권능이었지만 마신의 신격에 묶였던 모든 마력과 마도가 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숨 쉬듯이 신체를 빈틈없이 채워간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모든 신들과 마신들, 절대계조차 완전히 경악에 빠져 외치는 신언과 의지가 여기저기서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신왕의 증거-!
26쌍의 칠흑의 날개다.”
“정말 승급이 가능했다.
그것도 저렇게 쉽게-!”
“소멸한 마신을 되돌려서 바로 승급을 시킨다고?
저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한 마도신이 존재한다고?”
주변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의지와 소리는 이미 뇌리에서 사라지고 몸에서 전율이 멈추지 않고 끝없는 환희가 마음속을 채워온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마신왕이 되어 저 신격을 누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소멸되기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손에 너무나 쉽게 들어 왔다.
감격에 찬 마신의 귀에 차원의 마도신의 신언이 들려온다.
“저를 지키십시오.
아니, 이제 아니군요.
이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본래로 돌아가야 하는군요.”
그리고 마신조차 놀랄 투기와 살기가 퍼져 나온다.
마신왕에 오른 자신조차 바짝 긴장할 정도로 흉폭하고 강대했다.
마지막 소멸을 당한 전투에서 너무나 익숙했던 차원의 마도신의 그 느낌 그대로였다.
너무 부드러워져서 잠시 본인이 아닌 줄 의심이 갈 정도였는데 역시 변하지 않았다.
하긴 용병신인 이상 변화는 무리다.
홀로 살아가고 싸우는 용병신은 상대를 배려하면 약해져서 바로 죽는다.
그리고 과거와 똑같은 험악하면서 냉혹한 말이 터져 나왔다.
“덤비는 것들은 모두 죽여-!
너의 뒤로 누구도 통과시키지 마라.
그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전장에서 더없이 영광스런 상승불패(常勝不敗)의 차원의 마도신이여.
기꺼이 그 전처럼 명령을 받지.
그대의 적인 빛의 신은 모두 죽여주겠다.
나는 이 계약에 지극히 만족한다.
그래서 이것이 계약의 증거다.”
마신왕이 된 흥분과 폭증한 마도로 더없이 붉게 달아오른 입술을 살짝 깨물어 흐르는 피와 정기가 계약의 증거로 입 안에 고인다.
모인 피들이 정기를 중심으로 더없이 붉게 빛나며 압축되다 조그마한 붉은 보석구슬의 모양을 가진다.
이것이야말로 마신의 마력 집합체였으며 정기의 핵이었다.
이제 최상급의 마신왕이 된 전율의 진군이었다.
마력의 핵과 정기의 밀도와 순도가 심상치 않아 잠시만 방심을 해도 대폭발을 할 정도다.
그래서 입안에 머금은 채로 안정화시키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혀를 이용해 넘긴다.
전장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열정적인 입맞춤이 마신과 차원의 마도신 사이에서 이루어진 순간 끝없는 마도와 무한한 마력이 공간과 전장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울어진 술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마시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저 수준의 강함으로는 이제 차원이자 근원이라 불러야할 차원의 마도신이 보여준 광역권능의 효과가 너무나 기가 막힌 것이다.
500억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오며 무수한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런 권능이 나온 적이 없다.
대부분 독자의 차원을 형성해 진정한 강자와 주인으로서 군림하기를 원하지 남 좋은 일을 하려는 절대자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광역 승급지원이라는 사상초유의 차원의 일면을 깨운 것은 저 차원이자 근원이 최초다.
원래 저럴 필요가 전혀 없다.
거의 궁극에 도달한 차원의 절대자는 너무나 유능하고 강대하다.
독립된 세상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자신도 꽤 강하기에 자연스럽게 강력한 부하들이 따른다.
거기에 스스로 강자들을 창조까지 가능한기에 저런 부하들에 대한 광역권능지원이 필요가 없다.
이미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12써클에 올라 차원의 권능을 발휘할 것을 예상하고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결국 차원의 창조신의 권능이 발동하는 것을 보고 승산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처음 설정한 차원의 창조신의 권능은 필요한 연산력과 신력이 동급에 비해 10배 이상이나 전장상황에 따라서는 창조신장조차 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초월적인 설정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갑자기 본인의 수준의 하락을 각오한 1써클의 광역 상승지원이 튀어나오자 모처럼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연산력 부족으로 전장에서 고정까지 되어 버렸다.
창조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선택이다.
“하하하하핫-!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웃음이던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다 결국 홀로 군림하는 ‘차원’의 권능이 저렇게 변하다니?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광역지원권능을 선택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차원의 권능을 가졌던 존재들 중에서는 유래가 없군.
이건 ‘근원’의 칭호의 영향은 아니고 개인의 성향이로군.
타인의 애정을 아직도 저런 식으로 갈구하다니 어린애로군.
하하하하하핫-!”
하나 웃으면서도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큰 대가가 필요하지만 생명체는 정신체가 부활이 가능하고 정신체는 영원체가 복구가 가능하다.
생명체가 생명체를 죽음에서 부활시키고 정신체가 정신체를 소멸에서 복구시키는 것은 해당 주우주에 영향이 너무 크다.
유한한 생명체는 죽음이 순환의 시작이고 무한인 정신체는 소멸이 끝이다.
그 기준이 바로 질서를 유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자신들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기에 신이고 절대자인 것이다.
그래서 그 이상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상위의 존재외에는 허가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그 영향까지 감당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허락이 되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차원영역 안에서 차원외의 존재인 정신체를 복구했다.
아주 미묘한 일이다.
물론 그 영향까지 ‘차원’이란 권능으로 감당했지만 정신체가 정신체를 죽음에서 부활도 아닌 소멸의 복구를 한다는 것은 책임질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이다.
막약 창조신들이 소멸된 신을 모두 복구해달라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몰려가면 과연 거절을 할 수 있을까?
저 능력으로는 결코 거절을 할 수 없으니 끝없이 복구하다 자멸할 것이다.
본인이 감당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해도 상관은 안하지만 창조신정도로는 결코 이렇게 주변 영향을 해소할 수 없고 질서 자체가 뒤흔들린다.
지금도 차원의 권능이 독립된 세계를 구현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거의 지역우주 단위의 재조성이 필요할 정도의 악영향이다.
물론 ‘차원’을 가진 절대자이외의 존재가 저러거나 모든 제한을 해제하는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이 아니라면 본인뿐만 관련자 전원을 이미 벌레나 대신족으로 만들어 피해복구를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용케도 버티고 있으니 처분은 일단 보류다.
“흐음.
조금 미묘하군.
하지만……, 하하하하하하-!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의 권능을 가진 절대자가 다른 존재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창조신의 권능을 선택하다니 이런 희극도 없군.
이거 다음 단계도 기대가 되는데?
하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대전을 가득 채우자 조심스럽게 왼쪽 벽의 문이 열리며 3명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모두 그와 같은 복장에 비슷한 평범한 얼굴을 하였지만 각기 상반된 분위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각기 다른 1쌍의 날개의 빛들이 인간과는 다른 종족들임을 알리고 있었다.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무척 놀란 듯 움찔하였으나 곧 공손하게 큰 절을 올리고 그대로 일어서 고개를 숙인 채 가운데의 인영이 나직하게 말한다.
“할아버님을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
3명의 인사를 그가 가볍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받는다.
“오냐. 너희들도 건강하게 복 많이 받도록 하여라.”
영원한 절대자이상의 존재들에게 건강이나 장수하라는 무엇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미소에 오른쪽에 있던 황금빛의 날개를 가진 인영이 같은 미소를 띠며 공손히 묻는다.
“모처럼 즐거우신 것 같사옵니다.
역시 499주우주의 창조주이옵니까?”
499주우주 창조주의 무수한 도전을 가볍게 제압하고 올 때마다 저렇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좋으셨는데 이번처럼 크게 웃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해 놀라 것이다.
다른 주우주의 창조주들은 1억년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는데 10배나 넘는 시간을 도전을 하고 있으니 기뻐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주우주의 복속을 혼자서 시작하신지 500억년이 경과하고 498개의 주우주가 완전히 절대계에 동화되었다.
동화의 단계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누구도 막지 못한다.
과정조차 철저하게 정석적인 동화과정이었다.
‘제압 후 지원하여 최대한 발전시키고 낙오자들을 개량한 대신족으로 자립을 시험한다.’
제일 먼저 창조주와 모든 전력을 혼자서 완전히 제압한다.
창조주와 동격의 권한을 얻고 같이 주우주의 관리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와 절대계의 모든 권능의 정보와 지원단체인 전뇌계와 대신족을 전폭으로 제공할 정도로 모든 지원을 다한다.
목적은 극한의 발전 가능성의 발굴이기에 그야말로 비약적인 진화를 돕는 것이다.
물론 발전과 진화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그가 직접 처리한다.
그리고 신족의 1세대가 경과한 후로 해당 주우주에서 진화와 발전 도중에 발생한 창조신급 존재를 변화시킨 대신족을 전원 투입하여 생존의 자격을 시험한다.
이 과정 중에 소수의 대신족의 투입은 전투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다.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단독의 점령전쟁이고 오만한 지원이지만 시행하는 것이 그이다 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너무나 간단한 전쟁이고 심판이지만 이 과정조차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주우주가 부지기수였다.
강함의 차이는 그렇다 치고 그의 지원이 워낙 다르니 창조주들에게서 절대계로의 전향이 엄청나다.
아니, 순수한 강함과 창조력의 결정체인 대신족을 상대하는 것에 절망을 느끼고 동화를 택하는 것이 맞다.
결국 창조주들은 부하들의 이반을 감당하지 견디지 못하고 휘하에 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499주우주의 창조주는 달랐다.
부하들이 이반하면 타우주에서 문제가 되어 추방되거나 도망친 존재들을 무차별로 받아들여 싸워왔다.
처음부터 다른 창조주들이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 신족과 마족을 이끌고 뒤에서 지휘를 하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최전선에서 도전한 존재였다.
주우주의 모든 것을 가진 창조주 특유의 품격과 오만은 모두 버리고 마치 말단병사처럼 그에게 제일 먼저 달려들었다.
환희의 외침을 지르며 말이다.
“드디어 나를 증명할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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